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에서 존호 올리는 일을 계청하다
양사 【정동후(鄭東後)와 한영조(韓永祚)이다.】 에서 합사(合辭)하여 계청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겸괘(謙卦) 사효(四爻)의 정전(程傳)054) 에 이르기를, ‘무릇 사람의 겸손함은 적당히 베푸는 바가 있어야 하되 그 적당함에 지나쳐서는 안된다.’고 하였고, 오효(五爻)의 정전(程傳)에는 ‘임금의 도(道)는 오로지 겸유(謙柔)055) 만 숭상해서는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성인(聖人)도 겸손이 지나친 것을 임금의 중도(中道)가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에, 겸괘(謙卦)의 여러 효(爻)에서 모두 ‘겸손’을 말하였으나, 유독 오효(五爻)의 군위(君位)에서는 겸손을 말하지 아니하여 은미한 뜻을 보인 것입니다. 전하께서 겸양이 지나치신 것은 오효(五爻)의 뜻을 미처 깊이 살피지 못하여서 혹시 ‘중도(中道)의 겸손’이 아닌 것이 아닙니까."
하니, 답하기를,
"겸괘(謙卦)의 육오(六五)056) 에 정전(程傳)의 이른바, ‘임금의 도리는 오로지 겸유(謙柔)만 숭상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반드시 위무(威武)를 병용해야 능히 천하를 복종시킬 수가 있다는 것을 말한 것으로서, 오늘날의 일과는 같지 않다. 매양 그대들의 진계(陳啓)를 볼 때마다 더욱 불안이 증가되어 밥도 맛있게 먹을 수 없는 형편이다. 부디 번거롭게 청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53권 6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48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
- [註 054]
○兩司 【鄭東後、韓永祚。】 合辭啓請。 其略曰:
《謙卦》四爻之傳曰: "凡人之謙, 有所宜旋, 不可過其宜也。" 五爻傳曰: "人君之道, 不可專尙謙柔。" 聖人以謙之過, 謂非人君之中道, 故謙之諸爻, 皆言謙, 而獨於五爻, 君位不言謙, 以示微意。 殿下之過於謙挹者, 無乃未及深察於五爻之義, 而或非中道之謙乎?
答曰: "謙之六五, 《程傳》所云君道不可專尙謙柔者, 必須威武相濟, 然後能懷服天下之謂也, 與今日事不同矣。 每見爾等之陳啓, 益增不安, 食亦不甘也。 須勿煩請。"
- 【태백산사고본】 61책 53권 6장 B면【국편영인본】 40책 483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