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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22권, 정조 10년 10월 11일 辛亥 2/9 기사 / 1786년 청 건륭(乾隆) 51년

전강에서 채제공의 일을 논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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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과 비국 당상을 불러 보고 이어 문신에게 전강(殿講)을 시행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 빈연(賓筵)에 반드시 대각의 신하를 나오게 한 것은 채제공의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서이다. 내가 채제공의 일에 대해 빨리 밝히고 싶었지만 지금 5, 6년이 되도록 모호하게 놔둔 것은 혹시라도 이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을까 염려하였기 때문인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온전히 보존해 주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대체로 징계하여 토벌하는 것은 임금을 높이고 난적을 토벌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징계하여 토벌하는 자들은 임금의 말이 소중한지는 모른 체 책임만 메꾸는 것을 급무로 삼고 있는데, 문적으로 분명하게 보일 줄을 모른 게 아니나, 엊그제 경연에서 분부한 것은 또한 마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어찌 그를 구제하기에 급급하여 흔적이 없는 말로 조정 신하들에게 장담을 하겠는가? 경연에서 하교한 지 지금 두 달이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끝이 나지 않았으니, 옛날 방만규(方萬規)의 사건이 어찌 오늘날 귀감으로 삼을 점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도를 위해서 걱정하고 개탄한 바가 있다. 김우진이 한 일은 극도로 방자하였다. 대체로 김우진이 당한 일은 세상에서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이는 마치 채제공이 벼슬을 하는 데 저지하는 것이 모두 아랫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신하들이 왜 그렇게도 심하게 윗사람을 업신여긴단 말인가? 어제 밤 도정(都政)을 열면서 거의 누각(漏刻)을 거둘 때가 되었으나, 대간의 망통(望筒)이 몇 사람이나 되는지 몰랐다. 이 때문에 수응하는데 피곤하여 지금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조 판서는 바로 옛날 내가 공부할 때 구료(舊僚)로서 본디 그가 조급하고 세상 일에 오활하다는 것을 알므로 물론 말하고 싶지 않다만, 김우진은 본디 측근의 반열에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한번 길이 막혔다고 하여 어떻게 이처럼 날뛸 수 있단 말인가? 경은 그저께의 도정을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편당을 짓는 것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임금의 벼리와 신하의 분수가 이와 같으니, 채제공의 일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니, 좌의정 이복원이 말하기를,

"이것이 모두 신의 죄이므로 감히 앞자리에 태연히 있을 수 없습니다. 물러가 처벌을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영돈녕 홍낙성도 이렇게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은 원임 대신이므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사관에게 명하여 좌의정을 들어오게 하였다. 대사헌 유언호(兪彦鎬)를 앞으로 나오게 명하고 말하기를,

"경은 본디부터 대체(大體)를 알므로 필시 나의 말을 이해할 줄로 여긴다."

하니, 유언호가 말하기를,

"《서경(書經)》에 ‘내가 죄가 있다고 하거든 그대는 죄가 없다고 말하고 내가 용서한다고 하면 그대는 용서하지 말라고 하라.’고 하였고, 또 ‘형벌을 주면서 그 죄만큼만 주어야만 형벌을 주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하께서 하신 일은 옛날 사람이 ‘용서한다고 하면 용서하지 말라고 말하라.’는 뜻에 어긋난 것 같습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은 제목을 벗어났다고 하겠다."

하였다. 유언호가 아뢰기를,

"옛날 효종 때에 김홍욱(金弘郁)의 일로 선정신 송시열(宋時烈)이 시골에서 올라와 맨 먼저 금령(禁令)을 설정한 폐단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엊그제 채제공을 절도사로 제수하실 적에 신하들로 하여금 위내(衛內)를 들어오지 못하게까지 하셨는데, 이는 진실로 성상께서 반드시 간쟁할 줄로 알았기 때문에 이처럼 지나친 일을 하신 것이므로 신들이 깜짝 놀랐던 것입니다. 오늘날은 마땅히 계사를 제기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지위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의도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앞으로 나오게 한 것은 낭패된 데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지금 경의 말을 들으니, 동문 서답을 하였다고 하겠다. 파직하겠다."

하였다. 홍낙성이 말하기를,

"대사헌이 아뢴 말은 벌 줄 것이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비록 숨김없이 말하였지만 윗사람을 모독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단 말인가?"

하자, 홍낙성이 나가서 처분을 기다리려고 하니, 임금이 중지시켰다. 조금 뒤에 이복원이 다시 들어오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인책한 바가 너무 지나치지 않았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598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원문

○召見大臣、備堂, 仍行文臣殿講。 上曰: "今日賓筵, 必備臺臣者, 欲究竟蔡濟恭事也。 予於蔡濟恭, 非不欲趁卽昭晣, 而于今五六年, 置之䵝昧之科者, 或恐因此而受傷者多。 究其本, 則出於全保之意也。 蓋懲討, 所以尊君父, 而討亂賊也。 今日之所謂懲討者, 不知王言之爲重, 而只以塞責爲急務, 非不知以文跡昭示, 而向日筵敎, 亦出於不得已也。 豈爲急於救解, 以無形跡之言, 質言於廷臣哉? 筵敎之後, 至今兩月, 尙未究竟。 在昔方萬規事, 豈非今日之所可鑑戒處乎? 且有爲世道憂慨者。 金宇鎭事, 放恣極矣。 蓋宇鎭之遭罹, 世亦不知其何如, 而此便如蔡濟恭見枳與從宦, 皆是自下擅便, 爲群臣者, 其何侮上之太甚也? 昨夜開政, 幾至撤漏, 臺諫望筒, 不知幾人。 以此疲於酬應, 尙今未得接目。 吏判則乃是甘盤故舊, 素知氣短迂滯, 固不欲言, 而金宇鎭, 則本以近列之人, 一自見枳之後, 渠安敢若是跳踉乎? 卿須看再昨政事。 今日偏黨, 胡至是也? 王綱、臣分若此, 則蔡濟恭事, 顧何足說也?" 左議政李福源曰: "莫非臣罪, 不敢晏然於前席。 退出俟勘矣。" 領敦寧洪樂性奏亦如之。 上曰: "卿則原任, 不必若是。" 命史官, 諭左相入來, 命都憲兪彦鎬進前曰: "素知大體, 想必有悟於予言矣。" 彦鎬曰: "《書》曰: ‘予曰辟, 爾惟勿辟; 予曰宥, 爾惟勿宥。’ 又曰: ‘辟而止辟乃辟。’ 殿下今日之擧, 恐違古人曰: ‘宥、勿宥之意也。’" 上曰: "卿言, 可謂題外矣。" 彦鎬曰: "在昔孝廟時, 以金弘郁事, 先正臣宋時烈, 自鄕上來, 首陳設禁之弊。 向者蔡濟恭之授閫也, 至使諸臣, 勿入衛內。 此實自上知其必有爭執, 故有此過擧, 是果臣等之愕然者。 今日則當發啓矣。" 上曰: "卿之致位至此, 意有所在, 故今筵先爲進前者, 欲使不至狼狽矣。 今聞卿言, 可謂問東答西。 罷職。" 樂性曰: "都憲所奏, 無可罪者。" 上曰: "卿言雖出於無隱, 獨不顧侮上之科乎?" 樂性將出胥命, 上止之。 已而, 福源復入。 上曰: "卿之所引, 無乃太過乎?"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598면
  • 【분류】인사-선발(選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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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22권, 정조 10년 10월 11일 辛亥 2/9 기사 / 1786년 청 건륭(乾隆) 51년

전강에서 채제공의 일을 논의하다

국역

대신과 비국 당상을 불러 보고 이어 문신에게 전강(殿講)을 시행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오늘 빈연(賓筵)에 반드시 대각의 신하를 나오게 한 것은 채제공의 일을 마무리짓기 위해서이다. 내가 채제공의 일에 대해 빨리 밝히고 싶었지만 지금 5, 6년이 되도록 모호하게 놔둔 것은 혹시라도 이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많을까 염려하였기 때문인데, 그 원인을 따져보면 온전히 보존해 주려는 뜻에서 나온 것이다. 대체로 징계하여 토벌하는 것은 임금을 높이고 난적을 토벌하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징계하여 토벌하는 자들은 임금의 말이 소중한지는 모른 체 책임만 메꾸는 것을 급무로 삼고 있는데, 문적으로 분명하게 보일 줄을 모른 게 아니나, 엊그제 경연에서 분부한 것은 또한 마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어찌 그를 구제하기에 급급하여 흔적이 없는 말로 조정 신하들에게 장담을 하겠는가? 경연에서 하교한 지 지금 두 달이 되었으나, 아직까지도 끝이 나지 않았으니, 옛날 방만규(方萬規)의 사건이 어찌 오늘날 귀감으로 삼을 점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세도를 위해서 걱정하고 개탄한 바가 있다. 김우진이 한 일은 극도로 방자하였다. 대체로 김우진이 당한 일은 세상에서도 무슨 일인지 모르는데, 이는 마치 채제공이 벼슬을 하는 데 저지하는 것이 모두 아랫사람들이 마음대로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신하들이 왜 그렇게도 심하게 윗사람을 업신여긴단 말인가? 어제 밤 도정(都政)을 열면서 거의 누각(漏刻)을 거둘 때가 되었으나, 대간의 망통(望筒)이 몇 사람이나 되는지 몰랐다. 이 때문에 수응하는데 피곤하여 지금까지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 이조 판서는 바로 옛날 내가 공부할 때 구료(舊僚)로서 본디 그가 조급하고 세상 일에 오활하다는 것을 알므로 물론 말하고 싶지 않다만, 김우진은 본디 측근의 반열에 있었던 사람이었는데 한번 길이 막혔다고 하여 어떻게 이처럼 날뛸 수 있단 말인가? 경은 그저께의 도정을 보아야 할 것이다. 오늘날 편당을 짓는 것이 어찌 이 지경에 이르렀단 말인가? 임금의 벼리와 신하의 분수가 이와 같으니, 채제공의 일쯤이야 말할 것이 있겠는가?"

하니, 좌의정 이복원이 말하기를,

"이것이 모두 신의 죄이므로 감히 앞자리에 태연히 있을 수 없습니다. 물러가 처벌을 기다리겠습니다."

하고, 영돈녕 홍낙성도 이렇게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은 원임 대신이므로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하였다. 사관에게 명하여 좌의정을 들어오게 하였다. 대사헌 유언호(兪彦鎬)를 앞으로 나오게 명하고 말하기를,

"경은 본디부터 대체(大體)를 알므로 필시 나의 말을 이해할 줄로 여긴다."

하니, 유언호가 말하기를,

"《서경(書經)》에 ‘내가 죄가 있다고 하거든 그대는 죄가 없다고 말하고 내가 용서한다고 하면 그대는 용서하지 말라고 하라.’고 하였고, 또 ‘형벌을 주면서 그 죄만큼만 주어야만 형벌을 주는 것이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전하께서 하신 일은 옛날 사람이 ‘용서한다고 하면 용서하지 말라고 말하라.’는 뜻에 어긋난 것 같습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말은 제목을 벗어났다고 하겠다."

하였다. 유언호가 아뢰기를,

"옛날 효종 때에 김홍욱(金弘郁)의 일로 선정신 송시열(宋時烈)이 시골에서 올라와 맨 먼저 금령(禁令)을 설정한 폐단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엊그제 채제공을 절도사로 제수하실 적에 신하들로 하여금 위내(衛內)를 들어오지 못하게까지 하셨는데, 이는 진실로 성상께서 반드시 간쟁할 줄로 알았기 때문에 이처럼 지나친 일을 하신 것이므로 신들이 깜짝 놀랐던 것입니다. 오늘날은 마땅히 계사를 제기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의 지위가 여기까지 이른 것은 의도가 있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자리에서 앞으로 나오게 한 것은 낭패된 데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지금 경의 말을 들으니, 동문 서답을 하였다고 하겠다. 파직하겠다."

하였다. 홍낙성이 말하기를,

"대사헌이 아뢴 말은 벌 줄 것이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비록 숨김없이 말하였지만 윗사람을 모독하는 것은 돌아보지 않는단 말인가?"

하자, 홍낙성이 나가서 처분을 기다리려고 하니, 임금이 중지시켰다. 조금 뒤에 이복원이 다시 들어오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이 인책한 바가 너무 지나치지 않았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45책 59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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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召見大臣、備堂, 仍行文臣殿講。 上曰: "今日賓筵, 必備臺臣者, 欲究竟蔡濟恭事也。 予於蔡濟恭, 非不欲趁卽昭晣, 而于今五六年, 置之䵝昧之科者, 或恐因此而受傷者多。 究其本, 則出於全保之意也。 蓋懲討, 所以尊君父, 而討亂賊也。 今日之所謂懲討者, 不知王言之爲重, 而只以塞責爲急務, 非不知以文跡昭示, 而向日筵敎, 亦出於不得已也。 豈爲急於救解, 以無形跡之言, 質言於廷臣哉? 筵敎之後, 至今兩月, 尙未究竟。 在昔方萬規事, 豈非今日之所可鑑戒處乎? 且有爲世道憂慨者。 金宇鎭事, 放恣極矣。 蓋宇鎭之遭罹, 世亦不知其何如, 而此便如蔡濟恭見枳與從宦, 皆是自下擅便, 爲群臣者, 其何侮上之太甚也? 昨夜開政, 幾至撤漏, 臺諫望筒, 不知幾人。 以此疲於酬應, 尙今未得接目。 吏判則乃是甘盤故舊, 素知氣短迂滯, 固不欲言, 而金宇鎭, 則本以近列之人, 一自見枳之後, 渠安敢若是跳踉乎? 卿須看再昨政事。 今日偏黨, 胡至是也? 王綱、臣分若此, 則蔡濟恭事, 顧何足說也?" 左議政李福源曰: "莫非臣罪, 不敢晏然於前席。 退出俟勘矣。" 領敦寧洪樂性奏亦如之。 上曰: "卿則原任, 不必若是。" 命史官, 諭左相入來, 命都憲兪彦鎬進前曰: "素知大體, 想必有悟於予言矣。" 彦鎬曰: "《書》曰: ‘予曰辟, 爾惟勿辟; 予曰宥, 爾惟勿宥。’ 又曰: ‘辟而止辟乃辟。’ 殿下今日之擧, 恐違古人曰: ‘宥、勿宥之意也。’" 上曰: "卿言, 可謂題外矣。" 彦鎬曰: "在昔孝廟時, 以金弘郁事, 先正臣宋時烈, 自鄕上來, 首陳設禁之弊。 向者蔡濟恭之授閫也, 至使諸臣, 勿入衛內。 此實自上知其必有爭執, 故有此過擧, 是果臣等之愕然者。 今日則當發啓矣。" 上曰: "卿之致位至此, 意有所在, 故今筵先爲進前者, 欲使不至狼狽矣。 今聞卿言, 可謂問東答西。 罷職。" 樂性曰: "都憲所奏, 無可罪者。" 上曰: "卿言雖出於無隱, 獨不顧侮上之科乎?" 樂性將出胥命, 上止之。 已而, 福源復入。 上曰: "卿之所引, 無乃太過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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