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17일 乙未 5/5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휘호 문제에 관한 윤허를 청하는 홍문관의 차자
국역
홍문관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생각하건대, 천하의 일은 인심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인심이 있는 곳에서 천심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휘호(徽號)를 청함에 있어 크게는 묘당(廟堂)의 경재(卿宰)부터 작게는 서관(庶官)·군신(群臣)들까지 꾀하지 않아도 마음이 같아서 모두 궐정(闕庭)에 나아가 호소한 지 이미 열흘이 지났으니, 인심과 천심을 단연코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께서는 겸손하여 스스로 물리치시는 것이 날로 엄준하시니, 모르겠습니다만 전하께서는 인심을 어길 수 있고 천심을 어길 수 있다고 여기시는 것입니까. 신들이 매양 성비(聖批)를 보건대, 대공(大功)을 스스로 차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의리에 어긋난다고 인책하여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십니다. 그리하여 첫째는 종사(宗社)의 죄인이라 하고 둘째는 천하에 죄를 얻었다고 하시니, 이것이 신들이 하늘을 우러러 가슴을 치고 진정을 피력하여 글을 올려 기필코 성대한 덕업(德業)을 천하 후세에 드러내려는 이유인 것입니다.
아, 삼경(三京)이 전복되고 팔도가 도탄에 빠지게 된 원인이 과연 성상께서 초치한 것이겠습니까. 준동하는 도이(島夷)가 화외(化外)에서 악이 가득차 하늘을 욕보일 생각을 품고 길을 빌린다는 모의를 꾸며서 우리 나라를 협박하고 중국을 범하려 하였으니, 이것은 본디 천하의 적이요 한 나라의 적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께서는 엄한 말로 거절하여 흉봉(兇鋒)을 대신 받고 뜻을 결정하여 서쪽으로 거둥해서 부모 나라에 호소하시자, 정성이 안에 충적되어 황제를 감동시켰으므로 7년 동안 군사를 내어 천리를 달려와 구제하였습니다. 이에 마침내 위급함을 바꾸어 편안하게 만들었고 구물(舊物)을 잃지 않고 국가가 재조(再造)되었으며 묘사(廟社)가 다시 새로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약 우리 성상께서 의리를 지켜 흔들리지 않고 지극한 정성이 하늘에 사무치지 않았다면, 삼한(三韓)이 진실로 금수(禽獸)의 고장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을 것은 물론, 압록강 이서(以西)도 무사하기를 보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하의 공은 종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천하 만세에 있는 것입니다.
저 책훈(策勳)된 신하는 한때 명을 받들어 분주한 노고가 있을 뿐인데도 금옥(金玉)이 현란하고 봉작(封爵)이 낭자한데, 성대한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전례(典禮)만은 빠뜨리고 거행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에서 드문 성상의 공이 드러나지 못하게 되어 여정(輿情)이 더욱 답답해 하고 군의(群議)가 날로 격렬해집니다. 그런데도 천청(天聽)은 아득하여 아직도 윤허를 내리시지 않으시니, 이것이 어찌 인심을 따르고 천의에 맞는 도리이겠습니까. 신들은 논사(論思)하는 자리에 있으니 보양(輔養)하는 것이 직무인데, 조금이라도 의리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찌 감히 헛된 말을 늘어 놓으면서 성명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겸손을 고집하지 말고 쾌히 조정의 의논을 따르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처분을 기다립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는 따를 수가 없는 일이니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원문
○弘文館上箚曰:
伏以, 天下之事, 當順人心。 人心所在, 天意可知。 今日徽號之請, 大而廟堂、卿宰, 小而庶僚、群工, 不謀而同, 咸造在庭, 叫呼天閽, 已歷旬時, 則人心天意, 斷可知矣, 而聖上謙謙自牧, 揮斥日嚴。 未知殿下, 其以爲人心可拂, 而天意可違也歟? 臣等每見聖批, 非惟不以大功自居, 乃反引喩失義, 過自貶損, 一則曰宗社之罪人, 二則曰得罪於天下。 此臣等所以仰天搥心, 瀝血陳章, 必欲使盛德大業, 暴揚於天下後世者也。 嗚呼! 三京之顚覆, 八路之塗炭, 果自聖上而致之乎? 蠧爾島夷, 稔惡化外, 蓄射天之計, 逞假途之謀, 哄脅我邦, 志犯上國。 此固天下之賊, 非一國之賊也, 而聖上嚴辭斥絶, 替受兇鋒, 決意西幸, 就愬父母。 誠積于中, 感動帝聽, 七年用兵, 千里拯救, 終致轉危爲安, 不失舊物, 邦家再造, 廟社重新。 當是時也, 若非我聖上秉義不撓, 至誠格天, 則三韓一域, 固未免爲禽獸之鄕, 而鴨江以西, 難保其無虞矣。 然則殿下之功, 不獨在於宗社, 實在於天下萬世也。 彼策勳諸臣, 徒有一時奔走之勞, 而金玉眩耀, 茅土狼藉, 獨於贊襄盛美之典, 闕焉不擧, 使聖上不世之功烈, 闇然而莫白, 輿情益鬱, 群議日激, 而天聽邈邈, 兪音尙閟。 此豈順人心、合天意之道乎? 臣等待罪論思, 輔養是職。 苟有一毫未合於義理, 則何敢枉費辭說, 以誣聖明也哉? 伏願殿下。, 毌執撝謙, 快從廷議, 不勝幸甚。 取進止。
答曰: "此非可從之事。 不宜紛紛。"
선조실록177권, 선조 37년 8월 17일 乙未 5/5 기사 / 1604년 명 만력(萬曆) 32년
휘호 문제에 관한 윤허를 청하는 홍문관의 차자
국역
홍문관이 차자(箚子)를 올리기를,
"생각하건대, 천하의 일은 인심을 따라야 하는 것으로 인심이 있는 곳에서 천심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 휘호(徽號)를 청함에 있어 크게는 묘당(廟堂)의 경재(卿宰)부터 작게는 서관(庶官)·군신(群臣)들까지 꾀하지 않아도 마음이 같아서 모두 궐정(闕庭)에 나아가 호소한 지 이미 열흘이 지났으니, 인심과 천심을 단연코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께서는 겸손하여 스스로 물리치시는 것이 날로 엄준하시니, 모르겠습니다만 전하께서는 인심을 어길 수 있고 천심을 어길 수 있다고 여기시는 것입니까. 신들이 매양 성비(聖批)를 보건대, 대공(大功)을 스스로 차지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의리에 어긋난다고 인책하여 지나치게 자신을 낮추십니다. 그리하여 첫째는 종사(宗社)의 죄인이라 하고 둘째는 천하에 죄를 얻었다고 하시니, 이것이 신들이 하늘을 우러러 가슴을 치고 진정을 피력하여 글을 올려 기필코 성대한 덕업(德業)을 천하 후세에 드러내려는 이유인 것입니다.
아, 삼경(三京)이 전복되고 팔도가 도탄에 빠지게 된 원인이 과연 성상께서 초치한 것이겠습니까. 준동하는 도이(島夷)가 화외(化外)에서 악이 가득차 하늘을 욕보일 생각을 품고 길을 빌린다는 모의를 꾸며서 우리 나라를 협박하고 중국을 범하려 하였으니, 이것은 본디 천하의 적이요 한 나라의 적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성상께서는 엄한 말로 거절하여 흉봉(兇鋒)을 대신 받고 뜻을 결정하여 서쪽으로 거둥해서 부모 나라에 호소하시자, 정성이 안에 충적되어 황제를 감동시켰으므로 7년 동안 군사를 내어 천리를 달려와 구제하였습니다. 이에 마침내 위급함을 바꾸어 편안하게 만들었고 구물(舊物)을 잃지 않고 국가가 재조(再造)되었으며 묘사(廟社)가 다시 새로워지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약 우리 성상께서 의리를 지켜 흔들리지 않고 지극한 정성이 하늘에 사무치지 않았다면, 삼한(三韓)이 진실로 금수(禽獸)의 고장이 되는 것을 면하지 못하였을 것은 물론, 압록강 이서(以西)도 무사하기를 보장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전하의 공은 종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천하 만세에 있는 것입니다.
저 책훈(策勳)된 신하는 한때 명을 받들어 분주한 노고가 있을 뿐인데도 금옥(金玉)이 현란하고 봉작(封爵)이 낭자한데, 성대한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전례(典禮)만은 빠뜨리고 거행하지 않음으로써 세상에서 드문 성상의 공이 드러나지 못하게 되어 여정(輿情)이 더욱 답답해 하고 군의(群議)가 날로 격렬해집니다. 그런데도 천청(天聽)은 아득하여 아직도 윤허를 내리시지 않으시니, 이것이 어찌 인심을 따르고 천의에 맞는 도리이겠습니까. 신들은 논사(論思)하는 자리에 있으니 보양(輔養)하는 것이 직무인데, 조금이라도 의리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어찌 감히 헛된 말을 늘어 놓으면서 성명을 속일 수 있겠습니까.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겸손을 고집하지 말고 쾌히 조정의 의논을 따르시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처분을 기다립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는 따를 수가 없는 일이니 번거롭게 하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원문
○弘文館上箚曰:
伏以, 天下之事, 當順人心。 人心所在, 天意可知。 今日徽號之請, 大而廟堂、卿宰, 小而庶僚、群工, 不謀而同, 咸造在庭, 叫呼天閽, 已歷旬時, 則人心天意, 斷可知矣, 而聖上謙謙自牧, 揮斥日嚴。 未知殿下, 其以爲人心可拂, 而天意可違也歟? 臣等每見聖批, 非惟不以大功自居, 乃反引喩失義, 過自貶損, 一則曰宗社之罪人, 二則曰得罪於天下。 此臣等所以仰天搥心, 瀝血陳章, 必欲使盛德大業, 暴揚於天下後世者也。 嗚呼! 三京之顚覆, 八路之塗炭, 果自聖上而致之乎? 蠧爾島夷, 稔惡化外, 蓄射天之計, 逞假途之謀, 哄脅我邦, 志犯上國。 此固天下之賊, 非一國之賊也, 而聖上嚴辭斥絶, 替受兇鋒, 決意西幸, 就愬父母。 誠積于中, 感動帝聽, 七年用兵, 千里拯救, 終致轉危爲安, 不失舊物, 邦家再造, 廟社重新。 當是時也, 若非我聖上秉義不撓, 至誠格天, 則三韓一域, 固未免爲禽獸之鄕, 而鴨江以西, 難保其無虞矣。 然則殿下之功, 不獨在於宗社, 實在於天下萬世也。 彼策勳諸臣, 徒有一時奔走之勞, 而金玉眩耀, 茅土狼藉, 獨於贊襄盛美之典, 闕焉不擧, 使聖上不世之功烈, 闇然而莫白, 輿情益鬱, 群議日激, 而天聽邈邈, 兪音尙閟。 此豈順人心、合天意之道乎? 臣等待罪論思, 輔養是職。 苟有一毫未合於義理, 則何敢枉費辭說, 以誣聖明也哉? 伏願殿下。, 毌執撝謙, 快從廷議, 不勝幸甚。 取進止。
答曰: "此非可從之事。 不宜紛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