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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6권, 정조 16년 12월 4일 戊辰 2/2 기사 /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판중추부사 채제공이 신기현을 국청 심문할 것을 청하나 받아들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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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역

판중추부사 채제공이 상소하였다.

"남의 신하로서 가장 큰 죄는 임금을 저버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신 같은 자가 차마 우리 임금을 저버렸다는 것은 국가의 형정으로 보아 백 갑절도 더한 형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 분명합니다. 신이 연전에 걸려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만번이라고 꼭 죽게만 되어 있었지 살아날 길이라고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오직 우리 성상께서 마음과 힘을 다 써주시고 국법을 굽혀가시면서 구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울부짖는 것을 건져내 조정의 고굉(股肱) 자리에 발탁해 주셨습니다. 이는 실로 역사에 있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5년 동안 재상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예우가 더욱 도타와 국정을 위임하시면서는 잘 다스려 주기를 기대하셨고 서로 의지하기는 마치 물과 물고기였습니다. 등우(鄧禹)가 말한 ‘의리로는 비록 군신 사이지만 정으로는 부자와 같다.’고 한 것이 바로 신의 오늘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전하는 신을 그렇게 믿어주시는데 신이 만일 전하를 쉽게 저버린다면 이는 천지가 다하도록 끊어지지 않으리라는 하늘의 이치가 여기에서 끊어지고 만 것이니 죽이고 또 죽이더라도 어찌 그 죄가 조금이나마 속죄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전하께서는 그것이 군주를 저버린 것임을 분명히 아시고서도 군주를 저버린 데 대한 형률을 적용하지 않고 단지 삭출(削黜)하여 부처하는 정도로 약간의 책벌을 내리셨습니다. 깊은 마음을 헤아려 다시 살려주시고 또다시 죽음에서 건져주시고 하여 끝까지 돌보아주는 하늘 땅 같은 전하의 덕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숨겨만 두고 말하지 않으면 이는 전날 마음을 쏟아 그를 대우하던 본의가 아니다 싶으셔서 이에 자상한 말씀을 크게 내려 미욱함을 하나하나 자세히 깨우쳐 주셨던 것입니다. 아, 사람이 이웃 사람의 자제(子弟)에게서는 비록 과실을 발견하더라도 반드시 꾸짖으려 들지 않지만 자기 자식에게 과오가 있으면 조금도 가차없이 반드시 엄히 질책하는 법입니다. 사실 꾸짖지 않는 것은 그를 외면하는 것이고 꾸짖는 것은 지극한 정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보았을 때 신은 지극히 보잘 것 없어 우리 전하를 저버렸는데도 전하는 지극한 사랑과 성스러움으로 신 보기를 자식 같이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을 입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서해(西海)로의 귀양길을 마치 살기 좋은 고장 찾아가듯 하였는데 기전(畿甸)에서 백여 리쯤 거리에 이르렀을 때 압송해 가던 관원이 소매 속에서 밀지(密旨)를 꺼내 보고서는 귀양지를 그 곳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 육지를 얻음이요 이미 뼈만 남은 데에다 살을 붙여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죽어 장단(長湍)에 묻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이를 터인데 몇 달도 채 못 되어 완전 석방의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려졌고, 완전 석방으로도 부족하여 직첩을 돌려주었으며, 직첩을 돌려주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거두어 서용해 주었고, 거두어 서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그 날로 서추(西樞)에 다시 부록(付錄)하라는 명이 내려져 마치 조례에 따라 대신에게 당연한 예우를 하듯이 하셨습니다. 신의 생각이 어떻게 감히 거기에야 미쳤겠습니까. 황량한 집에서 서성이다가 손모아 천지에 빌며 감격의 눈물이 천 갈래로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사관이 별유(別諭)를 전해오기 두 번 세 번에 이르러 신은 이에 떨리고 두려워 마음의 안정을 잃었다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스스로 내심 말하기를, ‘전후 성상의 전교는 사실 너를 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뜻에서 하신 것이다. 지난 날 함정에 빠진 자에게 돌을 던지는 식의 상상 밖의 별의별 망측한 말들이 많이 있었으나 그것은 다 불문에 부쳐버려야지 어찌 감히 죄의식에만 푹 빠져있으면서 어쩌면 꼭 의리를 자처하는 사람처럼 하고 있을 것인가’ 하고서는 이에 병든 몸을 이끌고 밤을 무릅쓰고 길에 올라 서울 가까운 곳에 와 밤을 묵었더니 하룻밤 사이에 기식(氣息)이 차츰 소생했습니다. 도성 문 밖을 나와 보니 상서로운 구름은 예와 같이 궁궐을 싸고 있고 대비전의 종소리가 완연하였습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부모가 매우 가까이 계셔 비록 그날로 생명이 다하더라도 다시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다만 구마(狗馬) 같이 천한 몸의 병이 달로 더치고 날로 심하여져 오랜 기간을 요와 이불 속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식지만 않았을 뿐 바로 시체입니다. 그리하여 비록 머리를 조아려 사은하려고 하여도 전혀 가망이 없는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니 슬픈 눈물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신의 사사로운 입장을 말씀드린 것일 뿐이고 나라의 법으로 따져서는 군주를 저버린 죄를 사면받을 길은 끝내 없고 명령대로 즉시 거행하지 않은 벌도 늦출 수가 없는 것이기에 이에 감히 나그네 길목에서 짚자리를 깔고 피눈물로 소장을 올리는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신의 전후 죄와 잘못을 들어 엄한 벌을 내리심으로써 죄 지은 자가 요행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게 하소서.

신이 여기에서 더더욱 깊이 맺힌 원한이 또 하나 있는데 신이 만일 말하지 않고 홀연히 죽고 만다면 이는 신이 신의 마음을 스스로 밝히지 못한 것이고 전하가 전교 속에서 ‘마음을 안다. 마음을 안다.’ 하셨던 것도 장차 세상에 밝혀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 윤영희가 맨처음에 죄를 범한 것은 역적 신기현과 관계가 되어서입니다. 신이 누구보다 먼저 역적 기현을 성토한 사람으로서 송골매가 참새 쫓는 마음이야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은 더한 것입니다. 더욱이나 신이 그와는 구구한 척분(戚分) 관계였으니 그를 배척하고 인연을 끊는 데 있어 남들보다 갑절은 더했어야 했습니다. 그날 빈대 때 여러 경재(卿宰)의 마음이 바로 신의 마음이고 여러 경재의 말이 바로 신의 말이었습니다. 단지 신이 믿는 마음이 너무 지나쳐 말이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마침내 신을 의심하는 논의들이 그 자리에서 쏟아져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했듯이 신 스스로 한 짓인데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겠습니까. 마음이란 속에 있는 것이어서 지난 번에 성상께서 만약 해와 달 같은 밝으심으로 여지없이 통촉해 주시지 않았던들 신의 마음이 징토에 있어 원래 그렇게 엄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기현으로 말하면 그는 영희의 뿌리입니다. 삼가 전하의 유고를 읽었을 때 말씀하시기를 ‘임금과 정승은 일체인 것이다. 임금이 정승에 대해 혹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찌 금령에 구애받아 우물쭈물 할 것인가.’ 하셨습니다. 참 의미심장한 성인의 말씀이셨습니다. 임금이 정승에 대해 금령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면 정승도 군상에게 어찌 할 말을 못 다 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신이 이재간을 징토한 것은 그가 기현을 사주하여 흉악한 상소를 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역적들의 모의가 매우 비밀스러워 그들 속셈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인데 오늘날 기현이 왕부에 자수한 것은 기현이 한 것이 아니고 사실은 하늘이 시킨 것입니다. 왜냐하면 재간은 섬에 유배되어 있는 역적에게 또 딴 마음을 품은 자였습니다. 그가 기현을 사주했던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들과 한 데 얽혀 모의한 자가 어찌 기현 한 사람뿐이었겠습니까. 그런데도 귀신의 벌이 먼저 가해지는 바람에 그 소굴이 다 파헤쳐지지 못했던 것인데 만약 기현마저 입을 다물고 죽었더라면 흉악한 상소를 사주했던 것 이외에는 탄로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다행스럽게도 기현이 자수하여 그들 속셈을 이리 저리 캐물을 수 있는 길이 환히 열린 것인데 어찌하여 의금부가 신문할 때 문목을 따로 내지 않고 대충 대충 형신하여 빨리 끝내는 것을 위주로 해서 끝내 그 단죄가 섬에 정배하는 정도에 그치게 했단 말입니까. 그것이 어찌 섬 역적의 끝없는 흉악한 맥락을 파내는 길이겠습니까.

신이 한스럽게 여기는 것은 천도가 밝고 밝아 그로 하여금 스스로 자수하게 하였는데 사람들 하는 일이 느슨하여 끝까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게다가 또 금령(禁令) 두 글자를 두어 다시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천하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다시 바라건대 전하는 신의 말을 노망한 말이라 여기지 말으시고 크게 단안을 내려 역적 기현을 잡아들여 국청을 열고서 엄히 전말을 따져 물으심으로써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운 질서를 바루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마음은 신명(神明)의 집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훤히 알아 천지가 아무리 넓어도 한 자리나 마찬가지인 것인데 더구나 나와 경 사이이겠는가. 상전 벽해가 천백번 바뀌어도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와 같고 옛날의 경이 바로 지금의 경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따지자면 오직 마음이 있을 뿐인 것이다. 오직 그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권우와 대접도 해준 것이고 책망과 면려도 했던 것이다. 세상에 만일 눈이 밝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 경의 사이를 관찰할 때 탄탄대로는 제쳐두고 거센 파도가 이는 곳에서 둘 사이의 천심(淺深)과 성위(誠僞)를 말할 것이다. 남들이 경을 두고도 혹 그렇게 말할 것인데 더더욱 경이 나에 대해서이겠는가. 대신의 출처는 숫자나 채우는 신하들과는 같지 않다고 생각지 말라. 임금과 대신이 한 몸이 되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고 천하가 한 책상 위나 같다면 일개 선비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인데 경이 어떻게 차마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엇인가 지키겠다고 옹졸하게 굴 것인가. 보내온 소장 속의 그러저러한 말들은 너무 속된 말들로서 당당한 대방가들의 비난을 받을까 염려된다. 그리고 기현이며 영희를 차근차근 끄집어내면서 금령을 내렸던 옛날 일까지 언급했는데 그것은 더더욱 반드시 그러한 것이 아니다. 내 많은 말을 하지 않으리니 경은 모름지기 모든 것을 일소하고 즉시 마음을 바꾸어 전에 고심하고 뒤에 와서 진심을 보이는 나의 성의에 보답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3면

원문

○判中樞府事蔡濟恭上疏曰:

人臣劇罪, 無過負君, 況如臣者, 忍能負吾君, 則在國家刑政, 不可不用百倍加等之律也決矣。 念臣年前所遭罹, 有萬分必死之形, 無一條可生之路。 惟我聖上, 積費心力, 曲運造化, 拔之溝壑號呼之中, 擢以巖廊股肱之任, 此實載籍所未有所未聞之事。 五載中書, 禮遇愈篤, 委畀則期以鹽梅, 相須則便若魚水。 鄧禹所稱義雖君臣, 恩猶父子者, 正爲臣今日道也。 殿下之恃臣如此, 而臣若負殿下無難, 則是極天罔墜之理, 於是乎絶矣, 誅之殛之, 何足以少贖其罪, 而乃殿下明知其負君, 不加以負君之律, 只以削黜付處之典, 略施譴罰。 仰惟淵衷, 必以爲旣再生而又貸死, 不害爲天地終始之德。 然隱而不言, 則此非前日推心待渠之本意, 於是綸綍誕發, 牖迷至精。 噫! 人之於隣家子弟, 雖見過失, 未必訶責, 至其子有過, 必嚴其叱責, 無所假貸。 誠以不責者, 外之也, 責之者, 至情也。 以是觀之, 臣至無狀, 負我殿下, 而殿下至仁聖, 視臣如子矣。 銜恩戴榮, 赴西海如赴樂土, 行及畿甸百有餘里之地, 押官袖奉密旨, 配止於斯, 此無異於旣溺而陸矣, 旣骨而肉矣。 死埋湍山, 亦云足矣, 曾未數朔, 全釋之命, 自天有隕, 全釋之不足, 給牒之, 給牒之不足, 收敍之, 收敍之不足, 卽日西樞還付之命, 有若待大臣循例應行者然,, 臣之意想, 安敢到此? 荒店棲屑之中, 攅祝天地, 感泣千行。 不意史官, 傳宣別諭, 至再至三, 而臣於是, 戰慄悸恐, 心魂靡定, 久乃自語於心曰: "前後聖飭, 亶出玉汝于成也。 向來情外罔測之說, 落穽下石, 雖無所不至, 此則當付之無辨而已, 安敢限罪深引, 殆若處義者之爲哉?" 於是扶舁病軀, 冒夜登程, 寄宿近京之地, 一宵調將, 氣息暫蘇。 進伏都門之外, 象魏之瑞雲依然, 長樂之鐘聲宛爾, 擧首瞻望, 父母孔邇, 雖卽日滅死, 更何餘憾? 惟是狗馬賤疾, 月加日增, 長時衾褥, 分作未冷之尸, 雖欲叩謝恩命, 斷無其望, 念之及此, 悲泣難勝。 雖然, 此以臣之私情言耳, 揆以邦憲負君之罪, 終不可赦也, 慢命之誅, 又不可緩也。 玆敢席藁旅次, 泣血陳章, 伏乞聖明, 將臣前後罪戾, 嚴加威命, 俾有罪者, 無得倖逭。 臣於此尤有所萬萬冤結者, 臣若不言, 溘然而止, 則是臣不能自明臣心, 而聖敎中知其心, 知其心者, 將無以宣暴於一世矣。 噫! 尹永僖之原初負犯, 旣關驥賊, 臣以首討驥賊之人, 鸇逐之心, 有倍他人。 況臣與之有區區戚分, 則其所斥絶, 尤宜倍於他人。 伊日賓對時, 諸宰之心, 卽臣之心也; 諸宰之言, 卽臣之言也。 只緣臣信心太過, 言不暴心, 遂致疑臣之論, 迭出筵席。 《書》曰: "天作孽, 猶可逭, 自作孽, 不可逭。" 臣所自作, 尙誰怨尤? 心在內之物, 向非聖上明竝日月, 照燭無餘, 則有誰知臣心之嚴於懲討, 本自如此也。 至於驥顯, 是永僖之根也。 伏讀聖諭, 有曰君相一體也。 君之於相, 寧或有所欲言之言, 而拘於禁囁嚅也哉。 旨哉, 聖人之敎也! 君之於相, 旣不當以禁令有拘, 則相臣之於君上, 有何不可盡言之理哉? 臣之懲討在簡, 以其指嗾驥顯, 投呈凶疏, 而其時則賊謀甚秘, 猶未及顯出眞贓。 今日驥顯之自首王府, 非驥顯爲之, 實乾道使之也。 何則? 在簡卽懷二心於島逆者, 以其指嗾於驥顯, 推之其與之綢繆謀議者, 何止爲驥顯一人, 而鬼誅先及, 窩窟未破。 若使驥顯, 緘口以沒, 則其指嗾凶疏之外, 餘不可綻露。 今幸驥顯自首, 則盤問情節, 綽有其路, 而奈之何王府訊問, 不曾別出問目, 草草刑訊, 了當爲主, 畢竟勘斷, 不過海島定配而止, 此豈鉤出島逆窮凶脈絡之道哉? 臣之所恨者, 乾道昭明, 使渠自現, 而人道玩愒, 覈未到底, 從以有禁令二字, 俾不得提說, 天下寧有是耶? 更乞殿下勿以臣言爲耄, 廓揮聖斷, 拿致驥賊, 設鞫嚴覈源委, 以正君君臣臣之倫焉。

批曰: "心是神明之舍也。 故靈犀一點, 炳若照龜, 寰宇之至廣, 而便一几案間, 況予之於卿乎? 滄幻桑閱, 百闔千闢, 今予猶古予, 古卿卽今卿。 考其歸趣, 直惟曰心而已。 惟其知其心矣, 眷待緣於是, 責勉緣於是。 世若有眸明之人, 則觀予與卿之際, 捨却康衢坦逕, 當就波濤起處, 以諗其淺深誠僞。 人之覘卿, 乃或云然, 又況卿之於予乎? 莫曰大臣出處, 不似乎具臣。" 元首股肱之一體相須, 而靈犀照龜, 寰宇若几案, 則士猶爲知心, 且不惜軀, 卿忍規規於咫尺循墻之守耶? 來章中縱橫鋪張, 俗也俗也。 竊恐見譏於堂堂大方之評, 而曰驥曰僖之次第攙提, 以及乎旣設禁之曩事, 尤未必然。 予不多誥, 卿須掃千, 幡然以答予前苦後懃之誠意。"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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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36권, 정조 16년 12월 4일 戊辰 2/2 기사 /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판중추부사 채제공이 신기현을 국청 심문할 것을 청하나 받아들이지 않다

국역

판중추부사 채제공이 상소하였다.

"남의 신하로서 가장 큰 죄는 임금을 저버리는 것보다 더한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신 같은 자가 차마 우리 임금을 저버렸다는 것은 국가의 형정으로 보아 백 갑절도 더한 형률을 내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 분명합니다. 신이 연전에 걸려들었던 것을 생각하면 만번이라고 꼭 죽게만 되어 있었지 살아날 길이라고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오직 우리 성상께서 마음과 힘을 다 써주시고 국법을 굽혀가시면서 구렁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울부짖는 것을 건져내 조정의 고굉(股肱) 자리에 발탁해 주셨습니다. 이는 실로 역사에 있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일이었습니다. 5년 동안 재상 자리를 지키고 있을 때 예우가 더욱 도타와 국정을 위임하시면서는 잘 다스려 주기를 기대하셨고 서로 의지하기는 마치 물과 물고기였습니다. 등우(鄧禹)가 말한 ‘의리로는 비록 군신 사이지만 정으로는 부자와 같다.’고 한 것이 바로 신의 오늘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전하는 신을 그렇게 믿어주시는데 신이 만일 전하를 쉽게 저버린다면 이는 천지가 다하도록 끊어지지 않으리라는 하늘의 이치가 여기에서 끊어지고 만 것이니 죽이고 또 죽이더라도 어찌 그 죄가 조금이나마 속죄가 되겠습니까. 그런데 전하께서는 그것이 군주를 저버린 것임을 분명히 아시고서도 군주를 저버린 데 대한 형률을 적용하지 않고 단지 삭출(削黜)하여 부처하는 정도로 약간의 책벌을 내리셨습니다. 깊은 마음을 헤아려 다시 살려주시고 또다시 죽음에서 건져주시고 하여 끝까지 돌보아주는 하늘 땅 같은 전하의 덕에 해가 되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숨겨만 두고 말하지 않으면 이는 전날 마음을 쏟아 그를 대우하던 본의가 아니다 싶으셔서 이에 자상한 말씀을 크게 내려 미욱함을 하나하나 자세히 깨우쳐 주셨던 것입니다. 아, 사람이 이웃 사람의 자제(子弟)에게서는 비록 과실을 발견하더라도 반드시 꾸짖으려 들지 않지만 자기 자식에게 과오가 있으면 조금도 가차없이 반드시 엄히 질책하는 법입니다. 사실 꾸짖지 않는 것은 그를 외면하는 것이고 꾸짖는 것은 지극한 정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보았을 때 신은 지극히 보잘 것 없어 우리 전하를 저버렸는데도 전하는 지극한 사랑과 성스러움으로 신 보기를 자식 같이 하셨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을 입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서해(西海)로의 귀양길을 마치 살기 좋은 고장 찾아가듯 하였는데 기전(畿甸)에서 백여 리쯤 거리에 이르렀을 때 압송해 가던 관원이 소매 속에서 밀지(密旨)를 꺼내 보고서는 귀양지를 그 곳으로 정했습니다. 이는 물 속에서 허우적대다 육지를 얻음이요 이미 뼈만 남은 데에다 살을 붙여 주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죽어 장단(長湍)에 묻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이를 터인데 몇 달도 채 못 되어 완전 석방의 명령이 하늘로부터 내려졌고, 완전 석방으로도 부족하여 직첩을 돌려주었으며, 직첩을 돌려주는 것으로도 부족하여 거두어 서용해 주었고, 거두어 서용해 주는 것만으로도 부족하여 그 날로 서추(西樞)에 다시 부록(付錄)하라는 명이 내려져 마치 조례에 따라 대신에게 당연한 예우를 하듯이 하셨습니다. 신의 생각이 어떻게 감히 거기에야 미쳤겠습니까. 황량한 집에서 서성이다가 손모아 천지에 빌며 감격의 눈물이 천 갈래로 흘러내렸습니다.

그리고 뜻밖에도 사관이 별유(別諭)를 전해오기 두 번 세 번에 이르러 신은 이에 떨리고 두려워 마음의 안정을 잃었다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 스스로 내심 말하기를, ‘전후 성상의 전교는 사실 너를 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뜻에서 하신 것이다. 지난 날 함정에 빠진 자에게 돌을 던지는 식의 상상 밖의 별의별 망측한 말들이 많이 있었으나 그것은 다 불문에 부쳐버려야지 어찌 감히 죄의식에만 푹 빠져있으면서 어쩌면 꼭 의리를 자처하는 사람처럼 하고 있을 것인가’ 하고서는 이에 병든 몸을 이끌고 밤을 무릅쓰고 길에 올라 서울 가까운 곳에 와 밤을 묵었더니 하룻밤 사이에 기식(氣息)이 차츰 소생했습니다. 도성 문 밖을 나와 보니 상서로운 구름은 예와 같이 궁궐을 싸고 있고 대비전의 종소리가 완연하였습니다. 고개를 들어 멀리 바라보니 부모가 매우 가까이 계셔 비록 그날로 생명이 다하더라도 다시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다만 구마(狗馬) 같이 천한 몸의 병이 달로 더치고 날로 심하여져 오랜 기간을 요와 이불 속에서 지내고 있으므로 식지만 않았을 뿐 바로 시체입니다. 그리하여 비록 머리를 조아려 사은하려고 하여도 전혀 가망이 없는 것입니다. 생각이 이에 미치니 슬픈 눈물을 억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신의 사사로운 입장을 말씀드린 것일 뿐이고 나라의 법으로 따져서는 군주를 저버린 죄를 사면받을 길은 끝내 없고 명령대로 즉시 거행하지 않은 벌도 늦출 수가 없는 것이기에 이에 감히 나그네 길목에서 짚자리를 깔고 피눈물로 소장을 올리는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신의 전후 죄와 잘못을 들어 엄한 벌을 내리심으로써 죄 지은 자가 요행으로 빠져나가는 일이 없게 하소서.

신이 여기에서 더더욱 깊이 맺힌 원한이 또 하나 있는데 신이 만일 말하지 않고 홀연히 죽고 만다면 이는 신이 신의 마음을 스스로 밝히지 못한 것이고 전하가 전교 속에서 ‘마음을 안다. 마음을 안다.’ 하셨던 것도 장차 세상에 밝혀낼 수가 없을 것입니다. 아, 윤영희가 맨처음에 죄를 범한 것은 역적 신기현과 관계가 되어서입니다. 신이 누구보다 먼저 역적 기현을 성토한 사람으로서 송골매가 참새 쫓는 마음이야 다른 사람들보다 갑절은 더한 것입니다. 더욱이나 신이 그와는 구구한 척분(戚分) 관계였으니 그를 배척하고 인연을 끊는 데 있어 남들보다 갑절은 더했어야 했습니다. 그날 빈대 때 여러 경재(卿宰)의 마음이 바로 신의 마음이고 여러 경재의 말이 바로 신의 말이었습니다. 단지 신이 믿는 마음이 너무 지나쳐 말이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에 마침내 신을 의심하는 논의들이 그 자리에서 쏟아져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서경》에 이르기를 ‘하늘이 만든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으나 스스로 지은 재앙은 피할 길이 없다.’ 했듯이 신 스스로 한 짓인데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겠습니까. 마음이란 속에 있는 것이어서 지난 번에 성상께서 만약 해와 달 같은 밝으심으로 여지없이 통촉해 주시지 않았던들 신의 마음이 징토에 있어 원래 그렇게 엄했다는 것을 어찌 알았겠습니까. 기현으로 말하면 그는 영희의 뿌리입니다. 삼가 전하의 유고를 읽었을 때 말씀하시기를 ‘임금과 정승은 일체인 것이다. 임금이 정승에 대해 혹시라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찌 금령에 구애받아 우물쭈물 할 것인가.’ 하셨습니다. 참 의미심장한 성인의 말씀이셨습니다. 임금이 정승에 대해 금령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면 정승도 군상에게 어찌 할 말을 못 다 할 이치가 있겠습니까.

신이 이재간을 징토한 것은 그가 기현을 사주하여 흉악한 상소를 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역적들의 모의가 매우 비밀스러워 그들 속셈이 미처 드러나지 않았던 것인데 오늘날 기현이 왕부에 자수한 것은 기현이 한 것이 아니고 사실은 하늘이 시킨 것입니다. 왜냐하면 재간은 섬에 유배되어 있는 역적에게 또 딴 마음을 품은 자였습니다. 그가 기현을 사주했던 것으로 미루어 본다면 그들과 한 데 얽혀 모의한 자가 어찌 기현 한 사람뿐이었겠습니까. 그런데도 귀신의 벌이 먼저 가해지는 바람에 그 소굴이 다 파헤쳐지지 못했던 것인데 만약 기현마저 입을 다물고 죽었더라면 흉악한 상소를 사주했던 것 이외에는 탄로가 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다행스럽게도 기현이 자수하여 그들 속셈을 이리 저리 캐물을 수 있는 길이 환히 열린 것인데 어찌하여 의금부가 신문할 때 문목을 따로 내지 않고 대충 대충 형신하여 빨리 끝내는 것을 위주로 해서 끝내 그 단죄가 섬에 정배하는 정도에 그치게 했단 말입니까. 그것이 어찌 섬 역적의 끝없는 흉악한 맥락을 파내는 길이겠습니까.

신이 한스럽게 여기는 것은 천도가 밝고 밝아 그로 하여금 스스로 자수하게 하였는데 사람들 하는 일이 느슨하여 끝까지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게다가 또 금령(禁令) 두 글자를 두어 다시는 말도 꺼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천하에 이런 일이 어디 있습니까. 다시 바라건대 전하는 신의 말을 노망한 말이라 여기지 말으시고 크게 단안을 내려 역적 기현을 잡아들여 국청을 열고서 엄히 전말을 따져 물으심으로써 임금은 임금답고 신하는 신하다운 질서를 바루소서."

하니, 비답하기를,

"마음은 신명(神明)의 집인 것이다. 그러므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게 되면 서로가 서로를 훤히 알아 천지가 아무리 넓어도 한 자리나 마찬가지인 것인데 더구나 나와 경 사이이겠는가. 상전 벽해가 천백번 바뀌어도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나와 같고 옛날의 경이 바로 지금의 경인 것이다. 궁극적으로 따지자면 오직 마음이 있을 뿐인 것이다. 오직 그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권우와 대접도 해준 것이고 책망과 면려도 했던 것이다. 세상에 만일 눈이 밝은 사람이 있다면 나와 경의 사이를 관찰할 때 탄탄대로는 제쳐두고 거센 파도가 이는 곳에서 둘 사이의 천심(淺深)과 성위(誠僞)를 말할 것이다. 남들이 경을 두고도 혹 그렇게 말할 것인데 더더욱 경이 나에 대해서이겠는가. 대신의 출처는 숫자나 채우는 신하들과는 같지 않다고 생각지 말라. 임금과 대신이 한 몸이 되어 서로를 필요로 하면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통하고 천하가 한 책상 위나 같다면 일개 선비도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것인데 경이 어떻게 차마 담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무엇인가 지키겠다고 옹졸하게 굴 것인가. 보내온 소장 속의 그러저러한 말들은 너무 속된 말들로서 당당한 대방가들의 비난을 받을까 염려된다. 그리고 기현이며 영희를 차근차근 끄집어내면서 금령을 내렸던 옛날 일까지 언급했는데 그것은 더더욱 반드시 그러한 것이 아니다. 내 많은 말을 하지 않으리니 경은 모름지기 모든 것을 일소하고 즉시 마음을 바꾸어 전에 고심하고 뒤에 와서 진심을 보이는 나의 성의에 보답하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3면

원문

○判中樞府事蔡濟恭上疏曰:

人臣劇罪, 無過負君, 況如臣者, 忍能負吾君, 則在國家刑政, 不可不用百倍加等之律也決矣。 念臣年前所遭罹, 有萬分必死之形, 無一條可生之路。 惟我聖上, 積費心力, 曲運造化, 拔之溝壑號呼之中, 擢以巖廊股肱之任, 此實載籍所未有所未聞之事。 五載中書, 禮遇愈篤, 委畀則期以鹽梅, 相須則便若魚水。 鄧禹所稱義雖君臣, 恩猶父子者, 正爲臣今日道也。 殿下之恃臣如此, 而臣若負殿下無難, 則是極天罔墜之理, 於是乎絶矣, 誅之殛之, 何足以少贖其罪, 而乃殿下明知其負君, 不加以負君之律, 只以削黜付處之典, 略施譴罰。 仰惟淵衷, 必以爲旣再生而又貸死, 不害爲天地終始之德。 然隱而不言, 則此非前日推心待渠之本意, 於是綸綍誕發, 牖迷至精。 噫! 人之於隣家子弟, 雖見過失, 未必訶責, 至其子有過, 必嚴其叱責, 無所假貸。 誠以不責者, 外之也, 責之者, 至情也。 以是觀之, 臣至無狀, 負我殿下, 而殿下至仁聖, 視臣如子矣。 銜恩戴榮, 赴西海如赴樂土, 行及畿甸百有餘里之地, 押官袖奉密旨, 配止於斯, 此無異於旣溺而陸矣, 旣骨而肉矣。 死埋湍山, 亦云足矣, 曾未數朔, 全釋之命, 自天有隕, 全釋之不足, 給牒之, 給牒之不足, 收敍之, 收敍之不足, 卽日西樞還付之命, 有若待大臣循例應行者然,, 臣之意想, 安敢到此? 荒店棲屑之中, 攅祝天地, 感泣千行。 不意史官, 傳宣別諭, 至再至三, 而臣於是, 戰慄悸恐, 心魂靡定, 久乃自語於心曰: "前後聖飭, 亶出玉汝于成也。 向來情外罔測之說, 落穽下石, 雖無所不至, 此則當付之無辨而已, 安敢限罪深引, 殆若處義者之爲哉?" 於是扶舁病軀, 冒夜登程, 寄宿近京之地, 一宵調將, 氣息暫蘇。 進伏都門之外, 象魏之瑞雲依然, 長樂之鐘聲宛爾, 擧首瞻望, 父母孔邇, 雖卽日滅死, 更何餘憾? 惟是狗馬賤疾, 月加日增, 長時衾褥, 分作未冷之尸, 雖欲叩謝恩命, 斷無其望, 念之及此, 悲泣難勝。 雖然, 此以臣之私情言耳, 揆以邦憲負君之罪, 終不可赦也, 慢命之誅, 又不可緩也。 玆敢席藁旅次, 泣血陳章, 伏乞聖明, 將臣前後罪戾, 嚴加威命, 俾有罪者, 無得倖逭。 臣於此尤有所萬萬冤結者, 臣若不言, 溘然而止, 則是臣不能自明臣心, 而聖敎中知其心, 知其心者, 將無以宣暴於一世矣。 噫! 尹永僖之原初負犯, 旣關驥賊, 臣以首討驥賊之人, 鸇逐之心, 有倍他人。 況臣與之有區區戚分, 則其所斥絶, 尤宜倍於他人。 伊日賓對時, 諸宰之心, 卽臣之心也; 諸宰之言, 卽臣之言也。 只緣臣信心太過, 言不暴心, 遂致疑臣之論, 迭出筵席。 《書》曰: "天作孽, 猶可逭, 自作孽, 不可逭。" 臣所自作, 尙誰怨尤? 心在內之物, 向非聖上明竝日月, 照燭無餘, 則有誰知臣心之嚴於懲討, 本自如此也。 至於驥顯, 是永僖之根也。 伏讀聖諭, 有曰君相一體也。 君之於相, 寧或有所欲言之言, 而拘於禁囁嚅也哉。 旨哉, 聖人之敎也! 君之於相, 旣不當以禁令有拘, 則相臣之於君上, 有何不可盡言之理哉? 臣之懲討在簡, 以其指嗾驥顯, 投呈凶疏, 而其時則賊謀甚秘, 猶未及顯出眞贓。 今日驥顯之自首王府, 非驥顯爲之, 實乾道使之也。 何則? 在簡卽懷二心於島逆者, 以其指嗾於驥顯, 推之其與之綢繆謀議者, 何止爲驥顯一人, 而鬼誅先及, 窩窟未破。 若使驥顯, 緘口以沒, 則其指嗾凶疏之外, 餘不可綻露。 今幸驥顯自首, 則盤問情節, 綽有其路, 而奈之何王府訊問, 不曾別出問目, 草草刑訊, 了當爲主, 畢竟勘斷, 不過海島定配而止, 此豈鉤出島逆窮凶脈絡之道哉? 臣之所恨者, 乾道昭明, 使渠自現, 而人道玩愒, 覈未到底, 從以有禁令二字, 俾不得提說, 天下寧有是耶? 更乞殿下勿以臣言爲耄, 廓揮聖斷, 拿致驥賊, 設鞫嚴覈源委, 以正君君臣臣之倫焉。

批曰: "心是神明之舍也。 故靈犀一點, 炳若照龜, 寰宇之至廣, 而便一几案間, 況予之於卿乎? 滄幻桑閱, 百闔千闢, 今予猶古予, 古卿卽今卿。 考其歸趣, 直惟曰心而已。 惟其知其心矣, 眷待緣於是, 責勉緣於是。 世若有眸明之人, 則觀予與卿之際, 捨却康衢坦逕, 當就波濤起處, 以諗其淺深誠僞。 人之覘卿, 乃或云然, 又況卿之於予乎? 莫曰大臣出處, 不似乎具臣。" 元首股肱之一體相須, 而靈犀照龜, 寰宇若几案, 則士猶爲知心, 且不惜軀, 卿忍規規於咫尺循墻之守耶? 來章中縱橫鋪張, 俗也俗也。 竊恐見譏於堂堂大方之評, 而曰驥曰僖之次第攙提, 以及乎旣設禁之曩事, 尤未必然。 予不多誥, 卿須掃千, 幡然以答予前苦後懃之誠意。"

  • 【태백산사고본】 36책 36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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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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