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중종실록34권, 중종 13년 7월 14일 辛亥 2/5 기사 / 1518년 명 정덕(正德) 13년

주청사와 성절사·질정관·서장관을 인견하여 각각의 소임에 대하여 논하다

국역

상이 주청사(奏請使) 남곤·이자와 성절사(聖節使) 방유령(方有寧)·질정관(質正官) 최세진(崔世珍)·서장관(書狀官) 한충(韓忠)과 노극창(盧克昌)을 인견(引見)하였는데 삼공도 모두 입참(入參)하였다. 상이 남곤과 이자에게 이르기를,

"지금 주청하는 일은 나라의 큰 일이니 경 등은 힘써서 허락을 받아가지고 돌아오라."

하매, 곤이 아뢰기를,

"이는 실로 신민(臣民)이 함께 분하고 민망하게 여기는 바입니다만 아마도 예부(禮部)가 이의(異議)를 하여 개정을 허락하지 않을 듯하니 신은 주본(奏本)을 예부에 올려, 예부의 의사를 살펴 기회에 따라 처리하여 반드시 무망(誣罔)임을 알게 하겠습니다. 단 황제가 천하 다스리는 데 뜻이 없고 조정의 대신들이 오로지 국사를 다스리는 상황에서 반드시 법을 고집하며 말하기를 ‘《회전(會典)》426) 은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가 하신 일인데 어찌 외국 사람의 말을 듣고 가벼이 고치겠느냐?’ 할 것입니다. 종계(宗系)의 일로 말하면, 영락 황제(永樂皇帝)가 개정을 허락하였으니 이는 가망이 있습니다. 신 등은 준허(準許)를 받지 못할까 하여 밤낮으로 황공합니다.

전자에 노공필(盧公弼)이 고명(誥命)을 청할 때427) 에 진정하는 사연을 써서 예부에 올리려고 아침부터 낮까지 방황하였으나 끝내 받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문지기에게 경계하여 조선(朝鮮) 사자(使者)를 들이지 못하도록 하였으므로 바치려 하였으나 바치지 못하였습니다. 마침 왕창(王敞)을 만났는데, 왕창이 만나보고는 매우 반가와하며 곧 받아서 통정사(通政司)428) 에 올렸습니다. 왕창은 일찍이 사신이 되어 우리 나라에 온 일이 있었고,429) 그때 통정사의 당상으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주청하는 일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용이하게 소장(疏章)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소장을 올려 의사를 전하려 하더라도 받지 않으면 쉽게 전달하지 못할 듯합니다."

하고, 이자가 아뢰기를,

"옛부터 주청은 큰 일이라 반드시 통정사에 소장을 올렸으니, 지금도 주청(奏請)을 허락받기 어려우면 부득이 소장을 써야 합니다. 여기서 먼저 이 의사를 전하고 거기 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아룁니다."

하였다. 말을 마치고는 모두 돌아와 자리에 나아갔다. 이에 술상을 차리게 하고 술을 올리려 할 적에 상이 이르기를,

"이는 연향(宴享)하는 예와는 다르나, 주청사는 진작(進爵)430) 하도록 하라."

하고, 또 방유령과 이자에게 명하여 각각 진작하도록 하였다.

남곤(南袞)이 아뢰기를,

"신은 진실로 양계(兩界)의 일을 잘 모르나 주장합(住張哈)의 형세를 보면 장차 변경을 침범할 것입니다. 만약 처치를 잘못하면 그 해독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들의 형세가 성하기 전에 죄를 물으면 비록 힘을 그다지 들이지 않아도 오히려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한번 벌어지면 해마다 병화(兵禍)가 맺어지니 이는 병가(兵家)의 걱정거리입니다. 지금에 있어서 처치가 적의하게 되면 아마도 순종할 마음이 있을 것이니, 이때에 벌모책(伐謀策)431) 이 있어야 합니다. 신의 의견으로는 마땅히 중신(重臣)을 보내어 오랑캐의 형편을 탐지하여 조정의 위덕(威德)을 펴면 그 도의 감사·병사(兵使)도 마음을 써서 조치할 것이요, 성저(城底)의 야인은 우리 나라의 위덕을 의뢰하여 반드시 주장합에게 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듣건대 조종조에서도 대신을 보내어 변방을 순심(巡審)하게 하였다 합니다. 근래에는 민폐가 있다 하여 다시 보내지 않았으나 이제 만약 보낸다면 일도(一道)가 용동(聳動)하여 변방의 기강(紀綱)이 크게 떨칠 것입니다. 그리고 형편에 따라 일을 처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연 갑자기 군사를 써서는 안 되니 중신을 보내어 변방을 순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였다. 우의정 안당이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도 중신을 보내어 순심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고, 승지 김정국이 아뢰기를,

"지금 상국에 가서 무릇 묻는 바가 있으면 거짓말로 꾸며서는 안 됩니다. 임금이 아랫사람을 접대하는 데에 허위를 보이지 않고 성실히 하면 감동시킬 수 있는데, 가서 응답한 것은 모두 허위로 하였으니 신은 실로 한심합니다. 【대개 폐주(廢主) 때의 일을 가리킨 것이다.】 반정(反正)할 때에는 천명과 인심이 다 그러하였으니, 비록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이 처리하더라도 혼군(昏君)을 폐하고 밝은 이를 세우는 것은 부득이하였을 것입니다. 신이 북경에 가서 응답한 절목(節目)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때 대신이 처치를 잘못하였기 때문에 그러하였던 것이니, 영구히 이것을 전례로 삼는 것은 지극히 한심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 생각에도 미안하게 여겨 일찍이 대신에게 의논하였다. 그러나 이는 큰 일이므로 그대로 따라 할 뿐이다."

하였다. 정광필이 아뢰기를,

"김정국의 말이 옳습니다. 유자(儒者)의 마음에 미안하게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고칠 수는 없습니다."

하고, 좌의정 신용개가 아뢰기를,

"김정국의 말이 정대하고도 곧으니 윗사람을 섬기는 데는 허위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 형세가 이와 같으니, 지금 만약 전에 응답한 사연을 고친다면 지금 주청하는 일이 모두 허위로 돌아가고 맙니다. 형세가 이와 같으니 고쳐서는 안 됩니다. 중국에서 노산군(魯山君)의 일432) 을 물으면 응답하기 또한 어려우니, 부득이 권도(權道)로 말하여야 합니다. 만약 그 처음에 바르게 하였더라면 좋았으나 지금은 고쳐서는 안 됩니다."

하고, 김정국이 아뢰기를,

"모든 일은 그 성패(成敗)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정도(正道)로 일을 행하면 실패하더라도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노산군의 일은 숨기더라도 그 계책이 천단(淺短)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금법이 여간 엄하지 않는데도 상국(上國)의 모든 일이 오히려 외국에 전파되는데, 하물며 번국(藩國)의 일을 상국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모든 일은 모두 정도로 해야 할 일이지 어찌 허위로 하겠습니까?"

하였다.

  • [註 426] 《회전(會典)》 : 《대명회전(大明會典)》.
  • [註 427] 노공필(盧公弼)이 고명(誥命)을 청할 때 : 노공필은 성종·연산·중종 때의 문신. 중종 2년(1507)에 중종(中宗)의 승습(承襲)을 청하러 명나라에 간 사절(使節)이 승인을 못 받고 있을 때 재차 사절(使節)로 가서 승인을 받아 8월에 귀국하였다. 고명(誥命)은 천자가 내려 주는 사령장(辭令狀).
  • [註 428] 통정사(通政司) : 국내외의 장주(章奏)를 맡아보던 중국 관명.
  • [註 429] 왕창은 일찍이 사신이 되어 우리 나라에 온 일이 있었고, : 성종 19년(1488)에 명사 동월(董越)이 효종 황제(孝宗皇帝)의 즉위 조서(卽位詔書)를 가지고 나왔을 때 왕창이 부사(副使)가 되어 우리 나라에 왔었다.
  • [註 430] 진작(進爵) : 진연(進宴) 때 임금에게 술잔을 올리는 것.
  • [註 431] 벌모책(伐謀策) : 적의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 치는 것.
  • [註 432] 노산군(魯山君)의 일 : 세조(世祖)가 수양 대군(首陽大君)으로 있을 적에 단종(端宗)을 보좌하는 김종서(金宗瑞) 등 여러 대신을 죽이고 마침내 왕위를 찬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나라에 대해서는 선양(禪讓)의 형식을 취하여 왕위를 계승한 것으로 보고하였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원문

○上引見奏請使南袞ㆍ李耔、聖節使方有寧、質正官崔世珍、書狀官韓忠ㆍ盧克昌, 三公竝入參。 上謂袞、耔曰: "今奏請之事, 國之大事。 卿等其勉之, 得請而還。" 袞曰: "此實臣民所共憤悶者也。 但恐禮部有異議, 而不許改正也。 臣當呈奏本于禮部, 審禮部之意, 隨機而處之, 必使知誣罔。 但皇帝無意於天下, 朝廷大臣專治國事, 必執法以謂: ‘《會典》, 乃太祖高皇帝之所爲, 豈聽外人之言而輕改之乎?’如宗系之事, 永樂皇帝曾許改正, 此則庶有可望, 臣等恐未得蒙準, 日夜惶恐。 前者盧公弼請誥命時, 書陳情之辭, 將欲呈禮部, 自朝至午, 彷徨竟不受。 其後戒門者, 使不納朝鮮使者, 以此欲呈而未也。 適見王敞, 王敞遇之甚悅, 卽受之, 呈于通政司。 王敞曾奉使我國, 而其時爲通政司堂上故也。 今不知何如也。 但所奏請之事爲大, 必不容易受疏也。 雖欲陳疏達意, 而不受則恐未易達也。" 耔曰: "自古奏請大事, 必於通政司陳章疏。 今亦難於準奏, 則不得已當用章疏。 在此先達是意, 而往彼爲之, 故敢啓。" 言訖俱還就坐, 乃命設酌。 將進酒, 上曰: "此雖非宴享之例, 奏請使可進爵。" 又命有寧、耔, 各進爵。 袞曰: "臣固不知兩界之事也, 見住張哈之勢, 則將有犯邊之形。 若失處置, 則蜂蠆之毒, 不可不慮。 宜及黨類之未熾而問罪, 則雖不極費力, 猶可制之。 然兵釁一開, 年年禍結, 此兵家之患。 在今處之得宜, 則疑或有革順之心。 於此之時, 當有伐謀之策。 臣之意宜遣重臣, 探見虜情, 以布朝廷之威德, 則其道監司、兵使, 亦當用意措置, 而城底野人, 依賴我國之威德, 必不歸附住張哈也。 聞祖宗朝, 亦遣大臣, 以巡邊鄙, 近來以爲有民弊而不復遣之。 今若遣之, 則一道聳動, 邊方之紀綱大振。 又令便宜從事, 無乃可乎?" 上曰: "果不可遽爲用兵。 遣重臣巡審邊鄙, 無乃可乎?" 右議政安瑭曰: "在祖宗朝, 亦嘗遣重臣, 使巡審也。" 承旨金正國曰: "今往上國, 凡有所問, 不宜修飾誣辭。 人君接待下人, 不示虛僞而誠實, 則能以感動, 而至於赴上國, 凡所應答, 皆虛僞, 臣實寒心。 【蓋指廢主時事。】 夫反正之時, 天命、人心, 旣皆然矣。 雖使伊尹、周公處之, 廢昏立明, 必不得已也。 臣見赴京應答節目, 甚可驚也。 其時大臣處之, 不得其道而然也, 永以此爲例, 至爲寒心。" 上曰: "予意亦謂未安, 而會議于大臣。 然此大事, 故猶因循耳。" 領議政鄭光弼曰: "正國之言是矣。 儒者之心, 蓋以爲未安也, 然今不可改也。" 左議政申用漑曰: "正國之言, 正大且直。 事上不可以虛僞也。 然其勢如此, 今若改其前所答之辭, 則今所奏請之事, 皆歸於虛矣。 勢若此, 不可改也。 中國問魯山君事, 則答之亦難, 不得已爲權辭。 若正於其始則可矣, 今則不可改也。" 正國曰: "凡事不可計其成敗, 以正行事, 則雖見敗, 非所恥也。 魯山君事雖隱之, 其謀淺短。 中朝法禁, 雖非偶然, 凡上國之事, 亦猶傳播於外國。 況藩國之事, 上國豈不知之乎? 凡事皆當以正, 豈容僞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중종실록34권, 중종 13년 7월 14일 辛亥 2/5 기사 / 1518년 명 정덕(正德) 13년

주청사와 성절사·질정관·서장관을 인견하여 각각의 소임에 대하여 논하다

국역

상이 주청사(奏請使) 남곤·이자와 성절사(聖節使) 방유령(方有寧)·질정관(質正官) 최세진(崔世珍)·서장관(書狀官) 한충(韓忠)과 노극창(盧克昌)을 인견(引見)하였는데 삼공도 모두 입참(入參)하였다. 상이 남곤과 이자에게 이르기를,

"지금 주청하는 일은 나라의 큰 일이니 경 등은 힘써서 허락을 받아가지고 돌아오라."

하매, 곤이 아뢰기를,

"이는 실로 신민(臣民)이 함께 분하고 민망하게 여기는 바입니다만 아마도 예부(禮部)가 이의(異議)를 하여 개정을 허락하지 않을 듯하니 신은 주본(奏本)을 예부에 올려, 예부의 의사를 살펴 기회에 따라 처리하여 반드시 무망(誣罔)임을 알게 하겠습니다. 단 황제가 천하 다스리는 데 뜻이 없고 조정의 대신들이 오로지 국사를 다스리는 상황에서 반드시 법을 고집하며 말하기를 ‘《회전(會典)》426) 은 태조 고황제(太祖高皇帝)가 하신 일인데 어찌 외국 사람의 말을 듣고 가벼이 고치겠느냐?’ 할 것입니다. 종계(宗系)의 일로 말하면, 영락 황제(永樂皇帝)가 개정을 허락하였으니 이는 가망이 있습니다. 신 등은 준허(準許)를 받지 못할까 하여 밤낮으로 황공합니다.

전자에 노공필(盧公弼)이 고명(誥命)을 청할 때427) 에 진정하는 사연을 써서 예부에 올리려고 아침부터 낮까지 방황하였으나 끝내 받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문지기에게 경계하여 조선(朝鮮) 사자(使者)를 들이지 못하도록 하였으므로 바치려 하였으나 바치지 못하였습니다. 마침 왕창(王敞)을 만났는데, 왕창이 만나보고는 매우 반가와하며 곧 받아서 통정사(通政司)428) 에 올렸습니다. 왕창은 일찍이 사신이 되어 우리 나라에 온 일이 있었고,429) 그때 통정사의 당상으로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떠한지 모르겠습니다마는, 주청하는 일이 크기 때문에 반드시 용이하게 소장(疏章)을 받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소장을 올려 의사를 전하려 하더라도 받지 않으면 쉽게 전달하지 못할 듯합니다."

하고, 이자가 아뢰기를,

"옛부터 주청은 큰 일이라 반드시 통정사에 소장을 올렸으니, 지금도 주청(奏請)을 허락받기 어려우면 부득이 소장을 써야 합니다. 여기서 먼저 이 의사를 전하고 거기 가서 해야 하기 때문에 감히 아룁니다."

하였다. 말을 마치고는 모두 돌아와 자리에 나아갔다. 이에 술상을 차리게 하고 술을 올리려 할 적에 상이 이르기를,

"이는 연향(宴享)하는 예와는 다르나, 주청사는 진작(進爵)430) 하도록 하라."

하고, 또 방유령과 이자에게 명하여 각각 진작하도록 하였다.

남곤(南袞)이 아뢰기를,

"신은 진실로 양계(兩界)의 일을 잘 모르나 주장합(住張哈)의 형세를 보면 장차 변경을 침범할 것입니다. 만약 처치를 잘못하면 그 해독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그들의 형세가 성하기 전에 죄를 물으면 비록 힘을 그다지 들이지 않아도 오히려 제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쟁이 한번 벌어지면 해마다 병화(兵禍)가 맺어지니 이는 병가(兵家)의 걱정거리입니다. 지금에 있어서 처치가 적의하게 되면 아마도 순종할 마음이 있을 것이니, 이때에 벌모책(伐謀策)431) 이 있어야 합니다. 신의 의견으로는 마땅히 중신(重臣)을 보내어 오랑캐의 형편을 탐지하여 조정의 위덕(威德)을 펴면 그 도의 감사·병사(兵使)도 마음을 써서 조치할 것이요, 성저(城底)의 야인은 우리 나라의 위덕을 의뢰하여 반드시 주장합에게 귀속되지 않을 것입니다. 듣건대 조종조에서도 대신을 보내어 변방을 순심(巡審)하게 하였다 합니다. 근래에는 민폐가 있다 하여 다시 보내지 않았으나 이제 만약 보낸다면 일도(一道)가 용동(聳動)하여 변방의 기강(紀綱)이 크게 떨칠 것입니다. 그리고 형편에 따라 일을 처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과연 갑자기 군사를 써서는 안 되니 중신을 보내어 변방을 순심하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하였다. 우의정 안당이 아뢰기를,

"조종조에서도 중신을 보내어 순심하게 한 적이 있습니다."

하고, 승지 김정국이 아뢰기를,

"지금 상국에 가서 무릇 묻는 바가 있으면 거짓말로 꾸며서는 안 됩니다. 임금이 아랫사람을 접대하는 데에 허위를 보이지 않고 성실히 하면 감동시킬 수 있는데, 가서 응답한 것은 모두 허위로 하였으니 신은 실로 한심합니다. 【대개 폐주(廢主) 때의 일을 가리킨 것이다.】 반정(反正)할 때에는 천명과 인심이 다 그러하였으니, 비록 이윤(伊尹)과 주공(周公)이 처리하더라도 혼군(昏君)을 폐하고 밝은 이를 세우는 것은 부득이하였을 것입니다. 신이 북경에 가서 응답한 절목(節目)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그때 대신이 처치를 잘못하였기 때문에 그러하였던 것이니, 영구히 이것을 전례로 삼는 것은 지극히 한심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 생각에도 미안하게 여겨 일찍이 대신에게 의논하였다. 그러나 이는 큰 일이므로 그대로 따라 할 뿐이다."

하였다. 정광필이 아뢰기를,

"김정국의 말이 옳습니다. 유자(儒者)의 마음에 미안하게 여긴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 고칠 수는 없습니다."

하고, 좌의정 신용개가 아뢰기를,

"김정국의 말이 정대하고도 곧으니 윗사람을 섬기는 데는 허위로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그 형세가 이와 같으니, 지금 만약 전에 응답한 사연을 고친다면 지금 주청하는 일이 모두 허위로 돌아가고 맙니다. 형세가 이와 같으니 고쳐서는 안 됩니다. 중국에서 노산군(魯山君)의 일432) 을 물으면 응답하기 또한 어려우니, 부득이 권도(權道)로 말하여야 합니다. 만약 그 처음에 바르게 하였더라면 좋았으나 지금은 고쳐서는 안 됩니다."

하고, 김정국이 아뢰기를,

"모든 일은 그 성패(成敗)를 따져서는 안 됩니다. 정도(正道)로 일을 행하면 실패하더라도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노산군의 일은 숨기더라도 그 계책이 천단(淺短)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의 금법이 여간 엄하지 않는데도 상국(上國)의 모든 일이 오히려 외국에 전파되는데, 하물며 번국(藩國)의 일을 상국이 어찌 모르겠습니까? 모든 일은 모두 정도로 해야 할 일이지 어찌 허위로 하겠습니까?"

하였다.

  • [註 426] 《회전(會典)》 : 《대명회전(大明會典)》.
  • [註 427] 노공필(盧公弼)이 고명(誥命)을 청할 때 : 노공필은 성종·연산·중종 때의 문신. 중종 2년(1507)에 중종(中宗)의 승습(承襲)을 청하러 명나라에 간 사절(使節)이 승인을 못 받고 있을 때 재차 사절(使節)로 가서 승인을 받아 8월에 귀국하였다. 고명(誥命)은 천자가 내려 주는 사령장(辭令狀).
  • [註 428] 통정사(通政司) : 국내외의 장주(章奏)를 맡아보던 중국 관명.
  • [註 429] 왕창은 일찍이 사신이 되어 우리 나라에 온 일이 있었고, : 성종 19년(1488)에 명사 동월(董越)이 효종 황제(孝宗皇帝)의 즉위 조서(卽位詔書)를 가지고 나왔을 때 왕창이 부사(副使)가 되어 우리 나라에 왔었다.
  • [註 430] 진작(進爵) : 진연(進宴) 때 임금에게 술잔을 올리는 것.
  • [註 431] 벌모책(伐謀策) : 적의 계획이 이루어지고 있는 동안에 치는 것.
  • [註 432] 노산군(魯山君)의 일 : 세조(世祖)가 수양 대군(首陽大君)으로 있을 적에 단종(端宗)을 보좌하는 김종서(金宗瑞) 등 여러 대신을 죽이고 마침내 왕위를 찬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명나라에 대해서는 선양(禪讓)의 형식을 취하여 왕위를 계승한 것으로 보고하였기 때문에 이런 말이 있는 것이다.

원문

○上引見奏請使南袞ㆍ李耔、聖節使方有寧、質正官崔世珍、書狀官韓忠ㆍ盧克昌, 三公竝入參。 上謂袞、耔曰: "今奏請之事, 國之大事。 卿等其勉之, 得請而還。" 袞曰: "此實臣民所共憤悶者也。 但恐禮部有異議, 而不許改正也。 臣當呈奏本于禮部, 審禮部之意, 隨機而處之, 必使知誣罔。 但皇帝無意於天下, 朝廷大臣專治國事, 必執法以謂: ‘《會典》, 乃太祖高皇帝之所爲, 豈聽外人之言而輕改之乎?’如宗系之事, 永樂皇帝曾許改正, 此則庶有可望, 臣等恐未得蒙準, 日夜惶恐。 前者盧公弼請誥命時, 書陳情之辭, 將欲呈禮部, 自朝至午, 彷徨竟不受。 其後戒門者, 使不納朝鮮使者, 以此欲呈而未也。 適見王敞, 王敞遇之甚悅, 卽受之, 呈于通政司。 王敞曾奉使我國, 而其時爲通政司堂上故也。 今不知何如也。 但所奏請之事爲大, 必不容易受疏也。 雖欲陳疏達意, 而不受則恐未易達也。" 耔曰: "自古奏請大事, 必於通政司陳章疏。 今亦難於準奏, 則不得已當用章疏。 在此先達是意, 而往彼爲之, 故敢啓。" 言訖俱還就坐, 乃命設酌。 將進酒, 上曰: "此雖非宴享之例, 奏請使可進爵。" 又命有寧、耔, 各進爵。 袞曰: "臣固不知兩界之事也, 見住張哈之勢, 則將有犯邊之形。 若失處置, 則蜂蠆之毒, 不可不慮。 宜及黨類之未熾而問罪, 則雖不極費力, 猶可制之。 然兵釁一開, 年年禍結, 此兵家之患。 在今處之得宜, 則疑或有革順之心。 於此之時, 當有伐謀之策。 臣之意宜遣重臣, 探見虜情, 以布朝廷之威德, 則其道監司、兵使, 亦當用意措置, 而城底野人, 依賴我國之威德, 必不歸附住張哈也。 聞祖宗朝, 亦遣大臣, 以巡邊鄙, 近來以爲有民弊而不復遣之。 今若遣之, 則一道聳動, 邊方之紀綱大振。 又令便宜從事, 無乃可乎?" 上曰: "果不可遽爲用兵。 遣重臣巡審邊鄙, 無乃可乎?" 右議政安瑭曰: "在祖宗朝, 亦嘗遣重臣, 使巡審也。" 承旨金正國曰: "今往上國, 凡有所問, 不宜修飾誣辭。 人君接待下人, 不示虛僞而誠實, 則能以感動, 而至於赴上國, 凡所應答, 皆虛僞, 臣實寒心。 【蓋指廢主時事。】 夫反正之時, 天命、人心, 旣皆然矣。 雖使伊尹、周公處之, 廢昏立明, 必不得已也。 臣見赴京應答節目, 甚可驚也。 其時大臣處之, 不得其道而然也, 永以此爲例, 至爲寒心。" 上曰: "予意亦謂未安, 而會議于大臣。 然此大事, 故猶因循耳。" 領議政鄭光弼曰: "正國之言是矣。 儒者之心, 蓋以爲未安也, 然今不可改也。" 左議政申用漑曰: "正國之言, 正大且直。 事上不可以虛僞也。 然其勢如此, 今若改其前所答之辭, 則今所奏請之事, 皆歸於虛矣。 勢若此, 不可改也。 中國問魯山君事, 則答之亦難, 不得已爲權辭。 若正於其始則可矣, 今則不可改也。" 正國曰: "凡事不可計其成敗, 以正行事, 則雖見敗, 非所恥也。 魯山君事雖隱之, 其謀淺短。 中朝法禁, 雖非偶然, 凡上國之事, 亦猶傳播於外國。 況藩國之事, 上國豈不知之乎? 凡事皆當以正, 豈容僞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