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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46권, 인조 23년 2월 19일 壬申 1/1 기사 / 1645년 청 순치(順治) 2년

세자가 귀국한 일로 대제학 이식이 지은 교서를 반포하다

국역

세자가 본국에 돌아온 일로 교서를 반포하였는데, 그 교서에 이르기를,

"저 큰 하늘이 힘써 덮어주어 우리 동방에도 똑같이 은택을 베풀었고, 세자가 돌아오니 우리 동국에 밝은 세상이 열렸다. 귀신과 사람이 모두 경하하고 조정과 민간이 다시 소생하였으므로, 이에 조서를 널리 포양하여 크게 우러러 바라던 기쁨을 함께 하노라.

생각건대, 국운이 비색하여 갑자기 강토가 산산조각이 난 때를 만났으나, 망한 나라를 다시 보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상국(上國)이 안정시켜준 데 힘입은 것이므로 지난일을 징계하고 뒷일을 삼가는 뜻에서 원자(元子)가 먼 나라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를 삼추(三秋)처럼 지루하게 느끼는 마음으로 9년 동안 만 리 길의 이별을 하였다. 무로(霧露)와 풍사(風沙)를 맞으며 고초를 당하건만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 수 없었고, 함곡관(函谷關)과 황하(黃河)의 연변에는 길이 험한데 물품 공급할 힘도 거의 없었다. 더구나 나는 병이 고질화되었는데, 군국(軍國)의 일을 보살필 세자와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어찌하겠는가. 박망원(博望苑)에서 어진이를 초대하는 일010) 도 요동 땅에서는 할 수가 없었고, 동룡문(銅龍門)을 나와 부왕(父王)에게 문안하는 것도 어찌 연경에서 바랄 수 있는 일인가. 오직 정성은 거의 하늘을 감동시킬 만하나 위구한 때에 고국 그리는 말을 감히 하겠는가. 그러나 다행히 천하가 통일되는 기회를 만나 천지가 만물을 생성시키는 은혜를 함께 입었으며, 함곡관 문이 활짝 열려 다시는 새벽닭이 울어야 나가는 어려움이 없게 되었고,011) 세자궁이 거듭 열려 세자가 돌아오는 것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해와 별이 이를 위해 거듭 빛났으니, 종묘가 지금부터 영원히 견고하리라. 뜻밖에 오늘날 이런 좋은 시기를 만나 우리 한 지방 사람들 모두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니, 의당 상국 조서에서 내린 은총에 따라 크게 사유(赦宥)하는 사랑을 아울러 보일 것이다.

아, 인정은 궁하면 반드시 통하는 것이요, 운세는 갔다가도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다. 앞서는 울었으나 뒤에는 웃으니 이는 천재일우의 시기이고 치욕과 허물을 깨끗이 씻었으니 의당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였는데, 이는 대제학 이식이 지은 것이다.

  • [註 010] 박망원(博望苑)에서 어진이를 초대하는 일 : 한 무제(漢武帝)가 태자를 위해 박망원을 세워주고 빈객들을 만나게 했다.
  • [註 011] 함곡관 문이 활짝 열려 다시는 새벽닭이 울어야 나가는 어려움이 없게 되었고, : 전국(戰國)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에 들어갔다가 소왕(昭王)이 그를 가두고 죽이려 하자, 소왕의 총희(寵姬)을 통해 풀려날 방도를 요청한 결과, 그 총희가 맹상군에게서 호백구(狐白裘)를 얻고 싶어 하였다. 그런데 맹상군이 가지고 갔던 호백구는 이미 소왕에게 바쳐버리고 없었으므로, 그 문객중에 개[拘]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 있어 밤중에 개처럼 기어서 진나라의 궁중 보고(寶庫)에 들어가 먼저 바쳤던 호백구를 다시 훔쳐다가 그 총희에게 바치고는 드디어 풀려났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발각되기 전에 함곡관을 나와야 하는데, 새벽닭이 울기 전에는 관문을 열지 않으므로, 또 그 문객 중에 닭울음소리를 잘 흉내내는 사람이 있어 그가 닭울음소리를 내자 다른 닭들이 모두 따라 울어버림으로써 관문이 열려 무사히 탈출했던 고사이다. 여기서는 세자가 연경에 볼모로 잡혀가 있다가 무사히 귀국했음을 비유한 것이다. 《사기(史記)》 권75 맹상군전(孟嘗君傳).

원문

○壬申/以世子東還, 頒敎, 其敎書曰:

皇穹閔覆, 均解澤於靑璣, 儲嗣來歸, 啓离明於蒼陸。 神人具慶, 朝野再蘇, 肆敭渙汗之音, 與同顒望之喜。 言念國運之屯否, 奄遭疆場之分崩, 以亡爲存, 全賴上國之綏定。 懲前毖後, 而致元子之遠留, 以一日三秋之思, 爲九年萬里之別。 霧露風沙之苦, 顧復之慈何施, 關、河途道之艱, 供給之力殆盡。 矧予疾恙之沈痼, 奈此監撫之久睽? 博望招賢, 非遼朔之所及; 銅龍問寢, 豈燕塞之可望? 惟精誠庶幾格天, 在危懼敢言懷土。 幸蒙寰區混合之會, 預被覆載生成之恩, 函關洞開, 更無雞曉之阻, 甲觀重闢, 再覩鶴馭之回。 星日爲之重輝, 宗祊自是永固。 不圖今日有此亨嘉, 凡係同方擧切歡抃, 宜遵綸綍之寵, 竝示沛宥之仁。 於戲! 人情窮則必通, 歲運往無不復。 先號後笑, 是千載之一時, 滌垢蕩瑕, 當自今而更始。

大提學李植之辭也。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인조실록46권, 인조 23년 2월 19일 壬申 1/1 기사 / 1645년 청 순치(順治) 2년

세자가 귀국한 일로 대제학 이식이 지은 교서를 반포하다

국역

세자가 본국에 돌아온 일로 교서를 반포하였는데, 그 교서에 이르기를,

"저 큰 하늘이 힘써 덮어주어 우리 동방에도 똑같이 은택을 베풀었고, 세자가 돌아오니 우리 동국에 밝은 세상이 열렸다. 귀신과 사람이 모두 경하하고 조정과 민간이 다시 소생하였으므로, 이에 조서를 널리 포양하여 크게 우러러 바라던 기쁨을 함께 하노라.

생각건대, 국운이 비색하여 갑자기 강토가 산산조각이 난 때를 만났으나, 망한 나라를 다시 보존하게 된 것은 오로지 상국(上國)이 안정시켜준 데 힘입은 것이므로 지난일을 징계하고 뒷일을 삼가는 뜻에서 원자(元子)가 먼 나라에 머물게 되었다. 그래서 하루를 삼추(三秋)처럼 지루하게 느끼는 마음으로 9년 동안 만 리 길의 이별을 하였다. 무로(霧露)와 풍사(風沙)를 맞으며 고초를 당하건만 자식 사랑하는 마음을 베풀 수 없었고, 함곡관(函谷關)과 황하(黃河)의 연변에는 길이 험한데 물품 공급할 힘도 거의 없었다. 더구나 나는 병이 고질화되었는데, 군국(軍國)의 일을 보살필 세자와 멀리 떨어져 있었으니 어찌하겠는가. 박망원(博望苑)에서 어진이를 초대하는 일010) 도 요동 땅에서는 할 수가 없었고, 동룡문(銅龍門)을 나와 부왕(父王)에게 문안하는 것도 어찌 연경에서 바랄 수 있는 일인가. 오직 정성은 거의 하늘을 감동시킬 만하나 위구한 때에 고국 그리는 말을 감히 하겠는가. 그러나 다행히 천하가 통일되는 기회를 만나 천지가 만물을 생성시키는 은혜를 함께 입었으며, 함곡관 문이 활짝 열려 다시는 새벽닭이 울어야 나가는 어려움이 없게 되었고,011) 세자궁이 거듭 열려 세자가 돌아오는 것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해와 별이 이를 위해 거듭 빛났으니, 종묘가 지금부터 영원히 견고하리라. 뜻밖에 오늘날 이런 좋은 시기를 만나 우리 한 지방 사람들 모두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하니, 의당 상국 조서에서 내린 은총에 따라 크게 사유(赦宥)하는 사랑을 아울러 보일 것이다.

아, 인정은 궁하면 반드시 통하는 것이요, 운세는 갔다가도 반드시 돌아오는 법이다. 앞서는 울었으나 뒤에는 웃으니 이는 천재일우의 시기이고 치욕과 허물을 깨끗이 씻었으니 의당 지금부터 새로이 시작해야 할 것이다."

하였는데, 이는 대제학 이식이 지은 것이다.

  • [註 010] 박망원(博望苑)에서 어진이를 초대하는 일 : 한 무제(漢武帝)가 태자를 위해 박망원을 세워주고 빈객들을 만나게 했다.
  • [註 011] 함곡관 문이 활짝 열려 다시는 새벽닭이 울어야 나가는 어려움이 없게 되었고, : 전국(戰國) 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진(秦)나라에 들어갔다가 소왕(昭王)이 그를 가두고 죽이려 하자, 소왕의 총희(寵姬)을 통해 풀려날 방도를 요청한 결과, 그 총희가 맹상군에게서 호백구(狐白裘)를 얻고 싶어 하였다. 그런데 맹상군이 가지고 갔던 호백구는 이미 소왕에게 바쳐버리고 없었으므로, 그 문객중에 개[拘] 흉내를 잘 내는 사람이 있어 밤중에 개처럼 기어서 진나라의 궁중 보고(寶庫)에 들어가 먼저 바쳤던 호백구를 다시 훔쳐다가 그 총희에게 바치고는 드디어 풀려났다. 그러나 그 사실이 발각되기 전에 함곡관을 나와야 하는데, 새벽닭이 울기 전에는 관문을 열지 않으므로, 또 그 문객 중에 닭울음소리를 잘 흉내내는 사람이 있어 그가 닭울음소리를 내자 다른 닭들이 모두 따라 울어버림으로써 관문이 열려 무사히 탈출했던 고사이다. 여기서는 세자가 연경에 볼모로 잡혀가 있다가 무사히 귀국했음을 비유한 것이다. 《사기(史記)》 권75 맹상군전(孟嘗君傳).

원문

○壬申/以世子東還, 頒敎, 其敎書曰:

皇穹閔覆, 均解澤於靑璣, 儲嗣來歸, 啓离明於蒼陸。 神人具慶, 朝野再蘇, 肆敭渙汗之音, 與同顒望之喜。 言念國運之屯否, 奄遭疆場之分崩, 以亡爲存, 全賴上國之綏定。 懲前毖後, 而致元子之遠留, 以一日三秋之思, 爲九年萬里之別。 霧露風沙之苦, 顧復之慈何施, 關、河途道之艱, 供給之力殆盡。 矧予疾恙之沈痼, 奈此監撫之久睽? 博望招賢, 非遼朔之所及; 銅龍問寢, 豈燕塞之可望? 惟精誠庶幾格天, 在危懼敢言懷土。 幸蒙寰區混合之會, 預被覆載生成之恩, 函關洞開, 更無雞曉之阻, 甲觀重闢, 再覩鶴馭之回。 星日爲之重輝, 宗祊自是永固。 不圖今日有此亨嘉, 凡係同方擧切歡抃, 宜遵綸綍之寵, 竝示沛宥之仁。 於戲! 人情窮則必通, 歲運往無不復。 先號後笑, 是千載之一時, 滌垢蕩瑕, 當自今而更始。

大提學李植之辭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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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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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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