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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34권, 명종 22년 5월 2일 丙辰 2/2 기사 / 1567년 명 가정(嘉靖) 46년

동궁을 세울 것, 현인을 초빙할 것 등에 대한 고부 군수 정복시의 상소

국역

고부 군수(古阜郡守) 정복시(鄭復始)가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저위(儲位)는 나라의 근본이니 나라의 근본이 정하여지지 않으면 인심이 의구하고 국세가 중하게 되지 않습니다. 삼가 보건대 전하의 춘추가 매우 부성하시어 앞으로의 경사가 진진히 끊임이 없겠지만 동궁의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둔 채 세월이 지연되고 있으니 온 나라의 신민이 누군들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어찌 장원한 계려를 내고 만전의 계책을 세워 종실 중에 영명한 이를 뽑아 궁중에 두고 일찍부터 은애를 쏟아 정의가 서로 감통(感通)하게 하며, 좌우에 가까이 모시게 하여 법도를 관습(觀習)하게 하고 묵묵히 살피셔서 그 가부를 시험해 보시지 않습니까. 만약 성사(聖嗣)가 탄생하시면 성덕을 구가하고 옥송을 결단하려는 자들이 자연 성사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 사이에 무슨 난처한 일이 있겠습니까."

하고, 또,

"지난번 이후로 군음(群陰)이 소진(消盡)하고 서정이 유신(維新)되어 고퇴(告退)하는 현인을 다시 부르시되 여러 차례 간절한 말씀을 내리고 또 수행한 선비를 부르시되 역마(驛馬)까지 보냈으며 병을 물으시되 어의(御醫)를 보내고 작위(爵位)를 추증하시되 백골(白骨)에게까지 미치게 하셨으니, 비록 옛날에 이윤(伊尹)을 초빙하고 부열(傅說)을 찾은 것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태보와 경륜의 재목을 문형(文衡) 한 가지 일에 임명하는 것은 걸맞지 않는 일인데 더구나 한번 불러서 오지 않으니 해가 지나도록 방치해 두었다가 중국 사신이 오게 되어 문인의 서열로써 다시 부르니, 이 어찌 전하의 임용에 그 정성을 다했다 하겠습니까. 일생동안 학문에 전력한 선비를 뽑아다가 미천한 벼슬에 묵혀 두어 난새를 가시밭에 서식하게 하고 있으니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개탄062) 이 있으며 한번 왔다가 머물지 않고 물러가도 다시 백구(白駒)를 붙잡아 놓으려는 뜻063) 을 두지 않았으니, 이 어찌 전하가 현인을 임용함에 그 정성을 다했다 하겠습니까."

하고, 또,

"삼가 보건대 전하께서 전번에 하늘의 견책을 인하여 특별히 자정(疵政)064) 의 연유를 헤아릴 때 그 조목 중에 ‘억울한 일을 펴 주어야 하는데 혹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때문인가.’ 하였으니, 전하의 생각이 이에 미치신 것은 실로 재앙을 해소시킬 수 있는 근본인 것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다행히 신설(伸雪)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노적(老賊)이 정사(政事)를 오로지 하고 간사한 무리가 권력을 농간하는 날에 어진이를 방해하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가 하면, 온 사류를 무함하여 의사(疑似)한 일로써 터무니 없는 죄를 만들어 혹은 영수라 지칭되고 혹은 우익(羽翼)이라 지칭되며, 혹은 험인에게 거슬리고 혹은 잘못된 의논에 걸려들며, 혹은 동료의 날조에 무함되고 혹은 익명의 투서에 잘못 걸리는 등, 다단한 명목으로 모두 화망에 빠졌는데, 아! 한때 소인들의 무함으로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강장(强壯)한 나이가 길지 않은데 혹은 전야에서 혹은 적소에서 늙어감으로써 쓰일 만한 재주를 가지고 끝내 무용지물로 돌아가니, 그들에 있어서는 다시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지만 전하에 있어서야 어찌 크나큰 실정이 아니겠습니까. 상복을 벗으시고 길복을 입으실 기일이 가까왔으니 이는 바로 큰 은택이 사방에 미치는 날이 될 터인데, 번다한 만기와 겹치는 근심 중에 전하의 생각이 혹 이를 잊으신 듯합니다.

전하가 즉위하신 처음에 간흉이 지위를 훔쳐 그 여탈이 은수(恩讎)에 의해 결정되고 위복이 호흡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여러 차례 일어난 큰 옥사가 극히 참혹했는데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고 분명치도 못한데 죄를 뒤집어씌워 사류를 망타하고 진신을 견제함으로써 온 나라 사람이 바람과 물결에 쓸리듯이 기절(氣節)이 깨끗이 없어져, 기강은 아래에서 문란하고 전하는 위에서 고립되셨습니다. 만약 그대로 몇 해만 더 지체되었더라면 국세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생각해 보신다면 어찌 마음이 송연(悚然)하고 후회되지 않으시겠습니까.

대저 군자가 소인을 다스리는 데는 느려서 절박하지 않고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데는 급박하여 아주 심각하기 때문에 사정(邪正)이 이기고 지는 즈음에 군자는 많이 죽고 소인은 요행히 모면하는 것입니다. 송(宋)나라는 3백 년 동안에 조정의 선비를 한 명도 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소인이 군자를 모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군자에게 있는 공론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당금(黨禁)이 아무리 삼엄하여도 청의가 더욱 격발해서 사문(斯文)이 상(喪)하지 않고 오도(吾道)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를 유념하소서."

하였는데, 정원에 전교하기를,

"근래에 문관의 무리가 구언을 빙자하고 정론을 가탁하여, 망령되이 잡설을 진언해서 군심을 번요시키고 난적들을 신구(伸救)하여 국법을 동요시키고 있다. 저위를 미리 양성하는 것은 군신 사이에 중대한 일이요 저마다 가볍게 논할 일이 아닌데, 이에 대해 번거로이 소를 올리는 자가 흔히 있으니 이미 미편하게 여기는 터이다. 이 정복시의 소를 보니 망잡한 말을 많이 늘어 놓았다. 상벌은 임금에 의해 시행되는 것인데 임금에게 죄인을 사(赦)하라 하여 대사(大赦)하는 날을 잊지 않도록 하고, 국가에서 무죄한 사람을 죽인 일이 없는데 선비를 살해하지 말 것을 주청하였으니 극히 해괴한 일이다. 내가 죄로써 다스리고 싶으나 이미 구언한다는 전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미 구언한다고 하고 다시 죄로써 다스리려 하는 일은, 구언한다는 말만을 빌렸을 뿐 간언을 거부하는 실지를 보이고 만 것이다. 저위를 미리 양성하는 것은 과연 중대한 일로 위로는 종사에 관계되고 아래로는 인심이 매어있다. 사람마다 나라를 위하는 걱정이 한 집안을 위하는 걱정과 다름없이 한다면, 사람마다 진언하고 싶은 말도 지성에서 나와 딴뜻이 없을 것이므로, 이를 의당 가납해야 하는데 도리어 죄로써 다스리려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억울한 이들을 신설시켜 주는 데 대해, 시론들도 조정에서 장차 시기를 보아 논쟁하려 했는데, 정복시의 소가 지레 상의 마음을 동요시켜 놓았으니 매우 기회를 잃게 하였다고들 하지만 이 말도 잘못된 것이다. 이같이 광직한 인사가 기회의 가부도 생각지 않고 선뜻 그 시비를 말하였으니 이다음 조정의 논쟁에도 상당한 도움이 있을 터인데 어찌 방해가 된다 하겠는가. 만약 사람의 신분 따위를 보아서 그 발언을 폐기하려면 애당초 사람을 가려서 구언해야 할 일이지 어찌 중외(中外)에 널리 구언할 나위가 있겠는가.

  • [註 062]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개탄 : 본시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보이는 말로, 큰 그릇이 작게 쓰이는 것을 뜻한다.
  • [註 063] 백구(白駒)를 붙잡아 놓으려는 뜻 : 어진이를 못가게 만류하는 뜻. 떠나가는 어진이를 만류할 길이 없으므로, 그가 타고 온 하얀 망아지를 잡아 놓고 단 하루아침 사이라도 만류해 두었으면 한다는 데서 인용된 말. 《시경(詩經)》 소아(小雅) 백구(白駒).
  • [註 064] 자정(疵政) : 잘못된 정사.

원문

○古阜郡守鄭復始上疏。 其略曰:

儲副者國之本也。 國本不定, 則人心疑懼, 而國勢不重。 伏見, 殿下春秋甚富, 方來之慶, 振振無已, 而尙且東宮久曠, 遲延有年, 一國臣庶, 孰不悶慮? 殿下何不爲長遠之謀, 出萬全之計, 簡選宗英, 養置宮中, 使之早結恩愛, 情意感通密侍左右, 服習觀法, 而默加睿察, 以試可否乎? 若聖嗣誕生, 則謳歌獄訟, 自有所歸, 豈有所難處於其間哉?

又曰:

頃日以來, 群陰消盡, 庶政維雜, 而勤召告退之賢, 屢下懇切之辭。 又徵修行之士, 至有乘傳之命, 嬰疾而問之以御醫, 追爵而加之於旣骨, 雖古之聘尹求說, 蔑以加矣。 第以屈台輔經綸之材, 任之以文衡之一事, 非其稱也。 況一辟不至, 而經年不爲之所, 至於華使之來, 命召以文人之列, 是可謂殿下之任用, 盡其誠乎? 擧一生藏修之士, 滯之於卑微之一官, 鸞栖枳棘, 而有牛刀割雞之歎, 一就不留, 而無復有意於白駒之縶, 是可謂殿下之用賢盡其誠乎?

又曰:

伏見, 殿下頃因天譴, 特數疵政之由。 其條有曰: ‘冤枉宜伸, 而或有所未解耶?’ 殿下之念及此, 此實弭災之本也。 無辜之人, 庶見伸理矣。 頃在老賊專政之時、奸邪竊弄之日, 妨賢病國, 羅織士類, 因疑似之事, 成貝錦之罪。 或稱領袖, 或稱羽翼, 或見忤於憸人, 或乖張於邪論, 或被誣於僚佐之構捏, 或橫罹於匿名之無形, 名目多端, 俱陷禍網。 嗚呼! 以一時小人之構陷, 迄今未得見解。 人生强壯之年, 能幾何也, 而或老於田里, 或老於謫所, 抱負可用之才, 而終歸無用之物, 在彼則無復有望於斯世矣。 在殿下則豈非失政之大者乎? 釋凶卽吉之期將至, 則此正大霈旁流之日也。 而萬機之煩, 憂思之中, 殿下之念, 恐或有忘於此。 殿下卽位之初, 奸凶竊位, 與奪決於恩讎, 威福生於呼吸, 屢起大獄, 極其慘酷。 探情於未形, 成罪於難明, 網打士類, 鉗制縉紳, 擧國之人, 風靡波鼓, 氣節掃地, 紀綱板蕩於下, 殿下孤立於上, 若復遲之以數年, 未知國勢之終何如也。 殿下到今思之, 則豈不悚然於懷而追悔于中乎? 大抵, 君子之治小人, 緩而不迫; 小人之害君子, 急而深刻。 故邪正勝負之際, 君子多死, 而小人得免矣。 宋朝三百年, 不殺一朝士, 故其間小人之陷君子者非一, 而公論之在君子者, 尙且不泯, 黨禁雖嚴, 而淸議愈激。 斯文賴以不喪, 吾道賴以不墜。 伏願, 殿下留念焉。

傳于政院曰: "近來文官之輩, 憑藉求言, 假托正論, 妄陳雜說; 煩擾君心, 伸救亂賊, 動搖國法。 預養儲副, 君臣間重事, 固非人人輕論之事, 而亦爲煩疏者, 比比有之, 已爲未便。 觀此鄭復始之疏, 則多陳妄雜之言。 賞罰在於君上, 而敎君赦罪, 使之不忘於大赦之日。 國家別無殺不辜之事, 而請勿殺士, 極爲駭愕。 予欲罪之, 而但已有求言之敎, 故不爲矣。"

【史臣曰: "旣求其言, 而又欲罪之, 則是假求言之名, 而示拒諫之實也。 預養儲副, 果是重事, 上關宗社, 下繫人心, 人人爲國之悶, 無異一家之憂, 則人人之欲言,亦是至誠而無他也。 所宜嘉納, 而反欲罪之, 何也? 伸理冤枉, 時論亦以爲, 朝廷將待時爭論, 而復始之疏, 遽動上心, 甚爲失時云, 斯言亦謬矣。 如此狂戇之士, 不假念時之可否, 而先言其是非, 則他日朝廷之納, 約有所助矣。 豈有妨乎? 若以人廢言, 則當初亦當擇人而求言, 何必廣求於中外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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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34권, 명종 22년 5월 2일 丙辰 2/2 기사 / 1567년 명 가정(嘉靖) 46년

동궁을 세울 것, 현인을 초빙할 것 등에 대한 고부 군수 정복시의 상소

국역

고부 군수(古阜郡守) 정복시(鄭復始)가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저위(儲位)는 나라의 근본이니 나라의 근본이 정하여지지 않으면 인심이 의구하고 국세가 중하게 되지 않습니다. 삼가 보건대 전하의 춘추가 매우 부성하시어 앞으로의 경사가 진진히 끊임이 없겠지만 동궁의 자리를 오랫동안 비워둔 채 세월이 지연되고 있으니 온 나라의 신민이 누군들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어찌 장원한 계려를 내고 만전의 계책을 세워 종실 중에 영명한 이를 뽑아 궁중에 두고 일찍부터 은애를 쏟아 정의가 서로 감통(感通)하게 하며, 좌우에 가까이 모시게 하여 법도를 관습(觀習)하게 하고 묵묵히 살피셔서 그 가부를 시험해 보시지 않습니까. 만약 성사(聖嗣)가 탄생하시면 성덕을 구가하고 옥송을 결단하려는 자들이 자연 성사에게 돌아올 터인데 그 사이에 무슨 난처한 일이 있겠습니까."

하고, 또,

"지난번 이후로 군음(群陰)이 소진(消盡)하고 서정이 유신(維新)되어 고퇴(告退)하는 현인을 다시 부르시되 여러 차례 간절한 말씀을 내리고 또 수행한 선비를 부르시되 역마(驛馬)까지 보냈으며 병을 물으시되 어의(御醫)를 보내고 작위(爵位)를 추증하시되 백골(白骨)에게까지 미치게 하셨으니, 비록 옛날에 이윤(伊尹)을 초빙하고 부열(傅說)을 찾은 것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태보와 경륜의 재목을 문형(文衡) 한 가지 일에 임명하는 것은 걸맞지 않는 일인데 더구나 한번 불러서 오지 않으니 해가 지나도록 방치해 두었다가 중국 사신이 오게 되어 문인의 서열로써 다시 부르니, 이 어찌 전하의 임용에 그 정성을 다했다 하겠습니까. 일생동안 학문에 전력한 선비를 뽑아다가 미천한 벼슬에 묵혀 두어 난새를 가시밭에 서식하게 하고 있으니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개탄062) 이 있으며 한번 왔다가 머물지 않고 물러가도 다시 백구(白駒)를 붙잡아 놓으려는 뜻063) 을 두지 않았으니, 이 어찌 전하가 현인을 임용함에 그 정성을 다했다 하겠습니까."

하고, 또,

"삼가 보건대 전하께서 전번에 하늘의 견책을 인하여 특별히 자정(疵政)064) 의 연유를 헤아릴 때 그 조목 중에 ‘억울한 일을 펴 주어야 하는데 혹 이것이 해결되지 않은 때문인가.’ 하였으니, 전하의 생각이 이에 미치신 것은 실로 재앙을 해소시킬 수 있는 근본인 것으로 죄 없는 사람들이 다행히 신설(伸雪)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노적(老賊)이 정사(政事)를 오로지 하고 간사한 무리가 권력을 농간하는 날에 어진이를 방해하고 나라를 병들게 하는가 하면, 온 사류를 무함하여 의사(疑似)한 일로써 터무니 없는 죄를 만들어 혹은 영수라 지칭되고 혹은 우익(羽翼)이라 지칭되며, 혹은 험인에게 거슬리고 혹은 잘못된 의논에 걸려들며, 혹은 동료의 날조에 무함되고 혹은 익명의 투서에 잘못 걸리는 등, 다단한 명목으로 모두 화망에 빠졌는데, 아! 한때 소인들의 무함으로 지금까지 풀려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생의 강장(强壯)한 나이가 길지 않은데 혹은 전야에서 혹은 적소에서 늙어감으로써 쓰일 만한 재주를 가지고 끝내 무용지물로 돌아가니, 그들에 있어서는 다시 이 세상에 바라는 것이 없지만 전하에 있어서야 어찌 크나큰 실정이 아니겠습니까. 상복을 벗으시고 길복을 입으실 기일이 가까왔으니 이는 바로 큰 은택이 사방에 미치는 날이 될 터인데, 번다한 만기와 겹치는 근심 중에 전하의 생각이 혹 이를 잊으신 듯합니다.

전하가 즉위하신 처음에 간흉이 지위를 훔쳐 그 여탈이 은수(恩讎)에 의해 결정되고 위복이 호흡 사이에 이루어졌으며, 여러 차례 일어난 큰 옥사가 극히 참혹했는데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고 분명치도 못한데 죄를 뒤집어씌워 사류를 망타하고 진신을 견제함으로써 온 나라 사람이 바람과 물결에 쓸리듯이 기절(氣節)이 깨끗이 없어져, 기강은 아래에서 문란하고 전하는 위에서 고립되셨습니다. 만약 그대로 몇 해만 더 지체되었더라면 국세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전하께서 지금 생각해 보신다면 어찌 마음이 송연(悚然)하고 후회되지 않으시겠습니까.

대저 군자가 소인을 다스리는 데는 느려서 절박하지 않고 소인이 군자를 해치는 데는 급박하여 아주 심각하기 때문에 사정(邪正)이 이기고 지는 즈음에 군자는 많이 죽고 소인은 요행히 모면하는 것입니다. 송(宋)나라는 3백 년 동안에 조정의 선비를 한 명도 살해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소인이 군자를 모함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나 군자에게 있는 공론이 아직도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당금(黨禁)이 아무리 삼엄하여도 청의가 더욱 격발해서 사문(斯文)이 상(喪)하지 않고 오도(吾道)가 없어지지 않았으니,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이를 유념하소서."

하였는데, 정원에 전교하기를,

"근래에 문관의 무리가 구언을 빙자하고 정론을 가탁하여, 망령되이 잡설을 진언해서 군심을 번요시키고 난적들을 신구(伸救)하여 국법을 동요시키고 있다. 저위를 미리 양성하는 것은 군신 사이에 중대한 일이요 저마다 가볍게 논할 일이 아닌데, 이에 대해 번거로이 소를 올리는 자가 흔히 있으니 이미 미편하게 여기는 터이다. 이 정복시의 소를 보니 망잡한 말을 많이 늘어 놓았다. 상벌은 임금에 의해 시행되는 것인데 임금에게 죄인을 사(赦)하라 하여 대사(大赦)하는 날을 잊지 않도록 하고, 국가에서 무죄한 사람을 죽인 일이 없는데 선비를 살해하지 말 것을 주청하였으니 극히 해괴한 일이다. 내가 죄로써 다스리고 싶으나 이미 구언한다는 전교가 있었기 때문에 그러지 못한다."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이미 구언한다고 하고 다시 죄로써 다스리려 하는 일은, 구언한다는 말만을 빌렸을 뿐 간언을 거부하는 실지를 보이고 만 것이다. 저위를 미리 양성하는 것은 과연 중대한 일로 위로는 종사에 관계되고 아래로는 인심이 매어있다. 사람마다 나라를 위하는 걱정이 한 집안을 위하는 걱정과 다름없이 한다면, 사람마다 진언하고 싶은 말도 지성에서 나와 딴뜻이 없을 것이므로, 이를 의당 가납해야 하는데 도리어 죄로써 다스리려 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억울한 이들을 신설시켜 주는 데 대해, 시론들도 조정에서 장차 시기를 보아 논쟁하려 했는데, 정복시의 소가 지레 상의 마음을 동요시켜 놓았으니 매우 기회를 잃게 하였다고들 하지만 이 말도 잘못된 것이다. 이같이 광직한 인사가 기회의 가부도 생각지 않고 선뜻 그 시비를 말하였으니 이다음 조정의 논쟁에도 상당한 도움이 있을 터인데 어찌 방해가 된다 하겠는가. 만약 사람의 신분 따위를 보아서 그 발언을 폐기하려면 애당초 사람을 가려서 구언해야 할 일이지 어찌 중외(中外)에 널리 구언할 나위가 있겠는가.

  • [註 062]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다는 개탄 : 본시 《논어(論語)》 양화(陽貨)에 보이는 말로, 큰 그릇이 작게 쓰이는 것을 뜻한다.
  • [註 063] 백구(白駒)를 붙잡아 놓으려는 뜻 : 어진이를 못가게 만류하는 뜻. 떠나가는 어진이를 만류할 길이 없으므로, 그가 타고 온 하얀 망아지를 잡아 놓고 단 하루아침 사이라도 만류해 두었으면 한다는 데서 인용된 말. 《시경(詩經)》 소아(小雅) 백구(白駒).
  • [註 064] 자정(疵政) : 잘못된 정사.

원문

○古阜郡守鄭復始上疏。 其略曰:

儲副者國之本也。 國本不定, 則人心疑懼, 而國勢不重。 伏見, 殿下春秋甚富, 方來之慶, 振振無已, 而尙且東宮久曠, 遲延有年, 一國臣庶, 孰不悶慮? 殿下何不爲長遠之謀, 出萬全之計, 簡選宗英, 養置宮中, 使之早結恩愛, 情意感通密侍左右, 服習觀法, 而默加睿察, 以試可否乎? 若聖嗣誕生, 則謳歌獄訟, 自有所歸, 豈有所難處於其間哉?

又曰:

頃日以來, 群陰消盡, 庶政維雜, 而勤召告退之賢, 屢下懇切之辭。 又徵修行之士, 至有乘傳之命, 嬰疾而問之以御醫, 追爵而加之於旣骨, 雖古之聘尹求說, 蔑以加矣。 第以屈台輔經綸之材, 任之以文衡之一事, 非其稱也。 況一辟不至, 而經年不爲之所, 至於華使之來, 命召以文人之列, 是可謂殿下之任用, 盡其誠乎? 擧一生藏修之士, 滯之於卑微之一官, 鸞栖枳棘, 而有牛刀割雞之歎, 一就不留, 而無復有意於白駒之縶, 是可謂殿下之用賢盡其誠乎?

又曰:

伏見, 殿下頃因天譴, 特數疵政之由。 其條有曰: ‘冤枉宜伸, 而或有所未解耶?’ 殿下之念及此, 此實弭災之本也。 無辜之人, 庶見伸理矣。 頃在老賊專政之時、奸邪竊弄之日, 妨賢病國, 羅織士類, 因疑似之事, 成貝錦之罪。 或稱領袖, 或稱羽翼, 或見忤於憸人, 或乖張於邪論, 或被誣於僚佐之構捏, 或橫罹於匿名之無形, 名目多端, 俱陷禍網。 嗚呼! 以一時小人之構陷, 迄今未得見解。 人生强壯之年, 能幾何也, 而或老於田里, 或老於謫所, 抱負可用之才, 而終歸無用之物, 在彼則無復有望於斯世矣。 在殿下則豈非失政之大者乎? 釋凶卽吉之期將至, 則此正大霈旁流之日也。 而萬機之煩, 憂思之中, 殿下之念, 恐或有忘於此。 殿下卽位之初, 奸凶竊位, 與奪決於恩讎, 威福生於呼吸, 屢起大獄, 極其慘酷。 探情於未形, 成罪於難明, 網打士類, 鉗制縉紳, 擧國之人, 風靡波鼓, 氣節掃地, 紀綱板蕩於下, 殿下孤立於上, 若復遲之以數年, 未知國勢之終何如也。 殿下到今思之, 則豈不悚然於懷而追悔于中乎? 大抵, 君子之治小人, 緩而不迫; 小人之害君子, 急而深刻。 故邪正勝負之際, 君子多死, 而小人得免矣。 宋朝三百年, 不殺一朝士, 故其間小人之陷君子者非一, 而公論之在君子者, 尙且不泯, 黨禁雖嚴, 而淸議愈激。 斯文賴以不喪, 吾道賴以不墜。 伏願, 殿下留念焉。

傳于政院曰: "近來文官之輩, 憑藉求言, 假托正論, 妄陳雜說; 煩擾君心, 伸救亂賊, 動搖國法。 預養儲副, 君臣間重事, 固非人人輕論之事, 而亦爲煩疏者, 比比有之, 已爲未便。 觀此鄭復始之疏, 則多陳妄雜之言。 賞罰在於君上, 而敎君赦罪, 使之不忘於大赦之日。 國家別無殺不辜之事, 而請勿殺士, 極爲駭愕。 予欲罪之, 而但已有求言之敎, 故不爲矣。"

【史臣曰: "旣求其言, 而又欲罪之, 則是假求言之名, 而示拒諫之實也。 預養儲副, 果是重事, 上關宗社, 下繫人心, 人人爲國之悶, 無異一家之憂, 則人人之欲言,亦是至誠而無他也。 所宜嘉納, 而反欲罪之, 何也? 伸理冤枉, 時論亦以爲, 朝廷將待時爭論, 而復始之疏, 遽動上心, 甚爲失時云, 斯言亦謬矣。 如此狂戇之士, 不假念時之可否, 而先言其是非, 則他日朝廷之納, 約有所助矣。 豈有妨乎? 若以人廢言, 則當初亦當擇人而求言, 何必廣求於中外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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