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실록35권, 정조 16년 9월 11일 丁未 2/6 기사 / 1792년 청 건륭(乾隆) 57년
양주와 포천의 백성들에게 은혜를 내리다
국역
양주와 포천의 부로와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효유하였다.
"훌륭하신 우리 성조(聖祖) 광릉조(光陵朝)에서는 무(武)로 대략(大略)을 정하고 문(文)으로 태평(太平)을 이룩하시어 신공(神功)이 팔도에 입혀지고 큰 음덕이 만대에 내려졌다. 아, 창포 김치의 맛을 즐기고 서서(西序)의 홍벽(弘璧)100) 을 보매 지금도 다시 뵙는 듯한 생각이 든다. 하물며 이곳은 선비가 많이 나온 고장이며 용이 날고 봉황이 나는 듯한 모양의 길지(吉地)인데다가 한대(漢代) 왕릉(王陵)의 치중(治中)의 제도를 사용하고 주가(周家)의 무강(無疆)한 책력으로 날짜를 가린데야 말할나위가 있겠는가. 나 소자가 재계(齋戒)하고 제복(祭服)을 입은 다음 일찍 출발하여 길일에 이 능을 전배하였다. 공경히 규장(珪璋)을 받들고 몸소 분필(芬苾)101) 을 올리며 주선하고 오르내리는 즈음에 상설(象設)이 매우 가까워 마치 분명히 강림하신 듯하였다. 나 소자가 성조의 능을 뵙고 성조의 유업을 계승하여 성조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삼는 것은 오직 우리 백성을 사랑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예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양주에 이르러 수레를 멈추어 들에 머물면서 두 고을의 부로들을 불러 먼저 농사 형편을 묻고 다음에 백성의 고통을 물어서 농사를 힘써 짓는 방법을 권장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늙은이를 부양하는 어진 정치를 펴자, 몸이 굽은 늙은이나 어리석은 백성들이 서로 마주보며 기쁘게 환호하여 고하는 것이 마치 내 말을 알아듣고 느끼는 것이 있는 듯하니 백성의 뜻을 여기에서 크게 알 수 있다. 오직 내가 그 뜻을 알았으니 은혜를 베푸는 조치를 어찌 대궐로 돌아가서 내릴 필요가 있겠는가. 유생(儒生)의 시제(試製)에서는 각각 거수(居首) 1명을 뽑아 사제(賜第)하고 나머지는 회시(會試)에 응시하게 할 것이며, 무사(武士)의 시사(試射)에서는 우등한 자에게 사제하고 나머지는 회시에 응시하게 할 것이다. 70살이 넘은 조정 관원과 80살이 넘은 사서인으로서 선조(先朝) 병진년·을해년의 행행과 이번 행행을 모두 우러러 본 사람들에게는 모두 1급씩 가자(加資)할 것이며, 1백 살이 넘은 자에게는 쌀과 고기를 더 지급할 것이며, 일반 백성들에게는 한 해 동안 급복(給復)할 것이다.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환모(還耗)를 제거해 주는 실질적인 일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므로 특별히 올해의 향곡(餉穀)과 환곡(還穀)의 모곡(耗穀)을 견감시켜 줄 것이며, 전종(田種)은 마땅한 것을 헤아려 대신 수봉하게 하고 수미(收米)는 소원대로 작전(作錢)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내 들으니 대가(大駕)가 임하는 것을 행(幸)이라 하는 것은 백성들이 다행함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효유하는 것을 어찌 족히 은혜라 할 수 있겠는가. 내 생각은 옛날을 몸받고자 하는 데서 나온 것임을 보이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아, 너희 두 고을 부로와 백성들은 모두 이 뜻을 알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59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33면
원문
○諭楊州、抱川父老民人曰:
猗我聖祖光陵朝, 武定大略, 文致太平, 神功被八埏, 洪庥庇萬世。 於戲! 昌歜之嗜, 弘璧之藏, 尙有如復見之思。 況玆衣冠月出之鄕, 龍飛鳳翥之地, 用漢陵治中之制, 卜周家無疆之曆? 予小子宿齋盛服, 爰戒夙駕, 以吉日展省于是陵。 祗奉珪璋, 躬薦芬苾, 周旋登降之際, 象設孔邇, 洋洋如臨。 予小子拜聖祖之陵, 述聖祖之業, 以聖祖之心爲心者, 其惟在於愛我元元乎哉! 禮旣成將還, 至維揚, 駐駕野次, 召兩邑父老, 先詢農形, 次問民隱, 勉之以務本力作之方, 申之以惠養懷保之政, 傴僂者、褦襶者, 相顧欣告, 若有知感, 民情大可見。 惟予識意施惠之擧, 豈待回鑾? 儒生試製, 各取居首一人賜第, 餘赴會試, 武士試射, 優等賜第, 餘赴會試。 朝官之年七十, 士庶之年八十, 皆仰覩先朝丙辰、乙亥年幸行及今幸者, 幷加一資, 年過百歲人加給米肉, 民庶給復一歲, 而古今異宜, 不若除還耗之爲實事, 特蠲當年條餉穀、還穀之耗, 田種量宜代捧收米, 從願作錢。 予聞之, 駕臨曰幸云者, 民望其幸, 而倖之之謂也。 今予之諭爾等, 豈足曰惠? 欲示予意之出於體昔云爾。 咨爾兩邑父老民人, 咸須知悉。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59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33면
국역
양주와 포천의 부로와 백성들에게 다음과 같이 효유하였다.
"훌륭하신 우리 성조(聖祖) 광릉조(光陵朝)에서는 무(武)로 대략(大略)을 정하고 문(文)으로 태평(太平)을 이룩하시어 신공(神功)이 팔도에 입혀지고 큰 음덕이 만대에 내려졌다. 아, 창포 김치의 맛을 즐기고 서서(西序)의 홍벽(弘璧)100) 을 보매 지금도 다시 뵙는 듯한 생각이 든다. 하물며 이곳은 선비가 많이 나온 고장이며 용이 날고 봉황이 나는 듯한 모양의 길지(吉地)인데다가 한대(漢代) 왕릉(王陵)의 치중(治中)의 제도를 사용하고 주가(周家)의 무강(無疆)한 책력으로 날짜를 가린데야 말할나위가 있겠는가. 나 소자가 재계(齋戒)하고 제복(祭服)을 입은 다음 일찍 출발하여 길일에 이 능을 전배하였다. 공경히 규장(珪璋)을 받들고 몸소 분필(芬苾)101) 을 올리며 주선하고 오르내리는 즈음에 상설(象設)이 매우 가까워 마치 분명히 강림하신 듯하였다. 나 소자가 성조의 능을 뵙고 성조의 유업을 계승하여 성조의 마음으로 내 마음을 삼는 것은 오직 우리 백성을 사랑하는 데에 있는 것이다. 예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이 양주에 이르러 수레를 멈추어 들에 머물면서 두 고을의 부로들을 불러 먼저 농사 형편을 묻고 다음에 백성의 고통을 물어서 농사를 힘써 짓는 방법을 권장하고 어린이를 사랑하고 늙은이를 부양하는 어진 정치를 펴자, 몸이 굽은 늙은이나 어리석은 백성들이 서로 마주보며 기쁘게 환호하여 고하는 것이 마치 내 말을 알아듣고 느끼는 것이 있는 듯하니 백성의 뜻을 여기에서 크게 알 수 있다. 오직 내가 그 뜻을 알았으니 은혜를 베푸는 조치를 어찌 대궐로 돌아가서 내릴 필요가 있겠는가. 유생(儒生)의 시제(試製)에서는 각각 거수(居首) 1명을 뽑아 사제(賜第)하고 나머지는 회시(會試)에 응시하게 할 것이며, 무사(武士)의 시사(試射)에서는 우등한 자에게 사제하고 나머지는 회시에 응시하게 할 것이다. 70살이 넘은 조정 관원과 80살이 넘은 사서인으로서 선조(先朝) 병진년·을해년의 행행과 이번 행행을 모두 우러러 본 사람들에게는 모두 1급씩 가자(加資)할 것이며, 1백 살이 넘은 자에게는 쌀과 고기를 더 지급할 것이며, 일반 백성들에게는 한 해 동안 급복(給復)할 것이다. 그리고 옛날이나 지금이나 환모(還耗)를 제거해 주는 실질적인 일보다 더 좋은 것이 없으므로 특별히 올해의 향곡(餉穀)과 환곡(還穀)의 모곡(耗穀)을 견감시켜 줄 것이며, 전종(田種)은 마땅한 것을 헤아려 대신 수봉하게 하고 수미(收米)는 소원대로 작전(作錢)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내 들으니 대가(大駕)가 임하는 것을 행(幸)이라 하는 것은 백성들이 다행함을 바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 내가 너희들에게 효유하는 것을 어찌 족히 은혜라 할 수 있겠는가. 내 생각은 옛날을 몸받고자 하는 데서 나온 것임을 보이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아, 너희 두 고을 부로와 백성들은 모두 이 뜻을 알도록 하라."
- 【태백산사고본】 35책 35권 59장 A면【국편영인본】 46책 333면
원문
○諭楊州、抱川父老民人曰:
猗我聖祖光陵朝, 武定大略, 文致太平, 神功被八埏, 洪庥庇萬世。 於戲! 昌歜之嗜, 弘璧之藏, 尙有如復見之思。 況玆衣冠月出之鄕, 龍飛鳳翥之地, 用漢陵治中之制, 卜周家無疆之曆? 予小子宿齋盛服, 爰戒夙駕, 以吉日展省于是陵。 祗奉珪璋, 躬薦芬苾, 周旋登降之際, 象設孔邇, 洋洋如臨。 予小子拜聖祖之陵, 述聖祖之業, 以聖祖之心爲心者, 其惟在於愛我元元乎哉! 禮旣成將還, 至維揚, 駐駕野次, 召兩邑父老, 先詢農形, 次問民隱, 勉之以務本力作之方, 申之以惠養懷保之政, 傴僂者、褦襶者, 相顧欣告, 若有知感, 民情大可見。 惟予識意施惠之擧, 豈待回鑾? 儒生試製, 各取居首一人賜第, 餘赴會試, 武士試射, 優等賜第, 餘赴會試。 朝官之年七十, 士庶之年八十, 皆仰覩先朝丙辰、乙亥年幸行及今幸者, 幷加一資, 年過百歲人加給米肉, 民庶給復一歲, 而古今異宜, 不若除還耗之爲實事, 特蠲當年條餉穀、還穀之耗, 田種量宜代捧收米, 從願作錢。 予聞之, 駕臨曰幸云者, 民望其幸, 而倖之之謂也。 今予之諭爾等, 豈足曰惠? 欲示予意之出於體昔云爾。 咨爾兩邑父老民人, 咸須知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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