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세종실록98권, 세종 24년 11월 26일 임오 2/2 기사 /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평안도 연변의 행성을 쌓는 데 대한 사간원의 상소문

신역 바로가기

국역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요해처(要害處)를 설치하여 나라를 수비하는 것이 비록 백성을 보호하는 좋은 계책이지마는, 백성을 사역(使役)하기를 제때에 하는 것도 또한 성인(聖人)의 격언(格言)인데, 이른바 때[時]라는 것은 곧 농시(農時)를 이름이 아니고 또한 이롭고 이롭지 못한 시기[時]를 이른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비록 백성을 보호하는 계책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시기를 얻은 뒤에야 일이 합당하게 되어 백성이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사이 대신(大臣)이 헌의(獻議)하여 평안도 연변(沿邊)의 행성(行城)을 쌓고자 하였으나, 본도(本道)가 비로 인하여 실농(失農)하였으므로, 그 백성들을 사역할 수가 없어서, 충청 상도(忠淸上道)의 군인 8천 명과 황해도의 군인 8천 명을 내년 봄에 관청에서 식량을 공급해 주어서 그 성을 쌓고자 하는데, 전하(殿下)께서 충청도는 평안도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서 식량을 준비하여 가지고 가서 역사(役事)하는 폐단을 진실로 불쌍히 여겨 구휼해야 되겠으므로, 명하여 그 백성의 징발을 정지시키고 이내 황해도의 군인 8천 명으로써 성을 쌓게 하셨으니, 백성을 사랑하는 덕과 백성을 보호하는 생각이 양전(兩全)하다고 이를 수 있습니다. 신 등이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평안도 한 도(道)가 이미 실농(失農)한 이유로써 그 백성을 사역할 수가 없다면, 그 흉년을 구제하는 계책을 마땅히 먼저 해야 될 것인데, 어찌 본도(本道)의 양식을 소비하여 다른 도의 백성을 먹여서 그 역사(役事)에 사역하겠습니까. 하물며, 우리 국가는 동서 양계(東西兩界)에 장강(長江)·준령(峻嶺)이 수백여리를 가로 뻗쳐 있으니, 참으로 이른바 천연적으로 이루어진 험지(險地)입니다. 진실로 훌륭한 장수와 강한 노수(弩手)가 요해처(要害處)를 지킨다면, 비록 백만의 적군이라도 우리를 감히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니 어찌 성을 쌓는 일에 서둘러야만 백성을 보호하겠습니까. 혹시 8천 명의 40일 식량이 소비는 심히 적은데도 이익은 아주 크다고 한다면, 신 등은 할말이 있습니다. 천도(天道)가 유미(幽微)하여 쉽사리 엿보아 헤아릴 수가 없는데, 금년의 기근(饑饉)이 이미 이와 같으니 장래의 등풍(登豐)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8천 명의 40일 식량을 계산하면 대략 5천여 석(石)이나 되니, 이것으로써 기민(飢民)을 진휼(賑恤)하면 들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이것으로써 변방의 군사를 먹인다면 군사는 남는 식량이 있을 것이니, 이익이 무엇이 이보다 큰 것이 있겠습니까.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나라에 10년의 저축이 없으면 나라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했는데 지금 동서 양계(兩界)의 저축된 곡식이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몇 해나 지탱하겠습니까. 명년(明年)에 진휼(賑恤)할 비용이 또한 알 수 없습니다마는, 몇 섬[石]이나 되겠습니까. 변방 군사의 식량을 이미 궐(闕)해서는 안 되고, 백성에게 진대(賑貸)하는 곡식도 또한 없앨 수는 없으니 성 쌓는 군사에게 먹일 곡식은 또한 자세히 알 수 없지마는, 하늘에서 내려오고 땅에서 생기는 것입니까. 신 등이 듣건대, 공작(工作)을 일으켜 실업(失業)한 백성을 모으는 것은 흉년을 구제하는 정사인데, 살기 좋은 땅[樂土]의 백성을 사역(使役)하여 기근(饑饉)한 백성의 식량을 먹여 그 노고를 대신에게 한다는 일은 듣지 못했습니다. 만약 ‘동서 이계(二界)가 비록 해마다 기근(饑饉)하더라도 장차 다른 도(道)의 곡식을 운반하여 지탱하는데, 무엇이 넉넉하지 못함이 있겠는가.’ 한다면, 신 등은 또 할 말이 있습니다. 수재(水災)·한재(旱災)로써 흉년이 되는 것은 미리 헤아릴 수가 없으니, 진실로 연사(年事)가 순조롭게 이루[順成]지 못하고, 팔사(八蜡)099) 가 통하지 못하여, 있는 곳의 백성들도 또한 혹시 식량이 곤란하다면, 장차 죽는 사람을 구제하기도 넉넉지 못할 것인데, 어찌 다른 도(道)까지 구휼(救恤)하겠습니까. 신 등은 되풀이하면서 이를 계산해 보니, 명년의 평안도에 성을 쌓는 역사는 아직 정지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황해도가 비록 평안도에 가까이 있어, 그다지 큰 폐해가 없다고 하지마는, 그러나, 평안도에 비하여 조금 나을 뿐이고 등풍(登豐)하지는 못했습니다. 또 본도(本道)로부터 창성(昌城)에 이르는데는 반 달의 노정(路程)에 내려가지 않으니, 가서 역사하는 무리들의 장비(裝備)가 셀 수 없이 많고, 가지고 가는 식량도 중간에서 떨어짐이 없을 수가 없는데, 가서 역사한 후에는 다만 관청의 보급만 믿다가, 간혹 질병이 나서 대체되어 왕래하는 사람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관청에서도 또한 반드시 구제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본도(本道)의 백성들은 능히 제 자신도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장차 어디에서 구걸(求乞)하겠습니까. 형세가 반드시 언덕과 구렁에 넘어져서 그 생명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연변(沿邊)의 방수(防戍)가 그전보다 배가 증가되고, 백성을 보호하는 생각도 계책이 빈틈이 없으니, 장성(長城)을 쌓는 일은 비록 풍년의 시기를 기다려도 오히려 늦지 않을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백성을 한계(限界)하되 봉강(封疆)의 경계로써 하지 않으며, 나라를 튼튼히 하되 산계(山谿)의 험준으로써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찌 실용을 적합하지 않은 것을 맹자가 말하겠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감히 어리석은 포부(抱負)를 털어 놓아 천총(天聰)을 번거롭게 하여 마지 않는 것입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천시(天時)의 순조롭고 순조롭지 못한 점을 살피시고 백성의 불쌍한 점을 생각하시와, 신 등의 지극한 심정에 굽어 따르시어 우선 이 역사를 정지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그대들의 말을 아름답게 여기나, 다만 큰일은 쉽사리 가부(可否)를 말할 수 없다."

하였다. 좌정언(左正言) 이휘(李徽)가 아뢰기를,

"평안도 한 도(道)는 기근(饑饉)이 더욱 심하여, 성 쌓는 백성들에게 비록 관청에서 식량을 공급해 주지마는, 그러나, 왕래할 때에는 관청에서 또한 능히 구휼(救恤)하지 못하게 되니, 그 백성들이 비록 사사로이 가져간 물화(物貨)가 있더라도 장차 어디서 매매(賣買)하겠습니까. 신 등은 기필코 소청(所請)을 얻고자 감히 천총(天聰)을 번거롭게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가부(可否)는 마땅히 임시(臨時)에 처리하겠다."

하였다.

  • [註 099] 팔사(八蜡) : 세말(歲末)에 팔신(八神)에게 합사(合祀)하는 것.

원문

○司諫院上疏曰:

設險守國, 雖保民之良策, 使民以時, 亦聖人之格言。 所謂時者, 非直謂農時也, 亦謂利不利時也。 是故雖有保民之策, 必得其時, 然後事乃合宜, 而民不怨也。 近者大臣獻議, 欲築平安道沿邊行城, 以本道因雨失農, 不可役其民, 將忠淸上道軍八千名、黃海道八千名, 於明春, 官給糧餉, 以築其城。 殿下以忠淸道距平安道尤爲遼邈, 資糧行役之弊, 誠可憐恤, 命停發其民, 仍以黃海道軍八千名, 俾築之, 愛民之德、保民之慮, 可謂兩全矣。 臣等竊念平安一道, 旣以失農, 不可役其民, 則其救荒之策, 在所當先, 豈可費本道之糧, 食他道之民, 以役其役乎? 況我國家東西兩界, 長江峻嶺, 橫亙數百餘里, 眞所謂天作之險, 苟良將勁弩守要害之處, 雖百萬之敵, 莫我敢當矣, 奚汲汲於築城, 然後保民哉? 倘曰八千人四十日食, 所費甚尠, 所利莫大, 則臣等請有說焉。 天道幽微, 未易窺測, 今年饑饉旣如此, 則將來豐稔, 亦未可知。 八千人四十日之食, 計無慮五千餘石, 以之賑飢荒, 則野無餓莩; 以之餉邊兵, 則兵有餘食, 所利孰有大於此者乎? 古人有云: "國無十年之畜, 國非其國。" 今東西兩界所畜之粟, 未審可支幾年歟? 明年賑恤之費, 亦未知幾石歟? 邊兵之餉, 旣不可闕, 賑貸之粟, 又不可無, 城軍所食之粟, 亦未審天施地生歟? 臣等聞興工作以(褧)〔聚〕 失業之民, 是救荒之政也, 未聞役樂土之民, 食饑饉之民之食, 以代其勞也。 若曰: "東西二界, 雖連年饑饉, 將移他道之粟以支之, 奚不裕之有?", 則臣等又有說焉。 水旱凶荒, 不可預料。 苟年未順成, 八蜡不通, 所在之民, 亦或艱食, 則將救死之不贍矣, 奚他道之足恤哉? 臣等反復籌之, 明年平安築城之役, 莫若姑停之爲愈也。 黃海道雖云附近平安道, 無甚巨弊, 然比平安差優耳, 未爲豐登。 且自本道至昌城, 不下半月程也。 往役之徒, 裝載不貲, 所齎之糧, 不無中絶, 赴役之後, 徒仰官須。 間有患病, 見代往來者絡繹, 則官亦未必救濟, 況本道之民, 不能自養, 將於何而丐乞歟? 勢必有顚諸丘壑而不得其生者矣。 國家沿邊防戍, 倍增於舊, 保民之慮, 算無遺策, 長城之築, 雖待豐稔之時, 猶未晩也。 孟子曰: "域民不以封疆之界, 固國不以山谿之險。" 夫豈迂遠而孟子云爾? 此臣等所以敢攄愚抱, 以瀆天聰而不已者也。 伏望殿下察天時之順否, 念民生之可哀, 俯循臣等之至情, 姑停是役。

上不允曰: "予嘉爾等之言, 但大事不可輕易可否也。" 左正言李徽啓曰: "平安一道, 饑饉滋甚, 築城之民, 雖官給糧餉, 然往來之時, 官亦未能救恤, 其民雖有私齎物貨, 將何所買賣哉? 臣等期於得請, 敢瀆天聰。" 上曰: "可否, 當臨時區處。"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세종실록98권, 세종 24년 11월 26일 임오 2/2 기사 / 1442년 명 정통(正統) 7년

평안도 연변의 행성을 쌓는 데 대한 사간원의 상소문

국역

사간원에서 상소하기를,

"요해처(要害處)를 설치하여 나라를 수비하는 것이 비록 백성을 보호하는 좋은 계책이지마는, 백성을 사역(使役)하기를 제때에 하는 것도 또한 성인(聖人)의 격언(格言)인데, 이른바 때[時]라는 것은 곧 농시(農時)를 이름이 아니고 또한 이롭고 이롭지 못한 시기[時]를 이른 것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비록 백성을 보호하는 계책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 시기를 얻은 뒤에야 일이 합당하게 되어 백성이 원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사이 대신(大臣)이 헌의(獻議)하여 평안도 연변(沿邊)의 행성(行城)을 쌓고자 하였으나, 본도(本道)가 비로 인하여 실농(失農)하였으므로, 그 백성들을 사역할 수가 없어서, 충청 상도(忠淸上道)의 군인 8천 명과 황해도의 군인 8천 명을 내년 봄에 관청에서 식량을 공급해 주어서 그 성을 쌓고자 하는데, 전하(殿下)께서 충청도는 평안도와의 거리가 더욱 멀어서 식량을 준비하여 가지고 가서 역사(役事)하는 폐단을 진실로 불쌍히 여겨 구휼해야 되겠으므로, 명하여 그 백성의 징발을 정지시키고 이내 황해도의 군인 8천 명으로써 성을 쌓게 하셨으니, 백성을 사랑하는 덕과 백성을 보호하는 생각이 양전(兩全)하다고 이를 수 있습니다. 신 등이 가만히 생각하옵건대, 평안도 한 도(道)가 이미 실농(失農)한 이유로써 그 백성을 사역할 수가 없다면, 그 흉년을 구제하는 계책을 마땅히 먼저 해야 될 것인데, 어찌 본도(本道)의 양식을 소비하여 다른 도의 백성을 먹여서 그 역사(役事)에 사역하겠습니까. 하물며, 우리 국가는 동서 양계(東西兩界)에 장강(長江)·준령(峻嶺)이 수백여리를 가로 뻗쳐 있으니, 참으로 이른바 천연적으로 이루어진 험지(險地)입니다. 진실로 훌륭한 장수와 강한 노수(弩手)가 요해처(要害處)를 지킨다면, 비록 백만의 적군이라도 우리를 감히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니 어찌 성을 쌓는 일에 서둘러야만 백성을 보호하겠습니까. 혹시 8천 명의 40일 식량이 소비는 심히 적은데도 이익은 아주 크다고 한다면, 신 등은 할말이 있습니다. 천도(天道)가 유미(幽微)하여 쉽사리 엿보아 헤아릴 수가 없는데, 금년의 기근(饑饉)이 이미 이와 같으니 장래의 등풍(登豐)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8천 명의 40일 식량을 계산하면 대략 5천여 석(石)이나 되니, 이것으로써 기민(飢民)을 진휼(賑恤)하면 들에는 굶어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이것으로써 변방의 군사를 먹인다면 군사는 남는 식량이 있을 것이니, 이익이 무엇이 이보다 큰 것이 있겠습니까. 고인(古人)이 말하기를, ‘나라에 10년의 저축이 없으면 나라가 제 구실을 할 수 없다.’ 했는데 지금 동서 양계(兩界)의 저축된 곡식이 자세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몇 해나 지탱하겠습니까. 명년(明年)에 진휼(賑恤)할 비용이 또한 알 수 없습니다마는, 몇 섬[石]이나 되겠습니까. 변방 군사의 식량을 이미 궐(闕)해서는 안 되고, 백성에게 진대(賑貸)하는 곡식도 또한 없앨 수는 없으니 성 쌓는 군사에게 먹일 곡식은 또한 자세히 알 수 없지마는, 하늘에서 내려오고 땅에서 생기는 것입니까. 신 등이 듣건대, 공작(工作)을 일으켜 실업(失業)한 백성을 모으는 것은 흉년을 구제하는 정사인데, 살기 좋은 땅[樂土]의 백성을 사역(使役)하여 기근(饑饉)한 백성의 식량을 먹여 그 노고를 대신에게 한다는 일은 듣지 못했습니다. 만약 ‘동서 이계(二界)가 비록 해마다 기근(饑饉)하더라도 장차 다른 도(道)의 곡식을 운반하여 지탱하는데, 무엇이 넉넉하지 못함이 있겠는가.’ 한다면, 신 등은 또 할 말이 있습니다. 수재(水災)·한재(旱災)로써 흉년이 되는 것은 미리 헤아릴 수가 없으니, 진실로 연사(年事)가 순조롭게 이루[順成]지 못하고, 팔사(八蜡)099) 가 통하지 못하여, 있는 곳의 백성들도 또한 혹시 식량이 곤란하다면, 장차 죽는 사람을 구제하기도 넉넉지 못할 것인데, 어찌 다른 도(道)까지 구휼(救恤)하겠습니까. 신 등은 되풀이하면서 이를 계산해 보니, 명년의 평안도에 성을 쌓는 역사는 아직 정지하는 것만 같지 못합니다. 황해도가 비록 평안도에 가까이 있어, 그다지 큰 폐해가 없다고 하지마는, 그러나, 평안도에 비하여 조금 나을 뿐이고 등풍(登豐)하지는 못했습니다. 또 본도(本道)로부터 창성(昌城)에 이르는데는 반 달의 노정(路程)에 내려가지 않으니, 가서 역사하는 무리들의 장비(裝備)가 셀 수 없이 많고, 가지고 가는 식량도 중간에서 떨어짐이 없을 수가 없는데, 가서 역사한 후에는 다만 관청의 보급만 믿다가, 간혹 질병이 나서 대체되어 왕래하는 사람이 끊어지지 않는다면, 관청에서도 또한 반드시 구제해 줄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본도(本道)의 백성들은 능히 제 자신도 밥을 먹을 수 없으니 장차 어디에서 구걸(求乞)하겠습니까. 형세가 반드시 언덕과 구렁에 넘어져서 그 생명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국가의 연변(沿邊)의 방수(防戍)가 그전보다 배가 증가되고, 백성을 보호하는 생각도 계책이 빈틈이 없으니, 장성(長城)을 쌓는 일은 비록 풍년의 시기를 기다려도 오히려 늦지 않을 것입니다. 맹자(孟子)는 말하기를, ‘백성을 한계(限界)하되 봉강(封疆)의 경계로써 하지 않으며, 나라를 튼튼히 하되 산계(山谿)의 험준으로써 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어찌 실용을 적합하지 않은 것을 맹자가 말하겠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감히 어리석은 포부(抱負)를 털어 놓아 천총(天聰)을 번거롭게 하여 마지 않는 것입니다. 삼가 바라옵건대, 전하께서는 천시(天時)의 순조롭고 순조롭지 못한 점을 살피시고 백성의 불쌍한 점을 생각하시와, 신 등의 지극한 심정에 굽어 따르시어 우선 이 역사를 정지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하면서 말하기를,

"내가 그대들의 말을 아름답게 여기나, 다만 큰일은 쉽사리 가부(可否)를 말할 수 없다."

하였다. 좌정언(左正言) 이휘(李徽)가 아뢰기를,

"평안도 한 도(道)는 기근(饑饉)이 더욱 심하여, 성 쌓는 백성들에게 비록 관청에서 식량을 공급해 주지마는, 그러나, 왕래할 때에는 관청에서 또한 능히 구휼(救恤)하지 못하게 되니, 그 백성들이 비록 사사로이 가져간 물화(物貨)가 있더라도 장차 어디서 매매(賣買)하겠습니까. 신 등은 기필코 소청(所請)을 얻고자 감히 천총(天聰)을 번거롭게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가부(可否)는 마땅히 임시(臨時)에 처리하겠다."

하였다.

  • [註 099] 팔사(八蜡) : 세말(歲末)에 팔신(八神)에게 합사(合祀)하는 것.

원문

○司諫院上疏曰:

設險守國, 雖保民之良策, 使民以時, 亦聖人之格言。 所謂時者, 非直謂農時也, 亦謂利不利時也。 是故雖有保民之策, 必得其時, 然後事乃合宜, 而民不怨也。 近者大臣獻議, 欲築平安道沿邊行城, 以本道因雨失農, 不可役其民, 將忠淸上道軍八千名、黃海道八千名, 於明春, 官給糧餉, 以築其城。 殿下以忠淸道距平安道尤爲遼邈, 資糧行役之弊, 誠可憐恤, 命停發其民, 仍以黃海道軍八千名, 俾築之, 愛民之德、保民之慮, 可謂兩全矣。 臣等竊念平安一道, 旣以失農, 不可役其民, 則其救荒之策, 在所當先, 豈可費本道之糧, 食他道之民, 以役其役乎? 況我國家東西兩界, 長江峻嶺, 橫亙數百餘里, 眞所謂天作之險, 苟良將勁弩守要害之處, 雖百萬之敵, 莫我敢當矣, 奚汲汲於築城, 然後保民哉? 倘曰八千人四十日食, 所費甚尠, 所利莫大, 則臣等請有說焉。 天道幽微, 未易窺測, 今年饑饉旣如此, 則將來豐稔, 亦未可知。 八千人四十日之食, 計無慮五千餘石, 以之賑飢荒, 則野無餓莩; 以之餉邊兵, 則兵有餘食, 所利孰有大於此者乎? 古人有云: "國無十年之畜, 國非其國。" 今東西兩界所畜之粟, 未審可支幾年歟? 明年賑恤之費, 亦未知幾石歟? 邊兵之餉, 旣不可闕, 賑貸之粟, 又不可無, 城軍所食之粟, 亦未審天施地生歟? 臣等聞興工作以(褧)〔聚〕 失業之民, 是救荒之政也, 未聞役樂土之民, 食饑饉之民之食, 以代其勞也。 若曰: "東西二界, 雖連年饑饉, 將移他道之粟以支之, 奚不裕之有?", 則臣等又有說焉。 水旱凶荒, 不可預料。 苟年未順成, 八蜡不通, 所在之民, 亦或艱食, 則將救死之不贍矣, 奚他道之足恤哉? 臣等反復籌之, 明年平安築城之役, 莫若姑停之爲愈也。 黃海道雖云附近平安道, 無甚巨弊, 然比平安差優耳, 未爲豐登。 且自本道至昌城, 不下半月程也。 往役之徒, 裝載不貲, 所齎之糧, 不無中絶, 赴役之後, 徒仰官須。 間有患病, 見代往來者絡繹, 則官亦未必救濟, 況本道之民, 不能自養, 將於何而丐乞歟? 勢必有顚諸丘壑而不得其生者矣。 國家沿邊防戍, 倍增於舊, 保民之慮, 算無遺策, 長城之築, 雖待豐稔之時, 猶未晩也。 孟子曰: "域民不以封疆之界, 固國不以山谿之險。" 夫豈迂遠而孟子云爾? 此臣等所以敢攄愚抱, 以瀆天聰而不已者也。 伏望殿下察天時之順否, 念民生之可哀, 俯循臣等之至情, 姑停是役。

上不允曰: "予嘉爾等之言, 但大事不可輕易可否也。" 左正言李徽啓曰: "平安一道, 饑饉滋甚, 築城之民, 雖官給糧餉, 然往來之時, 官亦未能救恤, 其民雖有私齎物貨, 將何所買賣哉? 臣等期於得請, 敢瀆天聰。" 上曰: "可否, 當臨時區處。"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