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실록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거센 신하의 흉악한 잔당이 감히 폐인(廢人)을 신구(伸救)하는 자는 역률(逆律)로 논단(論斷)하겠다고 명백히 중외(中外)에 포고하였는데, 이것은 오로지 신설(伸雪)하고 복위(復位)하여 우리 나라의 일을 어지럽히는 것을 엄히 막으려는 데에서 나온 것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임금은 이러한 일에 대하여 이미 죄를 밝혀 폐출(廢黜)하였더라도 반드시 참작하여 선처하고 은위(恩威)를 아울러 베풀어서 너그러이 용서하는 도리를 손상하지 않았다. 지난 해에 한 대신(大臣)이 폐인을 별궁(別宮)으로 옮겨 두자는 일로 차자(箚子)를 올리기에 윤허한 바 있었으나, 다시 생각하니 폐치(廢置)한 지 오래지 않고 세자가 아직 아보(阿保)¹⁰⁷⁾ 를 떠나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처분하는 것은 너무 갑작스러움을 면하지 못하므로, 우선 정침하고 시행하지 않았다. 이제는 은례(恩禮)가 아주 없을 수 없으니, 해조(該曹)를 시켜 별궁에 옮겨두고 수직(守直)하고 늠료(廩料)를 주는 일을 참작하여 거행하게 하라."

하였다. 예조(禮曹)에서 별궁의 처소를 계품(啓稟)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번 처분은 대략 송(宋)나라 인종(仁宗)이 폐후(廢后) 곽씨(郭氏)를 처분한 일을 본뜬 것이다."

하고, 드디어 어의동궁(於義洞宮)을 허가하였다. 호조(戶曹)에서 말하기를,

"늠료를 주는 일은 본조(本曹)에 의거할 만한 문서가 없으므로 전사(前史)를 상고하니, 한 무제(漢武帝) 원광(元光) 5년¹⁰⁸⁾ 에 황후(皇后) 진씨(陳氏)를 명하여 새수(璽綬)를 거두고 장문궁(長門宮)에 물러가 살게 하되, 공봉(供奉)은 법과 같이 하게 하였으니, 이는 원용하여 규례로 삼을 만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리하라."

하였다. 병조(兵曹)에서 말하기를,

"별궁을 수직(守直)하는 군병(軍兵)과 위장(衛將)·수문장(守門將)은 분정(分定)하여야 하겠으나, 총부(摠府)¹⁰⁹⁾ 에서 입직(入直)하는 일은 어떻게 처리하여야 하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총관(摠管)이 한 사람씩 번갈아 입직하라고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8책 26권 17장 A면【국편영인본】 39책 298면
• 【분류】왕실-비빈(妃嬪) / 군사-중앙군(中央軍) / 역사-고사(故事)

• [註 107] 아보(阿保) : 보모(保母).
• [註 108] 원광(元光) 5년 : B.C. 130년.
• [註 109] 총부(摠府) : 오위 도총부(五衛都摠府)의 약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