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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30권, 선조 33년 10월 10일 庚辰 5/10 기사 /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대행 왕비의 인산에 관해 논의하다

국역

이항복·이헌국·김명원(金命元) 등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에서 인산(因山)을 정하는 법도는 사대부의 묘산(墓山)을 정하는 법규와는 자별(自別)합니다. 형세와 향배가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우선 혈도(穴道)가 광활하여 석물(石物)을 놓을 수 있고, 명당(明堂)이 넓게 툭 틔어 재궁(齋宮)을 지을수 있으며, 청룡과 백호가 분명하고 마주 보이는 산들이 법대로 된 다음이라야 나라에서 쓰는 자리에 합치됩니다.

지금의 저현산은 청룡과 백호가 낮게 쳐지고 용미(龍尾)가 아주 허전하여 가려주는 것이 없으니 형세와 향배가 상규에서 벗어났고, 혈도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바르지 못하며, 뒤와 좌우가 모두 허(虛)하여 바람을 받는 결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토해야 할 곳의 길이가 자그만치 80자[尺]나 되는데, 겨울철에 보토한 곳은 땅이 단단하지 않습니다. 수도(隧道)의 앞쪽을 전부 객토로 메울 경우 봄철이 되어 만일 흙이 풀려 무너져 내리는 일이라도 있게 된다면 나라의 일이 후회해도 소용 없게 될 것입니다. 단지 문통의 일시적인 말만을 가지고 갑자기 국모의 장지를 정한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뜻을 살펴보더라도 끝내 미안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 결정할 단계에 이르렀는데, 여러 사람들의 뜻이 이와 같기에 감히 진달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그곳은 비단 중국 사람만이 말한 것이 아니라 술관 박상의도 좋다고 한 곳이니, 무엇을 의심할 것이 있겠는가. 정구(鄭逑)와 성영(成泳) 같은 무리는, 학문이 하늘과 사람의 이치를 꿰뚫고 하는 말마다 경훈(經訓)이 된다는 것은 내가 믿겠다. 그러나 감여술(堪輿術)을 알고 있다고 할 것 같으면 비단 나만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들도 웃을 것이다. 나도 지리에 대해서 능통하다.

왼쪽에 한 산이 솟았으니 청룡(靑龍)이고 오른쪽에 한 산이 우뚝하니 백호(白虎)이며, 앞쪽에 한 산이 높이 솟았으니 주작(朱雀)이고, 뒷쪽에 한 산이 높다라니 현무(玄武)이며, 그 아래 조그만 한 언덕이 있으니 정혈(正穴)로서 장사지낼 만한 곳이다. 이것이 우리 나라 여러 사람들의 지리술이니 이런 것이야 누군인들 알지 못하겠는가. 무릇 얄팍한 소견으로 망령되이 깊은 이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 우물 안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겠는가. 이제 옛사람의 찌꺼기와 천박한 학문으로서 각기 자기의 소견을 내세워 장단(長短)을 다투는 것이 마치 아이들의 장난과도 같으니, 참으로 자신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무릇 지리술이란 반드시 위로는 천문(天文)을 통하고 겸하여 망기(望氣)208) 에도 능한 다음이라야 지맥(地脈)의 묘리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잘 알지는 못하겠다만 우리 나라 사람 중에 이에 능한 자가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평소부터 우리 나라에는 지리술에 능한 자가 없다고 단정해서 말했던 까닭이다. 농사일은 당연히 늙은 농사꾼에게 물어야 하고 군사일은 당연히 늙은 장수에게 물어야 하는 것으로 무엇인들 이것과 다르겠는가. 다른 곳에 쓸 만한 곳이 있다면 어찌 반드시 이곳에다 쓰려고 하겠는가. 나의 견해는 이와 같으니 경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註 208] 망기(望氣) : 멀리서 떠 있는 기운을 보고서 조짐을 아는 일.

원문

○李恒福、李憲國、金命元等啓曰: "我國因山審定之法, 與士大夫墓山之規, 自別, 非惟形勢向背之爲必須, 先看穴道豐廣, 可安儀物, 明堂寬敞, 可設齋宮, 龍虎分明, 拱揖如法, 然後可合於國用也。 今此猪峴, 龍虎低陷, 龍尾後, 專虛無蔽, 則形勢向背, 又不如常規, 而兼有穴道偏頗不正, 後與左右皆虛, 受風之欠, 當爲補土者, 多至八十尺。 當冬補土, 地力未全, 隧道前面, 專用客土, 當春土融, 脫有退縮之患, 其於國事, 悔無所及。 只以文通一時之言, 遽定國母之葬, 竊觀衆情, 終有所未安, 而今當定用, 衆情如此, 不敢不達。" 答曰: "此地非獨唐人之言, 術官朴尙義, 亦以爲好矣, 則何疑乎? 若以鄭逑、成泳之輩, 謂之學貫天人, 吐辭爲經, 則予信之, 若以爲曉解堪輿之術, 則不但予不信之, 人亦笑之。 予亦能通地理矣。 左邊有一山突然, 是爲靑龍, 右邊有一山兀然, 是爲白虎, 前面有一山屹然, 是爲朱雀, 後面有一山嶐然, 是爲玄武, 其下有一小丘, 是爲正穴, 可以葬矣。 是我國諸人之地理也。 如此則孰不能之? 夫以管豹之見, 妄談玄奧, 是何異坐井而窺天? 今乃雜聚糟粕末學, 各逞其見, 爭長競短, 有如群兒之戲, 人固不知量也。 夫地理之術, 必也上通天文, 兼能望氣, 然後可以妙達地脈。 未審我國之人, 有可以能此者乎? 此予所以自平日, 斷然以爲: ‘我國無地理之術者也。’ 耕當問于老農, 兵當問于老將。 何以異此? 他處有可用之地, 則何必於此地用之, 予見如彼, 卿等議定可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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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30권, 선조 33년 10월 10일 庚辰 5/10 기사 /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대행 왕비의 인산에 관해 논의하다

국역

이항복·이헌국·김명원(金命元) 등이 아뢰기를,

"우리 나라에서 인산(因山)을 정하는 법도는 사대부의 묘산(墓山)을 정하는 법규와는 자별(自別)합니다. 형세와 향배가 필수적일 뿐만 아니라. 우선 혈도(穴道)가 광활하여 석물(石物)을 놓을 수 있고, 명당(明堂)이 넓게 툭 틔어 재궁(齋宮)을 지을수 있으며, 청룡과 백호가 분명하고 마주 보이는 산들이 법대로 된 다음이라야 나라에서 쓰는 자리에 합치됩니다.

지금의 저현산은 청룡과 백호가 낮게 쳐지고 용미(龍尾)가 아주 허전하여 가려주는 것이 없으니 형세와 향배가 상규에서 벗어났고, 혈도도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바르지 못하며, 뒤와 좌우가 모두 허(虛)하여 바람을 받는 결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토해야 할 곳의 길이가 자그만치 80자[尺]나 되는데, 겨울철에 보토한 곳은 땅이 단단하지 않습니다. 수도(隧道)의 앞쪽을 전부 객토로 메울 경우 봄철이 되어 만일 흙이 풀려 무너져 내리는 일이라도 있게 된다면 나라의 일이 후회해도 소용 없게 될 것입니다. 단지 문통의 일시적인 말만을 가지고 갑자기 국모의 장지를 정한다는 것은 여러 사람들의 뜻을 살펴보더라도 끝내 미안한 바가 있습니다. 지금 결정할 단계에 이르렀는데, 여러 사람들의 뜻이 이와 같기에 감히 진달합니다."

하니, 답하기를,

"그곳은 비단 중국 사람만이 말한 것이 아니라 술관 박상의도 좋다고 한 곳이니, 무엇을 의심할 것이 있겠는가. 정구(鄭逑)와 성영(成泳) 같은 무리는, 학문이 하늘과 사람의 이치를 꿰뚫고 하는 말마다 경훈(經訓)이 된다는 것은 내가 믿겠다. 그러나 감여술(堪輿術)을 알고 있다고 할 것 같으면 비단 나만 믿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들도 웃을 것이다. 나도 지리에 대해서 능통하다.

왼쪽에 한 산이 솟았으니 청룡(靑龍)이고 오른쪽에 한 산이 우뚝하니 백호(白虎)이며, 앞쪽에 한 산이 높이 솟았으니 주작(朱雀)이고, 뒷쪽에 한 산이 높다라니 현무(玄武)이며, 그 아래 조그만 한 언덕이 있으니 정혈(正穴)로서 장사지낼 만한 곳이다. 이것이 우리 나라 여러 사람들의 지리술이니 이런 것이야 누군인들 알지 못하겠는가. 무릇 얄팍한 소견으로 망령되이 깊은 이치를 이야기하는 것이 어찌 우물 안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겠는가. 이제 옛사람의 찌꺼기와 천박한 학문으로서 각기 자기의 소견을 내세워 장단(長短)을 다투는 것이 마치 아이들의 장난과도 같으니, 참으로 자신을 헤아리지 못한 것이다.

무릇 지리술이란 반드시 위로는 천문(天文)을 통하고 겸하여 망기(望氣)208) 에도 능한 다음이라야 지맥(地脈)의 묘리를 터득하게 되는 것이다. 잘 알지는 못하겠다만 우리 나라 사람 중에 이에 능한 자가 있겠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평소부터 우리 나라에는 지리술에 능한 자가 없다고 단정해서 말했던 까닭이다. 농사일은 당연히 늙은 농사꾼에게 물어야 하고 군사일은 당연히 늙은 장수에게 물어야 하는 것으로 무엇인들 이것과 다르겠는가. 다른 곳에 쓸 만한 곳이 있다면 어찌 반드시 이곳에다 쓰려고 하겠는가. 나의 견해는 이와 같으니 경들이 의논해서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 [註 208] 망기(望氣) : 멀리서 떠 있는 기운을 보고서 조짐을 아는 일.

원문

○李恒福、李憲國、金命元等啓曰: "我國因山審定之法, 與士大夫墓山之規, 自別, 非惟形勢向背之爲必須, 先看穴道豐廣, 可安儀物, 明堂寬敞, 可設齋宮, 龍虎分明, 拱揖如法, 然後可合於國用也。 今此猪峴, 龍虎低陷, 龍尾後, 專虛無蔽, 則形勢向背, 又不如常規, 而兼有穴道偏頗不正, 後與左右皆虛, 受風之欠, 當爲補土者, 多至八十尺。 當冬補土, 地力未全, 隧道前面, 專用客土, 當春土融, 脫有退縮之患, 其於國事, 悔無所及。 只以文通一時之言, 遽定國母之葬, 竊觀衆情, 終有所未安, 而今當定用, 衆情如此, 不敢不達。" 答曰: "此地非獨唐人之言, 術官朴尙義, 亦以爲好矣, 則何疑乎? 若以鄭逑、成泳之輩, 謂之學貫天人, 吐辭爲經, 則予信之, 若以爲曉解堪輿之術, 則不但予不信之, 人亦笑之。 予亦能通地理矣。 左邊有一山突然, 是爲靑龍, 右邊有一山兀然, 是爲白虎, 前面有一山屹然, 是爲朱雀, 後面有一山嶐然, 是爲玄武, 其下有一小丘, 是爲正穴, 可以葬矣。 是我國諸人之地理也。 如此則孰不能之? 夫以管豹之見, 妄談玄奧, 是何異坐井而窺天? 今乃雜聚糟粕末學, 各逞其見, 爭長競短, 有如群兒之戲, 人固不知量也。 夫地理之術, 必也上通天文, 兼能望氣, 然後可以妙達地脈。 未審我國之人, 有可以能此者乎? 此予所以自平日, 斷然以爲: ‘我國無地理之術者也。’ 耕當問于老農, 兵當問于老將。 何以異此? 他處有可用之地, 則何必於此地用之, 予見如彼, 卿等議定可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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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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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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