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일기53권, 연산 10년 5월 22일 辛亥 11/14 기사 / 1504년 명 홍치(弘治) 17년
승지들에게 대비 헌수의 일을 묻다
국역
왕이 승지들에게 묻기를,
"대비께 헌수(獻壽)하고 싶은데, 별례로 행하더라도 되지 않겠는가?"
하니, 박열 등이 아뢰기를,
"어찌 규정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그 정리를 다하여 거행하실 일입니다."
하였다.
왕이 항상 모후(母后)의 폐위된 것을 원망하여 대비 섬기기를 성실하게 하지 않아 엄씨(嚴氏)·정씨(鄭氏)의 죽음에 대비 역시 위태로웠었다. 그 뒤 주색에 빠지면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의논하는 것이 싫어 비로소 받들어 효도한다고 빙자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모든 잔치에는 반드시 ‘대비에게 상수(上壽)한다.’ 하고, 대궐 안에 들인 물건을 쓰려고 찾으면서도 반드시 ‘대비에게 바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혹 취하게 되면, 성이 나 대비 앞에서 욕설하였는데, 언젠가는 밤에 술이 취하여 흥청(興淸) 중에 재주 있는 자 수십 명을 뽑아 따르게 하고, 사람을 시켜 종이 등롱(燈籠)을 들게 하되, 등롱 위에 가사(歌詞)를 썼는데, 모두 전두(纏頭)200) 를 바라는 말이었다.
왕이 직접 처용(處容)의 가면을 쓰고, 바로 대비 앞으로 가서 춤추고 뛰놀며 흥청에게 노래불러 응답하게 하니, 대비께서 채색 주단 10여 필을 내놓자, 왕이 노하여 곧 큰 지팡이를 들이게 하고 손으로 섬돌을 치며 부르짖기를 ‘너희들이 재주를 잘못 부리기 때문에 전두(纏頭)가 적다.’고 하니, 대비께서 두려워하여 취금(翠錦) 2필을 찾아내어 어깨에 걸어 주자, 왕이 기뻐서 등불을 가져다 비쳐 보며 ‘비단 품질이 좋다.’ 하고, 가까이하는 희첩(姬妾)에게 주고 파하였었다.
- [註 200] 전두(纏頭) : 재주 놀이에 대한 상품.
원문
○王問承旨等曰: "爲大妃獻壽, 雖別例行之, 無乃可乎?" 朴說等啓: "豈有規矩? 當極其情而行之。" 王常怨母后見廢, 事大妃不誠, 嚴、鄭之死, 大妃亦幾危。 後荒于酒色, 惡人議己, 始托以奉孝, 以濟己欲。 凡宴樂必曰: "上壽大妃。" 需索入內之物必曰: "進大妃。" 然或至醉則發怒, 詬於大妃前。 嘗夜乘醉, 選興淸有才者數十人自隨, 使人持紙燈, 籠上書歌詞, 皆乞纏頭之語。 王自着處容假面, 直至大妃前舞躍, 令興淸歌以應之。 大妃出綵紬十餘匹, 王怒卽命入大杖, 手擊階石叫曰: "爾輩不善呈才, 故纏頭少。" 大妃懼, 索翠錦兩匹, 令掛于肩, 王喜取燈照之曰: ‘錦品好。’ 顧賜幸姬而罷。
연산군일기53권, 연산 10년 5월 22일 辛亥 11/14 기사 / 1504년 명 홍치(弘治) 17년
승지들에게 대비 헌수의 일을 묻다
국역
왕이 승지들에게 묻기를,
"대비께 헌수(獻壽)하고 싶은데, 별례로 행하더라도 되지 않겠는가?"
하니, 박열 등이 아뢰기를,
"어찌 규정이 있겠습니까. 마땅히 그 정리를 다하여 거행하실 일입니다."
하였다.
왕이 항상 모후(母后)의 폐위된 것을 원망하여 대비 섬기기를 성실하게 하지 않아 엄씨(嚴氏)·정씨(鄭氏)의 죽음에 대비 역시 위태로웠었다. 그 뒤 주색에 빠지면서는 사람들이 자기를 의논하는 것이 싫어 비로소 받들어 효도한다고 빙자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고, 모든 잔치에는 반드시 ‘대비에게 상수(上壽)한다.’ 하고, 대궐 안에 들인 물건을 쓰려고 찾으면서도 반드시 ‘대비에게 바친다.’고 하였다. 그러나 혹 취하게 되면, 성이 나 대비 앞에서 욕설하였는데, 언젠가는 밤에 술이 취하여 흥청(興淸) 중에 재주 있는 자 수십 명을 뽑아 따르게 하고, 사람을 시켜 종이 등롱(燈籠)을 들게 하되, 등롱 위에 가사(歌詞)를 썼는데, 모두 전두(纏頭)200) 를 바라는 말이었다.
왕이 직접 처용(處容)의 가면을 쓰고, 바로 대비 앞으로 가서 춤추고 뛰놀며 흥청에게 노래불러 응답하게 하니, 대비께서 채색 주단 10여 필을 내놓자, 왕이 노하여 곧 큰 지팡이를 들이게 하고 손으로 섬돌을 치며 부르짖기를 ‘너희들이 재주를 잘못 부리기 때문에 전두(纏頭)가 적다.’고 하니, 대비께서 두려워하여 취금(翠錦) 2필을 찾아내어 어깨에 걸어 주자, 왕이 기뻐서 등불을 가져다 비쳐 보며 ‘비단 품질이 좋다.’ 하고, 가까이하는 희첩(姬妾)에게 주고 파하였었다.
- [註 200] 전두(纏頭) : 재주 놀이에 대한 상품.
원문
○王問承旨等曰: "爲大妃獻壽, 雖別例行之, 無乃可乎?" 朴說等啓: "豈有規矩? 當極其情而行之。" 王常怨母后見廢, 事大妃不誠, 嚴、鄭之死, 大妃亦幾危。 後荒于酒色, 惡人議己, 始托以奉孝, 以濟己欲。 凡宴樂必曰: "上壽大妃。" 需索入內之物必曰: "進大妃。" 然或至醉則發怒, 詬於大妃前。 嘗夜乘醉, 選興淸有才者數十人自隨, 使人持紙燈, 籠上書歌詞, 皆乞纏頭之語。 王自着處容假面, 直至大妃前舞躍, 令興淸歌以應之。 大妃出綵紬十餘匹, 王怒卽命入大杖, 手擊階石叫曰: "爾輩不善呈才, 故纏頭少。" 大妃懼, 索翠錦兩匹, 令掛于肩, 王喜取燈照之曰: ‘錦品好。’ 顧賜幸姬而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