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실록38권, 숙종 29년 6월 19일 癸巳 2/3 기사 / 1703년 청 강희(康熙) 42년
관왕묘에 행차하여, 신미년의 예에 의해 동묘에 치제하게 하다
국역
승여(乘輿)가 장차 떠나려고 하니, 도승지(都承旨) 유집일(兪集一)이 아뢰기를,
"관왕묘(關王廟)를 거쳐 가신다는 하교는 누군들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옥당(玉堂)의 차자(箚子)는 성상의 뜻 둔 바를 알지 못한 듯합니다. 하지만 의리로써 말하면 길흉(吉凶)의 예(禮)를 같이 할 수 없고 노래하고 곡(哭)하는 것을 아울러 행할 수 없는데, 하필 오늘날에 이 거룩한 행사를 하십니까? 또 날씨가 몹시 더우니 시일을 물려서 행하기를 청합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듣지 않았다. 마침내 남관왕묘(南關王廟)에 지나며 들어가서 읍(揖)하고 서서 근시(近侍)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이것은 생상(生像)인데 동묘(東廟)의 소상(塑像)에 비하여 아주 생기(生氣)가 있다."
하고, 서쪽 벽의 승상(僧像)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는 무엇을 위하여 설치하였는가?"
하자, 근시가 대답하기를,
"세속에서 일컫는 보정 장로(普淨長老)입니다."
하니, 임금이 머리를 끄덕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무안(武安)423) 의 정충 대절(精忠大節)은 만고에 환하게 빛나므로 내가 일찍이 깊이 사모하는 바였다. 칙사를 보낸 뒤에 유묘(遺廟)에 지나며 들어와서 소상(塑像)을 보고 읍(揖)하니, 세상에 드문 느낌이 더욱 깊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곤두선 머리털이 갓을 치켜올리게 한다."
하니, 유집일이 말하기를,
"성상께서 한결같은 생각으로 존주(尊周)424) 하시어 말씀의 뜻이 격렬하고 간절하시니 충신(忠臣)·의사(義士)의 기운을 고취(鼓吹)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형식에 가까우니, 다만 내정(內政)을 다스리고 외적(外敵)을 물리치는 계책에 더욱 힘쓰시기를 원합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卿)의 말이 옳다."
하였다. 유집일이 묘(廟)안에 음사(淫祀)를 금지시키기를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인하여 신미년425) 의 예(例)에 의하여 동묘(東廟)에 치제(致祭)하기를 명하였다.
- [註 423] 무안(武安) : 관우(關羽)의 시호(諡號).
- [註 424] 존주(尊周) : 주(周)나라 왕실(王室)을 존숭(尊崇)하는 것. 곧 왕실을 높이고 이적(夷狄)을 물리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정통의 명(明)나라를 존숭한다는 뜻임.
- [註 425] 신미년 : 1691 숙종 17년.
원문
○乘輿將發, 都承旨兪集一進曰: "歷臨關廟之敎, 孰不聳動? 玉堂之箚, 似不識聖意所存, 而以義理言之, 吉凶不可同禮, 歌哭不可竝行。 何必於今日, 行此盛擧乎? 且天氣盛熱, 請退行。" 上不聽。 遂歷過南關王廟, 揖而立顧近侍曰: "此是生像, 比東廟塑像, 大有生氣矣。" 指西壁隅僧像曰: "此何爲以設也?" 近侍對曰: "俗稱普淨長老也。" 上頷之。 上又曰: "武安精忠大節, 萬古昭昭, 予之所嘗深慕, 而送勑之後, 歷入遺廟, 瞻揖塑像, 曠感尤深, 令人怒髮衝冠矣。" 兪集一曰: "聖上一念尊周, 辭旨激切, 可以鼓忠臣、義士之氣。 然此亦近於文具, 惟願益勉修攘之策也。" 上曰: "卿言然矣。" 集一請禁廟中淫祀, 從之。 仍命依辛未例, 致祭於東廟。
숙종실록38권, 숙종 29년 6월 19일 癸巳 2/3 기사 / 1703년 청 강희(康熙) 42년
관왕묘에 행차하여, 신미년의 예에 의해 동묘에 치제하게 하다
국역
승여(乘輿)가 장차 떠나려고 하니, 도승지(都承旨) 유집일(兪集一)이 아뢰기를,
"관왕묘(關王廟)를 거쳐 가신다는 하교는 누군들 감동하지 않겠습니까? 옥당(玉堂)의 차자(箚子)는 성상의 뜻 둔 바를 알지 못한 듯합니다. 하지만 의리로써 말하면 길흉(吉凶)의 예(禮)를 같이 할 수 없고 노래하고 곡(哭)하는 것을 아울러 행할 수 없는데, 하필 오늘날에 이 거룩한 행사를 하십니까? 또 날씨가 몹시 더우니 시일을 물려서 행하기를 청합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듣지 않았다. 마침내 남관왕묘(南關王廟)에 지나며 들어가서 읍(揖)하고 서서 근시(近侍)를 돌아보며 말하기를,
"이것은 생상(生像)인데 동묘(東廟)의 소상(塑像)에 비하여 아주 생기(生氣)가 있다."
하고, 서쪽 벽의 승상(僧像)을 가리키며 말하기를,
"이는 무엇을 위하여 설치하였는가?"
하자, 근시가 대답하기를,
"세속에서 일컫는 보정 장로(普淨長老)입니다."
하니, 임금이 머리를 끄덕였다. 임금이 또 말하기를,
"무안(武安)423) 의 정충 대절(精忠大節)은 만고에 환하게 빛나므로 내가 일찍이 깊이 사모하는 바였다. 칙사를 보낸 뒤에 유묘(遺廟)에 지나며 들어와서 소상(塑像)을 보고 읍(揖)하니, 세상에 드문 느낌이 더욱 깊어서 사람으로 하여금 곤두선 머리털이 갓을 치켜올리게 한다."
하니, 유집일이 말하기를,
"성상께서 한결같은 생각으로 존주(尊周)424) 하시어 말씀의 뜻이 격렬하고 간절하시니 충신(忠臣)·의사(義士)의 기운을 고취(鼓吹)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것도 형식에 가까우니, 다만 내정(內政)을 다스리고 외적(外敵)을 물리치는 계책에 더욱 힘쓰시기를 원합니다."
하자, 임금이 말하기를,
"경(卿)의 말이 옳다."
하였다. 유집일이 묘(廟)안에 음사(淫祀)를 금지시키기를 청하니 그대로 따랐다. 인하여 신미년425) 의 예(例)에 의하여 동묘(東廟)에 치제(致祭)하기를 명하였다.
- [註 423] 무안(武安) : 관우(關羽)의 시호(諡號).
- [註 424] 존주(尊周) : 주(周)나라 왕실(王室)을 존숭(尊崇)하는 것. 곧 왕실을 높이고 이적(夷狄)을 물리치는 것인데, 여기에서는 정통의 명(明)나라를 존숭한다는 뜻임.
- [註 425] 신미년 : 1691 숙종 17년.
원문
○乘輿將發, 都承旨兪集一進曰: "歷臨關廟之敎, 孰不聳動? 玉堂之箚, 似不識聖意所存, 而以義理言之, 吉凶不可同禮, 歌哭不可竝行。 何必於今日, 行此盛擧乎? 且天氣盛熱, 請退行。" 上不聽。 遂歷過南關王廟, 揖而立顧近侍曰: "此是生像, 比東廟塑像, 大有生氣矣。" 指西壁隅僧像曰: "此何爲以設也?" 近侍對曰: "俗稱普淨長老也。" 上頷之。 上又曰: "武安精忠大節, 萬古昭昭, 予之所嘗深慕, 而送勑之後, 歷入遺廟, 瞻揖塑像, 曠感尤深, 令人怒髮衝冠矣。" 兪集一曰: "聖上一念尊周, 辭旨激切, 可以鼓忠臣、義士之氣。 然此亦近於文具, 惟願益勉修攘之策也。" 上曰: "卿言然矣。" 集一請禁廟中淫祀, 從之。 仍命依辛未例, 致祭於東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