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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14권, 영조 46년 2월 8일 乙卯 1/2 기사 / 1770년 청 건륭(乾隆) 35년

근정전 옛터에서 대신들에게 경계하는 뜻의 글을 지어 하교하다

국역

임금이 영희전(永禧殿)에 나아가 전배(展拜)하였는데, 왕세손이 뒤를 배행(陪行)하였다. 회가(回駕) 때에 저경궁(儲慶宮)에 전배하고 이어 경복궁(景福宮)의 근정전(勤政殿) 옛터에 나아가 임금이 손수 글을 지어 하교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아! 부덕하고 무능한 사람으로서 왕위에 오른 지 46년에 나이도 77세이다. 무슨 일을 계술(繼述)하였으며, 무슨 일을 천양(闡揚)하였겠는가? 아! 국초(國初) 홍무(洪武)임신년070) 에 황명(皇命)을 받아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성자 신손(聖子神孫)이 대대로 이어와서 지금 이미 3백 79년이 되었으니, 아! 성대하다. 부덕하고 무능한 사람에게 이르러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이 조심하고 있다. 아! 세도(世道)가 이러하고 국세(國勢)는 이러하며, 우리 백성도 이러하고 인심도 이러한데, 이중에 한가지만이라도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청구(靑丘)071) 에 서로 의지함이 오직 할아비와 어린 손자뿐인데, 그 할아비는 더욱 노쇠하고 그 손자는 어린 나이이니, 한밤에 일어나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오늘 대소 신료(大小臣僚)들은 이를 생각한다면 어찌 경계가 되고 두려운 생각이 없겠는가? 한갓 그러할 뿐만 아니라 은밀한 곳에서 강구하는 것은 곧 부황(浮荒)한 말이요, 붓[筆]을 찾아 남을 모함하는 것도 역시 벼슬길을 위한 조급한 경쟁이다. 시험삼아 주(周)나라를 들어서 말한다면 덕(德)을 쌓은 지 1천여 년에 문왕(文王)이 비로소 천명(天命)을 받아 8백 년 기업(基業)을 이루었으나, 그 말기(末期)에 와서는 시들고 허약한 탄식을 어찌 이루 말하겠는가?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망할까 망할까 하여 무더기로 난 뽕나무에 매듯 한다.072) [其亡其亡 繫于苞桑]’고 하였다. 나는 비록 부덕하나 이러한 마음을 밤낮으로 감히 늦추지 않는다. 아! 오늘의 대소 신료들도 역시 이 하교를 본받고 있는가? 손자는 그 할아비를 의지하고 할아비는 그 손자를 의지하며 앞에 앉고 뒤에서 시중들고 있다. 구궐(舊闕)의 터에서 널리 효유(曉諭)하니, 열성조(列聖祖)께서 위에서 굽어보시고 많은 백성들이 아래에서 모두 듣고 있다. 옛 습성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만약 효과가 있다면 하늘에 계신 선조(先祖)께서 아마도 반드시 기뻐하면서 ‘후손(後孫)이 있구나.’ 하실 것이며, 부덕한 나도 내세울 말이 있어, ‘어진 신하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같이 이 효유를 들어 이 효유에 어김이 없게 하라."

하고, 이어 유신(儒臣)에게 하교를 선포하고 나서 정부(政府)에 간직해 두도록 명하였다. 또 조신(朝臣)의 나이 80, 사서인(士庶人)의 나이 90 이상인 자에게 특별히 한 자급(資級)을 올리라고 명하였다. 지나는 길에 편집청(編輯廳)에 들렀고, 회가(回駕)할 때에 표신(標信)을 내려 어가(御駕) 앞뒤 금군(禁軍)의 해엄(解嚴)073) 을 명하였다. 선전관(宣傳官) 김처승(金處升)이 도감군(都監軍)에게 그릇 전하니, 훈련 대장 구선행(具善行)이 곧 해엄하도록 하였다가 도로 그 그릇됨을 깨닫고, 초기(草記)074) 로 김처응에게 죄주기를 청하였다. 임금이 노하여 김처승에게 곤장(棍杖)을 가하여 태거(汰去)시키라 명하고, 하교하기를 "구선행이 한편으로 명금(鳴金)075) 을 하고, 한편으로 초기를 함은 일이 매우 모순된다."

하고, 잡아들여 그 직(職)을 파면하라 명하고, 금위 대장 이장오(李章吾)를 후임으로 삼았으며, 구선행은 금위 대장으로 삼았다.

  • [註 070] 임신년 : 1392 태조 원년.
  • [註 071] 청구(靑丘) : 우리 나라의 딴 이름.
  • [註 072] 망할까 망할까 하여 무더기로 난 뽕나무에 매듯 한다. : 《주역(周易)》 비괘(否卦)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언제나 비운(否運)이 다시 이르러 망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면서 단단한 뽕나무에 잡아매듯 미리 철저한 대비를 한다는 경계임.
  • [註 073] 해엄(解嚴) : 엄(嚴)은 경계 태세의 발령을 뜻하는 말로, 나라의 큰 의식이나 행사에 임금이 거둥할 때 이에 참여하는 관원이나 시위 군사에게 준비를 서두르도록 북을 쳐 알리는 일인데, 이를 해제하는 것을 말함.
  • [註 074] 초기(草記) : 상주문(上奏文)의 하나. 중앙 관서에서 정무상 그리 중요하지 아니한 사항을 간단하게 요지만을 적어 상주하는 문서.
  • [註 075] 명금(鳴金) : 바라를 쳐서 해엄(解嚴)을 알리는 일.

원문

○乙卯/上詣永禧殿展拜, 王世孫陪後。 回駕時, 展拜儲慶宮, 仍詣景福宮, 御勤政殿舊基。 上親製文以敎, 略曰: "嗚呼! 以否德無能, 臨御旣四十六載, 年亦七十七歲。 何事繼述, 何事揄揚? 嗚呼! 國初洪武壬申, 受皇命定都漢陽, 聖繼神承, 今已三百七十九年, 猗歟盛哉! 至于否德無能, 如履薄氷。 而噫世道若此, 國勢若此, 吾民若此, 人心若此, 有一於此其難其難。 況靑丘相依, 惟祖若孫, 而其祖益衰, 其孫沖年, 中夜興思, 可謂懍然。 今日大小臣工, 若念此, 豈不警惕? 而非徒不然, 暗室講究, 卽浮囂索筆, 陷人亦躁競。 試以周言之, 積德千有餘年, 文王始受命, 乃成八百年基業, 而及其末, 委靡之歎, 可勝言哉? 《羲經》云, ‘其亡其亡, 繫于苞桑。’ 予雖否德, 此心夙宵不敢弛。 吁嗟今日大小臣工, 亦體此敎否? 依孫其祖, 依祖其孫, 前坐後侍。 廣諭舊闕之基, 列祖監臨于上, 萬姓咸聽于下。 快滌舊習, 其若有效, 陟降想必欣豫, 而曰有後昆, 涼德其亦有辭, 而仰籲有臣矣。 咸聽此諭, 莫替此諭。" 仍命儒臣宣敎訖, 藏之政府, 又命朝臣年八十, 士庶年九十以上者, 特加一資。 歷臨編輯廳, 回駕時, 下標信, 命駕前後禁軍解嚴。 宣傳官金處升, 誤傳都監軍, 訓鍊大將具善行, 卽令解嚴, 旋覺其誤, 草記請處升罪。 上怒, 命棍汰處升, 敎曰: "善行之一邊鳴金, 一邊草記, 事極矛盾。" 命拿入, 罷其職, 以禁將李章吾代之, 具善復爲禁衛大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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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14권, 영조 46년 2월 8일 乙卯 1/2 기사 / 1770년 청 건륭(乾隆) 35년

근정전 옛터에서 대신들에게 경계하는 뜻의 글을 지어 하교하다

국역

임금이 영희전(永禧殿)에 나아가 전배(展拜)하였는데, 왕세손이 뒤를 배행(陪行)하였다. 회가(回駕) 때에 저경궁(儲慶宮)에 전배하고 이어 경복궁(景福宮)의 근정전(勤政殿) 옛터에 나아가 임금이 손수 글을 지어 하교하였는데, 대략 이르기를,

"아! 부덕하고 무능한 사람으로서 왕위에 오른 지 46년에 나이도 77세이다. 무슨 일을 계술(繼述)하였으며, 무슨 일을 천양(闡揚)하였겠는가? 아! 국초(國初) 홍무(洪武)임신년070) 에 황명(皇命)을 받아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성자 신손(聖子神孫)이 대대로 이어와서 지금 이미 3백 79년이 되었으니, 아! 성대하다. 부덕하고 무능한 사람에게 이르러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이 조심하고 있다. 아! 세도(世道)가 이러하고 국세(國勢)는 이러하며, 우리 백성도 이러하고 인심도 이러한데, 이중에 한가지만이라도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청구(靑丘)071) 에 서로 의지함이 오직 할아비와 어린 손자뿐인데, 그 할아비는 더욱 노쇠하고 그 손자는 어린 나이이니, 한밤에 일어나 생각하면 두려운 생각이 든다. 오늘 대소 신료(大小臣僚)들은 이를 생각한다면 어찌 경계가 되고 두려운 생각이 없겠는가? 한갓 그러할 뿐만 아니라 은밀한 곳에서 강구하는 것은 곧 부황(浮荒)한 말이요, 붓[筆]을 찾아 남을 모함하는 것도 역시 벼슬길을 위한 조급한 경쟁이다. 시험삼아 주(周)나라를 들어서 말한다면 덕(德)을 쌓은 지 1천여 년에 문왕(文王)이 비로소 천명(天命)을 받아 8백 년 기업(基業)을 이루었으나, 그 말기(末期)에 와서는 시들고 허약한 탄식을 어찌 이루 말하겠는가? 《역경(易經)》에 이르기를, ‘망할까 망할까 하여 무더기로 난 뽕나무에 매듯 한다.072) [其亡其亡 繫于苞桑]’고 하였다. 나는 비록 부덕하나 이러한 마음을 밤낮으로 감히 늦추지 않는다. 아! 오늘의 대소 신료들도 역시 이 하교를 본받고 있는가? 손자는 그 할아비를 의지하고 할아비는 그 손자를 의지하며 앞에 앉고 뒤에서 시중들고 있다. 구궐(舊闕)의 터에서 널리 효유(曉諭)하니, 열성조(列聖祖)께서 위에서 굽어보시고 많은 백성들이 아래에서 모두 듣고 있다. 옛 습성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만약 효과가 있다면 하늘에 계신 선조(先祖)께서 아마도 반드시 기뻐하면서 ‘후손(後孫)이 있구나.’ 하실 것이며, 부덕한 나도 내세울 말이 있어, ‘어진 신하가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같이 이 효유를 들어 이 효유에 어김이 없게 하라."

하고, 이어 유신(儒臣)에게 하교를 선포하고 나서 정부(政府)에 간직해 두도록 명하였다. 또 조신(朝臣)의 나이 80, 사서인(士庶人)의 나이 90 이상인 자에게 특별히 한 자급(資級)을 올리라고 명하였다. 지나는 길에 편집청(編輯廳)에 들렀고, 회가(回駕)할 때에 표신(標信)을 내려 어가(御駕) 앞뒤 금군(禁軍)의 해엄(解嚴)073) 을 명하였다. 선전관(宣傳官) 김처승(金處升)이 도감군(都監軍)에게 그릇 전하니, 훈련 대장 구선행(具善行)이 곧 해엄하도록 하였다가 도로 그 그릇됨을 깨닫고, 초기(草記)074) 로 김처응에게 죄주기를 청하였다. 임금이 노하여 김처승에게 곤장(棍杖)을 가하여 태거(汰去)시키라 명하고, 하교하기를 "구선행이 한편으로 명금(鳴金)075) 을 하고, 한편으로 초기를 함은 일이 매우 모순된다."

하고, 잡아들여 그 직(職)을 파면하라 명하고, 금위 대장 이장오(李章吾)를 후임으로 삼았으며, 구선행은 금위 대장으로 삼았다.

  • [註 070] 임신년 : 1392 태조 원년.
  • [註 071] 청구(靑丘) : 우리 나라의 딴 이름.
  • [註 072] 망할까 망할까 하여 무더기로 난 뽕나무에 매듯 한다. : 《주역(周易)》 비괘(否卦)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언제나 비운(否運)이 다시 이르러 망하지나 않을까 염려하면서 단단한 뽕나무에 잡아매듯 미리 철저한 대비를 한다는 경계임.
  • [註 073] 해엄(解嚴) : 엄(嚴)은 경계 태세의 발령을 뜻하는 말로, 나라의 큰 의식이나 행사에 임금이 거둥할 때 이에 참여하는 관원이나 시위 군사에게 준비를 서두르도록 북을 쳐 알리는 일인데, 이를 해제하는 것을 말함.
  • [註 074] 초기(草記) : 상주문(上奏文)의 하나. 중앙 관서에서 정무상 그리 중요하지 아니한 사항을 간단하게 요지만을 적어 상주하는 문서.
  • [註 075] 명금(鳴金) : 바라를 쳐서 해엄(解嚴)을 알리는 일.

원문

○乙卯/上詣永禧殿展拜, 王世孫陪後。 回駕時, 展拜儲慶宮, 仍詣景福宮, 御勤政殿舊基。 上親製文以敎, 略曰: "嗚呼! 以否德無能, 臨御旣四十六載, 年亦七十七歲。 何事繼述, 何事揄揚? 嗚呼! 國初洪武壬申, 受皇命定都漢陽, 聖繼神承, 今已三百七十九年, 猗歟盛哉! 至于否德無能, 如履薄氷。 而噫世道若此, 國勢若此, 吾民若此, 人心若此, 有一於此其難其難。 況靑丘相依, 惟祖若孫, 而其祖益衰, 其孫沖年, 中夜興思, 可謂懍然。 今日大小臣工, 若念此, 豈不警惕? 而非徒不然, 暗室講究, 卽浮囂索筆, 陷人亦躁競。 試以周言之, 積德千有餘年, 文王始受命, 乃成八百年基業, 而及其末, 委靡之歎, 可勝言哉? 《羲經》云, ‘其亡其亡, 繫于苞桑。’ 予雖否德, 此心夙宵不敢弛。 吁嗟今日大小臣工, 亦體此敎否? 依孫其祖, 依祖其孫, 前坐後侍。 廣諭舊闕之基, 列祖監臨于上, 萬姓咸聽于下。 快滌舊習, 其若有效, 陟降想必欣豫, 而曰有後昆, 涼德其亦有辭, 而仰籲有臣矣。 咸聽此諭, 莫替此諭。" 仍命儒臣宣敎訖, 藏之政府, 又命朝臣年八十, 士庶年九十以上者, 特加一資。 歷臨編輯廳, 回駕時, 下標信, 命駕前後禁軍解嚴。 宣傳官金處升, 誤傳都監軍, 訓鍊大將具善行, 卽令解嚴, 旋覺其誤, 草記請處升罪。 上怒, 命棍汰處升, 敎曰: "善行之一邊鳴金, 一邊草記, 事極矛盾。" 命拿入, 罷其職, 以禁將李章吾代之, 具善復爲禁衛大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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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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