영조실록115권, 영조 46년 11월 29일 신미 1/3 기사 / 1770년 청 건륭(乾隆) 35년
내복시에 나가 최익남을 국문하다
국역
임금이 내사복에 나아가 최익남을 국문하여 묻기를,
"너의 상소 앞부분 말은 무슨 뜻인가?"
하니, 최익남이 공술하기를,
"별다른 뜻은 없고 예법이 행하여지기를 바란 것이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곧 만고에 없는 역적이다. 반드시 무신년230) ·을해년231) 의 여얼(餘孽)로 지주(指嗾)한 자가 있었을 것이니, 낱낱이 바른대로 고하라."
하니, 공술하기를,
"실로 사주한 사람은 없으나 대사간 정운유(鄭運維)의 계사(啓辭)를 본 바 소견이 대략 같기 때문에 진술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정운유가 너에게 권유하던가?"
하니, 공술하기를,
"평소에 모르는 사이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와 서로 친한 자로서 비록 이봉환(李鳳煥)·정석오(鄭晳吾) 무리가 있다고는 하나, 이들이 어떻게 와주(窩主)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들 외에 반드시 누군가 있을 것이니, 바른대로 진술할 것 같으면 너는 마땅히 살게 될 것이다."
하니, 공술하기를,
"죄는 만번 죽어 마땅합니다만, 이것으로 자복할 뿐입니다. 본시 사주를 받은 일이 없는데 어떻게 우러러 진달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연거푸 형신(刑訊)을 가하자, 최익남이 말하기를,
"생각하여 보니, 과연 들은 곳이 있었습니다. 금년 정월 무렵에 이성보(李成普)가 찾아와서 신에게 이르기를, ‘내가 심관(沈鑧)을 만나본 바 그의 말이 「정운유의 아룀이 옳다. 그러나 이를테면 최아무개가 이같은 소를 올렸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하였으나, 신은 ‘괴이쩍은 말은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심관이 무엇 때문에 ‘최 아무개가 이 소를 올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였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이성보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심관을 잡아들이라고 명한 다음,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하대부(下大夫)로서 국가가 너에게 무엇을 저버렸기에 이곳에 들어왔는가?"
하니, 심관이 목놓아 울며 말하기를,
"그 죄를 모르겠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이성보를 아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압니다. 이성보가 이따금씩 찾아오던 바 8월 감시(監試) 때에 찾아와서 과장(科場)의 통정(通情)을 청탁하는 까닭에 준엄히 꾸짖어 보내었더니, 그 뒤로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문목(問目)을 읽으라고 명하자, 심관이 말하기를,
"신이 비록 최익남에게 권유하고 싶기로서니 애당초 서로 알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권유를 하였겠으며, 신이 비록 역모의 나쁜 마음을 먹고 있었기로서니 어찌 패악하고 허망한 이성보를 통하여 애당초 상면(相面)도 없는, 요악하기로 이름난 최익남에게 권유를 하였겠습니까? 최익남은 저에게 원노(怨怒)를 품은 일이 있습니다. 어떤 친지가 최익남이 끝내는 반드시 남의 집안과 나라를 해치고 말 것이라는 것으로써 그를 탄핵할 것을 신에게 적극 권유하기에, 신이 그 사람에게 말하기를, ‘사갈(蛇蝎)232) 에게 어떻게 대들 수 있겠오?’ 하였더니, 나중에 최익남이 이 말을 듣고서 저에게 원노를 품은 것입니다. 친지는 바로 구상(具庠)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심관을 석방하라고 명하고, 최익남에게 묻기를,
"행중(行中)에서 읊은 한 구절 시(詩)의 내용은 그 뜻이 망측하니, 이것으로 승복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이는 그의 시 내용에 ‘윤기담신(倫紀擔身)’이라는 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술하기를,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묻기를,
"사주한 자를 다시 바른대로 말하라. 너의 경우는 비록 처형을 한다 하여도 구미호(九尾狐)에 불과하다. 국법이 어찌 세워지겠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이것 역시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역적으로 승복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최익남이 공술하기를,
"모역(謀逆)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무엇이 모역과 다르겠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만약 역적과 같다고 한다면 또한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임금이 말하기를,
"애당초에는 매우 염려하였으나, 이제 비로소 알고 보니 말할 것이 못된다."
하였다. 김치인이 말하기를,
"괴독(怪毒)하기로 이름났다고 하더니, 지금 본 바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 역시 세상을 속이고 분수에 넘치는 명성을 얻은 행위이다."
하였다.
원문
○辛未/上御內司僕, 鞫益男問曰: "汝疏上款語何意?" 益男供: "無他意, 願其展禮也。" 上曰: "此乃亘萬古所無之逆。 必有戊申ㆍ乙亥餘孽指嗾者, 一一直告。" 供曰: "實無指嗾之人, 而見大司諫鄭運維啓辭, 所見略同, 故陳之矣。" 上曰: "運維勸汝乎?" 供曰: "素昧矣。" 上曰: "汝之相親者, 雖有鳳煥ㆍ晢吾輩, 何足爲窩主乎? 此類外必有之, 若直陳, 汝當生矣。" 供曰: "罪當萬死, 以此遲晩。 本無指嗾, 何以仰達?" 連加刑訊, 益男曰: "思之則果有聞處。 今年正月間, 成普來謂臣曰, 吾見沈鑧, 則以爲鄭運維之啓是矣。 如崔某者爲如此疏, 則好矣云, 而臣則曰, 勿爲怪說云矣。" 上曰: "鑧以何故爲此疏則好云耶?" 供曰: "問於成普則可知矣。" 命拿沈鑧, 上曰: "汝以下大夫, 國何負汝, 而入於此庭?" 鑧哭失聲曰: "不知罪矣。" 上曰: "知成普乎?" 供曰: "知之矣。 成普有時或來見, 而八月監試時, 來請科場通情, 故峻責之, 其後更不來矣。" 命讀問目, 鑧曰: "臣雖欲勸益男, 初旣不相識, 何以勸乎? 雖有凶肚逆腸, 豈有因悖惡虛妄之成普, 勸初不相面之妖惡有名益男者乎? 益男有怨怒矣身之事。 一親知以益男終必禍人家國, 力勸臣劾之, 而臣言於其人曰, 何犯蛇蝎乎? 益男後聞此言, 怨惡矣身云矣。 親知卽具庠也。" 上命白放鑧, 問益男曰: "行中一句詩語, 意在不測, 以此遲晩可也。" 蓋以詩中, 有倫紀擔身之語也。 供曰: "遲晩矣。" 上曰: "指嗾者, 更爲直告。 汝則雖正法, 不過九尾狐。 法何立乎?" 供曰: "此亦遲晩矣。" 上曰: "以逆賊遲晩可也。" 益男曰: "謀〔逆〕 則不爲矣。" 上曰: "何異於逆乎?" 供曰: "若以與逆同, 則亦當遲晩矣。" 上曰: "初甚慮之, 今始見之, 不足道也。" 致仁曰: "以怪〔毒〕 有名, 今見不然矣。" 上曰: "此亦欺世盜名矣。"
영조 46년 (1770) 11월 29일
영조실록115권, 영조 46년 11월 29일 신미 1/3 기사 / 1770년 청 건륭(乾隆) 35년
내복시에 나가 최익남을 국문하다
국역
임금이 내사복에 나아가 최익남을 국문하여 묻기를,
"너의 상소 앞부분 말은 무슨 뜻인가?"
하니, 최익남이 공술하기를,
"별다른 뜻은 없고 예법이 행하여지기를 바란 것이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곧 만고에 없는 역적이다. 반드시 무신년230) ·을해년231) 의 여얼(餘孽)로 지주(指嗾)한 자가 있었을 것이니, 낱낱이 바른대로 고하라."
하니, 공술하기를,
"실로 사주한 사람은 없으나 대사간 정운유(鄭運維)의 계사(啓辭)를 본 바 소견이 대략 같기 때문에 진술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정운유가 너에게 권유하던가?"
하니, 공술하기를,
"평소에 모르는 사이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와 서로 친한 자로서 비록 이봉환(李鳳煥)·정석오(鄭晳吾) 무리가 있다고는 하나, 이들이 어떻게 와주(窩主) 노릇을 할 수 있겠는가? 이들 외에 반드시 누군가 있을 것이니, 바른대로 진술할 것 같으면 너는 마땅히 살게 될 것이다."
하니, 공술하기를,
"죄는 만번 죽어 마땅합니다만, 이것으로 자복할 뿐입니다. 본시 사주를 받은 일이 없는데 어떻게 우러러 진달할 수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연거푸 형신(刑訊)을 가하자, 최익남이 말하기를,
"생각하여 보니, 과연 들은 곳이 있었습니다. 금년 정월 무렵에 이성보(李成普)가 찾아와서 신에게 이르기를, ‘내가 심관(沈鑧)을 만나본 바 그의 말이 「정운유의 아룀이 옳다. 그러나 이를테면 최아무개가 이같은 소를 올렸더라면 좋았을텐데」’라고 하였으나, 신은 ‘괴이쩍은 말은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심관이 무엇 때문에 ‘최 아무개가 이 소를 올렸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였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이성보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심관을 잡아들이라고 명한 다음, 임금이 말하기를,
"너는 하대부(下大夫)로서 국가가 너에게 무엇을 저버렸기에 이곳에 들어왔는가?"
하니, 심관이 목놓아 울며 말하기를,
"그 죄를 모르겠습니다."
하므로, 임금이 말하기를,
"이성보를 아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압니다. 이성보가 이따금씩 찾아오던 바 8월 감시(監試) 때에 찾아와서 과장(科場)의 통정(通情)을 청탁하는 까닭에 준엄히 꾸짖어 보내었더니, 그 뒤로는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문목(問目)을 읽으라고 명하자, 심관이 말하기를,
"신이 비록 최익남에게 권유하고 싶기로서니 애당초 서로 알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권유를 하였겠으며, 신이 비록 역모의 나쁜 마음을 먹고 있었기로서니 어찌 패악하고 허망한 이성보를 통하여 애당초 상면(相面)도 없는, 요악하기로 이름난 최익남에게 권유를 하였겠습니까? 최익남은 저에게 원노(怨怒)를 품은 일이 있습니다. 어떤 친지가 최익남이 끝내는 반드시 남의 집안과 나라를 해치고 말 것이라는 것으로써 그를 탄핵할 것을 신에게 적극 권유하기에, 신이 그 사람에게 말하기를, ‘사갈(蛇蝎)232) 에게 어떻게 대들 수 있겠오?’ 하였더니, 나중에 최익남이 이 말을 듣고서 저에게 원노를 품은 것입니다. 친지는 바로 구상(具庠)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심관을 석방하라고 명하고, 최익남에게 묻기를,
"행중(行中)에서 읊은 한 구절 시(詩)의 내용은 그 뜻이 망측하니, 이것으로 승복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이는 그의 시 내용에 ‘윤기담신(倫紀擔身)’이라는 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공술하기를,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묻기를,
"사주한 자를 다시 바른대로 말하라. 너의 경우는 비록 처형을 한다 하여도 구미호(九尾狐)에 불과하다. 국법이 어찌 세워지겠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이것 역시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역적으로 승복하는 것이 좋겠다."
하니, 최익남이 공술하기를,
"모역(謀逆)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무엇이 모역과 다르겠는가?"
하니, 공술하기를,
"만약 역적과 같다고 한다면 또한 승복하겠습니다."
하였다. 이에 임금이 말하기를,
"애당초에는 매우 염려하였으나, 이제 비로소 알고 보니 말할 것이 못된다."
하였다. 김치인이 말하기를,
"괴독(怪毒)하기로 이름났다고 하더니, 지금 본 바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 역시 세상을 속이고 분수에 넘치는 명성을 얻은 행위이다."
하였다.
원문
○辛未/上御內司僕, 鞫益男問曰: "汝疏上款語何意?" 益男供: "無他意, 願其展禮也。" 上曰: "此乃亘萬古所無之逆。 必有戊申ㆍ乙亥餘孽指嗾者, 一一直告。" 供曰: "實無指嗾之人, 而見大司諫鄭運維啓辭, 所見略同, 故陳之矣。" 上曰: "運維勸汝乎?" 供曰: "素昧矣。" 上曰: "汝之相親者, 雖有鳳煥ㆍ晢吾輩, 何足爲窩主乎? 此類外必有之, 若直陳, 汝當生矣。" 供曰: "罪當萬死, 以此遲晩。 本無指嗾, 何以仰達?" 連加刑訊, 益男曰: "思之則果有聞處。 今年正月間, 成普來謂臣曰, 吾見沈鑧, 則以爲鄭運維之啓是矣。 如崔某者爲如此疏, 則好矣云, 而臣則曰, 勿爲怪說云矣。" 上曰: "鑧以何故爲此疏則好云耶?" 供曰: "問於成普則可知矣。" 命拿沈鑧, 上曰: "汝以下大夫, 國何負汝, 而入於此庭?" 鑧哭失聲曰: "不知罪矣。" 上曰: "知成普乎?" 供曰: "知之矣。 成普有時或來見, 而八月監試時, 來請科場通情, 故峻責之, 其後更不來矣。" 命讀問目, 鑧曰: "臣雖欲勸益男, 初旣不相識, 何以勸乎? 雖有凶肚逆腸, 豈有因悖惡虛妄之成普, 勸初不相面之妖惡有名益男者乎? 益男有怨怒矣身之事。 一親知以益男終必禍人家國, 力勸臣劾之, 而臣言於其人曰, 何犯蛇蝎乎? 益男後聞此言, 怨惡矣身云矣。 親知卽具庠也。" 上命白放鑧, 問益男曰: "行中一句詩語, 意在不測, 以此遲晩可也。" 蓋以詩中, 有倫紀擔身之語也。 供曰: "遲晩矣。" 上曰: "指嗾者, 更爲直告。 汝則雖正法, 不過九尾狐。 法何立乎?" 供曰: "此亦遲晩矣。" 上曰: "以逆賊遲晩可也。" 益男曰: "謀〔逆〕 則不爲矣。" 上曰: "何異於逆乎?" 供曰: "若以與逆同, 則亦當遲晩矣。" 上曰: "初甚慮之, 今始見之, 不足道也。" 致仁曰: "以怪〔毒〕 有名, 今見不然矣。" 上曰: "此亦欺世盜名矣。"
원본
영조 46년 (1770) 11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