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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25일 癸卯 1/8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대신이 백관을 거느리고 휘호에 대한 윤허를 호소하다

국역

대신이 백관을 거느리고 아뢰기를,

"신들의 호소가 날로 절실하여가는데도 성상의 겸손은 날로 깊어가서, 어제 받든 성비(聖批)에 심사를 드러내어 보이신 것이 침통하고도 절박하셨습니다. 아아, 신들이 차마 그것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받들어 읽기를 끝내기 전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리려 하였습니다. 대저 적의 침구가 있은 것이 횡역(橫逆)에서 나온 것이면 어질고 거룩한 임금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훈육(獯鬻)이 빈(邠)을 침구하고 험윤(玁狁)이 호(鎬)를 침구하였으나 태왕(太王)·선왕(宣王)의 성덕(盛德)에 무슨 감손이 있었습니까. 오직 백성을 잘 보전하고 태원(太原)에서 쫓아낸 것이 바로 태왕·선왕의 공입니다. 이번 왜적의 흉독이 어찌 훈육·험윤 정도일 뿐이겠으며, 하늘을 욕보이려는 생각을 부려 우리 강토에 화를 끼친 것도 어찌 빈을 침구하고 호를 침구한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성상의 지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능히 전에 없던 공적을 이룬 것도 어찌 태왕·선왕이 하나의 도둑을 막고 하나의 오랑캐를 쫓은 것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아아, 처음에는 길을 빌자는 청을 물리치면서 차라리 그 화를 받을지언정 후회하지 않았고 마침내는 부모에게 귀의하여 전부터 오래 쌓아온 지성을 다 바쳤으니, 성명께서 하신 이 일은 어두운 가운데에서 신기(神祇)를 움직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또 어찌 전사(前史)에 없었던 것일 뿐이겠습니까. 이미 백왕(百王)에 수응(酬應)하고 예전에 없던 성대한 공렬(功烈)을 떨쳤는데도 스스로 차지하지 않고 날마다 애통한 말씀만을 내리십니다. 거(莒)에 있었던 일을 잊지 않고 밤낮으로 염려하는 것은 본디 오늘날 상하가 함께 애쓸 일이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어 실의(失義)에 견주어서 충신(忠臣)의 기개를 없애고 원근(遠近)의 마음을 저상시키는 것도 오늘날 크게 경계할 일입니다. 이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출사(出師)할 때 분명히 경계한 것입니다.

또 성의(聖意)에 ‘외우(外憂)가 아직도 긴급하고 의관(儀觀)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된다.’ 하셨는데, 신들도 마음을 같이하여 쇄신하고 죽을 힘을 다하여 도와 성취함으로써 성의(盛意)를 따르려 꾀하였으므로 감히 문득 청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신하들의 작은 노고는 수록(收錄)하고 봉작(封爵)의 큰 은전까지 거행하였으면서 도리어 자신의 공은 아래에 돌리고 스스로 성궁(聖躬)은 죄가 있고 공이 없는 처지에 두려 하시니, 이것이 신들이 차라리 서무(庶務)를 폐기할지언정 감히 함께 물러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뒤따르기까지 하는 까닭인 것입니다.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빨리 전의 의견을 돌려 위로 조종의 영령을 위로하고 아래로 신민의 희망을 따르소서. 그러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조금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면 백료(百僚)가 말을 같이하는데 무슨 망설일 것이 있다고 따르지 않겠는가. 공이 있는 신하는 녹공(錄功)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나라를 잃은 임금이 어찌 감히 여기에 대하여 마음에 부끄럽지 않고 얼굴이 뜨겁지 않겠는가. 근일 소요가 심하니 빨리 멈추면 모든 일에 좋을 것이다."

하였다.

원문

○癸卯/大臣率百官啓曰: "臣等之籲呼日切, 聖上之挹損日深。 伏承昨日聖批, 披示心事, 沈痛切迫。 噫! 臣等可忍聞此耶? 奉讀未了, 不覺涕泗之欲下也。 夫寇禍之來, 出於橫逆者, 則雖賢聖之君, 亦無奈何。 獯鬻之寇邠, 玁狁之侵鎬, 何損於大王、宣王之盛德也哉? 惟其能全民人, 而逐出太原者, 是其爲大王、宣王之功也。 今玆倭賊之兇毒, 豈止如獯鬻、玁狁, 而其肆射天之計, 禍我疆土者, 亦豈止於寇邠侵鎬而已? 聖上之至誠感天, 能底無前之績者, 亦豈止於大王、宣王之遏一寇、逐一戎而已也? 嗚呼! 始斥假道之請, 寧受其禍, 而不悔, 終能依歸於父母, 效從前積久之至誠。 聖明此擧, 足於動神祇於冥冥。 又豈但前牒之所未有也? 旣有酬百王、振曠古之盛烈, 而尙不自居, 日下哀痛之音, 無忘在莒, 日夜惕慮, 固今日上下之所共勉也。 至於過自菲薄, 引喩失義, (灰)〔恢〕 忠臣之氣, 沮近遠之心者, 亦今日之所大戒也。 此諸葛孔明, 所以丁寧規戒於出師之日也。 且聖意, 如以爲外憂尙緊, 儀觀未復, 事有所待云, 則臣等亦當同心振刷, 以死協濟, 以圖副盛意, 不敢遽有所請, 而今乃收錄諸臣分寸之勞, 至擧茅土之盛典, 而反欲歸功於下, 自置聖躬於有罪無功之地, 此臣等寧廢庶務, 不敢率退, 至於涕泣而隨之也。 伏乞聖明, 亟回前見, 上慰祖宗之靈, 下副臣民之望, 不勝幸甚。" 答曰: "如或可以當, 百僚同辭, 有何所難不從? 有功之臣, 在所錄功。 喪邦之君, 豈敢於此, 獨不內愧於心, 而外靦於面乎? 近日騷擾甚矣。 速爲停止, 則凡事好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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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25일 癸卯 1/8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대신이 백관을 거느리고 휘호에 대한 윤허를 호소하다

국역

대신이 백관을 거느리고 아뢰기를,

"신들의 호소가 날로 절실하여가는데도 성상의 겸손은 날로 깊어가서, 어제 받든 성비(聖批)에 심사를 드러내어 보이신 것이 침통하고도 절박하셨습니다. 아아, 신들이 차마 그것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받들어 읽기를 끝내기 전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리려 하였습니다. 대저 적의 침구가 있은 것이 횡역(橫逆)에서 나온 것이면 어질고 거룩한 임금이라도 어쩔 수 없는 것입니다. 훈육(獯鬻)이 빈(邠)을 침구하고 험윤(玁狁)이 호(鎬)를 침구하였으나 태왕(太王)·선왕(宣王)의 성덕(盛德)에 무슨 감손이 있었습니까. 오직 백성을 잘 보전하고 태원(太原)에서 쫓아낸 것이 바로 태왕·선왕의 공입니다. 이번 왜적의 흉독이 어찌 훈육·험윤 정도일 뿐이겠으며, 하늘을 욕보이려는 생각을 부려 우리 강토에 화를 끼친 것도 어찌 빈을 침구하고 호를 침구한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성상의 지성이 하늘을 감동시켜 능히 전에 없던 공적을 이룬 것도 어찌 태왕·선왕이 하나의 도둑을 막고 하나의 오랑캐를 쫓은 것 정도일 뿐이겠습니까.

아아, 처음에는 길을 빌자는 청을 물리치면서 차라리 그 화를 받을지언정 후회하지 않았고 마침내는 부모에게 귀의하여 전부터 오래 쌓아온 지성을 다 바쳤으니, 성명께서 하신 이 일은 어두운 가운데에서 신기(神祇)를 움직이기에 충분하였습니다. 또 어찌 전사(前史)에 없었던 것일 뿐이겠습니까. 이미 백왕(百王)에 수응(酬應)하고 예전에 없던 성대한 공렬(功烈)을 떨쳤는데도 스스로 차지하지 않고 날마다 애통한 말씀만을 내리십니다. 거(莒)에 있었던 일을 잊지 않고 밤낮으로 염려하는 것은 본디 오늘날 상하가 함께 애쓸 일이지만,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어 실의(失義)에 견주어서 충신(忠臣)의 기개를 없애고 원근(遠近)의 마음을 저상시키는 것도 오늘날 크게 경계할 일입니다. 이는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출사(出師)할 때 분명히 경계한 것입니다.

또 성의(聖意)에 ‘외우(外憂)가 아직도 긴급하고 의관(儀觀)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았으니 기다려야 된다.’ 하셨는데, 신들도 마음을 같이하여 쇄신하고 죽을 힘을 다하여 도와 성취함으로써 성의(盛意)를 따르려 꾀하였으므로 감히 문득 청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신하들의 작은 노고는 수록(收錄)하고 봉작(封爵)의 큰 은전까지 거행하였으면서 도리어 자신의 공은 아래에 돌리고 스스로 성궁(聖躬)은 죄가 있고 공이 없는 처지에 두려 하시니, 이것이 신들이 차라리 서무(庶務)를 폐기할지언정 감히 함께 물러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면서 뒤따르기까지 하는 까닭인 것입니다. 바라건대 성명께서는 빨리 전의 의견을 돌려 위로 조종의 영령을 위로하고 아래로 신민의 희망을 따르소서. 그러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조금이라도 감당할 수 있다면 백료(百僚)가 말을 같이하는데 무슨 망설일 것이 있다고 따르지 않겠는가. 공이 있는 신하는 녹공(錄功)해야 마땅한 것이지만 나라를 잃은 임금이 어찌 감히 여기에 대하여 마음에 부끄럽지 않고 얼굴이 뜨겁지 않겠는가. 근일 소요가 심하니 빨리 멈추면 모든 일에 좋을 것이다."

하였다.

원문

○癸卯/大臣率百官啓曰: "臣等之籲呼日切, 聖上之挹損日深。 伏承昨日聖批, 披示心事, 沈痛切迫。 噫! 臣等可忍聞此耶? 奉讀未了, 不覺涕泗之欲下也。 夫寇禍之來, 出於橫逆者, 則雖賢聖之君, 亦無奈何。 獯鬻之寇邠, 玁狁之侵鎬, 何損於大王、宣王之盛德也哉? 惟其能全民人, 而逐出太原者, 是其爲大王、宣王之功也。 今玆倭賊之兇毒, 豈止如獯鬻、玁狁, 而其肆射天之計, 禍我疆土者, 亦豈止於寇邠侵鎬而已? 聖上之至誠感天, 能底無前之績者, 亦豈止於大王、宣王之遏一寇、逐一戎而已也? 嗚呼! 始斥假道之請, 寧受其禍, 而不悔, 終能依歸於父母, 效從前積久之至誠。 聖明此擧, 足於動神祇於冥冥。 又豈但前牒之所未有也? 旣有酬百王、振曠古之盛烈, 而尙不自居, 日下哀痛之音, 無忘在莒, 日夜惕慮, 固今日上下之所共勉也。 至於過自菲薄, 引喩失義, (灰)〔恢〕 忠臣之氣, 沮近遠之心者, 亦今日之所大戒也。 此諸葛孔明, 所以丁寧規戒於出師之日也。 且聖意, 如以爲外憂尙緊, 儀觀未復, 事有所待云, 則臣等亦當同心振刷, 以死協濟, 以圖副盛意, 不敢遽有所請, 而今乃收錄諸臣分寸之勞, 至擧茅土之盛典, 而反欲歸功於下, 自置聖躬於有罪無功之地, 此臣等寧廢庶務, 不敢率退, 至於涕泣而隨之也。 伏乞聖明, 亟回前見, 上慰祖宗之靈, 下副臣民之望, 不勝幸甚。" 答曰: "如或可以當, 百僚同辭, 有何所難不從? 有功之臣, 在所錄功。 喪邦之君, 豈敢於此, 獨不內愧於心, 而外靦於面乎? 近日騷擾甚矣。 速爲停止, 則凡事好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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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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