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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조실록31권, 순조 30년 6월 21일 丁未 1/2 기사 / 1830년 청 도광(道光) 10년

대사헌 권비응이 김로 등의 처벌 등을 상소하다

국역

대사헌 권비응(權丕應)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신이 지금 융고(癃痼)로 장차 죽게 되어 좁은 뒷골목에서 쓸쓸하게 사는 처지인데도 오히려 전해지는 말이 귀에 들어오는데, 지난번에 들으니 신진(新進)의 조사(朝士)로 김로(金鏴)란 자가 있어 갑자기 영명(英名)을 드날리며 진출하여 권세가 한때를 기울일 정도였다고 하였는데, 대체로 그 사람됨이 경솔하고 천박하여 성실함이 없어 집안에서 기거할 적에는 부조(父祖)의 청렴하고 소박한 정신을 위반하였으며, 조정에 서서는 군상(君上)의 위엄을 두려워하는 데 어두워 제멋대로 날뛰면서 돌아다보거나 꺼려함이 없이 오로지하였으므로, 신이 일찍이 그를 위하여 민망하게 여기면서 탄식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악행이 쌓이기를 이미 오래도록 하자 간교한 실상이 환하게 나타나 나라 사람들의 말이 시끄럽게 떠들며 입이 있으면 모두 전파하였으니, 일찍이 붕당(朋黨)을 지어 모여서 의논한 자는 바로 홍기섭(洪起燮)·이인부(李寅溥)의 무리였으며, 그들이 동여매며 준비하여 만들어낸 것은 우선 일서(一書)로 시험한 것이 헤아리기 어려우며 인해서 극역(劇逆)과 맥락(脈絡)이 관통(貫通)하였으니, 이를 관대히 용서한다면 국가에 삼척(三尺)의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 저 김로는 그도 역시 사람입니다. 저궁(儲宮)에게 받은 은혜가 돌아보건대 어떠하다 하겠습니까? 그로 하여금 털끝만큼이라도 기만(欺瞞)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천지(天地)와 신인(神人)이 용납할 수 없는 바이며, 반드시 죽여야 하고 반드시 주벌(誅罰)해야 할 자입니다. 그가 외람되게 궁관(宮官)으로서 이미 여러 해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주 접견함을 인하여 익숙해졌고 마침내는 오래도록 마음이 맞아 신임하여 가까운 지위에다 발탁하고 배치해서 한가한 시간에도 접견을 허락하였으니, 진실로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을 소유하였다면, 감격하면서 보답하기를 도모하는 마음이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이어야 할 터인데, 어찌된 셈인지 그의 바르지 못하고 간사한 성품에다 황탄(謊誕)한 습관을 겸하여, 들어가서 고하고 나와서는 드날리며 오로지 비뚤어지고 경솔한 짓을 일삼아 번번이 여러 사람을 불러다 말하기를, ‘예의(睿意)가 이와 같다.’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영교(令敎)가 이와 같다.’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매번 덕정(德政)이 정신(鼎新)하여 천고(千古)에 뛰어남을 보게 되면 말하기를, ‘내가 앙달(仰達)하고 도와서 이룩한 것이다.’라고 하며, 만약 혹시라도 천번 생각하다 한번 실수하여 일이 지나치거나 중대한 데 관계되면 일찍이 뜻을 굽혀 영합(迎合)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앞에서는 극구 찬양하면서도 물러나서는 말하기를, ‘이는 매우 우려되고 탄식스럽다. 그러나 내가 아니었으면 기필코 여기에서 그치도록 못하였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것으로 많은 사람의 귀를 미혹시키며 한 세대를 의심하고 현혹되게 하였으니, 비록 심상(尋常)하고 미세(微細)한 일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하늘을 속이고 태양을 가릴 수 없는데 더구나, 그가 의리(義理)를 반드시 없애려 하고 국시(國是)를 뒤집어 어지럽히려 하니, 본래의 성질이 간교하고 요사스러움이 어찌 이와 같이 극도에 이르렀겠습니까?

그러나 세자의 영명함이 위에 있어 환하게 살피기를 남김이 없었으며 애당초 역적 신의학(愼宜學)에 대한 처분은 간교한 조짐에서 선회하였고, 영지(令旨)가 엄정(嚴正)하여 밝기가 일성(日星)같아 사람을 알아보는 식견으로도 대단한 간인(奸人)은 두렵게 할 수 없어 노여워하지 않으면서도 위엄스럽게 간사한 사람을 멀리 하려고 봄·여름을 지내오면서 불러다 접견하는 횟수가 마침내 드물어졌으니, 예감(睿鑑)으로 간사함을 환히 아는 것이 우정(禹鼎)054) 에 도망할 수 없음과 너무도 같아서, 여항(閭巷)에서는 전파하고 칭송하며 모두가 절실하게 흠탄(欽歎)하는 정성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당(幽堂)의 지문(誌文)이 나옴에 이르러 삼가 들으니, 곤성 전하(坤聖殿下)께서 성복(成服)하던 날에 목이 메인 하교를 하시면서 예지(睿旨) 가운데 지난 일에 대한 후회가 많다는 것과 간인을 믿기 어렵다는 것을 특별히 거론하셨는데, 이 하교를 받들어 듣는 자로 소리를 내지 못한 채 호읍(號泣)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하니, 더욱 전해 들은 것이 어긋나지 않음을 깨닫겠습니다. 비록 당요(唐堯)의 몸을 삼가고 이치를 환히 아는 자질로도 사람을 아는 데에는 어렵게 여겼었는데 우리 저하께서는 잘 하셨으며, 또한 성탕(成湯)은 성경(聖敬)으로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았는데 우리 저하께서도 그런 마음을 소유하셨으니, 아! 융성합니다. 사관[太史]의 필치로 아름다움을 드날리고 그윽한 것을 드러내기에 충분함이 있으며 장차 천만대나 오래 되어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릇 오늘날의 신서(臣庶)로 매우 한스럽게 여기는 것이 있으니, 왕세자께서 협화(協華)하던 때에 미쳐 양관(兩觀)에서 정치를 어지럽혔던 데 대한 처벌을 행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격렬해지는 까닭이 되어 근일(近日)에 징계하며 성토하는 글월이 있게 되고 날마다 소장(疏章)이 쌓이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빨리 왕법(王法)을 시행한 연후라야 세상의 도의가 안정될 수 있으며 백성들의 뜻이 한결같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윽이 근일에 전하께서 언관(言官)을 대우하신 것을 보면 어찌 이렇게 박하게 하십니까? 아! 금번의 상변(喪變)을 차마 말을 하겠습니까? 사책(史冊)에다 쓰고 후세에 전해지면서 반드시 장차 말하기를, ‘의약(醫藥)이 그 방법을 실수하였으니 의관(醫官)으로 탕제(湯劑)를 주장한 자의 죄는 하늘에 통한다’고 할 터이니, 무릇 혈기(血氣)에 조리가 있는 자이면 모두 죽여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며칠 전의 대계(臺啓)는 실제로 공의(公議)를 따른 것이었는데도 전하께서는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법을 굽혀서 사죄(死罪)를 용서하였으니, 이미 형법에 흠을 내어 중도(中道)를 잃었으며, 홍문관에서 연명(聯名)으로 차자를 올 린 것과 같은 데 이르러서는 사체(事體)가 자별(自別)한데도 하룻밤을 지내면서 비답을 아꼈으며, 오히려 어려움을 다툰다는 고사(故事)를 두었는가 하면 더구나 한마디의 비답도 내리지 않고 상소문을 되돌려 주는 일이 있는 데 이르렀습니다. 대신(臺臣)의 소(疏)를 일례(一例)로 명하(命下)하면 이것으로 인피(引避)하는 것은 체통이나 전례로 보아 진실로 당연한데, 대청(臺廳)에 사흘씩이나 묵으면서 마치 구속되어 갇힌 자와 같았으니, 눈과 귀가 이르는 바에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이 일을 이어 글을 안고 대궐문에서 호소하는 자에 대해서 전후(前後)의 비지(批旨)에 더러는 가소롭다는 것으로 유시하기도 하고 더러는 억지를 부린다는 것으로 책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언관이 진달한 바가 비록 혹시라도 성상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죄를 주는 것이 가하며 내쫓는 것이 가하나, 결단코 비난하거나 조롱하면서 업신여기는 것은 부당하니, ‘크도다 왕의 말이여!’ 하는 뜻에 손상됨이 있으며, 성군(聖君)이 신하를 부리는 뜻에도 어그러짐이 있습니다. 그윽이 아마도 대각(臺閣)이 이를 좇아 정중하지 않을 듯하니, 대각이 정중하지 않으면 조정이 어디로 말미암아 높아지겠습니까? 오늘날 전하의 뜰에 낯빛을 엄정히 하여 말을 받아들이게 하는 자가 장차 몇 사람이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삼사(三司)의 뜻으로 징계하고 성토하도록 내놓은 데 대하여 모두 유윤(兪允)을 내리고 여러 비답에서 화평(和平)에 어긋나는 것은 일체 명령을 취소하게 하여 대간의 말을 정중하게 하여, 성덕(聖德)에 빛이 나도록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 [註 054] 우정(禹鼎) : 우(禹)임금이 구주(九州)의 금(金)을 거두어 들여 주조(鑄造)한 솥으로, 하(夏)·은(殷)·주(周) 이래 왕위(王位) 전승(傳承)의 보기(寶器)임. 곧 왕위의 뜻임.

원문

○丁未/大司憲權丕應疏略曰:

臣今癃痼且死, 窮巷索居之地, 猶有傳說之入耳, 向聞新進朝士, 有金鏴者, 驟進蜚英, 權傾一時, 蓋其爲人也, 輕淺不誠實, 居家而違父祖之淸素, 立朝而昧君上之嚴畏, 跳踉放縱, 專無顧忌, 臣嘗爲之悶歎。 及其稔惡旣久, 奸狀昭著, 國言喧騰, 有口皆傳, 所嘗爲朋比而會議者, 卽洪起燮、李寅溥輩, 而其所綢繆醞釀, 先以一書, 嘗試也叵測, 仍與劇逆, 脈絡也貫通, 此而寬貸, 其可曰國有三尺乎? 噫! 彼金鏴, 渠亦人耳。 受恩於儲宮, 顧何如也? 使渠而有一毫欺瞞之心, 卽天地神人之所不可容, 而必殛必誅者也。 以其忝叨宮官, 旣多年所, 始因頻接而熟焉, 終以宿契而信焉, 擢置邇密, 許接燕閑, 苟有秉彝之天, 感激圖報, 宜倍他人, 而奈其傾邪之性, 兼以謊誕之習, 入告出揚, 專事閃忽, 輒呼於衆曰, ‘睿意如此’, 又曰: ‘令敎若是’, 每見德政鼎新, 卓越千古, 則曰 ‘我所仰達而贊成者’, 若或有千慮一失, 事涉過重, 則未嘗不曲意迎合, 極口贊揚於前, 退而曰, ‘此惎憂歎。 然靡我必不止此’, 以是熒惑群聽, 疑眩一世, 雖尋常微細之事, 尙不可欺天而蔽日, 況其必欲湮晦義理, 翻亂國是, 素性之奸妖, 胡至此極也? 离明在上, 洞察無餘, 當初宜賊處分, 逆折奸萌, 令旨嚴正, 昭如日星, 則哲之明, 無畏孔壬, 不怒而威, 斯遠佞人, 春夏以來, 召接遂稀, 睿鑑之燭奸, 殆若禹鼎之莫逃, 閭巷傳誦, 擧切欽歎之誠矣。 及夫幽堂之誌文出, 而伏聞坤聖殿下, 哽咽下敎於成服日, 而特擧睿旨中往事之多悔, 奸人之難信, 承聆此敎者, 莫不失聲號泣, 益覺傳聞之不爽也。 雖以唐堯之欽明, 知人惟難, 而我邸下能之, 亦粤成湯之聖敬, 改過不吝, 而我邸下有之, 於戲! 盛哉。 太史之筆, 有足以揚徽闡幽, 將有辭於千萬世之久。 而凡今臣庶之所痛恨者則有之, 逮夫貳極協華之日, 未及行兩觀亂政之誅, 所以輿情轉激, 有近日懲討之章, 日積公車而不知止也。 臣謂亟施王法, 然後世道可靖, 民志可壹矣。 竊覵近日殿下之待言官, 一何薄也? 嗚呼! 今番喪變, 尙忍言哉? 書之史冊, 傳之後世, 必將曰 ‘醫藥失其方, 醫官之主張湯劑者, 罪通于天’, 凡有血氣之倫者, 皆曰可殺。 向日臺啓, 實循公議, 而殿下不有其言, 屈法而貸死, 已欠象刑之失中, 而至若玉署聯箚, 事體自別, 經宿靳批, 猶有爭難之故事, 況不賜一言之答, 至有還給之擧。 臺臣之疏, 一例命下, 則以此引避, 體例固當, 而使三宿臺廳, 有若拘囚者然, 瞻聆所及, 莫不驚駭, 繼此抱書叫閽者, 前後批旨, 或諭之以可笑, 或責之以抑勒。 言者所陳, 雖或不槪於聖衷, 罪之可也, 黜之可也, 決不當譏嘲而慢侮之, 有損於大哉王言之義, 以虧乎聖君使臣之義也, 竊恐臺閣從此而不重, 臺閣不重, 朝廷何由而尊? 今日殿下之庭, 抗顔而納言者, 將有幾人也哉? 伏乞三司之義出懲討者, 竝賜允兪, 諸批之有違和平者, 一切反汗, 以重臺言, 以光聖德焉。"

批曰: "勿煩。"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순조실록31권, 순조 30년 6월 21일 丁未 1/2 기사 / 1830년 청 도광(道光) 10년

대사헌 권비응이 김로 등의 처벌 등을 상소하다

국역

대사헌 권비응(權丕應)이 상소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신이 지금 융고(癃痼)로 장차 죽게 되어 좁은 뒷골목에서 쓸쓸하게 사는 처지인데도 오히려 전해지는 말이 귀에 들어오는데, 지난번에 들으니 신진(新進)의 조사(朝士)로 김로(金鏴)란 자가 있어 갑자기 영명(英名)을 드날리며 진출하여 권세가 한때를 기울일 정도였다고 하였는데, 대체로 그 사람됨이 경솔하고 천박하여 성실함이 없어 집안에서 기거할 적에는 부조(父祖)의 청렴하고 소박한 정신을 위반하였으며, 조정에 서서는 군상(君上)의 위엄을 두려워하는 데 어두워 제멋대로 날뛰면서 돌아다보거나 꺼려함이 없이 오로지하였으므로, 신이 일찍이 그를 위하여 민망하게 여기면서 탄식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그 악행이 쌓이기를 이미 오래도록 하자 간교한 실상이 환하게 나타나 나라 사람들의 말이 시끄럽게 떠들며 입이 있으면 모두 전파하였으니, 일찍이 붕당(朋黨)을 지어 모여서 의논한 자는 바로 홍기섭(洪起燮)·이인부(李寅溥)의 무리였으며, 그들이 동여매며 준비하여 만들어낸 것은 우선 일서(一書)로 시험한 것이 헤아리기 어려우며 인해서 극역(劇逆)과 맥락(脈絡)이 관통(貫通)하였으니, 이를 관대히 용서한다면 국가에 삼척(三尺)의 법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 저 김로는 그도 역시 사람입니다. 저궁(儲宮)에게 받은 은혜가 돌아보건대 어떠하다 하겠습니까? 그로 하여금 털끝만큼이라도 기만(欺瞞)하는 마음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천지(天地)와 신인(神人)이 용납할 수 없는 바이며, 반드시 죽여야 하고 반드시 주벌(誅罰)해야 할 자입니다. 그가 외람되게 궁관(宮官)으로서 이미 여러 해가 되었는데, 처음에는 자주 접견함을 인하여 익숙해졌고 마침내는 오래도록 마음이 맞아 신임하여 가까운 지위에다 발탁하고 배치해서 한가한 시간에도 접견을 허락하였으니, 진실로 하늘로부터 타고난 본성을 소유하였다면, 감격하면서 보답하기를 도모하는 마음이 당연히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이어야 할 터인데, 어찌된 셈인지 그의 바르지 못하고 간사한 성품에다 황탄(謊誕)한 습관을 겸하여, 들어가서 고하고 나와서는 드날리며 오로지 비뚤어지고 경솔한 짓을 일삼아 번번이 여러 사람을 불러다 말하기를, ‘예의(睿意)가 이와 같다.’라고 하고, 또 말하기를, ‘영교(令敎)가 이와 같다.’라고 하기도 하였으며, 매번 덕정(德政)이 정신(鼎新)하여 천고(千古)에 뛰어남을 보게 되면 말하기를, ‘내가 앙달(仰達)하고 도와서 이룩한 것이다.’라고 하며, 만약 혹시라도 천번 생각하다 한번 실수하여 일이 지나치거나 중대한 데 관계되면 일찍이 뜻을 굽혀 영합(迎合)하지 않음이 없었으며, 앞에서는 극구 찬양하면서도 물러나서는 말하기를, ‘이는 매우 우려되고 탄식스럽다. 그러나 내가 아니었으면 기필코 여기에서 그치도록 못하였을 것이다.’라고 하면서, 이것으로 많은 사람의 귀를 미혹시키며 한 세대를 의심하고 현혹되게 하였으니, 비록 심상(尋常)하고 미세(微細)한 일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하늘을 속이고 태양을 가릴 수 없는데 더구나, 그가 의리(義理)를 반드시 없애려 하고 국시(國是)를 뒤집어 어지럽히려 하니, 본래의 성질이 간교하고 요사스러움이 어찌 이와 같이 극도에 이르렀겠습니까?

그러나 세자의 영명함이 위에 있어 환하게 살피기를 남김이 없었으며 애당초 역적 신의학(愼宜學)에 대한 처분은 간교한 조짐에서 선회하였고, 영지(令旨)가 엄정(嚴正)하여 밝기가 일성(日星)같아 사람을 알아보는 식견으로도 대단한 간인(奸人)은 두렵게 할 수 없어 노여워하지 않으면서도 위엄스럽게 간사한 사람을 멀리 하려고 봄·여름을 지내오면서 불러다 접견하는 횟수가 마침내 드물어졌으니, 예감(睿鑑)으로 간사함을 환히 아는 것이 우정(禹鼎)054) 에 도망할 수 없음과 너무도 같아서, 여항(閭巷)에서는 전파하고 칭송하며 모두가 절실하게 흠탄(欽歎)하는 정성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유당(幽堂)의 지문(誌文)이 나옴에 이르러 삼가 들으니, 곤성 전하(坤聖殿下)께서 성복(成服)하던 날에 목이 메인 하교를 하시면서 예지(睿旨) 가운데 지난 일에 대한 후회가 많다는 것과 간인을 믿기 어렵다는 것을 특별히 거론하셨는데, 이 하교를 받들어 듣는 자로 소리를 내지 못한 채 호읍(號泣)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고 하니, 더욱 전해 들은 것이 어긋나지 않음을 깨닫겠습니다. 비록 당요(唐堯)의 몸을 삼가고 이치를 환히 아는 자질로도 사람을 아는 데에는 어렵게 여겼었는데 우리 저하께서는 잘 하셨으며, 또한 성탕(成湯)은 성경(聖敬)으로 허물을 고치는 데 인색하지 않았는데 우리 저하께서도 그런 마음을 소유하셨으니, 아! 융성합니다. 사관[太史]의 필치로 아름다움을 드날리고 그윽한 것을 드러내기에 충분함이 있으며 장차 천만대나 오래 되어도 할 말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무릇 오늘날의 신서(臣庶)로 매우 한스럽게 여기는 것이 있으니, 왕세자께서 협화(協華)하던 때에 미쳐 양관(兩觀)에서 정치를 어지럽혔던 데 대한 처벌을 행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더욱 격렬해지는 까닭이 되어 근일(近日)에 징계하며 성토하는 글월이 있게 되고 날마다 소장(疏章)이 쌓이지만 그칠 줄을 모릅니다. 신이 생각하건대, 빨리 왕법(王法)을 시행한 연후라야 세상의 도의가 안정될 수 있으며 백성들의 뜻이 한결같아질 수 있을 것입니다. 그윽이 근일에 전하께서 언관(言官)을 대우하신 것을 보면 어찌 이렇게 박하게 하십니까? 아! 금번의 상변(喪變)을 차마 말을 하겠습니까? 사책(史冊)에다 쓰고 후세에 전해지면서 반드시 장차 말하기를, ‘의약(醫藥)이 그 방법을 실수하였으니 의관(醫官)으로 탕제(湯劑)를 주장한 자의 죄는 하늘에 통한다’고 할 터이니, 무릇 혈기(血氣)에 조리가 있는 자이면 모두 죽여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며칠 전의 대계(臺啓)는 실제로 공의(公議)를 따른 것이었는데도 전하께서는 그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법을 굽혀서 사죄(死罪)를 용서하였으니, 이미 형법에 흠을 내어 중도(中道)를 잃었으며, 홍문관에서 연명(聯名)으로 차자를 올 린 것과 같은 데 이르러서는 사체(事體)가 자별(自別)한데도 하룻밤을 지내면서 비답을 아꼈으며, 오히려 어려움을 다툰다는 고사(故事)를 두었는가 하면 더구나 한마디의 비답도 내리지 않고 상소문을 되돌려 주는 일이 있는 데 이르렀습니다. 대신(臺臣)의 소(疏)를 일례(一例)로 명하(命下)하면 이것으로 인피(引避)하는 것은 체통이나 전례로 보아 진실로 당연한데, 대청(臺廳)에 사흘씩이나 묵으면서 마치 구속되어 갇힌 자와 같았으니, 눈과 귀가 이르는 바에 놀라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이 일을 이어 글을 안고 대궐문에서 호소하는 자에 대해서 전후(前後)의 비지(批旨)에 더러는 가소롭다는 것으로 유시하기도 하고 더러는 억지를 부린다는 것으로 책망하기도 하였습니다. 언관이 진달한 바가 비록 혹시라도 성상의 마음을 감동시키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죄를 주는 것이 가하며 내쫓는 것이 가하나, 결단코 비난하거나 조롱하면서 업신여기는 것은 부당하니, ‘크도다 왕의 말이여!’ 하는 뜻에 손상됨이 있으며, 성군(聖君)이 신하를 부리는 뜻에도 어그러짐이 있습니다. 그윽이 아마도 대각(臺閣)이 이를 좇아 정중하지 않을 듯하니, 대각이 정중하지 않으면 조정이 어디로 말미암아 높아지겠습니까? 오늘날 전하의 뜰에 낯빛을 엄정히 하여 말을 받아들이게 하는 자가 장차 몇 사람이 있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삼사(三司)의 뜻으로 징계하고 성토하도록 내놓은 데 대하여 모두 유윤(兪允)을 내리고 여러 비답에서 화평(和平)에 어긋나는 것은 일체 명령을 취소하게 하여 대간의 말을 정중하게 하여, 성덕(聖德)에 빛이 나도록 하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 [註 054] 우정(禹鼎) : 우(禹)임금이 구주(九州)의 금(金)을 거두어 들여 주조(鑄造)한 솥으로, 하(夏)·은(殷)·주(周) 이래 왕위(王位) 전승(傳承)의 보기(寶器)임. 곧 왕위의 뜻임.

원문

○丁未/大司憲權丕應疏略曰:

臣今癃痼且死, 窮巷索居之地, 猶有傳說之入耳, 向聞新進朝士, 有金鏴者, 驟進蜚英, 權傾一時, 蓋其爲人也, 輕淺不誠實, 居家而違父祖之淸素, 立朝而昧君上之嚴畏, 跳踉放縱, 專無顧忌, 臣嘗爲之悶歎。 及其稔惡旣久, 奸狀昭著, 國言喧騰, 有口皆傳, 所嘗爲朋比而會議者, 卽洪起燮、李寅溥輩, 而其所綢繆醞釀, 先以一書, 嘗試也叵測, 仍與劇逆, 脈絡也貫通, 此而寬貸, 其可曰國有三尺乎? 噫! 彼金鏴, 渠亦人耳。 受恩於儲宮, 顧何如也? 使渠而有一毫欺瞞之心, 卽天地神人之所不可容, 而必殛必誅者也。 以其忝叨宮官, 旣多年所, 始因頻接而熟焉, 終以宿契而信焉, 擢置邇密, 許接燕閑, 苟有秉彝之天, 感激圖報, 宜倍他人, 而奈其傾邪之性, 兼以謊誕之習, 入告出揚, 專事閃忽, 輒呼於衆曰, ‘睿意如此’, 又曰: ‘令敎若是’, 每見德政鼎新, 卓越千古, 則曰 ‘我所仰達而贊成者’, 若或有千慮一失, 事涉過重, 則未嘗不曲意迎合, 極口贊揚於前, 退而曰, ‘此惎憂歎。 然靡我必不止此’, 以是熒惑群聽, 疑眩一世, 雖尋常微細之事, 尙不可欺天而蔽日, 況其必欲湮晦義理, 翻亂國是, 素性之奸妖, 胡至此極也? 离明在上, 洞察無餘, 當初宜賊處分, 逆折奸萌, 令旨嚴正, 昭如日星, 則哲之明, 無畏孔壬, 不怒而威, 斯遠佞人, 春夏以來, 召接遂稀, 睿鑑之燭奸, 殆若禹鼎之莫逃, 閭巷傳誦, 擧切欽歎之誠矣。 及夫幽堂之誌文出, 而伏聞坤聖殿下, 哽咽下敎於成服日, 而特擧睿旨中往事之多悔, 奸人之難信, 承聆此敎者, 莫不失聲號泣, 益覺傳聞之不爽也。 雖以唐堯之欽明, 知人惟難, 而我邸下能之, 亦粤成湯之聖敬, 改過不吝, 而我邸下有之, 於戲! 盛哉。 太史之筆, 有足以揚徽闡幽, 將有辭於千萬世之久。 而凡今臣庶之所痛恨者則有之, 逮夫貳極協華之日, 未及行兩觀亂政之誅, 所以輿情轉激, 有近日懲討之章, 日積公車而不知止也。 臣謂亟施王法, 然後世道可靖, 民志可壹矣。 竊覵近日殿下之待言官, 一何薄也? 嗚呼! 今番喪變, 尙忍言哉? 書之史冊, 傳之後世, 必將曰 ‘醫藥失其方, 醫官之主張湯劑者, 罪通于天’, 凡有血氣之倫者, 皆曰可殺。 向日臺啓, 實循公議, 而殿下不有其言, 屈法而貸死, 已欠象刑之失中, 而至若玉署聯箚, 事體自別, 經宿靳批, 猶有爭難之故事, 況不賜一言之答, 至有還給之擧。 臺臣之疏, 一例命下, 則以此引避, 體例固當, 而使三宿臺廳, 有若拘囚者然, 瞻聆所及, 莫不驚駭, 繼此抱書叫閽者, 前後批旨, 或諭之以可笑, 或責之以抑勒。 言者所陳, 雖或不槪於聖衷, 罪之可也, 黜之可也, 決不當譏嘲而慢侮之, 有損於大哉王言之義, 以虧乎聖君使臣之義也, 竊恐臺閣從此而不重, 臺閣不重, 朝廷何由而尊? 今日殿下之庭, 抗顔而納言者, 將有幾人也哉? 伏乞三司之義出懲討者, 竝賜允兪, 諸批之有違和平者, 一切反汗, 以重臺言, 以光聖德焉。"

批曰: "勿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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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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