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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실록 5권, 태종 3년 1월 1일 己卯 1번째기사 1403년 명 영락(永樂) 1년

정삭을 하례하고 종친과 대신에게 잔치를 베풀고 대무(對舞)를 추게 하다

정삭(正朔)을 하례(賀禮)하고 조회(朝會) 받기를 의식과 같이 하고, 군신(群臣)에게 잔치를 베풀었다. 의안 대군(義安大君) 이화(李和)·상락 부원군(上洛府院君) 김사형(金士衡)·우정승 이무(李茂)가 수주(壽酒)를 올리니, 임금이 용상(龍床)에서 내려와 잔을 받았다. 잔치가 무르익으매, 임금이 명하여 안우세(安遇世)는 대군(大君) 화(和)와 더불어 춤을 추고, 최저(崔沮)는 좌사(左使) 이빈(李彬)과 더불어 춤을 추게 하였다. 임금이 우세 등에게 이르기를,

"너희들은 절개를 지킨 신하들이다. 종실(宗室)과 대신(大臣)이 더불어 대무(對舞)하게 한 것은 총애(寵愛)가 특별하기 때문이다. 비록 일찍이 작질(爵秩)을 받았으나 장차 이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하고, 각각 옷 두 벌[領]씩을 내려 주었다. 우세는 모두 조사의(趙思義)의 난(亂)에서 도망해 온 자들이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 내가 경들 및 여러 신하들과 잔치를 열어 함께 즐기는 것은 황음(荒淫)의 즐거움이 아니다. 며칠 전만 해도 사직(社稷)의 안위(安危)가 터럭[髮]을 용납할 틈도 없었는데, 지금은 태상왕(太上王)께서 탈이 없이 돌아오셨고, 종사(宗社)가 다시 편안하여졌으니, 오늘의 즐김이 어찌 우연한 것인가?"

하였다. 이무(李茂)가 대답하기를,

"전하께서 오늘이 있는 것은 하늘의 일입니다. 무인년에 흉당(凶黨)을 없앤 뒤에 주상께서 사람을 시켜 상왕(上王)을 맞기에, 신이 사뢰기를, ‘오늘의 일은 전하가 계시니 달리 구할 것이 없습니다.’ 하였더니, 주상께서 노하여 말씀하시기를, ‘그게 무슨 말인가? 천륜(天倫)이 차서(次序)를 잃어서 이 난(亂)을 불렀는데, 지금 또 다시 그렇게 하면, 또한 무엇이 다르냐?’ 하시고, 드디어 칼을 뽑아 꾸짖었습니다. 신이 다시는 감히 말하지 못하였습니다. 태상(太上)께서 나라를 전하시는 명령[傳國之命]이 상왕께로 돌아가서 천륜(天倫)이 바루어졌습니다. 전하께서 오늘이 있는 것은 모두 전하의 성덕(盛德)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울고, 무(茂)도 또한 울었다.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54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己卯朔/賀正受朝如儀, 宴群臣。 義安大君 上洛府院君 金士衡、右政丞李茂進壽酒, 上下床受杯。 宴酣, 上命安遇世與大君對舞, 崔沮與左使李彬對舞。 上謂遇世等曰: "汝等, 守節之臣也。 使與宗室及大臣對舞, 寵異之也。 雖曾受爵秩, 將不止此。" 各賜衣二領。 蓋遇世, 皆逃思義之亂而來者也。 上曰: "今日, 予與卿等及群臣開宴同懽, 非荒淫之樂也。 昨者社稷安危, 間不容髮, 今太上王無恙而還, 宗社再安, 今日之懽, 豈偶然哉!" 李茂對曰: "殿下之有今日, 天也。 歲戊寅拔去凶黨之後, 上使人迎上王, 臣白曰: ‘今日之事, 殿下在焉, 不用他求。’ 上怒曰: ‘惡, 是何言! 天倫失序, 以致此亂。 今又復然, 亦何異哉!’ 遂拔劍罵之, 臣不敢復言。 太上傳國之命, 歸于上王, 天倫以正。 殿下之有今日, 皆殿下之盛德也。" 上涕泣, 亦涕泣。


  • 【태백산사고본】 2책 5권 1장 A면【국편영인본】 1책 254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