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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9권, 선조 8년 5월 11일 戊申 3/5 기사 / 1575년 명 만력(萬曆) 3년

졸곡 뒤에도 상선을 회복하지 않자 대신들이 복선하기를 청하다

국역

상이 졸곡 뒤에도 상선(常膳)을 회복하지 않자 삼공(三公)이 2품 이상의 관원을 거느리고 연일 계청하였다. 상이 대신·시종(侍從)·대간(臺諫)을 편전(便殿)에서 인견(引見)하였다. 대신 박순·노수신(盧守愼), 대사헌 윤의중(尹毅中), 대사간 김계휘(金繼輝)가 입시(入侍)하여 속히 복선(復膳)하기를 청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아직 논하지 말고 다만 정령(政令)의 득실과 생민(生民)의 이해를 논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여러 사람이 아뢰기를,

"반드시 상의 몸이 안녕하셔야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상이 오랫동안 복선하지 않으시니 큰 병이 생길 것이라, 정신(廷臣)들이 허둥거리며 매우 걱정되어 급한 생각이 여기에 미친 것입니다."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부제학 이이(李珥)가 나아가 아뢰기를,

"요즈음 상께서 예를 다하여 집상(執喪)하니 효도하는 실상이 중외(中外)를 감동시켰습니다. 신은 한편으로 열복(悅服)하며 한편으로는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열복하는 것은 상의 효성스런 덕이 이와 같으니 이를 미루어 몸을 닦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도 극진히 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인데, 이는 태평을 이루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여겨서입니다. 걱정되고 두렵다는 것은 상의 원기(元氣)가 완전치 못하여 비위(脾胃)가 허약한데, 오랫동안 상선을 폐하면 중병이 생기게 될까 여겨서입니다. 지금 공경(公卿)과 백관(百官)들이 직무를 폐지한 채 복합(伏閤)하였는데, 이는 위령(威令)으로 그만두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상께서 참작하여 윤허하셔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직무가 폐기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상은 또 답하지 않았다. 군신(群臣)들이 물러가려 하자, 상이 이이를 불러 앞으로 나오게 하고 이르기를,

"전에 향리(鄕里)로 돌아갔다가 그대로 감사(監司)에 제수되어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였다."

하고, 이어 황해도 백성들의 어려움을 묻고는 자리를 파하였다. 이이가 또 《서전(書傳)》의 긍구 긍당(肯構肯堂)의 구절을 시강(侍講)하면서 아뢰기를,

"지금 사람들은 단지 전규(前規)를 고수하는 것으로써 긍당(肯堂)의 뜻으로 여기는데, 이는 옳지 않습니다. 경문(經文)을 살펴보면, 아비가 기지(基址)를 정하여 놓으면 그 아들이 그대로 집을 지은 다음에야 아비의 사업을 훌륭히 계승한 것이 됩니다. 국가로 비교하자면 조종(祖宗)이 창업한 것에 미비한 것이 다분히 있고, 혹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여 고쳐서 바로잡을 것이 많이 있으면 알맞게 다스려서 원칙에 타당하도록 하는 것이 곧 뜻을 계승하여 사업을 이루는 것이 됩니다. 만일 조종의 법만 지켜서 변통할 줄을 모르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여 퇴폐해지게 한다면, 어찌 뜻을 계승하여 사업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이이가 이어 상에게 묻기를,

"전에 듣건대, 전하께서 시신(侍臣)에게 ‘나는 학문을 하고 싶으나 일이 많기 때문에 겨를이 없다.’고 하셨다고 하는데, 참으로 이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하니, 상이 그렇다고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신은 이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걱정되었습니다. 기뻤던 것은 성상께서 학문에 뜻이 있음을 기뻐한 것이고, 걱정스러웠던 것은 상이 학문의 이치를 살피지 못한 것을 걱정한 것입니다. 학문이란 혼자 단정히 앉아서 온종일 독서만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날마다 처리하는 일을 도리에 맞도록 하는 것을 이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치에 맞는지의 여부를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독서하여 그 도리를 구하는 것인데, 만일 독서하는 것을 학문이라 하면 잘못입니다. 지금 날마다 행하는 사이에 일마다 도리에 맞도록 하기를 구하여 한 가지 정사(政事)와 한 번의 명령이 모두 정도(正道)에서 나오면 이는 곧 성상의 학문인 것입니다. 상께서는 자질이 아름답고 욕심이 적으니 학문에 있어서 하지 않을지언정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즉위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진기(振起)하는 기세가 없으므로, 신민(臣民)들이 실망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효성의 실행이 원근(遠近)에 드러났으니,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날로 새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날로 새롭게 하기를 중지하지 않고 효심(孝心)을 확충한 다음에야 신민들이 다시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원문

○上於卒哭後, 猶未復常膳, 三公率二品以上, 連日啓請。 上引見大臣、侍從、臺諫于便殿, 大臣朴淳ㆍ盧守愼、大司憲尹毅中、大司諫金繼輝入侍進啓, 請速復膳。 上曰: "姑置此事, 只論政令得失、生民利害可也。" 僉曰: "必也上躬安寧, 可以有爲。 今上久不復膳, 將生大病, 廷臣遑遑悶迫, 遑念及此。" 上不答。 副提學李珥進曰: "近日自上執喪盡禮, 孝思之實, 感動中外。 臣一則悅服; 一則憂懼。 悅服者以爲 ‘自上孝德如此, 推此而修身、治國, 將無往而不用其極, 此, 太平之基址也。’ 憂懼者以爲 ‘自上元氣未完, 脾胃虛弱, 久廢常膳, 將致重病也。’ 今者公卿、百官, 廢職伏閤, 此不可以威令止之, 必須自上, 斟酌允兪。 不然則百職曠矣。" 上又不答。 群臣將退, 上呼珥進前曰: "前歸鄕里, 仍拜監司, 久未相見矣。" 仍問黃海道民瘼而罷。 珥又因侍講《書傳》肯構肯堂之文, 仍啓曰: "今人只以膠守前規爲肯堂, 此未可也。 以經文觀之, 其父定其基址, 而其子仍以構屋然後, 乃善承父業也。 以國家比之, 則祖宗創業, 多有未備者, 或時移世變, 多有可矯革者, 則隨宜經紀, 當乎義理, 乃是繼志述事也。 若只守其法, 不知變通, 因循頹墮, 是豈繼志述事乎?" 上不答。 珥因問上曰: "曾聞, 殿下謂侍臣曰: ‘予欲學問, 只緣多事, 未遑也’。 此語誠有之乎?" 上曰: "然。" 珥曰: "臣聞此言, 一喜一憂。 喜者喜聖上有學問之志也; 憂者憂上不察學問之理也。 學問非謂兀然端坐, 終日讀書而已也。 只是日用間處事, 合理之謂也。 惟其合理與否, 不能自知, 故讀書以求其理矣。 若只以讀書爲學問, 則非也。 今於日用之間, 事事求合於理, 一政一令, 皆出於正, 此乃聖上之學問也。 自上質美寡慾, 其於學問, 不爲也, 非不能也。 然卽位數年, 無振起之勢, 臣民失望久矣。 今者孝思之德, 著于遠近, 此正所謂苟日新者, 必須日新不已, 擴充孝思然後, 臣民更不失望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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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수정실록9권, 선조 8년 5월 11일 戊申 3/5 기사 / 1575년 명 만력(萬曆) 3년

졸곡 뒤에도 상선을 회복하지 않자 대신들이 복선하기를 청하다

국역

상이 졸곡 뒤에도 상선(常膳)을 회복하지 않자 삼공(三公)이 2품 이상의 관원을 거느리고 연일 계청하였다. 상이 대신·시종(侍從)·대간(臺諫)을 편전(便殿)에서 인견(引見)하였다. 대신 박순·노수신(盧守愼), 대사헌 윤의중(尹毅中), 대사간 김계휘(金繼輝)가 입시(入侍)하여 속히 복선(復膳)하기를 청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 일은 아직 논하지 말고 다만 정령(政令)의 득실과 생민(生民)의 이해를 논하는 것이 옳겠다."

하였다. 여러 사람이 아뢰기를,

"반드시 상의 몸이 안녕하셔야 큰 일을 할 수 있는데, 지금 상이 오랫동안 복선하지 않으시니 큰 병이 생길 것이라, 정신(廷臣)들이 허둥거리며 매우 걱정되어 급한 생각이 여기에 미친 것입니다."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부제학 이이(李珥)가 나아가 아뢰기를,

"요즈음 상께서 예를 다하여 집상(執喪)하니 효도하는 실상이 중외(中外)를 감동시켰습니다. 신은 한편으로 열복(悅服)하며 한편으로는 걱정되고 두렵습니다. 열복하는 것은 상의 효성스런 덕이 이와 같으니 이를 미루어 몸을 닦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도 극진히 하지 않는 것이 없을 것인데, 이는 태평을 이루는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여겨서입니다. 걱정되고 두렵다는 것은 상의 원기(元氣)가 완전치 못하여 비위(脾胃)가 허약한데, 오랫동안 상선을 폐하면 중병이 생기게 될까 여겨서입니다. 지금 공경(公卿)과 백관(百官)들이 직무를 폐지한 채 복합(伏閤)하였는데, 이는 위령(威令)으로 그만두게 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반드시 상께서 참작하여 윤허하셔야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온갖 직무가 폐기될 것입니다."

하였는데, 상은 또 답하지 않았다. 군신(群臣)들이 물러가려 하자, 상이 이이를 불러 앞으로 나오게 하고 이르기를,

"전에 향리(鄕里)로 돌아갔다가 그대로 감사(監司)에 제수되어 오랫동안 서로 만나지 못하였다."

하고, 이어 황해도 백성들의 어려움을 묻고는 자리를 파하였다. 이이가 또 《서전(書傳)》의 긍구 긍당(肯構肯堂)의 구절을 시강(侍講)하면서 아뢰기를,

"지금 사람들은 단지 전규(前規)를 고수하는 것으로써 긍당(肯堂)의 뜻으로 여기는데, 이는 옳지 않습니다. 경문(經文)을 살펴보면, 아비가 기지(基址)를 정하여 놓으면 그 아들이 그대로 집을 지은 다음에야 아비의 사업을 훌륭히 계승한 것이 됩니다. 국가로 비교하자면 조종(祖宗)이 창업한 것에 미비한 것이 다분히 있고, 혹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하여 고쳐서 바로잡을 것이 많이 있으면 알맞게 다스려서 원칙에 타당하도록 하는 것이 곧 뜻을 계승하여 사업을 이루는 것이 됩니다. 만일 조종의 법만 지켜서 변통할 줄을 모르고 그대로 따르기만 하여 퇴폐해지게 한다면, 어찌 뜻을 계승하여 사업을 이루어나가는 것이라 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답하지 않았다. 이이가 이어 상에게 묻기를,

"전에 듣건대, 전하께서 시신(侍臣)에게 ‘나는 학문을 하고 싶으나 일이 많기 때문에 겨를이 없다.’고 하셨다고 하는데, 참으로 이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하니, 상이 그렇다고 하였다. 이이가 아뢰기를,

"신은 이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기뻤고 한편으로는 걱정되었습니다. 기뻤던 것은 성상께서 학문에 뜻이 있음을 기뻐한 것이고, 걱정스러웠던 것은 상이 학문의 이치를 살피지 못한 것을 걱정한 것입니다. 학문이란 혼자 단정히 앉아서 온종일 독서만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날마다 처리하는 일을 도리에 맞도록 하는 것을 이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치에 맞는지의 여부를 스스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독서하여 그 도리를 구하는 것인데, 만일 독서하는 것을 학문이라 하면 잘못입니다. 지금 날마다 행하는 사이에 일마다 도리에 맞도록 하기를 구하여 한 가지 정사(政事)와 한 번의 명령이 모두 정도(正道)에서 나오면 이는 곧 성상의 학문인 것입니다. 상께서는 자질이 아름답고 욕심이 적으니 학문에 있어서 하지 않을지언정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즉위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도 진기(振起)하는 기세가 없으므로, 신민(臣民)들이 실망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 효성의 실행이 원근(遠近)에 드러났으니, 이것이야말로 이른바 날로 새롭게 한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날로 새롭게 하기를 중지하지 않고 효심(孝心)을 확충한 다음에야 신민들이 다시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원문

○上於卒哭後, 猶未復常膳, 三公率二品以上, 連日啓請。 上引見大臣、侍從、臺諫于便殿, 大臣朴淳ㆍ盧守愼、大司憲尹毅中、大司諫金繼輝入侍進啓, 請速復膳。 上曰: "姑置此事, 只論政令得失、生民利害可也。" 僉曰: "必也上躬安寧, 可以有爲。 今上久不復膳, 將生大病, 廷臣遑遑悶迫, 遑念及此。" 上不答。 副提學李珥進曰: "近日自上執喪盡禮, 孝思之實, 感動中外。 臣一則悅服; 一則憂懼。 悅服者以爲 ‘自上孝德如此, 推此而修身、治國, 將無往而不用其極, 此, 太平之基址也。’ 憂懼者以爲 ‘自上元氣未完, 脾胃虛弱, 久廢常膳, 將致重病也。’ 今者公卿、百官, 廢職伏閤, 此不可以威令止之, 必須自上, 斟酌允兪。 不然則百職曠矣。" 上又不答。 群臣將退, 上呼珥進前曰: "前歸鄕里, 仍拜監司, 久未相見矣。" 仍問黃海道民瘼而罷。 珥又因侍講《書傳》肯構肯堂之文, 仍啓曰: "今人只以膠守前規爲肯堂, 此未可也。 以經文觀之, 其父定其基址, 而其子仍以構屋然後, 乃善承父業也。 以國家比之, 則祖宗創業, 多有未備者, 或時移世變, 多有可矯革者, 則隨宜經紀, 當乎義理, 乃是繼志述事也。 若只守其法, 不知變通, 因循頹墮, 是豈繼志述事乎?" 上不答。 珥因問上曰: "曾聞, 殿下謂侍臣曰: ‘予欲學問, 只緣多事, 未遑也’。 此語誠有之乎?" 上曰: "然。" 珥曰: "臣聞此言, 一喜一憂。 喜者喜聖上有學問之志也; 憂者憂上不察學問之理也。 學問非謂兀然端坐, 終日讀書而已也。 只是日用間處事, 合理之謂也。 惟其合理與否, 不能自知, 故讀書以求其理矣。 若只以讀書爲學問, 則非也。 今於日用之間, 事事求合於理, 一政一令, 皆出於正, 此乃聖上之學問也。 自上質美寡慾, 其於學問, 不爲也, 非不能也。 然卽位數年, 無振起之勢, 臣民失望久矣。 今者孝思之德, 著于遠近, 此正所謂苟日新者, 必須日新不已, 擴充孝思然後, 臣民更不失望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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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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