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실록6권, 단종 1년 6월 24일 기유 2/4 기사 / 1453년 명 경태(景泰) 4년
평안도 관찰사 정이한의 졸기
국역
평안도 관찰사(平安道觀察使) 정이한(鄭而漢)이 졸하니, 관곽(棺槨)을 내려 주고 쌀·콩 아울러 30석과 종이 60권을 부의(賻儀)하였다. 정이한의 사람됨이 체모(體貌)가 경편(輕便)하고 영리하였으며, 언어가 사리에 분명하여서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아첨하였다. 남을 대하고 물건을 접하는 것이 성심(誠心)에서 나오는 듯하여 사람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일찍이 황보인(皇甫仁)의 종사관(從事官)이 되어 서계(西界)·북계(北界) 양계(兩界)의 장성(長城)을 감독하여 쌓았는데, 이르는 군(郡)·현(縣)에서 만약 좋은 과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문득 스스로 가지고 가서 황보인의 뜻을 교묘히 맞추었고, 비록 길[路] 도중이라도 반드시 이를 바치고 황보인을 섬기기를 노예(奴隷)와 같이 하니, 황보인도 또한 이를 사랑하여 자기 아들과 같이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자는 황보인이 조정(朝廷)에서 천거하여서 갑자기 재추(宰樞)에 등용되었다."
하고, 당시의 사람들이 그를 ‘황보인의 앞잡이[鷹犬]’라고 일컬었다. 서계(西界)·북계(北界) 양계(兩界)의 백성들이 축성(築城)하는 데 곤고(困苦)하여 능히 스스로 살아 갈 수가 없었던 것은 이 사람의 획책하는 데에서 비롯되지 아니함이 없었다. 나라에서 정이한이 양계(兩界)의 일을 잘 안다고 하여 좌승지(左承旨)에서 발탁(拔擢)하여 이 관직에 제수(除授)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등창이 나서 죽으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북(西北)의 원혼(怨魂)이 빌미[祟]가 되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간사함은 구미호(九尾狐)547) 이고, 독기(毒氣)는 양두사(兩頭蛇)548) 이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01면
원문
○平安道觀察使鄭而漢卒, 賜棺槨及賻米豆幷三十石、紙六十卷。 而漢爲人體貌便儇, 言語辨給, 以悅人媚世, 待人接物, 若出於誠, 人無不悅之。 嘗爲皇甫仁從事官, 監築西北兩界長城, 所至郡縣, 若得嘉果異味, 輒自將去, 巧伺仁意, 雖路中必進之。 事仁如奴隷, 仁亦愛之如己子。 由是仁薦譽於朝, 驟登宰樞, 時人謂之, 仁之鷹犬也。 西北兩界之民, 困於築城, 不能自存, 莫非由此人助之也。 國家以而漢熟知兩界之事, 自左承旨擢授是職, 至是疽發背而死, 人曰: "西北怨魂, 爲之祟也。" 又曰: "邪爲九尾, 毒則兩頭。"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01면
단종실록6권, 단종 1년 6월 24일 기유 2/4 기사 / 1453년 명 경태(景泰) 4년
평안도 관찰사 정이한의 졸기
국역
평안도 관찰사(平安道觀察使) 정이한(鄭而漢)이 졸하니, 관곽(棺槨)을 내려 주고 쌀·콩 아울러 30석과 종이 60권을 부의(賻儀)하였다. 정이한의 사람됨이 체모(體貌)가 경편(輕便)하고 영리하였으며, 언어가 사리에 분명하여서 남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아첨하였다. 남을 대하고 물건을 접하는 것이 성심(誠心)에서 나오는 듯하여 사람들이 기뻐하지 아니함이 없었다. 일찍이 황보인(皇甫仁)의 종사관(從事官)이 되어 서계(西界)·북계(北界) 양계(兩界)의 장성(長城)을 감독하여 쌓았는데, 이르는 군(郡)·현(縣)에서 만약 좋은 과일이나 맛있는 음식을 얻으면 문득 스스로 가지고 가서 황보인의 뜻을 교묘히 맞추었고, 비록 길[路] 도중이라도 반드시 이를 바치고 황보인을 섬기기를 노예(奴隷)와 같이 하니, 황보인도 또한 이를 사랑하여 자기 아들과 같이 하였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 자는 황보인이 조정(朝廷)에서 천거하여서 갑자기 재추(宰樞)에 등용되었다."
하고, 당시의 사람들이 그를 ‘황보인의 앞잡이[鷹犬]’라고 일컬었다. 서계(西界)·북계(北界) 양계(兩界)의 백성들이 축성(築城)하는 데 곤고(困苦)하여 능히 스스로 살아 갈 수가 없었던 것은 이 사람의 획책하는 데에서 비롯되지 아니함이 없었다. 나라에서 정이한이 양계(兩界)의 일을 잘 안다고 하여 좌승지(左承旨)에서 발탁(拔擢)하여 이 관직에 제수(除授)하였는데, 이때에 이르러 등창이 나서 죽으니, 사람들이 말하기를,
"서북(西北)의 원혼(怨魂)이 빌미[祟]가 되었다."
하고, 또 말하기를,
"간사함은 구미호(九尾狐)547) 이고, 독기(毒氣)는 양두사(兩頭蛇)548) 이네."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01면
원문
○平安道觀察使鄭而漢卒, 賜棺槨及賻米豆幷三十石、紙六十卷。 而漢爲人體貌便儇, 言語辨給, 以悅人媚世, 待人接物, 若出於誠, 人無不悅之。 嘗爲皇甫仁從事官, 監築西北兩界長城, 所至郡縣, 若得嘉果異味, 輒自將去, 巧伺仁意, 雖路中必進之。 事仁如奴隷, 仁亦愛之如己子。 由是仁薦譽於朝, 驟登宰樞, 時人謂之, 仁之鷹犬也。 西北兩界之民, 困於築城, 不能自存, 莫非由此人助之也。 國家以而漢熟知兩界之事, 自左承旨擢授是職, 至是疽發背而死, 人曰: "西北怨魂, 爲之祟也。" 又曰: "邪爲九尾, 毒則兩頭。"
- 【태백산사고본】 2책 6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01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