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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종실록30권, 명종 19년 2월 10일 계축 1/2 기사 / 1564년 명 가정(嘉靖) 43년

기강·궁금·인재 등용·학교·부역 등에 관한 대사헌 김귀영 등의 구언 상소

국역

대사헌 김귀영(金貴榮) 등이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신들이 전하께서 즉위한 이후를 보건대, 깊은 못가에 서고 얇은 살얼음을 밟듯이 하여 자신을 억제하고 두려워하면서 안으로는 몸을 닦아 그다지 실덕(失德)한 일이 없으며, 밖으로는 국가를 다스려 크게 그르친 정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을 그치지 않아, 세자(世子)가 요절하고, 재앙이 거듭 닥치며 사상(死喪)과 화란(禍亂)이 매우 많습니다. 폐색(閉塞)의 달에 천둥이 치면서 비가 오고, 꽁꽁 얼어 붙은 계절에 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며, 심지어는 별들의 괴이함이 자주 천문(天文)에 나타나고, 산야에 사는 맹수가 도성에 모여들기까지 하니, 【이때 호랑이와 이리가 도성에 멋대로 다녔다.】 이 무슨 놀라운 변괴가 마음을 가다듬어 정치를 하려는 때에 일어나서 전하에게 걱정을 끼친단 말입니까.

전하께서 하늘의 경고를 자신의 잘못으로 자책하고, 상심해 하는 전교를 내리기까지 하면서 기탄없는 직언을 듣기를 바라시니, 온 나라의 신민치고 누군들 감격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몇 달이 지나도록 충직한 선비가 천둥 같은 임금의 위엄을 범하고 극형을 당할 위험을 잊고서, 임금의 잘못된 거동을 바로 지적하고 조정의 잘못된 정사를 모두 진술했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어찌 벼슬아치들은 모두 아첨하는 무리들이고, 초야에 있는 사람 중에도 수양이 깊은 무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러한 것이겠습니까. 지난날에는 시골에 있는 신하가 꺼리는 말을 잘못 범하자, 너그럽게 용납하지 못하고 엄한 말로 꾸짖었으며, 【조식(曺植)의 상소를 가리킨다.】 이목(耳目)의 관원이 탄핵하는 바른 글을 올려도 채택하지는 않고 싫어하는 뜻을 보이었습니다. 잘난 체하는 것만으로도 간(諫)하는 것을 막기에 족한데, 만근 무게처럼 위엄스런 아래에서 누가 할 말을 다하겠습니까. 사람마다 장마(仗馬)의 경계를 품고 있고 금인(金人)처럼 침묵007)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옳다고만 하는 말이 날마다 곁으로 나아오고 올바르게 간쟁하는 말은 날마다 천리로 멀어집니다. 이것은 융성한 세상의 아름다운 일이 아니니, 어찌 식자(識者)의 걱정이 없겠습니까. 현재의 일로서 말할 만한 것이 많지만, 우선 시병(時病)의 급한 것만을 조목조목 진술하겠습니다.

기강(紀綱)은 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금이 이를 힘입어 존재하게 되고, 국가가 이를 의지하여 편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백성에게 임어(臨御)하는 근본이 이것이 없으면 신장되지 못하고, 정치하는 근원이 이를 버리면 말미암을 바가 없습니다. 임금은 위에서 통솔하고 신민(臣民)은 아래서 봉행하는 것이, 마치 마음이 손발을 움직이고 뿌리가 지엽(枝葉)을 통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명령이 나오면 백성이 따르고 법을 세우면 백성이 두려워하여, 궁전에서 호령하면 천리 밖까지 진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근래에는 위복(威福)008) 이 아랫사람에게로 옮겨져서 임시로 변통만 하는 정사가 많고, 명령이 시행되지 않아서 그럭저럭 예전대로만 하는 병폐가 있으니, 차츰 쇠퇴해지다가 끝내는 흩어져버리게 되고 말 것입니다. 모든 관리는 태만해져서 명령을 받들지 않고, 백성은 완악(頑惡)해져서 법을 범하는 일이 많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죄를 저질렀으면서도 왕법(王法)이 두려운 줄을 알지 못하게까지 되어 온 고을에 횡행하면서 죄없는 사람을 멋대로 죽이기도 하고, 【진복창(陳復昌)이 살인한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도로에서 머뭇거리면서 곧장 적(敵)에게로 진격하지 않기도 하였으니, 【이양(李樑)과 이감(李戡)을 가리킨다.】 전하의 기강이 떨쳐지지 못함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을 생각하여 전하의 한 생각에 되돌려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궁금(宮禁)은 엄하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궁중을 깊게 하여 문은 굳게 잠그고, 내시(內寺)가 지켜서 밖의 말이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안의 말이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팎의 한계를 엄하게 하여 정치에 간여하는 조짐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궁중이 엄하게 된 뒤라야 가도(家道)가 바르게 되고, 안팎이 막힌 뒤라야 국정(國政)이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진실로 근습(近習)은 친근함으로 해서 마음이 태만해지기 때문에 경계가 되거나 깨우침이 되는 도움은 없고 부리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편함만이 있는 것입니다. 한 번 바르지 못한 말이 그 틈을 타는 일이 있으면, 청탁하여 빌붙으려는 길이 열리게 되고, 차츰차츰 스며들거나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참소가 들어오게 될 것이며, 끝내는 안팎이 서로 결탁하여 위복(威福)을 몰래 휘둘러 조정의 정사를 문란케 할 것입니다. 예로부터 조정을 혼탁하게 한 자치고 궁금(宮禁)과 내통하지 않고서 그렇게 한 자는 있지 않았습니다. 궁금의 일은 신들이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만, 내간의 말이 혹 밖에 전파되기도 하니 외간의 말이 내간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습니까. 제수하는 명단이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를 먼저 알고, 윤음(綸音)009) 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민간에서 먼저 듣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사봉(斜封)010) 이 간혹 송사(訟事)를 판결하는 곳에 내려오기도 하고, 내지(內旨)011) 가 간혹 관직(官職)을 제수하는 곳으로 내려오기도 하므로, 도하(都下)에 떠들썩하게 전파되어 원근(遠近)이 모두 알고 있으니, 어찌 성덕(聖德)에 누(累)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을 생각하시어 전하의 한 생각에 되돌려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사기(士氣)는 당연히 진직시켜야 합니다. 선비는 국가의 동량(棟樑)이고 치화(治化)의 근원이어서, 천하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워짐이 달렸고, 풍속의 더러움과 아름다움이 판가름나는 것이므로, 제왕의 다스림에 있어서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구차하고 안일한 풍습이 이루어지면, 신(新)을 찬미하고 수(隋)에 아첨012)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알지 못하며, 절의(節義)를 서로 숭상하면, 머리를 잘리고 심장을 쪼개이는 형을 당해도 보통일로 여겨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기가 국가에 있어서 이처럼 중한 것인데 진작시키는 방도를 소홀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간신 【이양 등을 가리킨다.】 이 권력을 잡고서 총애를 믿고 제멋대로 하여 위로는 임금의 총명을 현혹시키고 아래로는 위복(威福)을 마음대로 하여 국가의 형편이 몹시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국가를 위해 직언(直言)과 정론(正論)으로 그들의 간사함을 배척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니, 지금의 사기는 통탄할 만합니다. 아, 한차례 난정(亂政)의 화(禍)에 쓸려 없어졌는데, 【무오(戊午)·갑자(甲子) 두 해의 일을 가리킨다.】 재차 위학(僞學)이라는 비방에 꺾이었습니다. 【기묘년의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무오·갑자·기묘년에 바른 사람과 어진 선비들이 비방을 받아 거의 다 죽었으니, 사림(士林)의 화(禍)가 이처럼 심한 적은 있지 않았다.】 사기(士氣)가 싹트자마자 잘리어졌고, 겨우 사기가 샘솟자마자 막혀 버려서 점점 위축되어 날로 떨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어깨를 움츠리고서 아첨을 떨고, 꼬리를 치면서 애교를 떨며, 심지어는 완석(完席)의 의논을 통하여 자신을 변명하고자 하였고, 【고경명(高敬命)의 일을 가리킨다.】 동료의 말을 누설하여 불측한 화에 빠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윤인함(尹仁涵)의 일을 가리킨다.】 사습(士習)의 구차함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어떻게 국가를 다스리겠습니까. 이를 전환시키는 기미는 전하의 한마음에 달려 있으니, 전하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염치는 당연히 권장하여야 합니다. 예(禮)·의(義)·염(廉)·치(恥)는 국가의 네 가지 벼리[四維]입니다. 네 가지 벼리가 펼쳐지면 국가가 다스려져서 편안해지고, 네 가지 벼리가 펼쳐지지 않으면 국가가 어지러워져서 망하게 됩니다. 염치가 국가에 있어서 관계됨이 이와 같으니, 권장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느슨히 할 수 있겠습니까. 조정에는 청렴하고 삼가는 행실을 하는 자가 없고, 열읍(列邑)의 수령은 긁어들이는 신하가 아닌 자가 하나도 없어서 재물을 탐내는 풍습이 자라나고, 녹봉(祿俸)만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이 기승을 부려, 가렴 주구는 끝이 없고 뇌물은 공공연히 행해집니다. 배편과 육로로 운반되는 재물은 권세 있는 집으로 몰려들고, 가족 수를 계산하여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여 백성은 세금 잘 걷는 자의 손에 곤궁해졌습니다. 심지어는 관가(官家) 소유의 제방이 개인의 점유물이 되기도 하며, 농민의 물건이 모두 벼슬아치의 집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되었는데도 권세에 아첨하며 붙좇는 구실아치는 큰 흉년에 쓸 곡식을 남기지 않고 궁한 백성의 힘을 다 뽑아 내어서, 파종(播種)과 수확을 마음대로 합니다. 국가의 저축은 날로 소모되고 백성의 힘은 점점 다하여 가는데 탐욕스런 풍습의 해로움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하겠습니까. 크게 변화시키는 기틀은 전하의 한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유념하소서.

교화(敎化)를 흥기시키는 요점은 풍속을 도탑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조정에서부터 비롯하여 민간에까지 도달하며, 반드시 서울로부터 말미암아 사방에 두루 퍼지기를, 마치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하는 것입니다. 어질고 겸양(謙讓)하는 행동과 탐욕(貪欲)스럽고 사나운 행실은, 오직 임금의 좋아함에 달렸으니, 조정에 선정(善政)이 없으면 백성이 어떻게 본을 받겠습니까. 방종하고 사치스러우며 분수와 예를 뛰어넘어, 집짓는 규모가 제도에 지나쳐서 구름에 닿도록 집을 지어 참람히 궁궐을 모방하고, 물쓰듯이 음식을 장만하여 한 길[丈]이나 되는 식탁을 차려 날마다 만전(萬錢)이나 허비합니다. 사치하는 풍습이 경상(卿相)에게서 시작되어 탐내고 야박한 습속이 원근(遠近)에 이루어져서, 재산을 기울여 혼례를 사치하게 하고, 파산(破産)하면서까지 의복을 아름답게 꾸밉니다. 폐풍이 그대로 흘러가면서 인심은 더욱 나빠져, 이익을 다투는 일이 끊이지 않고 갖가지 송사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고을에는 효도와 화목의 행실이 없고 서울에는 분수를 모르는 참람한 걱정이 있어서, 부민(部民)이 고을 수령을 모해하고 하인이 관장(官長)을 업신여깁니다. 강직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 있어서 직분(職分)의 일을 다하려 하면, 뜻밖의 죄에 빠뜨려 발돌릴 겨를도 없이 패망(敗亡)하게 하는 까닭에, 관직에 있는 자는 남이 하는 대로 뒤를 따라 그럭저럭 세월이나 보내고, 일을 담당하는 자는 잘 보여서 죄책이나 면하려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합니다. 국가의 습속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눈물을 흘릴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한마음에 되돌려 구하여 도제(道齊)013) 의 근본을 세우소서.

정치하는 도는 관원의 임명보다 더 급한 것이 없습니다. 어진 관원을 얻으면 서무(庶務)가 잘 다스려지고, 관원의 임명을 알맞은 사람으로 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잘못됩니다. 나오고 물러가게 함을 신중히 하여야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공을 이룰 수가 있고, 선과 악을 가리어 구별하여야 함께 뒤섞이는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나오고 물러가게 하는 권력은 위에서 나오지만 선악을 가리어 구별하는 임무는 실로 아랫사람에게 있는 것입니다. 대체로 임금은 구중(九重) 궁궐에 깊이 살기 때문에 모든 아랫사람들의 선악을 두루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천거하는 일은 재상(宰相)에게 맡기고 관직을 주어 관리로 임명하는 일은 전조(銓曹)에 넘긴 것입니다. 사람을 천거하는 일로써 임금을 섬기는 것이 재상의 직분이기에, 자신의 아는 사람을 천거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입니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관리에 결원(缺員)이 있을 경우, 자리마다 요청하고 인사 행정 때마다 말을 하여, 만호(萬戶)나 첨사(僉使)까지도 정해진 값이 있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그 천거에 의해 임용된 사람이 어찌 모두 어진 재목으로서 잘 아는 사람이겠습니까. 갑자기 계급이 오른 사람은 문음(門蔭) 출신이 태반이고 고관(高官)을 제수받는 것은 무부(武夫)가 먼저입니다. 아부하는 자는 차례를 뛰어넘어 승진하는 영화가 있고, 출세에 담담한 사람은 침체되는 괴로움이 많습니다. 청탁하는 문이 열리어 도리(桃李) 아래에 길이 이루어지니014) , 벼슬길이 어떻게 맑아질 것이며, 직무가 어떻게 제대로 다스려지겠습니까. 명기(名器)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크게 탄식할 만합니다. 전하께서는 한마음 사이에 되돌려 구하시어 사람을 쓰거나 내치는 근원을 맑게 하소서.

학교는 많은 선비를 길러내어 풍화(風化)를 일으키는 곳입니다. 새롭게 진작시키는 근본은 임금에게 달려 있고, 가르치는 방법은 선생에게 달려 있습니다. 서울에서의 학궁(學宮)과 지방에서의 향교(鄕校)의 교육의 법규가 지극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선비들의 추향(趨向)이 바른 길을 잃었습니다. 오직 구두(句讀)만을 익혀 벼슬을 얻으려는 미끼로 삼으며, 부(富)나 추구할 뿐 쉬지 않고 수양하는 도는 모릅니다. 스스로 공천(公薦)에 요구하며 권력 있는 집에 청탁하므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깨끗이 없어졌으니, 예로써 사양하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국학(國學)이 이러하니 지방의 향교는 알 만합니다. 성균관은 인재(人材)를 가르치고 기르는 데에 관계되는 곳인데, 사석(師席)의 선생은 거개가 합당한 사람이 아니어서 늙고 병든 사람이 아니면 거의 다 인망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스승으로서의 도리를 책망하여 인재를 이루어내는 효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몸소 행하시어 마음 속에 얻어서 인도하고 거느리는 실상을 다하소서.

부역(賦役)은 국가의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고 백성의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으로 정치란 백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선왕(先王)은 차라리 위의 것은 삭감할지언정 백성들의 재산은 풍부하게 하였으니, 농한기(農閑期)에 백성을 부리는 것은 백성의 힘을 피곤하지 않게 함이요, 정당한 세금만을 받는 것은 절도 있게 취하는 것입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미루어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행하여 세금 받는 법은 일정함이 있으며 백성을 부리는 것은 시기가 있어서 제정해 놓은 법이 상세한데도, 근래에는 정당한 세금 이외에 부과(賦課)하여 거둬들이는 명목이 많고, 명분 없는 역사(役事)에 백성의 농한기도 따지지 않습니다. 권귀(權貴)의 집안은 전지(田地)의 두렁이 연달아 있고 장정이 모여 있는데도 세금이나 부역을 알지 못하며, 내수사(內需司)에 딸린 백성은 이웃을 감싸고 종족을 보호하여 세금과 부역을 포탈함이 참으로 많습니다. 열 집에서 해야 할 부역을 한 집이 겸하게 되고, 백 집에서 내어야 할 세금을 열 집에 독촉합니다. 세금 실어가는 일이 겨우 끝나자, 매질하는 형벌이 연이어 이르고, 분주하게 종사하는데도 구속되는 곤경이 극심합니다. 관가(官家)에는 관대한 구실아치가 적어서 호령이 성화(星火)보다 급하고, 전야에는 농사 짓는 시기를 놓쳐서 목숨을 골짜기에 버리기까지 합니다. 산릉(山陵)의 역사에 백성의 힘은 벌써 피곤해졌는데, 경기 지방은 세금이 지난날보다 배(倍)가 되니, 불쌍하고 곤궁한 우리 백성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사찰(寺刹)의 공양과 기도(祈禱)에 드는 비용을 매번 내수사(內需司)의 물품이니 국가의 경비와 관계되지 않는다고 핑계대지만 내수사의 재물이 귀신이 가져다 준 것이 아닌 이상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간(內間)의 별진(別進)하는 일은 외척에게서 비롯되었고, 아부하며 청탁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을 수령 자리를 구한 처음에 돈 벌 수 있는가를 먼저 묻고, 부임한 뒤에는 거둬들이기를 끝이 없이 합니다. 공공연히 명령을 내리되 대궐에 진상할 물건이라고 명목을 만들고, 거짓 핑계를 대면서 사리(私利)를 도모하여 실업(失業)한 백성을 거듭 곤궁하게 합니다. 자신의 덕망을 얻으려고 하여 위에 누덕(累德)을 돌리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세금을 조금 걷고 경비를 줄여서 민생의 아픔을 구휼하소서.

이 몇 가지의 폐단은 모두 현재의 깊은 고질(痼疾)로서, 위로는 하늘의 경계를 부르기에 족하고, 아래로는 위란(危亂)의 계제가 되기에 족합니다. 그런데도 위아래가 태평히 여기면서 구제할 줄 모릅니다. 재삼 간절하게 자문하는 일은 도리어 의례적인 겉치레로 되고 말았고, 건의하고 계획하는 일은 책임이나 메우려는 낡은 습관에 불과해졌습니다. 물이 흐르는 듯이 습관화되어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니, 신들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 탕(湯)임금이 상림(桑林)에서 여섯 가지를 자책(自責)하자, 천리에 큰 비가 내렸고, 송 경공(宋景公)의 말 한마디에 형혹성(熒惑星)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재앙이 닥칠 조짐이 있는 것을 위아래가 모두 알고 있으니, 두려워하여 함께 행실을 닦고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 것도,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일을 바로잡는 데에 있어서 한 가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사(太史)015) 가 한 번 아뢰자, 정원(政院)이 중봉(重封)016) 하여 【이때 별의 변고가 있자, 윤원형이 외간에 전파하여 함부로 어떤 일에 대한 보응이라고 의논하지 못하게 해야 된다는 것으로 경계하였다.】 섭리하는 대신이 참여하여 듣지 못하고, 토론하는 시종신(侍從臣)이 알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상서를 상서로 알지 못하며 재앙을 재앙으로 알지 못하여 몹시 밝은 하늘과 아주 작은 사람이 판연히 갈라져 둘이 되고 말았으니, 이것은 아마도 덕을 닦고 재앙을 막는 실상이 아닌 듯합니다. 하늘과 사람의 사이는 털끝만큼도 차이가 없어서 감응(感應)의 이치는 그림자나 메아리보다도 빠른 것입니다. 나에게 있는 하늘에 구하여 저쪽에 있는 하늘이 느끼게 하고, 한 사람의 마음으로써 솔선 수범하여 만백성의 마음을 바르게 하면, 어떤 재앙인들 소멸되지 않겠으며 어떤 폐단인들 바꾸어지지 않겠습니까.

위태롭고 은미한 기미를 경계하여 삼가고 나가고 들어올 때에 붙잡아 보존하여, 한쪽으로 치우친 사심(私心)을 완전히 버리고 광명(光明)한 본체를 넓혀서 확장시켜야 합니다. 오직 넓은 뜰에서 상대했을 적에만 공경하고 가다듬을 것이 아니라 한가히 있을 적에 더욱 엄히 하며, 오직 일을 처리할 때에만 조심할 것이 아니라 혼자만 있는 곳에서 더욱 삼가야 합니다. 참이 쌓이고 노력을 오래하여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전하의 마음이 한 번 바르게 되매 조정이 감히 하나로 바르게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좋아하고 미워함이 일단 바른 것을 얻게 되면 사람을 쓰고 버리는 것이 적절함을 잃지 않게 되어, 밝고 밝은 인재가 퍼져 있어서 자신의 직책을 정성스럽게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묘당(廟堂)에는 반식(伴食)한다는 비난이 없게 되고, 조정에서 동취(銅臭)가 난다는 기롱017) 이 없게 되어, 전하의 조정이 한 번 바르게 되매 온 백성이 저절로 바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 모든 교화의 근본은 오직 정심(正心)에 달려 있고, 순일(純一)한 덕을 밝힘은 학문을 강습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습니다. 때없이 힘써야 하는 공을 잠시라도 그침이 있게 되면, 아홉 길 쌓은 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란 데서 허물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천리(天理)가 순전하지 않고 인욕(人欲)이 혹 멋대로 날뛰게 되어서 태만과 성경(誠敬)이 판연히 갈라지게 됩니다.

전하께서 처음부터 정신을 가다듬어 경연에 나아가기를 부지런히 하여 의리(義理)를 배우고 닦았으며, 성인의 가르침을 깊이 공부하셨으니, 언제나 학문에 뜻을 두시는 공은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善)을 가리는 것이 혹 정밀하지 못한 걱정이 있고, 도(道)를 믿는 것이 돈독하지 못함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총명한 슬기는 간혹 권간(權奸)에 가려지기도 하고, 수신(修身)·제가(齊家)의 덕은 혹 근습(近習)으로 인해 더럽혀지기도 합니다. 찡그리고 웃는 것을 아끼지 않아서 옳고 그른 일이 현혹되기도 하고, 은혜와 형벌을 주는 것이 떳떳하지 않아서 좋아하고 미워하는 일이 잘못되기도 하는 것은, 전하의 정수(精粹)하고 전일(專一)한 학문이 아마도 미진함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르침을 드림에 이미 부열(傅說)과 같은 어진이가 없고, 곁에서 잘못을 바루는 간관(諫官)도 급암(汲黯)과 같은 충신이 없어서 전하의 계속 빛나게 하는 공부를 중단되도록 하였으니, 신들의 죄 또한 큽니다. 군자의 학문은 잘못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고, 제왕의 정치는 끝을 잘 마치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습니다. 잘못을 고치면 이보다 더 큰 선(善)이 없고, 훌륭한 덕을 잘 끝내면 만세토록 칭송이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장구(章句)나 익히는 데 구차스럽게 하지 말고 사장(詞章)의 말기(末技)를 익히는 데 정신을 쏟지 말아서, 진실로 일관(一貫)에 합하여 피·둔(詖遁)018) 에 혹하는 바가 되지 말며, 순일한 덕이 그침이 없는 공을 거두어 이럭저럭 세월만 보내는 폐해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하의 학문은 날마다 고명(高明)한 경지로 나아가게 되어 도탑고 공순한 공효(功效)가 저절로 천지(天地)에 참여하고 화육(化育)을 돕는 데에 이를 것입니다.

신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자로서 언관(言官)의 지위에 대죄(待罪)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운 일들에 놀라, 감히 일득(一得)의 어리석은 생각을 바치니, 사정에 맞지 않는다 하여 심상하게 여기지 말고, 한 번 보아 주시어 유념해 주시면, 몸을 닦고 하늘을 공경하는 도에 어찌 만분의 일이나마 도움이 없겠습니까."

하였는데, 정원에 전교하기를,

"헌부의 상소 가운데 사봉(斜封)이 송사(訟事)를 판결하는 곳에 내려오기도 하고, 내지(內旨)가 관직을 제수하는 데에 내려오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해석하여 아뢰라."

하였다. 지평(持平) 이기(李墍)가 아뢰기를,

"어느 전(殿)의 내지라고 칭해지는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이 외간에 성행되고 있으며 간혹 송사를 판결하는 곳에도 있다 합니다. 관직을 제수하는 일에도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어느 전의 내지라고 일컬으며 전조(銓曹)의 장관(長官)에게 내렸왔다는 말이 지난번에 떠들썩하게 전파되었습니다. 들은 바가 이와 같기에 감히 아뢴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 계사(啓辭)를 보니 매우 놀랍다. 내가 비록 불민하지만, 내간에서 만일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어찌 알지 못하였겠는가. 이런 일이 없었을 듯한데 외간에 떠들썩하게 전파된 것은 반드시 어떤 뜻이 있어서일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전이라고 범칭하여 회계(回啓)함은 온당치 않으니, 다시 상세하게 회계하면 내가 자세히 살펴서 이와 같은 폐단이 없도록 하겠다. 내가 부덕(否德)으로 대통(大統)을 외람되게 계승하여 잘못된 정치가 많이 있어서 여러 가지 재앙이 거듭 나타났는데, 이 직언(直言)의 의논을 보았으니 어찌 가납(嘉納)하지 않겠는가. 다만 태사(太史)가 한 번 아뢰자 정원이 중봉(重封)했다는 것은, 재앙과 상서는 가볍게 전파할 수 없는 것이기에 대신이 반드시 신중히 생각하여 아뢴 일이다. 학문은 잠시라도 그치면 안된다는 말은 당연하다. 그러나 임금은 진실로 부지런히 학문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병을 조리하는 것도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뜻은 요전에 이미 정원에 유시하였으니, 아마도 학문을 권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상소에서 한 말은 당연히 머물러 두고 반성하겠다."

하였다. 이어서 정원에 전교하기를,

"이 상소를 영부사(領府事) 【상진(尙震).】 ·영평 부원군(鈴平府院君) 【윤개(尹漑).】 ·삼공(三公) 【윤원형·이준경·심통원.】 과 각 해조(該曹)에 보이라."

하였다. 대사헌 김귀영 등이 아뢰기를,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내지(內旨)라 일컬으며 외간에 성행한다는 것은, 지난날에 이 말이 꽤나 마을 거리에 떠들썩하였었는데, 신들은 들은 지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비록 그것의 진위(眞僞)를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신하로서의 듣고 봄에 있어서 매우 미안합니다. 생각건대 내전은 알지 못하는 일인데, 혹시 중간에서 거짓으로 핑계를 대어 사사로움을 행하는 폐단이 있지나 않은가 합니다. 그런 사실이 있으면 그 폐단을 막는 것이 옳으며, 없으면 성덕(聖德)에 무슨 누가 되겠습니까. 때문에 곧바로 들은 바로써 폐단을 진술하던 끝에 언급한 것입니다. 또 제왕의 학문은 학자가 문자(文字)나 부지런히 강습(講習)하는 것과는 같지 않아서 의리(義理)의 근원에 마음을 머물러 두어 가슴속에 잊지 않고 정성스럽게 간직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곧 학문에 뜻을 두어 끊임없이 힘쓰는 공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소의 끝에 언급했던 것인데, 지금 상의 전교를 받으니 황공한 마음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신들이 언론의 중요한 지위에 외람되게 있으면서, 상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여 하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관직에 있기가 미안합니다. 신들의 직을 체직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내지라고 일컬은 일은 국정(國政)에 크게 방해되므로, 매우 놀라운 일이다. 언관(言官)이 직론(直論)한 것은 신하의 도리에 합당하다. 나의 뜻은 위에서는 알지 못하는 일이니 중간에서 거짓 핑계를 댄 것이라고 여겨져서 상세히 알고서 조사하여 다스리려고 생각한 까닭에 물은 것이니, 헌부는 모두 진술하고 숨기는 것이 없어야 된다. 학문에 대한 일은 내가 우연히 나의 뜻을 말한 것뿐이요,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註 007] 장마(仗馬)의 경계를 품고 있고 금인(金人)처럼 침묵 : 장마는 임금의 의장마(儀仗馬)로서 화(禍)를 두려워하여 직간(直諫)하지 못하는 신하를 이르는 말. 당(唐)나라의 이임보(李林甫)가 간관(諫官)의 말을 막기 위하여 "입장마(立仗馬)는 온종일 아무 소리 없이 지내면서 삼품(三品)의 꼴과 콩[芻豆]을 배불리 먹지만, 한 번만 울면 쫓겨난다."고 한 말에서 이르는 말임. 《당서(唐書)》 권223 이임보전(李林甫傳). 주(周)나라 후직(后稷)의 사당 앞에 금으로 만들어 세운 인형[金人]이 있었는데 입을 세 군데나 꿰매었었다. 공자(孔子)가 보고 "이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었다."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음. 침묵을 지킨다는 비유. 《공자가어(孔子家語)》 관주(觀周).
  • [註 008] 위복(威福) : 형벌과 복을 주는 임금의 권력임.
  • [註 009] 윤음(綸音) : 왕명.
  • [註 010] 사봉(斜封) : 왕실의 청탁.
  • [註 011] 내지(內旨) : 왕비의 명령.
  • [註 012] 신(新)을 찬미하고 수(隋)에 아첨 : 왕망(王莽)이 한(漢)을 찬탈(簒奪)하고 신(新)을 세우자, 양웅(揚雄)은 봉사(封事)을 올려 진(秦)나라의 포악함을 비난하고, 신의 아름다움[劇秦美新]을 논하여 왕망의 뜻을 즐겁게 하고 화(禍)를 면하였다. 《문선(文選)》 양웅(揚雄) 극진미신서(劇秦美新序). 수에 아첨한 것은, 배구(裵矩)가 수나라에서 벼슬하면서 아첨을 떨다가, 당(唐)나라의 건국(建國)을 도와 당 고조(唐高祖)에게 충성을 바친 일을 말한다. 《자치통감(資治通鑑)》 권192 당기(唐紀).
  • [註 013] 도제(道齊) : 정치를 함에 있어 "덕(德)으로써 인도하고 예(禮)로써 가지런히 한다."를 아울러 이른 말. 《논어(論語)》 위정(爲政).
  • [註 014] 도리(桃李) 아래에 길이 이루어지니 : 먹을 것이 있는 곳에는 절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비유. 《사기(史記)》 이광전(李廣傳)에 "도리는 말하지 않아도 그 아래에 절로 길이 이루어진다.[桃李不言 下自成蹊]" 하였다.
  • [註 015] 태사(太史) : 천문(天文)·측후(測候) 등을 관장하는 관원.
  • [註 016] 중봉(重封) : 비밀이나 중요한 문서를 여러 겹으로 봉하는 일.
  • [註 017] 반식(伴食)한다는 비난이 없게 되고, 조정에서 동취(銅臭)가 난다는 기롱 : 반식은 무능한 재상을 이르는 말. 당(唐)나라의 노회신(盧懷愼)이 스스로 재능이 미치지 못한다 하여 모든 일을 요숭(姚崇)에게 미루고 전담하지 않자, 당시에 ‘반식 재상(伴食宰相)’이라 하였다. 《구당서(舊唐書)》 노회신전(盧懷愼傳). 동취는 동전(銅錢)에서 나는 악취(惡臭)를 이르는 말로 매관(買官)하는 자를 조롱하는 말임. 《후한서(後漢書)》 최열전(崔烈傳).
  • [註 018] 피·둔(詖遁) : 피(詖)는 피사(詖辭)로 치우쳐서 바르지 못한 말이고, 둔(遁)은 둔사(遁辭)로서 실정을 숨기면서 회피하는 말. 모두 말의 병통이 되는 네 가지 중의 하나임.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

원문

○癸丑/大司憲金貴榮等上疏。 其略曰:

臣等伏覩, 殿下卽位以來, 臨深履薄, 克自抑畏, 內而修身, 無甚失德, 外而爲國, 無大闕政, 然而天不悔禍, 前星告凶, 災孽荐榛, 喪亂弘多。 閉塞之月, 雷電以雨, 冱陰之節, 沈霧四塞, 至於星宿之妖, 屢現天文, 山野之獸, 坌集都城。 【時虎豺恣行都城。】 是何可愕之變, 發於勵政之日, 以貽殿下之憂勤乎? 殿下以天之譴告, 引以歸之於己, 至下惻怛之敎, 冀聞謇諤之言, 一國臣民, 孰不感激? 然而數月以來, 未聞有忠直之士, 犯雷霆之威, 忘鼎鑊之危, 直斥君擧之過, 悉陳朝政之失, 是豈搢紳之間, 擧皆諂諛之徒, 巖穴之中, 一無藏修之輩而然也? 往者草萊之臣, 誤犯觸諱之語, 則不假優容, 而責以嚴辭, 【指曹植之疏。】 耳目之官, 一進彈文之直, 則不見採錄, 而示以厭意。 訑訑之色, 足以拒諫, 萬鈞之下, 誰得以盡言? 人懷仗馬之戒, 習成金人之默, 唯唯之說, 日進於左右, 諤諤之諍, 日遠於千里, 殊非盛世之美, 豈無識者之憂乎? 方今之事, 可言者多矣, 姑以時病之急者而條陳焉。 紀綱, 不可以不立也, 人君之所賴而存也, 國家之所恃而安也。 臨民之本, 無此則不張, 出治之源, 舍是則末由。 君人摠攬於上, 而臣民奉行於下, 如腹心之運手足, 根本之制枝葉。 令出而民從之, 法立而民畏之, 號令於殿陛之上, 而振動於千里之外。 近者威福下移, 多姑息之政, 命令不行, 有因循之病, 漸就於陵夷, 終歸於渙散。 百僚慢而不奉令, 小民頑而多犯法, 至於身在罪網之中, 不知王法之可畏, 橫恣鄕邑, 擅殺無辜, 【指言陳復昌殺人之事。】 遲回道路, 不卽就(敵)〔謫〕 , 【指李樑、李戡。】 則殿下之紀綱, 不幾於不振乎? 伏願思其所以致此之本, 而反求於殿下之一念焉。 宮禁, 不可不嚴也。 深宮固門, 閽寺守之, 使外言不入於閫, 內言不山於閫, 所以嚴內外之分, 而杜干政之漸也。 宮壼嚴, 然後家道正, 內外隔, 然後國政修。 誠以近習之昵, 人情所慢, 而無箴警之益, 有(褻)〔暬〕 御之便。 一有非僻之言, 得抵其隙, 則因緣攀附之路開, 浸潤膚受之譖入, 遂至交結內外, 竊弄威福, 以紊朝政。 自古小人之濁亂朝廷者, 未有不通宮禁而能致者也。 宮禁之事, 臣等固不得知之, 內間之言, 或播於外, 則外間之言, 安保其不達於內也? 除目未下, 而得失先知, 綸音未降, 而閭巷先聞。 以至斜封或下於決訟, 內旨或降於除職, 都下喧傳, 遠近皆知, 豈不爲聖德之累乎? 伏願思其所以致此之源, 而反求於殿下之一念焉。 士氣, 所當振也。 國家之棟樑, 治化之本源, 天下之治亂繫焉, 風俗之沔隆判焉, 帝王之治, 莫不以振士氣爲先務。 偸靡成習, 則美新侫隋, 而曾不知恥, 節義相尙, 則折首剖心, 而視之如歸。 士氣之於國家, 其重如此, 則振作之道, 容可忽乎? 姦臣 【指李樑等。】 秉鈞, 怙寵專恣, 上而眩惑聰明, 下而竊弄威福, 國家之勢, 岌岌殆哉, 而無一人忘身循國, 直言正論, 以斥其姦, 今之士氣, 可痛也已。 嗚呼! 一蕩於亂政之禍, 【指戊午、甲子兩年之事。】 再摧於僞學之謗。 【指言己卯年之事○戊午、甲子、己卯之歲, 正人賢士, 誅戮殆盡, 士林之禍, 未有如此之酷。】 斬刈於萌芽之初, 壅閼於浚源之餘, 馴致萎薾, 日就不振, 脅肩獻諂, 搖尾乞憐, 甚至於通完席之議, 而爲自明之路, 【指高敬命事。】 洩朋僚之言, 而陷不測之地。 【指尹仁涵事。】 士習之偸, 一至於此, 將何以爲國? 轉移之幾, 在於殿下之一念, 伏願殿下留意焉。 廉恥, 所當礪也。 禮、義、廉、恥, 國之四維。 四維旣張, 則國家治安, 四維不張, 則國家亂亡。 廉恥之於國家, 其關如此, 則勸(厲)〔勵〕 之方, 容可緩乎? 朝廷之上, 未聞淸謹之行, 列邑之中, 無非聚斂之臣, 貪饕之風長, 利祿之心勝, 誅求無厭, 賄賂公行。 船運陸輸, 輻輳於權勢之家, 頭會箕斂, 民困於掊克之手。 至於官家之堤, 或爲私門之占, 丘民之物, 盡入高明之室, 而媚權附勢之吏, 傾大無之穀, 竭殘民之力, 播種耘穫, 無不從欲。 國儲日耗, 民力漸瘁, 貪風之害, 一至於此, 將何以爲政? 丕變之機, 在於殿下之一念, 伏願殿下留神焉。 興化之要, 莫大於敦俗。 先自朝廷而達於閭巷, 必由京師而遍於四域, 如風之動, 若草之偃。 仁讓貪戾, 惟君所好, 朝無善政, 民焉取則? 放僻奢侈, 踰分越禮, 第宅過制, 而凌雲之構, 僭擬宮觀, 飮食若流, 而方丈之饌, 日費萬錢。 奢侈之習, 始於卿相, 而偸薄之俗, 成於遠近, 傾財而侈婚媾之禮, 破産而美衣服之飾。 弊俗靡靡, 人心益偸, 以致爭利之不絶, 獄訟之多端。 鄕無孝睦之行, 國有陵僭之患, 部民謀其邑宰, 輿僕蔑其官師。 一有剛明之人, 欲盡職分之事, 陷之無妄, 敗不旋踵, 故居官者, 隨行逐隊, 悠悠度日, 任事者, 取容苟免, 隨其指嗾。 國俗至此, 可爲流涕。 伏願殿下, 反求於一念之間, 以立道齊之本焉。 爲政之首, 莫急於任官。 官得其賢, 則庶務熙, 任或非人, 則百事廢。 難愼於進退, 可以致和一之功, 辨別其淑慝, 可以無混淆之患。 進退之柄, 雖出於上, 而辨別之任, 實在於下。 蓋人君深居九重, 群下之臧否, 有不能周知, 故薦擧賢能, 屬之於宰相, 任官授職, 付立於銓曹。 以人事君, 宰相之職, 擧爾所知, 不得不爾, 而京外之官, 苟有其闕, 窠窠而請之, 政政而言之, 至於萬戶、僉使, 亦有定價之譏。 其所擧用, 豈盡賢林而相知者哉? 驟陞階級, 門蔭居多, 啓授貂蟬, 武夫爲先。 攀附者, 有躐進之榮, 恬退者, 多沈滯之苦。 請托門開, 桃李蹊成, 仕路安得而淸, 職務何由而理乎? 名器至此, 可爲太息。 伏願殿下, 反求於一念之間, 以淸用捨之源焉。 學校, 所以育多士而興風化也。 作新之本, 繫於人君, 而敎誨之方, 在於師長。 內而學宮, 外而鄕校, 養育之規, 非不至矣, 而章甫之徒, 趨向失正, 惟習句讀, 以窺靑紫之媒, 務爲輕肥, 不知藏修之道。 自售於公薦, 干謁於權門, 羞惡掃地, 禮讓何居? 國學如此, 外校可知。 首善之地, 敎養所關, 而皐比之坐, 率非其人, 非老病之人, 則必是時望所不與也。 何以責師道之重, 而望作成之效哉? 伏願殿下, 躬行心得, 以盡導率之實焉。 賦役, 所以贍國用而用民力也。 民惟邦本, 政在養民。 先王寧損於上, 藏富於民, 以時使之, 用之不困也, 惟正之供, 取之有節也。 今者推不忍之心, 行不忍之政, 制賦有恒, 役民有時, 法非不詳, 而正賦之外, 科斂多目, 無名之役, 不計民時。 權貴之家, 連阡聚丁, 而不知徭役, 內需之民, 庇隣護族, 而逋逃寔繁。 十室之役, 兼之於一室, 百家之賦, 督之於十家。 轉輸纔訖, 鞭扑之刑繼至, 奔走未已, 而拘囚之困是極。 公門少推恕之吏, 而號令急於星火, 田野失耘耔之期, 而性命委之溝壑。 山陵之役, 民力已困, 畿甸之稅, 倍於往時, 哀我窮民, 其何能穀? 寺刹之供, 祈禱之費, 每諉以內需之物, 不繫於經費之路, 內需之財, 非神運鬼輸, 則非出於民者乎? 內間別進之事, 權輿於戚里之門, 濫觴於攀緣之人。 求邑之初, 先問其可辦, 赴任之後, 徵斂之無藝, 公然出令, 目爲內進之需, 假托營私, 重困失業之民。 欲以市恩於己, 秪以歸累於上, 豈不痛哉? 伏願殿下, 薄斂省費, 以恤民生之隱焉。 凡此數者之弊, 皆當今之沈痼, 上足以召仁愛之警, 下足以致危亂之階, 而上下恬然, 莫之知救。 丁寧咨訪, 反歸於循例之文具, 建明謀猷, 不過爲塞責之故常, 滔滔泛泛, 日以益深, 臣等未知厥終之何如也。 嗚呼! 桑林六責, 大雨千里, 宋景一言, 熒惑退舍。 災咎有像, 上下皆知, 恐懼交修, 無貳爾心, 是亦格王正事之一助也。 太史一奏, 政院重封, 【時有星變, 尹元衡戒以勿爲傳播外間, 妄論事應。】 燮理之大臣, 不與聞焉, 討論之侍從, 不得知焉。 祥不知祥, 妖不知妖, 昭昭之天, 眇眇之人, 判而爲二, 恐非修德弭災之實也。 天人之際, 間不容髮, 感應之理, 捷於影響。 求之於在己之天, 以感在彼之天, 先之以一人之心, 以正萬民之心, 則何災之不消, 何弊之不革乎? 戒謹於危微之幾, 操存於出入之時, 絶去偏繫之私, 恢擴光明之體, 不惟敬飭於廣庭之對, 而益嚴於燕閒之居, 不惟兢業於處事之際, 而尤謹於獨知之地, 眞積力久, 習以成性, 則殿下之心一正, 而朝廷莫敢不一於正矣。 好惡旣得其正, 則用捨不失其宜, 明明布列, 恪恭乃職, 廟堂無伴食之誚, 朝著絶銅臭之譏, 則殿下之朝廷一正, 而萬民自不得不歸於正矣。 嗚呼! 萬化之本, 惟在於正心, 一德之明, 莫切於講學。 時敏之功, 有所間斷, 則九仞之績, 虧於一(蕢)〔簣〕 。 天理未純, 而人欲或肆, 寒曝不一, 而怠敬(以)〔立〕 判。 殿下自初勵精, 勤御經筵, 講劘義理, 沈潛聖訓, 典學之功, 蔑以加矣。 然而擇善或患於不精, 信道未免於不篤, 聰明之聖, 或蔽於權奸, 修齊之德, 或累於近習。 嚬笑不愛, 而是非或眩, 恩威靡常, 而好惡或舛, 殿下精一之學, 恐有所未盡也。 朝夕納誨, 旣無傅說之賢, 左右拾遺, 亦乏汲黯之忠, 使殿下緝熙之功, 致有間斷之疵, 則臣等之罪, 亦大矣。 君子之學, 不吝於改過, 帝王之治, 莫貴於有終。 過而能改, 善莫大焉, 克終允德, 萬世有辭。 伏願殿下, 不苟於章句之習, 不分於詞章之末, 允協於克一, 而勿爲詖遁之所惑, 收功於純(亦)〔正〕 而勿爲優游之所害, 則殿下之學, 日就於高明, 而篤恭之效, 自底於參天地而贊化育矣。 臣等俱以無似, 待罪言地。 駭目時艱, 敢效一得之愚, 勿以迂遠而視之尋常, 一賜乙覽而留神焉, 則其於修己敬天之道, 豈無萬一之補乎?

傳于政院曰: "憲府疏中, 有斜封或下於決訟, 內旨或降於除職云, 予所未詳。 解釋啓之。" 持平李墍啓曰; "以小印子踏下, 稱某殿內旨, 而盛行於外間, 或於決訟間有之云, 除職事, 以小印子踏下, 稱某殿內旨, 下於銓曹長官之言, 曩時喧傳。 所聞如此, 敢啓。" 答曰: "觀此啓辭, 極爲駭愕。 予雖不敏, 內間若有如此之事, 則豈不知之乎? 似無此事, 而外間喧傳, 必有其意, 不可不察也。 泛稱某殿而回啓未穩, 更詳回啓, 則予當詳察, 使無如此之弊也。 予以否德, 叨承丕緖, 多有闕政, 衆災疊現, 觀此讜論, 豈不嘉納乎? 但太史一奏, 政院重封云, 災祥不可輕播, 大臣必熟慮啓之之事也。 學問間斷之言, 當矣。 然人君固當勤學, 而調病亦不可不謹。 予意近日, 已諭于政院, 恐非勸學之時也。 疏辭當留省。" 仍傳于政院曰: "此疏示于領府事、 【尙震。】 鈴平府院君、 【尹漑。】 三公、 【尹元衡、李浚慶、沈通源】 各該曹。" 大司憲金貴榮等啓曰: "以小印子踏下, 稱內殿之旨, 有行於外間, 曩時此言, 頗騰於閭巷。 臣等聞之已久, 雖不能的知其眞僞, 於臣子聞見, 極爲未安。 意以爲, 內殿所不知之事, 而或有中間假托行私之弊。 有之則可防其弊端, 無之則何累於聖德? 故直以所聞, 及於陳弊之末矣。 且帝王之學, 非如學者講習文字之勤, 留心於義理之源, 拳拳不忘于懷, 是乃典學時敏之功也。 故於疏末及之, 而今承上敎, 不勝惶恐。 臣等冒忝言論重地, 言不能取信於上, 至於下問, 在職未安。 請遞臣等之職。" 答曰: "小印子踏下稱內旨之事, 大妨國政, 極爲駭愕。 言官直論, 合於臣子之道。 予意以爲, 自上不知之事, 中間假托, 欲詳知而察治, 故問之也。 烏府悉陳無隱, 可也。 學問事, 則予偶言予意而已, 非不信之意也。 勿辭。"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명종실록30권, 명종 19년 2월 10일 계축 1/2 기사 / 1564년 명 가정(嘉靖) 43년

기강·궁금·인재 등용·학교·부역 등에 관한 대사헌 김귀영 등의 구언 상소

국역

대사헌 김귀영(金貴榮) 등이 상소하였다. 그 대략에,

"신들이 전하께서 즉위한 이후를 보건대, 깊은 못가에 서고 얇은 살얼음을 밟듯이 하여 자신을 억제하고 두려워하면서 안으로는 몸을 닦아 그다지 실덕(失德)한 일이 없으며, 밖으로는 국가를 다스려 크게 그르친 정사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하늘이 재앙을 내리는 것을 그치지 않아, 세자(世子)가 요절하고, 재앙이 거듭 닥치며 사상(死喪)과 화란(禍亂)이 매우 많습니다. 폐색(閉塞)의 달에 천둥이 치면서 비가 오고, 꽁꽁 얼어 붙은 계절에 짙은 안개가 사방에 꽉 끼며, 심지어는 별들의 괴이함이 자주 천문(天文)에 나타나고, 산야에 사는 맹수가 도성에 모여들기까지 하니, 【이때 호랑이와 이리가 도성에 멋대로 다녔다.】 이 무슨 놀라운 변괴가 마음을 가다듬어 정치를 하려는 때에 일어나서 전하에게 걱정을 끼친단 말입니까.

전하께서 하늘의 경고를 자신의 잘못으로 자책하고, 상심해 하는 전교를 내리기까지 하면서 기탄없는 직언을 듣기를 바라시니, 온 나라의 신민치고 누군들 감격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도 몇 달이 지나도록 충직한 선비가 천둥 같은 임금의 위엄을 범하고 극형을 당할 위험을 잊고서, 임금의 잘못된 거동을 바로 지적하고 조정의 잘못된 정사를 모두 진술했다는 것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이것이 어찌 벼슬아치들은 모두 아첨하는 무리들이고, 초야에 있는 사람 중에도 수양이 깊은 무리가 하나도 없어서 그러한 것이겠습니까. 지난날에는 시골에 있는 신하가 꺼리는 말을 잘못 범하자, 너그럽게 용납하지 못하고 엄한 말로 꾸짖었으며, 【조식(曺植)의 상소를 가리킨다.】 이목(耳目)의 관원이 탄핵하는 바른 글을 올려도 채택하지는 않고 싫어하는 뜻을 보이었습니다. 잘난 체하는 것만으로도 간(諫)하는 것을 막기에 족한데, 만근 무게처럼 위엄스런 아래에서 누가 할 말을 다하겠습니까. 사람마다 장마(仗馬)의 경계를 품고 있고 금인(金人)처럼 침묵007)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옳다고만 하는 말이 날마다 곁으로 나아오고 올바르게 간쟁하는 말은 날마다 천리로 멀어집니다. 이것은 융성한 세상의 아름다운 일이 아니니, 어찌 식자(識者)의 걱정이 없겠습니까. 현재의 일로서 말할 만한 것이 많지만, 우선 시병(時病)의 급한 것만을 조목조목 진술하겠습니다.

기강(紀綱)은 세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임금이 이를 힘입어 존재하게 되고, 국가가 이를 의지하여 편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백성에게 임어(臨御)하는 근본이 이것이 없으면 신장되지 못하고, 정치하는 근원이 이를 버리면 말미암을 바가 없습니다. 임금은 위에서 통솔하고 신민(臣民)은 아래서 봉행하는 것이, 마치 마음이 손발을 움직이고 뿌리가 지엽(枝葉)을 통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명령이 나오면 백성이 따르고 법을 세우면 백성이 두려워하여, 궁전에서 호령하면 천리 밖까지 진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근래에는 위복(威福)008) 이 아랫사람에게로 옮겨져서 임시로 변통만 하는 정사가 많고, 명령이 시행되지 않아서 그럭저럭 예전대로만 하는 병폐가 있으니, 차츰 쇠퇴해지다가 끝내는 흩어져버리게 되고 말 것입니다. 모든 관리는 태만해져서 명령을 받들지 않고, 백성은 완악(頑惡)해져서 법을 범하는 일이 많으며, 심지어는 자신이 죄를 저질렀으면서도 왕법(王法)이 두려운 줄을 알지 못하게까지 되어 온 고을에 횡행하면서 죄없는 사람을 멋대로 죽이기도 하고, 【진복창(陳復昌)이 살인한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도로에서 머뭇거리면서 곧장 적(敵)에게로 진격하지 않기도 하였으니, 【이양(李樑)과 이감(李戡)을 가리킨다.】 전하의 기강이 떨쳐지지 못함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을 생각하여 전하의 한 생각에 되돌려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궁금(宮禁)은 엄하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궁중을 깊게 하여 문은 굳게 잠그고, 내시(內寺)가 지켜서 밖의 말이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안의 말이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안팎의 한계를 엄하게 하여 정치에 간여하는 조짐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궁중이 엄하게 된 뒤라야 가도(家道)가 바르게 되고, 안팎이 막힌 뒤라야 국정(國政)이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진실로 근습(近習)은 친근함으로 해서 마음이 태만해지기 때문에 경계가 되거나 깨우침이 되는 도움은 없고 부리는 대로 따르기만 하는 편함만이 있는 것입니다. 한 번 바르지 못한 말이 그 틈을 타는 일이 있으면, 청탁하여 빌붙으려는 길이 열리게 되고, 차츰차츰 스며들거나 피부를 찌르는 것 같은 참소가 들어오게 될 것이며, 끝내는 안팎이 서로 결탁하여 위복(威福)을 몰래 휘둘러 조정의 정사를 문란케 할 것입니다. 예로부터 조정을 혼탁하게 한 자치고 궁금(宮禁)과 내통하지 않고서 그렇게 한 자는 있지 않았습니다. 궁금의 일은 신들이 참으로 알 수가 없습니다만, 내간의 말이 혹 밖에 전파되기도 하니 외간의 말이 내간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어떻게 보장하겠습니까. 제수하는 명단이 내려오지 않았는데도 되었는지 안되었는지를 먼저 알고, 윤음(綸音)009) 이 내리지 않았는데도 민간에서 먼저 듣기도 합니다. 심지어는 사봉(斜封)010) 이 간혹 송사(訟事)를 판결하는 곳에 내려오기도 하고, 내지(內旨)011) 가 간혹 관직(官職)을 제수하는 곳으로 내려오기도 하므로, 도하(都下)에 떠들썩하게 전파되어 원근(遠近)이 모두 알고 있으니, 어찌 성덕(聖德)에 누(累)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을 생각하시어 전하의 한 생각에 되돌려 구하시기를 바랍니다.

사기(士氣)는 당연히 진직시켜야 합니다. 선비는 국가의 동량(棟樑)이고 치화(治化)의 근원이어서, 천하의 다스려짐과 어지러워짐이 달렸고, 풍속의 더러움과 아름다움이 판가름나는 것이므로, 제왕의 다스림에 있어서 사기를 진작시키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구차하고 안일한 풍습이 이루어지면, 신(新)을 찬미하고 수(隋)에 아첨012)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을 알지 못하며, 절의(節義)를 서로 숭상하면, 머리를 잘리고 심장을 쪼개이는 형을 당해도 보통일로 여겨서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기가 국가에 있어서 이처럼 중한 것인데 진작시키는 방도를 소홀히 할 수가 있겠습니까. 간신 【이양 등을 가리킨다.】 이 권력을 잡고서 총애를 믿고 제멋대로 하여 위로는 임금의 총명을 현혹시키고 아래로는 위복(威福)을 마음대로 하여 국가의 형편이 몹시 위태롭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국가를 위해 직언(直言)과 정론(正論)으로 그들의 간사함을 배척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으니, 지금의 사기는 통탄할 만합니다. 아, 한차례 난정(亂政)의 화(禍)에 쓸려 없어졌는데, 【무오(戊午)·갑자(甲子) 두 해의 일을 가리킨다.】 재차 위학(僞學)이라는 비방에 꺾이었습니다. 【기묘년의 일을 가리켜 말한 것이다. ○무오·갑자·기묘년에 바른 사람과 어진 선비들이 비방을 받아 거의 다 죽었으니, 사림(士林)의 화(禍)가 이처럼 심한 적은 있지 않았다.】 사기(士氣)가 싹트자마자 잘리어졌고, 겨우 사기가 샘솟자마자 막혀 버려서 점점 위축되어 날로 떨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어깨를 움츠리고서 아첨을 떨고, 꼬리를 치면서 애교를 떨며, 심지어는 완석(完席)의 의논을 통하여 자신을 변명하고자 하였고, 【고경명(高敬命)의 일을 가리킨다.】 동료의 말을 누설하여 불측한 화에 빠뜨리기까지 하였습니다. 【윤인함(尹仁涵)의 일을 가리킨다.】 사습(士習)의 구차함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어떻게 국가를 다스리겠습니까. 이를 전환시키는 기미는 전하의 한마음에 달려 있으니, 전하께서는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염치는 당연히 권장하여야 합니다. 예(禮)·의(義)·염(廉)·치(恥)는 국가의 네 가지 벼리[四維]입니다. 네 가지 벼리가 펼쳐지면 국가가 다스려져서 편안해지고, 네 가지 벼리가 펼쳐지지 않으면 국가가 어지러워져서 망하게 됩니다. 염치가 국가에 있어서 관계됨이 이와 같으니, 권장하고 격려하는 방법을 조금이라도 느슨히 할 수 있겠습니까. 조정에는 청렴하고 삼가는 행실을 하는 자가 없고, 열읍(列邑)의 수령은 긁어들이는 신하가 아닌 자가 하나도 없어서 재물을 탐내는 풍습이 자라나고, 녹봉(祿俸)만을 이롭게 여기는 마음이 기승을 부려, 가렴 주구는 끝이 없고 뇌물은 공공연히 행해집니다. 배편과 육로로 운반되는 재물은 권세 있는 집으로 몰려들고, 가족 수를 계산하여 가혹하게 세금을 거둬들여 백성은 세금 잘 걷는 자의 손에 곤궁해졌습니다. 심지어는 관가(官家) 소유의 제방이 개인의 점유물이 되기도 하며, 농민의 물건이 모두 벼슬아치의 집안으로 들어가기까지 되었는데도 권세에 아첨하며 붙좇는 구실아치는 큰 흉년에 쓸 곡식을 남기지 않고 궁한 백성의 힘을 다 뽑아 내어서, 파종(播種)과 수확을 마음대로 합니다. 국가의 저축은 날로 소모되고 백성의 힘은 점점 다하여 가는데 탐욕스런 풍습의 해로움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앞으로 어떻게 정치를 하겠습니까. 크게 변화시키는 기틀은 전하의 한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전하께서는 유념하소서.

교화(敎化)를 흥기시키는 요점은 풍속을 도탑게 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조정에서부터 비롯하여 민간에까지 도달하며, 반드시 서울로부터 말미암아 사방에 두루 퍼지기를, 마치 바람이 불면 풀이 눕듯이 하는 것입니다. 어질고 겸양(謙讓)하는 행동과 탐욕(貪欲)스럽고 사나운 행실은, 오직 임금의 좋아함에 달렸으니, 조정에 선정(善政)이 없으면 백성이 어떻게 본을 받겠습니까. 방종하고 사치스러우며 분수와 예를 뛰어넘어, 집짓는 규모가 제도에 지나쳐서 구름에 닿도록 집을 지어 참람히 궁궐을 모방하고, 물쓰듯이 음식을 장만하여 한 길[丈]이나 되는 식탁을 차려 날마다 만전(萬錢)이나 허비합니다. 사치하는 풍습이 경상(卿相)에게서 시작되어 탐내고 야박한 습속이 원근(遠近)에 이루어져서, 재산을 기울여 혼례를 사치하게 하고, 파산(破産)하면서까지 의복을 아름답게 꾸밉니다. 폐풍이 그대로 흘러가면서 인심은 더욱 나빠져, 이익을 다투는 일이 끊이지 않고 갖가지 송사가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고을에는 효도와 화목의 행실이 없고 서울에는 분수를 모르는 참람한 걱정이 있어서, 부민(部民)이 고을 수령을 모해하고 하인이 관장(官長)을 업신여깁니다. 강직하고 사리에 밝은 사람이 있어서 직분(職分)의 일을 다하려 하면, 뜻밖의 죄에 빠뜨려 발돌릴 겨를도 없이 패망(敗亡)하게 하는 까닭에, 관직에 있는 자는 남이 하는 대로 뒤를 따라 그럭저럭 세월이나 보내고, 일을 담당하는 자는 잘 보여서 죄책이나 면하려고 시키는 대로 따라 합니다. 국가의 습속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눈물을 흘릴 일입니다. 전하께서는 한마음에 되돌려 구하여 도제(道齊)013) 의 근본을 세우소서.

정치하는 도는 관원의 임명보다 더 급한 것이 없습니다. 어진 관원을 얻으면 서무(庶務)가 잘 다스려지고, 관원의 임명을 알맞은 사람으로 하지 않으면 모든 일이 잘못됩니다. 나오고 물러가게 함을 신중히 하여야 한마음으로 화합하는 공을 이룰 수가 있고, 선과 악을 가리어 구별하여야 함께 뒤섞이는 걱정이 없을 것입니다. 나오고 물러가게 하는 권력은 위에서 나오지만 선악을 가리어 구별하는 임무는 실로 아랫사람에게 있는 것입니다. 대체로 임금은 구중(九重) 궁궐에 깊이 살기 때문에 모든 아랫사람들의 선악을 두루 알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천거하는 일은 재상(宰相)에게 맡기고 관직을 주어 관리로 임명하는 일은 전조(銓曹)에 넘긴 것입니다. 사람을 천거하는 일로써 임금을 섬기는 것이 재상의 직분이기에, 자신의 아는 사람을 천거하는 것은 부득이한 일입니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관리에 결원(缺員)이 있을 경우, 자리마다 요청하고 인사 행정 때마다 말을 하여, 만호(萬戶)나 첨사(僉使)까지도 정해진 값이 있다는 비난이 있습니다. 그 천거에 의해 임용된 사람이 어찌 모두 어진 재목으로서 잘 아는 사람이겠습니까. 갑자기 계급이 오른 사람은 문음(門蔭) 출신이 태반이고 고관(高官)을 제수받는 것은 무부(武夫)가 먼저입니다. 아부하는 자는 차례를 뛰어넘어 승진하는 영화가 있고, 출세에 담담한 사람은 침체되는 괴로움이 많습니다. 청탁하는 문이 열리어 도리(桃李) 아래에 길이 이루어지니014) , 벼슬길이 어떻게 맑아질 것이며, 직무가 어떻게 제대로 다스려지겠습니까. 명기(名器)가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크게 탄식할 만합니다. 전하께서는 한마음 사이에 되돌려 구하시어 사람을 쓰거나 내치는 근원을 맑게 하소서.

학교는 많은 선비를 길러내어 풍화(風化)를 일으키는 곳입니다. 새롭게 진작시키는 근본은 임금에게 달려 있고, 가르치는 방법은 선생에게 달려 있습니다. 서울에서의 학궁(學宮)과 지방에서의 향교(鄕校)의 교육의 법규가 지극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도, 선비들의 추향(趨向)이 바른 길을 잃었습니다. 오직 구두(句讀)만을 익혀 벼슬을 얻으려는 미끼로 삼으며, 부(富)나 추구할 뿐 쉬지 않고 수양하는 도는 모릅니다. 스스로 공천(公薦)에 요구하며 권력 있는 집에 청탁하므로 부끄러워하는 마음은 깨끗이 없어졌으니, 예로써 사양하는 것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국학(國學)이 이러하니 지방의 향교는 알 만합니다. 성균관은 인재(人材)를 가르치고 기르는 데에 관계되는 곳인데, 사석(師席)의 선생은 거개가 합당한 사람이 아니어서 늙고 병든 사람이 아니면 거의 다 인망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스승으로서의 도리를 책망하여 인재를 이루어내는 효과가 있기를 바라겠습니까. 전하께서는 몸소 행하시어 마음 속에 얻어서 인도하고 거느리는 실상을 다하소서.

부역(賦役)은 국가의 재용(財用)을 넉넉하게 하고 백성의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백성은 국가의 근본으로 정치란 백성을 기르는 것입니다. 선왕(先王)은 차라리 위의 것은 삭감할지언정 백성들의 재산은 풍부하게 하였으니, 농한기(農閑期)에 백성을 부리는 것은 백성의 힘을 피곤하지 않게 함이요, 정당한 세금만을 받는 것은 절도 있게 취하는 것입니다.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미루어 차마 하지 못하는 정치를 행하여 세금 받는 법은 일정함이 있으며 백성을 부리는 것은 시기가 있어서 제정해 놓은 법이 상세한데도, 근래에는 정당한 세금 이외에 부과(賦課)하여 거둬들이는 명목이 많고, 명분 없는 역사(役事)에 백성의 농한기도 따지지 않습니다. 권귀(權貴)의 집안은 전지(田地)의 두렁이 연달아 있고 장정이 모여 있는데도 세금이나 부역을 알지 못하며, 내수사(內需司)에 딸린 백성은 이웃을 감싸고 종족을 보호하여 세금과 부역을 포탈함이 참으로 많습니다. 열 집에서 해야 할 부역을 한 집이 겸하게 되고, 백 집에서 내어야 할 세금을 열 집에 독촉합니다. 세금 실어가는 일이 겨우 끝나자, 매질하는 형벌이 연이어 이르고, 분주하게 종사하는데도 구속되는 곤경이 극심합니다. 관가(官家)에는 관대한 구실아치가 적어서 호령이 성화(星火)보다 급하고, 전야에는 농사 짓는 시기를 놓쳐서 목숨을 골짜기에 버리기까지 합니다. 산릉(山陵)의 역사에 백성의 힘은 벌써 피곤해졌는데, 경기 지방은 세금이 지난날보다 배(倍)가 되니, 불쌍하고 곤궁한 우리 백성이 어떻게 살아가겠습니까? 사찰(寺刹)의 공양과 기도(祈禱)에 드는 비용을 매번 내수사(內需司)의 물품이니 국가의 경비와 관계되지 않는다고 핑계대지만 내수사의 재물이 귀신이 가져다 준 것이 아닌 이상 백성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간(內間)의 별진(別進)하는 일은 외척에게서 비롯되었고, 아부하며 청탁하는 사람에게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을 수령 자리를 구한 처음에 돈 벌 수 있는가를 먼저 묻고, 부임한 뒤에는 거둬들이기를 끝이 없이 합니다. 공공연히 명령을 내리되 대궐에 진상할 물건이라고 명목을 만들고, 거짓 핑계를 대면서 사리(私利)를 도모하여 실업(失業)한 백성을 거듭 곤궁하게 합니다. 자신의 덕망을 얻으려고 하여 위에 누덕(累德)을 돌리니, 이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세금을 조금 걷고 경비를 줄여서 민생의 아픔을 구휼하소서.

이 몇 가지의 폐단은 모두 현재의 깊은 고질(痼疾)로서, 위로는 하늘의 경계를 부르기에 족하고, 아래로는 위란(危亂)의 계제가 되기에 족합니다. 그런데도 위아래가 태평히 여기면서 구제할 줄 모릅니다. 재삼 간절하게 자문하는 일은 도리어 의례적인 겉치레로 되고 말았고, 건의하고 계획하는 일은 책임이나 메우려는 낡은 습관에 불과해졌습니다. 물이 흐르는 듯이 습관화되어 날이 갈수록 더욱 깊어지니, 신들은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아, 탕(湯)임금이 상림(桑林)에서 여섯 가지를 자책(自責)하자, 천리에 큰 비가 내렸고, 송 경공(宋景公)의 말 한마디에 형혹성(熒惑星)이 자리를 옮겼습니다. 재앙이 닥칠 조짐이 있는 것을 위아래가 모두 알고 있으니, 두려워하여 함께 행실을 닦고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 것도, 임금의 마음을 바로잡고 일을 바로잡는 데에 있어서 한 가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태사(太史)015) 가 한 번 아뢰자, 정원(政院)이 중봉(重封)016) 하여 【이때 별의 변고가 있자, 윤원형이 외간에 전파하여 함부로 어떤 일에 대한 보응이라고 의논하지 못하게 해야 된다는 것으로 경계하였다.】 섭리하는 대신이 참여하여 듣지 못하고, 토론하는 시종신(侍從臣)이 알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이에 상서를 상서로 알지 못하며 재앙을 재앙으로 알지 못하여 몹시 밝은 하늘과 아주 작은 사람이 판연히 갈라져 둘이 되고 말았으니, 이것은 아마도 덕을 닦고 재앙을 막는 실상이 아닌 듯합니다. 하늘과 사람의 사이는 털끝만큼도 차이가 없어서 감응(感應)의 이치는 그림자나 메아리보다도 빠른 것입니다. 나에게 있는 하늘에 구하여 저쪽에 있는 하늘이 느끼게 하고, 한 사람의 마음으로써 솔선 수범하여 만백성의 마음을 바르게 하면, 어떤 재앙인들 소멸되지 않겠으며 어떤 폐단인들 바꾸어지지 않겠습니까.

위태롭고 은미한 기미를 경계하여 삼가고 나가고 들어올 때에 붙잡아 보존하여, 한쪽으로 치우친 사심(私心)을 완전히 버리고 광명(光明)한 본체를 넓혀서 확장시켜야 합니다. 오직 넓은 뜰에서 상대했을 적에만 공경하고 가다듬을 것이 아니라 한가히 있을 적에 더욱 엄히 하며, 오직 일을 처리할 때에만 조심할 것이 아니라 혼자만 있는 곳에서 더욱 삼가야 합니다. 참이 쌓이고 노력을 오래하여 익숙해져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전하의 마음이 한 번 바르게 되매 조정이 감히 하나로 바르게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좋아하고 미워함이 일단 바른 것을 얻게 되면 사람을 쓰고 버리는 것이 적절함을 잃지 않게 되어, 밝고 밝은 인재가 퍼져 있어서 자신의 직책을 정성스럽게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묘당(廟堂)에는 반식(伴食)한다는 비난이 없게 되고, 조정에서 동취(銅臭)가 난다는 기롱017) 이 없게 되어, 전하의 조정이 한 번 바르게 되매 온 백성이 저절로 바른 곳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아, 모든 교화의 근본은 오직 정심(正心)에 달려 있고, 순일(純一)한 덕을 밝힘은 학문을 강습하는 것보다 더 절실한 것이 없습니다. 때없이 힘써야 하는 공을 잠시라도 그침이 있게 되면, 아홉 길 쌓은 공적이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란 데서 허물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천리(天理)가 순전하지 않고 인욕(人欲)이 혹 멋대로 날뛰게 되어서 태만과 성경(誠敬)이 판연히 갈라지게 됩니다.

전하께서 처음부터 정신을 가다듬어 경연에 나아가기를 부지런히 하여 의리(義理)를 배우고 닦았으며, 성인의 가르침을 깊이 공부하셨으니, 언제나 학문에 뜻을 두시는 공은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그러나 선(善)을 가리는 것이 혹 정밀하지 못한 걱정이 있고, 도(道)를 믿는 것이 돈독하지 못함을 면하지 못하였습니다. 총명한 슬기는 간혹 권간(權奸)에 가려지기도 하고, 수신(修身)·제가(齊家)의 덕은 혹 근습(近習)으로 인해 더럽혀지기도 합니다. 찡그리고 웃는 것을 아끼지 않아서 옳고 그른 일이 현혹되기도 하고, 은혜와 형벌을 주는 것이 떳떳하지 않아서 좋아하고 미워하는 일이 잘못되기도 하는 것은, 전하의 정수(精粹)하고 전일(專一)한 학문이 아마도 미진함이 있어서일 것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가르침을 드림에 이미 부열(傅說)과 같은 어진이가 없고, 곁에서 잘못을 바루는 간관(諫官)도 급암(汲黯)과 같은 충신이 없어서 전하의 계속 빛나게 하는 공부를 중단되도록 하였으니, 신들의 죄 또한 큽니다. 군자의 학문은 잘못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고, 제왕의 정치는 끝을 잘 마치는 것보다 더 귀한 것이 없습니다. 잘못을 고치면 이보다 더 큰 선(善)이 없고, 훌륭한 덕을 잘 끝내면 만세토록 칭송이 있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장구(章句)나 익히는 데 구차스럽게 하지 말고 사장(詞章)의 말기(末技)를 익히는 데 정신을 쏟지 말아서, 진실로 일관(一貫)에 합하여 피·둔(詖遁)018) 에 혹하는 바가 되지 말며, 순일한 덕이 그침이 없는 공을 거두어 이럭저럭 세월만 보내는 폐해를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하의 학문은 날마다 고명(高明)한 경지로 나아가게 되어 도탑고 공순한 공효(功效)가 저절로 천지(天地)에 참여하고 화육(化育)을 돕는 데에 이를 것입니다.

신들은 모두 보잘것없는 자로서 언관(言官)의 지위에 대죄(待罪)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어려운 일들에 놀라, 감히 일득(一得)의 어리석은 생각을 바치니, 사정에 맞지 않는다 하여 심상하게 여기지 말고, 한 번 보아 주시어 유념해 주시면, 몸을 닦고 하늘을 공경하는 도에 어찌 만분의 일이나마 도움이 없겠습니까."

하였는데, 정원에 전교하기를,

"헌부의 상소 가운데 사봉(斜封)이 송사(訟事)를 판결하는 곳에 내려오기도 하고, 내지(內旨)가 관직을 제수하는 데에 내려오기도 한다고 하였는데, 내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해석하여 아뢰라."

하였다. 지평(持平) 이기(李墍)가 아뢰기를,

"어느 전(殿)의 내지라고 칭해지는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이 외간에 성행되고 있으며 간혹 송사를 판결하는 곳에도 있다 합니다. 관직을 제수하는 일에도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어느 전의 내지라고 일컬으며 전조(銓曹)의 장관(長官)에게 내렸왔다는 말이 지난번에 떠들썩하게 전파되었습니다. 들은 바가 이와 같기에 감히 아뢴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 계사(啓辭)를 보니 매우 놀랍다. 내가 비록 불민하지만, 내간에서 만일 이와 같은 일이 있었다면 어찌 알지 못하였겠는가. 이런 일이 없었을 듯한데 외간에 떠들썩하게 전파된 것은 반드시 어떤 뜻이 있어서일 것이니, 살피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전이라고 범칭하여 회계(回啓)함은 온당치 않으니, 다시 상세하게 회계하면 내가 자세히 살펴서 이와 같은 폐단이 없도록 하겠다. 내가 부덕(否德)으로 대통(大統)을 외람되게 계승하여 잘못된 정치가 많이 있어서 여러 가지 재앙이 거듭 나타났는데, 이 직언(直言)의 의논을 보았으니 어찌 가납(嘉納)하지 않겠는가. 다만 태사(太史)가 한 번 아뢰자 정원이 중봉(重封)했다는 것은, 재앙과 상서는 가볍게 전파할 수 없는 것이기에 대신이 반드시 신중히 생각하여 아뢴 일이다. 학문은 잠시라도 그치면 안된다는 말은 당연하다. 그러나 임금은 진실로 부지런히 학문을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병을 조리하는 것도 삼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나의 뜻은 요전에 이미 정원에 유시하였으니, 아마도 학문을 권할 때가 아닌 것 같다. 상소에서 한 말은 당연히 머물러 두고 반성하겠다."

하였다. 이어서 정원에 전교하기를,

"이 상소를 영부사(領府事) 【상진(尙震).】 ·영평 부원군(鈴平府院君) 【윤개(尹漑).】 ·삼공(三公) 【윤원형·이준경·심통원.】 과 각 해조(該曹)에 보이라."

하였다. 대사헌 김귀영 등이 아뢰기를,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내지(內旨)라 일컬으며 외간에 성행한다는 것은, 지난날에 이 말이 꽤나 마을 거리에 떠들썩하였었는데, 신들은 들은 지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비록 그것의 진위(眞僞)를 확실히 알지는 못하지만, 신하로서의 듣고 봄에 있어서 매우 미안합니다. 생각건대 내전은 알지 못하는 일인데, 혹시 중간에서 거짓으로 핑계를 대어 사사로움을 행하는 폐단이 있지나 않은가 합니다. 그런 사실이 있으면 그 폐단을 막는 것이 옳으며, 없으면 성덕(聖德)에 무슨 누가 되겠습니까. 때문에 곧바로 들은 바로써 폐단을 진술하던 끝에 언급한 것입니다. 또 제왕의 학문은 학자가 문자(文字)나 부지런히 강습(講習)하는 것과는 같지 않아서 의리(義理)의 근원에 마음을 머물러 두어 가슴속에 잊지 않고 정성스럽게 간직하여야 합니다. 이것이 곧 학문에 뜻을 두어 끊임없이 힘쓰는 공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상소의 끝에 언급했던 것인데, 지금 상의 전교를 받으니 황공한 마음 견디지 못하겠습니다. 신들이 언론의 중요한 지위에 외람되게 있으면서, 상에게 신임을 받지 못하여 하문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니, 관직에 있기가 미안합니다. 신들의 직을 체직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작은 도장을 찍은 것을 내지라고 일컬은 일은 국정(國政)에 크게 방해되므로, 매우 놀라운 일이다. 언관(言官)이 직론(直論)한 것은 신하의 도리에 합당하다. 나의 뜻은 위에서는 알지 못하는 일이니 중간에서 거짓 핑계를 댄 것이라고 여겨져서 상세히 알고서 조사하여 다스리려고 생각한 까닭에 물은 것이니, 헌부는 모두 진술하고 숨기는 것이 없어야 된다. 학문에 대한 일은 내가 우연히 나의 뜻을 말한 것뿐이요, 믿지 못하겠다는 뜻이 아니니 사직하지 말라."

하였다.

  • [註 007] 장마(仗馬)의 경계를 품고 있고 금인(金人)처럼 침묵 : 장마는 임금의 의장마(儀仗馬)로서 화(禍)를 두려워하여 직간(直諫)하지 못하는 신하를 이르는 말. 당(唐)나라의 이임보(李林甫)가 간관(諫官)의 말을 막기 위하여 "입장마(立仗馬)는 온종일 아무 소리 없이 지내면서 삼품(三品)의 꼴과 콩[芻豆]을 배불리 먹지만, 한 번만 울면 쫓겨난다."고 한 말에서 이르는 말임. 《당서(唐書)》 권223 이임보전(李林甫傳). 주(周)나라 후직(后稷)의 사당 앞에 금으로 만들어 세운 인형[金人]이 있었는데 입을 세 군데나 꿰매었었다. 공자(孔子)가 보고 "이는 옛날에 말을 삼가던 사람이었다."라고 한 데서 유래되었음. 침묵을 지킨다는 비유. 《공자가어(孔子家語)》 관주(觀周).
  • [註 008] 위복(威福) : 형벌과 복을 주는 임금의 권력임.
  • [註 009] 윤음(綸音) : 왕명.
  • [註 010] 사봉(斜封) : 왕실의 청탁.
  • [註 011] 내지(內旨) : 왕비의 명령.
  • [註 012] 신(新)을 찬미하고 수(隋)에 아첨 : 왕망(王莽)이 한(漢)을 찬탈(簒奪)하고 신(新)을 세우자, 양웅(揚雄)은 봉사(封事)을 올려 진(秦)나라의 포악함을 비난하고, 신의 아름다움[劇秦美新]을 논하여 왕망의 뜻을 즐겁게 하고 화(禍)를 면하였다. 《문선(文選)》 양웅(揚雄) 극진미신서(劇秦美新序). 수에 아첨한 것은, 배구(裵矩)가 수나라에서 벼슬하면서 아첨을 떨다가, 당(唐)나라의 건국(建國)을 도와 당 고조(唐高祖)에게 충성을 바친 일을 말한다. 《자치통감(資治通鑑)》 권192 당기(唐紀).
  • [註 013] 도제(道齊) : 정치를 함에 있어 "덕(德)으로써 인도하고 예(禮)로써 가지런히 한다."를 아울러 이른 말. 《논어(論語)》 위정(爲政).
  • [註 014] 도리(桃李) 아래에 길이 이루어지니 : 먹을 것이 있는 곳에는 절로 사람들이 찾아온다는 비유. 《사기(史記)》 이광전(李廣傳)에 "도리는 말하지 않아도 그 아래에 절로 길이 이루어진다.[桃李不言 下自成蹊]" 하였다.
  • [註 015] 태사(太史) : 천문(天文)·측후(測候) 등을 관장하는 관원.
  • [註 016] 중봉(重封) : 비밀이나 중요한 문서를 여러 겹으로 봉하는 일.
  • [註 017] 반식(伴食)한다는 비난이 없게 되고, 조정에서 동취(銅臭)가 난다는 기롱 : 반식은 무능한 재상을 이르는 말. 당(唐)나라의 노회신(盧懷愼)이 스스로 재능이 미치지 못한다 하여 모든 일을 요숭(姚崇)에게 미루고 전담하지 않자, 당시에 ‘반식 재상(伴食宰相)’이라 하였다. 《구당서(舊唐書)》 노회신전(盧懷愼傳). 동취는 동전(銅錢)에서 나는 악취(惡臭)를 이르는 말로 매관(買官)하는 자를 조롱하는 말임. 《후한서(後漢書)》 최열전(崔烈傳).
  • [註 018] 피·둔(詖遁) : 피(詖)는 피사(詖辭)로 치우쳐서 바르지 못한 말이고, 둔(遁)은 둔사(遁辭)로서 실정을 숨기면서 회피하는 말. 모두 말의 병통이 되는 네 가지 중의 하나임. 《맹자(孟子)》 공손추상(公孫丑上).

원문

○癸丑/大司憲金貴榮等上疏。 其略曰:

臣等伏覩, 殿下卽位以來, 臨深履薄, 克自抑畏, 內而修身, 無甚失德, 外而爲國, 無大闕政, 然而天不悔禍, 前星告凶, 災孽荐榛, 喪亂弘多。 閉塞之月, 雷電以雨, 冱陰之節, 沈霧四塞, 至於星宿之妖, 屢現天文, 山野之獸, 坌集都城。 【時虎豺恣行都城。】 是何可愕之變, 發於勵政之日, 以貽殿下之憂勤乎? 殿下以天之譴告, 引以歸之於己, 至下惻怛之敎, 冀聞謇諤之言, 一國臣民, 孰不感激? 然而數月以來, 未聞有忠直之士, 犯雷霆之威, 忘鼎鑊之危, 直斥君擧之過, 悉陳朝政之失, 是豈搢紳之間, 擧皆諂諛之徒, 巖穴之中, 一無藏修之輩而然也? 往者草萊之臣, 誤犯觸諱之語, 則不假優容, 而責以嚴辭, 【指曹植之疏。】 耳目之官, 一進彈文之直, 則不見採錄, 而示以厭意。 訑訑之色, 足以拒諫, 萬鈞之下, 誰得以盡言? 人懷仗馬之戒, 習成金人之默, 唯唯之說, 日進於左右, 諤諤之諍, 日遠於千里, 殊非盛世之美, 豈無識者之憂乎? 方今之事, 可言者多矣, 姑以時病之急者而條陳焉。 紀綱, 不可以不立也, 人君之所賴而存也, 國家之所恃而安也。 臨民之本, 無此則不張, 出治之源, 舍是則末由。 君人摠攬於上, 而臣民奉行於下, 如腹心之運手足, 根本之制枝葉。 令出而民從之, 法立而民畏之, 號令於殿陛之上, 而振動於千里之外。 近者威福下移, 多姑息之政, 命令不行, 有因循之病, 漸就於陵夷, 終歸於渙散。 百僚慢而不奉令, 小民頑而多犯法, 至於身在罪網之中, 不知王法之可畏, 橫恣鄕邑, 擅殺無辜, 【指言陳復昌殺人之事。】 遲回道路, 不卽就(敵)〔謫〕 , 【指李樑、李戡。】 則殿下之紀綱, 不幾於不振乎? 伏願思其所以致此之本, 而反求於殿下之一念焉。 宮禁, 不可不嚴也。 深宮固門, 閽寺守之, 使外言不入於閫, 內言不山於閫, 所以嚴內外之分, 而杜干政之漸也。 宮壼嚴, 然後家道正, 內外隔, 然後國政修。 誠以近習之昵, 人情所慢, 而無箴警之益, 有(褻)〔暬〕 御之便。 一有非僻之言, 得抵其隙, 則因緣攀附之路開, 浸潤膚受之譖入, 遂至交結內外, 竊弄威福, 以紊朝政。 自古小人之濁亂朝廷者, 未有不通宮禁而能致者也。 宮禁之事, 臣等固不得知之, 內間之言, 或播於外, 則外間之言, 安保其不達於內也? 除目未下, 而得失先知, 綸音未降, 而閭巷先聞。 以至斜封或下於決訟, 內旨或降於除職, 都下喧傳, 遠近皆知, 豈不爲聖德之累乎? 伏願思其所以致此之源, 而反求於殿下之一念焉。 士氣, 所當振也。 國家之棟樑, 治化之本源, 天下之治亂繫焉, 風俗之沔隆判焉, 帝王之治, 莫不以振士氣爲先務。 偸靡成習, 則美新侫隋, 而曾不知恥, 節義相尙, 則折首剖心, 而視之如歸。 士氣之於國家, 其重如此, 則振作之道, 容可忽乎? 姦臣 【指李樑等。】 秉鈞, 怙寵專恣, 上而眩惑聰明, 下而竊弄威福, 國家之勢, 岌岌殆哉, 而無一人忘身循國, 直言正論, 以斥其姦, 今之士氣, 可痛也已。 嗚呼! 一蕩於亂政之禍, 【指戊午、甲子兩年之事。】 再摧於僞學之謗。 【指言己卯年之事○戊午、甲子、己卯之歲, 正人賢士, 誅戮殆盡, 士林之禍, 未有如此之酷。】 斬刈於萌芽之初, 壅閼於浚源之餘, 馴致萎薾, 日就不振, 脅肩獻諂, 搖尾乞憐, 甚至於通完席之議, 而爲自明之路, 【指高敬命事。】 洩朋僚之言, 而陷不測之地。 【指尹仁涵事。】 士習之偸, 一至於此, 將何以爲國? 轉移之幾, 在於殿下之一念, 伏願殿下留意焉。 廉恥, 所當礪也。 禮、義、廉、恥, 國之四維。 四維旣張, 則國家治安, 四維不張, 則國家亂亡。 廉恥之於國家, 其關如此, 則勸(厲)〔勵〕 之方, 容可緩乎? 朝廷之上, 未聞淸謹之行, 列邑之中, 無非聚斂之臣, 貪饕之風長, 利祿之心勝, 誅求無厭, 賄賂公行。 船運陸輸, 輻輳於權勢之家, 頭會箕斂, 民困於掊克之手。 至於官家之堤, 或爲私門之占, 丘民之物, 盡入高明之室, 而媚權附勢之吏, 傾大無之穀, 竭殘民之力, 播種耘穫, 無不從欲。 國儲日耗, 民力漸瘁, 貪風之害, 一至於此, 將何以爲政? 丕變之機, 在於殿下之一念, 伏願殿下留神焉。 興化之要, 莫大於敦俗。 先自朝廷而達於閭巷, 必由京師而遍於四域, 如風之動, 若草之偃。 仁讓貪戾, 惟君所好, 朝無善政, 民焉取則? 放僻奢侈, 踰分越禮, 第宅過制, 而凌雲之構, 僭擬宮觀, 飮食若流, 而方丈之饌, 日費萬錢。 奢侈之習, 始於卿相, 而偸薄之俗, 成於遠近, 傾財而侈婚媾之禮, 破産而美衣服之飾。 弊俗靡靡, 人心益偸, 以致爭利之不絶, 獄訟之多端。 鄕無孝睦之行, 國有陵僭之患, 部民謀其邑宰, 輿僕蔑其官師。 一有剛明之人, 欲盡職分之事, 陷之無妄, 敗不旋踵, 故居官者, 隨行逐隊, 悠悠度日, 任事者, 取容苟免, 隨其指嗾。 國俗至此, 可爲流涕。 伏願殿下, 反求於一念之間, 以立道齊之本焉。 爲政之首, 莫急於任官。 官得其賢, 則庶務熙, 任或非人, 則百事廢。 難愼於進退, 可以致和一之功, 辨別其淑慝, 可以無混淆之患。 進退之柄, 雖出於上, 而辨別之任, 實在於下。 蓋人君深居九重, 群下之臧否, 有不能周知, 故薦擧賢能, 屬之於宰相, 任官授職, 付立於銓曹。 以人事君, 宰相之職, 擧爾所知, 不得不爾, 而京外之官, 苟有其闕, 窠窠而請之, 政政而言之, 至於萬戶、僉使, 亦有定價之譏。 其所擧用, 豈盡賢林而相知者哉? 驟陞階級, 門蔭居多, 啓授貂蟬, 武夫爲先。 攀附者, 有躐進之榮, 恬退者, 多沈滯之苦。 請托門開, 桃李蹊成, 仕路安得而淸, 職務何由而理乎? 名器至此, 可爲太息。 伏願殿下, 反求於一念之間, 以淸用捨之源焉。 學校, 所以育多士而興風化也。 作新之本, 繫於人君, 而敎誨之方, 在於師長。 內而學宮, 外而鄕校, 養育之規, 非不至矣, 而章甫之徒, 趨向失正, 惟習句讀, 以窺靑紫之媒, 務爲輕肥, 不知藏修之道。 自售於公薦, 干謁於權門, 羞惡掃地, 禮讓何居? 國學如此, 外校可知。 首善之地, 敎養所關, 而皐比之坐, 率非其人, 非老病之人, 則必是時望所不與也。 何以責師道之重, 而望作成之效哉? 伏願殿下, 躬行心得, 以盡導率之實焉。 賦役, 所以贍國用而用民力也。 民惟邦本, 政在養民。 先王寧損於上, 藏富於民, 以時使之, 用之不困也, 惟正之供, 取之有節也。 今者推不忍之心, 行不忍之政, 制賦有恒, 役民有時, 法非不詳, 而正賦之外, 科斂多目, 無名之役, 不計民時。 權貴之家, 連阡聚丁, 而不知徭役, 內需之民, 庇隣護族, 而逋逃寔繁。 十室之役, 兼之於一室, 百家之賦, 督之於十家。 轉輸纔訖, 鞭扑之刑繼至, 奔走未已, 而拘囚之困是極。 公門少推恕之吏, 而號令急於星火, 田野失耘耔之期, 而性命委之溝壑。 山陵之役, 民力已困, 畿甸之稅, 倍於往時, 哀我窮民, 其何能穀? 寺刹之供, 祈禱之費, 每諉以內需之物, 不繫於經費之路, 內需之財, 非神運鬼輸, 則非出於民者乎? 內間別進之事, 權輿於戚里之門, 濫觴於攀緣之人。 求邑之初, 先問其可辦, 赴任之後, 徵斂之無藝, 公然出令, 目爲內進之需, 假托營私, 重困失業之民。 欲以市恩於己, 秪以歸累於上, 豈不痛哉? 伏願殿下, 薄斂省費, 以恤民生之隱焉。 凡此數者之弊, 皆當今之沈痼, 上足以召仁愛之警, 下足以致危亂之階, 而上下恬然, 莫之知救。 丁寧咨訪, 反歸於循例之文具, 建明謀猷, 不過爲塞責之故常, 滔滔泛泛, 日以益深, 臣等未知厥終之何如也。 嗚呼! 桑林六責, 大雨千里, 宋景一言, 熒惑退舍。 災咎有像, 上下皆知, 恐懼交修, 無貳爾心, 是亦格王正事之一助也。 太史一奏, 政院重封, 【時有星變, 尹元衡戒以勿爲傳播外間, 妄論事應。】 燮理之大臣, 不與聞焉, 討論之侍從, 不得知焉。 祥不知祥, 妖不知妖, 昭昭之天, 眇眇之人, 判而爲二, 恐非修德弭災之實也。 天人之際, 間不容髮, 感應之理, 捷於影響。 求之於在己之天, 以感在彼之天, 先之以一人之心, 以正萬民之心, 則何災之不消, 何弊之不革乎? 戒謹於危微之幾, 操存於出入之時, 絶去偏繫之私, 恢擴光明之體, 不惟敬飭於廣庭之對, 而益嚴於燕閒之居, 不惟兢業於處事之際, 而尤謹於獨知之地, 眞積力久, 習以成性, 則殿下之心一正, 而朝廷莫敢不一於正矣。 好惡旣得其正, 則用捨不失其宜, 明明布列, 恪恭乃職, 廟堂無伴食之誚, 朝著絶銅臭之譏, 則殿下之朝廷一正, 而萬民自不得不歸於正矣。 嗚呼! 萬化之本, 惟在於正心, 一德之明, 莫切於講學。 時敏之功, 有所間斷, 則九仞之績, 虧於一(蕢)〔簣〕 。 天理未純, 而人欲或肆, 寒曝不一, 而怠敬(以)〔立〕 判。 殿下自初勵精, 勤御經筵, 講劘義理, 沈潛聖訓, 典學之功, 蔑以加矣。 然而擇善或患於不精, 信道未免於不篤, 聰明之聖, 或蔽於權奸, 修齊之德, 或累於近習。 嚬笑不愛, 而是非或眩, 恩威靡常, 而好惡或舛, 殿下精一之學, 恐有所未盡也。 朝夕納誨, 旣無傅說之賢, 左右拾遺, 亦乏汲黯之忠, 使殿下緝熙之功, 致有間斷之疵, 則臣等之罪, 亦大矣。 君子之學, 不吝於改過, 帝王之治, 莫貴於有終。 過而能改, 善莫大焉, 克終允德, 萬世有辭。 伏願殿下, 不苟於章句之習, 不分於詞章之末, 允協於克一, 而勿爲詖遁之所惑, 收功於純(亦)〔正〕 而勿爲優游之所害, 則殿下之學, 日就於高明, 而篤恭之效, 自底於參天地而贊化育矣。 臣等俱以無似, 待罪言地。 駭目時艱, 敢效一得之愚, 勿以迂遠而視之尋常, 一賜乙覽而留神焉, 則其於修己敬天之道, 豈無萬一之補乎?

傳于政院曰: "憲府疏中, 有斜封或下於決訟, 內旨或降於除職云, 予所未詳。 解釋啓之。" 持平李墍啓曰; "以小印子踏下, 稱某殿內旨, 而盛行於外間, 或於決訟間有之云, 除職事, 以小印子踏下, 稱某殿內旨, 下於銓曹長官之言, 曩時喧傳。 所聞如此, 敢啓。" 答曰: "觀此啓辭, 極爲駭愕。 予雖不敏, 內間若有如此之事, 則豈不知之乎? 似無此事, 而外間喧傳, 必有其意, 不可不察也。 泛稱某殿而回啓未穩, 更詳回啓, 則予當詳察, 使無如此之弊也。 予以否德, 叨承丕緖, 多有闕政, 衆災疊現, 觀此讜論, 豈不嘉納乎? 但太史一奏, 政院重封云, 災祥不可輕播, 大臣必熟慮啓之之事也。 學問間斷之言, 當矣。 然人君固當勤學, 而調病亦不可不謹。 予意近日, 已諭于政院, 恐非勸學之時也。 疏辭當留省。" 仍傳于政院曰: "此疏示于領府事、 【尙震。】 鈴平府院君、 【尹漑。】 三公、 【尹元衡、李浚慶、沈通源】 各該曹。" 大司憲金貴榮等啓曰: "以小印子踏下, 稱內殿之旨, 有行於外間, 曩時此言, 頗騰於閭巷。 臣等聞之已久, 雖不能的知其眞僞, 於臣子聞見, 極爲未安。 意以爲, 內殿所不知之事, 而或有中間假托行私之弊。 有之則可防其弊端, 無之則何累於聖德? 故直以所聞, 及於陳弊之末矣。 且帝王之學, 非如學者講習文字之勤, 留心於義理之源, 拳拳不忘于懷, 是乃典學時敏之功也。 故於疏末及之, 而今承上敎, 不勝惶恐。 臣等冒忝言論重地, 言不能取信於上, 至於下問, 在職未安。 請遞臣等之職。" 答曰: "小印子踏下稱內旨之事, 大妨國政, 極爲駭愕。 言官直論, 合於臣子之道。 予意以爲, 自上不知之事, 中間假托, 欲詳知而察治, 故問之也。 烏府悉陳無隱, 可也。 學問事, 則予偶言予意而已, 非不信之意也。 勿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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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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