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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6권, 영조 4년 3월 25일 乙亥 12/13 기사 / 1728년 청 옹정(雍正) 6년

역모로 인한 심정을 전교하다

국역

전교하기를,

"아! 내가 덕이 박한 탓으로 국가가 판탕(板蕩)한 때를 당해 안으로는 우리 조상(朝象)을 평화롭게 하지 못하고, 밖으로는 우리 백성들을 구제하지 못해 얼신(孼臣)·흉예(凶裔)들이 흉억(胷臆)을 함부로 행해 호남과 기전(畿甸)에서 창궐하게 만들었으니,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 더욱 통탄스러운 것은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어느 시대엔들 없었으랴마는, 그 흉한 계책을 배포(排布)해 세우고 연구하여 경영함이 이와 같은 적은 아직까지 있지 않았다. 그들이 몸을 세상에 보존한 것만도 지극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감히 불궤(不軌)한 마음을 내어 주곤(主閫)의 신하를 함부로 죽여 그 죄악이 온 천지에 가득 찼으니, 어찌 이 세상에 사는 것을 용납하겠는가? 비단 지사(志士)·열부(烈夫)만이 현륙(顯戮)을 생각하겠는가? 충의에 죽은 혼백(魂魄)까지 어두운 가운데 제거해 죽일 것을 함께 의논했을 것이다. 또 명신(名臣)의 후예와 세가(世家)의 족속으로 들어간 자가 많았으니, 아! 통탄스럽다. 국가가 저들에게 무엇을 등졌기에 저희 할아비와 아비를 생각하지 않고 차마 적도를 따랐단 말인가? 이 적도들이 비록 왕장(王章)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어찌 신명(神明)의 주륙을 면할 수 있겠는가? 아! 우리 나라는 예의지방(禮義之邦)으로서 문치(文治)를 숭상하여 동경(東京)200) 의 절의(節義)를 기약할 수 있었다. 독서(讀書)한 선비, 세록(世祿)의 신하로서 풍문만 듣고도 도망해 숨고 머뭇거리며 관망(觀望)하면서 흉격(凶檄)을 봉전(封傳)할 줄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이것이 무슨 마음이란 말이냐? 비록 조정은 꺼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일에 부조(父祖)를 볼 면목이 있겠는가? 기타 잔약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이 부득이해서 적을 따른 경우는 그 정상이 애처로우니, 죄를 용서할 만하다.

그 연유한 바를 추구하건대, 바로 두 가지가 있으니, 그 하나는 조정에서 오직 붕비(朋比)만을 일삼아 오직 재능 있는 자의 등용을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색목(色目)만을 추중(推重) 권장하는 데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재능이 없어도 소매를 떨치고 앞장서서 당설(黨說)을 장황하게 말하는 자는 급급히 권장해 등용하기를 오직 미치지 못할 것같이 하니, 비루하고 하찮은 무리와 불령한 무리가 분분하게 섞여 나와 중요하고 현달한 관직을 거치지 않음이 없으나, 만약 직책을 지키는 데 조심하고 색목에 들지 않으면 무능하다고 지목하여 천거해 쓰지 않았다. 심한 경우 그 사람은 비록 쓸 만하더라도 단지 색목만을 논하고 그 재능을 취하지 않아 당로(當路)한 자는 현사(賢邪)의 구별에 어둡고 물러가 숨은 사람은 스스로 반성할 줄을 모른 채 도리어 무료(無聊)함이 생겨 위로는 천화(天和)를 해치고 아래로는 인심을 상하게 하였다. 심지어는 공격할 즈음에 그 말이 위에 저촉되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음흉하고 불궤(不軌)한 계책으로 그 말을 부연(敷演)하고 흉언을 첨가해 세상을 미혹시키고 백성을 속임이 이와 같이 극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욱 절통한 것은 적도 가운데 들어가 국옥(鞫獄)에 갇힌 자들이 모두 유명한 사대부(士大夫)요 세가(世家)의 대족(大族)인 것이다. 이 어찌 기한(飢寒)에 몰려서이겠는가? 바로 당화(黨禍)가 빚어낸 것이니, 이는 당의(黨議)의 소치(所致)인 것이다.

또 하나는 해마다 연달아 기근이 들어 백성들은 죽을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구제해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당벌(黨伐)만을 일삼는 것으로, 불쌍한 우리 백성들이 조정이 있음을 모른 지 오래 되었다. 그들이 와해(瓦解)되어 적도에게 투입한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요 실로 조정의 허물이니, 이 역시 당의의 소치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하나도 붕당이요, 둘도 붕당이라는 것이다. 아! 병이(秉彛)의 마음은 사람마다 같은 것이거늘, 우리 동국(東國)의 신하들은 무슨 심장(心腸)을 가졌길래 이와 같이 지극히 흉악한 일을 한단 말인가? 비록 적당(賊黨)에 든 자라 하더라도 혹 포박해 고하거나 혹은 머리를 베어 바치는 자는 그 죄를 용서하고 중한 상을 줄 것인데, 하물며 그밖의 사람이겠는가? 의심스러운 사람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오직 가벼운 율(律)을 따라 중전(重典)에 처하지 않을 것이며, 혹 형제·친속(親屬)이라도 그 자신이 악역을 하지 않았고 또 마땅히 연좌(連坐)시킬 자가 아니면 형제·친속이라 하여 그 사람을 의심하거나 그 사람을 죄주지 않을 것이다. 또 더군다나 양민으로서 흉악한 협박에 겁을 먹고 역순(逆順)을 구별하지 못해 억지로 적을 따라 모르는 사이에 적에게 빠진 자는 마땅히 그 정상을 슬피 여기고 그 죄를 용서할 것이다. 어찌 다만 붙잡은 후에도 죽이지 않을 뿐이겠는가? 관군이 이르는 곳에는 깃발을 내리고 적을 붙잡아 왕사(王師)에게 항복하면 조정에서는 마땅히 상을 줄 것이고, 너희들은 다시 양민(良民)이 될 것이다. 남쪽을 정벌하여 승첩을 알려 오고 흉적(凶賊)·반신(叛臣)의 머리가 먼저 베어졌으니, 순역(順逆)의 이치는 이에서 구별할 수 있다. 아! 난적의 무리는 반드시 그 종말이 좋지 못할 것이고, 남은 흉얼(凶孽)들도 마땅히 빠른 시일 안에 모두 거두어질 것이다. 다만 내가 통분해 하는 것이 있으니, 국가가 그들에게 무엇을 등졌기에 이와 같이 고금(古今)에 없는 흉역을 한단 말인가? 아! 내가 재능이 없고 덕이 박한 탓으로 은혜가 우리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고, 덕이 우리 백성들을 구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조종(祖宗)과 우리 선왕(先王)의 심후한 인택(仁澤)이 사람들의 피부와 골수에 스몄을 것인데, 너희들은 무슨 마음으로 차마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옛날 동·서한(東西漢) 때에도 백성들이 오히려 한(漢)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노래한 바 있는데, 아! 우리 나라 백성들이 어찌 한나라 백성에게 미치지 못해 위로는 진신(縉紳)·사류(士類)로부터 아래로는 우민(愚民)·필부(匹夫)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적에게 붙어 편안히 여기고 부끄러워할 줄 몰랐으니, 3백 년 동안 예의(禮義)를 배양(培養)한 뜻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오늘날 백성들의 뜻과 군사들의 마음을 보건대, 분격(奮激)하여 적과 맞닥뜨리고자 함이 있고 안집(安集)하면 감격함이 있어 매양 노군(勞軍)하고 돌아오거나 선유(宣諭)하고 돌아오면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옷깃을 적시곤 했다. 이로써 보건대, 적에게 붙은 백성들은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굶주림에 지쳐서 순역(順逆)의 이치를 구분하지 못한 소치이니, 이는 너희들이 나라를 등진 것이 아니라 실로 내가 너희들을 등진 것이다. 아! 꿈틀대는 어리석은 백성들도 오히려 이러한데, 더군다나 세가(世家)·대족(大族)들로 녹(祿)을 받으며 조정에선 사람들이 도리어 아래 백성들만도 못하단 말인가? 아! 매양 탕평(蕩平)을 말하였으나 너희들은 겉치레로 보아서 지금은 한갓 기미뿐만이 아니라 그 해가 이와 같게 되었으니, 지금 이후로도 당(黨)을 심고 사(私)를 옹호하는 마음을 가지겠는가? 지금부터 앞으로는 그런 옛마음을 끊기를 마치 한 칼로 양단(兩斷)하듯 하여 일심으로 봉공(奉公)하고 동인협공(同寅協恭)하여 화를 돌리어 편안함이 되게 하면, 이 역시 중흥(中興)하는 데 일조(一助)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한 후에도 감히 당을 옹호하는 마음으로 임금 앞에 나아오고 남을 해칠 뜻으로 조정에 선다면, 비단 왕장(王章)이 현륙(顯戮)할 뿐만 아니라 신명(神明) 역시 함께 죽일 것이다. 이번에 궐문에 임어하여 포로를 받은 것은 사치스럽게 과장하고자 함이 아니라 바로 통한(痛恨)해 하는 뜻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먼저 부로(父老)에게 유시하고 중외(中外)에 포고(布告)하라. 아! 지금 나의 이 말은 오로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니, 모두 유지(諭旨)에 따라 옛 습성을 고쳐 새로이 힘쓰라."

하였다.

  • [註 200] 동경(東京) : 후한(後漢)의 도읍인 낙양(洛陽)을 말함.

원문

○敎曰:

嗚呼! 以予涼德, 當國家板蕩之時, 內不能平我朝象, 外不能濟我黎民, 使孽臣、凶裔, 肆行胸臆, 猖獗湖甸, 可勝痛哉? 尤可痛者, 亂臣賊子, 何代無之, 而排布凶計, 揣摩經營, 未有若此賊者。 渠之得保軀命於世者, 可謂極矣, 則敢生不軌之心, 擅殺主閫之臣, 罪惡貫盈, 豈容覆載? 不惟志士、烈夫, 必思顯戮? 抑亦忠魂義魄, 共議陰誅。 且名臣之裔、世家之族, 投入者夥然, 噫嘻! 痛矣。 國家何負於渠, 不顧乃祖乃父, 忍爲從賊? 此等之賊, 雖漏於王章, 豈免神明之誅? 噫! 我國以禮義之邦, 崇尙文治, 可期東京之節矣。 豈意讀書之士、世祿之臣, 望風逃竄, 逗遛觀望, 封傳凶檄, 此何心腸? 雖不憚於朝廷, 其於他日, 有見父祖之顔乎? 其他殘民愚氓, 迫不得已從賊者, 情可哀也, 罪可恕也。 究厥所由, 卽有二焉。 其一, 朝廷之上, 惟以朋比爲事, 不思惟才是用, 反以色目推奬。 其人心不正, 而才不能挺身揚袂, 張言黨說, 則急急奬用, 惟恐不及, 鄙瑣之徒、不逞之輩, 紛然雜進, 要官顯職, 無不踐歷。 其若謹於官守, 不爲色目, 則目以無能, 不爲擧用。 甚者其人雖可用, 只論其色目, 不取其才能, 當路之人, 賢邪眩於辨, 退蟄之人, 不知自反, 反生無聊, 上干天和, 下傷人心。 甚至於攻擊之際, 其言之觸於上, 不自覺焉, 以陰凶不軌之圖, 敷演其說, 添出凶言, 惑世誣民, 至於此極。 而尤切痛者, 入於賊中, 係於鞫獄者, 無非名士大夫、世家大族也。 此豈飢寒之所惱乎? 乃黨禍之釀成, 此其黨議之所致也。 其一, 連歲荐饑, 生民倒懸, 而不思濟活, 惟以黨伐爲事, 哀我生民, 不知有朝廷者久矣。 其瓦解投賊, 非渠之罪, 實朝廷之咎也, 此亦黨議之所致也。 正所謂一則朋黨, 二則朋黨。 噫! 秉彝之心, 人所同然, 爲我東之臣子, 以何心腸, 作此窮凶極惡之事乎? 雖賊黨中, 或捕告或納馘者, 赦其罪而重其賞, 況其他乎? 至於可疑之人, 當從惟輕之律, 不置重典, 而或兄弟、親屬, 其身則不爲惡而亦非應坐者, 不以兄弟親屬, 疑其人而罪其人矣。 又況良民之怯於凶脅, 不辨逆順, 强以從賊, 不覺陷賊者, 當哀其情, 而恕其罪矣。 豈特捕而後不殺耶? 官軍到處, 偃旗捕賊, 降于王師, 朝廷當有賞, 爾等反爲良民焉。 南征報捷, 凶賊、叛臣, 首先就戮, 逆順之理, 於此可辨。 噫! 亂賊之徒, 必不能善其終, 餘凶餘孽, 當不日竝收。 而但予所痛者, 國家何負於渠, 作此無古無今之凶逆乎? 嗚呼! 寡躬以不才涼德, 恩不能被我民, 德不能濟我民。 然自我祖宗曁我先王深仁厚澤, 浹人肌髓, 爾等以何心腸, 忍爲此也? 昔東、西漢之際, 民猶有謳吟思漢之心, 噫! 我東民, 豈不及於漢, 而上自搢紳士類, 下至愚氓、匹夫, 甘心附賊, 恬不爲恥, 三百年培養禮義之意, 果安在哉? 然觀今民情, 軍心有激奮, 當賊者有感激, 安集者每於勞軍之返, 宣諭之回, 不覺涕泗之橫襟也。 由此觀之, 附賊之民, 無他也, 困於饑餒, 不辨順逆之致, 此非爾等之負國, 實寡躬之負爾也。 嗚呼! 蠢蠢愚氓, 猶尙如此, 況世家、大族受廩立朝之人, 反不如下民乎? 嗚呼! 每以蕩平爲敎, 爾等視若文具, 今則非徒幾也, 其害若此, 今而後, 猶有樹黨護私之心乎? 從今以往, 絶其舊心, 如刀兩斷, 一心奉公, 同寅協恭, 轉禍爲安, 此亦中興之一助也。 如是而後, 敢以護黨之心, 進於君, 尋戈之意, 立於朝, 非特王章之顯戮, 抑亦神明之共誅。 今此御門受俘, 非欲侈大也, 乃由於痛恨之意也。 先諭父老, 布告中外。 嗚呼! 今予此言, 亶由心腹, 咸聽諭旨, 革舊勵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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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조실록16권, 영조 4년 3월 25일 乙亥 12/13 기사 / 1728년 청 옹정(雍正) 6년

역모로 인한 심정을 전교하다

국역

전교하기를,

"아! 내가 덕이 박한 탓으로 국가가 판탕(板蕩)한 때를 당해 안으로는 우리 조상(朝象)을 평화롭게 하지 못하고, 밖으로는 우리 백성들을 구제하지 못해 얼신(孼臣)·흉예(凶裔)들이 흉억(胷臆)을 함부로 행해 호남과 기전(畿甸)에서 창궐하게 만들었으니, 통탄함을 금할 수 없다. 더욱 통탄스러운 것은 난신 적자(亂臣賊子)가 어느 시대엔들 없었으랴마는, 그 흉한 계책을 배포(排布)해 세우고 연구하여 경영함이 이와 같은 적은 아직까지 있지 않았다. 그들이 몸을 세상에 보존한 것만도 지극하다고 말할 수 있는데, 감히 불궤(不軌)한 마음을 내어 주곤(主閫)의 신하를 함부로 죽여 그 죄악이 온 천지에 가득 찼으니, 어찌 이 세상에 사는 것을 용납하겠는가? 비단 지사(志士)·열부(烈夫)만이 현륙(顯戮)을 생각하겠는가? 충의에 죽은 혼백(魂魄)까지 어두운 가운데 제거해 죽일 것을 함께 의논했을 것이다. 또 명신(名臣)의 후예와 세가(世家)의 족속으로 들어간 자가 많았으니, 아! 통탄스럽다. 국가가 저들에게 무엇을 등졌기에 저희 할아비와 아비를 생각하지 않고 차마 적도를 따랐단 말인가? 이 적도들이 비록 왕장(王章)에서 벗어난다 하더라도 어찌 신명(神明)의 주륙을 면할 수 있겠는가? 아! 우리 나라는 예의지방(禮義之邦)으로서 문치(文治)를 숭상하여 동경(東京)200) 의 절의(節義)를 기약할 수 있었다. 독서(讀書)한 선비, 세록(世祿)의 신하로서 풍문만 듣고도 도망해 숨고 머뭇거리며 관망(觀望)하면서 흉격(凶檄)을 봉전(封傳)할 줄 어찌 생각이나 했으랴? 이것이 무슨 마음이란 말이냐? 비록 조정은 꺼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후일에 부조(父祖)를 볼 면목이 있겠는가? 기타 잔약하고 어리석은 백성들이 부득이해서 적을 따른 경우는 그 정상이 애처로우니, 죄를 용서할 만하다.

그 연유한 바를 추구하건대, 바로 두 가지가 있으니, 그 하나는 조정에서 오직 붕비(朋比)만을 일삼아 오직 재능 있는 자의 등용을 생각하지 않고 도리어 색목(色目)만을 추중(推重) 권장하는 데 있다. 그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고 재능이 없어도 소매를 떨치고 앞장서서 당설(黨說)을 장황하게 말하는 자는 급급히 권장해 등용하기를 오직 미치지 못할 것같이 하니, 비루하고 하찮은 무리와 불령한 무리가 분분하게 섞여 나와 중요하고 현달한 관직을 거치지 않음이 없으나, 만약 직책을 지키는 데 조심하고 색목에 들지 않으면 무능하다고 지목하여 천거해 쓰지 않았다. 심한 경우 그 사람은 비록 쓸 만하더라도 단지 색목만을 논하고 그 재능을 취하지 않아 당로(當路)한 자는 현사(賢邪)의 구별에 어둡고 물러가 숨은 사람은 스스로 반성할 줄을 모른 채 도리어 무료(無聊)함이 생겨 위로는 천화(天和)를 해치고 아래로는 인심을 상하게 하였다. 심지어는 공격할 즈음에 그 말이 위에 저촉되어도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음흉하고 불궤(不軌)한 계책으로 그 말을 부연(敷演)하고 흉언을 첨가해 세상을 미혹시키고 백성을 속임이 이와 같이 극도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욱 절통한 것은 적도 가운데 들어가 국옥(鞫獄)에 갇힌 자들이 모두 유명한 사대부(士大夫)요 세가(世家)의 대족(大族)인 것이다. 이 어찌 기한(飢寒)에 몰려서이겠는가? 바로 당화(黨禍)가 빚어낸 것이니, 이는 당의(黨議)의 소치(所致)인 것이다.

또 하나는 해마다 연달아 기근이 들어 백성들은 죽을 지경에 처해 있는데도 구제해 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당벌(黨伐)만을 일삼는 것으로, 불쌍한 우리 백성들이 조정이 있음을 모른 지 오래 되었다. 그들이 와해(瓦解)되어 적도에게 투입한 것은 그들의 죄가 아니요 실로 조정의 허물이니, 이 역시 당의의 소치이다. 이것이 바로 이른바 하나도 붕당이요, 둘도 붕당이라는 것이다. 아! 병이(秉彛)의 마음은 사람마다 같은 것이거늘, 우리 동국(東國)의 신하들은 무슨 심장(心腸)을 가졌길래 이와 같이 지극히 흉악한 일을 한단 말인가? 비록 적당(賊黨)에 든 자라 하더라도 혹 포박해 고하거나 혹은 머리를 베어 바치는 자는 그 죄를 용서하고 중한 상을 줄 것인데, 하물며 그밖의 사람이겠는가? 의심스러운 사람에 이르러서는 마땅히 오직 가벼운 율(律)을 따라 중전(重典)에 처하지 않을 것이며, 혹 형제·친속(親屬)이라도 그 자신이 악역을 하지 않았고 또 마땅히 연좌(連坐)시킬 자가 아니면 형제·친속이라 하여 그 사람을 의심하거나 그 사람을 죄주지 않을 것이다. 또 더군다나 양민으로서 흉악한 협박에 겁을 먹고 역순(逆順)을 구별하지 못해 억지로 적을 따라 모르는 사이에 적에게 빠진 자는 마땅히 그 정상을 슬피 여기고 그 죄를 용서할 것이다. 어찌 다만 붙잡은 후에도 죽이지 않을 뿐이겠는가? 관군이 이르는 곳에는 깃발을 내리고 적을 붙잡아 왕사(王師)에게 항복하면 조정에서는 마땅히 상을 줄 것이고, 너희들은 다시 양민(良民)이 될 것이다. 남쪽을 정벌하여 승첩을 알려 오고 흉적(凶賊)·반신(叛臣)의 머리가 먼저 베어졌으니, 순역(順逆)의 이치는 이에서 구별할 수 있다. 아! 난적의 무리는 반드시 그 종말이 좋지 못할 것이고, 남은 흉얼(凶孽)들도 마땅히 빠른 시일 안에 모두 거두어질 것이다. 다만 내가 통분해 하는 것이 있으니, 국가가 그들에게 무엇을 등졌기에 이와 같이 고금(古今)에 없는 흉역을 한단 말인가? 아! 내가 재능이 없고 덕이 박한 탓으로 은혜가 우리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고, 덕이 우리 백성들을 구제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 조종(祖宗)과 우리 선왕(先王)의 심후한 인택(仁澤)이 사람들의 피부와 골수에 스몄을 것인데, 너희들은 무슨 마음으로 차마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옛날 동·서한(東西漢) 때에도 백성들이 오히려 한(漢)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을 노래한 바 있는데, 아! 우리 나라 백성들이 어찌 한나라 백성에게 미치지 못해 위로는 진신(縉紳)·사류(士類)로부터 아래로는 우민(愚民)·필부(匹夫)에 이르기까지 기꺼이 적에게 붙어 편안히 여기고 부끄러워할 줄 몰랐으니, 3백 년 동안 예의(禮義)를 배양(培養)한 뜻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그러나 오늘날 백성들의 뜻과 군사들의 마음을 보건대, 분격(奮激)하여 적과 맞닥뜨리고자 함이 있고 안집(安集)하면 감격함이 있어 매양 노군(勞軍)하고 돌아오거나 선유(宣諭)하고 돌아오면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옷깃을 적시곤 했다. 이로써 보건대, 적에게 붙은 백성들은 다른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굶주림에 지쳐서 순역(順逆)의 이치를 구분하지 못한 소치이니, 이는 너희들이 나라를 등진 것이 아니라 실로 내가 너희들을 등진 것이다. 아! 꿈틀대는 어리석은 백성들도 오히려 이러한데, 더군다나 세가(世家)·대족(大族)들로 녹(祿)을 받으며 조정에선 사람들이 도리어 아래 백성들만도 못하단 말인가? 아! 매양 탕평(蕩平)을 말하였으나 너희들은 겉치레로 보아서 지금은 한갓 기미뿐만이 아니라 그 해가 이와 같게 되었으니, 지금 이후로도 당(黨)을 심고 사(私)를 옹호하는 마음을 가지겠는가? 지금부터 앞으로는 그런 옛마음을 끊기를 마치 한 칼로 양단(兩斷)하듯 하여 일심으로 봉공(奉公)하고 동인협공(同寅協恭)하여 화를 돌리어 편안함이 되게 하면, 이 역시 중흥(中興)하는 데 일조(一助)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한 후에도 감히 당을 옹호하는 마음으로 임금 앞에 나아오고 남을 해칠 뜻으로 조정에 선다면, 비단 왕장(王章)이 현륙(顯戮)할 뿐만 아니라 신명(神明) 역시 함께 죽일 것이다. 이번에 궐문에 임어하여 포로를 받은 것은 사치스럽게 과장하고자 함이 아니라 바로 통한(痛恨)해 하는 뜻에서 말미암은 것이다. 먼저 부로(父老)에게 유시하고 중외(中外)에 포고(布告)하라. 아! 지금 나의 이 말은 오로지 마음에서 우러나온 것이니, 모두 유지(諭旨)에 따라 옛 습성을 고쳐 새로이 힘쓰라."

하였다.

  • [註 200] 동경(東京) : 후한(後漢)의 도읍인 낙양(洛陽)을 말함.

원문

○敎曰:

嗚呼! 以予涼德, 當國家板蕩之時, 內不能平我朝象, 外不能濟我黎民, 使孽臣、凶裔, 肆行胸臆, 猖獗湖甸, 可勝痛哉? 尤可痛者, 亂臣賊子, 何代無之, 而排布凶計, 揣摩經營, 未有若此賊者。 渠之得保軀命於世者, 可謂極矣, 則敢生不軌之心, 擅殺主閫之臣, 罪惡貫盈, 豈容覆載? 不惟志士、烈夫, 必思顯戮? 抑亦忠魂義魄, 共議陰誅。 且名臣之裔、世家之族, 投入者夥然, 噫嘻! 痛矣。 國家何負於渠, 不顧乃祖乃父, 忍爲從賊? 此等之賊, 雖漏於王章, 豈免神明之誅? 噫! 我國以禮義之邦, 崇尙文治, 可期東京之節矣。 豈意讀書之士、世祿之臣, 望風逃竄, 逗遛觀望, 封傳凶檄, 此何心腸? 雖不憚於朝廷, 其於他日, 有見父祖之顔乎? 其他殘民愚氓, 迫不得已從賊者, 情可哀也, 罪可恕也。 究厥所由, 卽有二焉。 其一, 朝廷之上, 惟以朋比爲事, 不思惟才是用, 反以色目推奬。 其人心不正, 而才不能挺身揚袂, 張言黨說, 則急急奬用, 惟恐不及, 鄙瑣之徒、不逞之輩, 紛然雜進, 要官顯職, 無不踐歷。 其若謹於官守, 不爲色目, 則目以無能, 不爲擧用。 甚者其人雖可用, 只論其色目, 不取其才能, 當路之人, 賢邪眩於辨, 退蟄之人, 不知自反, 反生無聊, 上干天和, 下傷人心。 甚至於攻擊之際, 其言之觸於上, 不自覺焉, 以陰凶不軌之圖, 敷演其說, 添出凶言, 惑世誣民, 至於此極。 而尤切痛者, 入於賊中, 係於鞫獄者, 無非名士大夫、世家大族也。 此豈飢寒之所惱乎? 乃黨禍之釀成, 此其黨議之所致也。 其一, 連歲荐饑, 生民倒懸, 而不思濟活, 惟以黨伐爲事, 哀我生民, 不知有朝廷者久矣。 其瓦解投賊, 非渠之罪, 實朝廷之咎也, 此亦黨議之所致也。 正所謂一則朋黨, 二則朋黨。 噫! 秉彝之心, 人所同然, 爲我東之臣子, 以何心腸, 作此窮凶極惡之事乎? 雖賊黨中, 或捕告或納馘者, 赦其罪而重其賞, 況其他乎? 至於可疑之人, 當從惟輕之律, 不置重典, 而或兄弟、親屬, 其身則不爲惡而亦非應坐者, 不以兄弟親屬, 疑其人而罪其人矣。 又況良民之怯於凶脅, 不辨逆順, 强以從賊, 不覺陷賊者, 當哀其情, 而恕其罪矣。 豈特捕而後不殺耶? 官軍到處, 偃旗捕賊, 降于王師, 朝廷當有賞, 爾等反爲良民焉。 南征報捷, 凶賊、叛臣, 首先就戮, 逆順之理, 於此可辨。 噫! 亂賊之徒, 必不能善其終, 餘凶餘孽, 當不日竝收。 而但予所痛者, 國家何負於渠, 作此無古無今之凶逆乎? 嗚呼! 寡躬以不才涼德, 恩不能被我民, 德不能濟我民。 然自我祖宗曁我先王深仁厚澤, 浹人肌髓, 爾等以何心腸, 忍爲此也? 昔東、西漢之際, 民猶有謳吟思漢之心, 噫! 我東民, 豈不及於漢, 而上自搢紳士類, 下至愚氓、匹夫, 甘心附賊, 恬不爲恥, 三百年培養禮義之意, 果安在哉? 然觀今民情, 軍心有激奮, 當賊者有感激, 安集者每於勞軍之返, 宣諭之回, 不覺涕泗之橫襟也。 由此觀之, 附賊之民, 無他也, 困於饑餒, 不辨順逆之致, 此非爾等之負國, 實寡躬之負爾也。 嗚呼! 蠢蠢愚氓, 猶尙如此, 況世家、大族受廩立朝之人, 反不如下民乎? 嗚呼! 每以蕩平爲敎, 爾等視若文具, 今則非徒幾也, 其害若此, 今而後, 猶有樹黨護私之心乎? 從今以往, 絶其舊心, 如刀兩斷, 一心奉公, 同寅協恭, 轉禍爲安, 此亦中興之一助也。 如是而後, 敢以護黨之心, 進於君, 尋戈之意, 立於朝, 非特王章之顯戮, 抑亦神明之共誅。 今此御門受俘, 非欲侈大也, 乃由於痛恨之意也。 先諭父老, 布告中外。 嗚呼! 今予此言, 亶由心腹, 咸聽諭旨, 革舊勵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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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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