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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85권, 영조 31년 9월 22일 癸巳 1/6 기사 / 1755년 청 건륭(乾隆) 20년

진전에 배알하고 진알한 내용과 반교의 내용

국역

동영(東營)의 입직군(入直軍)에게 명하여 홍화문(弘化門)을 호위(扈衛)하라고 하였다. 어제 하교한 뒤로 대신 가운데 진소하지 않은 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명이 있었는데, 얼마 후 중지시켰다. 임금이 진전(眞殿)에 배알(拜謁)하고 전정(殿庭)에서 아뢰기를,

"불초(不肖) 소신이 30년 동안 사복(嗣服)하고 있으나 다스리는 효과가 막연하고, 당습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자년331) 이후에는 군부를 모르고 각기 그들의 당을 세워 서로 경알(傾軋)하여 그 흐르는 폐단이 심지어 신축년·임인년에는 문호(門戶)마다 뜻을 제각기해서 살육을 서로 행하여 무신년의 화(禍)를 빚었습니다. 금년에 이르러 그 유래한 바를 따져 보면 고장 난명(孤掌難鳴)으로 노론·소론·남인·북인에게 모두 그 허물이 있습니다. 지난 을묘년332) ·병진년333) 에 큰 살육을 하였다교 세상에서 말하고 있으나 금년에는 정법(正法)한 자가 거의 2백 명이나 됩니다. 그들이 비록 효경(梟獍)이어서 스스로 왕장(王章)을 재촉한 것이지만 나라의 원기(元氣)가 이로 인해서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국문을 마쳐 중외가 조금 잠잠해졌으니, 마음을 정백(精白)하게 가져 동인 협공(同寅協恭)하는 것이 오늘의 급선무입니다.

원인손(元仁孫)이 차자로 청한 것을 인하여 의리를 천명하기 위해서 찬수청을 설치하여 찬집(纂輯)하고 있는데, 황구 대신(黃耉大臣)이 자질구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임무를 위임받은 중신(重臣)이 온축(蘊蓄)됨을 감내(堪耐)하지 못하고 지난날의 일을 언급하고 말이 막중한 곳을 핍박하였으니, 교목 세신(喬木世臣)이 한결같이 이에 이른 것은 모두 신의 죄입니다. 오늘 노론이 상소하여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으니 비(否)를 돌려 태(泰)334) 로 돌릴 수 있는 큰 기회입니다. 마땅히 전대(殿臺)에 앉아서 중외에 유시(諭示)를 반포하면, 지금 이후부터는 노론·소론, 남인·북인이 다시 당습을 하겠습니까? 노론은 정인중(鄭麟重)·이천기(李天紀)가 다시 살아나고 소론에서는 신치운(申致雲)·김일경(金一鏡)이 다시 살아나고, 남인과 소북(小北)에 이르러서도 만약 조정에 선다면 어찌 다른 마음을 두겠습니까? 신은 염려하지 않으나 만약 마음을 씻지 않는다면 이 역시 민암(閔黯)과 윤휴(尹鑴)의 무리입니다. 이후에 대신 이하에 이러한 자가 있다면 마땅히 조온(操溫)335) 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오늘 반포한 이후에는 각기 그 당을 찾아서 혼인(婚姻)한 자는 일체 통렬히 금하며, 만약 당습이 마음에 싹트는 자는 영령께서 굽어 살피소서. 전후의 대소 진장(陳章)은 모두 사각(史閣)에 보관하여 후세에 남기겠습니다. 고유(告由)한 후에 진장(陳章)하지 않은 대신과 중신은 경중을 나누어 엄히 처분하겠습니다. 문신(文臣)이 붓끝으로 서로 다투어도 오히려 난역(亂逆)이 생기는데, 더군다나 무신(武臣)들이 궁시(宮矢)로 서로 다투면 그 폐단을 말로 다하겠습니까? 이러한 자는 마땅히 모래밭에서 군율(軍律)을 쓰겠습니다. 오늘 위로 고유하고 아래에 반포한 후에는 사왕(嗣王)이 된 자가 어찌 범연하게 소홀히 하겠습니까? 이는 소신(小臣)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영령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하고, 이어서 사관(史官)에게 명하여 앞으로 가까이 와서 자세히 기록하게 하였다. 이어서 명정전(明政殿) 월대(月臺)에 나아가 반교(頒敎)하였다.

"왕은 말하노라. 내가 덕(德)이 없이 임어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다스림이 뜻에 맞지 않았으니 금일에 이르러 무슨 얼굴로 영령께 절을 하겠으며 무슨 면목으로 신민(臣民)을 대하겠는가? 아! 물(物)이 극도에 이르면 반드시 뒤집어지게 마련이며, 박괘(剝卦)336) 가 다하면 양(陽)이 회복되게 마련이다. 금년의 난역(亂逆)은 지난 사첩에도 없던 바인데 이로 인해서 다행히 한쪽 사람들이 꿈에 빠져 드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번의 갈등(葛藤)은 실로 겉으로 드러난 것을 헤아려서 이로 인해서 한쪽 사람들이 혼몽(昏夢)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모두 효경(梟獍) 같다고 말하지만 자신들이 효경이며, 당습이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이 당습을 한다. 또 각자 충(忠)이라 하고 군자(君子)라고 말하지만, 아! 조선(朝鮮)의 당은 충(忠)·역(逆)이나 군자(君子)·소인(小人)의 당이 아니라 바로 노론·소론·남인·북인의 당이다. 그래서 비록 군자라 하더라도 각기 당은 하고 소인도 각기 당을 하는데, 공성(孔聖)337) 께서 어찌 ‘군자는 보편적으로 하고 편당(偏黨)을 하지 않으며 소인은 편당을 하고 보편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편당하는 것이 어찌 당이 아니랴? 내가 본 것이 옳으며, 당이란 말이 맞지 않은가? 몇 년 동안 고심(苦心)한 것을 본받지 않고서 각자 붕당(朋黨)을 좋아하기를 마치 추환(芻豢)과 조제(調劑)처럼 해서 빙탄(氷炭)338) 이 되고 있으니, 아! 오늘의 세도(世道)는 비록 요순(堯舜)이 다시 나온다 하더라도 거의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혹시 임금은 약하고 신하는 강성하여 장차 공성께서 말한 ‘이르지 않는 바가 없게 된다.[無所不至]’라는 지경에 이르지 않겠는가? 다행하게도 하늘이 동방(東邦)을 돕고 영령께서 우리 나라를 보호하여 한 해 봄·가을에 서로 이어서 깨닫게 하였으니, 지금 이후부터는 우리 나라가 거의 잘 되게 되었으나 관계된 바가 막중하기 때문에 위로는 진전(眞殿)에 고하고 아래로는 경외에 반포하였는데, 모두 말로 아뢴 내용에 있으니, 이제 어찌 많은 유시를 하겠는가? 그 아뢴 말에 운운(云云)하였다. 【아뢴 말은 위에 보인다.】 아! 오늘날 신하된 자로서 이 말을 듣고서도 먼 외방 사람을 가려 쓰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의 절조가 있다고 하겠는가? 지금 고유하고 반포한 후에 다시 지난 일을 제기하는 자는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역률(逆律)로써 다스리겠다. 아! 이번의 정형(正刑) 추율(追律)에 응당 연좌(連坐)될 자 이외에 혹 ‘이 사람은 누구의 지친(至親)이고 인척(姻戚)이다.’ ‘누구의 친구이고 문생(門生)이다.’라고 하여 이로써 끌어들여 구애(拘碍)하고 이로써 얽어 넣으면 마땅히 남을 무함하는 율로 처벌하겠다. 내가 비록 늙었으나 태아검(太阿劍)339) 은 무디지 않으니, 모두 잘 알라."

하고, 또 하교하기를,

"모든 소장(疎章)은 모두 석실(石室)에 보관하라. 마치 화로(火爐) 안에다 금(金)을 녹이는 것과 같아서 비록 금과 철(鐵)이 같지 않더라도 저절로 합쳐져 하나가 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 [註 331] 경자년 : 1720 경종 즉위년.
  • [註 332] 을묘년 : 1735 영조 11년.
  • [註 333] 병진년 : 1736 영조 12년.
  • [註 334] 비(否)를 돌려 태(泰) : 비(否)는 64괘의 하나로 곤하(坤下) 건상(乾上)임. 음양이 조화되지 못하여 일이 잘 되지 않는 상이며, 태(泰)는 11번째 괘로 건하(乾下) 곤상(坤上)임. 음양의 조화가 지극히 잘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붕당을 타파하여 조정이 화합한다는 의미임.
  • [註 335] 조온(操溫) : 조조(曹操)는 환온(桓溫)을 가리킴. 조조는 후한(後漢) 때의 권신(權臣)으로 자손 조비(曹丕)가 헌제(獻帝)를 폐위한 뒤 무제(武帝)라 추존한 사람이고, 환온은 동진(東晉)의 장군으로 황제(皇帝) 혁(奕)을 폐위(廢位)시키고 간문제(簡文帝)를 옹립한 후 찬탈 음모를 꾸미다가 실패하였음.
  • [註 336] 박괘(剝卦) : 64괘의 하나. 곤하(坤下) 간상(艮上)으로서 소인(小人)은 장(壯)해지고 군자(君子)는 앓는 상(象)임. 운수가 불리해짐을 뜻함.
  • [註 337] 공성(孔聖) : 공자(孔子).
  • [註 338] 빙탄(氷炭) : 얼음과 숯이라는 뜻으로, 얼음과 숯불처럼 성질이 정반대가 되어 서로 용납되지 않는 관계를 일컫는 말임.
  • [註 339] 태아검(太阿劍) : 중국 고대의 명검(命劍).

원문

○癸巳/命東營入直軍, 扈衛弘化門。 以昨日下敎後, 大臣有不陳疏者, 有是命, 尋寢之。 上謁眞殿, 口奏殿庭曰: "不肖小臣, 嗣服卅載, 治效漠然, 黨習日熾。 庚子以後, 不知君父, 各樹其黨, 互相傾軋, 其流之弊, 甚至於辛、壬, 門戶各忘, 殺戮相尋, 釀成戊申。 逮于今年, 究厥所由, 獨掌難鳴, 曰老曰少曰南曰北, 俱有其辜。 昔之乙、丙, 世稱大殺, 今歲正法殆過二百。 渠雖梟獍, 自速王章, 國之元氣, 因此大蹙。 鞫事旣了, 中外少息, 精白一心, 同寅協恭, 爲今日先務。 因元仁孫箚請, 欲闡義理, 設廳纂輯, 黃耉大臣, 不脫細字, 倚任重臣, 不耐蘊蓄, 提及昔年, 語逼莫重, 喬木世臣一至於此, 莫非臣罪。 今日老論, 陳章自頌, 可謂轉否回泰之大機會也。 當坐殿臺, 布論中外, 自今以後, 於老於少於南於北, 復爲黨習者? 老則麟、紀復生, 少則雲、鏡復生, 至於南人、小北, 若立朝廷, 豈有異心? 臣不爲慮, 而若不滌心, 是亦黯、鑴之類也。 此後大臣以下有如此者, 當以操、溫處之。 今日頒布, 幷各尋其黨而爲婚者, 一體痛禁, 若以黨習, 萌於心者, 陟降下臨。 前後大小陳章, 幷藏諸史閣, 以垂于後。 告由後, 不爲陳章大臣、重臣, 分輕重嚴處。 文臣以筆端相爭, 猶生亂逆, 況武臣以弓矢相爭, 其弊勝言? 如此者, 當於沙場, 用軍律。 今日上告下布之後, 爲嗣王者, 其可泛忽? 是非負小臣, 乃負陟降也。" 仍命史官, 近前詳錄。 仍御明政殿 月臺, 頒敎:

王若曰, 以予否德, 臨御幾載, 治不徯志, 至于今日, 以何顔拜陟降, 以何面對臣民! 嗚呼! 物極則必反, 《剝》盡則陽復。 今年亂逆, 往牒所無, 因此而幸覺一邊之溺夢, 今番葛藤, 實是料表, 因此而又覺一邊之昏夢。 咸曰梟獍自梟獍, 黨習自黨習。 又各自稱以曰忠曰君子, 噫! 朝鮮之黨, 非忠、逆、君子、小人, 卽老、少、南、北之黨也。 雖君子各爲黨, 小人各爲黨, 孔聖豈不云乎?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比豈非黨? 予見是乎, 黨言是乎? 不體幾年苦心, 各自嗜朋黨, 若芻豢與調劑爲氷炭, 吁! 今世道雖堯、舜復起, 幾乎難矣。 其或君弱臣强, 將至孔聖所云 ‘無所不至?’ 何幸蒼蒼祐東, 陟降護我, 一歲春秋, 相繼覺悟, 從今以後, 吾國庶幾, 而關係莫重, 人心難測, 故上告眞殿, 下布京外, 俱在口奏, 今何多諭? 其奏若曰云云。 【奏語見上。】 嗚呼! 爲今臣子者, 聞此言而其不甄用遐外, 豈有臣節? 從今告布之後, 更提往事者, 勿論巨細, 當以逆律治之。 噫! 今番正刑, 追律應坐者外, 或以 ‘此某人之至親姻婭, 某人之故舊門生’, 以此枳礙, 以此搆捏, 亦當以誣人律處之。 予雖衰矣, 太阿不鈍, 咸聽知悉。

又敎曰: "諸疏章, 皆藏之石室。 比如爐中鎔金, 雖金鐵不同, 自然合而爲一矣。"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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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85권, 영조 31년 9월 22일 癸巳 1/6 기사 / 1755년 청 건륭(乾隆) 20년

진전에 배알하고 진알한 내용과 반교의 내용

국역

동영(東營)의 입직군(入直軍)에게 명하여 홍화문(弘化門)을 호위(扈衛)하라고 하였다. 어제 하교한 뒤로 대신 가운데 진소하지 않은 자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명이 있었는데, 얼마 후 중지시켰다. 임금이 진전(眞殿)에 배알(拜謁)하고 전정(殿庭)에서 아뢰기를,

"불초(不肖) 소신이 30년 동안 사복(嗣服)하고 있으나 다스리는 효과가 막연하고, 당습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경자년331) 이후에는 군부를 모르고 각기 그들의 당을 세워 서로 경알(傾軋)하여 그 흐르는 폐단이 심지어 신축년·임인년에는 문호(門戶)마다 뜻을 제각기해서 살육을 서로 행하여 무신년의 화(禍)를 빚었습니다. 금년에 이르러 그 유래한 바를 따져 보면 고장 난명(孤掌難鳴)으로 노론·소론·남인·북인에게 모두 그 허물이 있습니다. 지난 을묘년332) ·병진년333) 에 큰 살육을 하였다교 세상에서 말하고 있으나 금년에는 정법(正法)한 자가 거의 2백 명이나 됩니다. 그들이 비록 효경(梟獍)이어서 스스로 왕장(王章)을 재촉한 것이지만 나라의 원기(元氣)가 이로 인해서 크게 손상되었습니다. 국문을 마쳐 중외가 조금 잠잠해졌으니, 마음을 정백(精白)하게 가져 동인 협공(同寅協恭)하는 것이 오늘의 급선무입니다.

원인손(元仁孫)이 차자로 청한 것을 인하여 의리를 천명하기 위해서 찬수청을 설치하여 찬집(纂輯)하고 있는데, 황구 대신(黃耉大臣)이 자질구레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임무를 위임받은 중신(重臣)이 온축(蘊蓄)됨을 감내(堪耐)하지 못하고 지난날의 일을 언급하고 말이 막중한 곳을 핍박하였으니, 교목 세신(喬木世臣)이 한결같이 이에 이른 것은 모두 신의 죄입니다. 오늘 노론이 상소하여 자신의 죄를 털어놓았으니 비(否)를 돌려 태(泰)334) 로 돌릴 수 있는 큰 기회입니다. 마땅히 전대(殿臺)에 앉아서 중외에 유시(諭示)를 반포하면, 지금 이후부터는 노론·소론, 남인·북인이 다시 당습을 하겠습니까? 노론은 정인중(鄭麟重)·이천기(李天紀)가 다시 살아나고 소론에서는 신치운(申致雲)·김일경(金一鏡)이 다시 살아나고, 남인과 소북(小北)에 이르러서도 만약 조정에 선다면 어찌 다른 마음을 두겠습니까? 신은 염려하지 않으나 만약 마음을 씻지 않는다면 이 역시 민암(閔黯)과 윤휴(尹鑴)의 무리입니다. 이후에 대신 이하에 이러한 자가 있다면 마땅히 조온(操溫)335) 으로 처리하겠습니다. 오늘 반포한 이후에는 각기 그 당을 찾아서 혼인(婚姻)한 자는 일체 통렬히 금하며, 만약 당습이 마음에 싹트는 자는 영령께서 굽어 살피소서. 전후의 대소 진장(陳章)은 모두 사각(史閣)에 보관하여 후세에 남기겠습니다. 고유(告由)한 후에 진장(陳章)하지 않은 대신과 중신은 경중을 나누어 엄히 처분하겠습니다. 문신(文臣)이 붓끝으로 서로 다투어도 오히려 난역(亂逆)이 생기는데, 더군다나 무신(武臣)들이 궁시(宮矢)로 서로 다투면 그 폐단을 말로 다하겠습니까? 이러한 자는 마땅히 모래밭에서 군율(軍律)을 쓰겠습니다. 오늘 위로 고유하고 아래에 반포한 후에는 사왕(嗣王)이 된 자가 어찌 범연하게 소홀히 하겠습니까? 이는 소신(小臣)을 저버리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영령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하고, 이어서 사관(史官)에게 명하여 앞으로 가까이 와서 자세히 기록하게 하였다. 이어서 명정전(明政殿) 월대(月臺)에 나아가 반교(頒敎)하였다.

"왕은 말하노라. 내가 덕(德)이 없이 임어한 지 몇 년이 되었는데 다스림이 뜻에 맞지 않았으니 금일에 이르러 무슨 얼굴로 영령께 절을 하겠으며 무슨 면목으로 신민(臣民)을 대하겠는가? 아! 물(物)이 극도에 이르면 반드시 뒤집어지게 마련이며, 박괘(剝卦)336) 가 다하면 양(陽)이 회복되게 마련이다. 금년의 난역(亂逆)은 지난 사첩에도 없던 바인데 이로 인해서 다행히 한쪽 사람들이 꿈에 빠져 드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번의 갈등(葛藤)은 실로 겉으로 드러난 것을 헤아려서 이로 인해서 한쪽 사람들이 혼몽(昏夢)에서 깨어나게 되었다. 모두 효경(梟獍) 같다고 말하지만 자신들이 효경이며, 당습이라고 말하지만 자신들이 당습을 한다. 또 각자 충(忠)이라 하고 군자(君子)라고 말하지만, 아! 조선(朝鮮)의 당은 충(忠)·역(逆)이나 군자(君子)·소인(小人)의 당이 아니라 바로 노론·소론·남인·북인의 당이다. 그래서 비록 군자라 하더라도 각기 당은 하고 소인도 각기 당을 하는데, 공성(孔聖)337) 께서 어찌 ‘군자는 보편적으로 하고 편당(偏黨)을 하지 않으며 소인은 편당을 하고 보편적으로 하지 않는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편당하는 것이 어찌 당이 아니랴? 내가 본 것이 옳으며, 당이란 말이 맞지 않은가? 몇 년 동안 고심(苦心)한 것을 본받지 않고서 각자 붕당(朋黨)을 좋아하기를 마치 추환(芻豢)과 조제(調劑)처럼 해서 빙탄(氷炭)338) 이 되고 있으니, 아! 오늘의 세도(世道)는 비록 요순(堯舜)이 다시 나온다 하더라도 거의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혹시 임금은 약하고 신하는 강성하여 장차 공성께서 말한 ‘이르지 않는 바가 없게 된다.[無所不至]’라는 지경에 이르지 않겠는가? 다행하게도 하늘이 동방(東邦)을 돕고 영령께서 우리 나라를 보호하여 한 해 봄·가을에 서로 이어서 깨닫게 하였으니, 지금 이후부터는 우리 나라가 거의 잘 되게 되었으나 관계된 바가 막중하기 때문에 위로는 진전(眞殿)에 고하고 아래로는 경외에 반포하였는데, 모두 말로 아뢴 내용에 있으니, 이제 어찌 많은 유시를 하겠는가? 그 아뢴 말에 운운(云云)하였다. 【아뢴 말은 위에 보인다.】 아! 오늘날 신하된 자로서 이 말을 듣고서도 먼 외방 사람을 가려 쓰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의 절조가 있다고 하겠는가? 지금 고유하고 반포한 후에 다시 지난 일을 제기하는 자는 크고 작은 것을 막론하고 역률(逆律)로써 다스리겠다. 아! 이번의 정형(正刑) 추율(追律)에 응당 연좌(連坐)될 자 이외에 혹 ‘이 사람은 누구의 지친(至親)이고 인척(姻戚)이다.’ ‘누구의 친구이고 문생(門生)이다.’라고 하여 이로써 끌어들여 구애(拘碍)하고 이로써 얽어 넣으면 마땅히 남을 무함하는 율로 처벌하겠다. 내가 비록 늙었으나 태아검(太阿劍)339) 은 무디지 않으니, 모두 잘 알라."

하고, 또 하교하기를,

"모든 소장(疎章)은 모두 석실(石室)에 보관하라. 마치 화로(火爐) 안에다 금(金)을 녹이는 것과 같아서 비록 금과 철(鐵)이 같지 않더라도 저절로 합쳐져 하나가 될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 [註 331] 경자년 : 1720 경종 즉위년.
  • [註 332] 을묘년 : 1735 영조 11년.
  • [註 333] 병진년 : 1736 영조 12년.
  • [註 334] 비(否)를 돌려 태(泰) : 비(否)는 64괘의 하나로 곤하(坤下) 건상(乾上)임. 음양이 조화되지 못하여 일이 잘 되지 않는 상이며, 태(泰)는 11번째 괘로 건하(乾下) 곤상(坤上)임. 음양의 조화가 지극히 잘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여기서는 붕당을 타파하여 조정이 화합한다는 의미임.
  • [註 335] 조온(操溫) : 조조(曹操)는 환온(桓溫)을 가리킴. 조조는 후한(後漢) 때의 권신(權臣)으로 자손 조비(曹丕)가 헌제(獻帝)를 폐위한 뒤 무제(武帝)라 추존한 사람이고, 환온은 동진(東晉)의 장군으로 황제(皇帝) 혁(奕)을 폐위(廢位)시키고 간문제(簡文帝)를 옹립한 후 찬탈 음모를 꾸미다가 실패하였음.
  • [註 336] 박괘(剝卦) : 64괘의 하나. 곤하(坤下) 간상(艮上)으로서 소인(小人)은 장(壯)해지고 군자(君子)는 앓는 상(象)임. 운수가 불리해짐을 뜻함.
  • [註 337] 공성(孔聖) : 공자(孔子).
  • [註 338] 빙탄(氷炭) : 얼음과 숯이라는 뜻으로, 얼음과 숯불처럼 성질이 정반대가 되어 서로 용납되지 않는 관계를 일컫는 말임.
  • [註 339] 태아검(太阿劍) : 중국 고대의 명검(命劍).

원문

○癸巳/命東營入直軍, 扈衛弘化門。 以昨日下敎後, 大臣有不陳疏者, 有是命, 尋寢之。 上謁眞殿, 口奏殿庭曰: "不肖小臣, 嗣服卅載, 治效漠然, 黨習日熾。 庚子以後, 不知君父, 各樹其黨, 互相傾軋, 其流之弊, 甚至於辛、壬, 門戶各忘, 殺戮相尋, 釀成戊申。 逮于今年, 究厥所由, 獨掌難鳴, 曰老曰少曰南曰北, 俱有其辜。 昔之乙、丙, 世稱大殺, 今歲正法殆過二百。 渠雖梟獍, 自速王章, 國之元氣, 因此大蹙。 鞫事旣了, 中外少息, 精白一心, 同寅協恭, 爲今日先務。 因元仁孫箚請, 欲闡義理, 設廳纂輯, 黃耉大臣, 不脫細字, 倚任重臣, 不耐蘊蓄, 提及昔年, 語逼莫重, 喬木世臣一至於此, 莫非臣罪。 今日老論, 陳章自頌, 可謂轉否回泰之大機會也。 當坐殿臺, 布論中外, 自今以後, 於老於少於南於北, 復爲黨習者? 老則麟、紀復生, 少則雲、鏡復生, 至於南人、小北, 若立朝廷, 豈有異心? 臣不爲慮, 而若不滌心, 是亦黯、鑴之類也。 此後大臣以下有如此者, 當以操、溫處之。 今日頒布, 幷各尋其黨而爲婚者, 一體痛禁, 若以黨習, 萌於心者, 陟降下臨。 前後大小陳章, 幷藏諸史閣, 以垂于後。 告由後, 不爲陳章大臣、重臣, 分輕重嚴處。 文臣以筆端相爭, 猶生亂逆, 況武臣以弓矢相爭, 其弊勝言? 如此者, 當於沙場, 用軍律。 今日上告下布之後, 爲嗣王者, 其可泛忽? 是非負小臣, 乃負陟降也。" 仍命史官, 近前詳錄。 仍御明政殿 月臺, 頒敎:

王若曰, 以予否德, 臨御幾載, 治不徯志, 至于今日, 以何顔拜陟降, 以何面對臣民! 嗚呼! 物極則必反, 《剝》盡則陽復。 今年亂逆, 往牒所無, 因此而幸覺一邊之溺夢, 今番葛藤, 實是料表, 因此而又覺一邊之昏夢。 咸曰梟獍自梟獍, 黨習自黨習。 又各自稱以曰忠曰君子, 噫! 朝鮮之黨, 非忠、逆、君子、小人, 卽老、少、南、北之黨也。 雖君子各爲黨, 小人各爲黨, 孔聖豈不云乎?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 比豈非黨? 予見是乎, 黨言是乎? 不體幾年苦心, 各自嗜朋黨, 若芻豢與調劑爲氷炭, 吁! 今世道雖堯、舜復起, 幾乎難矣。 其或君弱臣强, 將至孔聖所云 ‘無所不至?’ 何幸蒼蒼祐東, 陟降護我, 一歲春秋, 相繼覺悟, 從今以後, 吾國庶幾, 而關係莫重, 人心難測, 故上告眞殿, 下布京外, 俱在口奏, 今何多諭? 其奏若曰云云。 【奏語見上。】 嗚呼! 爲今臣子者, 聞此言而其不甄用遐外, 豈有臣節? 從今告布之後, 更提往事者, 勿論巨細, 當以逆律治之。 噫! 今番正刑, 追律應坐者外, 或以 ‘此某人之至親姻婭, 某人之故舊門生’, 以此枳礙, 以此搆捏, 亦當以誣人律處之。 予雖衰矣, 太阿不鈍, 咸聽知悉。

又敎曰: "諸疏章, 皆藏之石室。 比如爐中鎔金, 雖金鐵不同, 自然合而爲一矣。"

  • 【태백산사고본】 61책 85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43책 59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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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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