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수정실록17권, 선조 16년 8월 1일 庚戌 6/32 기사 / 1583년 명 만력(萬曆) 11년
성균 생원 유공신 등 4백 62명이 성혼과 이이를 두둔하는 상소를 올리다
국역
성균 생원 유공신(柳拱辰) 등 4백 62명이 상소하기를,
"천하에 덮어두기 어려운 것이 공론이고 나라가 힘입어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기입니다. 공론이 혹시라도 없어지게 되면 좋아하고 싫어함이 올바름을 잃게 되어 시비가 분명해지지 못할 것이고, 사기가 한번 꺾이게 되면 구차스러운 행동이 습관화되어 취향이 방향을 잃을 것인데, 이러고서도 나라가 위태롭지 않게 된 경우는 거의 드물었습니다.
신들은 삼가 살피건대, 성혼은 사도(斯道)에 뜻을 두고 위기지학(爲己之學)056) 을 하여 성현의 글에 침잠하고 깊은 의리를 강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곤궁하게 살면서 수양하는 것을 달게 여기고 초야에서 지내는 데 뜻을 두었기 때문에 당초부터 시론(時論)의 시비에 관여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주상 전하께서 참으로 어진이를 좋아하시고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 현인을 구하시어 초빙하는 예우를 융숭히 하고 접대하는 은총을 두텁게 내리셨으므로 서울 부근에서 병든 몸을 이끌고 차마 떠나지 못한 채 시일만 연기하고 있었는데, 그와 뜻이 통하고 도가 같은 이는 이이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이이는 박학 다식한데다가 대의(大義)를 체득하였으므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소활한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그의 마음은 옛 사람에 비해 진실로 부끄러울 것이 없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시론이 터무니없이 나오고 잘못된 논의가 치열하게 일어나 참소하는 말이 서로 얽히고 국론이 정해지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충성을 다하는 신하로 하여금 용납을 받지 못하고 떠나가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혼의 상소가 없었더라면 시비가 정해지지 않고 사정(邪正)이 어느 때고 분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탄핵하는 신하들은 개인적인 감정을 품고서 유언 비어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심지어 충직스러운 의논을 가지고 도리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말이라고 하고 정직한 선비를 가리켜 척리의 문객이라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못할 짓이 없이 서로 다투어 위협함으로써 그마저 영원히 먼 곳으로 떠나가 서울에서 자취를 끊게 하였습니다. 아, 어찌 칼과 톱으로 죽이는 모욕을 보여야만 참화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붕우가 멀리 와서 매일같이 서로 강학(講學)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기에 이를 가리켜 ‘부랑배가 패거리로 모여 경상(卿相)들을 비평한다.’고 한단 말입니까. 사우(師友)의 도가 없어지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꼭 오늘날로 말미암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 성혼처럼 어질고 이이처럼 충성스러운 이로서도 이토록까지 시의(時議)에 무함을 당하고 조정에 용납되지 못하고 보면 현재 사기는 거의 떨어진 것이며 공론도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사기가 이미 떨어졌다면 국맥이 어떻게 유지되겠으며 공론이 일단 사라진 이상 인심이 어찌 격동되지 않겠습니까. 국맥이 날로 사라지고 인심이 날로 격동되면 전하의 나랏일이 어찌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아, 온 조정의 경사(卿士)가 어찌 다 현능한 이를 질투하는 사람이겠습니까. 한두 사람 부박한 무리가 미워하는 논의를 선동시키자 한때의 아부하는 자들이 휩쓸리며 추종하지 않는 자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온 나라의 공론이라고 하나 인심이 승복하지 않고 여론이 격동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찌 그것을 사류의 본심이라 하겠습니까. 대체로 임금의 덕은 좋아하고 미워함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정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좋아하고 미워함이 분명하지 않으면 어질고 어질지 못함이 분변되기 어려우며, 옳고 그름이 정해지지 않으면 충성과 간사함이 밝혀지지 못합니다. 그 결과 사기가 꺾여 떨쳐지지 못하고 공론이 막혀 행해지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가 망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아, 당고(黨錮)의 화가 일어나자 한(漢)나라의 국운이 마침내 쇠퇴하였고, 위학(僞學)의 금령(禁令)이 내리자 송(宋)나라의 역사가 끝내 단절되었습니다. 말세의 쇠퇴하고 혼란했던 풍조가 어찌 다시 성상의 시대에 일어난단 말입니까. 말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진실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신들은 보잘것없는 자들로서 외람되게 선(善)에 앞장서는 자리에 있으니 여럿이 모여 도의를 강마하여 성묘(聖廟)를 호위하는 것이 직분이고, 조정의 옳고 그름과 잘잘못에 대해서는 신들이 말할 성격이 못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유림(儒林)과 관계되고 종사(宗社)에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는 까닭에 감히 간곡한 정성을 바쳐 초야의 의논을 진달드립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관심을 가지시고 반복하여 신들의 말을 깊이 살피셔서 좋아함과 미워함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정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나는 덕이 적고 밝지 못한데 외람되이 큰 기업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지혜는 어진 이와 간사한 자를 분별하기에 부족하고 재능은 나라를 다스리기에 부족하다. 그리하여 조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옳고 그름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으니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하겠다.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 이 상소의 내용을 보건대 충직한 말로 격려해 주었다. 그대들의 의기(義氣)가 이와 같으니 내가 어찌 나랏일을 근심하겠는가."
하였다. 정원이 상으로부터 못마땅해 하는 전교를 받고 대죄하니, 전교하기를,
"변방에서는 변란이 자주 일어나고 나라에는 일이 많은데,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원이 제대로 살피지 못한 기무(機務)가 많다. 아무리 사람의 재능에 장단(長短)의 차이가 있어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밤낮없이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말고 우선 맡은 직무에 충실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7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056] 위기지학(爲己之學) : 자신의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원문
○成均生員柳拱辰等四百六十二人上疏曰:
天下之難得以掩蔽者, 公論也; 國家之所賴以維持者, 士氣也。 公論或泯, 則好惡失正, 而是非不明; 士氣一折, 則偸靡成習, 而趨向迷方。 如是而不至於國家之危亡者, 幾希矣。 臣等伏見, 成渾有志斯道, 學以爲己, 沈潛聖賢之書; 講明義理之奧, 甘心窮養, 雅意林壑, 初非時論是非中人也。 幸遇主上殿下好賢有誠, 求賢如渴, 馹招之眷禮隆深; 席接之寵遇優渥, 故抱病洛下, 惓惓遲回, 而其所志同道合者, 李珥一人耳。 博學多識, 見得大義, 雖其設施之際, 不能無踈迂之失, 而其愛君憂國之心, 比之古人, 誠無愧耳。 不幸時論譸張, 橫議方熾, 讒言交亂, 國論靡定, 竟使竭忠之臣, 無所容而去。 於斯時也, 若無成渾之陳疏, 則是非無由而定; 邪正無時而辨。 彈論之臣, 挾其私憾, 造爲飛語, 至以忠讜之論, 反爲喪邦之一言; 正直之士, 指爲戚里之門客, 爭相亂嚇, 無所不至, 使之長往遠引, 絶迹都下。 噫! 此豈待刀鋸戮辱而後, 其禍慘也? 且如朋來自遠, 日相講學, 亦有何罪, 而乃謂之群聚浮雜, 力詆卿相則師友道廢、士氣沮喪, 未必不由於今日也。 嗚呼! 以渾之賢、以珥之忠, 見誣於時議, 不容於朝著者, 若是甚也則今之士氣, 幾乎薾矣; 今之公論, 幾乎熄矣。 士氣旣薾則國脈何以維持, 公論一熄則人心何以不激哉? 國脈日以消; 人心日以激, 則殿下之國事, 豈不殆哉? 嗚呼! 擧朝之卿士, 豈皆妬賢嫉能之人? 一二浮薄之徒, 鼓動媢嫉之論, 而一時附會者, 莫不靡然從之, 自以爲一國之公論。 而使人心不服, 巷議交激, 則是豈士類者之本心哉? 大抵人君之德, 莫大於明好惡、定是非而已。 好惡不明, 則賢否難辨; 是非不定, 則忠邪莫白。 使士氣摧折而不振; 公論壅蔽而不行, 則國之危亡, 可立而待矣。 噫! 黨錮禍作, 漢祚終替; 僞學有禁, 宋祀遂絶。 是何叔季衰亂之風, 復起於聖明之世耶? 言之至此, 誠可痛哭流涕者也。 臣等不肖無狀, 忝在首善之地, 群居講劘, 衛護聖廟, 其事也。 至於朝家是非得失, 已知其非所言者矣。 然而事係儒林, 害延宗社, 敢瀝危懇, 以達草野之論。 伏望殿下, 留神反覆, 熟省臣言, 明好惡而定是非。
答曰: "予以寡昧, 叨守鴻業, 知不足以辨賢邪; 才不足以治國家, 使朝廷不靖, 是非混淆, 責在於予, 夫復何言? 今觀疏辭, 忠讜激勵, 爾等義氣如此, 予何憂國事?" 政院以傳敎未安, 待罪, 傳曰: "邊塵屢驚, 國家多事。 政院在樞要之地, 機務多不致察。 雖由人才之短長, 夙夜匪懈, 恐不如是。 其勿陳雜言, 姑勤職事。"
- 【태백산사고본】 4책 17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선조 16년 (1583) 8월 1일
- 이희득·권덕여·홍적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 사간 이희득이 양사의 출사를 청하니, 따르다
- 경기 파주목에서 어떤 여자가 기형아를 낳았는데, 낳자마자 죽다
- 특지로 사인 김성일을 나주 목사로 삼다
- 도승지 박근원 등이 하낙의 상소에 대해 논란하다
- 성균 생원 유공신 등 4백 62명이 성혼과 이이를 두둔하는 상소를 올리다
- 양사가 체차를 청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다
- 양사가 다시 체차를 청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하다
- 도승지 박근원 등이 유생들이 상소했던 일로 아뢰다
- 사진한 승지를 내보내고 정복시 등을 가승지로 임무를 살피게 하다
- 도승지 박근원, 우승지 김제갑 등을 체차하다
- 직제학 권극지를 승지로 발탁하다
- 옥당이 정원에 내린 비답·승지를 체차한 일이 부당하다고 차자하다
- 양사가 차자를 올리니 유념하겠다고 답하다
- 성균 생원 이정우 등이 유공신 등이 상소했던 일로 아뢰다
- 유학 신업이 상소하여 이이·성혼 등의 정직함을 아뢰다
- 삼사가 재보들을 탄핵하는 일을 중지할 것을 전교하다
- 경기전 참봉 변사정이 이이·성혼을 변론하고 그들의 작위 회복을 청하다
- 홍문관이 상의 하교가 준엄했기 때문에 차자를 올려 대죄하다
- 전라도 유생 서태수 등이 상소하여 시사의 시비와 사정을 논하다
- 박사 한인을 추국하고, 대사헌 이기 등을 체차하도록 전교하다
- 진주 유학 하항이 상소하여 ‘음’자의 변석 문제로 이이를 비난하다
- 응교 김수를 순안 어사로 삼으니, 세 차례나 사직을 청하다
- 우상 정지연이 병드니 승지를 보내 문병하고 말하고 싶은 바를 진술하게 하다
- 특지로 홍여순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 우상 정지연이 사록을 보내니, 사관을 보내어 유시하다
- 송응개·박근원·허봉을 삭탈 관직하여 귀양보내다
- 특지로 김응남을 제주 목사로 삼다
- 양사를 체차하고, 이양원·백유양 등을 임명하다
- 우의정 정지연의 졸기
- 정지연의 가인이 시사를 논한 지연의 유소를 올리다
- 정유길을 우의정으로 삼다
선조수정실록17권, 선조 16년 8월 1일 庚戌 6/32 기사 / 1583년 명 만력(萬曆) 11년
성균 생원 유공신 등 4백 62명이 성혼과 이이를 두둔하는 상소를 올리다
국역
성균 생원 유공신(柳拱辰) 등 4백 62명이 상소하기를,
"천하에 덮어두기 어려운 것이 공론이고 나라가 힘입어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사기입니다. 공론이 혹시라도 없어지게 되면 좋아하고 싫어함이 올바름을 잃게 되어 시비가 분명해지지 못할 것이고, 사기가 한번 꺾이게 되면 구차스러운 행동이 습관화되어 취향이 방향을 잃을 것인데, 이러고서도 나라가 위태롭지 않게 된 경우는 거의 드물었습니다.
신들은 삼가 살피건대, 성혼은 사도(斯道)에 뜻을 두고 위기지학(爲己之學)056) 을 하여 성현의 글에 침잠하고 깊은 의리를 강구하였습니다. 그리고 곤궁하게 살면서 수양하는 것을 달게 여기고 초야에서 지내는 데 뜻을 두었기 때문에 당초부터 시론(時論)의 시비에 관여될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주상 전하께서 참으로 어진이를 좋아하시고 목마른 자가 물을 찾듯 현인을 구하시어 초빙하는 예우를 융숭히 하고 접대하는 은총을 두텁게 내리셨으므로 서울 부근에서 병든 몸을 이끌고 차마 떠나지 못한 채 시일만 연기하고 있었는데, 그와 뜻이 통하고 도가 같은 이는 이이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이이는 박학 다식한데다가 대의(大義)를 체득하였으므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소활한 실수가 없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임금을 사랑하고 나라를 근심하는 그의 마음은 옛 사람에 비해 진실로 부끄러울 것이 없다 할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시론이 터무니없이 나오고 잘못된 논의가 치열하게 일어나 참소하는 말이 서로 얽히고 국론이 정해지지 못함으로써 마침내 충성을 다하는 신하로 하여금 용납을 받지 못하고 떠나가게 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때에 성혼의 상소가 없었더라면 시비가 정해지지 않고 사정(邪正)이 어느 때고 분별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탄핵하는 신하들은 개인적인 감정을 품고서 유언 비어를 만들어 내는가 하면, 심지어 충직스러운 의논을 가지고 도리어 나라를 망하게 하는 말이라고 하고 정직한 선비를 가리켜 척리의 문객이라고까지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못할 짓이 없이 서로 다투어 위협함으로써 그마저 영원히 먼 곳으로 떠나가 서울에서 자취를 끊게 하였습니다. 아, 어찌 칼과 톱으로 죽이는 모욕을 보여야만 참화라고 하겠습니까.
그리고 붕우가 멀리 와서 매일같이 서로 강학(講學)하는 것이 무슨 죄가 되기에 이를 가리켜 ‘부랑배가 패거리로 모여 경상(卿相)들을 비평한다.’고 한단 말입니까. 사우(師友)의 도가 없어지고 사기가 떨어지는 것이 꼭 오늘날로 말미암지 않는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 성혼처럼 어질고 이이처럼 충성스러운 이로서도 이토록까지 시의(時議)에 무함을 당하고 조정에 용납되지 못하고 보면 현재 사기는 거의 떨어진 것이며 공론도 거의 사라진 것입니다. 사기가 이미 떨어졌다면 국맥이 어떻게 유지되겠으며 공론이 일단 사라진 이상 인심이 어찌 격동되지 않겠습니까. 국맥이 날로 사라지고 인심이 날로 격동되면 전하의 나랏일이 어찌 위태롭지 않겠습니까.
아, 온 조정의 경사(卿士)가 어찌 다 현능한 이를 질투하는 사람이겠습니까. 한두 사람 부박한 무리가 미워하는 논의를 선동시키자 한때의 아부하는 자들이 휩쓸리며 추종하지 않는 자가 없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는 자기들끼리 온 나라의 공론이라고 하나 인심이 승복하지 않고 여론이 격동되고 있는 것을 보면 어찌 그것을 사류의 본심이라 하겠습니까. 대체로 임금의 덕은 좋아하고 미워함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정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좋아하고 미워함이 분명하지 않으면 어질고 어질지 못함이 분변되기 어려우며, 옳고 그름이 정해지지 않으면 충성과 간사함이 밝혀지지 못합니다. 그 결과 사기가 꺾여 떨쳐지지 못하고 공론이 막혀 행해지지 않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나라가 망하게 되고 말 것입니다.
아, 당고(黨錮)의 화가 일어나자 한(漢)나라의 국운이 마침내 쇠퇴하였고, 위학(僞學)의 금령(禁令)이 내리자 송(宋)나라의 역사가 끝내 단절되었습니다. 말세의 쇠퇴하고 혼란했던 풍조가 어찌 다시 성상의 시대에 일어난단 말입니까. 말이 여기에 이르고 보니 진실로 통곡하며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신들은 보잘것없는 자들로서 외람되게 선(善)에 앞장서는 자리에 있으니 여럿이 모여 도의를 강마하여 성묘(聖廟)를 호위하는 것이 직분이고, 조정의 옳고 그름과 잘잘못에 대해서는 신들이 말할 성격이 못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일은 유림(儒林)과 관계되고 종사(宗社)에까지 피해가 미치게 되는 까닭에 감히 간곡한 정성을 바쳐 초야의 의논을 진달드립니다. 삼가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관심을 가지시고 반복하여 신들의 말을 깊이 살피셔서 좋아함과 미워함을 밝히고 옳고 그름을 정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나는 덕이 적고 밝지 못한데 외람되이 큰 기업을 지키고 있다. 따라서 지혜는 어진 이와 간사한 자를 분별하기에 부족하고 재능은 나라를 다스리기에 부족하다. 그리하여 조정이 안정되지 못하고 옳고 그름이 구분되지 않게 되었으니 그 책임은 나에게 있다 하겠다.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가. 지금 이 상소의 내용을 보건대 충직한 말로 격려해 주었다. 그대들의 의기(義氣)가 이와 같으니 내가 어찌 나랏일을 근심하겠는가."
하였다. 정원이 상으로부터 못마땅해 하는 전교를 받고 대죄하니, 전교하기를,
"변방에서는 변란이 자주 일어나고 나라에는 일이 많은데, 중요한 직책을 담당하고 있는 정원이 제대로 살피지 못한 기무(機務)가 많다. 아무리 사람의 재능에 장단(長短)의 차이가 있어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밤낮없이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이렇게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말고 우선 맡은 직무에 충실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7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 [註 056] 위기지학(爲己之學) : 자신의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
원문
○成均生員柳拱辰等四百六十二人上疏曰:
天下之難得以掩蔽者, 公論也; 國家之所賴以維持者, 士氣也。 公論或泯, 則好惡失正, 而是非不明; 士氣一折, 則偸靡成習, 而趨向迷方。 如是而不至於國家之危亡者, 幾希矣。 臣等伏見, 成渾有志斯道, 學以爲己, 沈潛聖賢之書; 講明義理之奧, 甘心窮養, 雅意林壑, 初非時論是非中人也。 幸遇主上殿下好賢有誠, 求賢如渴, 馹招之眷禮隆深; 席接之寵遇優渥, 故抱病洛下, 惓惓遲回, 而其所志同道合者, 李珥一人耳。 博學多識, 見得大義, 雖其設施之際, 不能無踈迂之失, 而其愛君憂國之心, 比之古人, 誠無愧耳。 不幸時論譸張, 橫議方熾, 讒言交亂, 國論靡定, 竟使竭忠之臣, 無所容而去。 於斯時也, 若無成渾之陳疏, 則是非無由而定; 邪正無時而辨。 彈論之臣, 挾其私憾, 造爲飛語, 至以忠讜之論, 反爲喪邦之一言; 正直之士, 指爲戚里之門客, 爭相亂嚇, 無所不至, 使之長往遠引, 絶迹都下。 噫! 此豈待刀鋸戮辱而後, 其禍慘也? 且如朋來自遠, 日相講學, 亦有何罪, 而乃謂之群聚浮雜, 力詆卿相則師友道廢、士氣沮喪, 未必不由於今日也。 嗚呼! 以渾之賢、以珥之忠, 見誣於時議, 不容於朝著者, 若是甚也則今之士氣, 幾乎薾矣; 今之公論, 幾乎熄矣。 士氣旣薾則國脈何以維持, 公論一熄則人心何以不激哉? 國脈日以消; 人心日以激, 則殿下之國事, 豈不殆哉? 嗚呼! 擧朝之卿士, 豈皆妬賢嫉能之人? 一二浮薄之徒, 鼓動媢嫉之論, 而一時附會者, 莫不靡然從之, 自以爲一國之公論。 而使人心不服, 巷議交激, 則是豈士類者之本心哉? 大抵人君之德, 莫大於明好惡、定是非而已。 好惡不明, 則賢否難辨; 是非不定, 則忠邪莫白。 使士氣摧折而不振; 公論壅蔽而不行, 則國之危亡, 可立而待矣。 噫! 黨錮禍作, 漢祚終替; 僞學有禁, 宋祀遂絶。 是何叔季衰亂之風, 復起於聖明之世耶? 言之至此, 誠可痛哭流涕者也。 臣等不肖無狀, 忝在首善之地, 群居講劘, 衛護聖廟, 其事也。 至於朝家是非得失, 已知其非所言者矣。 然而事係儒林, 害延宗社, 敢瀝危懇, 以達草野之論。 伏望殿下, 留神反覆, 熟省臣言, 明好惡而定是非。
答曰: "予以寡昧, 叨守鴻業, 知不足以辨賢邪; 才不足以治國家, 使朝廷不靖, 是非混淆, 責在於予, 夫復何言? 今觀疏辭, 忠讜激勵, 爾等義氣如此, 予何憂國事?" 政院以傳敎未安, 待罪, 傳曰: "邊塵屢驚, 國家多事。 政院在樞要之地, 機務多不致察。 雖由人才之短長, 夙夜匪懈, 恐不如是。 其勿陳雜言, 姑勤職事。"
- 【태백산사고본】 4책 17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25책 525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사법-탄핵(彈劾) / 행정-중앙행정(中央行政)
원본
선조 16년 (1583) 8월 1일
- 이희득·권덕여·홍적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 사간 이희득이 양사의 출사를 청하니, 따르다
- 경기 파주목에서 어떤 여자가 기형아를 낳았는데, 낳자마자 죽다
- 특지로 사인 김성일을 나주 목사로 삼다
- 도승지 박근원 등이 하낙의 상소에 대해 논란하다
- 성균 생원 유공신 등 4백 62명이 성혼과 이이를 두둔하는 상소를 올리다
- 양사가 체차를 청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답하다
- 양사가 다시 체차를 청하니, 사직하지 말라고 하다
- 도승지 박근원 등이 유생들이 상소했던 일로 아뢰다
- 사진한 승지를 내보내고 정복시 등을 가승지로 임무를 살피게 하다
- 도승지 박근원, 우승지 김제갑 등을 체차하다
- 직제학 권극지를 승지로 발탁하다
- 옥당이 정원에 내린 비답·승지를 체차한 일이 부당하다고 차자하다
- 양사가 차자를 올리니 유념하겠다고 답하다
- 성균 생원 이정우 등이 유공신 등이 상소했던 일로 아뢰다
- 유학 신업이 상소하여 이이·성혼 등의 정직함을 아뢰다
- 삼사가 재보들을 탄핵하는 일을 중지할 것을 전교하다
- 경기전 참봉 변사정이 이이·성혼을 변론하고 그들의 작위 회복을 청하다
- 홍문관이 상의 하교가 준엄했기 때문에 차자를 올려 대죄하다
- 전라도 유생 서태수 등이 상소하여 시사의 시비와 사정을 논하다
- 박사 한인을 추국하고, 대사헌 이기 등을 체차하도록 전교하다
- 진주 유학 하항이 상소하여 ‘음’자의 변석 문제로 이이를 비난하다
- 응교 김수를 순안 어사로 삼으니, 세 차례나 사직을 청하다
- 우상 정지연이 병드니 승지를 보내 문병하고 말하고 싶은 바를 진술하게 하다
- 특지로 홍여순 등에게 관직을 제수하다
- 우상 정지연이 사록을 보내니, 사관을 보내어 유시하다
- 송응개·박근원·허봉을 삭탈 관직하여 귀양보내다
- 특지로 김응남을 제주 목사로 삼다
- 양사를 체차하고, 이양원·백유양 등을 임명하다
- 우의정 정지연의 졸기
- 정지연의 가인이 시사를 논한 지연의 유소를 올리다
- 정유길을 우의정으로 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