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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1권, 인조 13년 7월 25일 癸酉 1/3 기사 / 1635년 명 숭정(崇禎) 8년

예조 참판 정온이 지난번의 풍재를 논하고 양전을 시행하기에 시기 상조임을 아뢰다

국역

예조 참판 정온이 상소하기를,

"전일의 풍재(風災)는 근고에 없었던 일로,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가고 아름드리 나무의 뿌리가 뽑혔습니다. 심지어는 종묘 안과 사직 가운데에도 넘어진 것이 많으니, 아, 이 무슨 광경입니까. 굳세고 무거우며 뿌리가 튼튼히 뒤얽힌 물체들도 모두 이처럼 되었는데, 하물며 논밭에 있는 곡식이나 연약한 목화이겠습니까. 신이 듣기로는 경기 지방 안에 있는 벼 가운데 이삭이 패고 결실한 것은 남김없이 떨어졌고, 이삭이 패지 않은 것도 줄기가 꺾여 말라 비틀어졌으며, 목화는 열매를 맺은 것이나 맺지 않은 것 모두가 거의 전부 손상되었다 합니다. 만약 과연 이와 같다면 백성들은 무엇을 의지하여 입고 먹을 것이며, 나라는 무엇을 믿고 공부(貢賦)를 내라고 하겠습니까. 백성들은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국가는 재정이 비어 고갈되었으니, 그 눈앞의 참상이 어찌 다만 흰 무지개가 해를 관통하고 정전(正殿)에 벼락이 치는 것과 같을 뿐이겠습니까.

경기 지방의 경우 이런 사실을 아뢰었지만, 모르겠거니와 여러 도 역시 이런 재변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영남과 호서에서 온 자들이 다 그곳의 재변은 경기보다 더 참혹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나머지 5도인들 무사하리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금세에 와서는 재이(災異)가 거듭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듣는 자들도 보통 있는 일로 여기어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고 있으니, 수령들이 버려두고 보고하지 않거나 감사들이 소홀히 여겨 아뢰지 않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하늘의 경계를 깊이 두려워하여 더욱 조심하는 마음을 더하여, 대신을 소환하고 일을 말했던 신하들을 모두 석방하셨으니, 송 경공(宋景公)의 세마디 좋은 말029) 인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근래 호령(號令)을 시행하는 즈음에 하늘에 부응하고 백성을 구휼하는 정사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유독 무엇 때문입니까?

신이 삼가 들으니, 외간에 시끄럽게 전파되는 말에 ‘금원(禁苑)에는 용지(龍池)라는 경승이 있고 대궐 안에 유연(游宴)의 조짐이 있다.’ 합니다. 궁궐 안의 일은 누설을 금하고 있기에 꼭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과연 이런 일이 있다면 이는 실로 전에 없던 재앙이요, 더할 수 없는 변괴입니다. 어찌 큰 바람이 불어 나무가 꺾이고 지붕이 날아가야만 재변이라고 하겠습니까. 성왕(成王)이 한 생각을 잘못한 것이 바람과 우레의 재변을 불렀고 보면030) 오늘의 풍재도 전하의 한 생각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 스스로를 반성해 보았을 때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나는 이런 일이 없는데 이 말이 어찌해서 이르렀는가.’라고 하시면서 곧바로 신을 벌하시는 것도 가하며 신을 내쫓아도 가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반성해 보았을 때 터럭만큼이라도 유사한 자취가 있다면 ‘저 은미함을 가리울 수 없음이 이와 같구나.’라고 하시면서 폐지할 것은 폐지하고 멈출 것은 멈추어 더욱 마음을 간직하고 살피는 노력을 더하시어 사욕(私慾)과 안락의 조짐을 통렬히 끊어 버리소서. 그러면 천변을 멎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히 멎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전하께서 하늘에 호응하시는 참다운 방법입니다.

《서경(書經)》에 말하기를 ‘서민의 상징은 별이니, 별에 좋은 바람이 있고, 별에 좋은 비가 있다.031) ’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백성이 그 삶의 자리를 얻으면 기풍(箕風)과 필우(畢雨)가 절도가 있어 상서가 되고, 일반 백성들이 삶의 자리를 잃으면 기풍과 필우가 절도를 잃어서 재앙이 되는 것입니다. 백성들의 초췌함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는 없었으니, 그 무리에 감응함이 어찌 대풍과 홍수의 재변을 부르기에 부족하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전하께서 빨리 유사에게 명하여 팔도의 감사에게 교유(敎諭)를 내려, 재변을 당한 경중을 자세히 살피고 공부(貢賦)의 수를 헤아려서 감해 주게 하여 백성을 너그럽게 구휼하는 뜻을 보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비록 한 자의 베나 한 말의 쌀이라도 덜어 주면 백성은 그것을 덕으로 여기고, 더하면 백성은 그것을 원망하는 것이 상정(常情)입니다. 신은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덕을 모으시기를 바라지 원망을 모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 덜어 주는 것은 구우 일모(九牛一毛)이나 얻는 것은 억조의 민심이니, 그 이해와 득실의 갈림이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전하께서 백성을 구휼하는 참다운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신이 들으니, 경기와 강원도에서 양전(量田)을 올해 시작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이는 비록 부득이한 일이지만, 이처럼 큰 흉년이 든 해를 당해서 이처럼 막중한 일을 거행한다면, 허비되는 비용이 적지 않고 갖가지 소란이 일어날 것이니, 백성들이 무엇을 믿고서 원망하거나 흩어지는 데 이르지 않겠습니까. 경기는 근본이 되는 곳이요, 강원도는 궁벽한 지방이므로 더욱 위안하고 무마하여 곤궁한 백성들을 보호해야지, 기한 안에 기필코 거행하여 원망과 비방을 불러서야 되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약간 풍년이 드는 해를 기다렸다가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여깁니다.

신이 탄핵을 받자마자 갑자기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풍병이 들었다고 할 것이고 스스로도 심질(心疾)이 걸렸다는 것을 알지만,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성심(誠心)은 천부적으로 타고났기에 마음속에서 사라진 적이 없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하늘에 호응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참다운 일에 터럭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있다면, 신이 비록 전리(田里)로 물러가 죽더라도 또한 헛되이 한 세상을 산 것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만약 하찮은 사람의 말이라고 하여 조심하는 생각을 더하시지 않는다면, 신이 서울 안에 머물러 있다고 하더라도 봉록을 탐하여 구차히 용납되기를 바라는 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신은 이러한 일이야말로 부끄럽게 여깁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의 소장을 살펴보고 경의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뜻을 가상하게 여긴다. 진달한 말은 마땅히 유념하고 의논해 처리하여 수신(修身)하고 보민(保民)하는 약석(藥石)으로 삼겠다. 경은 물러나 돌아가지 말고, 일에 따라 바른 말을 해 주어 내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029] 송 경공(宋景公)의 세마디 좋은 말 : 《사략(史略)》 권1에 "화성이 송나라 분야인 심성(心星)을 침범하자, 경공이 우려했다. 천관(天官)인 자위(子韋)가 ‘이 책임을 재상에게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재상은 나의 팔 다리나 마찬가지다.’ 하였으며, 자위가 ‘그러면 이 책임을 백성에게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백성이 있어야 임금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으며, 자위가 ‘그러면 이 책임을 해[歲]에다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흉년이 들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는 누구를 데리고 임금 노릇을 하겠는가.’ 하였다. 이에 자위가 ‘하늘이 높지만 낮은 곳의 소리도 듣습니다. 임금께서 임금다운 말씀을 세 번 하였으니 화성이 움직일 것입니다.’ 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1도를 옮겨갔다."고 하였다.
  • [註 030] 성왕(成王)이 한 생각을 잘못한 것이 바람과 우레의 재변을 불렀고 보면 : 주 성왕(周成王)이 참소를 믿고 섭정을 하던 그 숙부 주공(周公)을 의심하였다. 그러자 큰 바람이 불어 곡식이 다 쓰러졌다. 뒤에 금등으로 묶은 상자를 열어 보고서 주공의 진심을 알고 후회하니, 바람이 쓰러진 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서경(書經)》 주서(周書) 금등(金縢).
  • [註 031] 서민의 상징은 별이니, 별에 좋은 바람이 있고, 별에 좋은 비가 있다. : 《서경》 홍범(洪範) 제8조에 "서징(庶徵)의 달의 운행이 동북으로 기울어 기성(箕星)의 자리로 들어가면 바람이 많고, 서남으로 기울어 필성(畢星)의 자리로 들어가면 비가 많이 온다."고 하였다.

원문

○癸酉/禮曹參判鄭蘊上疏曰:

頃日風災, 近古所無, 屋瓦皆飛, 拱木拔根。 至於宗廟之內、社稷之中, 顚拔者尤多。 噫! 此何等景象耶? 堅重盤錯之物, 尙皆如此, 況田疇之禾穀乎, 耎脆之木綿乎? 臣聞畿甸之內, 禾穀之秀而實者, 落盡無餘; 其未秀者, 莖節摧折乾枯; 木綿之實與未實者, 幾盡凋傷。 果若如是, 民何所賴而衣食之乎, 國何所恃而責貢賦乎? 民而飢寒, 國而虛竭, 則其爲目前之慘, 豈特如白虹之貫日, 正殿之雷震而已乎? 畿甸則聞之矣, 未知諸路, 亦有是災否乎? 人自嶺南、湖西來者, 皆言其災之慘, 甚於畿甸云, 其餘五道, 安保其獨免乎? 當今之世, 災異層疊, 人之見聞者, 亦以爲尋常, 而不甚驚駭, 安知守令之置而不以報, 監司之忽而不以聞者乎? 殿下深畏天警, 益加惕念, 召還大臣, 盡釋言事之臣, 雖宋景三言之善, 何以加此? 然而近來發號施令之間, 未聞有應天恤民之政者, 獨何歟? 臣竊聞外間喧傳, 禁苑有龍池之勝, 闕內有游宴之漸。 宮省事禁, 未必非流傳之誤, 而若果有之, 此實無前之災也, 莫大之變也。 豈待大風拔木、飄屋然後, 謂之災也? 成王一念之非, 致風雷之變, 則安知今日之風災, 不由於殿下之一念乎? 伏願殿下, 自反於己, 無愧於心, 則曰: "我無是事, 此言胡爲而至哉?" 卽誅譴臣可也, 竄逐臣可也。 自反於己, 而如有絲毫形似之跡, 則曰: "夫微之不可掩如是。" 夫可廢者廢之, 可已者已之, 益加操存省察之功, 痛絶私慾逸豫之萌, 則天變不期弭而自弭矣, 此殿下應天之實也。 《書》曰: "庶民惟星, 星有好風, 星有好雨。" 是以, 庶民得其所, 則箕風、畢雨有節而爲瑞; 庶民失其所, 則箕風、畢雨失節而爲災。 民之憔悴, 未有甚於今日, 則其類之應, 豈不足以致大風、狂雨之變哉? 臣愚以爲, 殿下亟命攸司, 下諭于八道監司, 詳審受災之輕重, 量減貢賦之數, 以示優恤之意焉。 雖一尺之布, 一斗之米, 蠲之則民德之, 加之則民怨之者, 乃其常情也。 臣欲殿下之斂德於民, 而不欲斂怨也。 噫! 所損者九牛一毛, 而所得者億兆之心, 其利害得失之分, 豈不明甚乎? 此謂殿下恤民之實也。 且臣聞之, 京畿、江原兩道量田之擧, 欲始於今年云。 此雖不得已之擧, 而逢玆大無之年, 擧此莫重之役, 糜費不貲, 騷擾多端, 民安所恃, 而不至於怨且散也? 畿甸, 根本之地也; 關東, 荒僻之鄕也。 尤當存撫, 以保窮民, 何可趁期必行, 以速怨謗哉? 臣愚以爲, 姑待稍有之年, 爲之非晩也。 臣纔罹彈論, 遽有此言, 人謂病風, 自知喪心, 而愛君憂國之誠, 得於天賦之初者, 未嘗泯滅於中, 而欲罷不能也。 倘於應天保民之實, 有一毫裨補之益, 則臣雖退死田廬, 亦不爲虛遭一世也。 殿下若以人微, 而不加惕念, 則臣雖留在都下, 不過爲貪祿、苟容之人而已, 臣實恥之。

答曰: "省卿疏章, 嘉卿愛君憂國之志。 所陳之辭, 當留念而議處, 以爲修身、保民之藥石。 卿勿退歸, 隨事直言, 以副予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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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31권, 인조 13년 7월 25일 癸酉 1/3 기사 / 1635년 명 숭정(崇禎) 8년

예조 참판 정온이 지난번의 풍재를 논하고 양전을 시행하기에 시기 상조임을 아뢰다

국역

예조 참판 정온이 상소하기를,

"전일의 풍재(風災)는 근고에 없었던 일로, 지붕의 기와가 모두 날아가고 아름드리 나무의 뿌리가 뽑혔습니다. 심지어는 종묘 안과 사직 가운데에도 넘어진 것이 많으니, 아, 이 무슨 광경입니까. 굳세고 무거우며 뿌리가 튼튼히 뒤얽힌 물체들도 모두 이처럼 되었는데, 하물며 논밭에 있는 곡식이나 연약한 목화이겠습니까. 신이 듣기로는 경기 지방 안에 있는 벼 가운데 이삭이 패고 결실한 것은 남김없이 떨어졌고, 이삭이 패지 않은 것도 줄기가 꺾여 말라 비틀어졌으며, 목화는 열매를 맺은 것이나 맺지 않은 것 모두가 거의 전부 손상되었다 합니다. 만약 과연 이와 같다면 백성들은 무엇을 의지하여 입고 먹을 것이며, 나라는 무엇을 믿고 공부(貢賦)를 내라고 하겠습니까. 백성들은 굶주리고 추위에 떨며, 국가는 재정이 비어 고갈되었으니, 그 눈앞의 참상이 어찌 다만 흰 무지개가 해를 관통하고 정전(正殿)에 벼락이 치는 것과 같을 뿐이겠습니까.

경기 지방의 경우 이런 사실을 아뢰었지만, 모르겠거니와 여러 도 역시 이런 재변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영남과 호서에서 온 자들이 다 그곳의 재변은 경기보다 더 참혹하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나머지 5도인들 무사하리라 보장할 수 있겠습니까. 금세에 와서는 재이(災異)가 거듭 나타나기 때문에 그것을 보고 듣는 자들도 보통 있는 일로 여기어 그다지 크게 놀라지 않고 있으니, 수령들이 버려두고 보고하지 않거나 감사들이 소홀히 여겨 아뢰지 않는지 어찌 알겠습니까.

전하께서는 하늘의 경계를 깊이 두려워하여 더욱 조심하는 마음을 더하여, 대신을 소환하고 일을 말했던 신하들을 모두 석방하셨으니, 송 경공(宋景公)의 세마디 좋은 말029) 인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근래 호령(號令)을 시행하는 즈음에 하늘에 부응하고 백성을 구휼하는 정사가 있었다는 말을 듣지 못하였으니 유독 무엇 때문입니까?

신이 삼가 들으니, 외간에 시끄럽게 전파되는 말에 ‘금원(禁苑)에는 용지(龍池)라는 경승이 있고 대궐 안에 유연(游宴)의 조짐이 있다.’ 합니다. 궁궐 안의 일은 누설을 금하고 있기에 꼭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으나, 과연 이런 일이 있다면 이는 실로 전에 없던 재앙이요, 더할 수 없는 변괴입니다. 어찌 큰 바람이 불어 나무가 꺾이고 지붕이 날아가야만 재변이라고 하겠습니까. 성왕(成王)이 한 생각을 잘못한 것이 바람과 우레의 재변을 불렀고 보면030) 오늘의 풍재도 전하의 한 생각으로 말미암은 것이 아님을 어찌 알겠습니까.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 스스로를 반성해 보았을 때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나는 이런 일이 없는데 이 말이 어찌해서 이르렀는가.’라고 하시면서 곧바로 신을 벌하시는 것도 가하며 신을 내쫓아도 가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반성해 보았을 때 터럭만큼이라도 유사한 자취가 있다면 ‘저 은미함을 가리울 수 없음이 이와 같구나.’라고 하시면서 폐지할 것은 폐지하고 멈출 것은 멈추어 더욱 마음을 간직하고 살피는 노력을 더하시어 사욕(私慾)과 안락의 조짐을 통렬히 끊어 버리소서. 그러면 천변을 멎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아도 자연히 멎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전하께서 하늘에 호응하시는 참다운 방법입니다.

《서경(書經)》에 말하기를 ‘서민의 상징은 별이니, 별에 좋은 바람이 있고, 별에 좋은 비가 있다.031) ’ 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일반 백성이 그 삶의 자리를 얻으면 기풍(箕風)과 필우(畢雨)가 절도가 있어 상서가 되고, 일반 백성들이 삶의 자리를 잃으면 기풍과 필우가 절도를 잃어서 재앙이 되는 것입니다. 백성들의 초췌함이 오늘날보다 심한 때는 없었으니, 그 무리에 감응함이 어찌 대풍과 홍수의 재변을 부르기에 부족하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전하께서 빨리 유사에게 명하여 팔도의 감사에게 교유(敎諭)를 내려, 재변을 당한 경중을 자세히 살피고 공부(貢賦)의 수를 헤아려서 감해 주게 하여 백성을 너그럽게 구휼하는 뜻을 보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비록 한 자의 베나 한 말의 쌀이라도 덜어 주면 백성은 그것을 덕으로 여기고, 더하면 백성은 그것을 원망하는 것이 상정(常情)입니다. 신은 전하께서 백성들에게 덕을 모으시기를 바라지 원망을 모으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아, 덜어 주는 것은 구우 일모(九牛一毛)이나 얻는 것은 억조의 민심이니, 그 이해와 득실의 갈림이 너무나 분명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전하께서 백성을 구휼하는 참다운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신이 들으니, 경기와 강원도에서 양전(量田)을 올해 시작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이는 비록 부득이한 일이지만, 이처럼 큰 흉년이 든 해를 당해서 이처럼 막중한 일을 거행한다면, 허비되는 비용이 적지 않고 갖가지 소란이 일어날 것이니, 백성들이 무엇을 믿고서 원망하거나 흩어지는 데 이르지 않겠습니까. 경기는 근본이 되는 곳이요, 강원도는 궁벽한 지방이므로 더욱 위안하고 무마하여 곤궁한 백성들을 보호해야지, 기한 안에 기필코 거행하여 원망과 비방을 불러서야 되겠습니까. 신의 어리석은 생각으로는 약간 풍년이 드는 해를 기다렸다가 시행해도 늦지 않다고 여깁니다.

신이 탄핵을 받자마자 갑자기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풍병이 들었다고 할 것이고 스스로도 심질(心疾)이 걸렸다는 것을 알지만,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성심(誠心)은 천부적으로 타고났기에 마음속에서 사라진 적이 없어서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습니다. 만약 전하께서 하늘에 호응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참다운 일에 터럭만큼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있다면, 신이 비록 전리(田里)로 물러가 죽더라도 또한 헛되이 한 세상을 산 것은 되지 않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만약 하찮은 사람의 말이라고 하여 조심하는 생각을 더하시지 않는다면, 신이 서울 안에 머물러 있다고 하더라도 봉록을 탐하여 구차히 용납되기를 바라는 자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신은 이러한 일이야말로 부끄럽게 여깁니다."

하니, 답하기를,

"경의 소장을 살펴보고 경의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걱정하는 뜻을 가상하게 여긴다. 진달한 말은 마땅히 유념하고 의논해 처리하여 수신(修身)하고 보민(保民)하는 약석(藥石)으로 삼겠다. 경은 물러나 돌아가지 말고, 일에 따라 바른 말을 해 주어 내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라."

하였다.

  • [註 029] 송 경공(宋景公)의 세마디 좋은 말 : 《사략(史略)》 권1에 "화성이 송나라 분야인 심성(心星)을 침범하자, 경공이 우려했다. 천관(天官)인 자위(子韋)가 ‘이 책임을 재상에게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재상은 나의 팔 다리나 마찬가지다.’ 하였으며, 자위가 ‘그러면 이 책임을 백성에게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백성이 있어야 임금 노릇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였으며, 자위가 ‘그러면 이 책임을 해[歲]에다 돌립시다.’ 하니, 경공이 ‘흉년이 들고 백성이 곤궁하면 나는 누구를 데리고 임금 노릇을 하겠는가.’ 하였다. 이에 자위가 ‘하늘이 높지만 낮은 곳의 소리도 듣습니다. 임금께서 임금다운 말씀을 세 번 하였으니 화성이 움직일 것입니다.’ 하였는데, 그 뒤에 과연 1도를 옮겨갔다."고 하였다.
  • [註 030] 성왕(成王)이 한 생각을 잘못한 것이 바람과 우레의 재변을 불렀고 보면 : 주 성왕(周成王)이 참소를 믿고 섭정을 하던 그 숙부 주공(周公)을 의심하였다. 그러자 큰 바람이 불어 곡식이 다 쓰러졌다. 뒤에 금등으로 묶은 상자를 열어 보고서 주공의 진심을 알고 후회하니, 바람이 쓰러진 벼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서경(書經)》 주서(周書) 금등(金縢).
  • [註 031] 서민의 상징은 별이니, 별에 좋은 바람이 있고, 별에 좋은 비가 있다. : 《서경》 홍범(洪範) 제8조에 "서징(庶徵)의 달의 운행이 동북으로 기울어 기성(箕星)의 자리로 들어가면 바람이 많고, 서남으로 기울어 필성(畢星)의 자리로 들어가면 비가 많이 온다."고 하였다.

원문

○癸酉/禮曹參判鄭蘊上疏曰:

頃日風災, 近古所無, 屋瓦皆飛, 拱木拔根。 至於宗廟之內、社稷之中, 顚拔者尤多。 噫! 此何等景象耶? 堅重盤錯之物, 尙皆如此, 況田疇之禾穀乎, 耎脆之木綿乎? 臣聞畿甸之內, 禾穀之秀而實者, 落盡無餘; 其未秀者, 莖節摧折乾枯; 木綿之實與未實者, 幾盡凋傷。 果若如是, 民何所賴而衣食之乎, 國何所恃而責貢賦乎? 民而飢寒, 國而虛竭, 則其爲目前之慘, 豈特如白虹之貫日, 正殿之雷震而已乎? 畿甸則聞之矣, 未知諸路, 亦有是災否乎? 人自嶺南、湖西來者, 皆言其災之慘, 甚於畿甸云, 其餘五道, 安保其獨免乎? 當今之世, 災異層疊, 人之見聞者, 亦以爲尋常, 而不甚驚駭, 安知守令之置而不以報, 監司之忽而不以聞者乎? 殿下深畏天警, 益加惕念, 召還大臣, 盡釋言事之臣, 雖宋景三言之善, 何以加此? 然而近來發號施令之間, 未聞有應天恤民之政者, 獨何歟? 臣竊聞外間喧傳, 禁苑有龍池之勝, 闕內有游宴之漸。 宮省事禁, 未必非流傳之誤, 而若果有之, 此實無前之災也, 莫大之變也。 豈待大風拔木、飄屋然後, 謂之災也? 成王一念之非, 致風雷之變, 則安知今日之風災, 不由於殿下之一念乎? 伏願殿下, 自反於己, 無愧於心, 則曰: "我無是事, 此言胡爲而至哉?" 卽誅譴臣可也, 竄逐臣可也。 自反於己, 而如有絲毫形似之跡, 則曰: "夫微之不可掩如是。" 夫可廢者廢之, 可已者已之, 益加操存省察之功, 痛絶私慾逸豫之萌, 則天變不期弭而自弭矣, 此殿下應天之實也。 《書》曰: "庶民惟星, 星有好風, 星有好雨。" 是以, 庶民得其所, 則箕風、畢雨有節而爲瑞; 庶民失其所, 則箕風、畢雨失節而爲災。 民之憔悴, 未有甚於今日, 則其類之應, 豈不足以致大風、狂雨之變哉? 臣愚以爲, 殿下亟命攸司, 下諭于八道監司, 詳審受災之輕重, 量減貢賦之數, 以示優恤之意焉。 雖一尺之布, 一斗之米, 蠲之則民德之, 加之則民怨之者, 乃其常情也。 臣欲殿下之斂德於民, 而不欲斂怨也。 噫! 所損者九牛一毛, 而所得者億兆之心, 其利害得失之分, 豈不明甚乎? 此謂殿下恤民之實也。 且臣聞之, 京畿、江原兩道量田之擧, 欲始於今年云。 此雖不得已之擧, 而逢玆大無之年, 擧此莫重之役, 糜費不貲, 騷擾多端, 民安所恃, 而不至於怨且散也? 畿甸, 根本之地也; 關東, 荒僻之鄕也。 尤當存撫, 以保窮民, 何可趁期必行, 以速怨謗哉? 臣愚以爲, 姑待稍有之年, 爲之非晩也。 臣纔罹彈論, 遽有此言, 人謂病風, 自知喪心, 而愛君憂國之誠, 得於天賦之初者, 未嘗泯滅於中, 而欲罷不能也。 倘於應天保民之實, 有一毫裨補之益, 則臣雖退死田廬, 亦不爲虛遭一世也。 殿下若以人微, 而不加惕念, 則臣雖留在都下, 不過爲貪祿、苟容之人而已, 臣實恥之。

答曰: "省卿疏章, 嘉卿愛君憂國之志。 所陳之辭, 當留念而議處, 以爲修身、保民之藥石。 卿勿退歸, 隨事直言, 以副予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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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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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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