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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60권, 숙종 43년 11월 19일 己巳 3/3 기사 / 1717년 청 강희(康熙) 56년

유생 정민하의 송시열·송준길의 문묘 종사에 관한 상소문

국역

전라도(全羅道) 유생(儒生) 정민하(鄭敏河) 등이 상서(上書)하여 선정신(先正臣) 송시열(宋時烈)·송준길(宋浚吉)을 문묘(文廟)에 종사(從祀)시켜 줄 것을 청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선정신(先正臣) 송시열(宋時烈)은 천지의 순수하고 강직한 정기(正氣)를 타고났으며 하악(河嶽)의 맑고 깨끗한 정영(精英)이 모여 있습니다. 학문은 정학(正學)에 연원(淵源)을 두고 있어 멀리 고정(考亭)538) 에 연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엄숙하고 씩씩한 정일(精一)함의 가운데에 두고, 이러한 이치를 학문(學問)과 사변(思辯)하는 즈음에서 궁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서(天敍)·천질(天秩)539) 의 경례(經禮)와 위의(威儀)·의문(疑文)의 변절(變節), 그리고 경전(經傳)과 제서(諸書)의 미언(微言)과 오의(奧義)에 이르기까지 연구(硏究)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잘 이해하여 관통(貫通)한 다음 이를 자신에게 돌이켜 하늘에서 타고난 하나의 직(直)자를 삼가 지키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으므로, 굉대(宏大)한 강목(綱目)이 모두 잘 시행되어 주편(周遍)하게 되었습니다. 도덕(道德)이 완전히 구비됨에 따라 덕기(德氣)가 온몸에 넘쳐 흘렀으므로 멀리서 바라보면 근엄하기가 태산(泰山)·교악(喬嶽)과 같고, 가깝게 다가가면 온화하기가 화풍(和風)·경운(慶雲)과 같았습니다. 아! 공맹(孔孟)의 도통(道統)을 전하고 군현(群賢)들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한 사람이 주자(朱子)인데, 선정(先正)께서 주자에 대해 성심(誠心)으로 열복(悅服)한 것이 70제자가 공자(孔子)에게 열복한 정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모두 주자를 본받았고 출처(出處)와 진퇴(進退)에 있어서도 어느 것 하나 주자의 법문(法門)에서 얻어 내어 공맹(孔孟)의 도(道)를 발명(發明)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또 병자540) ·정축541) 의 호란(胡亂)을 당하여서는 《춘추(春秋)》의 대의(大義)를 강명(講明)하였고 효종 대왕(孝宗大王)께서 큰 일을 하려는 뜻을 비밀히 도왔습니다. 그런데 성조(聖祖)542) 께서 중도에 승하(昇遐)하셨으므로 갑자기 영릉(寧陵)543) 의 만사(挽詞)를 남기게 되었는데, 거기에도 주자(朱子)가 애용해 하면서 지었던 운(韻)을 써서 지었습니다. 따라서 두 분 대로(大老)544) 의 궁천(窮天)의 한은 전후가 일반인 것입니다. 아! 대업(大業)을 비록 당시에 성취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천리(天理)를 밝히고 인심을 바룬 대의(大義)는 갠 하늘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우리 동토(東土)의 사람들로 하여금 군신(君臣)·부자(父子)의 대륜(大倫)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이적(夷狄)·금수(禽獸)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충성을 다해 국가에 보답하려는 일념(一念)을 잠시도 잊지 않고 또 성조(聖祖)545) 의 당일의 의지를 가지고 성자 신손(聖子神孫)546) 들에게 면려(勉勵)하였습니다. 그러나 몸이 늙어 이 세상에서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대가 끊기자 드디어 차자(箚子)를 올려 효종(孝宗)께서 지녔던 백세(百世)가 되어도 변할 수 없는 의리를 밝혔으니, 이는 바로 주자(朱子)가 효종 황제(孝宗皇帝)의 성덕(盛德)을 누구보다도 깊이 알고서 찬송(贊頌)하였던 그런 뜻이었습니다. 선정신(先正臣) 송준길(宋浚吉)은 천자(天姿)가 정금(精金)·미옥(美玉)처럼 순수하였고 흉금(胷襟)은 광풍(光風)·제월(霽月)처럼 깨끗하였으므로 그의 문하에 나아가 덕(德)을 직접 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심취(心醉)되어 열복(悅服)하였습니다. 그의 높고 깊은 덕업(德業)과 넓고 원대한 수립(樹立)은 당세(當世)를 찬란하게 비추고 후세에 밝게 전하기에 충분하였으니, 또 어찌 도통을 전하는 유종(儒宗)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일찍이 문원공(文元公) 김장생(金長生)의 문하에 유학(遊學)하였는데, 《소학(小學)》을 독신(篤信)하여 오로지 내향(內向)의 공부만을 힘썼기 때문에 훌륭하게 덕을 이룬 군자(君子)가 된 것입니다. 인조조(仁祖朝)에도 누차 소명(召命)을 받았었습니다만, 효종 대왕(孝宗大王)께서 즉위한 처음에 바야흐로 큰 일을 하시려는 뜻을 두신 데에 이르러서야 선정(先正)께서 생각하시기를, ‘이런 때에 나아가 마음과 힘을 다해 성덕(盛德)을 보필하지 않는다면 장차 천고에 한을 남기게 됨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고 드디어 나아가 소명에 응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경연관(經筵官)·주연관(胄筵官)547) 을 겸임하고 날마다 강석(講席)에 입시(入侍)의 경의(經義)를 천발(闡發)하고 임금이 마음을 개도(開導)하면서 극진히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양 천리(千里)와 인욕(人欲)의 구분에 대해 더욱 정성스럽게 마음을 다하여 반복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정미(精微)로운 부분을 예리하게 분삭하였으므로, 효종(孝宗)께서 송탄(悚歎)하며 하답(下答)하심에 있어 사지(辭旨)가 깊고도 간절하였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잘 만난 성대함과 밝은 마음이 서로 합하게 된 것은 참으로 천년에 한 번 있을 그런 것이었습니다. 효종(孝宗)께서 선정(先正)을 찬선(贊善)에 제수하시자 선정께서는 세자(世子)를 보도(輔導)하는 일에 정성과 힘을 끝까지 다 했는데, 현종(顯宗)께서도 겸허한 자세로 따르셨습니다. 효종께서 일찍이 면대(面對)하여 유사하시기를, ‘세자(世子)가 학문에 부지런하게 된 것은 실로 찬선(贊善)의 공력에 힘입은 것이다.’ 하셨습니다. 아! 그의 도덕과 공효가 남보다 뛰어난 것이 이러하였습니다. 과거에 역적 김자점(金自點)이 용사(用事)할 적에는 그들의 당여(黨與)가 조정에 가득 깔려 있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모두들 두려워서 감히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정(先正)이 제일 먼저 탄핵하는 글을 올려 준절히 논핵(論劾)하자 간당(奸黨)들이 흩어져 그들의 간계를 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허적(許賊)548) 이 국권을 쥐고 멋대로 휘두를 적에도 선정이 혼자서 한 통의 소장(疏章)을 진달하여 그 죄상을 논열(論列)하고, 그가 사림(士林)에게 화(禍)를 떠넘기고 종묘 사직을 위태롭게 하려 한다고 바로 지척(指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경신년549) 에 이르러서야 선정의 말이 과연 증험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상께서 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추념(追念)하시어 치제(致祭)라는 일이 있기까지 하였으니, 여기에서 그의 화복(禍福)에 대해 회피(回避)하지 않고 곧은 절개를 지닌 평생의 정력(定力)550) 은 다른 사람이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송시열(宋時烈)과는 한세상에 같이 살았고 뜻이 같고 도(道)가 합치되었으므로 사업(事業)도 같았고 진퇴(進退)도 함께 하였습니다. 송시열이 일찍이 송준길(宋浚吉)의 광지(壙誌)를 지으면서 ‘옛날 온공(溫公)551) 이 경인(景仁)552) 에게 성(姓)이 다른 형제(兄弟)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나는 공(公)과 성도 같다. 다만 부모(父母)만 다를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교계(交契)가 깊고도 친밀한 것이 이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의 선비들이 두 분 선정(先正)을 크게 우러러보는 것이 마치 태산(泰山)·북두(北斗)와 같아서 말만하면 반드시 ‘두 송선생(宋先生)’이라고 하였으며, 우리 성상(聖上)께서도 직접 원액(院額)553) 을 써서 내리시어 특별히 포숭(褒崇)하셨으니, 또한 두 분 선생에 대해 차별이 없으신 것입니다. 따라서 성무(聖廡)554) 에 배향하는 성전(盛典)에 이르러서도 어찌 다른 점이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이명(离明)555) 께서는 특별히 성무(聖廡)에 종사(從祀)하는 것을 허락하심으로써 도통(道統)의 소재를 시원스럽게 보이소서."

하니, 세자(世子)가 답하기를,

"지금 두 분 선생을 종사(從祀)시켜 달라고 청하는 것은 이것이 진실로 선현(先賢)을 높이는 성심에서 나온 것임을 알겠으나, 이는 사체(事體)가 중대한 것이므로 준허(準許)할 수가 없다."

하였다.

  • [註 538] 고정(考亭) : 주자(朱子)를 가리킴.
  • [註 539] 천서(天敍)·천질(天秩) : 천서는 군신(君臣)·부자(父子)·형제(兄弟)·부부(夫婦)·붕우(朋友)의 윤서(倫叙)를 말하고, 천질은 존비(尊卑)·귀천(貴賤)과 등급(等級)의 융쇄(隆殺)를 품정(品定)한 것임.
  • [註 540] 병자 : 1636 인조 14년.
  • [註 541] 정축 : 1637 인조 15년.
  • [註 542] 성조(聖祖) : 효종.
  • [註 543] 영릉(寧陵) : 효종의 능호.
  • [註 544] 대로(大老) : 주자(朱子)와 송시열(宋時烈).
  • [註 545] 성조(聖祖) : 효종.
  • [註 546] 성자 신손(聖子神孫) : 임금의 자손.
  • [註 547] 주연관(胄筵官) : 서연관(書筵官).
  • [註 548] 허적(許賊) : 허적(許積)을 가리킴.
  • [註 549] 경신년 : 1680 숙종 6년.
  • [註 550] 정력(定力) : 확정된 학문의 힘.
  • [註 551] 온공(溫公) : 송(宋)나라 명신(名臣) 사마광(司馬光). 태사온국공(太師溫國公)의 증직을 받았으므로 사마온공(司馬溫公)이라 함.
  • [註 552] 경인(景仁) : 송(宋)나라 명신(名臣) 범진(范鎭)의 자(字). 평생에 사마광(司馬光)과 서로 마음이 맞았고 의론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듯하다고 함.
  • [註 553] 원액(院額) : 서원(書院)의 편액(扁額).
  • [註 554] 성무(聖廡) : 문묘(文廟).
  • [註 555] 이명(离明) : 세자(世子).

원문

○全羅道儒生鄭敏河等上書, 請以先正臣宋時烈、宋浚吉, 從祀文廟。 略曰:

先正臣宋時烈, 稟天地純剛之正氣, 鍾河嶽淸淑之精英, 淵源正學, 遠接考亭。 存此心於齊莊靜一之中, 窮此理於學問、思辯之際。 至如天敍、天秩之經禮, 威儀、疑文之變節, 與夫經傳、諸書之微言奧義, 靡不硏究, 覃思融會而貫通, 反之於身, 謹守其一箇直字之得於天者, 以爲根柢, 而宏綱大目, 該擧而周遍。 道全德備, 晬面盎背, 望之巖巖若泰山喬嶽, 卽之溫溫如和風慶雲矣。 嗚呼! 繼孔孟道統之傳, 而集大成於群賢者, 朱子, 而先正之心悅誠服, 不啻若七十子之服孔子, 一言一行, 動法朱子, 出處進退, 孰非得於朱子法門, 而發明孔孟之道者乎? 又値丙、丁之變, 講明《春秋》之大義, 而密贊孝宗大王大有爲之志矣。 聖祖中途, 弓劍遽遺, 寧陵之挽, 又用朱子之哀韻。 二大老窮天之恨, 前後一般矣。 嗚呼! 大業雖缺於當時, 而明天理正人心之大義, 炳然如靑天白日, 使東土之人, 知有君臣、父子之大倫, 而得免於夷狄、禽獸之歸。 忠報一念, 耿耿未已, 又以聖祖當日之志, 勉勵於聖子神孫, 而甚矣吾衰, 望斷斯世, 遂上箚明孝廟百世不可祧之義, 此乃朱子贊頌孝宗皇帝深知盛德之意也。 先正臣宋浚吉, 天姿粹然, 若精金美玉, 胸襟灑落, 如光風霽月, 登門而覿德者, 不覺心醉而誠悅。 至其德業之崇深, 樹立之宏遠, 有足以輝暎當世, 昭垂後來, 則又豈非傳道之儒宗乎? 早遊於文元公 金長生之門, 篤信《小學》, 專務向裏, 蔚爲成德之君子。 仁廟朝屢被召命, 及至孝宗大王嗣服之初, 方有大有爲之志, 先正以爲若不以此時殫竭心力, 以補聖德, 則將不免遺恨千古, 遂乃出而膺命。 兼經筵、冑筵之官, 日侍講席, 闡發經義, 啓沃開導, 靡不用極。 每於天理人欲之分, 尤眷眷致意, 丁寧反覆, 剖柝精微, 孝廟悚歎俯答, 辭旨深懇。 其際遇之盛, 昭融之契, 眞千載一時也。 孝廟除先正以賛善, 先正於輔導之事, 竭力盡悃, 而顯考亦爲之虛己以聽。 孝廟嘗面諭曰: "世子進學之勤至, 實賴贊善之功。 噫! 其道德、功效之卓爾者, 有如是夫! 往在賊點用事之日, 黨與布滿, 勢焰熏天, 人皆怵怯, 不敢出一言, 而先正首發彈文, 論劾截峻, 奸黨散落, 不得售其計。 又於許賊之秉軸擅恣也, 先正獨陳一疏, 論列罪狀, 直斥以嫁禍士林, 謀危宗社。 逮至庚申, 先正之言果驗。 自上追念先見之明, 至有致祭之擧, 此可見其禍福不回, 直節自持, 平生定力, 人不可及也。 與時烈, 生竝一世, 志同道合, 事業不異, 進退與共。 時烈嘗作浚吉壙誌曰: "昔者溫公之與景仁, 謂之曰姓不同兄弟。 今吾之於公, 姓亦同焉, 特父母不同而已。" 其交契深密如此。 所以擧國章甫, 景仰兩先正, 如泰山北斗, 言必稱之曰, 兩宋先生, 而我聖上, 親題院額, 特加褒崇, 亦無間於兩先生, 則至於躋廡之盛典, 寧有異同哉? 伏願离明, 持許從祀聖廡, 快示道統之所在。

世子答曰: "今玆, 兩先正從祀之請, 固知出於尊賢之誠, 而玆事體重, 不得準許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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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60권, 숙종 43년 11월 19일 己巳 3/3 기사 / 1717년 청 강희(康熙) 56년

유생 정민하의 송시열·송준길의 문묘 종사에 관한 상소문

국역

전라도(全羅道) 유생(儒生) 정민하(鄭敏河) 등이 상서(上書)하여 선정신(先正臣) 송시열(宋時烈)·송준길(宋浚吉)을 문묘(文廟)에 종사(從祀)시켜 줄 것을 청하였는데, 대략 말하기를,

"선정신(先正臣) 송시열(宋時烈)은 천지의 순수하고 강직한 정기(正氣)를 타고났으며 하악(河嶽)의 맑고 깨끗한 정영(精英)이 모여 있습니다. 학문은 정학(正學)에 연원(淵源)을 두고 있어 멀리 고정(考亭)538) 에 연접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엄숙하고 씩씩한 정일(精一)함의 가운데에 두고, 이러한 이치를 학문(學問)과 사변(思辯)하는 즈음에서 궁구하였습니다. 그리고 천서(天敍)·천질(天秩)539) 의 경례(經禮)와 위의(威儀)·의문(疑文)의 변절(變節), 그리고 경전(經傳)과 제서(諸書)의 미언(微言)과 오의(奧義)에 이르기까지 연구(硏究)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깊이 생각하고 잘 이해하여 관통(貫通)한 다음 이를 자신에게 돌이켜 하늘에서 타고난 하나의 직(直)자를 삼가 지키는 것으로 근본을 삼았으므로, 굉대(宏大)한 강목(綱目)이 모두 잘 시행되어 주편(周遍)하게 되었습니다. 도덕(道德)이 완전히 구비됨에 따라 덕기(德氣)가 온몸에 넘쳐 흘렀으므로 멀리서 바라보면 근엄하기가 태산(泰山)·교악(喬嶽)과 같고, 가깝게 다가가면 온화하기가 화풍(和風)·경운(慶雲)과 같았습니다. 아! 공맹(孔孟)의 도통(道統)을 전하고 군현(群賢)들의 학문을 집대성(集大成)한 사람이 주자(朱子)인데, 선정(先正)께서 주자에 대해 성심(誠心)으로 열복(悅服)한 것이 70제자가 공자(孔子)에게 열복한 정도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도 모두 주자를 본받았고 출처(出處)와 진퇴(進退)에 있어서도 어느 것 하나 주자의 법문(法門)에서 얻어 내어 공맹(孔孟)의 도(道)를 발명(發明)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또 병자540) ·정축541) 의 호란(胡亂)을 당하여서는 《춘추(春秋)》의 대의(大義)를 강명(講明)하였고 효종 대왕(孝宗大王)께서 큰 일을 하려는 뜻을 비밀히 도왔습니다. 그런데 성조(聖祖)542) 께서 중도에 승하(昇遐)하셨으므로 갑자기 영릉(寧陵)543) 의 만사(挽詞)를 남기게 되었는데, 거기에도 주자(朱子)가 애용해 하면서 지었던 운(韻)을 써서 지었습니다. 따라서 두 분 대로(大老)544) 의 궁천(窮天)의 한은 전후가 일반인 것입니다. 아! 대업(大業)을 비록 당시에 성취시키지는 못하였지만 천리(天理)를 밝히고 인심을 바룬 대의(大義)는 갠 하늘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어 우리 동토(東土)의 사람들로 하여금 군신(君臣)·부자(父子)의 대륜(大倫)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여 이적(夷狄)·금수(禽獸)가 되는 것을 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충성을 다해 국가에 보답하려는 일념(一念)을 잠시도 잊지 않고 또 성조(聖祖)545) 의 당일의 의지를 가지고 성자 신손(聖子神孫)546) 들에게 면려(勉勵)하였습니다. 그러나 몸이 늙어 이 세상에서 그 소망을 이룰 수 있는 기대가 끊기자 드디어 차자(箚子)를 올려 효종(孝宗)께서 지녔던 백세(百世)가 되어도 변할 수 없는 의리를 밝혔으니, 이는 바로 주자(朱子)가 효종 황제(孝宗皇帝)의 성덕(盛德)을 누구보다도 깊이 알고서 찬송(贊頌)하였던 그런 뜻이었습니다. 선정신(先正臣) 송준길(宋浚吉)은 천자(天姿)가 정금(精金)·미옥(美玉)처럼 순수하였고 흉금(胷襟)은 광풍(光風)·제월(霽月)처럼 깨끗하였으므로 그의 문하에 나아가 덕(德)을 직접 본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심취(心醉)되어 열복(悅服)하였습니다. 그의 높고 깊은 덕업(德業)과 넓고 원대한 수립(樹立)은 당세(當世)를 찬란하게 비추고 후세에 밝게 전하기에 충분하였으니, 또 어찌 도통을 전하는 유종(儒宗)이 아닐 수 있겠습니까? 일찍이 문원공(文元公) 김장생(金長生)의 문하에 유학(遊學)하였는데, 《소학(小學)》을 독신(篤信)하여 오로지 내향(內向)의 공부만을 힘썼기 때문에 훌륭하게 덕을 이룬 군자(君子)가 된 것입니다. 인조조(仁祖朝)에도 누차 소명(召命)을 받았었습니다만, 효종 대왕(孝宗大王)께서 즉위한 처음에 바야흐로 큰 일을 하시려는 뜻을 두신 데에 이르러서야 선정(先正)께서 생각하시기를, ‘이런 때에 나아가 마음과 힘을 다해 성덕(盛德)을 보필하지 않는다면 장차 천고에 한을 남기게 됨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고 드디어 나아가 소명에 응하였던 것입니다. 그리하여 경연관(經筵官)·주연관(胄筵官)547) 을 겸임하고 날마다 강석(講席)에 입시(入侍)의 경의(經義)를 천발(闡發)하고 임금이 마음을 개도(開導)하면서 극진히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매양 천리(千里)와 인욕(人欲)의 구분에 대해 더욱 정성스럽게 마음을 다하여 반복해서 분명하게 밝히고 정미(精微)로운 부분을 예리하게 분삭하였으므로, 효종(孝宗)께서 송탄(悚歎)하며 하답(下答)하심에 있어 사지(辭旨)가 깊고도 간절하였습니다. 임금과 신하가 잘 만난 성대함과 밝은 마음이 서로 합하게 된 것은 참으로 천년에 한 번 있을 그런 것이었습니다. 효종(孝宗)께서 선정(先正)을 찬선(贊善)에 제수하시자 선정께서는 세자(世子)를 보도(輔導)하는 일에 정성과 힘을 끝까지 다 했는데, 현종(顯宗)께서도 겸허한 자세로 따르셨습니다. 효종께서 일찍이 면대(面對)하여 유사하시기를, ‘세자(世子)가 학문에 부지런하게 된 것은 실로 찬선(贊善)의 공력에 힘입은 것이다.’ 하셨습니다. 아! 그의 도덕과 공효가 남보다 뛰어난 것이 이러하였습니다. 과거에 역적 김자점(金自點)이 용사(用事)할 적에는 그들의 당여(黨與)가 조정에 가득 깔려 있어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모두들 두려워서 감히 한 마디 말도 꺼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선정(先正)이 제일 먼저 탄핵하는 글을 올려 준절히 논핵(論劾)하자 간당(奸黨)들이 흩어져 그들의 간계를 부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또 허적(許賊)548) 이 국권을 쥐고 멋대로 휘두를 적에도 선정이 혼자서 한 통의 소장(疏章)을 진달하여 그 죄상을 논열(論列)하고, 그가 사림(士林)에게 화(禍)를 떠넘기고 종묘 사직을 위태롭게 하려 한다고 바로 지척(指斥)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경신년549) 에 이르러서야 선정의 말이 과연 증험되었습니다. 따라서 주상께서 그의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추념(追念)하시어 치제(致祭)라는 일이 있기까지 하였으니, 여기에서 그의 화복(禍福)에 대해 회피(回避)하지 않고 곧은 절개를 지닌 평생의 정력(定力)550) 은 다른 사람이 따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송시열(宋時烈)과는 한세상에 같이 살았고 뜻이 같고 도(道)가 합치되었으므로 사업(事業)도 같았고 진퇴(進退)도 함께 하였습니다. 송시열이 일찍이 송준길(宋浚吉)의 광지(壙誌)를 지으면서 ‘옛날 온공(溫公)551) 이 경인(景仁)552) 에게 성(姓)이 다른 형제(兄弟)다라고 하였는데 지금 나는 공(公)과 성도 같다. 다만 부모(父母)만 다를 뿐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 교계(交契)가 깊고도 친밀한 것이 이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온 나라의 선비들이 두 분 선정(先正)을 크게 우러러보는 것이 마치 태산(泰山)·북두(北斗)와 같아서 말만하면 반드시 ‘두 송선생(宋先生)’이라고 하였으며, 우리 성상(聖上)께서도 직접 원액(院額)553) 을 써서 내리시어 특별히 포숭(褒崇)하셨으니, 또한 두 분 선생에 대해 차별이 없으신 것입니다. 따라서 성무(聖廡)554) 에 배향하는 성전(盛典)에 이르러서도 어찌 다른 점이 있겠습니까? 엎드려 바라건대, 이명(离明)555) 께서는 특별히 성무(聖廡)에 종사(從祀)하는 것을 허락하심으로써 도통(道統)의 소재를 시원스럽게 보이소서."

하니, 세자(世子)가 답하기를,

"지금 두 분 선생을 종사(從祀)시켜 달라고 청하는 것은 이것이 진실로 선현(先賢)을 높이는 성심에서 나온 것임을 알겠으나, 이는 사체(事體)가 중대한 것이므로 준허(準許)할 수가 없다."

하였다.

  • [註 538] 고정(考亭) : 주자(朱子)를 가리킴.
  • [註 539] 천서(天敍)·천질(天秩) : 천서는 군신(君臣)·부자(父子)·형제(兄弟)·부부(夫婦)·붕우(朋友)의 윤서(倫叙)를 말하고, 천질은 존비(尊卑)·귀천(貴賤)과 등급(等級)의 융쇄(隆殺)를 품정(品定)한 것임.
  • [註 540] 병자 : 1636 인조 14년.
  • [註 541] 정축 : 1637 인조 15년.
  • [註 542] 성조(聖祖) : 효종.
  • [註 543] 영릉(寧陵) : 효종의 능호.
  • [註 544] 대로(大老) : 주자(朱子)와 송시열(宋時烈).
  • [註 545] 성조(聖祖) : 효종.
  • [註 546] 성자 신손(聖子神孫) : 임금의 자손.
  • [註 547] 주연관(胄筵官) : 서연관(書筵官).
  • [註 548] 허적(許賊) : 허적(許積)을 가리킴.
  • [註 549] 경신년 : 1680 숙종 6년.
  • [註 550] 정력(定力) : 확정된 학문의 힘.
  • [註 551] 온공(溫公) : 송(宋)나라 명신(名臣) 사마광(司馬光). 태사온국공(太師溫國公)의 증직을 받았으므로 사마온공(司馬溫公)이라 함.
  • [註 552] 경인(景仁) : 송(宋)나라 명신(名臣) 범진(范鎭)의 자(字). 평생에 사마광(司馬光)과 서로 마음이 맞았고 의론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듯하다고 함.
  • [註 553] 원액(院額) : 서원(書院)의 편액(扁額).
  • [註 554] 성무(聖廡) : 문묘(文廟).
  • [註 555] 이명(离明) : 세자(世子).

원문

○全羅道儒生鄭敏河等上書, 請以先正臣宋時烈、宋浚吉, 從祀文廟。 略曰:

先正臣宋時烈, 稟天地純剛之正氣, 鍾河嶽淸淑之精英, 淵源正學, 遠接考亭。 存此心於齊莊靜一之中, 窮此理於學問、思辯之際。 至如天敍、天秩之經禮, 威儀、疑文之變節, 與夫經傳、諸書之微言奧義, 靡不硏究, 覃思融會而貫通, 反之於身, 謹守其一箇直字之得於天者, 以爲根柢, 而宏綱大目, 該擧而周遍。 道全德備, 晬面盎背, 望之巖巖若泰山喬嶽, 卽之溫溫如和風慶雲矣。 嗚呼! 繼孔孟道統之傳, 而集大成於群賢者, 朱子, 而先正之心悅誠服, 不啻若七十子之服孔子, 一言一行, 動法朱子, 出處進退, 孰非得於朱子法門, 而發明孔孟之道者乎? 又値丙、丁之變, 講明《春秋》之大義, 而密贊孝宗大王大有爲之志矣。 聖祖中途, 弓劍遽遺, 寧陵之挽, 又用朱子之哀韻。 二大老窮天之恨, 前後一般矣。 嗚呼! 大業雖缺於當時, 而明天理正人心之大義, 炳然如靑天白日, 使東土之人, 知有君臣、父子之大倫, 而得免於夷狄、禽獸之歸。 忠報一念, 耿耿未已, 又以聖祖當日之志, 勉勵於聖子神孫, 而甚矣吾衰, 望斷斯世, 遂上箚明孝廟百世不可祧之義, 此乃朱子贊頌孝宗皇帝深知盛德之意也。 先正臣宋浚吉, 天姿粹然, 若精金美玉, 胸襟灑落, 如光風霽月, 登門而覿德者, 不覺心醉而誠悅。 至其德業之崇深, 樹立之宏遠, 有足以輝暎當世, 昭垂後來, 則又豈非傳道之儒宗乎? 早遊於文元公 金長生之門, 篤信《小學》, 專務向裏, 蔚爲成德之君子。 仁廟朝屢被召命, 及至孝宗大王嗣服之初, 方有大有爲之志, 先正以爲若不以此時殫竭心力, 以補聖德, 則將不免遺恨千古, 遂乃出而膺命。 兼經筵、冑筵之官, 日侍講席, 闡發經義, 啓沃開導, 靡不用極。 每於天理人欲之分, 尤眷眷致意, 丁寧反覆, 剖柝精微, 孝廟悚歎俯答, 辭旨深懇。 其際遇之盛, 昭融之契, 眞千載一時也。 孝廟除先正以賛善, 先正於輔導之事, 竭力盡悃, 而顯考亦爲之虛己以聽。 孝廟嘗面諭曰: "世子進學之勤至, 實賴贊善之功。 噫! 其道德、功效之卓爾者, 有如是夫! 往在賊點用事之日, 黨與布滿, 勢焰熏天, 人皆怵怯, 不敢出一言, 而先正首發彈文, 論劾截峻, 奸黨散落, 不得售其計。 又於許賊之秉軸擅恣也, 先正獨陳一疏, 論列罪狀, 直斥以嫁禍士林, 謀危宗社。 逮至庚申, 先正之言果驗。 自上追念先見之明, 至有致祭之擧, 此可見其禍福不回, 直節自持, 平生定力, 人不可及也。 與時烈, 生竝一世, 志同道合, 事業不異, 進退與共。 時烈嘗作浚吉壙誌曰: "昔者溫公之與景仁, 謂之曰姓不同兄弟。 今吾之於公, 姓亦同焉, 特父母不同而已。" 其交契深密如此。 所以擧國章甫, 景仰兩先正, 如泰山北斗, 言必稱之曰, 兩宋先生, 而我聖上, 親題院額, 特加褒崇, 亦無間於兩先生, 則至於躋廡之盛典, 寧有異同哉? 伏願离明, 持許從祀聖廡, 快示道統之所在。

世子答曰: "今玆, 兩先正從祀之請, 固知出於尊賢之誠, 而玆事體重, 不得準許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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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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