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조실록25권, 순조 22년 10월 19일 庚申 2/2 기사 / 1822년 청 도광(道光) 2년
제주·대정·정의 백성들에게 위유하는 교서를 내리다
국역
제주·대정(大靜)·정의(旌義) 백성들에게 유시하였다. 그 교서에,
"아! 너희 탐라의 백성들이여. 너희들이 사는 곳은 큰 바다 건너 외딴섬의 먼 고장이다. 굶주리면 먹여주기를 기대하지마는 혜택이 미치지 않았고, 궁핍하면 구제해 주기를 기다렸지마는 인정(仁政)을 베풀 겨를이 없었다.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어린아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을 때 항상 품에 있는 아이보다 먼저 울면 젖주고 싶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심정과 같아, 남쪽을 바라보는 일념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유행의 괴질(怪疾)이 천리의 바다 밖에까지 넘어가 마을에서 마을로 전염되어 마치 불이 들판을 태우듯이 한 바람에 3읍(三邑)의 사망자가 거의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아! 이게 무슨 재앙이란 말인가? 예로부터 너희들의 고장은 수성(壽星)이 비쳐 거주민들이 질병이 적다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번 재앙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진실로 내가 덕이 없어 상서로운 기운을 이끌어 먼 곳까지 널리 감싸주지 못한 소치이므로, 두렵고 놀라워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아! 사망자가 속출할 때에는 베로 염하기도 어려울 터인데 널에 넣은 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너희가 살아서는 제대로 살지 못하였고 너희가 죽어서는 한(恨)만 지니고 가게 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애처롭게 여기는 바이다. 산에 있는 초빈(草殯)은 여우들이 짓밟고 골짜기에 묻은 시체는 비바람에 떠내려갈 터인데 혹시라도 뼈를 묻는 정사를 소홀히 한다면 너희가 필시 이마에 땀이 나는 아픔이 있을 것이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측은하게 여기는 바이다. 비록 돌림병의 기세가 사그라져 마을이 다소 깨끗해졌다고는 하나, 의지할 데 없는 홀아비나 홀어미는 누구를 믿고 살며 젖을 잃은 어린아이는 누가 보호해 기를 것인가? 죽은 사람은 물론 불쌍하지만 산 사람도 더욱 가련하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딱하게 여기는 바이다. 병을 치료하다가 살림을 없애지는 않았는가? 수확할 때에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목사의 장계를 본 뒤로는 너희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고 신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여 병침(丙枕)082) 에 촛불을 켜고 날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특별히 사헌부 집의 조정화(趙庭和)를 위유 어사로 삼아 내려 보내어 나의 진심에서 나온 유시를 반포하게 하고, 아울러 목사와 함께 제사를 지내어 위안하게 하고 겸하여 너희들의 고통을 살피고 오게 하였다. 아! 멀고 가까움이 없이 동일하게 자식처럼 보는 것이 나의 심정이고, 재해나 충해가 있어 혹시라도 추수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염려이다. 너희들은 큰 바다가 가로막혔다고 여기지 말고 내지와 같이 자처하여, 다함께 인천(仁天)의 감싸줌을 입고 서로 세업(世業)에 힘쓰며, 혼비 백산한 중에서도 정신을 수습하고 울부짖는 사이에서도 목숨을 보전하여 서로 거처를 안정하여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깊이 바라는 바이다. 이밖에 궁핍을 돕는 정사나 폐막을 구제하는 방편을 어사가 돌아와 보고하면 재량해 처리할 것이니, 너희 백성들은 나의 이 뜻을 알도록 하라."
하였다. 【승지 조종영(趙鍾永)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211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082] 병침(丙枕) : 하룻밤을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의 오야(吾冶)로 나눈 것 중의 셋째 시각, 곧 오후 11시부터 상오 1시 사이로 임금이 잠자리에 들던 시각. 삼경(三更).
원문
○諭濟州、大靜、旌義民人等, 敎曰: "咨爾耽羅民人, 爾所居, 卽重溟一島逖矣之鄕也。 飢焉待哺而惠不及施, 窮斯望濟而仁不暇恤。 譬如置赤子於所不見之地, 而乳其啼摩其痛, 常欲先之於襁褓之在抱者, 南顧一念, 憧憧于心。 不意輪行乖沴之疾, 踔及風濤千里之外。 村傳里染。 若火燎原, 三邑死亡, 幾至數千, 噫嘻! 此何災也? 爾鄕自古稱壽星所照, 居民少疾病, 而今者之災, 一至此極, 亮由予否德, 不克導迎祥和之氣, 以遐覃而廣庇之也, 怵焉驚心, 無以爲懷。 嗚呼! 方其死亡之相續也, 綿絮以斂之, 亦云孔艱, 槥櫝以藏之, 能者幾希? 生不得致爾之養。 沒焉而齎爾之恨。 是〔予〕 之傷憐爾也。 山殯於狐狸之跡, 谷瘞於風雨之衝, 如或忽掩骼之政, 則爾必有沘顙之痛, 是予之慘惻爾也。 雖其毒焰旣熄, 閭里稍淨, 而鰥寡無依, 疇賴而活, 嬰孩失哺, 疇保而育? 死固可惻, 生亦益悲, 是予之悶恤爾也。 救療之餘, 得無匱産歟? 收穫之際, 能免愆農歟? 自見本牧之馳啓, 惟爾哀號之聲, 如入于耳, 吟呻之容, 如在于目, 丙枕呼燭, 明發不寐。 特命司憲府執義趙庭和, 爲慰諭御史, 往布予敷心之諭, 仍與本牧, 設祭以慰安之, 兼察爾等疾苦以來。 噫! 無遠無邇, 均視如子, 惟予之情也, 有災有傷, 恐或不獲, 亦惟予之念也。 爾等無阻以滄溟, 自處以內服, 咸被仁覆, 相勉世業, 收神於驚褫之餘, 保命於號咷之間, 胥奠厥居, 以安〔以〕 謐, 是予之所深望於爾等者也。 自餘恤窮之政, 救瘼之方, 待御史回奏, 當有裁處, 咨爾民人, 須知予此意。" 【承旨趙鐘永製。】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211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순조 22년 (1822) 10월 19일
순조실록25권, 순조 22년 10월 19일 庚申 2/2 기사 / 1822년 청 도광(道光) 2년
제주·대정·정의 백성들에게 위유하는 교서를 내리다
국역
제주·대정(大靜)·정의(旌義) 백성들에게 유시하였다. 그 교서에,
"아! 너희 탐라의 백성들이여. 너희들이 사는 곳은 큰 바다 건너 외딴섬의 먼 고장이다. 굶주리면 먹여주기를 기대하지마는 혜택이 미치지 않았고, 궁핍하면 구제해 주기를 기다렸지마는 인정(仁政)을 베풀 겨를이 없었다. 이를 비유하자면, 마치 어린아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 두었을 때 항상 품에 있는 아이보다 먼저 울면 젖주고 싶고 어루만져 주고 싶은 심정과 같아, 남쪽을 바라보는 일념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에 유행의 괴질(怪疾)이 천리의 바다 밖에까지 넘어가 마을에서 마을로 전염되어 마치 불이 들판을 태우듯이 한 바람에 3읍(三邑)의 사망자가 거의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아! 이게 무슨 재앙이란 말인가? 예로부터 너희들의 고장은 수성(壽星)이 비쳐 거주민들이 질병이 적다고 일컬어지고 있는데, 이번 재앙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진실로 내가 덕이 없어 상서로운 기운을 이끌어 먼 곳까지 널리 감싸주지 못한 소치이므로, 두렵고 놀라워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아! 사망자가 속출할 때에는 베로 염하기도 어려울 터인데 널에 넣은 자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너희가 살아서는 제대로 살지 못하였고 너희가 죽어서는 한(恨)만 지니고 가게 하였으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애처롭게 여기는 바이다. 산에 있는 초빈(草殯)은 여우들이 짓밟고 골짜기에 묻은 시체는 비바람에 떠내려갈 터인데 혹시라도 뼈를 묻는 정사를 소홀히 한다면 너희가 필시 이마에 땀이 나는 아픔이 있을 것이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측은하게 여기는 바이다. 비록 돌림병의 기세가 사그라져 마을이 다소 깨끗해졌다고는 하나, 의지할 데 없는 홀아비나 홀어미는 누구를 믿고 살며 젖을 잃은 어린아이는 누가 보호해 기를 것인가? 죽은 사람은 물론 불쌍하지만 산 사람도 더욱 가련하니, 이것이 내가 너희를 딱하게 여기는 바이다. 병을 치료하다가 살림을 없애지는 않았는가? 수확할 때에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목사의 장계를 본 뒤로는 너희들의 울부짖는 소리가 귀에 들리는 듯하고 신음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여 병침(丙枕)082) 에 촛불을 켜고 날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이에 특별히 사헌부 집의 조정화(趙庭和)를 위유 어사로 삼아 내려 보내어 나의 진심에서 나온 유시를 반포하게 하고, 아울러 목사와 함께 제사를 지내어 위안하게 하고 겸하여 너희들의 고통을 살피고 오게 하였다. 아! 멀고 가까움이 없이 동일하게 자식처럼 보는 것이 나의 심정이고, 재해나 충해가 있어 혹시라도 추수를 하지 못했을까 하는 것이 나의 염려이다. 너희들은 큰 바다가 가로막혔다고 여기지 말고 내지와 같이 자처하여, 다함께 인천(仁天)의 감싸줌을 입고 서로 세업(世業)에 힘쓰며, 혼비 백산한 중에서도 정신을 수습하고 울부짖는 사이에서도 목숨을 보전하여 서로 거처를 안정하여 편안하게 살아가는 것이, 내가 너희들에게 깊이 바라는 바이다. 이밖에 궁핍을 돕는 정사나 폐막을 구제하는 방편을 어사가 돌아와 보고하면 재량해 처리할 것이니, 너희 백성들은 나의 이 뜻을 알도록 하라."
하였다. 【승지 조종영(趙鍾永)이 지었다.】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211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082] 병침(丙枕) : 하룻밤을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의 오야(吾冶)로 나눈 것 중의 셋째 시각, 곧 오후 11시부터 상오 1시 사이로 임금이 잠자리에 들던 시각. 삼경(三更).
원문
○諭濟州、大靜、旌義民人等, 敎曰: "咨爾耽羅民人, 爾所居, 卽重溟一島逖矣之鄕也。 飢焉待哺而惠不及施, 窮斯望濟而仁不暇恤。 譬如置赤子於所不見之地, 而乳其啼摩其痛, 常欲先之於襁褓之在抱者, 南顧一念, 憧憧于心。 不意輪行乖沴之疾, 踔及風濤千里之外。 村傳里染。 若火燎原, 三邑死亡, 幾至數千, 噫嘻! 此何災也? 爾鄕自古稱壽星所照, 居民少疾病, 而今者之災, 一至此極, 亮由予否德, 不克導迎祥和之氣, 以遐覃而廣庇之也, 怵焉驚心, 無以爲懷。 嗚呼! 方其死亡之相續也, 綿絮以斂之, 亦云孔艱, 槥櫝以藏之, 能者幾希? 生不得致爾之養。 沒焉而齎爾之恨。 是〔予〕 之傷憐爾也。 山殯於狐狸之跡, 谷瘞於風雨之衝, 如或忽掩骼之政, 則爾必有沘顙之痛, 是予之慘惻爾也。 雖其毒焰旣熄, 閭里稍淨, 而鰥寡無依, 疇賴而活, 嬰孩失哺, 疇保而育? 死固可惻, 生亦益悲, 是予之悶恤爾也。 救療之餘, 得無匱産歟? 收穫之際, 能免愆農歟? 自見本牧之馳啓, 惟爾哀號之聲, 如入于耳, 吟呻之容, 如在于目, 丙枕呼燭, 明發不寐。 特命司憲府執義趙庭和, 爲慰諭御史, 往布予敷心之諭, 仍與本牧, 設祭以慰安之, 兼察爾等疾苦以來。 噫! 無遠無邇, 均視如子, 惟予之情也, 有災有傷, 恐或不獲, 亦惟予之念也。 爾等無阻以滄溟, 自處以內服, 咸被仁覆, 相勉世業, 收神於驚褫之餘, 保命於號咷之間, 胥奠厥居, 以安〔以〕 謐, 是予之所深望於爾等者也。 自餘恤窮之政, 救瘼之方, 待御史回奏, 當有裁處, 咨爾民人, 須知予此意。" 【承旨趙鐘永製。】
- 【태백산사고본】 25책 25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48책 211면
- 【분류】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원본
순조 22년 (1822)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