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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9권, 정조 18년 4월 22일 戊寅 1/1 기사 / 1794년 청 건륭(乾隆) 59년

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와 제주의 고 효자 박계곤을 특별히 정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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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吳興泰)와 제주의 고 효자 박계곤(朴繼昆)을 특별히 정려(旌閭)하였다. 제주 어사 심낙수가 별단(別單)을 올려 아뢰기를,

"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는 지난 무신년에 역적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에 의병을 일으켜 역적을 토벌하자는 격문(檄文)을 손수 초(草)하여 세 고을에 돌려 수백 인의 의병을 모아가지고 장차 배를 타고 출발하려다가 난이 평정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이내 그만두었는데, 그의 글은 충성에서 우러나온 의분이 격렬하여 말이 엄격하고 의리가 정당하였으니, 비록 그 일은 성취하지 못했지만 그 마음은 민멸되지 않았습니다. 섬 백성들의 풍속을 의당 임금을 위하고 윗사람을 위해 죽는 의리를 알도록 해야 할 것인데, 오흥태의 일에 대해서 끝내 표창한 것이 없다면 실로 결함된 전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 사람 박계곤은 효성이 뛰어났습니다. 일찍이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오다가 바다 가운데서 파선이 되어 표류하여 곧 죽게 되자 배의 널빤지에다 몇 구절의 글을 적어서 부모를 영결하고는 하늘에 빌면서 이를 밀물에 띄워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그 널빤지가 그의 아비 문전에 도착하였으므로, 그의 아비가 널빤지를 가지고 관청에 가서 알림으로써 날랜 배를 보내어 그의 시신을 싣고 돌아왔습니다. 그리하여 섬 사람들이 지금도 계곤의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박계곤에게는 홀로 된 딸이 있었는데, 그가 젊은 나이로 고통스럽게 절개 지키는 것을 가엾게 여겨 여자종 하나를 명하여 청소나 해주도록 하였습니다. 그 여자종의 이름은 고소락(高所樂)이라고 하였는데, 머리가 더부룩하여 여러 갈래로 따올렸습니다. 그 지방 속담에 머리를 따올린 것을 고소락이라고 합니다. 그 여자종은 밤낮으로 부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시집갈 나이가 되어 주인이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여자종이 사양하며 말하기를 ‘우리 주인이 몸을 지켜서 절개를 힘쓰는데, 내가 남자와 같이 살면서 그 불결한 몸으로 어떻게 감히 주인을 가까이 모실 수 있겠습니까.’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그의 뜻을 가엾게 여겨 양민(良民)을 만들어 주었으나 그래도 시집을 가지 않고 더욱 부지런히 주인을 섬김으로써 끝내 주인과 여종이 서로 의지하여 살다가 늙어 죽었습니다.

박계곤에게는 하늘을 감동시킨 효성이 있었고, 그의 딸은 열부(烈婦)였으며, 그 열부에게는 또 충비(忠婢)가 있었으니, 효와 열과 충이 서로 감응하여 한 집안에서 나온 것을 서로 전하여 기이한 일로 삼고 있습니다. 의당 그들을 정표해서 풍성(風聲)을 수립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오흥태의 나라를 위한 충의와 박계곤의 하늘을 감동시킨 효성이야말로 제주도 이북의 여러 도에서는 듣기 어려운 일인데, 흥태와 계곤을 지금까지 특별히 정표한 것이 없었으니 이는 실로 결함된 전례라 하겠다. 기이하도다! 계곤의 집안에는 또 그의 딸이 열부가 되었고 그 열부에게는 또 충성스런 여종이 있어 효와 열과 충이 한 집에 모였는데, 그의 손자 박중환(朴重煥)도 능히 할아버지의 훈계를 받아 가업을 계승하여 과거 공부를 하지 않고 병학(兵學)을 깊이 연구한다고 하니, 이 또한 한 번 거두어 녹용하기에 합당하겠다. 암행 어사로 하여금 오흥태의 정문에는 의사(義士)라 기록하고, 박계곤의 정문에는 효자 열녀(孝子烈女)라 쓰고 한 줄을 낮추어 충비(忠婢)의 이름을 써넣어주도록 하라. 그리고 또 어사로 하여금 그들의 사적에 대한 글을 각각 지어 전파해서, 그 고을 사람들이 그 정려를 지나갈 때에는 말을 탄 자는 반드시 경례를 표하게 하고 걸어가는 자들은 손으로 가리키며 경의를 표하도록 하여, 백대 후에까지 풍성을 수립하는 데에 일조가 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6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68면

원문

○戊寅/特旌旌義故學生吳興泰、濟州故孝子朴繼昆閭。 濟州御史沈樂洙進別單曰:

旌義縣故學生吳興泰, 戊申逆亂時, 手草起義討賊之檄, 傳檄三邑, 略聚累百人, 將欲發船, 而聞亂定, 旋停。 其文忠憤激烈, 辭嚴義正, 雖其事未就, 其心不泯。 島中民俗, 宜使知其親上死長之義, 而興泰事竟無表奬, 則實爲欠典。 濟州人 朴繼昆, 誠孝出天。 嘗因事上京, 船敗中洋, 漂泊將死, 就船板書數句訣父母語, 祝天而浮之潮頭。 不移時, 板到其父門前, 父持板告官, 發輕船載還, 島人至今言繼昆孝能感天。 繼昆有孀女, 悲其靑年苦節, 命一婢給灑掃。 婢名高所樂, 髮髼鬆多卷, 俚言髮卷者謂高所樂也。 婢日夜不離側。 及年長, 主欲嫁之, 婢辭曰: "吾主守身勵節, 吾與男子處不潔, 何敢昵侍?" 主憐其意許良, 亦不嫁, 服勞愈勤, 主與婢相依老死。 繼昆有通天之孝, 其女有烈婦, 烈婦又有忠婢。 孝烈忠之相感而萃於一室, 傳以爲異事。 宜有旌褒, 以樹風聲。

敎曰: "吳興泰之爲國忠義、朴繼昆之感天孝誠, 島以北諸路之所罕聞者, 而興泰、繼昆尙今無旌異, 實爲欠事。 奇哉! 繼昆之家, 又有其女之爲烈婦, 烈婦又有忠婢, 孝烈忠共萃, 而其孫重煥, 能述祖戒, 續家業, 不事科臼, 潛心兵學云者, 亦合一番收錄。 令繡衣, 就吳興泰之閭. 旌之曰: ‘義士’, 朴繼昆之閭曰 ‘孝子烈女’, 低一行, 扁以忠婢之名。 仍令繡衣, 各撰記蹟之語, 俾州人之過其閭者, 乘者必式, 行者指點, 爲百代樹風聲之一助。"

  • 【태백산사고본】 39책 39권 6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46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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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9권, 정조 18년 4월 22일 戊寅 1/1 기사 / 1794년 청 건륭(乾隆) 59년

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와 제주의 고 효자 박계곤을 특별히 정려하다

국역

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吳興泰)와 제주의 고 효자 박계곤(朴繼昆)을 특별히 정려(旌閭)하였다. 제주 어사 심낙수가 별단(別單)을 올려 아뢰기를,

"정의현의 고 학생 오흥태는 지난 무신년에 역적들이 난을 일으켰을 때에 의병을 일으켜 역적을 토벌하자는 격문(檄文)을 손수 초(草)하여 세 고을에 돌려 수백 인의 의병을 모아가지고 장차 배를 타고 출발하려다가 난이 평정되었다는 말을 듣고는 이내 그만두었는데, 그의 글은 충성에서 우러나온 의분이 격렬하여 말이 엄격하고 의리가 정당하였으니, 비록 그 일은 성취하지 못했지만 그 마음은 민멸되지 않았습니다. 섬 백성들의 풍속을 의당 임금을 위하고 윗사람을 위해 죽는 의리를 알도록 해야 할 것인데, 오흥태의 일에 대해서 끝내 표창한 것이 없다면 실로 결함된 전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주 사람 박계곤은 효성이 뛰어났습니다. 일찍이 일이 있어 서울에 올라오다가 바다 가운데서 파선이 되어 표류하여 곧 죽게 되자 배의 널빤지에다 몇 구절의 글을 적어서 부모를 영결하고는 하늘에 빌면서 이를 밀물에 띄워보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그 널빤지가 그의 아비 문전에 도착하였으므로, 그의 아비가 널빤지를 가지고 관청에 가서 알림으로써 날랜 배를 보내어 그의 시신을 싣고 돌아왔습니다. 그리하여 섬 사람들이 지금도 계곤의 효성이 하늘을 감동시킨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박계곤에게는 홀로 된 딸이 있었는데, 그가 젊은 나이로 고통스럽게 절개 지키는 것을 가엾게 여겨 여자종 하나를 명하여 청소나 해주도록 하였습니다. 그 여자종의 이름은 고소락(高所樂)이라고 하였는데, 머리가 더부룩하여 여러 갈래로 따올렸습니다. 그 지방 속담에 머리를 따올린 것을 고소락이라고 합니다. 그 여자종은 밤낮으로 부인의 곁을 떠나지 않았는데, 시집갈 나이가 되어 주인이 시집을 보내려고 하자, 여자종이 사양하며 말하기를 ‘우리 주인이 몸을 지켜서 절개를 힘쓰는데, 내가 남자와 같이 살면서 그 불결한 몸으로 어떻게 감히 주인을 가까이 모실 수 있겠습니까.’ 하였습니다. 그래서 주인이 그의 뜻을 가엾게 여겨 양민(良民)을 만들어 주었으나 그래도 시집을 가지 않고 더욱 부지런히 주인을 섬김으로써 끝내 주인과 여종이 서로 의지하여 살다가 늙어 죽었습니다.

박계곤에게는 하늘을 감동시킨 효성이 있었고, 그의 딸은 열부(烈婦)였으며, 그 열부에게는 또 충비(忠婢)가 있었으니, 효와 열과 충이 서로 감응하여 한 집안에서 나온 것을 서로 전하여 기이한 일로 삼고 있습니다. 의당 그들을 정표해서 풍성(風聲)을 수립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오흥태의 나라를 위한 충의와 박계곤의 하늘을 감동시킨 효성이야말로 제주도 이북의 여러 도에서는 듣기 어려운 일인데, 흥태와 계곤을 지금까지 특별히 정표한 것이 없었으니 이는 실로 결함된 전례라 하겠다. 기이하도다! 계곤의 집안에는 또 그의 딸이 열부가 되었고 그 열부에게는 또 충성스런 여종이 있어 효와 열과 충이 한 집에 모였는데, 그의 손자 박중환(朴重煥)도 능히 할아버지의 훈계를 받아 가업을 계승하여 과거 공부를 하지 않고 병학(兵學)을 깊이 연구한다고 하니, 이 또한 한 번 거두어 녹용하기에 합당하겠다. 암행 어사로 하여금 오흥태의 정문에는 의사(義士)라 기록하고, 박계곤의 정문에는 효자 열녀(孝子烈女)라 쓰고 한 줄을 낮추어 충비(忠婢)의 이름을 써넣어주도록 하라. 그리고 또 어사로 하여금 그들의 사적에 대한 글을 각각 지어 전파해서, 그 고을 사람들이 그 정려를 지나갈 때에는 말을 탄 자는 반드시 경례를 표하게 하고 걸어가는 자들은 손으로 가리키며 경의를 표하도록 하여, 백대 후에까지 풍성을 수립하는 데에 일조가 되도록 하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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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戊寅/特旌旌義故學生吳興泰、濟州故孝子朴繼昆閭。 濟州御史沈樂洙進別單曰:

旌義縣故學生吳興泰, 戊申逆亂時, 手草起義討賊之檄, 傳檄三邑, 略聚累百人, 將欲發船, 而聞亂定, 旋停。 其文忠憤激烈, 辭嚴義正, 雖其事未就, 其心不泯。 島中民俗, 宜使知其親上死長之義, 而興泰事竟無表奬, 則實爲欠典。 濟州人 朴繼昆, 誠孝出天。 嘗因事上京, 船敗中洋, 漂泊將死, 就船板書數句訣父母語, 祝天而浮之潮頭。 不移時, 板到其父門前, 父持板告官, 發輕船載還, 島人至今言繼昆孝能感天。 繼昆有孀女, 悲其靑年苦節, 命一婢給灑掃。 婢名高所樂, 髮髼鬆多卷, 俚言髮卷者謂高所樂也。 婢日夜不離側。 及年長, 主欲嫁之, 婢辭曰: "吾主守身勵節, 吾與男子處不潔, 何敢昵侍?" 主憐其意許良, 亦不嫁, 服勞愈勤, 主與婢相依老死。 繼昆有通天之孝, 其女有烈婦, 烈婦又有忠婢。 孝烈忠之相感而萃於一室, 傳以爲異事。 宜有旌褒, 以樹風聲。

敎曰: "吳興泰之爲國忠義、朴繼昆之感天孝誠, 島以北諸路之所罕聞者, 而興泰、繼昆尙今無旌異, 實爲欠事。 奇哉! 繼昆之家, 又有其女之爲烈婦, 烈婦又有忠婢, 孝烈忠共萃, 而其孫重煥, 能述祖戒, 續家業, 不事科臼, 潛心兵學云者, 亦合一番收錄。 令繡衣, 就吳興泰之閭. 旌之曰: ‘義士’, 朴繼昆之閭曰 ‘孝子烈女’, 低一行, 扁以忠婢之名。 仍令繡衣, 各撰記蹟之語, 俾州人之過其閭者, 乘者必式, 行者指點, 爲百代樹風聲之一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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