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검색

숙종실록57권, 숙종 42년 2월 2일 癸亥 3/3 기사 / 1716년 청 강희(康熙) 55년

재해가 심한 제주도의 백성을 위로하는 교서를 내리다

국역

제주 별견 어사(濟州別譴御史) 황귀하(黃龜河)가 사폐(辭陛)하니, 임금이 대제학(大提學) 송상기(宋相琦)에게 명하여 교문(敎文)을 대신 짓게 하여 하유(下諭)하였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왕은 말하노라. 아! 너희 탐라(耽羅)는 아득히 해외(海外)에 있어 땅이 멀리 떨어져 있고 풍기(風氣)가 특이하다. 무릇 우리 백성의 생업이 어려워진 지 오래 되었거니와, 불행하게도 천재(天災)의 유행(流行)이 온 섬에 치우치게 혹독하다. 계사년055) 의 흉작은 예전에 없던 바여서 굶주림과 염병으로 사람과 가축이 다 죽으니, 내가 곡식을 보내어 극진히 진구(賑救)하려 하였으나 구제하는 방도가 미진하여 죽음이 참혹하게도 거의 수천을 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몹시 마음이 몹시 상하는데, 뜻밖에도 지난 가을에 또 대흉(大凶)이어서 논밭에 수확이 없고 채소·과실은 익지 않았으므로 미처 해[歲]를 잇지 못하고 백성의 식량이 아주 떨어졌다. 살아 남은 백성이 지독한 흉년을 거듭 당하였으나 궁벽한 바다에 있는 외딴섬은 육지와 달라서 빌어먹을 곳도 없고 힘써 옮겨갈 방법도 없으므로 모두들 근심스레 떠들고 허둥지둥하며 앉아서 죽음을 기다린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어떻게 마음먹겠는가? 내가 이미 여러 번 수령(守令)에게 경계하여 반드시 구활(救活)하는 방도를 다하게 하고 묘당(廟堂)에 거듭 명하여 구제할 방책을 빨리 강구하게 하였는데, 천 리 밖은 이목(耳目)이 이미 멀거니와 구중(九重) 안에서는 근심이 매우 깊으므로 이에 근시(近侍)의 신하를 보내어 가서 진구하는 일을 살피고 덕의(德意)를 선포(宣布)하게 하노라. 영남(嶺南)과 호남(湖南)에 분정(分定)한 곡식을 이제 비록 잇따라 날라가기는 하나, 인구를 셈하여 나누어 주다가 혹 모자랄까 염려되거든 다시 그 수량을 늘려 보리 수확 이전까지 대도록 하라. 또 생각하건대 봄날이 점점 화창하여 가서 봄 농사가 이미 다가왔으나, 먹을 것을 바라는 것이 바야흐로 급한데 씨뿌리는 일을 어찌 논하랴? 그러므로 씨나락을 주어 농사를 권하도록 명하니, 혜택을 입혀 안정시키기 바란다.

아! 국가가 이 섬을 믿고 중히 여기는 것이 번복(藩服)056) 과 다름이 없고, 먼 외방의 백성도 똑같이 나의 적자(赤子)이니, 내가 이들을 보는 것이 어찌 멀고 가까움에 따라 차이를 두겠는가? 백성의 부모가 되어 이런 매우 어려운 지경이 되게 한 것은 참으로 내 허물이니, 부끄럽고 슬픈 것을 어찌 말하겠는가? 세공(歲貢)을 줄이더라도 달래고 보호하는 은택이 될 만큼은 못되고 부지런히 곡식을 나르더라도 내 마음에 만족할 만하지 못하다. 문무(文武)를 시취(試取)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이미 구례(舊例)대로 하게 하였으니, 인재를 뽑으면 또한 막히고 답답한 것을 소통하게 될 것이다. 억울하여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내가 펴게 할 것이며, 떨어내지 못하는 폐단을 내가 없앨 것이다. 너희 사민(士民)은 내가 빈말을 한다고 여기지 말고 내 지극한 뜻을 본받아, 시름하는 기색을 조금 펴고 흩어지려는 생각을 품지 말고서 전리(田里)에 안정하고 집을 보전하여 내가 슬퍼하고 어루만지는 뜻에 따르라. 아! 저축을 다 비우더라도 마음이 어찌 차마 서서 보겠는가? 제도(諸道)가 다 굶주리나 너희 지방을 더욱 염려한다."

하였다.

  • [註 055] 계사년 : 1713 숙종 39년.
  • [註 056] 번복(藩服) : 주대(周代)의 토지 행정 구획의 제도인 구복(九服)의 하나. 곧 왕성(王城)에서 5천 리 떨어진 곳의 사방 5백 리의 땅으로 천하의 가장 가에 있는 복속(服屬)한 지방을 뜻함.

원문

○濟州別遣御史黃龜河陛辭, 上命大提學宋相琦, 代撰敎文以諭。 其文曰:

王若曰, 咨爾耽羅, 邈在海外, 壤地荒僻, 風氣殊異。 凡我居民, 生業之艱難, 厥惟久矣, 不幸天災流行, 偏酷一島。 癸巳凶歉, 振古所無, 飢饉、疢癘, 人畜俱亡。 予雖轉租移粟, 極意賙賑, 而拯濟之方, 猶有未盡, 死亡之慘, 殆過數千, 至今思之, 衋然傷痛。 不意去秋, 年又大無, 田畝無收, 菜果不成, 未及嗣歲, 民食頓絶, 孑遺殘氓, 洊罹鞠凶。 絶島窮溟, 異於陸地, 丐乞無所, 懋遷無術, 嗷嗷遑遑, 坐以待死。 言念及此, 何以爲心? 予旣屢飭守吏, 期盡救活之方, 申命廟堂, 亟講接濟之策, 而千里之外, 耳目旣遠, 九重之內, 憂鬱冞深。 玆遣近侍之臣, 往察賑事, 宣布德意。 嶺、湖派定之穀, 今雖陸續運去, 計口支分, 慮或不贍, 更增其數, 俾繼麥前。 且念春和漸布, 東作已屆, 而望哺方急, 播種奚論? 是用命給穀種, 以勸其耕, 庶幾煦濡而安集焉。 嗚呼! 國家之倚重玆島, 無異藩服, 而遐外編氓, 均吾赤子, 予之視之, 豈間遠邇? 爲民父母, 致此顚連, 寔予之咎, 慙悼何言? 歲貢雖減, 而不足爲懷保之澤矣, 船粟雖勤, 而不足以稱予之心矣。 至於試取文武, 旣令遵舊例矣, 甄拔人才, 亦將疏滯鬱矣。 冤而不暴者, 予當伸之, 弊之未祛者, 予當蠲之。 惟爾士民, 勿以予爲空言, 而體予至意, 少紓愁冤之氣, 無懷渙散之念, 安其田里, 保其家室, 以副予惻怛撫循之意焉。 於戲! 積儲雖罄, 心豈忍於立視? 諸道皆飢, 念尤軫於爾方。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숙종실록57권, 숙종 42년 2월 2일 癸亥 3/3 기사 / 1716년 청 강희(康熙) 55년

재해가 심한 제주도의 백성을 위로하는 교서를 내리다

국역

제주 별견 어사(濟州別譴御史) 황귀하(黃龜河)가 사폐(辭陛)하니, 임금이 대제학(大提學) 송상기(宋相琦)에게 명하여 교문(敎文)을 대신 짓게 하여 하유(下諭)하였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왕은 말하노라. 아! 너희 탐라(耽羅)는 아득히 해외(海外)에 있어 땅이 멀리 떨어져 있고 풍기(風氣)가 특이하다. 무릇 우리 백성의 생업이 어려워진 지 오래 되었거니와, 불행하게도 천재(天災)의 유행(流行)이 온 섬에 치우치게 혹독하다. 계사년055) 의 흉작은 예전에 없던 바여서 굶주림과 염병으로 사람과 가축이 다 죽으니, 내가 곡식을 보내어 극진히 진구(賑救)하려 하였으나 구제하는 방도가 미진하여 죽음이 참혹하게도 거의 수천을 넘었다. 이제 와서 생각하면 몹시 마음이 몹시 상하는데, 뜻밖에도 지난 가을에 또 대흉(大凶)이어서 논밭에 수확이 없고 채소·과실은 익지 않았으므로 미처 해[歲]를 잇지 못하고 백성의 식량이 아주 떨어졌다. 살아 남은 백성이 지독한 흉년을 거듭 당하였으나 궁벽한 바다에 있는 외딴섬은 육지와 달라서 빌어먹을 곳도 없고 힘써 옮겨갈 방법도 없으므로 모두들 근심스레 떠들고 허둥지둥하며 앉아서 죽음을 기다린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어떻게 마음먹겠는가? 내가 이미 여러 번 수령(守令)에게 경계하여 반드시 구활(救活)하는 방도를 다하게 하고 묘당(廟堂)에 거듭 명하여 구제할 방책을 빨리 강구하게 하였는데, 천 리 밖은 이목(耳目)이 이미 멀거니와 구중(九重) 안에서는 근심이 매우 깊으므로 이에 근시(近侍)의 신하를 보내어 가서 진구하는 일을 살피고 덕의(德意)를 선포(宣布)하게 하노라. 영남(嶺南)과 호남(湖南)에 분정(分定)한 곡식을 이제 비록 잇따라 날라가기는 하나, 인구를 셈하여 나누어 주다가 혹 모자랄까 염려되거든 다시 그 수량을 늘려 보리 수확 이전까지 대도록 하라. 또 생각하건대 봄날이 점점 화창하여 가서 봄 농사가 이미 다가왔으나, 먹을 것을 바라는 것이 바야흐로 급한데 씨뿌리는 일을 어찌 논하랴? 그러므로 씨나락을 주어 농사를 권하도록 명하니, 혜택을 입혀 안정시키기 바란다.

아! 국가가 이 섬을 믿고 중히 여기는 것이 번복(藩服)056) 과 다름이 없고, 먼 외방의 백성도 똑같이 나의 적자(赤子)이니, 내가 이들을 보는 것이 어찌 멀고 가까움에 따라 차이를 두겠는가? 백성의 부모가 되어 이런 매우 어려운 지경이 되게 한 것은 참으로 내 허물이니, 부끄럽고 슬픈 것을 어찌 말하겠는가? 세공(歲貢)을 줄이더라도 달래고 보호하는 은택이 될 만큼은 못되고 부지런히 곡식을 나르더라도 내 마음에 만족할 만하지 못하다. 문무(文武)를 시취(試取)하는 일에 이르러서는 이미 구례(舊例)대로 하게 하였으니, 인재를 뽑으면 또한 막히고 답답한 것을 소통하게 될 것이다. 억울하여도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내가 펴게 할 것이며, 떨어내지 못하는 폐단을 내가 없앨 것이다. 너희 사민(士民)은 내가 빈말을 한다고 여기지 말고 내 지극한 뜻을 본받아, 시름하는 기색을 조금 펴고 흩어지려는 생각을 품지 말고서 전리(田里)에 안정하고 집을 보전하여 내가 슬퍼하고 어루만지는 뜻에 따르라. 아! 저축을 다 비우더라도 마음이 어찌 차마 서서 보겠는가? 제도(諸道)가 다 굶주리나 너희 지방을 더욱 염려한다."

하였다.

  • [註 055] 계사년 : 1713 숙종 39년.
  • [註 056] 번복(藩服) : 주대(周代)의 토지 행정 구획의 제도인 구복(九服)의 하나. 곧 왕성(王城)에서 5천 리 떨어진 곳의 사방 5백 리의 땅으로 천하의 가장 가에 있는 복속(服屬)한 지방을 뜻함.

원문

○濟州別遣御史黃龜河陛辭, 上命大提學宋相琦, 代撰敎文以諭。 其文曰:

王若曰, 咨爾耽羅, 邈在海外, 壤地荒僻, 風氣殊異。 凡我居民, 生業之艱難, 厥惟久矣, 不幸天災流行, 偏酷一島。 癸巳凶歉, 振古所無, 飢饉、疢癘, 人畜俱亡。 予雖轉租移粟, 極意賙賑, 而拯濟之方, 猶有未盡, 死亡之慘, 殆過數千, 至今思之, 衋然傷痛。 不意去秋, 年又大無, 田畝無收, 菜果不成, 未及嗣歲, 民食頓絶, 孑遺殘氓, 洊罹鞠凶。 絶島窮溟, 異於陸地, 丐乞無所, 懋遷無術, 嗷嗷遑遑, 坐以待死。 言念及此, 何以爲心? 予旣屢飭守吏, 期盡救活之方, 申命廟堂, 亟講接濟之策, 而千里之外, 耳目旣遠, 九重之內, 憂鬱冞深。 玆遣近侍之臣, 往察賑事, 宣布德意。 嶺、湖派定之穀, 今雖陸續運去, 計口支分, 慮或不贍, 更增其數, 俾繼麥前。 且念春和漸布, 東作已屆, 而望哺方急, 播種奚論? 是用命給穀種, 以勸其耕, 庶幾煦濡而安集焉。 嗚呼! 國家之倚重玆島, 無異藩服, 而遐外編氓, 均吾赤子, 予之視之, 豈間遠邇? 爲民父母, 致此顚連, 寔予之咎, 慙悼何言? 歲貢雖減, 而不足爲懷保之澤矣, 船粟雖勤, 而不足以稱予之心矣。 至於試取文武, 旣令遵舊例矣, 甄拔人才, 亦將疏滯鬱矣。 冤而不暴者, 予當伸之, 弊之未祛者, 予當蠲之。 惟爾士民, 勿以予爲空言, 而體予至意, 少紓愁冤之氣, 無懷渙散之念, 安其田里, 保其家室, 以副予惻怛撫循之意焉。 於戲! 積儲雖罄, 心豈忍於立視? 諸道皆飢, 念尤軫於爾方。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원본

/ 1
태조-철종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 이동
                                                              고종-순종
                                                              • 이동
                                                                • 이동
                                                                  • 이동
                                                                    태조-철종
                                                                      고종-순종

                                                                        문자입력기

                                                                        한자목록

                                                                        문자영역
                                                                        한자목록 바로가기

                                                                        부수

                                                                        획수

                                                                        한자목록

                                                                        획수

                                                                        한자목록

                                                                        부수

                                                                        획수

                                                                        한자목록

                                                                        영문INDEX

                                                                        한어 병음

                                                                        한자목록

                                                                        영문INDEX

                                                                        일본어 음독

                                                                        한자목록

                                                                        책갈피목록

                                                                        책갈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