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고종실록27권, 고종 27년 3월 12일 신사 1/4 기사 / 1890년 조선 개국(開國) 499년

옥책문과 금보를 올린 것을 경축하고 진하를 받은 다음 사령을 반포하다

국역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서 옥책문(玉冊文)과 금보(金寶)를 올려 경축하고 진하를 받은 다음 사령(赦令)을 반포하였다. 왕세자가 따라 나아가 시좌(侍座)하였다. 교문(敎文)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훌륭한 왕업을 잇고 천명(天命)을 밝게 받아 만대에 영원할 계책을 생각하며 선대의 효성을 추모하여 조상의 공적을 크게 빛내는 동시에 세 왕후에게 옥책문(玉冊文)을 올리나니, 태묘(太廟)에 제사를 지내고 온 나라에 크게 고하노라.

삼가 생각건대, 숙종 현의 광윤 예성 영렬 유모 영운 홍인 준덕 배천 합도 계휴 독경 장문 헌무 경명 원효 숙종 대왕(顯義光倫睿聖英烈裕謨永運洪仁峻德配天合道啓休篤慶章文憲武敬明元孝肅宗大王)은 큰일을 한 임금으로서 비길 데 없는 업적을 세우셨다. 굳세고 중정(中正)한 덕을 품부 받아 하늘의 원덕(元德)을 체행하셨으며, 하늘의 질서에 따라 현자에게 관직을 주고 죄 있는 이를 토벌하는 법에 힘써서 한결같이 천리(天理)에 근본하셨다. 임금으로서 증자(曾子)민자건(閔子騫)같이 효성이 독실하니 인륜이 지극한 성인이시며, 온 나라가 당요(唐堯)우순(虞舜)과 같은 어진 이로 떠받들어 백성들의 표준이 되었다. 나라의 모든 정령(政令)을 조처하심은 학문 가운데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폐백으로 은둔한 현자를 초빙하시니, 다스리는 법은 하늘의 덕과 임금의 도리에서 구한 것이며, 탕왕(湯王)이 상림(桑林)에서 경건하게 기도하듯이 제사 지내시니 나라를 위한 계책과 백성을 위한 성심을 볼 수 있었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는 내용의 그림을 걸어 놓고 정사에 대해 부지런히 자문하여 보필할 사람을 뽑았으며, 궁전 기둥에 써서 붙여서 출척(黜陟)을 명백히 하여 관리들을 살폈다. 근본을 함양하여 신명을 대하듯 조심했기 때문에 일에서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성과가 나타났다.

심지어 전에 없던 예식을 다 거행한 것은 실로 성군의 훌륭한 결단에서 나온 것이다. 위화도(威化島)의 공적을 드러내어 밝히고 공정 대왕(恭靖大王)의 사당을 높이시니 조상들에게 영광이 있고, 단종(端宗)의 지위를 회복하고 단경 왕후(端敬王后)의 사당을 세우시니, 천지에 내세워도 어그러지지 않았다. 문묘(文廟)에 승무(陞廡)하는 차례를 바로잡으니 도학(道學)이 정통을 전하게 되었고, 황단(皇壇)에 대통(大統)을 높이니 정밀한 의리는 선대의 뜻을 밝혔다.

해와 달처럼 밝으시니 곤의(壼儀)가 다시 새로워짐을 우러러보고, 신속함이 바람과 우레와 같으니 다행히 국시(國是)가 크게 정해졌다. 백대(百代)의 왕들을 등급을 나누어 평가해 보아도 이렇게 훌륭한 일이 없으며, 한 마음을 정밀히 하여 이로써 전해주셨다. 총명하고 슬기로운 지혜로 임금 자리에 올라 개연히 삼대(三代)의 훌륭한 정치에 뜻을 두었으며, 예약과 형정(刑政)이 자신에게서 나와 우뚝하게 한 왕자(王者)의 규범이 되었다. 아! 50년 동안 인도하여 교화가 이루어졌고 진실로 억만년의 터전이 굳건해졌다. 비록 허공의 구름같이 이미 지나가버려 드높은 업적을 형용하기 어렵지만 아직도 남은 혜택은 잊혀지지 않아 추연히 다시 보는 듯하다.

생각건대, 광열 선목 혜성 효장 명현 인경 왕후(光烈宣穆惠聖孝莊明顯仁敬王后)께서는 큰 현인의 후손으로서 원비(元妃)의 높은 지위에 있었다. 시(詩)와 예(禮)를 전해오는 훌륭한 가정에서 배우고 여러 대에 걸쳐 높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었으며, 도서(圖書)와 역사를 생활의 거울로 삼고 네 전하의 기뻐하는 마음을 받들었네. 몸을 유순하고 바름에 두니〈관저장(關雎章)〉003) 이 남국(南國)의 옛 교화를 일으키듯 하였고, 마음을 겸손함에 두니 한(漢) 나라 마황후(馬皇后) 탁룡궁(濯龍宮)에서 외가 친척의 사사로움을 깨끗이 하듯 하였다. 6년동안 왕후의 지위에 있다가 세상을 버리신 것이 슬프나, 칠첩(七牒)의 옥검(玉檢)에 아름다운 공렬이 남아 영원히 전해지리라. 또한 생각건대, 효경 숙성 장순 의열 정목 인현 왕후(孝敬淑聖莊純懿烈貞穆仁顯王后)께서는 밝음이 일월과 부합되어 왕비가 되었는데, 지초의 뿌리〔芝根〕와 단물샘에 아름다움이 모이듯 하였으니, 아름다운 가르침은 내외의 법도 있는 훌륭한 가문에서 받은 것이며 규목장(樛木章)004)강타장(江沱章)005) 에 노래가 퍼지듯 은공(隱功)은 옛날의 명철한 왕후에 비길 만하였다. 소인들의 모해를 당했으나 아름다운 업적은 더욱 빛났고, 왕후로 다시 높아진 것을 우러러보게 되었으니 인륜이 비로소 바로잡혔다. 돌아가시자 종묘(宗廟)에 모셨으니 〈채빈장(采蘋章)〉을 읊으며 감회를 일으키고 합장(合葬)을 하여 하늘과 짝하신 신령을 기쁘게 하니 관을 부여잡고 추모하는 마음을 부친다.

또 생각건대, 혜순 자경 헌렬 광선 현익 강성 정덕 수창 영복 융화 휘정 정의 장목 인원 왕후(惠順慈敬獻烈光宣顯翼康聖貞德壽昌永福隆化徽靖定懿章穆仁元王后)께서는 마음이 깊고 고요하며 슬기로운 학문이 물 흐르듯 하였다. 성명(聖明)의 정사에 큰 교화를 도와 닭이 울면 일어나는 경계를 보존하였고 위태롭고 의심스러운 때에 큰 계책을 결단하여 자손들에게 훌륭한 계책을 물려 주셨다.

주(周) 나라의 열 명의 훌륭한 신하들 속에는 부인이 있었으니, 공로는 여와씨(女媧氏)보다 높았고, 50년 동안 문모(文母)의 교훈을 받아 칭송하는 말이 온 나라에 넘쳤다. 하늘에 밝게 계시니 생전에 옥난간에서 노니시던 자취는 이미 아득하지만, 사람에게 미친 영향은 많고 많으니 역사책에 남긴 아름다운 사적으로 징험할 수 있다.

덕이 적고 몽매한 과인에 이르러 왕업을 물려받았으므로 선조의 계책과 업적을 이어나갈 방도를 생각하였다. 이에 신령이 오르내리는 것을 생각하니 어찌 가정의 아름다운 전통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제사를 돌아보시니 다만 부지런히 밤낮으로 제사를 올릴 뿐이다.

이제 영묘(英廟)에 존호를 가상하는 날을 맞이하여 옛날 조상의 사당에 아름다움을 돌리는 정성을 생각하였다.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마음은 이승이건 저승이건 차이가 없어 양양(洋洋)하게 위에 계신 듯하고 아래에 계신 듯하며, 훌륭한 덕성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 소리는 분명하고 그 신령은 빛날 것이다. 오직 선조의 뜻을 잇고 사업을 이어받는 계책은 선대 임금을 힘써 생각하는 것인데, 더구나 빛나는 업적을 드러내는 조치는 우리 왕가의 예법에도 마땅하다. 그래서 이미 떳떳한 법을 그대로 따르고 또 왕후들의 업적도 함께 드러내는 바이다. 올해 3월 11일에 숙종 대왕에게는 ‘정중 협극 신의 대훈(正中協極神毅大勳)’이라는 존호를, 인경 왕후에게는 ‘순의(純懿)’라는 존호를, 인현 왕후에게는 ‘원화(元化)’라는 존호를, 인원 왕후에게는 ‘정운(正運)’이라는 존호를 추상하였다. 존호를 추상하는 성대한 의식은 선조(先祖)이신 숙종 대왕을 즐겁게 해 드리고, 세 분 왕후의 훌륭한 덕음(德音)에 부합될 것이다.

대서특필하여도 고명하고 후덕한 덕은 표주박과 대통 같은 좁은 안목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미 높이고 또 높여서 바르고 밝음이 옥책문(玉冊文)에 일컬은 바와 부합된다. 조상을 추모하고 선조의 아름다운 덕을 거울삼는 것은 나라를 편안하게 한 임금이 도모한 일을 따르는 것이고 경축하고 은혜를 베푸는 것은 상천(上天)의 살려주기를 좋아하는 덕을 본받는 것이다. 대궐 뜰에서 교서를 반포하니 모든 관리들이 기뻐서 춤추며 은택을 온 나라에 펴니 만물이 밝게 소생하도다.

이달 12일 새벽 이전에 지은 죄로 잡범으로서 사죄(死罪) 이하의 죄인을 모두 용서한다.

아! 귀신과 사람이 서로 기뻐하니 종묘(宗廟)는 더욱 중해졌다. 백성의 덕이 후한 데로 돌아가니 효도하고 공경하는 기풍이 크게 일어나며, 나라의 운명이 새로워지니 다같이 어질고 장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모두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한장석(韓章錫)이 지어 올린 것이다.】

  • [註 003] 〈관저장(關雎章)〉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주 문왕(周文王)이 숙녀(淑女)를 후비(后妃)로 얻은 것을 찬탄하여 지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관저는 후비의 덕(德)이요 풍교(風敎)의 첫머리이며 천하를 교화하여 부부(夫婦)를 바루는 뜻이라 한다.
  • [註 004] 규목장(樛木章)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태사(太姒)가 은덕(恩德)으로써 여러 첩들을 접하고, 여러 첩들도 후비에게 친부(親附)하였으므로, 규문(閨門)의 예의(禮儀)가 성했던 것을 말함.
  • [註 005] 강타장(江沱章) : 《시경》 소남(召南)의 강유사(江有氾). 주남(周南)의 규목과 함께 모두 중첩(衆妾)을 잘 다스린 부인의 덕을 읊고 있음.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문

十二日。 詣勤政殿, 上冊寶, 稱慶受賀, 頒赦。 王世子隨詣侍座。 敎文若曰:

纘令緖而昭受天命, 聿懷萬世永圖, 追先孝而丕揚祖功, 竝薦三后顯冊, 有事太廟, 誕告多方。 恭惟肅宗顯義光倫睿聖英烈裕謨永運洪仁峻德配天合道啓休篤慶章文憲武敬明元孝大王, 大有爲君, 維無競烈。 稟剛健中正之德, 克體大哉乾元; 懋敍秩命討之章, 壹是本乎天理。 千乘篤之孝, 聖至人倫; 八域戴之仁, 民歸皇極。 凡厥政令間施措, 無非典學中出來。 束帛起丘園之賢, 求治法於天德王道; 圭璧虔桑林之禱, 見誠心於國計民憂。 舟水揭圖, 勤咨訪而錯輔; 殿柱代帖, 明黜陟而審官。 蓋其涵養本原, 儼神明之對越, 所以著見事業, 若江河之沛然。 至若曠禮之咸修, 實由聖謨之乾斷。 闡威化之烈、崇恭靖之廟, 于祖宗有光; 復莊陵之位、修端敬之祠, 建天地不悖。 正秩祀於聖廡, 道學斯有嫡傳; 尊大統於皇壇, 精義式昭先志。 明更日月, 仰壼儀之重新, 迅發風雷, 幸國是之大定, 等百世未有盛也。 精一心以是傳之, 聰明睿智之有臨, 慨然三代之志, 禮樂刑政之自出, 卓爾一王之規。 猗歟! 五十載, 久道化成; 允矣! 億萬年, 基命宥密。 雖虛雲之已過, 巍乎難名; 尙遺澤之不諼, 愀如復見。 粤惟光烈宣穆惠聖孝莊明顯仁敬王后, 以大賢後, 居元妃尊。 胚詩禮於紘紞, 承屢世隆師之敎; 鏡圖史於簪珥, 奉四聖悅豫之心。 正體柔貞, 《關雎》興南國之化; 存心謙挹, 濯龍屛外家之私。 六載黃裳, 慨昌暉之寢閟; 七牒玉檢, 流芳烈而永綏。 亦粤孝敬淑聖莊純懿烈貞穆仁顯王后, 兩曜膺符, 重坤媲德, 芝根醴源之鍾美, 襲嘉訓於內外法家, 《樛木》《江沱》之播謠, 俔陰功於古先哲后。 遇明夷之用晦, 徽烈彌光; 瞻褕翟之復尊, 彝倫始正。 騩馭肇見廟之禮, 詠蘋藻而興懷; 鮒隅愉配天之靈, 攀梓柏而寓慕。 亦粤惠順慈敬獻烈光宣顯翼康聖貞德壽昌永福隆化徽靖定懿章穆仁元王后, 神襟淵靜, 睿問川流。 贊大化於聖明之治, 齊鷄存警; 決丕策於危疑之際, 燕翼貽謨。 十臣有婦人之才, 功高補石; 五紀仰文母之敎, 頌溢朋岡。 在天於昭, 玉欄之眞遊已邈; 及人者遠, 彤管之遺徽可徵。 逮寡昧受艱大之基, 而謨烈思纘承之道。 念玆陟降, 寧忽家庭之紹休? 顧予烝嘗, 只勤夙夜之毖祀。 迨今英廟加隆之日, 追昔禰室歸美之誠, 孝思無間於顯幽, 洋洋在上、明明在下, 盛德若可以摹盡, 赫赫厥聲、濯濯厥靈。 惟繼志述事之圖, 先君思以勖, 矧覲光揚烈之擧, 我家禮亦宜。 旣彝章之式遵, 又儷極之齊闡, 迺於本年三月十一日, 追上肅宗大王尊號曰‘正中協極神毅大勳’, 仁敬王后尊號曰‘純懿’, 仁顯王后尊號曰‘元化’, 仁元王后尊號曰‘正運’。 那磬衎祖之烈。 練絃合文姒之音。 大書特書, 高厚非蠡管可測, 旣右亦右; 貞明叶鴻冊所稱。 追遠監先, 敉寧王之圖事; 行慶施惠, 體上天之好生。 揚渙音於大庭, 千官舞蹈; 沛解澤於區宇, 萬品昭蘇。 自本月十二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神人胥歡, 宗祏增重。 民德歸厚, 丕興孝悌之風; 邦命維新, 共躋仁壽之域。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韓章錫製】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고종실록27권, 고종 27년 3월 12일 신사 1/4 기사 / 1890년 조선 개국(開國) 499년

옥책문과 금보를 올린 것을 경축하고 진하를 받은 다음 사령을 반포하다

국역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서 옥책문(玉冊文)과 금보(金寶)를 올려 경축하고 진하를 받은 다음 사령(赦令)을 반포하였다. 왕세자가 따라 나아가 시좌(侍座)하였다. 교문(敎文)에,

"왕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훌륭한 왕업을 잇고 천명(天命)을 밝게 받아 만대에 영원할 계책을 생각하며 선대의 효성을 추모하여 조상의 공적을 크게 빛내는 동시에 세 왕후에게 옥책문(玉冊文)을 올리나니, 태묘(太廟)에 제사를 지내고 온 나라에 크게 고하노라.

삼가 생각건대, 숙종 현의 광윤 예성 영렬 유모 영운 홍인 준덕 배천 합도 계휴 독경 장문 헌무 경명 원효 숙종 대왕(顯義光倫睿聖英烈裕謨永運洪仁峻德配天合道啓休篤慶章文憲武敬明元孝肅宗大王)은 큰일을 한 임금으로서 비길 데 없는 업적을 세우셨다. 굳세고 중정(中正)한 덕을 품부 받아 하늘의 원덕(元德)을 체행하셨으며, 하늘의 질서에 따라 현자에게 관직을 주고 죄 있는 이를 토벌하는 법에 힘써서 한결같이 천리(天理)에 근본하셨다. 임금으로서 증자(曾子)민자건(閔子騫)같이 효성이 독실하니 인륜이 지극한 성인이시며, 온 나라가 당요(唐堯)우순(虞舜)과 같은 어진 이로 떠받들어 백성들의 표준이 되었다. 나라의 모든 정령(政令)을 조처하심은 학문 가운데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었다.

폐백으로 은둔한 현자를 초빙하시니, 다스리는 법은 하늘의 덕과 임금의 도리에서 구한 것이며, 탕왕(湯王)이 상림(桑林)에서 경건하게 기도하듯이 제사 지내시니 나라를 위한 계책과 백성을 위한 성심을 볼 수 있었다. 임금은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는 내용의 그림을 걸어 놓고 정사에 대해 부지런히 자문하여 보필할 사람을 뽑았으며, 궁전 기둥에 써서 붙여서 출척(黜陟)을 명백히 하여 관리들을 살폈다. 근본을 함양하여 신명을 대하듯 조심했기 때문에 일에서는 강물처럼 거침없이 성과가 나타났다.

심지어 전에 없던 예식을 다 거행한 것은 실로 성군의 훌륭한 결단에서 나온 것이다. 위화도(威化島)의 공적을 드러내어 밝히고 공정 대왕(恭靖大王)의 사당을 높이시니 조상들에게 영광이 있고, 단종(端宗)의 지위를 회복하고 단경 왕후(端敬王后)의 사당을 세우시니, 천지에 내세워도 어그러지지 않았다. 문묘(文廟)에 승무(陞廡)하는 차례를 바로잡으니 도학(道學)이 정통을 전하게 되었고, 황단(皇壇)에 대통(大統)을 높이니 정밀한 의리는 선대의 뜻을 밝혔다.

해와 달처럼 밝으시니 곤의(壼儀)가 다시 새로워짐을 우러러보고, 신속함이 바람과 우레와 같으니 다행히 국시(國是)가 크게 정해졌다. 백대(百代)의 왕들을 등급을 나누어 평가해 보아도 이렇게 훌륭한 일이 없으며, 한 마음을 정밀히 하여 이로써 전해주셨다. 총명하고 슬기로운 지혜로 임금 자리에 올라 개연히 삼대(三代)의 훌륭한 정치에 뜻을 두었으며, 예약과 형정(刑政)이 자신에게서 나와 우뚝하게 한 왕자(王者)의 규범이 되었다. 아! 50년 동안 인도하여 교화가 이루어졌고 진실로 억만년의 터전이 굳건해졌다. 비록 허공의 구름같이 이미 지나가버려 드높은 업적을 형용하기 어렵지만 아직도 남은 혜택은 잊혀지지 않아 추연히 다시 보는 듯하다.

생각건대, 광열 선목 혜성 효장 명현 인경 왕후(光烈宣穆惠聖孝莊明顯仁敬王后)께서는 큰 현인의 후손으로서 원비(元妃)의 높은 지위에 있었다. 시(詩)와 예(禮)를 전해오는 훌륭한 가정에서 배우고 여러 대에 걸쳐 높은 스승의 가르침을 받들었으며, 도서(圖書)와 역사를 생활의 거울로 삼고 네 전하의 기뻐하는 마음을 받들었네. 몸을 유순하고 바름에 두니〈관저장(關雎章)〉003) 이 남국(南國)의 옛 교화를 일으키듯 하였고, 마음을 겸손함에 두니 한(漢) 나라 마황후(馬皇后) 탁룡궁(濯龍宮)에서 외가 친척의 사사로움을 깨끗이 하듯 하였다. 6년동안 왕후의 지위에 있다가 세상을 버리신 것이 슬프나, 칠첩(七牒)의 옥검(玉檢)에 아름다운 공렬이 남아 영원히 전해지리라. 또한 생각건대, 효경 숙성 장순 의열 정목 인현 왕후(孝敬淑聖莊純懿烈貞穆仁顯王后)께서는 밝음이 일월과 부합되어 왕비가 되었는데, 지초의 뿌리〔芝根〕와 단물샘에 아름다움이 모이듯 하였으니, 아름다운 가르침은 내외의 법도 있는 훌륭한 가문에서 받은 것이며 규목장(樛木章)004)강타장(江沱章)005) 에 노래가 퍼지듯 은공(隱功)은 옛날의 명철한 왕후에 비길 만하였다. 소인들의 모해를 당했으나 아름다운 업적은 더욱 빛났고, 왕후로 다시 높아진 것을 우러러보게 되었으니 인륜이 비로소 바로잡혔다. 돌아가시자 종묘(宗廟)에 모셨으니 〈채빈장(采蘋章)〉을 읊으며 감회를 일으키고 합장(合葬)을 하여 하늘과 짝하신 신령을 기쁘게 하니 관을 부여잡고 추모하는 마음을 부친다.

또 생각건대, 혜순 자경 헌렬 광선 현익 강성 정덕 수창 영복 융화 휘정 정의 장목 인원 왕후(惠順慈敬獻烈光宣顯翼康聖貞德壽昌永福隆化徽靖定懿章穆仁元王后)께서는 마음이 깊고 고요하며 슬기로운 학문이 물 흐르듯 하였다. 성명(聖明)의 정사에 큰 교화를 도와 닭이 울면 일어나는 경계를 보존하였고 위태롭고 의심스러운 때에 큰 계책을 결단하여 자손들에게 훌륭한 계책을 물려 주셨다.

주(周) 나라의 열 명의 훌륭한 신하들 속에는 부인이 있었으니, 공로는 여와씨(女媧氏)보다 높았고, 50년 동안 문모(文母)의 교훈을 받아 칭송하는 말이 온 나라에 넘쳤다. 하늘에 밝게 계시니 생전에 옥난간에서 노니시던 자취는 이미 아득하지만, 사람에게 미친 영향은 많고 많으니 역사책에 남긴 아름다운 사적으로 징험할 수 있다.

덕이 적고 몽매한 과인에 이르러 왕업을 물려받았으므로 선조의 계책과 업적을 이어나갈 방도를 생각하였다. 이에 신령이 오르내리는 것을 생각하니 어찌 가정의 아름다운 전통을 소홀히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제사를 돌아보시니 다만 부지런히 밤낮으로 제사를 올릴 뿐이다.

이제 영묘(英廟)에 존호를 가상하는 날을 맞이하여 옛날 조상의 사당에 아름다움을 돌리는 정성을 생각하였다. 부모에게 효도하려는 마음은 이승이건 저승이건 차이가 없어 양양(洋洋)하게 위에 계신 듯하고 아래에 계신 듯하며, 훌륭한 덕성을 그림으로 그릴 수 있다면 그 소리는 분명하고 그 신령은 빛날 것이다. 오직 선조의 뜻을 잇고 사업을 이어받는 계책은 선대 임금을 힘써 생각하는 것인데, 더구나 빛나는 업적을 드러내는 조치는 우리 왕가의 예법에도 마땅하다. 그래서 이미 떳떳한 법을 그대로 따르고 또 왕후들의 업적도 함께 드러내는 바이다. 올해 3월 11일에 숙종 대왕에게는 ‘정중 협극 신의 대훈(正中協極神毅大勳)’이라는 존호를, 인경 왕후에게는 ‘순의(純懿)’라는 존호를, 인현 왕후에게는 ‘원화(元化)’라는 존호를, 인원 왕후에게는 ‘정운(正運)’이라는 존호를 추상하였다. 존호를 추상하는 성대한 의식은 선조(先祖)이신 숙종 대왕을 즐겁게 해 드리고, 세 분 왕후의 훌륭한 덕음(德音)에 부합될 것이다.

대서특필하여도 고명하고 후덕한 덕은 표주박과 대통 같은 좁은 안목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미 높이고 또 높여서 바르고 밝음이 옥책문(玉冊文)에 일컬은 바와 부합된다. 조상을 추모하고 선조의 아름다운 덕을 거울삼는 것은 나라를 편안하게 한 임금이 도모한 일을 따르는 것이고 경축하고 은혜를 베푸는 것은 상천(上天)의 살려주기를 좋아하는 덕을 본받는 것이다. 대궐 뜰에서 교서를 반포하니 모든 관리들이 기뻐서 춤추며 은택을 온 나라에 펴니 만물이 밝게 소생하도다.

이달 12일 새벽 이전에 지은 죄로 잡범으로서 사죄(死罪) 이하의 죄인을 모두 용서한다.

아! 귀신과 사람이 서로 기뻐하니 종묘(宗廟)는 더욱 중해졌다. 백성의 덕이 후한 데로 돌아가니 효도하고 공경하는 기풍이 크게 일어나며, 나라의 운명이 새로워지니 다같이 어질고 장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하는 것이니, 모두 잘 알았으리라 생각한다."

하였다. 【대제학(大提學) 한장석(韓章錫)이 지어 올린 것이다.】

  • [註 003] 〈관저장(關雎章)〉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주 문왕(周文王)이 숙녀(淑女)를 후비(后妃)로 얻은 것을 찬탄하여 지은 것이라 한다. 그래서 관저는 후비의 덕(德)이요 풍교(風敎)의 첫머리이며 천하를 교화하여 부부(夫婦)를 바루는 뜻이라 한다.
  • [註 004] 규목장(樛木章)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편명(篇名). 주(周)나라 문왕(文王)의 후비(后妃) 태사(太姒)가 은덕(恩德)으로써 여러 첩들을 접하고, 여러 첩들도 후비에게 친부(親附)하였으므로, 규문(閨門)의 예의(禮儀)가 성했던 것을 말함.
  • [註 005] 강타장(江沱章) : 《시경》 소남(召南)의 강유사(江有氾). 주남(周南)의 규목과 함께 모두 중첩(衆妾)을 잘 다스린 부인의 덕을 읊고 있음.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문

十二日。 詣勤政殿, 上冊寶, 稱慶受賀, 頒赦。 王世子隨詣侍座。 敎文若曰:

纘令緖而昭受天命, 聿懷萬世永圖, 追先孝而丕揚祖功, 竝薦三后顯冊, 有事太廟, 誕告多方。 恭惟肅宗顯義光倫睿聖英烈裕謨永運洪仁峻德配天合道啓休篤慶章文憲武敬明元孝大王, 大有爲君, 維無競烈。 稟剛健中正之德, 克體大哉乾元; 懋敍秩命討之章, 壹是本乎天理。 千乘篤之孝, 聖至人倫; 八域戴之仁, 民歸皇極。 凡厥政令間施措, 無非典學中出來。 束帛起丘園之賢, 求治法於天德王道; 圭璧虔桑林之禱, 見誠心於國計民憂。 舟水揭圖, 勤咨訪而錯輔; 殿柱代帖, 明黜陟而審官。 蓋其涵養本原, 儼神明之對越, 所以著見事業, 若江河之沛然。 至若曠禮之咸修, 實由聖謨之乾斷。 闡威化之烈、崇恭靖之廟, 于祖宗有光; 復莊陵之位、修端敬之祠, 建天地不悖。 正秩祀於聖廡, 道學斯有嫡傳; 尊大統於皇壇, 精義式昭先志。 明更日月, 仰壼儀之重新, 迅發風雷, 幸國是之大定, 等百世未有盛也。 精一心以是傳之, 聰明睿智之有臨, 慨然三代之志, 禮樂刑政之自出, 卓爾一王之規。 猗歟! 五十載, 久道化成; 允矣! 億萬年, 基命宥密。 雖虛雲之已過, 巍乎難名; 尙遺澤之不諼, 愀如復見。 粤惟光烈宣穆惠聖孝莊明顯仁敬王后, 以大賢後, 居元妃尊。 胚詩禮於紘紞, 承屢世隆師之敎; 鏡圖史於簪珥, 奉四聖悅豫之心。 正體柔貞, 《關雎》興南國之化; 存心謙挹, 濯龍屛外家之私。 六載黃裳, 慨昌暉之寢閟; 七牒玉檢, 流芳烈而永綏。 亦粤孝敬淑聖莊純懿烈貞穆仁顯王后, 兩曜膺符, 重坤媲德, 芝根醴源之鍾美, 襲嘉訓於內外法家, 《樛木》《江沱》之播謠, 俔陰功於古先哲后。 遇明夷之用晦, 徽烈彌光; 瞻褕翟之復尊, 彝倫始正。 騩馭肇見廟之禮, 詠蘋藻而興懷; 鮒隅愉配天之靈, 攀梓柏而寓慕。 亦粤惠順慈敬獻烈光宣顯翼康聖貞德壽昌永福隆化徽靖定懿章穆仁元王后, 神襟淵靜, 睿問川流。 贊大化於聖明之治, 齊鷄存警; 決丕策於危疑之際, 燕翼貽謨。 十臣有婦人之才, 功高補石; 五紀仰文母之敎, 頌溢朋岡。 在天於昭, 玉欄之眞遊已邈; 及人者遠, 彤管之遺徽可徵。 逮寡昧受艱大之基, 而謨烈思纘承之道。 念玆陟降, 寧忽家庭之紹休? 顧予烝嘗, 只勤夙夜之毖祀。 迨今英廟加隆之日, 追昔禰室歸美之誠, 孝思無間於顯幽, 洋洋在上、明明在下, 盛德若可以摹盡, 赫赫厥聲、濯濯厥靈。 惟繼志述事之圖, 先君思以勖, 矧覲光揚烈之擧, 我家禮亦宜。 旣彝章之式遵, 又儷極之齊闡, 迺於本年三月十一日, 追上肅宗大王尊號曰‘正中協極神毅大勳’, 仁敬王后尊號曰‘純懿’, 仁顯王后尊號曰‘元化’, 仁元王后尊號曰‘正運’。 那磬衎祖之烈。 練絃合文姒之音。 大書特書, 高厚非蠡管可測, 旣右亦右; 貞明叶鴻冊所稱。 追遠監先, 敉寧王之圖事; 行慶施惠, 體上天之好生。 揚渙音於大庭, 千官舞蹈; 沛解澤於區宇, 萬品昭蘇。 自本月十二日昧爽以前, 雜犯死罪以下, 咸宥除之。 於戲! 神人胥歡, 宗祏增重。 民德歸厚, 丕興孝悌之風; 邦命維新, 共躋仁壽之域。 故玆敎示, 想宜知悉。

【大提學韓章錫製】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