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실록36권, 정조 16년 12월 9일 癸酉 1/5 기사 /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부사직 이동욱 등이 연명하여 인의 처벌을 청하나 이동욱을 삭직하고 소를 불태우게 하다
국역
부사직 이동욱(李東郁) 등이 【우윤(右尹) 권이강(權以綱), 부사직 이방영(李邦榮)·김한동(金翰東), 부사과 이지영(李祉永)·권평(權坪)·권실(權實)·심규노(沈奎魯), 전 교리 강침(姜忱), 전 수찬 최헌중(崔獻重), 전 지평 한치응(韓致應).】 연명하여 상소하기를,
"아, 오늘의 국가는 위에 있는 군주는 외로운 상태이고 난신 역도가 아래서 횡행하여 겉으로는 비록 평온한 듯하나 숨어 있는 걱정이 금방이라도 닥칠 것만 같은데 그 근원을 캐보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일개 역적 인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괴수입니다. 아, 그는 왕실의 지친으로서 몰래 딴 생각을 품었고 반역의 정상이 여러 차례 탄로났으며 흉한 무리들이 번창하여 단서가 층층으로 드러나고 맥락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홍계능과 양해의 법을 그대로 지키면서 역적 홍국영과 덕상이 몰래 왕권을 바꿔놓을 음모를 꾸몄고, 구선복과 정후겸의 죄가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큰데도 역적 김우진과 조시위가 죽음을 각오한 당여를 맺었던 것입니다. 나아가서 후익과 김상로가 사전 준비에 힘을 다했고 광운이 설계를 짜기에 이르렀는데 그 모두가 뿌리는 역적 인이며 머리를 쓴 것도 역적 인인 것입니다. 더구나 그의 아들 담이 밤중에 지레 죽었을 때 그 진상이 이미 다 드러났는데 그의 죄안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결정이 된 것입니다. 그 밖에 그가 도성에 잠입한 것이라든지 한강의 군영(軍營)에서 독대한 것들은 또 얼마나 위급하고 불안한 때였습니까. 다행히 우리 대비께서 국가를 지키려는 성덕과 전하를 보호하려는 고심으로 십행(十行) 언문 교서를 해와 별처럼 밝게 내리셨기 때문에 나라를 위기 일발에서 구하셨습니다. 아, 저 역적 이재간은 무슨 마음을 가졌기에 감히 공공의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배척하고 몰래 흉악한 상소를 올리도록 사주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차라리 국가를 저버릴지언정 역적 괴수는 저버리지 않겠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처럼 전후로 여러 역적들이 길은 달라도 궤도는 함께 하면서 정체를 숨기고 탈을 바꿔 써왔는데, 그들은 모두 역적 인을 의지하고 그를 수중에 가지고 노는 이용물로 삼아왔습니다. 때문에 인심은 여우에 홀린 듯하고 적세는 올빼미가 날개를 펴듯 팽창하여 앞서는 해조의 당상관이 자진해서 의식을 갖추어 장례를 치러 주었는데 유수라는 자는 모른 체하고 문을 열어 역적을 놓아 주었으며, 뒤에는 윤시동이 음식과 역말을 제공하면서 역적 일행을 정중히 호송하였고, 이주국은 그들의 숙소가 마음에 걸려 제멋대로 당여를 배치하였습니다. 여기서 나라의 벼슬아치들 절반이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속에 엄청난 재화의 조짐이 잠복해 있음을 알 만합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면 얼마나 섬뜩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전하께서는 오히려 차마 못하는 마음으로 단안을 내리지 못하시고 한결같이 덮고 감싸 주기만 하여 보전 못할 은혜를 기어이 보전하려고 하고 어겨서는 안 될 법을 꼭 어기시려고 하십니다.
아, 전하의 밝고 지혜스러움으로 틀림없이 공과 사의 경계와 한(漢)과 적(賊)의 상황에 대해 통찰하고 계실 터인데 어찌하여 4백 년 종사의 소중함을 생각지 않으시고 이같은 재앙의 뿌리를 바로 지척의 거리에다 남겨두심으로써 두고 두고 걱정을 끼치려고 하십니까. 지금 전하께 은혜를 끊고 법대로 해야 한다고 하는 자들은 걸핏 주공(周公)이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목벤 일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으나 신들은 주공·관숙·채숙의 일을 가져다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관숙과 채숙의 죄는 왕실에 떠도는 말을 퍼뜨려 주공을 무고한 데 불과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주공은 일개 대신이었으니 관숙과 채숙의 죄가 너무 가볍지 않습니까. 또 주(周)나라 백성들이야 언제 오늘 같이 난역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그 뿌리와 맥락이 바로 역적 종실과 닿고 있던 자가 있었습니까. 신들은 그런 연유에서 관숙과 채숙은 오히려 베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의 역적 인은 결단코 베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하가 한 점의 의혹 없이 단안을 내리고 모두가 알도록 분발하시어 저 역적 괴수를 목 베고 신하와 백성들에게 크게 알리신다면 이는 전하가 베신 것이 아니라 바로 대비의 뜻을 받들어 벤 것이며 또 천지 귀신이 함께 죽인 것일 것입니다. 더구나 근일에 와서 사건이 거듭 발생하여 캐물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는 데도 대충대충 마무리짓고 급급하게 미봉하여 단락들이 이미 탄로되었다가 다시 흐지부지해지고 소굴들이 터져나올듯 했다가 다시 숨겨지고 말았으니 이것이야말로 오직 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는 자들이 함께 통곡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정에 가득한 벼슬아치들 중에 일찍이 한 사람의 의로운 선비도 없었던지 전하의 문 앞에서 부르짖으며 피를 뿌리고 정성을 바친 자라곤 없었으니 그들이 그러고도 과연 어물어물 재앙이나 면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보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 죄가 없겠습니까.
신들이 방금 듣건대 어제 자리에서 머리가 흰 원로 대신이 임금에게 직접 차자를 올려 역적 인의 토죄를 청하고 이어 대궐 계단에다 머리를 짖찧은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 자리에서의 말은 엄격히 비밀에 붙여져서 비록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으나 그 대신이 평소 가진 마음이 나라의 형세가 위태위태한 것을 통탄하고 온 조정이 침묵하고 있는 것을 민망히 여긴 끝에 한 목숨을 던져 국가의 역적을 토죄하려고 했던 혈성과 고충을 알 만한데 전하께서는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끝내 허락의 말씀을 아끼셨으니 난의 뿌리와 재앙의 빌미가 이로부터 제거될 날이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한 사람 역적 괴수에게 사사로움을 두기 위해 피를 뿌린 대신의 청원을 돌보지 않으시니 이 종묘 사직을 어찌하리까. 충성과 의분이 북받쳐 뜻을 같이한 자들과 함께 나와 큰소리로 호소하는 바입니다. 바라건대 깊고 멀리 헤아려 대신의 청원을 빨리 윤허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어제 대신이 직접 올린 차자와 승지에게 내린 전교가 모두 금령에 관계되는 것일 뿐이 아닌데 감히 좌지 우지하면서 북 치고 꾕과리 두들기며 혹시라도 뒤질세라 하고 있으니 행동이 두서가 없고 듣기에 놀라운 것은 물론하고라도 금령을 무엇으로 보고 하는 짓들인가. 소두(疏頭)인 행 부사직 이동욱을 우선 삭직하고 그 소는 정원에서 불태우도록 하라.
수문장이 막고 금지하는 일은 근래 와서 어떤 이유로 이미 철수해버렸다. 이 뒤로는 대관(大官)이나 소관(小官)이나를 막론하고 차자이건 상소이건 또는 공격하는 자이건 공격을 당하고 변명하는 자이건 일단 금령에 저촉되는 일이면 더욱 엄중히 금하도록 병조에 분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6면
원문
○癸酉/副司直李東郁等 【右尹權以綱、副司直李邦榮ㆍ金翰東、副司果李祉永ㆍ權坪ㆍ權實ㆍ沈奎魯、前校理姜忱、前修撰崔獻重、前持平韓致應。】 聯名疏曰:
嗚呼! 今日國家, 主勢孤於上, 亂逆橫於下, 外面雖似寧平, 隱憂如迫朝夕, 究其源而溯其本, 卽一逆䄄爲之魁耳。 噫嘻! 渠以王室至親, 陰蓄異圖, 逆節屢綻, 凶徒寔繁, 端緖層見, 條貫相連。 護法於能、量, 而逆榮、逆德售潛移之謀; 滔天於復、謙, 而逆宇、逆偉結敢死之黨。 以至於翼、魯之綢繆效力, 匡運之排布設計, 根柢則逆䄄也, 頭腦則逆䄄也。 況其子逆湛之半夜徑斃, 情跡畢露, 此已渠斷案, 而若其潛入城闉, 獨對江營, 又何等危急震盪之時也? 幸賴我慈聖以衛宗祊之聖德, 保聖躬之苦心, 十行諺敎, 昭揭日星, 奠國勢於頃刻呼吸之間, 則噫彼簡賊, 亦何心腸, 乃敢顯斥於公座, 陰嗾於凶疏者, 此豈非寧負國家, 不負賊魁之一證案耶? 惟此前後諸賊之殊塗共轍, 改頭換面, 莫不以逆䄄爲憑恃把玩之資。 故人心狐惑, 賊勢鴟張, 前而爲該堂者, 挺身擔當, 而備儀治葬, 爲居留者, 佯若不知, 而開門縱賊。 後而尹蓍東之廚傳送行, 甘心護逆, 李柱國之回戀宿處, 恣意布黨者, 此可見半國衿紳, 同然和附, 千般禍機, 伏於暗冥, 思之及此, 寧不澟然? 如是而殿下猶且含忍不斷, 一以掩護爲事, 必欲全不可全之恩, 必欲屈不可屈之法。 噫! 殿下明聖, 亦必洞察乎公私之界、漢ㆍ賊之勢, 而奈何不念四百年宗社之重, 留此禍本於肘腋咫尺之地, 以貽無窮之憂耶? 今之導殿下以割恩伸法者, 輒以周公之誅管、蔡爲辭, 而臣等則以爲周公、管、蔡之事, 猶不可援而爲比也。 夫管、蔡之罪, 不過流言王室, 構誣周公而已, 則周公一大臣也, 管、蔡之罪, 不已輕乎? 且周之黎民, 曷嘗有如今日亂逆之層生疊出, 而根因脈絡之直抵逆宗者耶? 臣等故曰: "管、蔡猶可不誅, 今曰逆䄄, 斷不可不誅也。" 今殿下廓然而斷, 赫然而奮, 誅厥逆魁, 誕告臣庶, 則此非殿下之所以誅之也, 卽奉慈旨而誅之也, 亦天地神人之所共誅之也。 況自近日, 事端重發, 究覈有階, 草草收殺, 急急彌縫, 使段絡旣綻而旋晦, 窟窟將吐而復匿, 此誠專心向國者, 所共痛哭流涕之日。 不意滿廷簪紳, 曾無一介義士, 有能叫殿下之閽, 而瀝血剖心者, 是果無依違苟免顧瞻前却之罪耶? 臣等卽伏聞, 昨日筵中, 白首元老, 袖進尺箚, 請討逆䄄, 繼而有碎首天陛之擧云。 筵說嚴秘, 雖未得詳聞, 可知此大臣之平日秉執, 痛國勢之綴旒, 悶擧朝之緘默, 效此拚一死, 討國賊血誠苦忱, 而殿下不惟不賜開納, 竟靳兪音, 亂本禍源, 自此無可除之日。 殿下雖欲私一逆魁, 不恤大僚瀝血之請, 奈宗廟社稷何? 忠憤所激, 相率同志, 疾聲呼籲。 伏乞穆然深思, 亟允大臣之請。
敎曰: "昨日大臣袖箚, 承宣筵敎, 俱不特涉禁而已, 則乃敢左之右之, 執皷把鉦, 惟恐或後然者, 擧措之顚錯、聽聞之駭惑姑無論, 視禁令爲何物乎? 疏頭行副司直李東郁爲先削職, 其疏政院焚之。 門將阻禁一事, 近於如何間, 已還收矣。 此後無論大官、小官若箚若疏, 又無論攻之者, 被攻而自明, 事涉禁令者, 申加嚴禁事, 分付兵曹。"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6면
정조실록36권, 정조 16년 12월 9일 癸酉 1/5 기사 /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부사직 이동욱 등이 연명하여 인의 처벌을 청하나 이동욱을 삭직하고 소를 불태우게 하다
국역
부사직 이동욱(李東郁) 등이 【우윤(右尹) 권이강(權以綱), 부사직 이방영(李邦榮)·김한동(金翰東), 부사과 이지영(李祉永)·권평(權坪)·권실(權實)·심규노(沈奎魯), 전 교리 강침(姜忱), 전 수찬 최헌중(崔獻重), 전 지평 한치응(韓致應).】 연명하여 상소하기를,
"아, 오늘의 국가는 위에 있는 군주는 외로운 상태이고 난신 역도가 아래서 횡행하여 겉으로는 비록 평온한 듯하나 숨어 있는 걱정이 금방이라도 닥칠 것만 같은데 그 근원을 캐보고 그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바로 일개 역적 인이 그렇게 만들고 있는 괴수입니다. 아, 그는 왕실의 지친으로서 몰래 딴 생각을 품었고 반역의 정상이 여러 차례 탄로났으며 흉한 무리들이 번창하여 단서가 층층으로 드러나고 맥락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입니다. 홍계능과 양해의 법을 그대로 지키면서 역적 홍국영과 덕상이 몰래 왕권을 바꿔놓을 음모를 꾸몄고, 구선복과 정후겸의 죄가 하늘을 업신여길 정도로 큰데도 역적 김우진과 조시위가 죽음을 각오한 당여를 맺었던 것입니다. 나아가서 후익과 김상로가 사전 준비에 힘을 다했고 광운이 설계를 짜기에 이르렀는데 그 모두가 뿌리는 역적 인이며 머리를 쓴 것도 역적 인인 것입니다. 더구나 그의 아들 담이 밤중에 지레 죽었을 때 그 진상이 이미 다 드러났는데 그의 죄안은 이미 그것만으로도 결정이 된 것입니다. 그 밖에 그가 도성에 잠입한 것이라든지 한강의 군영(軍營)에서 독대한 것들은 또 얼마나 위급하고 불안한 때였습니까. 다행히 우리 대비께서 국가를 지키려는 성덕과 전하를 보호하려는 고심으로 십행(十行) 언문 교서를 해와 별처럼 밝게 내리셨기 때문에 나라를 위기 일발에서 구하셨습니다. 아, 저 역적 이재간은 무슨 마음을 가졌기에 감히 공공의 자리에서 드러내놓고 배척하고 몰래 흉악한 상소를 올리도록 사주하였으니 이것이 바로 차라리 국가를 저버릴지언정 역적 괴수는 저버리지 않겠다는 하나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처럼 전후로 여러 역적들이 길은 달라도 궤도는 함께 하면서 정체를 숨기고 탈을 바꿔 써왔는데, 그들은 모두 역적 인을 의지하고 그를 수중에 가지고 노는 이용물로 삼아왔습니다. 때문에 인심은 여우에 홀린 듯하고 적세는 올빼미가 날개를 펴듯 팽창하여 앞서는 해조의 당상관이 자진해서 의식을 갖추어 장례를 치러 주었는데 유수라는 자는 모른 체하고 문을 열어 역적을 놓아 주었으며, 뒤에는 윤시동이 음식과 역말을 제공하면서 역적 일행을 정중히 호송하였고, 이주국은 그들의 숙소가 마음에 걸려 제멋대로 당여를 배치하였습니다. 여기서 나라의 벼슬아치들 절반이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하고 있고 우리가 모르는 속에 엄청난 재화의 조짐이 잠복해 있음을 알 만합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면 얼마나 섬뜩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전하께서는 오히려 차마 못하는 마음으로 단안을 내리지 못하시고 한결같이 덮고 감싸 주기만 하여 보전 못할 은혜를 기어이 보전하려고 하고 어겨서는 안 될 법을 꼭 어기시려고 하십니다.
아, 전하의 밝고 지혜스러움으로 틀림없이 공과 사의 경계와 한(漢)과 적(賊)의 상황에 대해 통찰하고 계실 터인데 어찌하여 4백 년 종사의 소중함을 생각지 않으시고 이같은 재앙의 뿌리를 바로 지척의 거리에다 남겨두심으로써 두고 두고 걱정을 끼치려고 하십니까. 지금 전하께 은혜를 끊고 법대로 해야 한다고 하는 자들은 걸핏 주공(周公)이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을 목벤 일을 가지고 말씀드리고 있으나 신들은 주공·관숙·채숙의 일을 가져다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관숙과 채숙의 죄는 왕실에 떠도는 말을 퍼뜨려 주공을 무고한 데 불과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주공은 일개 대신이었으니 관숙과 채숙의 죄가 너무 가볍지 않습니까. 또 주(周)나라 백성들이야 언제 오늘 같이 난역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그 뿌리와 맥락이 바로 역적 종실과 닿고 있던 자가 있었습니까. 신들은 그런 연유에서 관숙과 채숙은 오히려 베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의 역적 인은 결단코 베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전하가 한 점의 의혹 없이 단안을 내리고 모두가 알도록 분발하시어 저 역적 괴수를 목 베고 신하와 백성들에게 크게 알리신다면 이는 전하가 베신 것이 아니라 바로 대비의 뜻을 받들어 벤 것이며 또 천지 귀신이 함께 죽인 것일 것입니다. 더구나 근일에 와서 사건이 거듭 발생하여 캐물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났는 데도 대충대충 마무리짓고 급급하게 미봉하여 단락들이 이미 탄로되었다가 다시 흐지부지해지고 소굴들이 터져나올듯 했다가 다시 숨겨지고 말았으니 이것이야말로 오직 한 마음으로 나라를 위하는 자들이 함께 통곡하고 눈물을 흘려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조정에 가득한 벼슬아치들 중에 일찍이 한 사람의 의로운 선비도 없었던지 전하의 문 앞에서 부르짖으며 피를 뿌리고 정성을 바친 자라곤 없었으니 그들이 그러고도 과연 어물어물 재앙이나 면하려고 여기저기 돌아보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 죄가 없겠습니까.
신들이 방금 듣건대 어제 자리에서 머리가 흰 원로 대신이 임금에게 직접 차자를 올려 역적 인의 토죄를 청하고 이어 대궐 계단에다 머리를 짖찧은 일이 있었다 합니다. 그 자리에서의 말은 엄격히 비밀에 붙여져서 비록 자세히 들을 수는 없었으나 그 대신이 평소 가진 마음이 나라의 형세가 위태위태한 것을 통탄하고 온 조정이 침묵하고 있는 것을 민망히 여긴 끝에 한 목숨을 던져 국가의 역적을 토죄하려고 했던 혈성과 고충을 알 만한데 전하께서는 마음을 열어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아니라 끝내 허락의 말씀을 아끼셨으니 난의 뿌리와 재앙의 빌미가 이로부터 제거될 날이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한 사람 역적 괴수에게 사사로움을 두기 위해 피를 뿌린 대신의 청원을 돌보지 않으시니 이 종묘 사직을 어찌하리까. 충성과 의분이 북받쳐 뜻을 같이한 자들과 함께 나와 큰소리로 호소하는 바입니다. 바라건대 깊고 멀리 헤아려 대신의 청원을 빨리 윤허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어제 대신이 직접 올린 차자와 승지에게 내린 전교가 모두 금령에 관계되는 것일 뿐이 아닌데 감히 좌지 우지하면서 북 치고 꾕과리 두들기며 혹시라도 뒤질세라 하고 있으니 행동이 두서가 없고 듣기에 놀라운 것은 물론하고라도 금령을 무엇으로 보고 하는 짓들인가. 소두(疏頭)인 행 부사직 이동욱을 우선 삭직하고 그 소는 정원에서 불태우도록 하라.
수문장이 막고 금지하는 일은 근래 와서 어떤 이유로 이미 철수해버렸다. 이 뒤로는 대관(大官)이나 소관(小官)이나를 막론하고 차자이건 상소이건 또는 공격하는 자이건 공격을 당하고 변명하는 자이건 일단 금령에 저촉되는 일이면 더욱 엄중히 금하도록 병조에 분부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51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6면
원문
○癸酉/副司直李東郁等 【右尹權以綱、副司直李邦榮ㆍ金翰東、副司果李祉永ㆍ權坪ㆍ權實ㆍ沈奎魯、前校理姜忱、前修撰崔獻重、前持平韓致應。】 聯名疏曰:
嗚呼! 今日國家, 主勢孤於上, 亂逆橫於下, 外面雖似寧平, 隱憂如迫朝夕, 究其源而溯其本, 卽一逆䄄爲之魁耳。 噫嘻! 渠以王室至親, 陰蓄異圖, 逆節屢綻, 凶徒寔繁, 端緖層見, 條貫相連。 護法於能、量, 而逆榮、逆德售潛移之謀; 滔天於復、謙, 而逆宇、逆偉結敢死之黨。 以至於翼、魯之綢繆效力, 匡運之排布設計, 根柢則逆䄄也, 頭腦則逆䄄也。 況其子逆湛之半夜徑斃, 情跡畢露, 此已渠斷案, 而若其潛入城闉, 獨對江營, 又何等危急震盪之時也? 幸賴我慈聖以衛宗祊之聖德, 保聖躬之苦心, 十行諺敎, 昭揭日星, 奠國勢於頃刻呼吸之間, 則噫彼簡賊, 亦何心腸, 乃敢顯斥於公座, 陰嗾於凶疏者, 此豈非寧負國家, 不負賊魁之一證案耶? 惟此前後諸賊之殊塗共轍, 改頭換面, 莫不以逆䄄爲憑恃把玩之資。 故人心狐惑, 賊勢鴟張, 前而爲該堂者, 挺身擔當, 而備儀治葬, 爲居留者, 佯若不知, 而開門縱賊。 後而尹蓍東之廚傳送行, 甘心護逆, 李柱國之回戀宿處, 恣意布黨者, 此可見半國衿紳, 同然和附, 千般禍機, 伏於暗冥, 思之及此, 寧不澟然? 如是而殿下猶且含忍不斷, 一以掩護爲事, 必欲全不可全之恩, 必欲屈不可屈之法。 噫! 殿下明聖, 亦必洞察乎公私之界、漢ㆍ賊之勢, 而奈何不念四百年宗社之重, 留此禍本於肘腋咫尺之地, 以貽無窮之憂耶? 今之導殿下以割恩伸法者, 輒以周公之誅管、蔡爲辭, 而臣等則以爲周公、管、蔡之事, 猶不可援而爲比也。 夫管、蔡之罪, 不過流言王室, 構誣周公而已, 則周公一大臣也, 管、蔡之罪, 不已輕乎? 且周之黎民, 曷嘗有如今日亂逆之層生疊出, 而根因脈絡之直抵逆宗者耶? 臣等故曰: "管、蔡猶可不誅, 今曰逆䄄, 斷不可不誅也。" 今殿下廓然而斷, 赫然而奮, 誅厥逆魁, 誕告臣庶, 則此非殿下之所以誅之也, 卽奉慈旨而誅之也, 亦天地神人之所共誅之也。 況自近日, 事端重發, 究覈有階, 草草收殺, 急急彌縫, 使段絡旣綻而旋晦, 窟窟將吐而復匿, 此誠專心向國者, 所共痛哭流涕之日。 不意滿廷簪紳, 曾無一介義士, 有能叫殿下之閽, 而瀝血剖心者, 是果無依違苟免顧瞻前却之罪耶? 臣等卽伏聞, 昨日筵中, 白首元老, 袖進尺箚, 請討逆䄄, 繼而有碎首天陛之擧云。 筵說嚴秘, 雖未得詳聞, 可知此大臣之平日秉執, 痛國勢之綴旒, 悶擧朝之緘默, 效此拚一死, 討國賊血誠苦忱, 而殿下不惟不賜開納, 竟靳兪音, 亂本禍源, 自此無可除之日。 殿下雖欲私一逆魁, 不恤大僚瀝血之請, 奈宗廟社稷何? 忠憤所激, 相率同志, 疾聲呼籲。 伏乞穆然深思, 亟允大臣之請。
敎曰: "昨日大臣袖箚, 承宣筵敎, 俱不特涉禁而已, 則乃敢左之右之, 執皷把鉦, 惟恐或後然者, 擧措之顚錯、聽聞之駭惑姑無論, 視禁令爲何物乎? 疏頭行副司直李東郁爲先削職, 其疏政院焚之。 門將阻禁一事, 近於如何間, 已還收矣。 此後無論大官、小官若箚若疏, 又無論攻之者, 被攻而自明, 事涉禁令者, 申加嚴禁事, 分付兵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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