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종실록4권, 문종 즉위년 10월 8일 무인 2/6 기사 / 1450년 명 경태(景泰) 1년
사헌 집의 어효첨 등이 6품 이상에게 각각 현부를 고하게 함은 불가함을 아뢰다
국역
사헌 집의(司憲執義) 어효첨(魚孝瞻), 장령(掌令) 신숙주(申叔舟)·하위지(河緯地), 지평(持平) 이영구(李英耉)가 대궐에 나아와서, 정분(鄭苯)을 보내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면대(面對)959) 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말하기를,
"너희들의 말이 옳다. 그러나 내가 장차 다시 생각하여 보겠다."
하니, 어효첨 등이 또 아뢰었다.
"전에 교지(敎旨)를 내리시기를, ‘의정부(議政府)와 이조(吏曹)·병조(兵曹)의 대신(大臣)으로 하여금 중외 관리(中外官吏) 가운데 벼슬을 올릴 만한 자와 내칠 만한 자를 맡아서 의논을 정하여 아뢰고, 또 동반(東班) 6품과 서반(西班) 4품 이상으로 하여금 각각 실봉(實封)960) 을 올리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전하가 처음 정사(政事)를 맡아서 어진이를 올리고 불초(不肖)한 이를 물리치는 일을 급하게 여기고, 어진이를 공론(共論)에 의하여 얻고자 생각하시니, 이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뜻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아는 일은 옛부터 어려운 바였으니, 아첨하는 자가 충성하는 것 같고, 거짓말하는 자가 미더운 것 같습니다. 대신(大臣)들은 하나의 전당(殿堂) 위에 단정히 앉아서 안으로는 백사(百司)의 우두머리 노릇하고, 밖으로는 주부군현(州府郡縣)의 우두머리 노릇하니, 어찌 능히 다 그 실상을 알아서 벼슬을 올리고 내치겠습니까? 올린 자가 혹은 올릴 만한 실상이 없거나, 내친 자가 또한 내칠 만한 실상이 없어서 어진이와 어질지 못한 이의 자리를 바꾸기에 이르는 경우가 없겠으며, 그렇게 되면 이것은 전도(顚倒)가 아니겠습니까? 또 이보다 심한 경우가 있으니, 동반(東班) 6품과 서반(西班) 4품 이상이 어찌 능히 다 어질어서 그 마음을 하나같이 공정하게 쓰는 자들이겠습니까? 만약 불초(不肖)한 무리가 그 사이에 섞여 있다면 은혜와 원수를 갚으려고 마음먹고 대체(大體)를 생각하지 않을 때에는 어진 자를 헐뜯어 내칠 수가 있고, 불초(不肖)한 자를 칭찬하여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전하가 한 번 그 말을 듣고 믿는다면 어진 자는 불초(不肖)하다는 이름을 면하지 못하고, 불초(不肖)한 자는 도리어 현자(賢者)의 이름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초(不肖)한데도 명예(名譽)를 얻은 자는 진실로 이를 써서 서서히 그 실상을 관찰하는 것도 마땅하니, 그 실정을 숨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질면서도 명예를 훼손(毁損)당한 자는 이미 쫓겨났는데, 어떻게 하여 그 실상을 관찰하여 그 어진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어진 자가 종신(終身)토록 원망을 품는 것이요, 전하도 또한 끝내 깨닫지 못하는 것이니, 염려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올릴 만한 자를 추천하는 것은 가(可)하나, 아울러 내칠 만한 자를 논(論)하는 것은 결단코 불가(不可)합니다. 청컨대 모름지기 교지(敎旨)를 고쳐 내리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우연히 한 번쯤 해 볼 만한 일이나 항상 시행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고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끝말[末語]을 고쳐야 할 것이다."
하고, 드디어 그 교지(敎旨)를 고쳤다.
- [註 959] 면대(面對) : 신하가 승정원(承政院)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임금을 대하여 일을 아뢰던 것.
- [註 960] 실봉(實封) : 신하가 임금에게 비밀히 아뢸 일이 있을 때 승정원(承政院)에서 보지 못하도록 밀봉(密封)하던 것.
원문
○司憲執義魚孝瞻、掌令申叔舟ㆍ河緯地、持平李英耉詣闕, 以不宜遣鄭苯, 請面對。 上引見曰: "爾等之言, 是矣。 然予將更思。" 孝瞻等又啓曰: "前下敎旨: ‘令議政府及吏、兵曹大臣, 掌中外官吏可陛可黜者, 定議以聞, 又使東班六品、西班四品以上, 各上實封。’ 殿下初政, 以進賢退不肖爲急, 思欲得賢以共理, 此誠美意。 然知人, 自古所難。 侫者似忠, 而詐者似信。 大臣端坐一堂之上, 內而百司, 外而州、府、郡、縣之守宰, 安能盡得其實而陞黜之乎? 無乃所陞者, 或無可陞之實, 所黜者, 亦無可黜之實, 而至有賢否易位, 是非顚倒歟? 又有甚於此者, 東班六品、西班四品以上, 豈能盡賢, 而其心一出於公者乎? 若有不肖之徒, 混於其間, 則以恩讎報復爲心, 不念大體, 或毁賢者爲可黜, 譽不肖者爲可陞。 殿下一聽其言而信之, 則賢者未免不肖之名, 不肖者反得賢者之名矣。 然不肖而獲譽者, 固當用之, 而徐觀其實, 無所遁其情矣。 賢而被毁者, 旣已見黜矣, 何由得觀其實, 而知其賢耶? 是則賢者終身抱屈, 而殿下亦終不悟矣, 不可不慮也。 但令薦其可陞者, 則可矣, 竝論其可黜者, 則斷不可也。 請須改下敎旨。" 上曰: "此可偶一爲之, 不是常行之事。 然欲改之, 當改其末語耳。" 遂改其敎旨。
문종실록4권, 문종 즉위년 10월 8일 무인 2/6 기사 / 1450년 명 경태(景泰) 1년
사헌 집의 어효첨 등이 6품 이상에게 각각 현부를 고하게 함은 불가함을 아뢰다
국역
사헌 집의(司憲執義) 어효첨(魚孝瞻), 장령(掌令) 신숙주(申叔舟)·하위지(河緯地), 지평(持平) 이영구(李英耉)가 대궐에 나아와서, 정분(鄭苯)을 보내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면대(面對)959) 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말하기를,
"너희들의 말이 옳다. 그러나 내가 장차 다시 생각하여 보겠다."
하니, 어효첨 등이 또 아뢰었다.
"전에 교지(敎旨)를 내리시기를, ‘의정부(議政府)와 이조(吏曹)·병조(兵曹)의 대신(大臣)으로 하여금 중외 관리(中外官吏) 가운데 벼슬을 올릴 만한 자와 내칠 만한 자를 맡아서 의논을 정하여 아뢰고, 또 동반(東班) 6품과 서반(西班) 4품 이상으로 하여금 각각 실봉(實封)960) 을 올리도록 하라.’ 하였습니다. 전하가 처음 정사(政事)를 맡아서 어진이를 올리고 불초(不肖)한 이를 물리치는 일을 급하게 여기고, 어진이를 공론(共論)에 의하여 얻고자 생각하시니, 이것은 진실로 아름다운 뜻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아는 일은 옛부터 어려운 바였으니, 아첨하는 자가 충성하는 것 같고, 거짓말하는 자가 미더운 것 같습니다. 대신(大臣)들은 하나의 전당(殿堂) 위에 단정히 앉아서 안으로는 백사(百司)의 우두머리 노릇하고, 밖으로는 주부군현(州府郡縣)의 우두머리 노릇하니, 어찌 능히 다 그 실상을 알아서 벼슬을 올리고 내치겠습니까? 올린 자가 혹은 올릴 만한 실상이 없거나, 내친 자가 또한 내칠 만한 실상이 없어서 어진이와 어질지 못한 이의 자리를 바꾸기에 이르는 경우가 없겠으며, 그렇게 되면 이것은 전도(顚倒)가 아니겠습니까? 또 이보다 심한 경우가 있으니, 동반(東班) 6품과 서반(西班) 4품 이상이 어찌 능히 다 어질어서 그 마음을 하나같이 공정하게 쓰는 자들이겠습니까? 만약 불초(不肖)한 무리가 그 사이에 섞여 있다면 은혜와 원수를 갚으려고 마음먹고 대체(大體)를 생각하지 않을 때에는 어진 자를 헐뜯어 내칠 수가 있고, 불초(不肖)한 자를 칭찬하여 올릴 수도 있습니다. 전하가 한 번 그 말을 듣고 믿는다면 어진 자는 불초(不肖)하다는 이름을 면하지 못하고, 불초(不肖)한 자는 도리어 현자(賢者)의 이름을 얻을 것입니다. 그러나 불초(不肖)한데도 명예(名譽)를 얻은 자는 진실로 이를 써서 서서히 그 실상을 관찰하는 것도 마땅하니, 그 실정을 숨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어질면서도 명예를 훼손(毁損)당한 자는 이미 쫓겨났는데, 어떻게 하여 그 실상을 관찰하여 그 어진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까? 이것은 어진 자가 종신(終身)토록 원망을 품는 것이요, 전하도 또한 끝내 깨닫지 못하는 것이니, 염려하지 아니할 수 없습니다. 다만 올릴 만한 자를 추천하는 것은 가(可)하나, 아울러 내칠 만한 자를 논(論)하는 것은 결단코 불가(不可)합니다. 청컨대 모름지기 교지(敎旨)를 고쳐 내리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은 우연히 한 번쯤 해 볼 만한 일이나 항상 시행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고치고자 한다면 마땅히 그 끝말[末語]을 고쳐야 할 것이다."
하고, 드디어 그 교지(敎旨)를 고쳤다.
- [註 959] 면대(面對) : 신하가 승정원(承政院)을 통하지 않고 직접 임금을 대하여 일을 아뢰던 것.
- [註 960] 실봉(實封) : 신하가 임금에게 비밀히 아뢸 일이 있을 때 승정원(承政院)에서 보지 못하도록 밀봉(密封)하던 것.
원문
○司憲執義魚孝瞻、掌令申叔舟ㆍ河緯地、持平李英耉詣闕, 以不宜遣鄭苯, 請面對。 上引見曰: "爾等之言, 是矣。 然予將更思。" 孝瞻等又啓曰: "前下敎旨: ‘令議政府及吏、兵曹大臣, 掌中外官吏可陛可黜者, 定議以聞, 又使東班六品、西班四品以上, 各上實封。’ 殿下初政, 以進賢退不肖爲急, 思欲得賢以共理, 此誠美意。 然知人, 自古所難。 侫者似忠, 而詐者似信。 大臣端坐一堂之上, 內而百司, 外而州、府、郡、縣之守宰, 安能盡得其實而陞黜之乎? 無乃所陞者, 或無可陞之實, 所黜者, 亦無可黜之實, 而至有賢否易位, 是非顚倒歟? 又有甚於此者, 東班六品、西班四品以上, 豈能盡賢, 而其心一出於公者乎? 若有不肖之徒, 混於其間, 則以恩讎報復爲心, 不念大體, 或毁賢者爲可黜, 譽不肖者爲可陞。 殿下一聽其言而信之, 則賢者未免不肖之名, 不肖者反得賢者之名矣。 然不肖而獲譽者, 固當用之, 而徐觀其實, 無所遁其情矣。 賢而被毁者, 旣已見黜矣, 何由得觀其實, 而知其賢耶? 是則賢者終身抱屈, 而殿下亦終不悟矣, 不可不慮也。 但令薦其可陞者, 則可矣, 竝論其可黜者, 則斷不可也。 請須改下敎旨。" 上曰: "此可偶一爲之, 不是常行之事。 然欲改之, 當改其末語耳。" 遂改其敎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