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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17권, 정조 8년 6월 8일 辛卯 2/2 기사 / 1784년 청 건륭(乾隆) 49년

판중추부사 서명선이 상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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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중주추부사 서명선이 상소하기를,

"신이 3년 동안 원보(元輔)로 있으면서 한번도 임금의 뜻을 선양(宣揚)하지 못해서, 시상(時象)이 어긋나고 국사(國事)가 흩어지게 된 것은 모두 신의 죄가 아님이 없습니다. 그가 이로써 부지런히 공격하여 이처럼 바로잡는 논의를 하는 것은, 참으로 정문(頂門)의 일침(一針)이 되어서 사례하기에 겨를이 없어야지 어찌 노여워하는 뜻을 두겠습니까? 신이 스스로 슬퍼하는 바가 있으니, 신의 가세(家勢)가 빈약하여 조정에 선 이래 후원(後援)이 없었으니 ‘권(權)’이란 한 글자는 아주 적절하지 못하며, 어찌 노쇠한 나이에 남의 배척을 받음이 이처럼 위태롭고 두려울 줄을 뜻하였겠습니까? 다만 대신(臺臣)은 신이 실로 그렇지 않음을 살피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대저 대각(臺閣)이 관원을 규찰함은 반드시 만 마디 말을 해서 만번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성제 명왕(聖帝明王)이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지 않음이 없는 것은, 혹 곧은 논의가 이로 말미암아서 조용해질까 염려해서입니다. 이번에 대신이 한 마디로 신을 논핵하다가 갑자기 먼 지방으로 내침을 받았는데, 설령 신이 위세를 부리고 복(福)을 누린 것이 참으로 대신의 말과 같다면 사람들이 장차 그걸 보고 경계할 것이니, 세도(世道)의 근심을 위해서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신이 거듭해서 우러러 아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직 원하건대, 일찍이 중한 감죄(勘罪)를 받아서 공의(公議)에 사례하고자 합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내가 경에게 의지하는 것이 무슨 일이며, 경이 나를 섬기는 것은 무슨 의리였던가? 《명의록(明義錄)》 한 책이 그 책이다. 강상(綱常)을 부지하고 충역(忠逆)을 바루고, 호오(好惡)를 밝히며 추향(趨向)을 정하고, 제방(堤防)을 엄히 하여 천지를 지탱하고 우주에 뻗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의금부에 보관하여 믿기를 관석 화균(關石和勻)182) 처럼 하고, 나라에 두어서 구정(九鼎)183) ·대려(大呂)보다 중하니, 이 책을 만든 것이 어찌 한갓 그것뿐이랴? 장차 그것으로 군신 상하가 이 의리를 천명해야 하기 때문에 경이 재상이 된 후에 반부(半部)를 꾸며서 전적으로 이 책에 의지하여, 일이 징토에 관계되면 경이 모두 개연하게 응낙하여 분발해 몸을 돌보지 않았으니, 이것이 어찌 경이 그 사이에 사사로이 호오(好惡)가 있어서 그랬겠는가? 다 나라와 공(公)을 위해서이지 죽음을 맹세하고 다른 것이 없었으니, 이는 부녀자와 어린이도 함께 외는 것이다. 어찌하여 못된 무리들이 나라를 희롱하여 손뼉을 치고 어금니로 씹어서 반드시 경에게 감심(甘心)하려고 한 지 오래여서, 조만간에 탄핵하는 글이 있을 것같아 내가 경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 종이 가득한 모함은 참으로 한번 웃기에도 부족하며, 내가 있는데 경을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경을 위하여 근심하기에 겨를이 없고 세도를 위해서 근심하노라. 밤에 비망기를 내렸으니, 경이 과연 자세히 알았는가 몰랐는가? 생각건대 지금은 왕강(王綱)이 떨치지 못하고 흔얼(釁孼)이 마음에 싹터서 한 부의 《명의록》을 읽어볼 여지가 없고, 조정의 형정이 공평함을 잃어서 인심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어제의 처분이 어찌 중신을 위한 것이랴! 그렇게 해서 인심을 복종시키려는 것이요 조정을 조용하게 하려는 것이니, 나의 고심을 경이 묵묵히 이해하라. 경이 연석에 나오기를 기다려서 마땅히 통유(洞諭)함이 있을 것이다. 이때가 과연 어떤 때인가? 의리를 다시 밝게 해야 하고 난적이 두려워할 줄을 알게 해야 하는데, 국가의 안위를 책임자가 경이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그렇다면 경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한결같이 자기의 염치만을 위한 것이요, 내가 돈면하는 것은 만세의 이륜(彛倫)이다. 이로써 저것에 비교해 보면 그 경중과 대소가 과연 어떠한가?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으니, 경은 모름지지 즉일로 입성하라. 상소 끝에 운운한 것은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는 도량으로 실로 매우 흠탄하는데, 경은 어찌하여 세도(世道)가 이에 이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가? 아울러서 경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하고는, 이어서 아경(亞卿)에게 명하여 전유해서 함께 들어도록 하였다.

  • [註 182] 관석 화균(關石和勻) : 1백 20근(斤)인을 유통시키고 30근인 균(鈞:勻)을 공평하게 한다는 것으로, 백성이 사용하는 저울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니, 곧 법도(法度)를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뜻임.
  • [註 183] 구정(九鼎) : 하(夏)의 우왕(禹王)이 구주(九州)에서 금을 거둬들여 주조(鑄造)한 솥·하(夏)·은(殷) 이래로 천자(天子)에게 전하여 오는 귀중한 보물임.

원문

○判中樞府事徐命善上疏曰:

臣三載元輔, 一未對揚, 時象之睽乖, 國事之泮渙, 莫非臣罪, 而彼以勤攻, 有此規正之論者, 誠爲頂門一針, 受謝之不暇, 豈或有慍怒之意哉? 臣之所自悼者則有之, 臣家世謹拙, 立朝無援, 權之一字, 太不襯着, 豈意衰朽之年, 受人詬斥, 若是之危怕哉? 特臺臣未察臣之實不然耳。 夫臺閣之紏官師, 未必萬言萬當, 而聖帝明王, 無不優容假借者, 或恐讜論由此寥寥。 今臺臣一言論臣, 而遽被荒裔之斥逐, 則設令臣作威作福, 眞如臺臣之言, 人將視以爲戒, 其爲世道之患, 當如何? 此臣所以申複仰陳者也。 惟願早被重勘, 以謝公議。

批: "以予之所以倚卿者甚事? 卿之所以事予者何義? 《明義》一書是已。 是書也扶綱常、正忠逆、明好惡、定趨向、嚴隄防、撑天地、亘宇宙, 而不泯不沫者也。 藏之王府, 信如關石和勻, 奠于邦家, 重於九鼎、大呂, 是書之作, 豈徒然哉? 將所以君臣上下, 闡明是義也。 以是卿於秉軸之後, 半部治具, 專藉是篇, 事關懲討, 則卿皆慨然應諾, 奮不顧身, 此豈卿有大好惡於其間哉? 其國耳公耳, 矢死靡他, 抑亦婦孺走卒之所共誦也。 奈彼匪類之調戲官家者, 抵掌咬牙, 必欲甘心於卿久矣, 早晩彈章, 予爲卿待之。 噫! 彼滿紙構誣, 誠不滿一哂, 惟予在, 在卿何? 予不暇爲卿憂, 而竊爲世。 道憂也夜下備忘, 卿果詳悉未? 顧今王綱不振, 釁孽萌心, 一部《明義》, 無地可讀, 而朝廷之刑政失平, 人心之去就靡泊。 昨日處分, 此豈爲重臣而然哉? 所以服人心也, 所以靖朝廷也。 予之苦心, 卿想默會, 俟卿登筵, 當有洞諭。 此果何等時也? 使義理復明, 亂賊知懼, 任國家安危之責者, 非卿伊誰? 然則卿之所以逡巡者, 一己之廉防也; 予之所以敦勉者, 萬世之彝倫也。 以此較彼, 其輕重大小, 果何如? 予不多誥, 卿須卽日入城。 至若疏末云云, 虛受之量, 實切欽歎, 而卿何不念世道至斯耶? 竝冀卿之諒之也。" 仍命亞卿傳諭偕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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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실록17권, 정조 8년 6월 8일 辛卯 2/2 기사 / 1784년 청 건륭(乾隆) 4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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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중주추부사 서명선이 상소하기를,

"신이 3년 동안 원보(元輔)로 있으면서 한번도 임금의 뜻을 선양(宣揚)하지 못해서, 시상(時象)이 어긋나고 국사(國事)가 흩어지게 된 것은 모두 신의 죄가 아님이 없습니다. 그가 이로써 부지런히 공격하여 이처럼 바로잡는 논의를 하는 것은, 참으로 정문(頂門)의 일침(一針)이 되어서 사례하기에 겨를이 없어야지 어찌 노여워하는 뜻을 두겠습니까? 신이 스스로 슬퍼하는 바가 있으니, 신의 가세(家勢)가 빈약하여 조정에 선 이래 후원(後援)이 없었으니 ‘권(權)’이란 한 글자는 아주 적절하지 못하며, 어찌 노쇠한 나이에 남의 배척을 받음이 이처럼 위태롭고 두려울 줄을 뜻하였겠습니까? 다만 대신(臺臣)은 신이 실로 그렇지 않음을 살피지 못해서 그런 것입니다. 대저 대각(臺閣)이 관원을 규찰함은 반드시 만 마디 말을 해서 만번 다 맞는 것은 아니지만, 성제 명왕(聖帝明王)이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지 않음이 없는 것은, 혹 곧은 논의가 이로 말미암아서 조용해질까 염려해서입니다. 이번에 대신이 한 마디로 신을 논핵하다가 갑자기 먼 지방으로 내침을 받았는데, 설령 신이 위세를 부리고 복(福)을 누린 것이 참으로 대신의 말과 같다면 사람들이 장차 그걸 보고 경계할 것이니, 세도(世道)의 근심을 위해서 마땅히 어떠하겠습니까? 신이 거듭해서 우러러 아뢰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직 원하건대, 일찍이 중한 감죄(勘罪)를 받아서 공의(公議)에 사례하고자 합니다."

하니, 비답하기를,

"내가 경에게 의지하는 것이 무슨 일이며, 경이 나를 섬기는 것은 무슨 의리였던가? 《명의록(明義錄)》 한 책이 그 책이다. 강상(綱常)을 부지하고 충역(忠逆)을 바루고, 호오(好惡)를 밝히며 추향(趨向)을 정하고, 제방(堤防)을 엄히 하여 천지를 지탱하고 우주에 뻗쳐서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의금부에 보관하여 믿기를 관석 화균(關石和勻)182) 처럼 하고, 나라에 두어서 구정(九鼎)183) ·대려(大呂)보다 중하니, 이 책을 만든 것이 어찌 한갓 그것뿐이랴? 장차 그것으로 군신 상하가 이 의리를 천명해야 하기 때문에 경이 재상이 된 후에 반부(半部)를 꾸며서 전적으로 이 책에 의지하여, 일이 징토에 관계되면 경이 모두 개연하게 응낙하여 분발해 몸을 돌보지 않았으니, 이것이 어찌 경이 그 사이에 사사로이 호오(好惡)가 있어서 그랬겠는가? 다 나라와 공(公)을 위해서이지 죽음을 맹세하고 다른 것이 없었으니, 이는 부녀자와 어린이도 함께 외는 것이다. 어찌하여 못된 무리들이 나라를 희롱하여 손뼉을 치고 어금니로 씹어서 반드시 경에게 감심(甘心)하려고 한 지 오래여서, 조만간에 탄핵하는 글이 있을 것같아 내가 경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아! 저 종이 가득한 모함은 참으로 한번 웃기에도 부족하며, 내가 있는데 경을 어떻게 하겠는가? 내가 경을 위하여 근심하기에 겨를이 없고 세도를 위해서 근심하노라. 밤에 비망기를 내렸으니, 경이 과연 자세히 알았는가 몰랐는가? 생각건대 지금은 왕강(王綱)이 떨치지 못하고 흔얼(釁孼)이 마음에 싹터서 한 부의 《명의록》을 읽어볼 여지가 없고, 조정의 형정이 공평함을 잃어서 인심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고 있다. 어제의 처분이 어찌 중신을 위한 것이랴! 그렇게 해서 인심을 복종시키려는 것이요 조정을 조용하게 하려는 것이니, 나의 고심을 경이 묵묵히 이해하라. 경이 연석에 나오기를 기다려서 마땅히 통유(洞諭)함이 있을 것이다. 이때가 과연 어떤 때인가? 의리를 다시 밝게 해야 하고 난적이 두려워할 줄을 알게 해야 하는데, 국가의 안위를 책임자가 경이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그렇다면 경이 머뭇거리고 있는 것은, 한결같이 자기의 염치만을 위한 것이요, 내가 돈면하는 것은 만세의 이륜(彛倫)이다. 이로써 저것에 비교해 보면 그 경중과 대소가 과연 어떠한가? 내가 많은 말을 하지 않으니, 경은 모름지지 즉일로 입성하라. 상소 끝에 운운한 것은 마음을 비우고 받아들이는 도량으로 실로 매우 흠탄하는데, 경은 어찌하여 세도(世道)가 이에 이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가? 아울러서 경이 이해하기를 바란다."

하고는, 이어서 아경(亞卿)에게 명하여 전유해서 함께 들어도록 하였다.

  • [註 182] 관석 화균(關石和勻) : 1백 20근(斤)인을 유통시키고 30근인 균(鈞:勻)을 공평하게 한다는 것으로, 백성이 사용하는 저울을 공정하게 하는 것이니, 곧 법도(法度)를 잘 지키도록 해야 한다는 뜻임.
  • [註 183] 구정(九鼎) : 하(夏)의 우왕(禹王)이 구주(九州)에서 금을 거둬들여 주조(鑄造)한 솥·하(夏)·은(殷) 이래로 천자(天子)에게 전하여 오는 귀중한 보물임.

원문

○判中樞府事徐命善上疏曰:

臣三載元輔, 一未對揚, 時象之睽乖, 國事之泮渙, 莫非臣罪, 而彼以勤攻, 有此規正之論者, 誠爲頂門一針, 受謝之不暇, 豈或有慍怒之意哉? 臣之所自悼者則有之, 臣家世謹拙, 立朝無援, 權之一字, 太不襯着, 豈意衰朽之年, 受人詬斥, 若是之危怕哉? 特臺臣未察臣之實不然耳。 夫臺閣之紏官師, 未必萬言萬當, 而聖帝明王, 無不優容假借者, 或恐讜論由此寥寥。 今臺臣一言論臣, 而遽被荒裔之斥逐, 則設令臣作威作福, 眞如臺臣之言, 人將視以爲戒, 其爲世道之患, 當如何? 此臣所以申複仰陳者也。 惟願早被重勘, 以謝公議。

批: "以予之所以倚卿者甚事? 卿之所以事予者何義? 《明義》一書是已。 是書也扶綱常、正忠逆、明好惡、定趨向、嚴隄防、撑天地、亘宇宙, 而不泯不沫者也。 藏之王府, 信如關石和勻, 奠于邦家, 重於九鼎、大呂, 是書之作, 豈徒然哉? 將所以君臣上下, 闡明是義也。 以是卿於秉軸之後, 半部治具, 專藉是篇, 事關懲討, 則卿皆慨然應諾, 奮不顧身, 此豈卿有大好惡於其間哉? 其國耳公耳, 矢死靡他, 抑亦婦孺走卒之所共誦也。 奈彼匪類之調戲官家者, 抵掌咬牙, 必欲甘心於卿久矣, 早晩彈章, 予爲卿待之。 噫! 彼滿紙構誣, 誠不滿一哂, 惟予在, 在卿何? 予不暇爲卿憂, 而竊爲世。 道憂也夜下備忘, 卿果詳悉未? 顧今王綱不振, 釁孽萌心, 一部《明義》, 無地可讀, 而朝廷之刑政失平, 人心之去就靡泊。 昨日處分, 此豈爲重臣而然哉? 所以服人心也, 所以靖朝廷也。 予之苦心, 卿想默會, 俟卿登筵, 當有洞諭。 此果何等時也? 使義理復明, 亂賊知懼, 任國家安危之責者, 非卿伊誰? 然則卿之所以逡巡者, 一己之廉防也; 予之所以敦勉者, 萬世之彝倫也。 以此較彼, 其輕重大小, 果何如? 予不多誥, 卿須卽日入城。 至若疏末云云, 虛受之量, 實切欽歎, 而卿何不念世道至斯耶? 竝冀卿之諒之也。" 仍命亞卿傳諭偕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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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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