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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7권, 정조 17년 4월 16일 戊寅 6/6 기사 / 1793년 청 건륭(乾隆) 58년

서관의 일로 치죄를 청한 한성부 우윤 조진관의 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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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 우윤 조진관이 상소하여 말하기를,

"신의 망부(亡父)가 30년 가까이 조정에 있는 동안 한 가지 생각으로 임금을 섬겼고 진실된 마음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그 지론(持論)은 권세에 굽히지 않았고 일에 대해서는 원망과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이 크게 잘못되어 절로 중한 죄에 걸려들었으니, 우리 성상께서 정상을 통촉하시고 불쌍히 여겨 살펴주시지 않았더라면 어찌 온 집안의 도륙을 피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난 번의 은혜스런 하교는 해와 별처럼 환하여, 망부가 전관(銓官)으로 있으면서 속임을 당한 실상이 남김없이 풀렸습니다. 가슴 속의 본심을 형체 밖에 환히 드러내 주시고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의리를 판명해 주시었으니, 이는 실상 죽은 신하가 다시 태어난 날이었습니다. 생각하건대 이 세상에 잔약한 목숨을 붙이고 있는 신으로서 모자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 이 때에 당연히 어떠한 마음이었겠습니까.

서관(西關)의 일 한 가지는 신의 아비가 죄를 받은 것을 은혜로 생각하고, 헤아려 내리신 덕음(德音) 가운데 ‘그 마음을 알 수 있다.[其心可見]’는 네 글자를 늘 외면서 ‘이 말씀을 간직하고 눈을 감으니 어찌 여한이 있겠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에게는 더욱 아픈 것이 있습니다. 대체로 이 죄명이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극에 이르지는 않았었는데, 다만 신이 지난 해에 슬피 호소하면서 사정을 말씀드리기에만 급급하여 유독 이 일을 부차적인 사건으로 간주함으로 인연해서, 말씀을 명백하게 올리지 못하고 일을 미처 조목 조목 열거하지 못함으로써 끝내 자신을 변명하려던 말이 도리어 씻기 어려운 죄안이 되었습니다. 머리를 짓찧고 가슴을 도려낸들 어디에 미치겠습니까.

지난번에 어가(御駕) 앞에서 슬피 호소하여 회계(回啓)하라시는 은지(恩旨)를 입기는 하였으나 유사(有司)가 아뢰지 않음으로써 이내 사실(私室)의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이 만일 성상의 총애만을 믿고 망부의 죄를 까맣게 잊은 채 재신의 반열에 태연히 앉아 있다면 이는 바로 일개 어버이를 버린 물건일 뿐입니다. 그런데 무엇으로 핑계를 삼아 군주를 섬길 것이며 또 무슨 낯으로 지하에서 죽은 아비를 뵙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죽은 경(卿)이 을미년043) 에 전관으로 있을 때의 일은 이미 속임을 당한 실상이 환히 드러나 자상하게 해명되었고, 서관(西關)의 일은 의당 한번 공론에 부쳐야 하는데, 묘당에서 아직까지 아뢰어 조처하지 않은 것은 비록 늦어짐을 면치 못한 것이나, 경은 마음을 억제하고 공무를 수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82면

원문

○漢城右尹趙鎭寬上疏曰:

"臣亡父立朝垂三十年, 一念向上, 信心做去, 持論不撓權勢, 莅事不恤怨謗, 而事乃大謬, 自抵重究。 不有我聖上洞照而矜察, 則房門之誅剭, 焉所逃哉? 向來恩綍, 昭如日星, 當銓見誑之實, 洞釋無餘, 暴衷素於形影之表, 判義理於氷炭之間, 此實先臣再生之日也。 顧臣殘喘, 寄在穹壤, 母子相挈, 當作何心? 西事一款, 臣父以罪爲恩, 常誦酌處德音中, 其心可見四字, 以爲抱玆瞑目, 豈有餘憾, 而抑臣尤有所隱痛者。 蓋此罪名, 初不至此極, 秪緣臣昔年哀籲, 急於暴情, 獨於此, 看作第二件事, 辭未能別白, 事未及條列, 竟使自明之言, 反爲難洗之案, 破䐉刳心, 安所及哉? 向來蹕前哀訴, 得蒙回啓之恩旨, 而有司靳奏, 便作私室之故紙。 臣若徒恃寵靈, 渾忘罪累, 晏然於卿月之班, 則便一遺親之物, 何所藉手而事君, 亦何面見亡父於地下乎?

批曰: "先卿乙未間居銓事, 已燭見誑之狀, 旣備盡昭晣。 西關事, 當一付之公議。 揆地之尙不覆處, 雖未免稽滯, 卿其抑情行公。"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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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7권, 정조 17년 4월 16일 戊寅 6/6 기사 / 1793년 청 건륭(乾隆) 58년

서관의 일로 치죄를 청한 한성부 우윤 조진관의 상소

국역

한성 우윤 조진관이 상소하여 말하기를,

"신의 망부(亡父)가 30년 가까이 조정에 있는 동안 한 가지 생각으로 임금을 섬겼고 진실된 마음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그 지론(持論)은 권세에 굽히지 않았고 일에 대해서는 원망과 비난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이 크게 잘못되어 절로 중한 죄에 걸려들었으니, 우리 성상께서 정상을 통촉하시고 불쌍히 여겨 살펴주시지 않았더라면 어찌 온 집안의 도륙을 피할 수 있었겠습니까. 지난 번의 은혜스런 하교는 해와 별처럼 환하여, 망부가 전관(銓官)으로 있으면서 속임을 당한 실상이 남김없이 풀렸습니다. 가슴 속의 본심을 형체 밖에 환히 드러내 주시고 서로 용납할 수 없는 의리를 판명해 주시었으니, 이는 실상 죽은 신하가 다시 태어난 날이었습니다. 생각하건대 이 세상에 잔약한 목숨을 붙이고 있는 신으로서 모자가 서로 의지하고 있는 이 때에 당연히 어떠한 마음이었겠습니까.

서관(西關)의 일 한 가지는 신의 아비가 죄를 받은 것을 은혜로 생각하고, 헤아려 내리신 덕음(德音) 가운데 ‘그 마음을 알 수 있다.[其心可見]’는 네 글자를 늘 외면서 ‘이 말씀을 간직하고 눈을 감으니 어찌 여한이 있겠느냐.’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에게는 더욱 아픈 것이 있습니다. 대체로 이 죄명이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극에 이르지는 않았었는데, 다만 신이 지난 해에 슬피 호소하면서 사정을 말씀드리기에만 급급하여 유독 이 일을 부차적인 사건으로 간주함으로 인연해서, 말씀을 명백하게 올리지 못하고 일을 미처 조목 조목 열거하지 못함으로써 끝내 자신을 변명하려던 말이 도리어 씻기 어려운 죄안이 되었습니다. 머리를 짓찧고 가슴을 도려낸들 어디에 미치겠습니까.

지난번에 어가(御駕) 앞에서 슬피 호소하여 회계(回啓)하라시는 은지(恩旨)를 입기는 하였으나 유사(有司)가 아뢰지 않음으로써 이내 사실(私室)의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습니다. 신이 만일 성상의 총애만을 믿고 망부의 죄를 까맣게 잊은 채 재신의 반열에 태연히 앉아 있다면 이는 바로 일개 어버이를 버린 물건일 뿐입니다. 그런데 무엇으로 핑계를 삼아 군주를 섬길 것이며 또 무슨 낯으로 지하에서 죽은 아비를 뵙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죽은 경(卿)이 을미년043) 에 전관으로 있을 때의 일은 이미 속임을 당한 실상이 환히 드러나 자상하게 해명되었고, 서관(西關)의 일은 의당 한번 공론에 부쳐야 하는데, 묘당에서 아직까지 아뢰어 조처하지 않은 것은 비록 늦어짐을 면치 못한 것이나, 경은 마음을 억제하고 공무를 수행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82면

원문

○漢城右尹趙鎭寬上疏曰:

"臣亡父立朝垂三十年, 一念向上, 信心做去, 持論不撓權勢, 莅事不恤怨謗, 而事乃大謬, 自抵重究。 不有我聖上洞照而矜察, 則房門之誅剭, 焉所逃哉? 向來恩綍, 昭如日星, 當銓見誑之實, 洞釋無餘, 暴衷素於形影之表, 判義理於氷炭之間, 此實先臣再生之日也。 顧臣殘喘, 寄在穹壤, 母子相挈, 當作何心? 西事一款, 臣父以罪爲恩, 常誦酌處德音中, 其心可見四字, 以爲抱玆瞑目, 豈有餘憾, 而抑臣尤有所隱痛者。 蓋此罪名, 初不至此極, 秪緣臣昔年哀籲, 急於暴情, 獨於此, 看作第二件事, 辭未能別白, 事未及條列, 竟使自明之言, 反爲難洗之案, 破䐉刳心, 安所及哉? 向來蹕前哀訴, 得蒙回啓之恩旨, 而有司靳奏, 便作私室之故紙。 臣若徒恃寵靈, 渾忘罪累, 晏然於卿月之班, 則便一遺親之物, 何所藉手而事君, 亦何面見亡父於地下乎?

批曰: "先卿乙未間居銓事, 已燭見誑之狀, 旣備盡昭晣。 西關事, 當一付之公議。 揆地之尙不覆處, 雖未免稽滯, 卿其抑情行公。"

  • 【태백산사고본】 37책 37권 25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38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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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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