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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실록3권, 예종 1년 1월 22일 정축 2/2 기사 / 1469년 명 성화(成化) 5년

영의정 박원형의 졸기

국역

영의정 박원형(朴元亨)이 졸(卒)하였다. 박원형은 자(字)가 지구(之衢)이며, 갑인년 친시(親試)에 제삼인(第三人)으로 합격하여, 여러 번 벼슬을 옮겨 사복 판관(司僕判官)이 되었는데, 이때에 문종(文宗)께서 세자(世子)가 되어, 밤에 제군(諸君)들과 더불어 경회루(慶會樓)의 못에서 낚시질을 하며 사복관(司僕官) 박원형을 불러 들어오게 하여 보게 하였다. 문종이 좌우(左右)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처음에 ‘겸관(兼官)에게 숙직(宿直)하게 하라.’고 이른 것이 이 사람이다."

하였는데, 임금께서도 경대(敬待)하였으므로 더불어 놀 수가 없으므로, 곧 물러가게 하여 보내었다. 〈문종이〉 즉위하자 판사복시(判司僕寺)로 옮겼으며, 세조(世祖)를 섬겨서 정난(靖難)하여 동부승지(同副承旨)에 제수되었고, 〈세조가〉 선위(禪位) 받자 도승지(都承旨)로 승진시키고 좌익 공신(佐翼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었으며, 이조 참판(吏曹參判)으로 옮기어 연성군(延城君)에 봉해졌고, 호조(戶曹)·형조(刑曹)·이조(吏曹)·예조(禮曹)의 4조(曹) 판서(判書)를 역임하고 의정부 우찬성(議政府右贊成)에 올랐고, 병술년024) 에 우의정(右議政)에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역적(逆賊) 이시애(李施愛)의 난(亂)을 평정하고, 박원형을 보내서 본도(本道)를 존무(存撫)025) 하여, 좌의정(左議政)에 올랐으며, 예종(睿宗)이 즉위하자 또다시 익대 공신(翊戴功臣)026) 에 참여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병이 나서 매우 위독하였는데, 그 아들 박안성(朴安性)을 불러서 술을 올리게 하고, 입으로 시(詩) 한 귀절을 부르기를,

"오늘 밤 등불 앞에서 한 순배 술을 드니,

네 나이 서른 여섯 청춘이라.

우리집의 구물(舊物)027) 은 오직 청백뿐이니,

이를 잘 지녀 무한히 전해 다오."

하였다. 졸년(卒年)이 59세였다. 부음(訃音)이 들리니, 임금이 몹시 슬퍼하여, 조회를 3일 동안 정지하고, 조제(弔祭)를 내려 주었다. 박원형은 기국(器局)과 도량(度量)이 크고 중후(重厚)하여, 평생 동안 말을 빨리 하고 얼굴에 당황하는 빛을 띤 적이 없었으며, 일을 처리하고 의심스런 것을 해결함에 의연(毅然)히 정도(正道)를 지켜서, 매양 군의(群議)가 각기 소견(所見)을 고집할 때마다 천천히 한 마디 말로써 이를 결정하되, 행동이 사의(事宜)에 합당하였다. 또 사명(辭命)028) 을 잘하여 명나라 사신이 우리 나라에 오게 되면, 반드시 빈상(儐相)이 되었는데, 그 의관(儀觀)029) 이 매우 법도가 있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계모(繼母)를 섬기기를 생모(生母)와 같이 섬기었다. 그러나 마음속에 쌓은 담이 매우 깊어서, 남들이 엿볼 수가 없었으며, 또 능히 마음을 잘 헤아려서 뜻을 맞추고, 세상과 더불어 저앙(低昻)하였다. 성격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매양 관아[公朝]에 나아갈 적에는 비록 바쁜 때라 하더라도 반드시 의복을 거울에 비추어 보고 먼지와 더러운 것을 털어 버리고서야 나갔다. 시호(諡號)를 문헌(文獻)이라 하였으니, 문견(聞見)이 넓고 많은 것을 문(文)이라 하고, 〈인재를〉 천거(薦擧)하는 것이 마땅하여 체대(替代)함이 없음을 헌(憲)이라 한다. 아들이 둘이 있으니, 박안명(朴安命)박안성(朴安性)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20면
  • [註 024] 병술년 : 1466 세조 12년.
  • [註 025] 존무(存撫) : 백성을 위로하여 안심하게 함.
  • [註 026] 익대 공신(翊戴功臣) : 예종 즉위년(1468)에 남이(南怡) 등이 반역을 음모한다 하여 이들을 없애는 데 공을 세운 신숙주(申叔舟)·한명회(韓明澮) 등 38인에게 준 공신 칭호.
  • [註 027] 구물(舊物) : 대대로 전해 내려 오는 것.
  • [註 028] 사명(辭命) : 한 나라의 사신이나 사자로서 명령을 받들어 외교 무대에서 응대(應對)하는 말.
  • [註 029] 의관(儀觀) : 위엄있는 몸가짐.

원문

○領議政朴元亨卒。 元亨之衢, 歲甲寅中親試第三人, 累轉司僕判官。 時文宗爲世子, 夜與諸君, 釣慶會樓池, 召司僕官元亨入見。 文宗顧左右曰: "初謂兼官直宿, 斯人也。" 上亦敬待, 不可與爲戲, 卽謝遣之。 及卽位, 轉判司僕寺。 事世祖靖難, 拜同副承旨, 曁受禪陞都承旨, 賜佐翼功臣號。 遷吏曹參判, 封延城君, 歷戶、刑、吏、禮四曹判書, 陞議政府右贊成。 丙戌拜右議政, 明年平逆賊李施愛, 遣元亨存撫本道, 進左議政, 睿宗卽位, 又與翊戴功臣。 至是有疾沈綿, 召子安性, 令進酒口號云: "今夜燈前酒一巡, 汝生三十六靑春。 吾家舊物惟淸白, 好把流傳無限人。" 卒年五十九。 訃聞, 上震悼, 輟朝三日, 致弔祭。 元亨器度簡重, 平居無疾言遽色, 處事決疑, 毅然持正。 每群議各執所見, 徐以一言定之, 動合事宜。 又善辭命, 使至國, 必爲儐相, 儀觀甚度。 早喪母, 事繼母如事所生。 然城府深, 人莫之窺, 又能揣摩承迎, 與世低昻。 性好潔, 每赴公朝, 雖倉卒, 必照鏡視衣, 有塵汚拂去乃出。 諡文憲: 博聞多見, 文; 薦可替否, 憲。 子二, 安命安性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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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종실록3권, 예종 1년 1월 22일 정축 2/2 기사 / 1469년 명 성화(成化) 5년

영의정 박원형의 졸기

국역

영의정 박원형(朴元亨)이 졸(卒)하였다. 박원형은 자(字)가 지구(之衢)이며, 갑인년 친시(親試)에 제삼인(第三人)으로 합격하여, 여러 번 벼슬을 옮겨 사복 판관(司僕判官)이 되었는데, 이때에 문종(文宗)께서 세자(世子)가 되어, 밤에 제군(諸君)들과 더불어 경회루(慶會樓)의 못에서 낚시질을 하며 사복관(司僕官) 박원형을 불러 들어오게 하여 보게 하였다. 문종이 좌우(左右)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처음에 ‘겸관(兼官)에게 숙직(宿直)하게 하라.’고 이른 것이 이 사람이다."

하였는데, 임금께서도 경대(敬待)하였으므로 더불어 놀 수가 없으므로, 곧 물러가게 하여 보내었다. 〈문종이〉 즉위하자 판사복시(判司僕寺)로 옮겼으며, 세조(世祖)를 섬겨서 정난(靖難)하여 동부승지(同副承旨)에 제수되었고, 〈세조가〉 선위(禪位) 받자 도승지(都承旨)로 승진시키고 좌익 공신(佐翼功臣)의 호(號)를 내려 주었으며, 이조 참판(吏曹參判)으로 옮기어 연성군(延城君)에 봉해졌고, 호조(戶曹)·형조(刑曹)·이조(吏曹)·예조(禮曹)의 4조(曹) 판서(判書)를 역임하고 의정부 우찬성(議政府右贊成)에 올랐고, 병술년024) 에 우의정(右議政)에 제수되었으며, 이듬해에 역적(逆賊) 이시애(李施愛)의 난(亂)을 평정하고, 박원형을 보내서 본도(本道)를 존무(存撫)025) 하여, 좌의정(左議政)에 올랐으며, 예종(睿宗)이 즉위하자 또다시 익대 공신(翊戴功臣)026) 에 참여하였다. 이때에 이르러 병이 나서 매우 위독하였는데, 그 아들 박안성(朴安性)을 불러서 술을 올리게 하고, 입으로 시(詩) 한 귀절을 부르기를,

"오늘 밤 등불 앞에서 한 순배 술을 드니,

네 나이 서른 여섯 청춘이라.

우리집의 구물(舊物)027) 은 오직 청백뿐이니,

이를 잘 지녀 무한히 전해 다오."

하였다. 졸년(卒年)이 59세였다. 부음(訃音)이 들리니, 임금이 몹시 슬퍼하여, 조회를 3일 동안 정지하고, 조제(弔祭)를 내려 주었다. 박원형은 기국(器局)과 도량(度量)이 크고 중후(重厚)하여, 평생 동안 말을 빨리 하고 얼굴에 당황하는 빛을 띤 적이 없었으며, 일을 처리하고 의심스런 것을 해결함에 의연(毅然)히 정도(正道)를 지켜서, 매양 군의(群議)가 각기 소견(所見)을 고집할 때마다 천천히 한 마디 말로써 이를 결정하되, 행동이 사의(事宜)에 합당하였다. 또 사명(辭命)028) 을 잘하여 명나라 사신이 우리 나라에 오게 되면, 반드시 빈상(儐相)이 되었는데, 그 의관(儀觀)029) 이 매우 법도가 있었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었는데, 계모(繼母)를 섬기기를 생모(生母)와 같이 섬기었다. 그러나 마음속에 쌓은 담이 매우 깊어서, 남들이 엿볼 수가 없었으며, 또 능히 마음을 잘 헤아려서 뜻을 맞추고, 세상과 더불어 저앙(低昻)하였다. 성격이 깨끗한 것을 좋아하여, 매양 관아[公朝]에 나아갈 적에는 비록 바쁜 때라 하더라도 반드시 의복을 거울에 비추어 보고 먼지와 더러운 것을 털어 버리고서야 나갔다. 시호(諡號)를 문헌(文獻)이라 하였으니, 문견(聞見)이 넓고 많은 것을 문(文)이라 하고, 〈인재를〉 천거(薦擧)하는 것이 마땅하여 체대(替代)함이 없음을 헌(憲)이라 한다. 아들이 둘이 있으니, 박안명(朴安命)박안성(朴安性)이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7장 B면【국편영인본】 8책 320면
  • [註 024] 병술년 : 1466 세조 12년.
  • [註 025] 존무(存撫) : 백성을 위로하여 안심하게 함.
  • [註 026] 익대 공신(翊戴功臣) : 예종 즉위년(1468)에 남이(南怡) 등이 반역을 음모한다 하여 이들을 없애는 데 공을 세운 신숙주(申叔舟)·한명회(韓明澮) 등 38인에게 준 공신 칭호.
  • [註 027] 구물(舊物) : 대대로 전해 내려 오는 것.
  • [註 028] 사명(辭命) : 한 나라의 사신이나 사자로서 명령을 받들어 외교 무대에서 응대(應對)하는 말.
  • [註 029] 의관(儀觀) : 위엄있는 몸가짐.

원문

○領議政朴元亨卒。 元亨之衢, 歲甲寅中親試第三人, 累轉司僕判官。 時文宗爲世子, 夜與諸君, 釣慶會樓池, 召司僕官元亨入見。 文宗顧左右曰: "初謂兼官直宿, 斯人也。" 上亦敬待, 不可與爲戲, 卽謝遣之。 及卽位, 轉判司僕寺。 事世祖靖難, 拜同副承旨, 曁受禪陞都承旨, 賜佐翼功臣號。 遷吏曹參判, 封延城君, 歷戶、刑、吏、禮四曹判書, 陞議政府右贊成。 丙戌拜右議政, 明年平逆賊李施愛, 遣元亨存撫本道, 進左議政, 睿宗卽位, 又與翊戴功臣。 至是有疾沈綿, 召子安性, 令進酒口號云: "今夜燈前酒一巡, 汝生三十六靑春。 吾家舊物惟淸白, 好把流傳無限人。" 卒年五十九。 訃聞, 上震悼, 輟朝三日, 致弔祭。 元亨器度簡重, 平居無疾言遽色, 處事決疑, 毅然持正。 每群議各執所見, 徐以一言定之, 動合事宜。 又善辭命, 使至國, 必爲儐相, 儀觀甚度。 早喪母, 事繼母如事所生。 然城府深, 人莫之窺, 又能揣摩承迎, 與世低昻。 性好潔, 每赴公朝, 雖倉卒, 必照鏡視衣, 有塵汚拂去乃出。 諡文憲: 博聞多見, 文; 薦可替否, 憲。 子二, 安命安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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