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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10권, 효종 4년 2월 26일 癸亥 4/4 기사 / 1653년 청 순치(順治) 10년

승정원과 재변에 대처할 방도를 의논하고 조석윤을 서용토록 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근래 재이(災異)가 한꺼번에 몰린 것을 인하여 성상께서 공구하는 뜻이 말 밖으로 넘쳐 흐르고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도에 대해 극진히 힘쓰지 않는 것이 없으니,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의 노여움이 날로 극심하여 상서롭지 못한 흰 무지개가 해를 가로지르는 변이가 20일 사이에 잇따라 나타나고 있으니, 어떠한 화(禍)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숨어 있기에 한결같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경계를 보이는 것을 가지고 살펴보건대 그 또한 급박하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도는 공구 수성(恐懼修省)하는 이외에 다시 다른 길이 없는 것인데, 이것은 언어나 외모만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근일의 인사(人事)를 가지고 말하여 보건대, 조정에서 설시(設施)한 것은 사의에 어긋남을 면하지 못하였고 여러 신하들이 모여서 의논한 것도 도리어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공도(公道)가 크게 무너지고 온갖 거짓된 행위가 날로 만연되어 중외(中外)가 무기력해진 나머지 대소 관료가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고 있기 때문에 조정에는 믿을 만한 형세가 없고 국가에는 반드시 망하고야 말 걱정이 있게 되었습니다. 말과 생각이 여기에 이름에 몸과 마음이 함께 오싹해집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다시 더욱 조심하고 유념하시어 공구 수성의 실상을 더한층 극진히 함으로써 언행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한결같이 천칙(天則)에 따르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안으로는 궁금(宮禁)을 엄숙하고도 깨끗하게 하고 밖으로는 요행을 바라는 문을 끊어버리시며 관대한 정치를 시행하여 인심을 수습하시며 전철만을 답습하는 풍조를 통렬히 개혁하여 크게 용동(聳動)시키는 거조를 보이신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상이 즉시 불러서 접견하였다. 좌승지 이시해(李時楷)가 아뢰기를,

"일관(日官)이 와서 흰 무지개의 변이가 발생했다고 보고하기에, 신들이 모여서 살펴보니 둥근 무지개가 반공(半空)에 뻗쳐 있어 그것이 해를 가로질렀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혹 햇무리를 가로질렀다 하더라도 이미 해를 범한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늘의 뜻이 얼굴을 마주하고 귀엣말을 해 주는 것 같은데 대응할 방도를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좌부승지 강백년(姜栢年)이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법은 덕을 닦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덕을 닦는 것은 하루 이틀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였다. 시해가 아뢰기를,

"바라건대 실다운 덕으로 하늘에 응답하고 그것을 사무(事務)와 정령(政令) 사이에 미루어 적용하면서 성실함을 보존하도록 힘쓰소서. 요컨대 근본은 뜻을 확립시키는 것이니, 이를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하고, 우부승지 이행진(李行進)은 아뢰기를,

"사의(私意)가 크게 행해지고 청탁이 분분한데도 대각(臺閣)은 조용하기만 한 채 근래 수십일 동안 전혀 한마디도 없어 기상(氣象)이 삭막하기만 하니, 신은 삼가 통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성실하도록 힘쓰시고 또 기강을 엄숙하게 하소서."

하고, 우승지 홍명하(洪命夏)는 아뢰기를,

"지금 언자(言者)들이 성상의 잘못된 점을 논할 경우에는 죄를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같은 조정에 있는 사람을 언급할 경우에는 번번이 견벌(譴罰)이 가해지면서 당여를 비호한다고 하거나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말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오늘날에는 일을 말하는 직책의 신하들만이 군상(君上)을 책할 뿐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있습니다."

하고, 명하는 아뢰기를,

"수령의 별천(別薦) 또한 모두가 분경(奔競)에 의한 것이니, 이렇게 하고도 적격자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시해는 아뢰기를,

"천거를 받은 사람이 천거하는 사람이 없는 자만도 못합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진언(進言)하는 모든 사람들이 폐단만 진달할 뿐 구제하여 바로잡을 방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니, 장차 어찌할 것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원인을 궁구해 보면 사의가 크게 행해지고 허위가 점차 만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였다. 행진이 아뢰기를,

"어진이를 임용하고 공사(公私)와 의리(義利)의 분별을 밝히는 것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른바 어진이를 내가 알 수 없다. 혹 죄를 받았거나 폐기된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인가?"

하였다. 명하가 아뢰기를,

"진달드리고 싶습니다만, 상께서 신이 당여를 위하는 것이라고 여길까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쨌든 말하여 보라."

하였다. 명하가 아뢰기를,

"조석윤(趙錫胤)은 실로 당인(黨人)이 아닙니다. 그에게 사유(師儒)의 장관을 맡긴다면 어찌 도움되는 바가 없겠습니까. 신상·이응시도 의당 석방시켜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신상의 무리는 죄를 받은 자들이다."

하고, 또 이르기를,

"근래 대관들이 한마디도 없이 조용한데, 어찌 조정에 잘못된 일이 없겠는가. 도대체 나를 일을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겨서 그런 것인가. 헌부가 어제 처음으로 종실에 대한 일을 논했는데 이것이 급선무인가. 사람들이 모두 내가 간언을 막는다고 하기 때문에 방금 윤허하기는 했다. 그러나 나는 양사(兩司)의 장관을 모두 체차시키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하자, 명하가 아뢰기를,

"이는 대신(臺臣)을 대우하는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전하께서 지금 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죄를 주신다면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뒷날 만일 말한 것 때문에 죄를 받는 사람이 있게 된다면 이는 전하의 마음이 유종의 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하였다. 동부승지 박안제(朴安悌)는 아뢰기를,

"신은 유계(兪棨)와 평소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유계가 온성(穩城)으로 귀양갔을 적에 신이 종성(鐘城)의 임소(任所)에 있으면서 듣건대 그 사람이 박학다식하며 재능을 지니고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므로 신이 삼가 애석하게 여겼습니다."

하고, 시해는 아뢰기를,

"유계는 본디 다른 마음은 없고 성실하기만 한 인물입니다. 말하다가 선조(先朝)를 범하게 된 것도 당초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죄를 받고 폐기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니, 이제는 석방시켜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떻게 그가 귀양가 있는 것을 가지고 재능이 있다고 인정한단 말인가."

하고, 이어 조석윤을 서용하라고 명하였다. 시해가 아뢰기를,

"신들이 논한 것이 또한 빈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늘에 응답하는 도리를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명하는 아뢰기를,

"바라건대 상께서는 스스로 반성하시어 잘못이 있으시면 고치시고 없으시면 더욱 힘쓰소서."

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近因災異沓臻, 聖上恐懼之意, 溢於言表, 其於消弭之道, 靡極不用, 庶可以格天, 而天怒日甚, 淫虹貫日之變, 疊見於再旬之內, 未知有何禍機, 伏於冥冥而一至於此耶? 以天之示警觀之, 其亦急矣, 豈不懼哉? 自古消災之道, 恐懼修省之外, 更無他方, 而不可以言語、外貌爲也。 試以近日人事言之, 朝家設施, 未免乖宜, 諸臣會議, 反涉文具。 公道大壞, 百僞日滋, 中外懈怠, 大小玩愒, 朝無可恃之勢, 國有必亡之憂。 言念及此, 心骨俱寒。 伏願聖明, 更加惕念, 益盡修省之實, 動靜云爲, 一循天則。 內而肅淸宮禁, 外而杜絶倖門, 寬大爲政, 收拾人心, 痛革循蹈之風, 大示聳動之擧, 不勝幸甚。" 上卽召見之。 左承旨李時楷曰: "日官來報虹變, 臣等聚觀之, 圓虹橫亘半天, 明知其爲貫日也。" 上曰: "雖或貫暈, 旣犯太陽, 可不懼哉? 天意若耳提面命, 應之之道, 安可忽也?" 左副承旨姜栢年曰: "古人云: ‘弭災莫如修德。’" 上曰: "修德非一日之所可爲也。" 時楷曰: "願以實德應天, 推之於事務、政令之間, 務存誠實, 要之其本, 立志爲貴耳。" 右副承旨李行進曰: "私意大行, 請託紛紜, 而臺閣寂然, 爾來數十日, 了無一言, 氣象索莫, 臣竊痛之。 願務誠實, 且肅紀綱。" 右承旨洪命夏曰: "今之言者, 若論聖躬闕失, 則未有獲罪者, 而言及同朝, 輒加譴罰, 或疑護黨, 或疑伐異, 雖欲言之, 不可得也。" 行進曰: "今日言事之臣, 獨責於君上, 而位高之人, 則莫敢矯其非矣。" 命夏曰: "守令別薦, 亦皆奔競, 如此而其可得人乎?" 時楷曰: "被薦者, 不若無薦者矣。" 行進曰: "凡進言者, 只陳其弊, 不及其救之之策, 其將柰何?" 上曰: "究厥所由, 私意大行, 虛僞漸滋, 其故何歟?" 行進曰: "莫如任用賢人, 明公私義利之分。" 上曰: "所謂賢人, 予未之知。 或在罪廢中乎?" 命夏曰: "雖欲陳達, 恐上以臣爲黨同也。" 上曰: "第言之。" 命夏曰: "趙錫胤實非黨人也。 授以師儒之長, 豈無所補? 申恦、李應蓍, 亦宜釋之。" 上曰: "恦輩被罪屬耳。" 又曰: "近來臺官寂無一言, 豈朝廷無闕事耶? 抑以予爲不足有爲而然耶? 憲府昨日始論宗室事, 此是急務乎? 人皆謂予拒諫, 故纔已允從。 而予欲竝遞兩司長官, 未知如何。" 命夏曰: "恐非待臺臣之道也。" 行進曰: "殿下今以不言爲罪, 在下者固所甘心。 但恐他日, 若有以言獲罪者, 則是殿下之心不克有終矣。" 同副承旨朴安悌曰: "臣與兪棨, 素不相識, 而棨之謫於穩城也, 臣在鍾城任所, 聞其人博學多識, 抱才莫售, 臣竊惜之。" 時楷曰: "棨本斷斷無他。 語犯先朝, 初非有意, 而罪廢多年, 今可釋之。" 上曰: "豈可以其居謫, 而知其有才乎?" 仍命趙錫胤敍用。 時楷曰: "臣等所論, 亦是空言。 應天之道, 豈宜如此?" 命夏曰: "願上自反, 有則改之, 無則加勉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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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10권, 효종 4년 2월 26일 癸亥 4/4 기사 / 1653년 청 순치(順治) 10년

승정원과 재변에 대처할 방도를 의논하고 조석윤을 서용토록 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근래 재이(災異)가 한꺼번에 몰린 것을 인하여 성상께서 공구하는 뜻이 말 밖으로 넘쳐 흐르고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도에 대해 극진히 힘쓰지 않는 것이 없으니, 하늘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의 노여움이 날로 극심하여 상서롭지 못한 흰 무지개가 해를 가로지르는 변이가 20일 사이에 잇따라 나타나고 있으니, 어떠한 화(禍)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숨어 있기에 한결같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늘이 경계를 보이는 것을 가지고 살펴보건대 그 또한 급박하니 어찌 두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예로부터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도는 공구 수성(恐懼修省)하는 이외에 다시 다른 길이 없는 것인데, 이것은 언어나 외모만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근일의 인사(人事)를 가지고 말하여 보건대, 조정에서 설시(設施)한 것은 사의에 어긋남을 면하지 못하였고 여러 신하들이 모여서 의논한 것도 도리어 겉치레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하여 공도(公道)가 크게 무너지고 온갖 거짓된 행위가 날로 만연되어 중외(中外)가 무기력해진 나머지 대소 관료가 그럭저럭 세월만 보내고 있기 때문에 조정에는 믿을 만한 형세가 없고 국가에는 반드시 망하고야 말 걱정이 있게 되었습니다. 말과 생각이 여기에 이름에 몸과 마음이 함께 오싹해집니다. 삼가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다시 더욱 조심하고 유념하시어 공구 수성의 실상을 더한층 극진히 함으로써 언행을 비롯한 일상 생활을 한결같이 천칙(天則)에 따르도록 하소서. 그리하여 안으로는 궁금(宮禁)을 엄숙하고도 깨끗하게 하고 밖으로는 요행을 바라는 문을 끊어버리시며 관대한 정치를 시행하여 인심을 수습하시며 전철만을 답습하는 풍조를 통렬히 개혁하여 크게 용동(聳動)시키는 거조를 보이신다면 더없는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상이 즉시 불러서 접견하였다. 좌승지 이시해(李時楷)가 아뢰기를,

"일관(日官)이 와서 흰 무지개의 변이가 발생했다고 보고하기에, 신들이 모여서 살펴보니 둥근 무지개가 반공(半空)에 뻗쳐 있어 그것이 해를 가로질렀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혹 햇무리를 가로질렀다 하더라도 이미 해를 범한 것이니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늘의 뜻이 얼굴을 마주하고 귀엣말을 해 주는 것 같은데 대응할 방도를 어찌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하였다. 좌부승지 강백년(姜栢年)이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재이를 해소시키는 방법은 덕을 닦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덕을 닦는 것은 하루 이틀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였다. 시해가 아뢰기를,

"바라건대 실다운 덕으로 하늘에 응답하고 그것을 사무(事務)와 정령(政令) 사이에 미루어 적용하면서 성실함을 보존하도록 힘쓰소서. 요컨대 근본은 뜻을 확립시키는 것이니, 이를 귀하게 여겨야 합니다."

하고, 우부승지 이행진(李行進)은 아뢰기를,

"사의(私意)가 크게 행해지고 청탁이 분분한데도 대각(臺閣)은 조용하기만 한 채 근래 수십일 동안 전혀 한마디도 없어 기상(氣象)이 삭막하기만 하니, 신은 삼가 통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성실하도록 힘쓰시고 또 기강을 엄숙하게 하소서."

하고, 우승지 홍명하(洪命夏)는 아뢰기를,

"지금 언자(言者)들이 성상의 잘못된 점을 논할 경우에는 죄를 받는 사람이 없습니다만, 같은 조정에 있는 사람을 언급할 경우에는 번번이 견벌(譴罰)이 가해지면서 당여를 비호한다고 하거나 자신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을 공격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말을 하려고 해도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오늘날에는 일을 말하는 직책의 신하들만이 군상(君上)을 책할 뿐 지위가 높은 사람들은 아무도 감히 그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있습니다."

하고, 명하는 아뢰기를,

"수령의 별천(別薦) 또한 모두가 분경(奔競)에 의한 것이니, 이렇게 하고도 적격자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시해는 아뢰기를,

"천거를 받은 사람이 천거하는 사람이 없는 자만도 못합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진언(進言)하는 모든 사람들이 폐단만 진달할 뿐 구제하여 바로잡을 방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으니, 장차 어찌할 것입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 원인을 궁구해 보면 사의가 크게 행해지고 허위가 점차 만연되어 가고 있기 때문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였다. 행진이 아뢰기를,

"어진이를 임용하고 공사(公私)와 의리(義利)의 분별을 밝히는 것만한 것이 없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른바 어진이를 내가 알 수 없다. 혹 죄를 받았거나 폐기된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인가?"

하였다. 명하가 아뢰기를,

"진달드리고 싶습니다만, 상께서 신이 당여를 위하는 것이라고 여길까 염려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쨌든 말하여 보라."

하였다. 명하가 아뢰기를,

"조석윤(趙錫胤)은 실로 당인(黨人)이 아닙니다. 그에게 사유(師儒)의 장관을 맡긴다면 어찌 도움되는 바가 없겠습니까. 신상·이응시도 의당 석방시켜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신상의 무리는 죄를 받은 자들이다."

하고, 또 이르기를,

"근래 대관들이 한마디도 없이 조용한데, 어찌 조정에 잘못된 일이 없겠는가. 도대체 나를 일을 하기에 부족한 사람이라고 여겨서 그런 것인가. 헌부가 어제 처음으로 종실에 대한 일을 논했는데 이것이 급선무인가. 사람들이 모두 내가 간언을 막는다고 하기 때문에 방금 윤허하기는 했다. 그러나 나는 양사(兩司)의 장관을 모두 체차시키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하자, 명하가 아뢰기를,

"이는 대신(臺臣)을 대우하는 도리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하고, 행진은 아뢰기를,

"전하께서 지금 말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죄를 주신다면 아랫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뒷날 만일 말한 것 때문에 죄를 받는 사람이 있게 된다면 이는 전하의 마음이 유종의 미를 이루지 못하는 것이 될까 염려스럽습니다."

하였다. 동부승지 박안제(朴安悌)는 아뢰기를,

"신은 유계(兪棨)와 평소 서로 모르는 사이입니다. 유계가 온성(穩城)으로 귀양갔을 적에 신이 종성(鐘城)의 임소(任所)에 있으면서 듣건대 그 사람이 박학다식하며 재능을 지니고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하였으므로 신이 삼가 애석하게 여겼습니다."

하고, 시해는 아뢰기를,

"유계는 본디 다른 마음은 없고 성실하기만 한 인물입니다. 말하다가 선조(先朝)를 범하게 된 것도 당초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데, 죄를 받고 폐기된 지 여러 해가 지났으니, 이제는 석방시켜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어떻게 그가 귀양가 있는 것을 가지고 재능이 있다고 인정한단 말인가."

하고, 이어 조석윤을 서용하라고 명하였다. 시해가 아뢰기를,

"신들이 논한 것이 또한 빈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하늘에 응답하는 도리를 어찌 이렇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고, 명하는 아뢰기를,

"바라건대 상께서는 스스로 반성하시어 잘못이 있으시면 고치시고 없으시면 더욱 힘쓰소서."

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近因災異沓臻, 聖上恐懼之意, 溢於言表, 其於消弭之道, 靡極不用, 庶可以格天, 而天怒日甚, 淫虹貫日之變, 疊見於再旬之內, 未知有何禍機, 伏於冥冥而一至於此耶? 以天之示警觀之, 其亦急矣, 豈不懼哉? 自古消災之道, 恐懼修省之外, 更無他方, 而不可以言語、外貌爲也。 試以近日人事言之, 朝家設施, 未免乖宜, 諸臣會議, 反涉文具。 公道大壞, 百僞日滋, 中外懈怠, 大小玩愒, 朝無可恃之勢, 國有必亡之憂。 言念及此, 心骨俱寒。 伏願聖明, 更加惕念, 益盡修省之實, 動靜云爲, 一循天則。 內而肅淸宮禁, 外而杜絶倖門, 寬大爲政, 收拾人心, 痛革循蹈之風, 大示聳動之擧, 不勝幸甚。" 上卽召見之。 左承旨李時楷曰: "日官來報虹變, 臣等聚觀之, 圓虹橫亘半天, 明知其爲貫日也。" 上曰: "雖或貫暈, 旣犯太陽, 可不懼哉? 天意若耳提面命, 應之之道, 安可忽也?" 左副承旨姜栢年曰: "古人云: ‘弭災莫如修德。’" 上曰: "修德非一日之所可爲也。" 時楷曰: "願以實德應天, 推之於事務、政令之間, 務存誠實, 要之其本, 立志爲貴耳。" 右副承旨李行進曰: "私意大行, 請託紛紜, 而臺閣寂然, 爾來數十日, 了無一言, 氣象索莫, 臣竊痛之。 願務誠實, 且肅紀綱。" 右承旨洪命夏曰: "今之言者, 若論聖躬闕失, 則未有獲罪者, 而言及同朝, 輒加譴罰, 或疑護黨, 或疑伐異, 雖欲言之, 不可得也。" 行進曰: "今日言事之臣, 獨責於君上, 而位高之人, 則莫敢矯其非矣。" 命夏曰: "守令別薦, 亦皆奔競, 如此而其可得人乎?" 時楷曰: "被薦者, 不若無薦者矣。" 行進曰: "凡進言者, 只陳其弊, 不及其救之之策, 其將柰何?" 上曰: "究厥所由, 私意大行, 虛僞漸滋, 其故何歟?" 行進曰: "莫如任用賢人, 明公私義利之分。" 上曰: "所謂賢人, 予未之知。 或在罪廢中乎?" 命夏曰: "雖欲陳達, 恐上以臣爲黨同也。" 上曰: "第言之。" 命夏曰: "趙錫胤實非黨人也。 授以師儒之長, 豈無所補? 申恦、李應蓍, 亦宜釋之。" 上曰: "恦輩被罪屬耳。" 又曰: "近來臺官寂無一言, 豈朝廷無闕事耶? 抑以予爲不足有爲而然耶? 憲府昨日始論宗室事, 此是急務乎? 人皆謂予拒諫, 故纔已允從。 而予欲竝遞兩司長官, 未知如何。" 命夏曰: "恐非待臺臣之道也。" 行進曰: "殿下今以不言爲罪, 在下者固所甘心。 但恐他日, 若有以言獲罪者, 則是殿下之心不克有終矣。" 同副承旨朴安悌曰: "臣與兪棨, 素不相識, 而棨之謫於穩城也, 臣在鍾城任所, 聞其人博學多識, 抱才莫售, 臣竊惜之。" 時楷曰: "棨本斷斷無他。 語犯先朝, 初非有意, 而罪廢多年, 今可釋之。" 上曰: "豈可以其居謫, 而知其有才乎?" 仍命趙錫胤敍用。 時楷曰: "臣等所論, 亦是空言。 應天之道, 豈宜如此?" 命夏曰: "願上自反, 有則改之, 無則加勉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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