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실록26권, 정조 12년 10월 11일 己亥 2/2 기사 / 1788년 청 건륭(乾隆) 53년
경상도 경주인 권상만이 살인범으로 고발되자, 그 어미의 자살로 인해 차율로 처리시키다
국역
경상도 경주 사람 권상만(權相萬)이 살인범으로 고발되자, 그 어미 김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부르짖기를,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오직 유복자(遺腹子)만을 위해서였는데, 지금 내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권씨 집안은 망하였다. 내가 아들 대신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하겠다."
하고서 드디어 물에 빠져 죽었다. 형조가 죽은 자의 목숨을 상만의 목숨으로 변상할 것으로 논계(論啓)하니, 전교하기를,
"상만이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살인자를 죽이는 것은 왕법(王法)을 중시함이고, 열(烈)·절(節)을 드러내 장려하는 것은 천륜(天倫)을 중시함이다. 왕법은 때에 따라 재량이 있을 수 있으나 천륜은 영원히 변역될 수 없는 것이니 법은 굽힐 수 있지만 천륜은 무너뜨릴 수 없다. 권상만은 바로 유복자이다. 상만의 어미 김씨가 아들이 죽게 된 것을 가슴 아파하여 많은 사람들에 대해 맹서하고서 물로 뛰어들어 죽었으니, 그가 죽은 것은 아들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시아비를 위해 죽은 것이다. 죽음에 임해 한 한 마디 말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하였으니, 어찌 열녀(烈女)요 절부(節婦)가 아닌가. 한 사건의 범죄에 두 사람이 죽게 된 경우, 전에도 법을 굽힌 적이 있었다. 김씨 같은 열(烈)과 절(節)로도 끝내 살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들을 살려내지 못하게 된다면 천륜을 중시하는 뜻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조정이 바야흐로 천륜에 대한 교화 펴기를 서두르고 있는 때이니, 권상만을 차율(次律)로 처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2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0면
원문
○慶尙道 慶州人權相萬, 以殺人被告。 其母金, 大呼於衆曰: "吾之不死, 只爲遺腹子, 今則吾子當死, 權氏已絶。 吾當償命。" 遂溺水而死。 刑曹以相萬償命, 論, 敎曰: "相萬之償死, 不須問。 然殺人者死, 重王法; (旋)〔旌〕 奬烈節, 重天倫也。 王法有時裁酌, 天倫萬古撑亘。 法可屈, 倫不可壞。 權是遺腹子也。 權之母金, 痛子將死, 對衆誓告, 投水而死。 死之者非爲子, 爲舅死也。 臨死一言, 足令聞者隕涕, 豈非烈乎節乎! 一犯兩死, 前亦屈法。 烈如金節如金, 終不獲活其子於必難活之境, 則烏在乎重天倫也? 朝廷方急於敷倫, 權相萬, 施以次律。"
- 【태백산사고본】 26책 2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0면
정조 12년 (1788) 10월 11일
정조실록26권, 정조 12년 10월 11일 己亥 2/2 기사 / 1788년 청 건륭(乾隆) 53년
경상도 경주인 권상만이 살인범으로 고발되자, 그 어미의 자살로 인해 차율로 처리시키다
국역
경상도 경주 사람 권상만(權相萬)이 살인범으로 고발되자, 그 어미 김씨가 많은 사람들에게 큰 소리로 부르짖기를,
"내가 죽지 않은 것은 오직 유복자(遺腹子)만을 위해서였는데, 지금 내 아들이 죽게 되었으니 권씨 집안은 망하였다. 내가 아들 대신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하겠다."
하고서 드디어 물에 빠져 죽었다. 형조가 죽은 자의 목숨을 상만의 목숨으로 변상할 것으로 논계(論啓)하니, 전교하기를,
"상만이 죽은 자의 목숨을 변상해야 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살인자를 죽이는 것은 왕법(王法)을 중시함이고, 열(烈)·절(節)을 드러내 장려하는 것은 천륜(天倫)을 중시함이다. 왕법은 때에 따라 재량이 있을 수 있으나 천륜은 영원히 변역될 수 없는 것이니 법은 굽힐 수 있지만 천륜은 무너뜨릴 수 없다. 권상만은 바로 유복자이다. 상만의 어미 김씨가 아들이 죽게 된 것을 가슴 아파하여 많은 사람들에 대해 맹서하고서 물로 뛰어들어 죽었으니, 그가 죽은 것은 아들을 위해 죽은 것이 아니라 시아비를 위해 죽은 것이다. 죽음에 임해 한 한 마디 말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눈물을 흘리게 하기에 충분하였으니, 어찌 열녀(烈女)요 절부(節婦)가 아닌가. 한 사건의 범죄에 두 사람이 죽게 된 경우, 전에도 법을 굽힌 적이 있었다. 김씨 같은 열(烈)과 절(節)로도 끝내 살리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아들을 살려내지 못하게 된다면 천륜을 중시하는 뜻을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겠는가. 조정이 바야흐로 천륜에 대한 교화 펴기를 서두르고 있는 때이니, 권상만을 차율(次律)로 처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6책 2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0면
원문
○慶尙道 慶州人權相萬, 以殺人被告。 其母金, 大呼於衆曰: "吾之不死, 只爲遺腹子, 今則吾子當死, 權氏已絶。 吾當償命。" 遂溺水而死。 刑曹以相萬償命, 論, 敎曰: "相萬之償死, 不須問。 然殺人者死, 重王法; (旋)〔旌〕 奬烈節, 重天倫也。 王法有時裁酌, 天倫萬古撑亘。 法可屈, 倫不可壞。 權是遺腹子也。 權之母金, 痛子將死, 對衆誓告, 投水而死。 死之者非爲子, 爲舅死也。 臨死一言, 足令聞者隕涕, 豈非烈乎節乎! 一犯兩死, 前亦屈法。 烈如金節如金, 終不獲活其子於必難活之境, 則烏在乎重天倫也? 朝廷方急於敷倫, 權相萬, 施以次律。"
- 【태백산사고본】 26책 26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46책 10면
원본
정조 12년 (1788) 10월 1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