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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52권, 정조 23년 7월 27일 癸未 1/2 기사 / 1799년 청 가경(嘉慶) 4년

충정공 정뇌경의 절개를 기리도록 전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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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전교하였다.

"나는 충정공(忠貞公) 정뇌경(鄭雷卿)의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마음에 맺혀 풀리지 않는다. 부노(俘奴)082) 가 우리 임금에게 대들고 모욕하던 날을 당하여 그 능욕을 받은 수치는 적들이 호통치는 것보다 백배나 더하였다. 충정공은 너무나 분개한 나머지 계책을 써서 떨쳐 일어나 그들을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결국 피살당하고 말았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오늘날까지도 삼학사와 마찬가지로 슬퍼하고 있다. 이 어찌 죽은 일이야 같지 않더라도 죽은 그 마음은 그들이 모두 자신을 희생하여 절개를 지킨 자들이 아니겠는가.

충정공은 곧 질관(質館)083) 의 일개 시종관으로서 그의 몸은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의 직무는 조정 안에서 계책을 세우는 것과 관계가 없었다. 자기의 동료들과 어울려 금방 갔다가 돌아오기만 하면 벼슬과 부귀를 손쉽게 얻을 수도 있는 일인데, 가슴이 미어지는 분개를 견디다 못해 적에게 빌붙은 역적을 반드시 없애고자 죽고 사는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책을 써 적의 손을 빌어 죽이려 하였으니, 그 얼마나 충성스러운가. 그러다가 모사가 탄로되었을 때는 한마디만 공손히 하고 빌었더라면 자기 생명을 보전하고 그 곤란을 풀 수도 있었을 것인데, 남아는 오직 죽음이 있을 뿐, 죽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다는 마음으로 전혀 흔들리거나 굽히지 않고 남쪽 하늘 멀리 계신 임금과 어버이에게 절하고 하직한 다음 시퍼런 칼날을 받기를 마치 낙원으로 달려가듯 하였으니, 그 얼마나 의로운가. 강효원(姜孝元)이 그와 함께 달갑게 죽은 것도 감탄스럽다. 혹시 충정공의 계책이 그 당시에 성공했더라면 부노(俘奴)를 없애는 것은 썩은 쥐새끼를 치우듯이 쉬웠을 것이다. 부노를 제거하면 걱정거리를 십중 팔구 정도 벗어버릴 것이고 또한 우리의 힘을 기르고 적을 물리치는 계책에 안심하고 힘쓸 수 있었을 것이지만 충정공의 뜻은 성사되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었으니, 이는 운명이지 인간의 일이 아니다.

담암(擔庵)084) 이 오랑캐와의 화의(和議)를 배척했던 글과 노중련(魯仲連)이 벼슬을 거절하고 해변에 숨어버린 지조가 비록 평소에 배양된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충정공이 죽음을 앞에 두고 조용히 처신한 것은 남들이 해내기 어려운 것을 해낸 것으로서 더더욱 늠름하여 존경하고 감격할 만하다. 그러나 충신 의사의 집안에 불행히도 역적이 나와 후손이 끊겨서 제사를 받아먹지 못한 지가 지금 70여 년이 되었다. 후손이 죄를 지은 것으로 인하여 그 조상의 큰 절개를 묻어버리는 것은 충성을 높이고 선행을 포상하는 조정의 법이 아니므로 이전에 특별히 시호를 내리는 조치를 취했으니, 그 뜻이 어찌 범연한 것이겠는가. 요즈음 정 문간(鄭文簡)085) 의 봉사손에게 말단 관직을 주었다가 곧 수령 자리를 주었다. 문간공과 충정공의 높은 절개는 똑같이 빛나고 아름다운데다가 다같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손이고 다같이 제사를 받드는 사람에 대해 음직을 누구에게는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는다면 그 어찌 두 집안을 똑같이 보아주는 정사이겠는가. 정사충(鄭思忠)의 직계자손으로서 충정공의 뒤를 이은 자를 전조(銓曹)로 하여금 그 이름을 물어 오늘 있을 정사에서 처음 벼슬자리에 의망하도록 하라. 신주가 있는 곳에 술잔을 올려야겠다. 정 문간공의 신주에 대해서도 똑같이 실시하되 모두 제문을 지어 내려보내면 거행하도록 하라.

선정(先正) 조문정(趙文正)086) 의 집에도 옛일을 생각하여 후손을 녹용하라는 명이 있었으나 도리어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연전에 제사를 지내주라고 한 명도 흐지부지 시행하지 않고 말았다. 선정에게 생각이 미치면 서글프고 불쌍하다. 이미 죽은 자 이외에 그의 직계손 중에 벼슬살이를 할 만한 사람이 또 있는지에 대해서도 즉시 알아보아 보고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52책 5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01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 [註 082] 부노(俘奴) : 본디 우리 나라의 종으로 청나라의 포로가 되었다가 그곳에서 영화를 누린 정명수(鄭命壽)와 김돌(金突)을 가리킴.
  • [註 083] 질관(質館) : 심양에 볼모로 잡혀 있는 소현 세자(昭顯世子)를 가리킴.
  • [註 084] 담암(擔庵) : 송나라 호전(胡銓)의 호.
  • [註 085] 정 문간(鄭文簡) : 문간은 정온(鄭蘊)의 시호.
  • [註 086] 조문정(趙文正) : 문정은 조광조(趙光祖)의 시호.

원문

○癸未/敎曰: "予於忠貞公 鄭雷卿事, 心常碨磊不能舒。 當俘奴侵辱之日, 見(陵)〔凌〕 之恥百倍隣喝忠貞忿恚之甚, 而欲以計挺身下手, 竟未免被害, 國人至今悲之如學士焉。 此豈非所死之事不同, 而所死之心, 同歸於殺身成仁者歟? 忠貞卽質館之一從官, 身不佩國家之安危, 職不與廊廟之訏謨。 爰曁乃僚, 旋往旋返, 則爵祿富貴, 固其倘來, 而不耐滿腔之憤, 必去反喙之賊, 捐棄死生, 發謀出慮, 欲假手以誅殲, 何其忠也? 及夫不密而露也, 一言遜謝, 則其軀可全, 其難可釋, 而男兒死耳, 不死非夫, 不撓不屈, 拜辭君親, 蹈白刃如就樂地, 何其義也? 嗟嗟孝元, 甘與之偕死。 倘使忠貞之計, 得行於當時, 除俘奴如腐鼠耳。 俘奴除則憂虞可袪八九分, 亦事以安意專力於修攘之策, 而忠貞之志未就, 忠貞之身先死者, 天也, 非人也。 澹庵斥和之書, 魯連蹈海之操, 雖昔所養有而致之, 而況其臨死從容, 能人所難能者, 尤亦澟澟然可敬可感。 然於忠義之家, 不幸出亂逆, 而若敖之餒, 今焉七十有餘年矣。 因後孫之有累, 揜祖先之大節, 殊非朝家尙忠褒善之典, 前此特擧易名, 意豈淺淺? 近者鄭文簡祀孫, 旣授一命之銜, 旋與以百里之任。 文簡、忠貞之節烈, 竝耀齊美, 而等是無故之泒, 同一主祀之人, 蔭補之或施或否, 亦豈一視兩家之政乎? 鄭思忠直孫之爲忠貞後者, 令銓曹問名擬初仕於今日政。 祠版所在處, 當致酹。 鄭文簡祠版, 一體設行, 竝待祭文製下擧行。 先正趙文正家, 亦有念舊錄後之命, 而反又零落, 年前賜祭, 無異委命於草莽。 念及先正, 爲之愴愍。 身故者外, 更有可爲祿仕之人於直孫乎, 亦卽訪問以聞。"

  • 【태백산사고본】 52책 5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01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정조실록52권, 정조 23년 7월 27일 癸未 1/2 기사 / 1799년 청 가경(嘉慶) 4년

충정공 정뇌경의 절개를 기리도록 전교하다

국역

전교하였다.

"나는 충정공(忠貞公) 정뇌경(鄭雷卿)의 문제에 대해서는 항상 마음에 맺혀 풀리지 않는다. 부노(俘奴)082) 가 우리 임금에게 대들고 모욕하던 날을 당하여 그 능욕을 받은 수치는 적들이 호통치는 것보다 백배나 더하였다. 충정공은 너무나 분개한 나머지 계책을 써서 떨쳐 일어나 그들을 없애버리려고 하다가 결국 피살당하고 말았는데,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오늘날까지도 삼학사와 마찬가지로 슬퍼하고 있다. 이 어찌 죽은 일이야 같지 않더라도 죽은 그 마음은 그들이 모두 자신을 희생하여 절개를 지킨 자들이 아니겠는가.

충정공은 곧 질관(質館)083) 의 일개 시종관으로서 그의 몸은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의 직무는 조정 안에서 계책을 세우는 것과 관계가 없었다. 자기의 동료들과 어울려 금방 갔다가 돌아오기만 하면 벼슬과 부귀를 손쉽게 얻을 수도 있는 일인데, 가슴이 미어지는 분개를 견디다 못해 적에게 빌붙은 역적을 반드시 없애고자 죽고 사는 문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책을 써 적의 손을 빌어 죽이려 하였으니, 그 얼마나 충성스러운가. 그러다가 모사가 탄로되었을 때는 한마디만 공손히 하고 빌었더라면 자기 생명을 보전하고 그 곤란을 풀 수도 있었을 것인데, 남아는 오직 죽음이 있을 뿐, 죽지 않으면 장부가 아니다는 마음으로 전혀 흔들리거나 굽히지 않고 남쪽 하늘 멀리 계신 임금과 어버이에게 절하고 하직한 다음 시퍼런 칼날을 받기를 마치 낙원으로 달려가듯 하였으니, 그 얼마나 의로운가. 강효원(姜孝元)이 그와 함께 달갑게 죽은 것도 감탄스럽다. 혹시 충정공의 계책이 그 당시에 성공했더라면 부노(俘奴)를 없애는 것은 썩은 쥐새끼를 치우듯이 쉬웠을 것이다. 부노를 제거하면 걱정거리를 십중 팔구 정도 벗어버릴 것이고 또한 우리의 힘을 기르고 적을 물리치는 계책에 안심하고 힘쓸 수 있었을 것이지만 충정공의 뜻은 성사되지 못하고 몸이 먼저 죽었으니, 이는 운명이지 인간의 일이 아니다.

담암(擔庵)084) 이 오랑캐와의 화의(和議)를 배척했던 글과 노중련(魯仲連)이 벼슬을 거절하고 해변에 숨어버린 지조가 비록 평소에 배양된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는 하지만, 충정공이 죽음을 앞에 두고 조용히 처신한 것은 남들이 해내기 어려운 것을 해낸 것으로서 더더욱 늠름하여 존경하고 감격할 만하다. 그러나 충신 의사의 집안에 불행히도 역적이 나와 후손이 끊겨서 제사를 받아먹지 못한 지가 지금 70여 년이 되었다. 후손이 죄를 지은 것으로 인하여 그 조상의 큰 절개를 묻어버리는 것은 충성을 높이고 선행을 포상하는 조정의 법이 아니므로 이전에 특별히 시호를 내리는 조치를 취했으니, 그 뜻이 어찌 범연한 것이겠는가. 요즈음 정 문간(鄭文簡)085) 의 봉사손에게 말단 관직을 주었다가 곧 수령 자리를 주었다. 문간공과 충정공의 높은 절개는 똑같이 빛나고 아름다운데다가 다같이 아무런 문제가 없는 후손이고 다같이 제사를 받드는 사람에 대해 음직을 누구에게는 주고 누구에게는 주지 않는다면 그 어찌 두 집안을 똑같이 보아주는 정사이겠는가. 정사충(鄭思忠)의 직계자손으로서 충정공의 뒤를 이은 자를 전조(銓曹)로 하여금 그 이름을 물어 오늘 있을 정사에서 처음 벼슬자리에 의망하도록 하라. 신주가 있는 곳에 술잔을 올려야겠다. 정 문간공의 신주에 대해서도 똑같이 실시하되 모두 제문을 지어 내려보내면 거행하도록 하라.

선정(先正) 조문정(趙文正)086) 의 집에도 옛일을 생각하여 후손을 녹용하라는 명이 있었으나 도리어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연전에 제사를 지내주라고 한 명도 흐지부지 시행하지 않고 말았다. 선정에게 생각이 미치면 서글프고 불쌍하다. 이미 죽은 자 이외에 그의 직계손 중에 벼슬살이를 할 만한 사람이 또 있는지에 대해서도 즉시 알아보아 보고하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52책 52권 12장 A면【국편영인본】 47책 201면
  • 【분류】윤리-강상(綱常) /
  • [註 082] 부노(俘奴) : 본디 우리 나라의 종으로 청나라의 포로가 되었다가 그곳에서 영화를 누린 정명수(鄭命壽)와 김돌(金突)을 가리킴.
  • [註 083] 질관(質館) : 심양에 볼모로 잡혀 있는 소현 세자(昭顯世子)를 가리킴.
  • [註 084] 담암(擔庵) : 송나라 호전(胡銓)의 호.
  • [註 085] 정 문간(鄭文簡) : 문간은 정온(鄭蘊)의 시호.
  • [註 086] 조문정(趙文正) : 문정은 조광조(趙光祖)의 시호.

원문

○癸未/敎曰: "予於忠貞公 鄭雷卿事, 心常碨磊不能舒。 當俘奴侵辱之日, 見(陵)〔凌〕 之恥百倍隣喝忠貞忿恚之甚, 而欲以計挺身下手, 竟未免被害, 國人至今悲之如學士焉。 此豈非所死之事不同, 而所死之心, 同歸於殺身成仁者歟? 忠貞卽質館之一從官, 身不佩國家之安危, 職不與廊廟之訏謨。 爰曁乃僚, 旋往旋返, 則爵祿富貴, 固其倘來, 而不耐滿腔之憤, 必去反喙之賊, 捐棄死生, 發謀出慮, 欲假手以誅殲, 何其忠也? 及夫不密而露也, 一言遜謝, 則其軀可全, 其難可釋, 而男兒死耳, 不死非夫, 不撓不屈, 拜辭君親, 蹈白刃如就樂地, 何其義也? 嗟嗟孝元, 甘與之偕死。 倘使忠貞之計, 得行於當時, 除俘奴如腐鼠耳。 俘奴除則憂虞可袪八九分, 亦事以安意專力於修攘之策, 而忠貞之志未就, 忠貞之身先死者, 天也, 非人也。 澹庵斥和之書, 魯連蹈海之操, 雖昔所養有而致之, 而況其臨死從容, 能人所難能者, 尤亦澟澟然可敬可感。 然於忠義之家, 不幸出亂逆, 而若敖之餒, 今焉七十有餘年矣。 因後孫之有累, 揜祖先之大節, 殊非朝家尙忠褒善之典, 前此特擧易名, 意豈淺淺? 近者鄭文簡祀孫, 旣授一命之銜, 旋與以百里之任。 文簡、忠貞之節烈, 竝耀齊美, 而等是無故之泒, 同一主祀之人, 蔭補之或施或否, 亦豈一視兩家之政乎? 鄭思忠直孫之爲忠貞後者, 令銓曹問名擬初仕於今日政。 祠版所在處, 當致酹。 鄭文簡祠版, 一體設行, 竝待祭文製下擧行。 先正趙文正家, 亦有念舊錄後之命, 而反又零落, 年前賜祭, 無異委命於草莽。 念及先正, 爲之愴愍。 身故者外, 更有可爲祿仕之人於直孫乎, 亦卽訪問以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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