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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18권, 고종 18년 윤7월 22일 壬子 3/4 기사 / 1881년 조선 개국(開國) 490년

이원일이 상소를 올려 김평묵을 신문할 것을 청하다

국역

대사간(大司諫) 이원일(李源逸)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은 듣건대 지난번 영남(嶺南)의 유생이 소장(疏章)을 올렸을 때에 김평묵(金平默)이라고 하는 사람이 소청(疏廳)에 투서(投書)하여 상소한 것이 정당하다고 성대하게 일컬으면서 종이에 가득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조리없이 함부로 지껄여대어 심지어는 겨울철의 송백과 같고 큰 강물 가운데의 바위같다고 칭찬하였는데 말을 가려하지 않아서 전혀 논리가 없었습니다.

거기에서, ‘종사(宗社)와 생민(生民)이 혹시 만에 하나라도 보전(保全)될까’라고 한 것은 이 어찌 마음에 둔들 입 밖에 낼 수 있겠습니까? 무엄하고 불경하며 지극히 흉악하고도 패악합니다.

또, ‘조금 숙맥(菽麥)을 가리지만, 또한 머리를 두려워하고 꼬리를 두려워하는 것을 면치 못한다.’라고 한 말은 과연 무엇을 지적한 것이겠습니까. 제멋대로 쓴 것이 너무도 참혹하여 가늠할 수 없습니다. 아! 이것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대체로 영남(嶺南) 유생의 의도는 정도(定道)를 호위한다는 것을 핑계로 원래 협잡이 많았는데, 그 중에도 흉악하고 패악한 문구들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칼이 곤두서고 간담이 떨리게 하였으니, 국외(局外)에서 보는 사람들은 핏발이 곤두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마치 매가 참새를 쫓아가 잡듯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부추기고 칭찬하는 뜻을 문장에 표현하여 소청에 보내어 온 세상에 전해가며 보게 하였으니, 이런 짓을 차마 한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들은 시골의 미천한 사람들로서 함부로 숙사(塾師)로 자칭하고 변변치 못한 글로 사론(士論)의 반열에 끼어들어 자기의 본분을 어기고 남의 직분을 침범하는 혐의를 생각지 않고 드러내놓고 선동하였으니 평소의 속셈을 환히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종이에 가득 써놓은 말은 알듯 말듯 하여 조정을 속이고 인심을 현란케 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그 소행을 따져보면 참으로 놀랍고 통분합니다. 이를 만약 내버려두고 문죄(問罪)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신의 생각에는 전(前) 감역(監役) 김평묵을 왕부(王府)로 하여금 엄중히 조사하여 실정을 알아내게 해서 죄상을 명확하게 다스리는 일을 단연코 그만둘 수 없다고 봅니다. 삼가 바라건대 속히 처분을 내려 왕장(王章)을 펴서 간사한 싹을 꺾어버린다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응당 처분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가평(加平)의 사인(士人) 김평묵이 영남(嶺南)의 소청(疏廳)에 편지를 보낸 편지에, "여러 집사(執事)에게, 생각건대 명(明) 나라의 운수가 불길하여 요강(姚江 : 양명학파(陽明學派))의 학설이 횡행(橫行)하고 정자(程子), 주자(朱子)의 도가 막히니, 그 피해는 신주(神州, 중국)가 이제껏 300년 동안이나 침체해지는 데 이르렀습니다. 하늘이 화(禍)를 내리는 것을 뉘우치지 않아 서양의 요사스런 기운이 또 모여들자 순치(脣齒)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다같이 그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젊어서부터 스승을 따라 조금이나마 들은 것이 있었기에 이미 오늘의 화가 있을 줄을 알았습니다. 지난 병자년(1876)에 통상을 시작할 때 친구인 참판(參判) 최익현(崔益鉉)이 도끼를 가지고 대궐문 앞에 엎드려 진력을 다해 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못하여 절도 정배(絶島定配) 되었고 같은 마을의 유생 홍재귀(洪在龜) 등 수십 명은 계속 옛날의 진동(陳東)과 같이 간하였으나 마침내 통곡하면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신이 삼가 생각건대, 하늘에 닿을 듯한 홍수는 조각배 한 척으로 건널 수 없는 법이니, 다같이 깊은 산 속에 숨어서 교제를 끊고 기쁨도 없이 단지 네 성인(聖人)만을 받들 뿐입니다. 양(陽)을 부추기고 음(陰)을 억제하는 일은 중국을 높이고 오랑캐를 배척하는 《춘추(春秋)》와 《강목(綱目)》책을 가지고 그 내용을 연구하면서 선성(先聖)에게 맹세를 다졌습니다. 지난달에 어떤 사람이 귀도(貴道)의 통문(通文)을 베껴 보이자 비로소 온 나라의 양반들 중에도 오직 여러 집사들만이 추운 겨울날의 송백(松柏)임을 알고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고 경의를 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훤당(寒喧堂 : 김굉필(金宏弼)), 일두(一蠹 : 정여창(鄭汝昌)), 회재(晦齋 : 이언적(李彦迪)), 퇴계(退溪 : 이황(李滉))와 같은 노선생들의 덕화(德化)가 오래면 오랠수록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전번에 소본(疏本) 한 통(通)을 얻어서 삼가 읽어보니, 또 의지가 간절하고 대체(大體)가 정당하며 확고부동하여 더는 의심할 것이 없었으며, 이해관계를 진술한 데서도 또 사실 정황에 가까워 나라 안에 반포한다면 여우와 쥐 같은 무리들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귀신과 도깨비 같은 무리들로 하여금 종적을 감추게 할 수 있었으니, 저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발을 구르게 하였습니다. 아! 집사의 오늘의 조치는 거센 물결 가운데에 있는 지주와 같다고 할 만 합니다. 그것으로 천하의 대의(大義)를 밝히고 그것으로 천하의 대경(大經)을 부지하는데, 해와 달이 추락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기운이 없어지지 않고, 산악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기개가 이지러지지 않으며, 바다가 마르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아! 노선생(老先生)들이 살아있다면 어찌 빙그레 웃지 않겠습니까? 또한 어찌 노선생들만이겠습니까? 공자(孔子), 맹자(孟子), 정자(程子), 주자(朱子)가 다시 나오신다 하더라도 다름없을 것이며, 하늘과 조종(祖宗)이 굽어보더라도 다름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1,000년간 은사(殷師)의 교화와 10대에 걸쳐 배양한 조종의 기운이 전부 영남(嶺南)의 한 지역에 집중되었기에 쌓인 음기(陰氣) 속에서 양기(陽氣)를 붙잡아 우리나라를 천하에 빛낼 수 있었습니다. 아! 양반 족속들 가운데서 벌벌 떨면서 다른 나라 사람이 혹시 굽힐까, 정도(正道)가 혹시 실현될까, 종사(宗社)와 생민(生民)이 혹시 만에 하나 보전될까 걱정하면서 밤낮 괴이한 소리로 부르짖는 자에 대해서는 참으로 불쌍하게 여기고 미워할 것도 못 되는 것입니다. 그 중 혹시 조금 숙맥을 가리는 자 또한 머리를 두려워하고 꼬리를 두려워하는 것을 면치 못하여 마치 시집간 지 사흘 된 신부의 행동거지 같으니, 모두 다 집사의 죄인일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늙고 병들어서 죽게 되어 집사를 만나보고 일을 도와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이르는지라 외람됨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심부름하는 사람 편에 글을 보내어 멀리 떨어져 있는 심정을 전달하여 의흥(義興) 진사(進士)가 목판에 글을 새긴 옛 의리에 삼가 부치니, 바라건대 천만의 노력과 그간 쌓인 성의가 천심(天心)을 감동시키기를 바랍니다. 만약에 외국 놈들이 쫓겨나지 않고 요사스런 책들이 불타지 않으며 창귀(倀鬼)같은 앞잡이들이 물러가지 않고 곧은 의견을 펼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고 그치지 마소서. 이와 같이 한다면 각도(各道)의 사민(士民)들도 인심(人心)이 있는 만큼 왕왕 감격하고 분발하여 무리로 일어나 협조하고 한 덩어리로 뭉쳐서 끝내 하늘과 해를 돌려세우는 큰 공로를 거둘지 어찌 알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여러 집사들이 서로 힘써서 끝맺기를 도모한다면 비단 우리나라의 다행일 뿐만 아니라 실로 만대의 다행일 것입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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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大司諫李源逸疏略: "臣聞向日嶺儒之治疏也, 有一金平默者, 貽書疏廳, 盛稱陳疏之正當, 滿紙張皇, 橫竪說去, 至稱以歲寒松柏、砥柱洪流, 語不擇發, 全無倫脊。 其曰‘宗社、生民之保全於萬一’云者, 是豈可萌諸心而發諸口乎? 無嚴不敬, 至凶絶悖。 又曰‘稍辨菽麥, 亦不免畏頭、畏尾’, 此果指斥何許, 而肆然下筆? 至憯叵測。 噫嘻! 此何事也? 蓋嶺儒旨意, 諉以衛正, 固多挾雜, 而中有凶悖句語, 令人髮竪膽掉, 則局外見之者, 沫血扼腕, 如鷹鸇之逐, 而乃反奬詡稱揚, 形於文字, 投諸疏廳, 擧世相傳,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渠輩鄕曲卑微, 冒稱塾師之名, 糟粕文藝, 欲廁士論之列, 不顧越俎之嫌, 顯售推波之手, 平日包藏, 如見肺腑。 其滿篇措語, 隱暎閃忽, 罔非誣逼朝廷、眩亂人心, 究厥所爲, 萬萬駭惋。 此若置而不問, 其可曰國有常憲乎? 臣謂前監役金平默, 令王府嚴覈得情, 明正其罪, 斷不可已也。 伏願亟降處分, 以伸王章, 以折奸萌, 千萬幸甚。" 批曰: "當有處分矣。" 【加平士人金平默致書嶠南疏廳曰: "僉執事。 竊惟皇明運否, 姚江之說肆行, 而程、朱之道被詘, 其害至於神州陸沈三百年於此矣。 天不悔禍, 西湖妖氣, 又以類聚, 脣齒東韓, 載胥及溺。 雖以平默等之愚, 少從師友, 略有所聞之, 已知有今日之禍矣。 頃於丙子通商之初, 友人崔參判益鉉持斧伏闕, 瀝血以諫, 岐極不入, 而有絶島之行; 同社儒生洪在龜等數十人, 繼爲陳東、高登之擧, 終於痛哭撤還。 平默等竊自以爲: ‘橫流稽天之勢, 非一葦可抗’, 相與深藏於萬山之中, 息交絶遊簾离塞兌, 只持四聖人。 扶陽抑陰之事, 《春秋》、《綱目》尊華攘夷之篇, 究其終始而矢以靖獻于先聖矣。 月前有人, 謄示貴道通文, 始知千里衣冠之中, 惟僉執事當歲寒松柏之象, 而不覺其斂袵起敬。 以爲暄、蠹、晦、退諸老先生之澤, 愈久而有不斬者存焉。 日者, 得疏本一通, 伏以讀之, 又見志意惻怛, 大體正當, 磊磊落落, 無可更疑, 而指陳利害之際, 又能切近精實, 布之國中, 可使狐鼠破謄而鬼魁屛跡, 使人不覺曲踊而距踊。嗚呼! 執事今日之擧, 其可謂砥柱橫流, 以明天下之大義, 以扶天下之大經。 日月不墜, 則其氣不滅; 山岳不頹, 則其節不虧; 河海不渴, 則其功不淺者也。 嗚呼! 諸老先生若在, 豈不莞爾而笑也? 抑豈惟諸先生? 雖孔、孟、程、朱復起, 亦無以異矣; 皇天、祖宗照臨, 亦無以異矣。 是知殷師一千年皇極之敎、祖宗數十世培養之氣, 都輸湊於嶠南一區, 秉陽道於積陰, 光國家於天下也。 嗚呼! 衣裳之族, 恐恐然畏夫異類之或屈、正道之或伸、宗社生民之或保全於萬一, 日夜聘怪喙之爭鳴者, 誠可哀而不足惡也。 其中或能稍辨菽麥者, 亦不免畏首、畏尾, 如三日新婦者, 擧皆執事之罪人也。 惜乎老病垂死, 無以遂議荊之願而供執鞭之役也。 嚮往之至, 不量僭猥, 卽日發使, 敬奉咫尺之書, 以達遠誠, 竊附義興進士錢板之古義, 竊願因是千萬努力, 彌積誠意, 期動天心。 倘外鬼不見逐、邪書不見火、鬼倀不得屛、淸議不得伸, 則拚死向前而不止。 如此則各道士民, 亦有人心, 安知不往往感奮, 衆起絜助, 打成一片, 卒收回天轉日之功乎? 伏惟僉執事相勉焉以圖終, 則不但我國之幸, 實萬世之幸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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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실록18권, 고종 18년 윤7월 22일 壬子 3/4 기사 / 1881년 조선 개국(開國) 490년

이원일이 상소를 올려 김평묵을 신문할 것을 청하다

국역

대사간(大司諫) 이원일(李源逸)이 올린 상소의 대략에,

"신은 듣건대 지난번 영남(嶺南)의 유생이 소장(疏章)을 올렸을 때에 김평묵(金平默)이라고 하는 사람이 소청(疏廳)에 투서(投書)하여 상소한 것이 정당하다고 성대하게 일컬으면서 종이에 가득 장황하게 늘어놓았고 조리없이 함부로 지껄여대어 심지어는 겨울철의 송백과 같고 큰 강물 가운데의 바위같다고 칭찬하였는데 말을 가려하지 않아서 전혀 논리가 없었습니다.

거기에서, ‘종사(宗社)와 생민(生民)이 혹시 만에 하나라도 보전(保全)될까’라고 한 것은 이 어찌 마음에 둔들 입 밖에 낼 수 있겠습니까? 무엄하고 불경하며 지극히 흉악하고도 패악합니다.

또, ‘조금 숙맥(菽麥)을 가리지만, 또한 머리를 두려워하고 꼬리를 두려워하는 것을 면치 못한다.’라고 한 말은 과연 무엇을 지적한 것이겠습니까. 제멋대로 쓴 것이 너무도 참혹하여 가늠할 수 없습니다. 아! 이것이 무슨 일이란 말입니까?

대체로 영남(嶺南) 유생의 의도는 정도(定道)를 호위한다는 것을 핑계로 원래 협잡이 많았는데, 그 중에도 흉악하고 패악한 문구들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머리칼이 곤두서고 간담이 떨리게 하였으니, 국외(局外)에서 보는 사람들은 핏발이 곤두서서 팔을 걷어붙이고 마치 매가 참새를 쫓아가 잡듯이 할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부추기고 칭찬하는 뜻을 문장에 표현하여 소청에 보내어 온 세상에 전해가며 보게 하였으니, 이런 짓을 차마 한다면 무슨 짓인들 못하겠습니까?

그들은 시골의 미천한 사람들로서 함부로 숙사(塾師)로 자칭하고 변변치 못한 글로 사론(士論)의 반열에 끼어들어 자기의 본분을 어기고 남의 직분을 침범하는 혐의를 생각지 않고 드러내놓고 선동하였으니 평소의 속셈을 환히 들여다보는 것 같습니다.

종이에 가득 써놓은 말은 알듯 말듯 하여 조정을 속이고 인심을 현란케 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그 소행을 따져보면 참으로 놀랍고 통분합니다. 이를 만약 내버려두고 문죄(問罪)하지 않는다면 나라에 떳떳한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신의 생각에는 전(前) 감역(監役) 김평묵을 왕부(王府)로 하여금 엄중히 조사하여 실정을 알아내게 해서 죄상을 명확하게 다스리는 일을 단연코 그만둘 수 없다고 봅니다. 삼가 바라건대 속히 처분을 내려 왕장(王章)을 펴서 간사한 싹을 꺾어버린다면 천만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응당 처분이 있을 것이다."

하였다.

【가평(加平)의 사인(士人) 김평묵이 영남(嶺南)의 소청(疏廳)에 편지를 보낸 편지에, "여러 집사(執事)에게, 생각건대 명(明) 나라의 운수가 불길하여 요강(姚江 : 양명학파(陽明學派))의 학설이 횡행(橫行)하고 정자(程子), 주자(朱子)의 도가 막히니, 그 피해는 신주(神州, 중국)가 이제껏 300년 동안이나 침체해지는 데 이르렀습니다. 하늘이 화(禍)를 내리는 것을 뉘우치지 않아 서양의 요사스런 기운이 또 모여들자 순치(脣齒) 관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다같이 그 물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비록 저 같이 어리석은 사람도 젊어서부터 스승을 따라 조금이나마 들은 것이 있었기에 이미 오늘의 화가 있을 줄을 알았습니다. 지난 병자년(1876)에 통상을 시작할 때 친구인 참판(參判) 최익현(崔益鉉)이 도끼를 가지고 대궐문 앞에 엎드려 진력을 다해 간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못하여 절도 정배(絶島定配) 되었고 같은 마을의 유생 홍재귀(洪在龜) 등 수십 명은 계속 옛날의 진동(陳東)과 같이 간하였으나 마침내 통곡하면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신이 삼가 생각건대, 하늘에 닿을 듯한 홍수는 조각배 한 척으로 건널 수 없는 법이니, 다같이 깊은 산 속에 숨어서 교제를 끊고 기쁨도 없이 단지 네 성인(聖人)만을 받들 뿐입니다. 양(陽)을 부추기고 음(陰)을 억제하는 일은 중국을 높이고 오랑캐를 배척하는 《춘추(春秋)》와 《강목(綱目)》책을 가지고 그 내용을 연구하면서 선성(先聖)에게 맹세를 다졌습니다. 지난달에 어떤 사람이 귀도(貴道)의 통문(通文)을 베껴 보이자 비로소 온 나라의 양반들 중에도 오직 여러 집사들만이 추운 겨울날의 송백(松柏)임을 알고 저도 모르게 옷깃을 여미고 경의를 표하였습니다. 그리고 한훤당(寒喧堂 : 김굉필(金宏弼)), 일두(一蠹 : 정여창(鄭汝昌)), 회재(晦齋 : 이언적(李彦迪)), 퇴계(退溪 : 이황(李滉))와 같은 노선생들의 덕화(德化)가 오래면 오랠수록 없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전번에 소본(疏本) 한 통(通)을 얻어서 삼가 읽어보니, 또 의지가 간절하고 대체(大體)가 정당하며 확고부동하여 더는 의심할 것이 없었으며, 이해관계를 진술한 데서도 또 사실 정황에 가까워 나라 안에 반포한다면 여우와 쥐 같은 무리들로 하여금 간담이 서늘해지게 할 수 있을 것이고 귀신과 도깨비 같은 무리들로 하여금 종적을 감추게 할 수 있었으니, 저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춤을 추고 발을 구르게 하였습니다. 아! 집사의 오늘의 조치는 거센 물결 가운데에 있는 지주와 같다고 할 만 합니다. 그것으로 천하의 대의(大義)를 밝히고 그것으로 천하의 대경(大經)을 부지하는데, 해와 달이 추락하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기운이 없어지지 않고, 산악이 무너지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기개가 이지러지지 않으며, 바다가 마르지 않는 것과 같으니 그 공로가 적지 않습니다. 아! 노선생(老先生)들이 살아있다면 어찌 빙그레 웃지 않겠습니까? 또한 어찌 노선생들만이겠습니까? 공자(孔子), 맹자(孟子), 정자(程子), 주자(朱子)가 다시 나오신다 하더라도 다름없을 것이며, 하늘과 조종(祖宗)이 굽어보더라도 다름없을 것입니다. 여기에서 1,000년간 은사(殷師)의 교화와 10대에 걸쳐 배양한 조종의 기운이 전부 영남(嶺南)의 한 지역에 집중되었기에 쌓인 음기(陰氣) 속에서 양기(陽氣)를 붙잡아 우리나라를 천하에 빛낼 수 있었습니다. 아! 양반 족속들 가운데서 벌벌 떨면서 다른 나라 사람이 혹시 굽힐까, 정도(正道)가 혹시 실현될까, 종사(宗社)와 생민(生民)이 혹시 만에 하나 보전될까 걱정하면서 밤낮 괴이한 소리로 부르짖는 자에 대해서는 참으로 불쌍하게 여기고 미워할 것도 못 되는 것입니다. 그 중 혹시 조금 숙맥을 가리는 자 또한 머리를 두려워하고 꼬리를 두려워하는 것을 면치 못하여 마치 시집간 지 사흘 된 신부의 행동거지 같으니, 모두 다 집사의 죄인일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늙고 병들어서 죽게 되어 집사를 만나보고 일을 도와드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이르는지라 외람됨을 생각하지 않고 오늘 심부름하는 사람 편에 글을 보내어 멀리 떨어져 있는 심정을 전달하여 의흥(義興) 진사(進士)가 목판에 글을 새긴 옛 의리에 삼가 부치니, 바라건대 천만의 노력과 그간 쌓인 성의가 천심(天心)을 감동시키기를 바랍니다. 만약에 외국 놈들이 쫓겨나지 않고 요사스런 책들이 불타지 않으며 창귀(倀鬼)같은 앞잡이들이 물러가지 않고 곧은 의견을 펼 수 없다면 목숨을 걸고 앞으로 나아가고 그치지 마소서. 이와 같이 한다면 각도(各道)의 사민(士民)들도 인심(人心)이 있는 만큼 왕왕 감격하고 분발하여 무리로 일어나 협조하고 한 덩어리로 뭉쳐서 끝내 하늘과 해를 돌려세우는 큰 공로를 거둘지 어찌 알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여러 집사들이 서로 힘써서 끝맺기를 도모한다면 비단 우리나라의 다행일 뿐만 아니라 실로 만대의 다행일 것입니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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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大司諫李源逸疏略: "臣聞向日嶺儒之治疏也, 有一金平默者, 貽書疏廳, 盛稱陳疏之正當, 滿紙張皇, 橫竪說去, 至稱以歲寒松柏、砥柱洪流, 語不擇發, 全無倫脊。 其曰‘宗社、生民之保全於萬一’云者, 是豈可萌諸心而發諸口乎? 無嚴不敬, 至凶絶悖。 又曰‘稍辨菽麥, 亦不免畏頭、畏尾’, 此果指斥何許, 而肆然下筆? 至憯叵測。 噫嘻! 此何事也? 蓋嶺儒旨意, 諉以衛正, 固多挾雜, 而中有凶悖句語, 令人髮竪膽掉, 則局外見之者, 沫血扼腕, 如鷹鸇之逐, 而乃反奬詡稱揚, 形於文字, 投諸疏廳, 擧世相傳, 是可忍也, 孰不可忍也? 渠輩鄕曲卑微, 冒稱塾師之名, 糟粕文藝, 欲廁士論之列, 不顧越俎之嫌, 顯售推波之手, 平日包藏, 如見肺腑。 其滿篇措語, 隱暎閃忽, 罔非誣逼朝廷、眩亂人心, 究厥所爲, 萬萬駭惋。 此若置而不問, 其可曰國有常憲乎? 臣謂前監役金平默, 令王府嚴覈得情, 明正其罪, 斷不可已也。 伏願亟降處分, 以伸王章, 以折奸萌, 千萬幸甚。" 批曰: "當有處分矣。" 【加平士人金平默致書嶠南疏廳曰: "僉執事。 竊惟皇明運否, 姚江之說肆行, 而程、朱之道被詘, 其害至於神州陸沈三百年於此矣。 天不悔禍, 西湖妖氣, 又以類聚, 脣齒東韓, 載胥及溺。 雖以平默等之愚, 少從師友, 略有所聞之, 已知有今日之禍矣。 頃於丙子通商之初, 友人崔參判益鉉持斧伏闕, 瀝血以諫, 岐極不入, 而有絶島之行; 同社儒生洪在龜等數十人, 繼爲陳東、高登之擧, 終於痛哭撤還。 平默等竊自以爲: ‘橫流稽天之勢, 非一葦可抗’, 相與深藏於萬山之中, 息交絶遊簾离塞兌, 只持四聖人。 扶陽抑陰之事, 《春秋》、《綱目》尊華攘夷之篇, 究其終始而矢以靖獻于先聖矣。 月前有人, 謄示貴道通文, 始知千里衣冠之中, 惟僉執事當歲寒松柏之象, 而不覺其斂袵起敬。 以爲暄、蠹、晦、退諸老先生之澤, 愈久而有不斬者存焉。 日者, 得疏本一通, 伏以讀之, 又見志意惻怛, 大體正當, 磊磊落落, 無可更疑, 而指陳利害之際, 又能切近精實, 布之國中, 可使狐鼠破謄而鬼魁屛跡, 使人不覺曲踊而距踊。嗚呼! 執事今日之擧, 其可謂砥柱橫流, 以明天下之大義, 以扶天下之大經。 日月不墜, 則其氣不滅; 山岳不頹, 則其節不虧; 河海不渴, 則其功不淺者也。 嗚呼! 諸老先生若在, 豈不莞爾而笑也? 抑豈惟諸先生? 雖孔、孟、程、朱復起, 亦無以異矣; 皇天、祖宗照臨, 亦無以異矣。 是知殷師一千年皇極之敎、祖宗數十世培養之氣, 都輸湊於嶠南一區, 秉陽道於積陰, 光國家於天下也。 嗚呼! 衣裳之族, 恐恐然畏夫異類之或屈、正道之或伸、宗社生民之或保全於萬一, 日夜聘怪喙之爭鳴者, 誠可哀而不足惡也。 其中或能稍辨菽麥者, 亦不免畏首、畏尾, 如三日新婦者, 擧皆執事之罪人也。 惜乎老病垂死, 無以遂議荊之願而供執鞭之役也。 嚮往之至, 不量僭猥, 卽日發使, 敬奉咫尺之書, 以達遠誠, 竊附義興進士錢板之古義, 竊願因是千萬努力, 彌積誠意, 期動天心。 倘外鬼不見逐、邪書不見火、鬼倀不得屛、淸議不得伸, 則拚死向前而不止。 如此則各道士民, 亦有人心, 安知不往往感奮, 衆起絜助, 打成一片, 卒收回天轉日之功乎? 伏惟僉執事相勉焉以圖終, 則不但我國之幸, 實萬世之幸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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