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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48권, 선조 35년 3월 19일 辛巳 2/2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관반 심희수가 중국 사신이 말을 약탈하는 것에 대해 아뢰다

국역

관반 심희수가 아뢰기를,

"중국 사신이 서로(西路)에 있을 적에 양서(兩西)의 역마 각 2필을 가져다가 자기의 소유로 삼았으니 너무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들어오는 날 또 교외에 으레 보내는 의장마(儀仗馬)를 붙잡아두고는 내줄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부사(副使) 역시 본을 받고 있습니다. 회례(回禮) 때에 두 천사에게 각각 1필씩 보낸 것과 개성부에서 상사(上使)의 생일에 준 말 1필을 제외하고도 까닭없이 잃게 된 국마(國馬)가 무려 6필이나 됩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돌아갈 때 서로의 역마가 필시 재차 약탈을 당할 것이니, 신의 생각으로는 오늘 예단(禮單)을 꼭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면 전날 공공연히 약탈당한 것을 통관(通官)으로 하여금 잘 이야기하게 하여 되돌려 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뜻은 옳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과 시비를 따질 수 없으니, 놔두도록 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의주(義州)에서 경성(京城)까지 천리에 걸쳐 깊은 계곡처럼 무한한 욕심을 가진 고천준(顧天埈)이란 자가 마음대로 약탈을 자행하여 인삼·은냥·보물을 남김없이 가져갔으니, 조선 전역이 마치 병화(兵火)를 겪은 것 같았다. 이는 필시 하늘이 탐관오리를 내어 민생을 거듭 곤란케 함이니 국운의 불행을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의 가정(家丁) 동충(董忠)또한 이러한 시(詩)를 지었던 것이다. 올 때는 사냥개 갈 때는 바람처럼 모조리 실어가니 조선 천지 텅 비었네 오로지 청산만은 옮기려 해도 요지부동 다음엔 와서 그림 그려 가져가겠네 이는 천지 사이의 거칠고 더러운 기운이 모여 이와 같은 별종을 만들어 내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국 조정의 기강이 판탕되고 염치가 소멸되어 풍성(風聲)과 기습(氣習)이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탄식을 금치 못하겠다.

원문

○館伴沈喜壽啓曰: "天使曾在西路, 據執兩西驛馬各二匹, 以爲己物, 可駭之甚。 入京之日, 又執郊外例送, 仗馬無意出送。 副使亦效之。 除回禮所送兩天使各一匹及開城府上使生日馬一匹外, 國馬之無端被失者, 至於六匹之多。 若此不已, 則回還時, 西路驛馬, 必再被搶奪。 臣意今日禮單, 恐不必又送。 若不得不送, 則前所公然被奪者, 令通官, 婉辭訪還何如?" 傳曰: "啓意是矣。 然不可與此人, 較其是非, 可置之。

【史臣曰: "自義州至京城, 幾千里, 而天埈狼貪壑慾, 縱意㤼掠, 參ㆍ銀ㆍ寶具, 不遺錙銖, 朝鮮一域, 若經兵火。 此必天生汚吏, 重困民生, 國運之不幸, 可忍言哉? 其家丁董忠亦有詩: ‘來如獵狗去如風, 收拾朝鮮一罄空。 惟有靑山移不動, 將來描入畫圖中。’ 云。 非徒天地間麤戾鄙陋之氣鍾, 做如此別樣人, 抑亦中朝紀綱板蕩, 廉恥滅絶, 風聲氣習, 有以致之也。 可勝歎哉!"】

공공누리 공공저작물 자유이용허락

선조실록148권, 선조 35년 3월 19일 辛巳 2/2 기사 / 1602년 명 만력(萬曆) 30년

관반 심희수가 중국 사신이 말을 약탈하는 것에 대해 아뢰다

국역

관반 심희수가 아뢰기를,

"중국 사신이 서로(西路)에 있을 적에 양서(兩西)의 역마 각 2필을 가져다가 자기의 소유로 삼았으니 너무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런데 서울에 들어오는 날 또 교외에 으레 보내는 의장마(儀仗馬)를 붙잡아두고는 내줄 생각을 안 하고 있는데 부사(副使) 역시 본을 받고 있습니다. 회례(回禮) 때에 두 천사에게 각각 1필씩 보낸 것과 개성부에서 상사(上使)의 생일에 준 말 1필을 제외하고도 까닭없이 잃게 된 국마(國馬)가 무려 6필이나 됩니다.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돌아갈 때 서로의 역마가 필시 재차 약탈을 당할 것이니, 신의 생각으로는 오늘 예단(禮單)을 꼭 보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만일 어쩔 수 없이 보내야 한다면 전날 공공연히 약탈당한 것을 통관(通官)으로 하여금 잘 이야기하게 하여 되돌려 오게 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전교하기를,

"아뢴 뜻은 옳다. 그러나 이러한 사람과 시비를 따질 수 없으니, 놔두도록 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의주(義州)에서 경성(京城)까지 천리에 걸쳐 깊은 계곡처럼 무한한 욕심을 가진 고천준(顧天埈)이란 자가 마음대로 약탈을 자행하여 인삼·은냥·보물을 남김없이 가져갔으니, 조선 전역이 마치 병화(兵火)를 겪은 것 같았다. 이는 필시 하늘이 탐관오리를 내어 민생을 거듭 곤란케 함이니 국운의 불행을 차마 말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그의 가정(家丁) 동충(董忠)또한 이러한 시(詩)를 지었던 것이다. 올 때는 사냥개 갈 때는 바람처럼 모조리 실어가니 조선 천지 텅 비었네 오로지 청산만은 옮기려 해도 요지부동 다음엔 와서 그림 그려 가져가겠네 이는 천지 사이의 거칠고 더러운 기운이 모여 이와 같은 별종을 만들어 내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국 조정의 기강이 판탕되고 염치가 소멸되어 풍성(風聲)과 기습(氣習)이 이렇게 만든 것이 아니겠는가. 탄식을 금치 못하겠다.

원문

○館伴沈喜壽啓曰: "天使曾在西路, 據執兩西驛馬各二匹, 以爲己物, 可駭之甚。 入京之日, 又執郊外例送, 仗馬無意出送。 副使亦效之。 除回禮所送兩天使各一匹及開城府上使生日馬一匹外, 國馬之無端被失者, 至於六匹之多。 若此不已, 則回還時, 西路驛馬, 必再被搶奪。 臣意今日禮單, 恐不必又送。 若不得不送, 則前所公然被奪者, 令通官, 婉辭訪還何如?" 傳曰: "啓意是矣。 然不可與此人, 較其是非, 可置之。

【史臣曰: "自義州至京城, 幾千里, 而天埈狼貪壑慾, 縱意㤼掠, 參ㆍ銀ㆍ寶具, 不遺錙銖, 朝鮮一域, 若經兵火。 此必天生汚吏, 重困民生, 國運之不幸, 可忍言哉? 其家丁董忠亦有詩: ‘來如獵狗去如風, 收拾朝鮮一罄空。 惟有靑山移不動, 將來描入畫圖中。’ 云。 非徒天地間麤戾鄙陋之氣鍾, 做如此別樣人, 抑亦中朝紀綱板蕩, 廉恥滅絶, 風聲氣習, 有以致之也。 可勝歎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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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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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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