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실록11권, 숙종 7년 5월 2일 甲寅 5/8 기사 / 1681년 청 강희(康熙) 20년
책비하는 날이었지만, 천재지변에 따른 변경을 논의하다
국역
이 날이 곧 책비(冊妃)하는 길일(吉日)이었다. 초엄(初嚴)276) 후에 영의정(領議政) 김수항(金壽恒)이 빈청(賓廳)에 나아가 아뢰기를,
"지진(地震)의 변괴(變怪)가 여러 날 동안 거듭 일어났고, 더욱이 책비(冊妃)하는 날을 당하여 재이(災異)가 이와 같으니, 전하께서 수성(修省)하시는 도리에 있어서 안연(晏然)하게 행례(行禮)할 수가 없으며, 대례(大禮)를 재이(災異)가 있는 날에 그대로 거행하는 것도 또한 미안(未安)할 듯합니다. 일관(日官)이 앞으로도 길일(吉日)이 있다고 말하였으니, 오늘의 책례(冊禮)를 후일로 미루어 거행하여 경구(警懼)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앞으로의 길일을 물으니, 11일이라고 대답하자, 임금이 일기가 도운 때임을 염려하여 하루 이틀 동안에 잇달이 거행하는 것이 어려울 듯하므로, 이날에 대례(大禮)를 그대로 거행하되, 선온(宣醞) 등의 일은 정지하고 줄이도록 하였다. 대신(大臣)들이 다시 그날 일찍 시각을 정하여 거행할 것을 청하자, 임금이 윤허(允許)하였다가, 잠시 후에 또 하교(下敎)하기를,
"기일(期日)을 만약 늦춘다면 교명문(敎命文)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공역(工役)이 반드시 두 분 자전(慈殿)의 뜻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기일을 늦추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듯하다. 또 이 일이 풍형 예대(豊亨豫大)277) 한 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지금 비록 거행한다 하더라도 수성(修省)하는 도리에 크게 해로운 바는 없을 듯하다."
하자, 여러 대신(大臣)들이 또한 이미 기일을 늦추었다가 그대로 거행하는 것은 비록 지극히 전도(顚倒)된 것이라고 하나, 교명문(敎命文)을 고쳐 만드는 것이 과연 시기에 미치기 어렵고, 자지(慈旨)가 또 이와 같으니, 그대로 거행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선온(宣醞) 등의 일은 하교(下敎)에 의거하여 정지하고 줄이도록 청하였다. 또 재이(災異)를 만났으므로 재이를 없앨 방책을 묻도록 하니, 여러 대신과 2품 이상이 명을 받들어 제회(齊會)하였는데, 대신들이 책비례(冊妃禮)를 거행한 후 형세가 등대(登對)하기 어렵다 하여 명일(明日)을 기다려 입대(入對)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모두 그대로 따랐다.
- [註 276] 초엄(初嚴) : 의식을 행할 때 처음에 울리는 북소리. 광화문(光化門)의 큰 북을 두드리는데, 초엄에는 백관이 모이고, 이엄(二嚴)에는 문밖에 나오고, 삼엄(三嚴)에는 뜰에 들어오는 것임.
- [註 277] 풍형 예대(豊亨豫大) : 천하가 풍요하고 태평하여 백성이 안락을 누리는 것.
원문
○是日卽冊妃吉日也。 初嚴後, 領議政金壽恒詣賓廳啓曰: "地震之變, 疊出於數日之內, 而況當冊妃之日, 災異如此, 在殿下修省之道, 不可晏然行禮。 大禮之仍行於遇災之日, 亦似未安。 日官言, 前頭亦有吉日, 今日冊禮, 退行於後日, 以示警懼之意似宜。" 上問前頭吉日, 對以十一日。 上慮時氣正熱, 而一兩日之間似難連行, 大禮欲於是日仍行, 而停減宣醞等事。 大臣復請於其日, 早定時刻而行之, 上許之。 俄又下敎曰: "日期若退, 則敎命文當改織造, 而工役必不及, 兩慈殿之意, 極以退期爲難。 且此非出於豐亨豫大之擧, 今雖仍行, 似無大害於修省之道。" 諸大臣亦對以旣退仍行, 雖極顚倒, 敎命文改織, 果難及期。 慈旨又如此, 仍行似宜, 而宣醞等事, 請依下敎停減。 且以遇災詢訪消弭之策, 諸大臣及二品以上, 承命齊會。 大臣以爲: "冊妃行禮後, 勢難登對, 請待明日入對。" 上竝從之。
숙종실록11권, 숙종 7년 5월 2일 甲寅 5/8 기사 / 1681년 청 강희(康熙) 20년
책비하는 날이었지만, 천재지변에 따른 변경을 논의하다
국역
이 날이 곧 책비(冊妃)하는 길일(吉日)이었다. 초엄(初嚴)276) 후에 영의정(領議政) 김수항(金壽恒)이 빈청(賓廳)에 나아가 아뢰기를,
"지진(地震)의 변괴(變怪)가 여러 날 동안 거듭 일어났고, 더욱이 책비(冊妃)하는 날을 당하여 재이(災異)가 이와 같으니, 전하께서 수성(修省)하시는 도리에 있어서 안연(晏然)하게 행례(行禮)할 수가 없으며, 대례(大禮)를 재이(災異)가 있는 날에 그대로 거행하는 것도 또한 미안(未安)할 듯합니다. 일관(日官)이 앞으로도 길일(吉日)이 있다고 말하였으니, 오늘의 책례(冊禮)를 후일로 미루어 거행하여 경구(警懼)하는 뜻을 보이는 것이 마땅할 듯합니다."
하였는데, 임금이 앞으로의 길일을 물으니, 11일이라고 대답하자, 임금이 일기가 도운 때임을 염려하여 하루 이틀 동안에 잇달이 거행하는 것이 어려울 듯하므로, 이날에 대례(大禮)를 그대로 거행하되, 선온(宣醞) 등의 일은 정지하고 줄이도록 하였다. 대신(大臣)들이 다시 그날 일찍 시각을 정하여 거행할 것을 청하자, 임금이 윤허(允許)하였다가, 잠시 후에 또 하교(下敎)하기를,
"기일(期日)을 만약 늦춘다면 교명문(敎命文)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공역(工役)이 반드시 두 분 자전(慈殿)의 뜻에 미치지 못할 것이니, 기일을 늦추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듯하다. 또 이 일이 풍형 예대(豊亨豫大)277) 한 일에서 나온 것이 아니므로, 지금 비록 거행한다 하더라도 수성(修省)하는 도리에 크게 해로운 바는 없을 듯하다."
하자, 여러 대신(大臣)들이 또한 이미 기일을 늦추었다가 그대로 거행하는 것은 비록 지극히 전도(顚倒)된 것이라고 하나, 교명문(敎命文)을 고쳐 만드는 것이 과연 시기에 미치기 어렵고, 자지(慈旨)가 또 이와 같으니, 그대로 거행하는 것이 마땅할 듯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선온(宣醞) 등의 일은 하교(下敎)에 의거하여 정지하고 줄이도록 청하였다. 또 재이(災異)를 만났으므로 재이를 없앨 방책을 묻도록 하니, 여러 대신과 2품 이상이 명을 받들어 제회(齊會)하였는데, 대신들이 책비례(冊妃禮)를 거행한 후 형세가 등대(登對)하기 어렵다 하여 명일(明日)을 기다려 입대(入對)할 것을 청하니, 임금이 모두 그대로 따랐다.
- [註 276] 초엄(初嚴) : 의식을 행할 때 처음에 울리는 북소리. 광화문(光化門)의 큰 북을 두드리는데, 초엄에는 백관이 모이고, 이엄(二嚴)에는 문밖에 나오고, 삼엄(三嚴)에는 뜰에 들어오는 것임.
- [註 277] 풍형 예대(豊亨豫大) : 천하가 풍요하고 태평하여 백성이 안락을 누리는 것.
원문
○是日卽冊妃吉日也。 初嚴後, 領議政金壽恒詣賓廳啓曰: "地震之變, 疊出於數日之內, 而況當冊妃之日, 災異如此, 在殿下修省之道, 不可晏然行禮。 大禮之仍行於遇災之日, 亦似未安。 日官言, 前頭亦有吉日, 今日冊禮, 退行於後日, 以示警懼之意似宜。" 上問前頭吉日, 對以十一日。 上慮時氣正熱, 而一兩日之間似難連行, 大禮欲於是日仍行, 而停減宣醞等事。 大臣復請於其日, 早定時刻而行之, 上許之。 俄又下敎曰: "日期若退, 則敎命文當改織造, 而工役必不及, 兩慈殿之意, 極以退期爲難。 且此非出於豐亨豫大之擧, 今雖仍行, 似無大害於修省之道。" 諸大臣亦對以旣退仍行, 雖極顚倒, 敎命文改織, 果難及期。 慈旨又如此, 仍行似宜, 而宣醞等事, 請依下敎停減。 且以遇災詢訪消弭之策, 諸大臣及二品以上, 承命齊會。 大臣以爲: "冊妃行禮後, 勢難登對, 請待明日入對。" 上竝從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