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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4권, 고종 33년 11월 20일 陽曆 2/2 기사 / 1896년 대한 건양(建陽) 1년

김병시가 상소를 올리다

국역

의정부 의정(議政府議政) 김병시(金炳始)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이 현재 외람되게 차지하고 있는 직임이 물론 옛날과는 같지 않지만 그 책임을 묻는다면 위로는 간언(諫言)을 올려 임금의 덕을 돕고 아래로는 계책을 내고 조처하여 백성을 돌보는 것입니다. 신은 애당초 적임자가 못 되는데다가 더구나 지금은 전헌(典憲)이 거의 다 변경되어 새 규정에는 전혀 어두우니 말 한 마디를 하고 일 한 가지를 논의하면 대뜸 옛것을 고집한다는 지목을 받고 다 저지당합니다. 그리하여 입을 열기조차 어려우니 또 장차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 신은 특별한 은혜를 입어 힘을 다하여 보답하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장차 나라와 운명을 같이하려고 하였지 감히 일신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병은 해마다 더해지고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어려운 때인데도 심상하게 여기고 복잡한 일이 제기되어도 한가히 있으니 또 어찌 신이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이겠습니까?

이제는 온갖 생각이 허망하게 되고 한 가닥의 목숨만이 겨우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정말 능히 계책을 낼 수 있는데도 감히 편하게 지내려는 생각에 일을 맡아 하려들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나라를 저버리는 것이고, 털끝만 한 도움도 되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애초에 자신의 능력과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함부로 일을 맡는 것도 역시 나라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신에게 편할 생각만 한다고 추궁한다면 신 한 몸의 죄로 그칠 뿐 진실로 나랏일에는 해를 끼침이 없겠지만, 만약 신이 위엄에 겁을 먹고 명에 응한다면 일단 큰 죄는 요행히 면하더라도 어찌 나랏일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신은 근심하고 두려워하면서 감히 하루도 무릅쓰고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말리면 더 말릴수록 더욱 사양하고 있으니 글을 주고받는 것이 지겹지도 않은가? 경이 고집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군신간의 분의(分義)도 원래 있는 것인데 경은 너무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는 번거롭게 하지 말고 즉시 나와서 일을 보라."

하였다.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문

議政府議政金炳始疏略: "第臣見叨之職, 雖不如古, 問其責則上以吁咈獻替, 仰贊主德, 下以謨慮措施, 俯恤民生也。 臣初非其人, 而況今典憲殆盡變更, 新規全然曚昧, 出一言論一事, 輒目之以守舊, 而亦皆沮格。 開口旣難, 又將何所藉毛乎? 嗚呼! 臣霑被殊造, 鞠瘁思效者, 其將國存與存, 國亡與亡, 復不敢以一身計。 而病隨年添, 事與心違, 艱棘之會, 而視若尋常, 繁氄之務, 而處之恬閒, 又豈臣本心所圖? 今焉萬想歸虛, 一縷僅存而已。 苟可使有能猷爲, 而敢欲規便, 不肯擔做者, 是負國也。 必知其毫忽無益, 而初不量力度勢, 妄自着手者, 亦負國也。 今責臣以規便, 則罪止臣身, 固無損於國事也, 若使臣怵威承膺, 則姑幸偸免大戾, 而獨不念公國事計乎? 臣所以憂懼, 不敢一日蹲冒。" 云云。 批曰: "愈欲挽止而愈復巽讓, 往復之間, 不其支離乎? 卿之所執, 未知居何, 而君臣之分義, 亦固自在, 卿亦不思之深矣。 其勿更煩, 卽起視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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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34권, 고종 33년 11월 20일 陽曆 2/2 기사 / 1896년 대한 건양(建陽) 1년

김병시가 상소를 올리다

국역

의정부 의정(議政府議政) 김병시(金炳始)가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이 현재 외람되게 차지하고 있는 직임이 물론 옛날과는 같지 않지만 그 책임을 묻는다면 위로는 간언(諫言)을 올려 임금의 덕을 돕고 아래로는 계책을 내고 조처하여 백성을 돌보는 것입니다. 신은 애당초 적임자가 못 되는데다가 더구나 지금은 전헌(典憲)이 거의 다 변경되어 새 규정에는 전혀 어두우니 말 한 마디를 하고 일 한 가지를 논의하면 대뜸 옛것을 고집한다는 지목을 받고 다 저지당합니다. 그리하여 입을 열기조차 어려우니 또 장차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겠습니까?

아! 신은 특별한 은혜를 입어 힘을 다하여 보답하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장차 나라와 운명을 같이하려고 하였지 감히 일신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병은 해마다 더해지고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아 어려운 때인데도 심상하게 여기고 복잡한 일이 제기되어도 한가히 있으니 또 어찌 신이 그러고 싶어 그런 것이겠습니까?

이제는 온갖 생각이 허망하게 되고 한 가닥의 목숨만이 겨우 남아 있을 뿐입니다. 정말 능히 계책을 낼 수 있는데도 감히 편하게 지내려는 생각에 일을 맡아 하려들지 않는 것이라면 이는 나라를 저버리는 것이고, 털끝만 한 도움도 되지 못할 줄 뻔히 알면서도 애초에 자신의 능력과 형편을 헤아리지 않고 함부로 일을 맡는 것도 역시 나라를 저버리는 것입니다.

지금 신에게 편할 생각만 한다고 추궁한다면 신 한 몸의 죄로 그칠 뿐 진실로 나랏일에는 해를 끼침이 없겠지만, 만약 신이 위엄에 겁을 먹고 명에 응한다면 일단 큰 죄는 요행히 면하더라도 어찌 나랏일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때문에 신은 근심하고 두려워하면서 감히 하루도 무릅쓰고 앉아 있을 수 없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말리면 더 말릴수록 더욱 사양하고 있으니 글을 주고받는 것이 지겹지도 않은가? 경이 고집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군신간의 분의(分義)도 원래 있는 것인데 경은 너무도 그것을 생각하지 않는다. 다시는 번거롭게 하지 말고 즉시 나와서 일을 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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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議政府議政金炳始疏略: "第臣見叨之職, 雖不如古, 問其責則上以吁咈獻替, 仰贊主德, 下以謨慮措施, 俯恤民生也。 臣初非其人, 而況今典憲殆盡變更, 新規全然曚昧, 出一言論一事, 輒目之以守舊, 而亦皆沮格。 開口旣難, 又將何所藉毛乎? 嗚呼! 臣霑被殊造, 鞠瘁思效者, 其將國存與存, 國亡與亡, 復不敢以一身計。 而病隨年添, 事與心違, 艱棘之會, 而視若尋常, 繁氄之務, 而處之恬閒, 又豈臣本心所圖? 今焉萬想歸虛, 一縷僅存而已。 苟可使有能猷爲, 而敢欲規便, 不肯擔做者, 是負國也。 必知其毫忽無益, 而初不量力度勢, 妄自着手者, 亦負國也。 今責臣以規便, 則罪止臣身, 固無損於國事也, 若使臣怵威承膺, 則姑幸偸免大戾, 而獨不念公國事計乎? 臣所以憂懼, 不敢一日蹲冒。" 云云。 批曰: "愈欲挽止而愈復巽讓, 往復之間, 不其支離乎? 卿之所執, 未知居何, 而君臣之分義, 亦固自在, 卿亦不思之深矣。 其勿更煩, 卽起視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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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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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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