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실록60권, 세종 15년 6월 1일 임오 6/6 기사 / 1433년 명 선덕(宣德) 8년
황자후가 종친 양부 이외에서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할 것을 아뢰다
국역
전의 제조(典醫提調) 황자후(黃子厚)가 상언하기를,
"항상 외방(外方)에 거주하여 감초(甘草)의 이름조차 듣지 못한 사람은 자연히 수(壽)를 하여 8, 90세를 사는데, 서울의 부호는 갑자기 병을 얻으면 약을 많이 써도 결국 효력을 보지 못하니, 이것은 의원이 약을 쓸 줄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니,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오로지 명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모 처자가 병에 걸리면 마음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 없어 값이 비싼 약을 널리 구하고, 혹은 무당의 무리에게 부탁하여 가산을 탕진하는 자가 많이 있습니다. 또 당약(唐藥)은 먼 시골에서 구하기 어렵고 값이 비싼 물건이므로, 가난한 백성은 도저히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제 전하께서 만들라고 하신 《향약방(鄕藥方)》은 모두 옛 사람의 방문이므로 써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으나, 신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성향약방(集成鄕樂方)》은 너무 복잡하고 약이 맞지 않는 것이 많으며, 또 약독(藥毒)의 유무를 분별하지 아니하고, 또 대인·소아·노허(老虛)한 병자에 대한 복약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도거리로 아무 병에는 몇 환(丸), 몇 그릇을 복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옛 사람의 말에, ‘병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약이 사람을 해친다. ’고 하였으니, 이 말은 확실합니다. 이 《향약방》은 당약(唐藥)을 쓰지 아니하고 오로지 지방에서 방서(方書)를 배우지 아니한 사람이 쓰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에 찬집(撰集)한 권수가 전보다 갑절이나 많고, 또 노소강약(老少强弱)에 대한 복약 양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아니하였으니, 무지한 사람들이 만일 박절한 일을 당하면 무슨 약을 써야 옳을지 알지 못할 것이니, 병을 고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옛 사람이 말하는 백일 선방(百一選方), 또는 이간방(易簡方), 혹은 촬요(撮要), 혹은 경험 양방(經驗良方)이라 하는 것이 있으니, 신은 이 향약방 안에 제병 증론(諸病證論)을 전대로 두어 삭제하지 말고, 경험한 좋은 약을 정밀하게 뽑고 간략하게 모아서, 각각 그 방문(方文) 밑에 약의 우리말 이름과 독의 유무, 노소(老少)의 복용법 등을 각주(脚註)하여, 어리석은 백성으로 하여금 쉽게 알게 하면, 약을 맞게 쓰고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또 병을 속히 고치는 데는 침과 뜸만한 것이 없습니다. 의원으로서 침놓고 뜸뜨는 구멍을 밝게 알면, 한 푼의 약도 쓰지 않고 모든 병을 고칠 것이니, 지금부터 중국의 의술을 익히는 법에 의하여 각각 전문(專門)을 세우고 주종소(鑄鍾所)로 하여금 구리로 사람을 만들게 하여, 점혈법(點穴法)100) 에 의하여 재주를 시험하면, 〈의원을〉 취재(取才)하는 법이 또한 확실할 것입니다. 전조(前朝) 때에는 의원 수가 적어서, 병자가 있는 집에서 반드시 말을 보내어 맞이하였는데, 지금은 환자의 집에서 모두 말을 보내지 아니하고 예사로 집에 가서 억지로 가자고 독촉하므로, 종과 말이 없는 전직 의원은 비나 눈에 옷을 적시며 걸어서 병가(病家)를 찾아가게 되니, 이 때문에 본래 어진 마음이 없는 무리들은 먼저 성을 내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마음을 쓰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종친과 양부(兩府) 이외의 여러 곳의 병을 볼 때에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하니, 예조에서 심의하여 아뢰도록 하였다.
- [註 100] 점혈법(點穴法) : 침놓는 방법.
원문
○典醫提調黃子厚上言曰:
恒居外方, 不聞甘草之名者, 自然得壽, 乃至八九十歲。 京中豪富忽得患病, 多用藥餌, 終不得效, 非獨醫人不知用藥之致然, 壽夭專在命也。 然父母妻子疾痛之際, 則其用必無所不至, 廣求價重之藥, 或托巫覡之輩, 蕩盡家産者, 比比有之。 且唐藥, 遐方難致, 價重之物, 貧民之尤所難得也。 今命撰集《鄕藥方》, 皆古人之方, 用之可矣, 然臣恐有未盡也。 前此集成《鄕藥方》太繁, 藥多不中, 又不分藥毒有無, 又不分大人小兒老虛病人服藥多少, 都稱某病服幾丸幾椀。 古人云: "病不害人, 藥能害人。" 斯言信矣。 此方, 不用唐藥, 專爲外方不學方書者之所用也。 今之撰集卷數, 亦倍多於前, 又不分老少强弱服藥多少, 無知之人如當迫切, 不知何藥可用, 治病尤難。 古人稱百一選方, 又曰易簡方, 或曰撮要, 或曰經驗良方, 臣願此《鄕藥方》內諸病證論, 因舊不削, 以其經驗良藥, 精選略集, 各其方下, 注脚鄕名藥毒有無老少服法, 令愚民易曉, 則用藥中而治病易矣。 且治病之速, 莫如針灸, 爲醫者明知針灸之穴, 則不費一錢之藥, 諸病可治也。 願自今依上國習醫之法, 各立專門, 令鑄鍾所鑄成銅人, 依點穴之法而試才, 則試取之法, 亦可實矣。 前朝之時, 醫人數少, 患病之家, 必送馬以迎, 今之病家, 皆不送馬, 例告於家, 勒令督送, 無從馬前銜醫員, 或雨或雪, 霑服徒步, 審問病家。 以故素無仁心之輩, 先發嗔怒, 其醫人之不用心可知矣。 臣願宗親兩府外諸處看病, 令其病家, 送馬請醫何如?
命令禮曹商搉以啓。
세종실록60권, 세종 15년 6월 1일 임오 6/6 기사 / 1433년 명 선덕(宣德) 8년
황자후가 종친 양부 이외에서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할 것을 아뢰다
국역
전의 제조(典醫提調) 황자후(黃子厚)가 상언하기를,
"항상 외방(外方)에 거주하여 감초(甘草)의 이름조차 듣지 못한 사람은 자연히 수(壽)를 하여 8, 90세를 사는데, 서울의 부호는 갑자기 병을 얻으면 약을 많이 써도 결국 효력을 보지 못하니, 이것은 의원이 약을 쓸 줄 모르기 때문만은 아니니, 오래 살고 일찍 죽는 것은 오로지 명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부모 처자가 병에 걸리면 마음을 쓰지 아니하는 것이 없어 값이 비싼 약을 널리 구하고, 혹은 무당의 무리에게 부탁하여 가산을 탕진하는 자가 많이 있습니다. 또 당약(唐藥)은 먼 시골에서 구하기 어렵고 값이 비싼 물건이므로, 가난한 백성은 도저히 얻기 어려운 것입니다. 이제 전하께서 만들라고 하신 《향약방(鄕藥方)》은 모두 옛 사람의 방문이므로 써도 좋다는 명령을 내렸으나, 신은 아직 완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성향약방(集成鄕樂方)》은 너무 복잡하고 약이 맞지 않는 것이 많으며, 또 약독(藥毒)의 유무를 분별하지 아니하고, 또 대인·소아·노허(老虛)한 병자에 대한 복약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아니하고, 도거리로 아무 병에는 몇 환(丸), 몇 그릇을 복용한다고 하였습니다. 옛 사람의 말에, ‘병이 사람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약이 사람을 해친다. ’고 하였으니, 이 말은 확실합니다. 이 《향약방》은 당약(唐藥)을 쓰지 아니하고 오로지 지방에서 방서(方書)를 배우지 아니한 사람이 쓰기 위한 것입니다. 이번에 찬집(撰集)한 권수가 전보다 갑절이나 많고, 또 노소강약(老少强弱)에 대한 복약 양의 많고 적음을 분별하지 아니하였으니, 무지한 사람들이 만일 박절한 일을 당하면 무슨 약을 써야 옳을지 알지 못할 것이니, 병을 고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옛 사람이 말하는 백일 선방(百一選方), 또는 이간방(易簡方), 혹은 촬요(撮要), 혹은 경험 양방(經驗良方)이라 하는 것이 있으니, 신은 이 향약방 안에 제병 증론(諸病證論)을 전대로 두어 삭제하지 말고, 경험한 좋은 약을 정밀하게 뽑고 간략하게 모아서, 각각 그 방문(方文) 밑에 약의 우리말 이름과 독의 유무, 노소(老少)의 복용법 등을 각주(脚註)하여, 어리석은 백성으로 하여금 쉽게 알게 하면, 약을 맞게 쓰고 병을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또 병을 속히 고치는 데는 침과 뜸만한 것이 없습니다. 의원으로서 침놓고 뜸뜨는 구멍을 밝게 알면, 한 푼의 약도 쓰지 않고 모든 병을 고칠 것이니, 지금부터 중국의 의술을 익히는 법에 의하여 각각 전문(專門)을 세우고 주종소(鑄鍾所)로 하여금 구리로 사람을 만들게 하여, 점혈법(點穴法)100) 에 의하여 재주를 시험하면, 〈의원을〉 취재(取才)하는 법이 또한 확실할 것입니다. 전조(前朝) 때에는 의원 수가 적어서, 병자가 있는 집에서 반드시 말을 보내어 맞이하였는데, 지금은 환자의 집에서 모두 말을 보내지 아니하고 예사로 집에 가서 억지로 가자고 독촉하므로, 종과 말이 없는 전직 의원은 비나 눈에 옷을 적시며 걸어서 병가(病家)를 찾아가게 되니, 이 때문에 본래 어진 마음이 없는 무리들은 먼저 성을 내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마음을 쓰지 않음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종친과 양부(兩府) 이외의 여러 곳의 병을 볼 때에는 병가에서 말을 보내어 의원을 청하는 것이 어떠합니까."
하니, 예조에서 심의하여 아뢰도록 하였다.
- [註 100] 점혈법(點穴法) : 침놓는 방법.
원문
○典醫提調黃子厚上言曰:
恒居外方, 不聞甘草之名者, 自然得壽, 乃至八九十歲。 京中豪富忽得患病, 多用藥餌, 終不得效, 非獨醫人不知用藥之致然, 壽夭專在命也。 然父母妻子疾痛之際, 則其用必無所不至, 廣求價重之藥, 或托巫覡之輩, 蕩盡家産者, 比比有之。 且唐藥, 遐方難致, 價重之物, 貧民之尤所難得也。 今命撰集《鄕藥方》, 皆古人之方, 用之可矣, 然臣恐有未盡也。 前此集成《鄕藥方》太繁, 藥多不中, 又不分藥毒有無, 又不分大人小兒老虛病人服藥多少, 都稱某病服幾丸幾椀。 古人云: "病不害人, 藥能害人。" 斯言信矣。 此方, 不用唐藥, 專爲外方不學方書者之所用也。 今之撰集卷數, 亦倍多於前, 又不分老少强弱服藥多少, 無知之人如當迫切, 不知何藥可用, 治病尤難。 古人稱百一選方, 又曰易簡方, 或曰撮要, 或曰經驗良方, 臣願此《鄕藥方》內諸病證論, 因舊不削, 以其經驗良藥, 精選略集, 各其方下, 注脚鄕名藥毒有無老少服法, 令愚民易曉, 則用藥中而治病易矣。 且治病之速, 莫如針灸, 爲醫者明知針灸之穴, 則不費一錢之藥, 諸病可治也。 願自今依上國習醫之法, 各立專門, 令鑄鍾所鑄成銅人, 依點穴之法而試才, 則試取之法, 亦可實矣。 前朝之時, 醫人數少, 患病之家, 必送馬以迎, 今之病家, 皆不送馬, 例告於家, 勒令督送, 無從馬前銜醫員, 或雨或雪, 霑服徒步, 審問病家。 以故素無仁心之輩, 先發嗔怒, 其醫人之不用心可知矣。 臣願宗親兩府外諸處看病, 令其病家, 送馬請醫何如?
命令禮曹商搉以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