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실록49권, 인조 26년 10월 4일 乙未 4/4 기사 / 1648년 청 순치(順治) 5년
간원이 내용을 고쳐 봉진한 차자의 대략
국역
간원이 전의 차자를 고쳐 써서 봉진했는데, 그 대략에,
"삼가 생각건대 임금은 억조 창생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바, 온 백성들의 부모인 것입니다. 부모가 진노하여 성색(聲色)이 이상해지면 아들로서는 당연히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것을 생각해야지, 그것을 가리켜 정성(情性)이 발현된 것이라 하여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천지의 기운이 비색(否塞)하여 재이가 잇따라 발생되면 임금으로서는 당연히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화평해지게 할 것을 생각해야지, 기수(氣數)가 마침 그러하다고 핑계대면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늘의 경계를 잘 삼가서 재앙을 돌려 상서로 만든 옛날의 어진 임금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근본은 자신에게 반성하여 자신의 덕을 닦은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전하께서 깊숙한 궁중의 보는 사람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하늘에 대해 공경하는 것이 참으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실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중 궁궐은 깊고도 근엄하여 외신(外臣)으로서는 감히 알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만, 삼가 살피건대, 전하께서 재이를 만났을 적에 경계하고 삼가한 방법은 단지 구언하는 말단적인 것과 피전하는 겉치레에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정성이 하늘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치의 해는 천재보다 더 심하다는 것은 선유들의 격언입니다. 근래 사치스런 풍조가 날로 더욱 극심하여 안으로 서울에서부터 밖으로 시골에 이르기까지 법제에 지나친 집과 분수에 넘친 의복이 더할 수 없이 공교한 것이 지난날보다 더합니다. 그리하여 큰집의 높은 대문이 궁궐보다 더 사치한 집이 있고 서인들의 첩이 비빈(妃嬪)에게 견줄 정도로 화려하며, 장사치나 하인들에 이르러서도 온몸을 비단으로 감싼 자가 있습니다. 만일 가생(賈生)029) 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어찌 눈물만 흘리고 그칠 뿐이겠습니까. 이것이 인심이 예스럽지 못하고 습속이 피폐된 데에서 나온 것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행하면 아래에서 본받는 것이 그림자나 메아리보다 빠른 법이니, 오늘날의 폐단은 아마도 전하께서 몸소 행하시는 것에 반드시 그 도리를 극진히 하지 못하여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이 나라를 패망시킨 일은 그 단서가 한둘이 아니겠습니다만, 그 근원은 상아로 만든 젓가락과 옥으로 만든 술잔을 쓰고 교만하고 방자한 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한 문제(漢文帝) 때 부유했던 공효를 이룬 것은 그 방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겠습니다만, 그 근본은 잘 해지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잘 닳지 않는 가죽신을 신은 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치와 검소 사이에 국가의 흥망이 판가름나는 것이니, 어찌 오늘날 마땅히 감계(鑑戒)해야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삼가 듣건대 앞으로 옹주(翁主)의 결혼과 왕자(王子)·군주(郡主)의 길례(吉禮)를 순차로 행한다고 하는데, 응당 들어가야 할 여러 가지 물품을 한결같이 간략하게 하여 부미(浮靡)를 제거함으로써 검박함을 보여 천하에 솔선하신다면 창반(瘡瘢)과 광수(廣袖)의 변화030) 가 우역(郵驛)을 설치하여 명을 전하는 것보다도 빠를 것입니다.
궁위(宮圍)가 엄하지 않은 것은 화란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참소와 아첨이 시행되고 간알(干謁)의 조짐이 발생되는 것은 그 근원이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궁정 안을 반드시 금문(禁門)·금액(禁掖)·금원(禁苑)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잡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내외의 방한(防限)을 엄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요즈음 궐문 안에 잡인이 번거롭게 드나들어 마치 시장과 같아 무단히 출입하는 남녀가 서로 액정(掖庭)에 잇따랐는데, 간혹 보자기에 싼 소반을 이고서 멋대로 들어가면서도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신들이 대청(臺廳)으로 나아가노라면 날마다 이런 것을 봅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이 이처럼 끊임없이 왕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외의 구분이 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너무 심합니다. 조금씩 새는 물이 필경에는 하늘을 덮치듯이 넘실거리고 하찮은 불꽃이 필경에는 요원의 불길이 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를 무심하게 보아넘긴 채 그 근원을 막지 않으면 뇌물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연줄을 타고 반부(攀附)하는 것이 이로부터 시작됨을 면할 수 없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잗단 일이라고 여기지 마시고 더욱 내외의 출입에 대한 금방(禁防)을 엄히 하여 부정한 길이 널리 통하는 조짐을 막으소서.
언로가 막히느냐 열리느냐에 국가의 흥망이 나뉘는 것입니다. 언로는 국가에 있어서 사람에게 혈기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양생법(養生法)을 잘하는 사람은 관절(關節)을 도인하고 영위(榮衛)를 보호하여 혈기가 막힌 데가 없이 두루 유통되게 하는데, 그런 뒤에야 몸이 편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꼴베는 목동들의 말도 반드시 채택하고 우직한 사람의 말도 빠뜨리지 않아서 상하가 서로 미덥게 되어 막히는 것이 없게 하는데, 그런 뒤에야 국가가 편안하게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이 간언을 듣는 방법에 있어 세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유도해서 말을 하게 하는 것이 어렵고, 말을 하면 의심없이 따르는 것이 어렵고, 따르되 정사에 시행하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대저 말을 하게 하고서 따르지 않는 것과 그 말은 따르면서 행하지 않는 것이 간언을 거절하고 말한 자를 죄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실상이 없는 데로 귀결되기는 매일반인 것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매양 신하들이 진언할 적에는 으레 부드러운 유시를 내리십니다만 시행할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과 다름이 없으니, 이것은 겉으로는 말을 받아들이고 속으로는 그 충심을 배척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전후 일을 논하다가 죄를 얻은 사람이 또한 많으니, 말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조짐은 오늘날 우려해야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자신은 훌륭하고 남은 부족하다고 여기지 마시고 더욱 널리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니 모두가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마땅히 유념하겠다."
하였다.
- [註 029] 가생(賈生) : 가의(賈誼)를 가리킴.
- [註 030] 변화 : 유행이 빠른 것을 표현한 말임. 창반은 옛날 오(吳)나라 임금이 검객(劍客)을 좋아하자 백성들이 칼쓰기를 즐겨하여 사람들의 몸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고, 광수는 도성에서 큰 소매로 된 옷을 좋아하면 지방에서 보다 더 큰 소매를 만든다는 뜻임. 《후한서(後漢書)》 마료전(馬廖傳).
원문
○諫院改書前箚以進, 略曰:
竊念, 人主君臨億兆, 父天母地。 父母震怒, 聲色異常, 則人子當祇栗恐懼, 思所以悅豫, 不當指爲情性所發, 而遂已也。 天地否塞, 災異迭見, 則人主當寅畏兢業, 思所以平格, 不可諉諸氣數之適然, 而少忽也明矣。 古先哲王之克謹天戒, 轉災爲祥者, 不爲小矣, 而其本不過曰反諸身, 修厥德而已。 未知殿下於蜎淵蠖濩之中, 不覩不聞之地, 所以欽崇而對越者, 其眞有不愧不怍之實歟? 九重深嚴, 非外臣之所敢知, 竊覵殿下於遇災之際, 其所以戒謹者, 只在於求言之末節, 避殿之文具, 則以此而欲望上格, 不亦難乎? 奢侈之害, 甚於天災, 先儒之格言也。 近來靡麗之風, 日以益甚, 內而京師, 外而鄕曲, 第宅之踰制, 服御之僭越, 窮極奇巧, 有浮於曩時。 甲第高門, 侈於宮府者有之; 庶人孽妾, 擬於妃嬪者有之, 以至工商下賤, 遍身綺羅者有之。 如使賈生, 生於今日, 則豈但流涕而止哉? 是雖出於人心之不古, 習俗之弊壞, 而上行下效, 捷於影響, 則今日之弊, 抑恐殿下之所以躬行者, 必有所未盡其道也。 商紂敗亡之事, 固非一端, 而其原則始於象箸玉杯, 驕淫自恣而已。 漢 文富庶之效, 亦非一道, 而其本則在於綈衣不弊, 革踏不穿而已, 奢儉之間, 興亡判矣, 庸非今日之所當鑑戒者乎? 竊聞, 前頭翁主之釐降、王子ㆍ郡主之吉禮, 次第當行, 凡諸應入之具, 一循簡約, 斥去浮靡示朴, 爲天下先, 則瘡瘢、廣袖之化, 不特置郵而傳命矣。 宮闈不嚴, 禍亂之所由作也。 讒諂之行, 干謁之漸, 其原皆出於此。 是以宮庭之內, 必以禁門、禁掖、禁苑稱之者, 蓋以禁出入之雜殽, 而嚴內外之防限也。 近者闕門之內, 雜人之紛沓, 有同闤闠, 男女之無端出入者, 相望於掖庭, 或戴方盤之包裹, 任意直前, 曾不畏忌。 臣等進詣臺廳, 逐日見之, 雖未知何許等人, 絡繹如是, 而其爲內外之不嚴, 固已甚矣。 涓涓必至滔天, 炎炎必至燎原。 恬然看過, 不塞其源, 則貨賂之公行, 藤蘿之攀附, 恐未免自此而始也。 伏願殿下, 勿以細事, 而益嚴內外出入之防, 以杜曲逕旁通之漸焉。 言路通塞, 興亡之所以分也。 言路之於國家, 如人之有氣血。 是以善養生者, 導引關節, 保護榮衛, 使氣血周流, 無所淹滯而後, 身得以康寧矣。 善爲國者, 芻蕘必擇, 狂戇不遺, 使上下交孚, 無所擁蔽而後, 國得以治安矣。 然而人主聽言之道有三難, 導之而使言者難, 言之而聽之不疑者難, 聽之而行之於事者爲尤難。 夫使之言而不聽, 與夫聽其言而不行, 比諸拒諫而罪言者, 雖有間矣, 而其歸於無實則一也。 今殿下, 每於群臣之進言, 例加溫諭, 而至於施爲之際, 則猶夫前日, 是陽受其言, 而陰黜其忠也。 況前後論事而獲罪者, 亦不爲不多, 則以言爲戒之漸, 爲今日之所可憂者。 伏願殿下, 毋自廣狹人, 益恢包荒之量焉。
答曰: "省箚, 無非愛君之誠, 予當體念焉。"
인조실록49권, 인조 26년 10월 4일 乙未 4/4 기사 / 1648년 청 순치(順治) 5년
간원이 내용을 고쳐 봉진한 차자의 대략
국역
간원이 전의 차자를 고쳐 써서 봉진했는데, 그 대략에,
"삼가 생각건대 임금은 억조 창생 위에 군림하고 있는 바, 온 백성들의 부모인 것입니다. 부모가 진노하여 성색(聲色)이 이상해지면 아들로서는 당연히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것을 생각해야지, 그것을 가리켜 정성(情性)이 발현된 것이라 하여 그대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천지의 기운이 비색(否塞)하여 재이가 잇따라 발생되면 임금으로서는 당연히 두려워하고 조심하여 화평해지게 할 것을 생각해야지, 기수(氣數)가 마침 그러하다고 핑계대면서 조금이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하늘의 경계를 잘 삼가서 재앙을 돌려 상서로 만든 옛날의 어진 임금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근본은 자신에게 반성하여 자신의 덕을 닦은 것에 불과할 뿐입니다. 전하께서 깊숙한 궁중의 보는 사람도 없고 듣는 사람도 없는 곳에서 하늘에 대해 공경하는 것이 참으로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실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구중 궁궐은 깊고도 근엄하여 외신(外臣)으로서는 감히 알 수 있는 바가 아닙니다만, 삼가 살피건대, 전하께서 재이를 만났을 적에 경계하고 삼가한 방법은 단지 구언하는 말단적인 것과 피전하는 겉치레에 있었을 뿐입니다. 그러니 이것으로 정성이 하늘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면 또한 어려운 일이 아니겠습니까.
사치의 해는 천재보다 더 심하다는 것은 선유들의 격언입니다. 근래 사치스런 풍조가 날로 더욱 극심하여 안으로 서울에서부터 밖으로 시골에 이르기까지 법제에 지나친 집과 분수에 넘친 의복이 더할 수 없이 공교한 것이 지난날보다 더합니다. 그리하여 큰집의 높은 대문이 궁궐보다 더 사치한 집이 있고 서인들의 첩이 비빈(妃嬪)에게 견줄 정도로 화려하며, 장사치나 하인들에 이르러서도 온몸을 비단으로 감싼 자가 있습니다. 만일 가생(賈生)029) 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어찌 눈물만 흘리고 그칠 뿐이겠습니까. 이것이 인심이 예스럽지 못하고 습속이 피폐된 데에서 나온 것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위에서 행하면 아래에서 본받는 것이 그림자나 메아리보다 빠른 법이니, 오늘날의 폐단은 아마도 전하께서 몸소 행하시는 것에 반드시 그 도리를 극진히 하지 못하여 그런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상(商)나라의 주왕(紂王)이 나라를 패망시킨 일은 그 단서가 한둘이 아니겠습니다만, 그 근원은 상아로 만든 젓가락과 옥으로 만든 술잔을 쓰고 교만하고 방자한 데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한 문제(漢文帝) 때 부유했던 공효를 이룬 것은 그 방법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겠습니다만, 그 근본은 잘 해지지 않는 검은 옷을 입고 잘 닳지 않는 가죽신을 신은 데서부터 시작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사치와 검소 사이에 국가의 흥망이 판가름나는 것이니, 어찌 오늘날 마땅히 감계(鑑戒)해야 될 일이 아니겠습니까.
삼가 듣건대 앞으로 옹주(翁主)의 결혼과 왕자(王子)·군주(郡主)의 길례(吉禮)를 순차로 행한다고 하는데, 응당 들어가야 할 여러 가지 물품을 한결같이 간략하게 하여 부미(浮靡)를 제거함으로써 검박함을 보여 천하에 솔선하신다면 창반(瘡瘢)과 광수(廣袖)의 변화030) 가 우역(郵驛)을 설치하여 명을 전하는 것보다도 빠를 것입니다.
궁위(宮圍)가 엄하지 않은 것은 화란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인 것입니다. 참소와 아첨이 시행되고 간알(干謁)의 조짐이 발생되는 것은 그 근원이 모두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궁정 안을 반드시 금문(禁門)·금액(禁掖)·금원(禁苑)이라고 일컫는데, 이는 잡된 사람의 출입을 금하고 내외의 방한(防限)을 엄히 하기 위한 것입니다. 요즈음 궐문 안에 잡인이 번거롭게 드나들어 마치 시장과 같아 무단히 출입하는 남녀가 서로 액정(掖庭)에 잇따랐는데, 간혹 보자기에 싼 소반을 이고서 멋대로 들어가면서도 두려워하거나 꺼리는 기색이 없습니다. 신들이 대청(臺廳)으로 나아가노라면 날마다 이런 것을 봅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이 이처럼 끊임없이 왕래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내외의 구분이 엄하지 않은 것이 참으로 너무 심합니다. 조금씩 새는 물이 필경에는 하늘을 덮치듯이 넘실거리고 하찮은 불꽃이 필경에는 요원의 불길이 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이를 무심하게 보아넘긴 채 그 근원을 막지 않으면 뇌물이 공공연히 행해지고 연줄을 타고 반부(攀附)하는 것이 이로부터 시작됨을 면할 수 없을까 염려스럽습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잗단 일이라고 여기지 마시고 더욱 내외의 출입에 대한 금방(禁防)을 엄히 하여 부정한 길이 널리 통하는 조짐을 막으소서.
언로가 막히느냐 열리느냐에 국가의 흥망이 나뉘는 것입니다. 언로는 국가에 있어서 사람에게 혈기가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 때문에 양생법(養生法)을 잘하는 사람은 관절(關節)을 도인하고 영위(榮衛)를 보호하여 혈기가 막힌 데가 없이 두루 유통되게 하는데, 그런 뒤에야 몸이 편안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사람은 꼴베는 목동들의 말도 반드시 채택하고 우직한 사람의 말도 빠뜨리지 않아서 상하가 서로 미덥게 되어 막히는 것이 없게 하는데, 그런 뒤에야 국가가 편안하게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임금이 간언을 듣는 방법에 있어 세 가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유도해서 말을 하게 하는 것이 어렵고, 말을 하면 의심없이 따르는 것이 어렵고, 따르되 정사에 시행하는 것이 더욱 어렵습니다. 대저 말을 하게 하고서 따르지 않는 것과 그 말은 따르면서 행하지 않는 것이 간언을 거절하고 말한 자를 죄주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만, 실상이 없는 데로 귀결되기는 매일반인 것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매양 신하들이 진언할 적에는 으레 부드러운 유시를 내리십니다만 시행할 즈음에 이르러서는 전과 다름이 없으니, 이것은 겉으로는 말을 받아들이고 속으로는 그 충심을 배척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전후 일을 논하다가 죄를 얻은 사람이 또한 많으니, 말하는 것을 경계하려는 조짐은 오늘날 우려해야 될 것입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자신은 훌륭하고 남은 부족하다고 여기지 마시고 더욱 널리 포용하는 도량을 넓히소서."
하니, 답하기를,
"차자를 살펴보니 모두가 임금을 사랑하는 정성에서 나온 것이었다. 내가 마땅히 유념하겠다."
하였다.
- [註 029] 가생(賈生) : 가의(賈誼)를 가리킴.
- [註 030] 변화 : 유행이 빠른 것을 표현한 말임. 창반은 옛날 오(吳)나라 임금이 검객(劍客)을 좋아하자 백성들이 칼쓰기를 즐겨하여 사람들의 몸에 상처가 가실 날이 없었다고 한 데서 온 말이고, 광수는 도성에서 큰 소매로 된 옷을 좋아하면 지방에서 보다 더 큰 소매를 만든다는 뜻임. 《후한서(後漢書)》 마료전(馬廖傳).
원문
○諫院改書前箚以進, 略曰:
竊念, 人主君臨億兆, 父天母地。 父母震怒, 聲色異常, 則人子當祇栗恐懼, 思所以悅豫, 不當指爲情性所發, 而遂已也。 天地否塞, 災異迭見, 則人主當寅畏兢業, 思所以平格, 不可諉諸氣數之適然, 而少忽也明矣。 古先哲王之克謹天戒, 轉災爲祥者, 不爲小矣, 而其本不過曰反諸身, 修厥德而已。 未知殿下於蜎淵蠖濩之中, 不覩不聞之地, 所以欽崇而對越者, 其眞有不愧不怍之實歟? 九重深嚴, 非外臣之所敢知, 竊覵殿下於遇災之際, 其所以戒謹者, 只在於求言之末節, 避殿之文具, 則以此而欲望上格, 不亦難乎? 奢侈之害, 甚於天災, 先儒之格言也。 近來靡麗之風, 日以益甚, 內而京師, 外而鄕曲, 第宅之踰制, 服御之僭越, 窮極奇巧, 有浮於曩時。 甲第高門, 侈於宮府者有之; 庶人孽妾, 擬於妃嬪者有之, 以至工商下賤, 遍身綺羅者有之。 如使賈生, 生於今日, 則豈但流涕而止哉? 是雖出於人心之不古, 習俗之弊壞, 而上行下效, 捷於影響, 則今日之弊, 抑恐殿下之所以躬行者, 必有所未盡其道也。 商紂敗亡之事, 固非一端, 而其原則始於象箸玉杯, 驕淫自恣而已。 漢 文富庶之效, 亦非一道, 而其本則在於綈衣不弊, 革踏不穿而已, 奢儉之間, 興亡判矣, 庸非今日之所當鑑戒者乎? 竊聞, 前頭翁主之釐降、王子ㆍ郡主之吉禮, 次第當行, 凡諸應入之具, 一循簡約, 斥去浮靡示朴, 爲天下先, 則瘡瘢、廣袖之化, 不特置郵而傳命矣。 宮闈不嚴, 禍亂之所由作也。 讒諂之行, 干謁之漸, 其原皆出於此。 是以宮庭之內, 必以禁門、禁掖、禁苑稱之者, 蓋以禁出入之雜殽, 而嚴內外之防限也。 近者闕門之內, 雜人之紛沓, 有同闤闠, 男女之無端出入者, 相望於掖庭, 或戴方盤之包裹, 任意直前, 曾不畏忌。 臣等進詣臺廳, 逐日見之, 雖未知何許等人, 絡繹如是, 而其爲內外之不嚴, 固已甚矣。 涓涓必至滔天, 炎炎必至燎原。 恬然看過, 不塞其源, 則貨賂之公行, 藤蘿之攀附, 恐未免自此而始也。 伏願殿下, 勿以細事, 而益嚴內外出入之防, 以杜曲逕旁通之漸焉。 言路通塞, 興亡之所以分也。 言路之於國家, 如人之有氣血。 是以善養生者, 導引關節, 保護榮衛, 使氣血周流, 無所淹滯而後, 身得以康寧矣。 善爲國者, 芻蕘必擇, 狂戇不遺, 使上下交孚, 無所擁蔽而後, 國得以治安矣。 然而人主聽言之道有三難, 導之而使言者難, 言之而聽之不疑者難, 聽之而行之於事者爲尤難。 夫使之言而不聽, 與夫聽其言而不行, 比諸拒諫而罪言者, 雖有間矣, 而其歸於無實則一也。 今殿下, 每於群臣之進言, 例加溫諭, 而至於施爲之際, 則猶夫前日, 是陽受其言, 而陰黜其忠也。 況前後論事而獲罪者, 亦不爲不多, 則以言爲戒之漸, 爲今日之所可憂者。 伏願殿下, 毋自廣狹人, 益恢包荒之量焉。
答曰: "省箚, 無非愛君之誠, 予當體念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