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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31권, 숙종 23년 12월 6일 壬子 2/2 기사 / 1697년 청 강희(康熙) 36년

대사간 한성우가 무지개의 변고로 경계를 진달하다

국역

대사간 한성우(韓聖佑)가 무지개의 변고 때문에 상소하여 경계를 진달하고, 인해서 시정(時政)의 잘하고 못한 점을 논하였는데, 그 대략에 이르기를,

"노는 데에 팔려 일을 게을리하는 조짐이 날마다 달마다 점점 자라서 종용(慫慂)하는 말은 앞에서 행해지는데, 정대(正大)한 의논은 뒤에서도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여항(閭巷)의 사람들도 매우 빨리 돌아온다는 경계(警戒)338) 가 없지 않은데, 진신(搢紳)은 모두 우선 당장 편한 것만을 취하는 계책(計策)을 품고 있고, 대관(大官)은 일을 담당하는 의지가 부족하고, 소관(小官)은 노닐려는 마음만 있으니, 글을 올려 아뢰는 즈음에도 말하는 것이 살펴볼 만해도 묘당(廟堂)에서의 시행과 조치는 적당함을 잃어버려 기강(紀綱)이 이미 무너졌어도 유지(維持)시킬 계책이 없고, 윤상(倫常)이 거의 없어졌지만 부지(扶持)할 사람조차 없습니다. 일찍이 바야흐로 넘어질 상황이 조석(朝夕)에 임박해 있는 것을 일찍이 깨닫지 못하였으므로, 하늘이 이렇게 놀랄 만한 변고(變故)를 나타낸 것입니다.

옛날 은(殷)나라 때 상곡(桑穀)339) 과 구치(雊雉)340) 의 변고가 바로 고종(高宗)의 장구(長久)한 사업을 열게 하였습니다. 이윤(伊尹)341) 이 태갑(太甲)에게 경계하기를, ‘덕(德)이 순일(純一)하면 움직이는 데마다 길(吉)하지 않음이 없고, 덕이 여러 갈래이면 움직이는 데마다 흉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고종이 몹시 두려워한 마음으로 힘을 쓰고, 이윤의 순일한 훈계를 생각하소서. 그리고 주자(朱子)가 치도(治道)를 논하거나 가생(賈生)342) 의 치안(治安)에 관한 대책은 모두 태자(太子)를 도와서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을 시급한 업무로 삼았습니다. 지난번에 서연관(書筵官)의 선임은 보좌하며 양육하는 기구가 허술하지 않다고 말한 만한데, 이미 선임한 뒤로 한 사람도 좌우(左右)에 배치하여 두지 않으니, 애당초 본래의 뜻과 어쩌면 한결같이 어긋나게 하십니까?

그리고 조강(朝講)과 주강(晝講)에 원임 대신(原任大臣)이 서로 번갈아가며 입시(入侍)하는 전례를 폐(廢)한 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양사(兩司)의 관원도 어전(御前)에 나와서 일을 아뢰는 규정이 있는데, 요즈음에는 일부러 강독(講讀)이 파(罷)하기를 기다렸다가 날이 저문 뒤에야 대청(臺廳)으로 나아가니, 삼공(三公)이 경연(經筵)을 주도하고 양사에서 윤번으로 입시(入侍)하는 의미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신하는 반드시 명분과 절개로 자중(自重)해야 하며, 임금은 반드시 명분과 절개로 양성(養成)한 연후에야 임금과 신하가 저절로 서로 맺어지는 도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영의정이 어느 대간(臺諫)의 상소를 인하여 책임을 지고 교외(郊外)로 나아갔다가 곧바로 조정에 돌아왔으니, 경솔하게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 대하여 보고 듣는 이가 놀라와하며 의혹을 가집니다. 이 어찌 대신이 스스로 처신하는 도리가 이와 같이 정중하지 못합니까? 구양수(歐陽修)는 말하기를,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의 일거일동은 사람들이 모두 본받는다.’고 하였으며,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사대부(士大夫)가 스스로 처신하는 것이 잘하고 못함은 풍속의 융성과 쇠퇴에 관계된다.’고 하였습니다. 애석합니다. 대신이 일찍이 이 뜻을 강론(講論)하지 못함이여! 옛날 조종(祖宗) 때에는 조정에서 벼슬하는 자가 선물을 가지고 권세가의 문(門)에 이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며, 외방에 있는 자가 뇌물 꾸러미를 가지고 도성(都城)에 들어오는 것을 수치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한 번 외임(外任)을 겪으면 재물 탐하는 것을 일삼아 집을 짓기도 하고 전토(田土)를 차지하기도 하면서 편안히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며, 대각(臺閣)에서 논한 것을 반드시 변명하고 구원하려고 도모하여, 염문해서 열거한 것을 도리어 죄가 없다고 판명되는 데로 돌아가게 하니, 이와 같이 하고서도 방정한 품행과 견실한 절조를 장려하여 기강(紀綱) 세우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대저 천하(天下)의 일은 단지 한쪽이 옳으면 한쪽은 그른 것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옳은 것은 남도 옳게 여기고 그른 것은 남도 그르게 여기는 것이 바야흐로 자연(自然)의 평정(平正)함입니다. 그런데 한 번 논의(論議)가 양쪽으로 대립이 된 뒤에는 자기 의견과 동일하거나 틀리는 것으로 좋아하거나 미워하게 되며,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것으로 사랑하고 증오하게 되어, 마침내 화평(和平)한 데로 합쳐지지 않아 국가의 일이 날마다 그릇되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 모두 ‘내가 공정하다.’는 전교는 실로 신료(臣僚)들에게 급소를 찌른 통렬한 경계가 되었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조정을 바로잡는 근본은 표준(標準)을 삼는다면, 붕비(朋比)343) 를 무엇 때문에 걱정하며, 시비(是非)를 무엇 때문에 근심하며, 재해(災害)와 이변(異變)을 무엇 때문에 염려하겠습니까?"

하였는데, 답하기를,

"근심하고 아끼는 정성은 아름답다고 일컫기에 충분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주강(晝講)은 조강(朝講)과 달라 영사(領事)가 입시하는 규정이 없다. 그리고 수상(首相)이 곤욕을 당한 것은 절대로 실정 밖의 일로서, 시사(時事)가 위태로운데 푸대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군신(君臣) 간의 대의(大義)로 겨우 소원한 마음을 돌려 놓았는데, 진퇴(進退)가 경솔하고 여러 사람이 듣고 보는데 놀랍고 의혹스럽다는 말이 어찌하여 나왔는가? 심지어 대신이 이 뜻을 강구하지 않았으므로 애석하다고 한 것은 드러나게 온통 비난하는 뜻이 있으니, 화평(和平)하는 도리에 크게 흠이 된다."

하였다.

  • [註 338] 매우 빨리 돌아온다는 경계(警戒) : 《노자(老子)》 2권 30장에 보면, "도(道)로써 임금을 보좌하는 자는 군사로써 천하를 강성하게 하지 않으니, 그 일이 빨리 돌아오기 때문이다.[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하였는데, 그 일이란 군사를 일으켜 천하를 정복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여러 가지 모양의 재앙이 곧바로 뒤따른다는 것을 가리킴.
  • [註 339] 상곡(桑穀) : 은(殷)나라 중종(中宗) 때 뜰에서 뽕나무와 닥나무가 엉켜 붙어 생겨난 지 하룻 만에 두 손아귀에 차도록 자란 요사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당시의 현신(賢臣) 이척(伊陟)이 말하기를, "요괴는 덕을 이기지 못하니, 임금께서는 덕을 닦으소서." 하므로, 중종이 선왕의 선정(善政)을 본받아 행하자, 이틀 만에 그 나무가 말라 죽고, 은나라에 왕도(王道)가 부흥했다는 고사(故事).
  • [註 340] 구치(雊雉) :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융제(肜祭)를 지내는 날 꿩이 나타나 울자, 조기(祖己)가 말하기를, "먼저 임금님을 바로잡으면 그 일도 바로잡힐 것입니다." 하고 덕을 닦기를 청한 일. 그 당시에는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든가, 일식·월식·지진 등의 변괴(變怪)가 나타나면, 하늘이 임금에게 경계하는 것으로 믿었는데, 여기에서처럼 제사지낼 때 꿩이 나타나 운 것도 변괴라고 믿었기 때문임.
  • [註 341] 이윤(伊尹) : 은(殷)나라 때 현신.
  • [註 342] 가생(賈生) : 전한(前漢) 때의 학자 가의(賈誼).
  • [註 343] 붕비(朋比) : 붕당을 지어 자기 편을 두둔함.

원문

○大司諫韓聖佑, 以虹變上疏陳戒, 仍論時政得失。 其略曰:

豫怠之漸, 日滋月長, 慫慂之言, 得售於前, 正大之論, 莫容於後。 閭巷之人, 不無好還之戒, 搢紳之士, 皆懷姑息之計, 大官乏擔當之志, 小官有游泛之心, 章奏之間, 言語可觀, 而廟堂之上, 施措失宜, 紀綱已壞, 維持無策, 倫常幾泯, 扶持無人。 曾不悟方蹶之狀, 迫在朝夕, 故惟天出此可愕之變。 昔桑穀、雊雉, 乃啓高宗長久之業。 伊尹戒太甲曰: "德惟一, 動罔不吉; 德二三, 動罔不凶。" 伏願以高宗恐懼之心勉之, 以伊尹純一之訓念之。 朱子之論治道, 賈生之策治安, 皆以輔翼太子爲急務。 頃者書筵官之選, 輔養之具, 可謂不踈, 而旣選之後, 無一人置在左右, 與當初本意, 一何相左? 朝、晝講, 原任大臣迭相入侍之例, 廢而不行, 兩司之官, 亦有至前奏事之規, 而近日故待罷講, 日晩詣臺, 三公領筵, 兩司輪侍之意, 果安在哉? 臣必以名節自重, 君必以名節養成然後, 君臣自有相契之道, 而乃者領揆, 因一臺疏, 引咎出郊, 旋卽還朝, 進退輕遽, 瞻聆駭惑。 是何大臣自處之道, 若是不重耶? (歐陽脩)〔歐陽修〕 曰: "近臣擧動, 人皆儀法。" 朱子曰: "士大夫自處之得失, 關風俗盛衰。" 惜乎! 大臣曾不講斯義也。 在昔祖宗時, 位于朝者, 以饋遺及門爲恥, 居于外者, 以苞苴入都爲羞。 近來一經外任, 貪饕是事, 起第宅占田土, 恬不爲怪, 臺閣所論, 必圖伸救, 廉問所列, 反歸白脫。 如此而其可望勵廉隅而立紀綱乎? 夫天下事, 只有一是一非。 是者還他是, 非者還他非, 方是自然之平, 而一自論議兩立之後, 以同異爲好惡, 好惡爲愛憎, 終無以一於和平而國事日非。 殿下具曰予公之敎, 實爲臣僚頂門一針。 臣則以爲正朝廷之本, 惟在正君心, 若一正此心, 以爲標準, 則何憂乎朋比, 何患乎是非, 何慮乎災異也?

答曰: "憂愛之誠, 有足多者, 可不體念? 第晝講異於朝講, 無領事入侍之規矣。 首相所遭, 萬萬情外, 時事岌嶪, 不宜恝視, 故勉以君臣大義, 纔回遐心, 輕遽駭惑之說, 奚爲而發? 至於惜乎大臣曾不講此義云者, 顯有譏切之意, 大欠和平之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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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31권, 숙종 23년 12월 6일 壬子 2/2 기사 / 1697년 청 강희(康熙) 36년

대사간 한성우가 무지개의 변고로 경계를 진달하다

국역

대사간 한성우(韓聖佑)가 무지개의 변고 때문에 상소하여 경계를 진달하고, 인해서 시정(時政)의 잘하고 못한 점을 논하였는데, 그 대략에 이르기를,

"노는 데에 팔려 일을 게을리하는 조짐이 날마다 달마다 점점 자라서 종용(慫慂)하는 말은 앞에서 행해지는데, 정대(正大)한 의논은 뒤에서도 용납이 되지 않습니다. 여항(閭巷)의 사람들도 매우 빨리 돌아온다는 경계(警戒)338) 가 없지 않은데, 진신(搢紳)은 모두 우선 당장 편한 것만을 취하는 계책(計策)을 품고 있고, 대관(大官)은 일을 담당하는 의지가 부족하고, 소관(小官)은 노닐려는 마음만 있으니, 글을 올려 아뢰는 즈음에도 말하는 것이 살펴볼 만해도 묘당(廟堂)에서의 시행과 조치는 적당함을 잃어버려 기강(紀綱)이 이미 무너졌어도 유지(維持)시킬 계책이 없고, 윤상(倫常)이 거의 없어졌지만 부지(扶持)할 사람조차 없습니다. 일찍이 바야흐로 넘어질 상황이 조석(朝夕)에 임박해 있는 것을 일찍이 깨닫지 못하였으므로, 하늘이 이렇게 놀랄 만한 변고(變故)를 나타낸 것입니다.

옛날 은(殷)나라 때 상곡(桑穀)339) 과 구치(雊雉)340) 의 변고가 바로 고종(高宗)의 장구(長久)한 사업을 열게 하였습니다. 이윤(伊尹)341) 이 태갑(太甲)에게 경계하기를, ‘덕(德)이 순일(純一)하면 움직이는 데마다 길(吉)하지 않음이 없고, 덕이 여러 갈래이면 움직이는 데마다 흉하지 않음이 없다.’고 하였습니다. 삼가 원하건대, 고종이 몹시 두려워한 마음으로 힘을 쓰고, 이윤의 순일한 훈계를 생각하소서. 그리고 주자(朱子)가 치도(治道)를 논하거나 가생(賈生)342) 의 치안(治安)에 관한 대책은 모두 태자(太子)를 도와서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는 것을 시급한 업무로 삼았습니다. 지난번에 서연관(書筵官)의 선임은 보좌하며 양육하는 기구가 허술하지 않다고 말한 만한데, 이미 선임한 뒤로 한 사람도 좌우(左右)에 배치하여 두지 않으니, 애당초 본래의 뜻과 어쩌면 한결같이 어긋나게 하십니까?

그리고 조강(朝講)과 주강(晝講)에 원임 대신(原任大臣)이 서로 번갈아가며 입시(入侍)하는 전례를 폐(廢)한 채 시행하지 않고 있으며, 양사(兩司)의 관원도 어전(御前)에 나와서 일을 아뢰는 규정이 있는데, 요즈음에는 일부러 강독(講讀)이 파(罷)하기를 기다렸다가 날이 저문 뒤에야 대청(臺廳)으로 나아가니, 삼공(三公)이 경연(經筵)을 주도하고 양사에서 윤번으로 입시(入侍)하는 의미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신하는 반드시 명분과 절개로 자중(自重)해야 하며, 임금은 반드시 명분과 절개로 양성(養成)한 연후에야 임금과 신하가 저절로 서로 맺어지는 도리가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영의정이 어느 대간(臺諫)의 상소를 인하여 책임을 지고 교외(郊外)로 나아갔다가 곧바로 조정에 돌아왔으니, 경솔하게 나아가고 물러나는 데 대하여 보고 듣는 이가 놀라와하며 의혹을 가집니다. 이 어찌 대신이 스스로 처신하는 도리가 이와 같이 정중하지 못합니까? 구양수(歐陽修)는 말하기를, ‘임금을 가까이 모시는 신하의 일거일동은 사람들이 모두 본받는다.’고 하였으며, 주자(朱子)는 말하기를, ‘사대부(士大夫)가 스스로 처신하는 것이 잘하고 못함은 풍속의 융성과 쇠퇴에 관계된다.’고 하였습니다. 애석합니다. 대신이 일찍이 이 뜻을 강론(講論)하지 못함이여! 옛날 조종(祖宗) 때에는 조정에서 벼슬하는 자가 선물을 가지고 권세가의 문(門)에 이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으며, 외방에 있는 자가 뇌물 꾸러미를 가지고 도성(都城)에 들어오는 것을 수치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에 와서는 한 번 외임(外任)을 겪으면 재물 탐하는 것을 일삼아 집을 짓기도 하고 전토(田土)를 차지하기도 하면서 편안히 괴이하게 여기지 않으며, 대각(臺閣)에서 논한 것을 반드시 변명하고 구원하려고 도모하여, 염문해서 열거한 것을 도리어 죄가 없다고 판명되는 데로 돌아가게 하니, 이와 같이 하고서도 방정한 품행과 견실한 절조를 장려하여 기강(紀綱) 세우기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대저 천하(天下)의 일은 단지 한쪽이 옳으면 한쪽은 그른 것이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옳은 것은 남도 옳게 여기고 그른 것은 남도 그르게 여기는 것이 바야흐로 자연(自然)의 평정(平正)함입니다. 그런데 한 번 논의(論議)가 양쪽으로 대립이 된 뒤에는 자기 의견과 동일하거나 틀리는 것으로 좋아하거나 미워하게 되며, 좋아하거나 미워하는 것으로 사랑하고 증오하게 되어, 마침내 화평(和平)한 데로 합쳐지지 않아 국가의 일이 날마다 그릇되게 될 것입니다. 전하께서 모두 ‘내가 공정하다.’는 전교는 실로 신료(臣僚)들에게 급소를 찌른 통렬한 경계가 되었습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조정을 바로잡는 근본은 표준(標準)을 삼는다면, 붕비(朋比)343) 를 무엇 때문에 걱정하며, 시비(是非)를 무엇 때문에 근심하며, 재해(災害)와 이변(異變)을 무엇 때문에 염려하겠습니까?"

하였는데, 답하기를,

"근심하고 아끼는 정성은 아름답다고 일컫기에 충분하니,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만 주강(晝講)은 조강(朝講)과 달라 영사(領事)가 입시하는 규정이 없다. 그리고 수상(首相)이 곤욕을 당한 것은 절대로 실정 밖의 일로서, 시사(時事)가 위태로운데 푸대접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군신(君臣) 간의 대의(大義)로 겨우 소원한 마음을 돌려 놓았는데, 진퇴(進退)가 경솔하고 여러 사람이 듣고 보는데 놀랍고 의혹스럽다는 말이 어찌하여 나왔는가? 심지어 대신이 이 뜻을 강구하지 않았으므로 애석하다고 한 것은 드러나게 온통 비난하는 뜻이 있으니, 화평(和平)하는 도리에 크게 흠이 된다."

하였다.

  • [註 338] 매우 빨리 돌아온다는 경계(警戒) : 《노자(老子)》 2권 30장에 보면, "도(道)로써 임금을 보좌하는 자는 군사로써 천하를 강성하게 하지 않으니, 그 일이 빨리 돌아오기 때문이다.[以道佐人主者 不以兵强天下 其事好還]." 하였는데, 그 일이란 군사를 일으켜 천하를 정복한다 하더라도 반드시 여러 가지 모양의 재앙이 곧바로 뒤따른다는 것을 가리킴.
  • [註 339] 상곡(桑穀) : 은(殷)나라 중종(中宗) 때 뜰에서 뽕나무와 닥나무가 엉켜 붙어 생겨난 지 하룻 만에 두 손아귀에 차도록 자란 요사스러운 일이 있었는데, 당시의 현신(賢臣) 이척(伊陟)이 말하기를, "요괴는 덕을 이기지 못하니, 임금께서는 덕을 닦으소서." 하므로, 중종이 선왕의 선정(善政)을 본받아 행하자, 이틀 만에 그 나무가 말라 죽고, 은나라에 왕도(王道)가 부흥했다는 고사(故事).
  • [註 340] 구치(雊雉) : 은(殷)나라 고종(高宗)이 융제(肜祭)를 지내는 날 꿩이 나타나 울자, 조기(祖己)가 말하기를, "먼저 임금님을 바로잡으면 그 일도 바로잡힐 것입니다." 하고 덕을 닦기를 청한 일. 그 당시에는 하늘에 혜성이 나타나든가, 일식·월식·지진 등의 변괴(變怪)가 나타나면, 하늘이 임금에게 경계하는 것으로 믿었는데, 여기에서처럼 제사지낼 때 꿩이 나타나 운 것도 변괴라고 믿었기 때문임.
  • [註 341] 이윤(伊尹) : 은(殷)나라 때 현신.
  • [註 342] 가생(賈生) : 전한(前漢) 때의 학자 가의(賈誼).
  • [註 343] 붕비(朋比) : 붕당을 지어 자기 편을 두둔함.

원문

○大司諫韓聖佑, 以虹變上疏陳戒, 仍論時政得失。 其略曰:

豫怠之漸, 日滋月長, 慫慂之言, 得售於前, 正大之論, 莫容於後。 閭巷之人, 不無好還之戒, 搢紳之士, 皆懷姑息之計, 大官乏擔當之志, 小官有游泛之心, 章奏之間, 言語可觀, 而廟堂之上, 施措失宜, 紀綱已壞, 維持無策, 倫常幾泯, 扶持無人。 曾不悟方蹶之狀, 迫在朝夕, 故惟天出此可愕之變。 昔桑穀、雊雉, 乃啓高宗長久之業。 伊尹戒太甲曰: "德惟一, 動罔不吉; 德二三, 動罔不凶。" 伏願以高宗恐懼之心勉之, 以伊尹純一之訓念之。 朱子之論治道, 賈生之策治安, 皆以輔翼太子爲急務。 頃者書筵官之選, 輔養之具, 可謂不踈, 而旣選之後, 無一人置在左右, 與當初本意, 一何相左? 朝、晝講, 原任大臣迭相入侍之例, 廢而不行, 兩司之官, 亦有至前奏事之規, 而近日故待罷講, 日晩詣臺, 三公領筵, 兩司輪侍之意, 果安在哉? 臣必以名節自重, 君必以名節養成然後, 君臣自有相契之道, 而乃者領揆, 因一臺疏, 引咎出郊, 旋卽還朝, 進退輕遽, 瞻聆駭惑。 是何大臣自處之道, 若是不重耶? (歐陽脩)〔歐陽修〕 曰: "近臣擧動, 人皆儀法。" 朱子曰: "士大夫自處之得失, 關風俗盛衰。" 惜乎! 大臣曾不講斯義也。 在昔祖宗時, 位于朝者, 以饋遺及門爲恥, 居于外者, 以苞苴入都爲羞。 近來一經外任, 貪饕是事, 起第宅占田土, 恬不爲怪, 臺閣所論, 必圖伸救, 廉問所列, 反歸白脫。 如此而其可望勵廉隅而立紀綱乎? 夫天下事, 只有一是一非。 是者還他是, 非者還他非, 方是自然之平, 而一自論議兩立之後, 以同異爲好惡, 好惡爲愛憎, 終無以一於和平而國事日非。 殿下具曰予公之敎, 實爲臣僚頂門一針。 臣則以爲正朝廷之本, 惟在正君心, 若一正此心, 以爲標準, 則何憂乎朋比, 何患乎是非, 何慮乎災異也?

答曰: "憂愛之誠, 有足多者, 可不體念? 第晝講異於朝講, 無領事入侍之規矣。 首相所遭, 萬萬情外, 時事岌嶪, 不宜恝視, 故勉以君臣大義, 纔回遐心, 輕遽駭惑之說, 奚爲而發? 至於惜乎大臣曾不講此義云者, 顯有譏切之意, 大欠和平之道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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