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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29일 丁未 7/10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정원이 휘호를 받아들일 것을 청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신들이 전일 충(忠)·의(義)·절(節)을 드러내어 성덕(聖德)의 만분의 일을 형용하였으나 윤허받지 못하였으니, 다시 성상의 의리 가운데에서 그 사실을 초출하여 대략 아뢰겠습니다.

신들이 김광(金光)이 가지고 돌아온 국서(國書)를 보건대 그 말이 곧고 뜻이 발라서 추상(秋霜) 열일(烈日)처럼 늠연하였습니다. 그때 글을 보냄에 있어 화패(禍敗)가 당장 올 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니나 끝내 의리로 거절하셨으니, 이것은 평소의 의리가 본디 확고히 정해진 것입니다. 흉적이 서울에 닥쳤을 때 창황하고 위급하기가 말할 수 없었으나 일념은 오히려 군부를 잊지 않고 분부를 내려 ‘내가 차라리 내 군부의 곁에 가서 죽겠다.’ 하셨으니, 이것은 난리에 임박하였을 때에도 의리를 변치 않은 것입니다. 삼경(三京)이 회복되었을지라도 대적(大賊)이 오히려 바닷가 한모퉁이를 점거하여 있을 때 8년 동안 방휼지세(蚌鷸之勢)로 버티어 국세가 날로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어도 구차한 논의를 배척하고서 천하의 군사로 이를 물리쳐 마침내 사나운 도둑을 패주시킴으로써 강역이 다시 맑아지게 하셨으니,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리를 변치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상의 의리의 진실함은 해와 별이 밝게 비추는 것과 같으니 오늘날 대호(大號)를 바치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성상께서 어찌하여 한결같이 굳이 겸손하고 사양하십니까. 가령 천자가 듣더라도 반드시 ‘충성스럽다, 왕이여! 한결 같은 마음으로 황국(皇國)을 위하여 호위하였으니, 이 칭호가 그 사실에 걸맞는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인이 듣더라도 반드시 ‘아름답다, 조선이여! 예부터 속국은 어느 나라인들 왕실(王室)의 울타리가 아니랴마는 조선처럼 중국을 대신하여 적의 병화를 받은 경우는 없었으니, 이 칭호가 사실에 알맞다.’ 할 것입니다. 또 해내(海內) 구주(九州) 사람이 듣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것이 반드시 이러할 것이니, 오늘날 대호를 바치는 것은 의리의 실상에 있어 본디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대저 인심은 한가지여서 원근에 구별이 없으니 한 나라의 인심이 곧 천하의 인심이며, 고금에 다름이 없으니 오늘의 인심이 곧 후세의 인심인 것입니다. 천하 후세의 공론은 오직 실상대로 귀결되는 것인데, 신들이 어찌 오늘의 형세가 염려할 것이 없다고 여겨 이런 성대한 일을 하는 것이겠습니까. 군신(君臣)의 대의가 우주에 뻗쳤으므로 하루에는 하루의 의리가 있고 이틀에는 이틀의 의리가 있는 것이므로 신들이 이 때문에 하루 바삐 성상의 의리의 실상을 찬양하려는 것입니다. 성상께서 신들의 말을 옳지 않다고 여기신다면, 조정에다가 오늘날 존호를 받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물어보게 하면 조정이 다 옳다고 할 것이고, 외정(外廷)을 부르면 외정이 다 옳다고 할 것이고, 팔도의 일을 맡은 신하를 부르면 반드시 옳다고 할 것이고, 사방의 백성을 부르면 반드시 옳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존호를 올리는 것이 의리의 실상에 맞겠습니까, 맞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이라도 옳지 않다고 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유의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정원이 어찌 내 뜻을 모르기에 다시 이러한 말을 하는가. 큰 붓을 휘둘러 형용하더라도 이는 허수아비를 그려내는 것이니,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찌 내가 여기에 마음이 움직이리라고 생각하는가. 시비(是非)와 수오(羞惡)의 천성은 사람마다 다 타고나는 것인데, 내가 선하지는 못하나 어찌 일단(一端)의 다 없어지지 않은 본성이 없겠는가. 참으로 칭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일 수는 없다."

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臣等於前日揭忠義節, 以形容聖德萬一。, 而未蒙允旨。 請復就聖上義理中, 摭其實, 略陳之。 臣等伏見金光賫還國書, 其辭直, 其意正, 澟然若秋霜烈日。 當時書往也, 非不揣禍敗立至, 而終以義斥絶之。 是則義理素定於平日者也。 及兇賊迫斥京師, 其蒼黃顚沛極矣, 而一念猶不忘君父, 乃下敎曰: ‘吾寧歸死於吾君之側。’ 是義理不易於臨亂者也。 逮乎三京雖復, 而大賊猶據海隅, 八年鷸蚌之持, 國勢日至焦爛, 而擯苟且之論, 拒之以天下之兵, 卒致狂寇夜遁, 而疆域再淸。 是則義理不變於始終者也。 然則聖上義理之實, 炳炳乎如日星之昭回。 今日之進大號, 在所不可已, 而聖上之退讓, 一何牢耶? 設令天子聞之, 必曰: ‘忠哉王! 乃心一於皇國, 能爲朕爲捍蔽。 宜玆號之稱其實也。’ 天朝人聞之, 必曰: ‘休哉朝鮮! 自古屬國, 孰不于藩王室, 而未有替中國受賊兵若朝鮮也。 宜玆號之稱其實也。’ 海內九州人聞之, 其所云必若是, 海外萬國人聞之, 其所云亦若是, 則今日之進大號, 於義理之實, 固無愧矣。 夫人心一也。 遠近無別, 則一邦卽天下也; 今古無異, 則今日卽後世也。 天下後世之公議, 惟其實之歸也。 臣等豈以今日之勢, 無可虞, 而爲此豐豫之擧哉? 顧以君臣大義理, 亘絶乎宇宙, 一日有一日義理, 二日有二日義理。 臣等所以急一日, 只欲贊揚聖上義理之實也。 聖上如以臣言爲不可, 試令之朝中曰: ‘今日之受尊號, 可乎不可乎,’ 則朝中皆曰可, 號外廷, 則外廷皆曰可, 號八道執事之臣, 則必曰可, 號四方之民庶, 則必曰可。 然則今日之上尊號, 於義理之實, 合乎否乎? 夫焉有一夫之不可者乎? 伏願聖明, 留意焉。" 答曰: "政院豈不知予意, 而乃復爲如此之言? 雖奮椽筆, 而盡形容, 是畫出偶人, 於予何與焉? 其謂予將心動於斯乎? 是非羞惡之天, 人皆有之。 予雖不淑, 豈無一端之未盡梏亡者乎? 誠不可爲此號, 以示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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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29일 丁未 7/10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정원이 휘호를 받아들일 것을 청하다

국역

정원이 아뢰기를,

"신들이 전일 충(忠)·의(義)·절(節)을 드러내어 성덕(聖德)의 만분의 일을 형용하였으나 윤허받지 못하였으니, 다시 성상의 의리 가운데에서 그 사실을 초출하여 대략 아뢰겠습니다.

신들이 김광(金光)이 가지고 돌아온 국서(國書)를 보건대 그 말이 곧고 뜻이 발라서 추상(秋霜) 열일(烈日)처럼 늠연하였습니다. 그때 글을 보냄에 있어 화패(禍敗)가 당장 올 것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니나 끝내 의리로 거절하셨으니, 이것은 평소의 의리가 본디 확고히 정해진 것입니다. 흉적이 서울에 닥쳤을 때 창황하고 위급하기가 말할 수 없었으나 일념은 오히려 군부를 잊지 않고 분부를 내려 ‘내가 차라리 내 군부의 곁에 가서 죽겠다.’ 하셨으니, 이것은 난리에 임박하였을 때에도 의리를 변치 않은 것입니다. 삼경(三京)이 회복되었을지라도 대적(大賊)이 오히려 바닷가 한모퉁이를 점거하여 있을 때 8년 동안 방휼지세(蚌鷸之勢)로 버티어 국세가 날로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어도 구차한 논의를 배척하고서 천하의 군사로 이를 물리쳐 마침내 사나운 도둑을 패주시킴으로써 강역이 다시 맑아지게 하셨으니, 이것은 처음부터 끝까지 의리를 변치 않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성상의 의리의 진실함은 해와 별이 밝게 비추는 것과 같으니 오늘날 대호(大號)를 바치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 것인데, 성상께서 어찌하여 한결같이 굳이 겸손하고 사양하십니까. 가령 천자가 듣더라도 반드시 ‘충성스럽다, 왕이여! 한결 같은 마음으로 황국(皇國)을 위하여 호위하였으니, 이 칭호가 그 사실에 걸맞는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중국인이 듣더라도 반드시 ‘아름답다, 조선이여! 예부터 속국은 어느 나라인들 왕실(王室)의 울타리가 아니랴마는 조선처럼 중국을 대신하여 적의 병화를 받은 경우는 없었으니, 이 칭호가 사실에 알맞다.’ 할 것입니다. 또 해내(海內) 구주(九州) 사람이 듣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것이 반드시 이러할 것이니, 오늘날 대호를 바치는 것은 의리의 실상에 있어 본디 부끄러울 것이 없습니다.

대저 인심은 한가지여서 원근에 구별이 없으니 한 나라의 인심이 곧 천하의 인심이며, 고금에 다름이 없으니 오늘의 인심이 곧 후세의 인심인 것입니다. 천하 후세의 공론은 오직 실상대로 귀결되는 것인데, 신들이 어찌 오늘의 형세가 염려할 것이 없다고 여겨 이런 성대한 일을 하는 것이겠습니까. 군신(君臣)의 대의가 우주에 뻗쳤으므로 하루에는 하루의 의리가 있고 이틀에는 이틀의 의리가 있는 것이므로 신들이 이 때문에 하루 바삐 성상의 의리의 실상을 찬양하려는 것입니다. 성상께서 신들의 말을 옳지 않다고 여기신다면, 조정에다가 오늘날 존호를 받는 것이 옳은가 옳지 않은가를 물어보게 하면 조정이 다 옳다고 할 것이고, 외정(外廷)을 부르면 외정이 다 옳다고 할 것이고, 팔도의 일을 맡은 신하를 부르면 반드시 옳다고 할 것이고, 사방의 백성을 부르면 반드시 옳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존호를 올리는 것이 의리의 실상에 맞겠습니까, 맞지 않겠습니까? 한 사람이라도 옳지 않다고 하는 자가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유의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정원이 어찌 내 뜻을 모르기에 다시 이러한 말을 하는가. 큰 붓을 휘둘러 형용하더라도 이는 허수아비를 그려내는 것이니, 나에게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어찌 내가 여기에 마음이 움직이리라고 생각하는가. 시비(是非)와 수오(羞惡)의 천성은 사람마다 다 타고나는 것인데, 내가 선하지는 못하나 어찌 일단(一端)의 다 없어지지 않은 본성이 없겠는가. 참으로 칭호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일 수는 없다."

하였다.

원문

○政院啓曰: "臣等於前日揭忠義節, 以形容聖德萬一。, 而未蒙允旨。 請復就聖上義理中, 摭其實, 略陳之。 臣等伏見金光賫還國書, 其辭直, 其意正, 澟然若秋霜烈日。 當時書往也, 非不揣禍敗立至, 而終以義斥絶之。 是則義理素定於平日者也。 及兇賊迫斥京師, 其蒼黃顚沛極矣, 而一念猶不忘君父, 乃下敎曰: ‘吾寧歸死於吾君之側。’ 是義理不易於臨亂者也。 逮乎三京雖復, 而大賊猶據海隅, 八年鷸蚌之持, 國勢日至焦爛, 而擯苟且之論, 拒之以天下之兵, 卒致狂寇夜遁, 而疆域再淸。 是則義理不變於始終者也。 然則聖上義理之實, 炳炳乎如日星之昭回。 今日之進大號, 在所不可已, 而聖上之退讓, 一何牢耶? 設令天子聞之, 必曰: ‘忠哉王! 乃心一於皇國, 能爲朕爲捍蔽。 宜玆號之稱其實也。’ 天朝人聞之, 必曰: ‘休哉朝鮮! 自古屬國, 孰不于藩王室, 而未有替中國受賊兵若朝鮮也。 宜玆號之稱其實也。’ 海內九州人聞之, 其所云必若是, 海外萬國人聞之, 其所云亦若是, 則今日之進大號, 於義理之實, 固無愧矣。 夫人心一也。 遠近無別, 則一邦卽天下也; 今古無異, 則今日卽後世也。 天下後世之公議, 惟其實之歸也。 臣等豈以今日之勢, 無可虞, 而爲此豐豫之擧哉? 顧以君臣大義理, 亘絶乎宇宙, 一日有一日義理, 二日有二日義理。 臣等所以急一日, 只欲贊揚聖上義理之實也。 聖上如以臣言爲不可, 試令之朝中曰: ‘今日之受尊號, 可乎不可乎,’ 則朝中皆曰可, 號外廷, 則外廷皆曰可, 號八道執事之臣, 則必曰可, 號四方之民庶, 則必曰可。 然則今日之上尊號, 於義理之實, 合乎否乎? 夫焉有一夫之不可者乎? 伏願聖明, 留意焉。" 答曰: "政院豈不知予意, 而乃復爲如此之言? 雖奮椽筆, 而盡形容, 是畫出偶人, 於予何與焉? 其謂予將心動於斯乎? 是非羞惡之天, 人皆有之。 予雖不淑, 豈無一端之未盡梏亡者乎? 誠不可爲此號, 以示人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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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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