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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58권, 광해 13년 9월 15일 癸丑 2/4 기사 /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장령 박광선이 사직을 청하나 받아들이지 않다

국역

장령 박광선(朴光先)이 아뢰기를,

"보잘것없는 소신은 영(嶺) 밖에서 생장하였는데 외람되이 발탁되어 〈벼슬길에 올랐으니, 의당 노둔한 재주를 다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은혜에 보답했어야 했습니다. 지난 4월초, 조사(詔使)가 떠날 날짜가 임박하여 온 나라가 분주하였는데, 양사는 모두 인피중에 있었습니다. 신은 당시〉 흉도들이 훤히 드러나게 창을 거꾸로 들고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현상을 보고 스스로의 역량을 헤아리지도 않고 이를 진정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구구한 일념에 전혀 다른 뜻은 없었으나,〉 성의가 성상에게 이르지 못하여 모두 윤허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성하연(成夏衍)·기수발(奇秀發) 등을 출사시키라는 명은 비록 용서하여 너그러이 포용하는 것이기는 하나, 어찌 논박을 당한 사람들이 얼굴을 들고 행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모두 신이 연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신은 5월에 어미의 병이 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남쪽으로 내려가 〈모자 간에 서로 의지하며 약을 다려 드리고 보살폈습니다. 그런데 높고 감싸주는 은혜가 내려지리라는 것을 어찌 꿈에서라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분수에 비춰볼 때,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감격의 눈물이 저절로 떨어졌습니다. 신은〉 8월에 본직에 제수한다는 같은 달 17일의 유지를 받고서 곧바로 명을 따르려고 하였으나, 산증(疝症)이 갑자기 중하고 〈통증이 심하여〉 겨우 조금씩 걸어서 이제야 겨우 나왔으니, 태만한 죄를 참으로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올라오던 중에 듣건대, 역적 허환(許㬇)의 흉소 내용이 극히 흉참하다 하니, 혈기를 가진 자라면 누구인들 통탄하지 않겠습니까. 관학에서 올린 소장도 엄하고 합사의 계사도 준엄하였는데 태만한 신만이 강력하게 진소하는 반열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신의 죄는 더욱 큽니다. 다만 오늘날 어려움과 위급함이 백척 간두(百尺竿頭)에 이르렀기에, 부득이 엄위(嚴威)의 아래에서 한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이첨의 인품에 대해서는 성상께서도 자상히 알고 계실 터이므로 감히 무어라 하지 않겠습니다. 대개 충효는 설령 원수 사이라 하더라도 엄폐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이 참으로 식자들이 추앙하고 복종하여 마지 않는 이유입니다.〉 전에 유영경(柳永慶)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려고 모의하던 때에 몸을 돌보지 않고 의거한 이첨과 토벌할 것을 청한 정인홍이 없었다면, 오늘날 종묘 사직이 보존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동(安東)은 도 안에서 큰 고을인데 한 사람도 의리를 세워 새로운 운을 일으키자는 외침에 응모한 자가 없었고, 도리어 그들의 일에 가담하고서도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령 부원군(瑞寧府院君)〉 정인홍이 그들의 통문(通文)을 듣고 분한 생각을 이기지 못해 말하기를 ‘내가 〈이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고 하였는데, 이제 광창(廣昌)을 공격하니, 이는 나를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고, 분소(分疏)하려고 하였으나, 마치 자신의 일을 변명하는 것 같아 그만 중지하였습니다. 이 일은 신이 직접 알고 있는 일입니다. 합천(陜川)·고령(高靈) 등의 여러 유생들이 의리를 들어 답한 것은 그 내용이 매우 엄하였습니다. 그런데 김시추(金是樞) 등은 도리어 화를 내며 이들 모두를 유적에서 삭제하고 〈이웃 고을까지 정거(停擧)하였으니, 이것이 과연 유생들이 단독으로 한 짓이겠습니까.〉 정경세(鄭經世)는 한쪽만을 옹호하는 사사로운 뜻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함정에 빠뜨려 놓고 돌을 던지는 것은 좋은 짓이 아니다.’고 하였으니, 상산(尙山) 사람들이 하나도 모임에 나가지 않은 것은 시비를 가림에 있어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 짓이겠습니까. 사액 서원(賜額書院)은 비단 사자(士子)들이 사사로이 글을 읽는 곳만이 아닌데, 도리어 감사의 이름을 기록에서 삭제해 버렸습니다. 신이 선정신 이황(李滉)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른바 존빈(尊賓)이란 도주(道主)를 가리키는 것이다.’ 하였으며, 또 ‘존빈이 방문하면 설령 사사의 제사가 있더라도 고기 반찬을 마련하여 대접해야 한다.’ 하여 어질고 어질지 않은 것을 가려서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지극히 존경한 것입니다. 〈도주를 높이는 것은 바로 조정을 높이는 것입니다.〉 선정의 말씀은 후세에서 본받아야 할 것인데, 패역의 풍습이 어찌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입니까. 신은 남중(南中)의 사람입니다. 학식은 비록 몽매하나 어진이를 높이는 마음은 본시 가지고 있습니다. 〈좌도와 우도가 다르다고는 하나, 한 세상에 함께 태어났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온 몸이 떨려옵니다. 영경이 역적 모의를 한 것은 어떤 일이었기에 좌도의 사람들은 분명하지 않은 말로 답하고 끝내 토벌하지 않았으며, 역적 허환의 옥사는 더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추 등은 토벌할 것을 청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물러나 가버렸으니, 누구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찌 영남 지방의 수치가 아니겠습니까.

〈신은 염려하건대, 난리를 지낸 뒤로 조정이 어수선하여 교도(敎導)의 법을 전부 폐하고 성리(聲利)만을 따르며, 의리는 모두 잊어버리고 자신의 이로움만을 따라 물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는 폐습이 끝내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모두가 조정의 불행한 일입니다. 정예부대를 뽑아 훈련시키라는 명은 실로 나라를 보위하고 오랑캐를 막는 급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수효를 채우려고 각 고을이 분주하여 새들처럼 놀라고 고기떼처럼 흩어져 열 집이면 아홉 집은 비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조도관(調度官)과 독운관(督運官)을 보낸 것은 무기를 만들어 군흥(軍興)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명위(名位)만 무성하게 만들어 어느 주군(州郡)이고 간에 교묘하게 몇 가지 명목을 만들어 날로 심하게 독촉해 거둬들이니, 탄식의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으며, 처량한 기색은 길 가는 자들도 애처로워합니다. 조정의 본뜻이 어찌 이러했겠습니까. 요즈음 언책을 맡기란 포석(蒲席)에 엎드려 간한 사단(史丹)이나 총마(總馬)를 타고 다니던 어사 환전(桓典)같은 자라 하더라도 감히 감당할 수 없을텐데, 더구나 신처럼 못난 자가 어떻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습니까.〉 전에 신이 사과(司果)의 직임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사은(謝恩)의 규례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향리에 내려갈 때, 신이 잘못 생각하고 숙배를 하지 않았으며, 또 정고(呈告)하는 것은 규례에 어긋나는 것 같아 직임을 사양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요사이는 정사(呈辭)의 법을 각별히 밝혔으니, 미혹해 잘 살피지 못해 잘못한 것이 크다 하겠습니다. 지금 추고를 받고 있어 이런 저런 이유로 결코 직임에 있을 수 없으니, 신을 체직시키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물러가 물론을 기다렸다.

원문

○掌令朴光先啓曰: "無狀小臣, 生長嶺外, 濫蒙寵擢, (汚穢名器, 所當殫竭駑鈍, 圖報萬一。 而第念四月初詔使行迫, 擧國遑遑, 兩司皆在引避之中。 而臣)伏見(其時), 兇徒倒戈, 自中攻擊之象, 昭不可掩, 故不自量, 已妄爲鎭定之計。 (區區一念斷斷無他,) 而誠乏格天, 竝未蒙允。 成夏衍、奇秀發等出仕之命, 雖假優容, 而安有被論之人, 抗顔行公之理乎? 此無非疲軟之致也。 臣於五月十五日, 聞母病重, 顚倒南還, (母子相依, 長在湯藥。 豈意聖度, 包容恩着之隆, 出於夢寐之外乎? 揆分難堪, 感淚自零。 臣於)八月初七日政, 本職除授, (同月十七日, 有旨祗受,) 卽當趨命, 而疝症遽重, (刺痛轉劇,) 寸寸前進, 逋慢之罪, 固難容貸。 況聞道路, 賊㬇兇疏, 語極陰慘, 凡有血氣, 孰不痛心? 館疏旣嚴, 合司且峻, 而臣獨稽緩, 趁未參陳力之列, 臣罪尤大。 但以今日之艱危, 已到百尺竿頭, (不得不仰陳於嚴威之下,) 姑以一二言之。 李爾瞻之爲人, 已詳於聖鑑之中, 臣不敢指某事爲賢, 而大槪忠孝, 雖在仇讐, 且不得掩, (此, 識者之所以皆推服者也)。 曾於永慶謀危之日, 倘非爾瞻忘身倡義, 與鄭仁弘沐浴請討, 則臣未知宗社保有今日乎。 安東一邑, 一道巨鎭, 而無一人開示其義理, 應募於昌運之一呼, 甘爲其役, 而不知恥, 豈不痛哉? (瑞寧府院君臣) 鄭仁弘聞其通文, 不勝瞿然曰: ‘余欲爲一言於此間, 而今攻廣昌, 是攻吾身也。’ 爲此分疏, 未免自言己事, 以是遲停, 此臣所親知也。 陜川、高靈等諸儒, 據義以答, 其辭極嚴, 而金是樞等, 反加其怒, 盡爲削籍。 (連邑停擧, 是果儒生所可獨擅者乎?) 鄭經世豈有偏護之私, 而‘落穽下石, 殊非美意’云, 則尙山之人, 一不赴會, 其是非之判, 孰得而孰失也? 賜額書院, 非獨士子私自口讀之所, 而反削監司姓名於其錄。 臣曾見先正臣 李滉之書曰: ‘所謂尊賓如道主。’ 云也, ‘尊賓來訪, 則雖有私忌, 設肉饌以待之’云, 而不言賢否之別, 此乃尊敬之至也。 (所以尊道主, 乃所以尊朝廷也。) 先正之語, 可法於後, 而悖妄之習, 何至此乎? 臣乃南中人也。 學識雖昧, 尊賢有素, (左右雖殊, 生同一世)。 言念及此, 寒栗遍體。 噫! 永慶之逆爲如何也, 而左路之人, 緩辭答之, 終不共討, 賊㬇之獄, 莫此若也, 而是樞等又不請討, 袖手退走, 受人指嗾, 則於此可知。 豈非嶺南之所羞也? (臣恐經亂之後, 朝廷未遑, 敎導全廢, 聲利是趨, 都忘義理, 各循其私, 奔波之弊, 竟至於莫可收拾, 抑亦朝廷之不幸也。 噫! 選鋒團鍊之令, 實由於衛國禦戎之急務。 而欲充其數, 各邑奔走, 鳥驚魚散, 十室九亡。 調度、督運之遣, 實出於工作, 軍興之需寔繁。 名位遍滿州郡, 巧作數目, 徵索日督, 愁嘆之聲, 慘不忍聞, 蕭條物色, 行路增傷。 朝廷本意, 豈端使然哉? 今之有言責者, 雖以伏蒲之丹, 乘驄之史, 猶不敢承當, 矧如臣之謭劣, 曷嘗有絲毫之補哉?) 且臣曾付司果之職, 前無謝恩之規云, 故下鄕之時, 臣之謬計, 旣不肅拜, 則又爲呈告, 似涉違例, 不得 爲辭去。 而近以呈辭之法, 各別申明, 則其迷不致察之失, 亦云大矣。 方在時推之中, 以此以彼, 決難仍冒。 請命遞斥(臣職)。" 答曰: "勿辭。 退待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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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일기[중초본]58권, 광해 13년 9월 15일 癸丑 2/4 기사 / 1621년 명 천계(天啓) 1년

장령 박광선이 사직을 청하나 받아들이지 않다

국역

장령 박광선(朴光先)이 아뢰기를,

"보잘것없는 소신은 영(嶺) 밖에서 생장하였는데 외람되이 발탁되어 〈벼슬길에 올랐으니, 의당 노둔한 재주를 다하여 만분의 일이라도 은혜에 보답했어야 했습니다. 지난 4월초, 조사(詔使)가 떠날 날짜가 임박하여 온 나라가 분주하였는데, 양사는 모두 인피중에 있었습니다. 신은 당시〉 흉도들이 훤히 드러나게 창을 거꾸로 들고 자기네들끼리 싸우는 현상을 보고 스스로의 역량을 헤아리지도 않고 이를 진정시키려고 하였습니다. 〈구구한 일념에 전혀 다른 뜻은 없었으나,〉 성의가 성상에게 이르지 못하여 모두 윤허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성하연(成夏衍)·기수발(奇秀發) 등을 출사시키라는 명은 비록 용서하여 너그러이 포용하는 것이기는 하나, 어찌 논박을 당한 사람들이 얼굴을 들고 행공할 수 있겠습니까. 이는 모두 신이 연약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

신은 5월에 어미의 병이 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남쪽으로 내려가 〈모자 간에 서로 의지하며 약을 다려 드리고 보살폈습니다. 그런데 높고 감싸주는 은혜가 내려지리라는 것을 어찌 꿈에서라도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분수에 비춰볼 때,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되어 감격의 눈물이 저절로 떨어졌습니다. 신은〉 8월에 본직에 제수한다는 같은 달 17일의 유지를 받고서 곧바로 명을 따르려고 하였으나, 산증(疝症)이 갑자기 중하고 〈통증이 심하여〉 겨우 조금씩 걸어서 이제야 겨우 나왔으니, 태만한 죄를 참으로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더구나 올라오던 중에 듣건대, 역적 허환(許㬇)의 흉소 내용이 극히 흉참하다 하니, 혈기를 가진 자라면 누구인들 통탄하지 않겠습니까. 관학에서 올린 소장도 엄하고 합사의 계사도 준엄하였는데 태만한 신만이 강력하게 진소하는 반열에 참여하지 못했으니, 신의 죄는 더욱 큽니다. 다만 오늘날 어려움과 위급함이 백척 간두(百尺竿頭)에 이르렀기에, 부득이 엄위(嚴威)의 아래에서 한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이첨의 인품에 대해서는 성상께서도 자상히 알고 계실 터이므로 감히 무어라 하지 않겠습니다. 대개 충효는 설령 원수 사이라 하더라도 엄폐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이 참으로 식자들이 추앙하고 복종하여 마지 않는 이유입니다.〉 전에 유영경(柳永慶)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려고 모의하던 때에 몸을 돌보지 않고 의거한 이첨과 토벌할 것을 청한 정인홍이 없었다면, 오늘날 종묘 사직이 보존될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안동(安東)은 도 안에서 큰 고을인데 한 사람도 의리를 세워 새로운 운을 일으키자는 외침에 응모한 자가 없었고, 도리어 그들의 일에 가담하고서도 부끄러워 할 줄을 모르니, 어찌 통탄할 일이 아니겠습니까. 〈서령 부원군(瑞寧府院君)〉 정인홍이 그들의 통문(通文)을 듣고 분한 생각을 이기지 못해 말하기를 ‘내가 〈이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고 하였는데, 이제 광창(廣昌)을 공격하니, 이는 나를 공격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하고, 분소(分疏)하려고 하였으나, 마치 자신의 일을 변명하는 것 같아 그만 중지하였습니다. 이 일은 신이 직접 알고 있는 일입니다. 합천(陜川)·고령(高靈) 등의 여러 유생들이 의리를 들어 답한 것은 그 내용이 매우 엄하였습니다. 그런데 김시추(金是樞) 등은 도리어 화를 내며 이들 모두를 유적에서 삭제하고 〈이웃 고을까지 정거(停擧)하였으니, 이것이 과연 유생들이 단독으로 한 짓이겠습니까.〉 정경세(鄭經世)는 한쪽만을 옹호하는 사사로운 뜻을 가진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데 ‘함정에 빠뜨려 놓고 돌을 던지는 것은 좋은 짓이 아니다.’고 하였으니, 상산(尙山) 사람들이 하나도 모임에 나가지 않은 것은 시비를 가림에 있어 누가 잘하고 누가 잘못한 짓이겠습니까. 사액 서원(賜額書院)은 비단 사자(士子)들이 사사로이 글을 읽는 곳만이 아닌데, 도리어 감사의 이름을 기록에서 삭제해 버렸습니다. 신이 선정신 이황(李滉)의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른바 존빈(尊賓)이란 도주(道主)를 가리키는 것이다.’ 하였으며, 또 ‘존빈이 방문하면 설령 사사의 제사가 있더라도 고기 반찬을 마련하여 대접해야 한다.’ 하여 어질고 어질지 않은 것을 가려서 말하지 않았으니 이는 지극히 존경한 것입니다. 〈도주를 높이는 것은 바로 조정을 높이는 것입니다.〉 선정의 말씀은 후세에서 본받아야 할 것인데, 패역의 풍습이 어찌 이 지경까지 이르렀단 말입니까. 신은 남중(南中)의 사람입니다. 학식은 비록 몽매하나 어진이를 높이는 마음은 본시 가지고 있습니다. 〈좌도와 우도가 다르다고는 하나, 한 세상에 함께 태어났습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온 몸이 떨려옵니다. 영경이 역적 모의를 한 것은 어떤 일이었기에 좌도의 사람들은 분명하지 않은 말로 답하고 끝내 토벌하지 않았으며, 역적 허환의 옥사는 더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추 등은 토벌할 것을 청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다가 물러나 가버렸으니, 누구의 사주를 받았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어찌 영남 지방의 수치가 아니겠습니까.

〈신은 염려하건대, 난리를 지낸 뒤로 조정이 어수선하여 교도(敎導)의 법을 전부 폐하고 성리(聲利)만을 따르며, 의리는 모두 잊어버리고 자신의 이로움만을 따라 물결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는 폐습이 끝내는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 모두가 조정의 불행한 일입니다. 정예부대를 뽑아 훈련시키라는 명은 실로 나라를 보위하고 오랑캐를 막는 급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하여 그 수효를 채우려고 각 고을이 분주하여 새들처럼 놀라고 고기떼처럼 흩어져 열 집이면 아홉 집은 비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조도관(調度官)과 독운관(督運官)을 보낸 것은 무기를 만들어 군흥(軍興)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데 명위(名位)만 무성하게 만들어 어느 주군(州郡)이고 간에 교묘하게 몇 가지 명목을 만들어 날로 심하게 독촉해 거둬들이니, 탄식의 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으며, 처량한 기색은 길 가는 자들도 애처로워합니다. 조정의 본뜻이 어찌 이러했겠습니까. 요즈음 언책을 맡기란 포석(蒲席)에 엎드려 간한 사단(史丹)이나 총마(總馬)를 타고 다니던 어사 환전(桓典)같은 자라 하더라도 감히 감당할 수 없을텐데, 더구나 신처럼 못난 자가 어떻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겠습니까.〉 전에 신이 사과(司果)의 직임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사은(謝恩)의 규례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향리에 내려갈 때, 신이 잘못 생각하고 숙배를 하지 않았으며, 또 정고(呈告)하는 것은 규례에 어긋나는 것 같아 직임을 사양하지 않고 떠났습니다. 그런데 요사이는 정사(呈辭)의 법을 각별히 밝혔으니, 미혹해 잘 살피지 못해 잘못한 것이 크다 하겠습니다. 지금 추고를 받고 있어 이런 저런 이유로 결코 직임에 있을 수 없으니, 신을 체직시키소서."

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였다. 물러가 물론을 기다렸다.

원문

○掌令朴光先啓曰: "無狀小臣, 生長嶺外, 濫蒙寵擢, (汚穢名器, 所當殫竭駑鈍, 圖報萬一。 而第念四月初詔使行迫, 擧國遑遑, 兩司皆在引避之中。 而臣)伏見(其時), 兇徒倒戈, 自中攻擊之象, 昭不可掩, 故不自量, 已妄爲鎭定之計。 (區區一念斷斷無他,) 而誠乏格天, 竝未蒙允。 成夏衍、奇秀發等出仕之命, 雖假優容, 而安有被論之人, 抗顔行公之理乎? 此無非疲軟之致也。 臣於五月十五日, 聞母病重, 顚倒南還, (母子相依, 長在湯藥。 豈意聖度, 包容恩着之隆, 出於夢寐之外乎? 揆分難堪, 感淚自零。 臣於)八月初七日政, 本職除授, (同月十七日, 有旨祗受,) 卽當趨命, 而疝症遽重, (刺痛轉劇,) 寸寸前進, 逋慢之罪, 固難容貸。 況聞道路, 賊㬇兇疏, 語極陰慘, 凡有血氣, 孰不痛心? 館疏旣嚴, 合司且峻, 而臣獨稽緩, 趁未參陳力之列, 臣罪尤大。 但以今日之艱危, 已到百尺竿頭, (不得不仰陳於嚴威之下,) 姑以一二言之。 李爾瞻之爲人, 已詳於聖鑑之中, 臣不敢指某事爲賢, 而大槪忠孝, 雖在仇讐, 且不得掩, (此, 識者之所以皆推服者也)。 曾於永慶謀危之日, 倘非爾瞻忘身倡義, 與鄭仁弘沐浴請討, 則臣未知宗社保有今日乎。 安東一邑, 一道巨鎭, 而無一人開示其義理, 應募於昌運之一呼, 甘爲其役, 而不知恥, 豈不痛哉? (瑞寧府院君臣) 鄭仁弘聞其通文, 不勝瞿然曰: ‘余欲爲一言於此間, 而今攻廣昌, 是攻吾身也。’ 爲此分疏, 未免自言己事, 以是遲停, 此臣所親知也。 陜川、高靈等諸儒, 據義以答, 其辭極嚴, 而金是樞等, 反加其怒, 盡爲削籍。 (連邑停擧, 是果儒生所可獨擅者乎?) 鄭經世豈有偏護之私, 而‘落穽下石, 殊非美意’云, 則尙山之人, 一不赴會, 其是非之判, 孰得而孰失也? 賜額書院, 非獨士子私自口讀之所, 而反削監司姓名於其錄。 臣曾見先正臣 李滉之書曰: ‘所謂尊賓如道主。’ 云也, ‘尊賓來訪, 則雖有私忌, 設肉饌以待之’云, 而不言賢否之別, 此乃尊敬之至也。 (所以尊道主, 乃所以尊朝廷也。) 先正之語, 可法於後, 而悖妄之習, 何至此乎? 臣乃南中人也。 學識雖昧, 尊賢有素, (左右雖殊, 生同一世)。 言念及此, 寒栗遍體。 噫! 永慶之逆爲如何也, 而左路之人, 緩辭答之, 終不共討, 賊㬇之獄, 莫此若也, 而是樞等又不請討, 袖手退走, 受人指嗾, 則於此可知。 豈非嶺南之所羞也? (臣恐經亂之後, 朝廷未遑, 敎導全廢, 聲利是趨, 都忘義理, 各循其私, 奔波之弊, 竟至於莫可收拾, 抑亦朝廷之不幸也。 噫! 選鋒團鍊之令, 實由於衛國禦戎之急務。 而欲充其數, 各邑奔走, 鳥驚魚散, 十室九亡。 調度、督運之遣, 實出於工作, 軍興之需寔繁。 名位遍滿州郡, 巧作數目, 徵索日督, 愁嘆之聲, 慘不忍聞, 蕭條物色, 行路增傷。 朝廷本意, 豈端使然哉? 今之有言責者, 雖以伏蒲之丹, 乘驄之史, 猶不敢承當, 矧如臣之謭劣, 曷嘗有絲毫之補哉?) 且臣曾付司果之職, 前無謝恩之規云, 故下鄕之時, 臣之謬計, 旣不肅拜, 則又爲呈告, 似涉違例, 不得 爲辭去。 而近以呈辭之法, 各別申明, 則其迷不致察之失, 亦云大矣。 方在時推之中, 以此以彼, 決難仍冒。 請命遞斥(臣職)。" 答曰: "勿辭。 退待物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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