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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정초본]169권, 광해 13년 9월 28일 丙寅 3/3 기사 /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영의정 박승종이 과거의 시제를 여러명에게 내게한 진상을 설명하다

국역

영의정 박승종이 상차하기를,

"신은 극히 용렬한 자로서 영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위급한 날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못하니, 어진 이에게 양보할 것을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그러나 성상께서 허락하지 않으시어 아픈 것을 참고 따랐습니다. 이제 대간들의 계사를 보니, 바로 신의 허물을 말하였습니다. 나라에 대간이 없다면 어떻게 관원들의 잘못을 살펴 공공의 법을 행하도록 하겠습니까. 이로 인하여 신의 중한 짐을 풀게 되었으니, 골육의 사랑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춤을 출듯이 기뻐 집안 사람들에게까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다만 이제 영원히 물러가려 하니,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억지로 궐하에 나왔습니다. 찬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 마치 얼어붙은 파리처럼 앉아 있었는데, 심화(心火)는 몹시 불타올랐으나 다행히 주먹으로 옆사람을 때리는 일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처치했던 일들은 까마득한 꿈 속같아 전혀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제학이 낸 시제는 ‘마융(馬融)이 서로(西虜)를 치자고 청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제가 좋기는 하였으나, 지금 모 도사가 청병한 것에 대해 형세상 따르지 않자 원칙적인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군상에게 허물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때 만일 이를 시제로 삼아 선비들에게 글을 짓게 한다면, 그들은 필시 ‘조신들은 모두 병사를 보내려고 하나 단지 성상이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풍간(諷諫)의 뜻으로 답할 것이니, 이런 말들이 이리저리 전해져 명나라 장수에게 들어간다면 끝내는 허물이 어디로 돌아가겠습니까. 신은 참으로 이런 것이 두려워 속셈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다른 말로 핑계대고 시제를 달리 고쳐내도록 해 수의(首擬)하였습니다. 신은 구구하게 미세한 것까지 염려하며 인군을 사랑하는 충성을 다 하였으나, 이런 예기치 못한 비방과 변명도 못할 죄목을 당했으니, 이도 또한 운수라 하겠습니다. 다른 관원에게 시제를 내도록 한 것은 신의 망령된 짓이나 이도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 임자년016) 9월 24일, 상께서 서총대 정시에 임하셨을 때, 당시 상신인 이덕형(李德馨)이 상의하여 출제했는데, 대제학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나 이이첨 등을 불러 시제를 물었습니다. 이는 바로 상신으로서 넓게 묻고 두루 살핀다는 뜻이니, 사체에 무슨 손상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대독관(對讀官) 13인은 모두 신과 절친한 사이가 아니니 신이 어찌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사의를 쓰겠습니까. 신은 공도(公道)를 힘쓰려고 하다가 도리어 사의로 했다는 비방을 받았으니, 원통합니다.

그리고 시권(試券)을 고찰할 때, 박승종·박홍구·이이첨 셋이서 앉아 오정(吳靖)으로 하여금 읽도록 하였으니, 어찌 신들과 이첨이 서로 상의하고 묻지 않았겠습니까. 어느 글을 보고 나서 이첨이 예기(禮記)의 문구를 잘 인용했다고 칭찬하기에, 신도 따라서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여검(李汝儉)의 아들이 지은 것이었는데, 이첨이 사사로운 정리로 그러했겠습니까. 어느 글에는 구천(九泉)과 사세(斯世)를 대어(對語)로 하였는데, 이첨이 지워버리겠다고 하기에, 신이 그러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홍서(洪恕)가 지은 것이었는데, 그의 처생(妻甥) 이상항(李尙恒)이 어찌 관여했겠습니까. 또 어느 글은 아주 서툴게 지어졌고 끝의 귀절에 안 쓸 말을 쓴 것이 있어 신이 빼버리려고 하자, 유근(柳根)이 합격시킬 수효가 적어 굳이 뺄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홍영(洪霙)이 지은 것이었는데, 이정귀와 홍방(洪霶)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장원을 정하려고 할 때, 유근이 어느 한 글을 칭찬하자, 이첨도 따라 칭찬하기에 마침내 삼상(三上)으로 정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장원은 훈도(訓導)가 아닌가. 단구(短句)에는 생생한 기운이 있다 하더라도 문장이 아름답지 않아 장원은 못 되겠다.’고 하니, 유근과 이첨이 큰소리로 ‘분명히 훈도는 아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나머지 것들도 이와 같이 결정하였으니, 어찌 다 진달할 것이 있겠습니까. 과거장의 일이 끝나서 나오는데, 궐문이 열려있지 않아 신이 홍구·유근과 함께 수문장 청사에 앉았는데, 유근이 농담으로, ‘나는 박호원(朴好元)의 죽은 넋이 시켜서 그랬는지 안제(安悌)를 급제시키기 위해 힘을 다했다.’고 하였습니다. 호원은 안제의 할애비인데 이런 말을 하였으니, 신국이 어찌 간여했겠습니까. 다만 그의 생질이라고 하여 말하기로 한다면, 아비가 고관이 되고 아들이 장원이 된 경우가 모두 사사의 정리에서 나온 것이겠습니까. 분정된 네 곳에서 합격될 만하다고 뽑아 올린 글을 신들이 다시 고찰하여 떨어뜨릴만한 것은 떨어뜨리고 올릴 것은 올렸습니다. 당장 여러 시관들을 모아놓고 일일이 물어 보시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신국이 올린 것은 6장이 되지 않았으며, 신국이 올린 글 중 어느 한 글의 문체가 뛰어났는데, 윗쪽과 모서리까지 모두 쓴 것은 글은 많은데 종이가 좁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첨이 ‘표문(表文) 가운데 떨어뜨려야 할 것이 있다.’고 하기에, 신과 홍구가 그 말에 따라 떨어뜨렸습니다. 그 문장이 아름다운데 떨어진 것이 애석해 나중에 떨어뜨린 글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니, 바로 유명립(柳命立)이 지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국이 올린 것을 모두 합격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를 보아도 분명합니다. 합격된 수효가 11인인데, 유근이 올린 것과 신들이 뽑은 것이 모두 8, 9명입니다. 그렇다면 신국이 6장을 합격시켰다는 말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거 뒤에 헐뜯는 일은 으레 있는 일입니다. 이정귀의 아들과 사위가 함께 합격한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그러나 신들에게 잘못 뽑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정귀와 신국이 참견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습니까. 이심손(李愖孫)도 조카와 더불어 한 집안에서 두 사람이 합격하였는데, 이들도 정귀의 아들과 사위입니까. 또 외롭고 가난한 자인 유계(柳稽)와 비천한 출신인 진민(進民)이 아울러 합격하였는데, 이들도 신국이 사사로운 뜻으로 합격시켰겠습니까. 신이 대제학과 한바탕 서로 다투었으니, 시인(時人)들의 비방이 있으리라는 것을 일찍부터 짐작하였습니다. 이는 신 스스로 지은 죄이니, 간소(奸小)한 짓을 한 죄에 대한 형률을 받아도 좋지만 신 때문에 무고한 다른 사람까지 욕을 당해야 합니까. 신과 이첨은 한 집안 사람처럼 서로 절친하였습니다. 그의 문장 중 변려문(駢儷文)에 대해 신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지익(申之益)이 정소했을 때, 비국에서 힘껏 말해주었으며 이어서 빈상(儐相)으로 보낼 것을 강력히 청하였습니다. 삼사가 일제히 논의를 일으켰을 때에는 신이 비밀리 조정(趙挺)에게 말하여 정청(庭請)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저지하였으며, 차자로 영남 유생들의 일을 말하였다가 그에게 크게 원한을 샀으나, 이는 신이 영남 유생들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실은 이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이첨의 말대로 활과 화살을 가졌다고 하여 영남 유생들을 몰아다 역적을 만들었다면 필시 큰 옥사가 일어났을 것이니, 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일전에 이첨이 낸 시제를 부망(副望)으로 한 것도 공공의 논의를 염려한 것으로 이첨이 무엇인가 뜻을 두고 시제를 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깊이 아끼는 것은 귀신들도 아는 일인데 여러 가지 일들을 물고 늘어지니 이는 모두가 신의 죄입니다. 후회한들 어떻게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성명께서는 신의 관직을 깍아버리고 파방(罷榜)하라 명하시어 그의 마음을 쾌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은 영상으로서 시취(試取)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과거장의 모든 일은 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누습을 씻어버리려 하였으니, 설령 시제를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내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시폐를 구원하기 위한 일인데 무슨 손상이 되겠는가. 낙방한 거자들의 말은 가소로운 일인데, 대각에 있는 자가 그런 자들과 어울려 서로 호응하고 있으니, 누가 이를 주장하는 것인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경은 개의치 말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조정의 의논을 맑게 하고 국체(國體)를 세우도록 하라. 전일 파방한 것도 아직 처치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과거에 대해 무슨 말들을 하는가. 더 이상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領議政朴承宗上箚曰:

臣以極庸且劣, 承乏鼎軸, 當此艱危之日, 更無絲毫之補, 思欲讓賢, 出於血誠。 聖旨不淮, 力疾隨行。 今見臺諫啓辭, 正中臣過。 國無臺諫, 其何以紏官邪、行公法乎? 因此得釋重負, 則雖骨肉相愛, 何以過此? 皷舞喜甚, 誇詡家人矣。 但今將永退, 焉得無言, 强趨闕下, 寒氣逼骨, 坐如凍蠅, 心火極焰, 幸不至手歐傍人。 至如處置間事, 茫如夢裏, 全不了了, 試記其一二焉。 大提學所出題馬融請代西虜。 好則好矣, 目今毛都司請兵, 勢不克從, 正論之人, 皆歸咎君相。 今若以此爲題, 使多士製述, 則其必曰: "朝臣則皆欲發兵, 特上意不從。" 而此題是諷諫之意也, 轉相告語, 流聞於天將, 則畢竟歸咎何地? 臣職此深懼, 不敢顯言, 托以他說, 使之改出他題而首擬矣。 臣以區區慮微愛君之忠, 遭此不測之謗, 難辨之目, 吁亦數也。 至如多官, 竝令出題, 固是臣之妄作, 然亦有前例。 壬子年九月二十四日, 上臨御瑞葱臺庭試, 其時相臣李德馨相議出題, 大提學非不在也, 招李爾瞻等問題。 此固一時相臣廣詢博訪之意, 庸何傷乎? 對讀官十三人, 皆非臣相切者, 臣寧容一毫私意於其間哉? 臣欲務公道, 反被私謗, 其亦冤矣。 且考較之時, 臣承宗、臣弘耉、臣爾瞻鼎坐, 使吳靖對讀, 臣等何嘗不議於爾瞻, 爾瞻亦何嘗不問於臣等? 有一文, 爾瞻贊之曰: "能用《禮記》文字。" 臣從而然之。 此則李汝儉之子也, 爾瞻安有私情一文, 以九泉斯世爲對, 爾瞻抹之, 臣亦然之。 此則洪恕之文, 其妻娚李尙恒安敢干預? 有一文甚拙, 而落句有妄發字, 臣欲黜之, 柳根以爲元數不多, 不必强黜。 此則洪霙之文, 而李廷龜、洪霶安得知之? 及勘定壯元之際, 柳根贊一文, 爾瞻亦贊之, 遂定三上。 臣曰: "壯元無乃訓導耶? 短句雖有生氣, 文頭不佳, 恐不合壯元。" 柳根、爾瞻, 高聲應曰: "必非訓導無疑矣。" 餘皆類此, 何可盡陳逮乎? 罷黜, 闕門未開, 臣與弘耉、柳根鼎坐守門將廳, 柳根戲言曰: "吾爲朴好元亡靈所使, 力主安悌之及第。" 好元卽安悌之祖父也, 以此言之, 藎國何預焉? 特以其甥爲執言之地, 凡父爲考官, 子爲壯元者, 皆出於私情乎? 分四所抄呈可合之文, 臣等再考, 可黜者點之, 可陞者陞之。 今若咸聚諸試官, 一一問之, 則藎國所上, 元不滿六丈, 而藎國所上, 有一文, 文體紆餘出衆, 但上面與方面皆書之, 蓋文多而紙少故也。 爾瞻曰: "有表可落。" 臣及弘耉, 從而黜之。 惜其文佳見屈, 追問落幅, 是柳命立之製也。 藎國所上不盡取, 於此較然矣。 元數十一人, 柳根所上及臣等自取, 通共八九名。 藎國六丈之說, 無乃訛傳乎? 科擧後毁謗例也。 李廷龜子壻同參, 近於烏飛梨落。 然謂臣等妄取則可也, 謂廷龜、藎國與知, 則不亦甚乎? 李愖孫與姪一家二人得占, 此亦廷龜子壻耶? 柳稽之孤寒、進民之卑微, 竝皆得參, 此亦藎國容私耶? 臣與大提學, 未免一場相爭, 早知有時人之謗也。 臣是自作之孽, 宜律以奸小之罪, 緣臣之故, 橫辱他人之無辜者, 亦何哉? 嗟呼! 臣與爾瞻爲一家相切之人。 其文章駢儷, 臣嘗稱美, 故申之益呈疏, 臣奮言於備局, 力請仍送儐相之行。 及三司齊論, 臣密言於趙挺, 力沮庭請之發, 及至箚言, 嶺儒大被憾恨, 臣非伸救嶺儒, 實爲爾瞻地也。 若以張弓挾矢, 驅嶺儒爲逆賊, 則大獄必起, 豈美事哉? 日昨以爾瞻題爲副望者, 亦慮公議, 以爾瞻爲有意而出此題故耳。 相愛之深, 神鬼可質, 一事牴牾, 萬端齮齕, 莫非臣罪。 雖悔曷追? 伏乞聖明, 削臣官爵, 仍命罷榜, 以快其心。

答曰: "惟卿旣宅首揆, 承命試取, 則一場之事, 在卿進退。 況秉心公正, 欲洗陋習, 則出題雖廣, 何傷於救時乎? 落榜擧子之言, 亦已可笑, 身居臺閣, 甘心雌和, 孰主張是? 良可惜也。 卿勿介懷, 正色鎭定, 以淸朝議, 以濟國體。 從前罷榜事, 尙未處置, 此榜有何云云乎? 毋庸更煩。"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광해군일기[정초본]169권, 광해 13년 9월 28일 丙寅 3/3 기사 /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영의정 박승종이 과거의 시제를 여러명에게 내게한 진상을 설명하다

국역

영의정 박승종이 상차하기를,

"신은 극히 용렬한 자로서 영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이런 위급한 날에 조금도 보탬이 되지 못하니, 어진 이에게 양보할 것을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그러나 성상께서 허락하지 않으시어 아픈 것을 참고 따랐습니다. 이제 대간들의 계사를 보니, 바로 신의 허물을 말하였습니다. 나라에 대간이 없다면 어떻게 관원들의 잘못을 살펴 공공의 법을 행하도록 하겠습니까. 이로 인하여 신의 중한 짐을 풀게 되었으니, 골육의 사랑도 이보다 더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춤을 출듯이 기뻐 집안 사람들에게까지 자랑을 하였습니다. 다만 이제 영원히 물러가려 하니,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어 억지로 궐하에 나왔습니다. 찬 기운이 뼛속까지 파고 들어 마치 얼어붙은 파리처럼 앉아 있었는데, 심화(心火)는 몹시 불타올랐으나 다행히 주먹으로 옆사람을 때리는 일까지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전에 처치했던 일들은 까마득한 꿈 속같아 전혀 기억을 할 수가 없습니다. 대제학이 낸 시제는 ‘마융(馬融)이 서로(西虜)를 치자고 청한 것’이었습니다. 이 시제가 좋기는 하였으나, 지금 모 도사가 청병한 것에 대해 형세상 따르지 않자 원칙적인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군상에게 허물을 돌리고 있습니다. 이때 만일 이를 시제로 삼아 선비들에게 글을 짓게 한다면, 그들은 필시 ‘조신들은 모두 병사를 보내려고 하나 단지 성상이 따르지 않는다.’고 하여, 풍간(諷諫)의 뜻으로 답할 것이니, 이런 말들이 이리저리 전해져 명나라 장수에게 들어간다면 끝내는 허물이 어디로 돌아가겠습니까. 신은 참으로 이런 것이 두려워 속셈을 드러내놓고 말하지 못하고 다른 말로 핑계대고 시제를 달리 고쳐내도록 해 수의(首擬)하였습니다. 신은 구구하게 미세한 것까지 염려하며 인군을 사랑하는 충성을 다 하였으나, 이런 예기치 못한 비방과 변명도 못할 죄목을 당했으니, 이도 또한 운수라 하겠습니다. 다른 관원에게 시제를 내도록 한 것은 신의 망령된 짓이나 이도 전례가 있습니다. 지난 임자년016) 9월 24일, 상께서 서총대 정시에 임하셨을 때, 당시 상신인 이덕형(李德馨)이 상의하여 출제했는데, 대제학이 그 자리에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나 이이첨 등을 불러 시제를 물었습니다. 이는 바로 상신으로서 넓게 묻고 두루 살핀다는 뜻이니, 사체에 무슨 손상이 되겠습니까. 그리고 대독관(對讀官) 13인은 모두 신과 절친한 사이가 아니니 신이 어찌 그 사이에 조금이라도 사의를 쓰겠습니까. 신은 공도(公道)를 힘쓰려고 하다가 도리어 사의로 했다는 비방을 받았으니, 원통합니다.

그리고 시권(試券)을 고찰할 때, 박승종·박홍구·이이첨 셋이서 앉아 오정(吳靖)으로 하여금 읽도록 하였으니, 어찌 신들과 이첨이 서로 상의하고 묻지 않았겠습니까. 어느 글을 보고 나서 이첨이 예기(禮記)의 문구를 잘 인용했다고 칭찬하기에, 신도 따라서 그렇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여검(李汝儉)의 아들이 지은 것이었는데, 이첨이 사사로운 정리로 그러했겠습니까. 어느 글에는 구천(九泉)과 사세(斯世)를 대어(對語)로 하였는데, 이첨이 지워버리겠다고 하기에, 신이 그러라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홍서(洪恕)가 지은 것이었는데, 그의 처생(妻甥) 이상항(李尙恒)이 어찌 관여했겠습니까. 또 어느 글은 아주 서툴게 지어졌고 끝의 귀절에 안 쓸 말을 쓴 것이 있어 신이 빼버리려고 하자, 유근(柳根)이 합격시킬 수효가 적어 굳이 뺄 필요가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것은 홍영(洪霙)이 지은 것이었는데, 이정귀와 홍방(洪霶)이 어떻게 알 수 있었겠습니까. 장원을 정하려고 할 때, 유근이 어느 한 글을 칭찬하자, 이첨도 따라 칭찬하기에 마침내 삼상(三上)으로 정하였습니다. 신이 말하기를 ‘장원은 훈도(訓導)가 아닌가. 단구(短句)에는 생생한 기운이 있다 하더라도 문장이 아름답지 않아 장원은 못 되겠다.’고 하니, 유근과 이첨이 큰소리로 ‘분명히 훈도는 아니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나머지 것들도 이와 같이 결정하였으니, 어찌 다 진달할 것이 있겠습니까. 과거장의 일이 끝나서 나오는데, 궐문이 열려있지 않아 신이 홍구·유근과 함께 수문장 청사에 앉았는데, 유근이 농담으로, ‘나는 박호원(朴好元)의 죽은 넋이 시켜서 그랬는지 안제(安悌)를 급제시키기 위해 힘을 다했다.’고 하였습니다. 호원은 안제의 할애비인데 이런 말을 하였으니, 신국이 어찌 간여했겠습니까. 다만 그의 생질이라고 하여 말하기로 한다면, 아비가 고관이 되고 아들이 장원이 된 경우가 모두 사사의 정리에서 나온 것이겠습니까. 분정된 네 곳에서 합격될 만하다고 뽑아 올린 글을 신들이 다시 고찰하여 떨어뜨릴만한 것은 떨어뜨리고 올릴 것은 올렸습니다. 당장 여러 시관들을 모아놓고 일일이 물어 보시더라도 알 수 있습니다. 신국이 올린 것은 6장이 되지 않았으며, 신국이 올린 글 중 어느 한 글의 문체가 뛰어났는데, 윗쪽과 모서리까지 모두 쓴 것은 글은 많은데 종이가 좁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첨이 ‘표문(表文) 가운데 떨어뜨려야 할 것이 있다.’고 하기에, 신과 홍구가 그 말에 따라 떨어뜨렸습니다. 그 문장이 아름다운데 떨어진 것이 애석해 나중에 떨어뜨린 글이 누구의 것이냐고 물으니, 바로 유명립(柳命立)이 지은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국이 올린 것을 모두 합격시킨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이를 보아도 분명합니다. 합격된 수효가 11인인데, 유근이 올린 것과 신들이 뽑은 것이 모두 8, 9명입니다. 그렇다면 신국이 6장을 합격시켰다는 말은 잘못 전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거 뒤에 헐뜯는 일은 으레 있는 일입니다. 이정귀의 아들과 사위가 함께 합격한 것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속담과 같습니다. 그러나 신들에게 잘못 뽑았다고 할 수는 있지만 정귀와 신국이 참견했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습니까. 이심손(李愖孫)도 조카와 더불어 한 집안에서 두 사람이 합격하였는데, 이들도 정귀의 아들과 사위입니까. 또 외롭고 가난한 자인 유계(柳稽)와 비천한 출신인 진민(進民)이 아울러 합격하였는데, 이들도 신국이 사사로운 뜻으로 합격시켰겠습니까. 신이 대제학과 한바탕 서로 다투었으니, 시인(時人)들의 비방이 있으리라는 것을 일찍부터 짐작하였습니다. 이는 신 스스로 지은 죄이니, 간소(奸小)한 짓을 한 죄에 대한 형률을 받아도 좋지만 신 때문에 무고한 다른 사람까지 욕을 당해야 합니까. 신과 이첨은 한 집안 사람처럼 서로 절친하였습니다. 그의 문장 중 변려문(駢儷文)에 대해 신이 아름답다고 칭찬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신지익(申之益)이 정소했을 때, 비국에서 힘껏 말해주었으며 이어서 빈상(儐相)으로 보낼 것을 강력히 청하였습니다. 삼사가 일제히 논의를 일으켰을 때에는 신이 비밀리 조정(趙挺)에게 말하여 정청(庭請)하지 못하도록 강력히 저지하였으며, 차자로 영남 유생들의 일을 말하였다가 그에게 크게 원한을 샀으나, 이는 신이 영남 유생들을 구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실은 이첨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만일 이첨의 말대로 활과 화살을 가졌다고 하여 영남 유생들을 몰아다 역적을 만들었다면 필시 큰 옥사가 일어났을 것이니, 이 어찌 아름다운 일이겠습니까. 일전에 이첨이 낸 시제를 부망(副望)으로 한 것도 공공의 논의를 염려한 것으로 이첨이 무엇인가 뜻을 두고 시제를 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서로 깊이 아끼는 것은 귀신들도 아는 일인데 여러 가지 일들을 물고 늘어지니 이는 모두가 신의 죄입니다. 후회한들 어떻게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성명께서는 신의 관직을 깍아버리고 파방(罷榜)하라 명하시어 그의 마음을 쾌하게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경은 영상으로서 시취(試取)하라는 명을 받았으니, 과거장의 모든 일은 경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공정한 마음을 가지고 누습을 씻어버리려 하였으니, 설령 시제를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내도록 하였다 하더라도 시폐를 구원하기 위한 일인데 무슨 손상이 되겠는가. 낙방한 거자들의 말은 가소로운 일인데, 대각에 있는 자가 그런 자들과 어울려 서로 호응하고 있으니, 누가 이를 주장하는 것인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경은 개의치 말고 마음을 진정시킨 뒤 조정의 의논을 맑게 하고 국체(國體)를 세우도록 하라. 전일 파방한 것도 아직 처치하지 못하였는데, 이번 과거에 대해 무슨 말들을 하는가. 더 이상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領議政朴承宗上箚曰:

臣以極庸且劣, 承乏鼎軸, 當此艱危之日, 更無絲毫之補, 思欲讓賢, 出於血誠。 聖旨不淮, 力疾隨行。 今見臺諫啓辭, 正中臣過。 國無臺諫, 其何以紏官邪、行公法乎? 因此得釋重負, 則雖骨肉相愛, 何以過此? 皷舞喜甚, 誇詡家人矣。 但今將永退, 焉得無言, 强趨闕下, 寒氣逼骨, 坐如凍蠅, 心火極焰, 幸不至手歐傍人。 至如處置間事, 茫如夢裏, 全不了了, 試記其一二焉。 大提學所出題馬融請代西虜。 好則好矣, 目今毛都司請兵, 勢不克從, 正論之人, 皆歸咎君相。 今若以此爲題, 使多士製述, 則其必曰: "朝臣則皆欲發兵, 特上意不從。" 而此題是諷諫之意也, 轉相告語, 流聞於天將, 則畢竟歸咎何地? 臣職此深懼, 不敢顯言, 托以他說, 使之改出他題而首擬矣。 臣以區區慮微愛君之忠, 遭此不測之謗, 難辨之目, 吁亦數也。 至如多官, 竝令出題, 固是臣之妄作, 然亦有前例。 壬子年九月二十四日, 上臨御瑞葱臺庭試, 其時相臣李德馨相議出題, 大提學非不在也, 招李爾瞻等問題。 此固一時相臣廣詢博訪之意, 庸何傷乎? 對讀官十三人, 皆非臣相切者, 臣寧容一毫私意於其間哉? 臣欲務公道, 反被私謗, 其亦冤矣。 且考較之時, 臣承宗、臣弘耉、臣爾瞻鼎坐, 使吳靖對讀, 臣等何嘗不議於爾瞻, 爾瞻亦何嘗不問於臣等? 有一文, 爾瞻贊之曰: "能用《禮記》文字。" 臣從而然之。 此則李汝儉之子也, 爾瞻安有私情一文, 以九泉斯世爲對, 爾瞻抹之, 臣亦然之。 此則洪恕之文, 其妻娚李尙恒安敢干預? 有一文甚拙, 而落句有妄發字, 臣欲黜之, 柳根以爲元數不多, 不必强黜。 此則洪霙之文, 而李廷龜、洪霶安得知之? 及勘定壯元之際, 柳根贊一文, 爾瞻亦贊之, 遂定三上。 臣曰: "壯元無乃訓導耶? 短句雖有生氣, 文頭不佳, 恐不合壯元。" 柳根、爾瞻, 高聲應曰: "必非訓導無疑矣。" 餘皆類此, 何可盡陳逮乎? 罷黜, 闕門未開, 臣與弘耉、柳根鼎坐守門將廳, 柳根戲言曰: "吾爲朴好元亡靈所使, 力主安悌之及第。" 好元卽安悌之祖父也, 以此言之, 藎國何預焉? 特以其甥爲執言之地, 凡父爲考官, 子爲壯元者, 皆出於私情乎? 分四所抄呈可合之文, 臣等再考, 可黜者點之, 可陞者陞之。 今若咸聚諸試官, 一一問之, 則藎國所上, 元不滿六丈, 而藎國所上, 有一文, 文體紆餘出衆, 但上面與方面皆書之, 蓋文多而紙少故也。 爾瞻曰: "有表可落。" 臣及弘耉, 從而黜之。 惜其文佳見屈, 追問落幅, 是柳命立之製也。 藎國所上不盡取, 於此較然矣。 元數十一人, 柳根所上及臣等自取, 通共八九名。 藎國六丈之說, 無乃訛傳乎? 科擧後毁謗例也。 李廷龜子壻同參, 近於烏飛梨落。 然謂臣等妄取則可也, 謂廷龜、藎國與知, 則不亦甚乎? 李愖孫與姪一家二人得占, 此亦廷龜子壻耶? 柳稽之孤寒、進民之卑微, 竝皆得參, 此亦藎國容私耶? 臣與大提學, 未免一場相爭, 早知有時人之謗也。 臣是自作之孽, 宜律以奸小之罪, 緣臣之故, 橫辱他人之無辜者, 亦何哉? 嗟呼! 臣與爾瞻爲一家相切之人。 其文章駢儷, 臣嘗稱美, 故申之益呈疏, 臣奮言於備局, 力請仍送儐相之行。 及三司齊論, 臣密言於趙挺, 力沮庭請之發, 及至箚言, 嶺儒大被憾恨, 臣非伸救嶺儒, 實爲爾瞻地也。 若以張弓挾矢, 驅嶺儒爲逆賊, 則大獄必起, 豈美事哉? 日昨以爾瞻題爲副望者, 亦慮公議, 以爾瞻爲有意而出此題故耳。 相愛之深, 神鬼可質, 一事牴牾, 萬端齮齕, 莫非臣罪。 雖悔曷追? 伏乞聖明, 削臣官爵, 仍命罷榜, 以快其心。

答曰: "惟卿旣宅首揆, 承命試取, 則一場之事, 在卿進退。 況秉心公正, 欲洗陋習, 則出題雖廣, 何傷於救時乎? 落榜擧子之言, 亦已可笑, 身居臺閣, 甘心雌和, 孰主張是? 良可惜也。 卿勿介懷, 正色鎭定, 以淸朝議, 以濟國體。 從前罷榜事, 尙未處置, 此榜有何云云乎? 毋庸更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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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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