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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24권, 선조 33년 4월 17일 庚寅 2/6 기사 /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정언 박사제가 병조 판서 홍여순과 이유중·이준 등을 죄줄 것을 청하다

국역

정언 박사제(朴思齊)가 【좌목(座目)은 위와 같다. 】 와서 아뢰기를,

"홍여순(洪汝諄)의 심술궂고 음험하며 흉칙하고 방종한 정상과 당파를 만들어 남을 모함한 작태에 대해서는 신들이 이미 그 대략을 말씀드렸으니 전하께서 반드시 통촉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이들은 현재 범한 죄가 없다.’고 전교하시니 신들은 의혹스럽습니다. 여순은 병조 판서에 웅거하고 있으면서 벼슬을 팔고 은혜를 베풀되 오직 돈밖에 몰랐습니다. 청탁하는 사람이 줄을 서 문전 성시(門前成市)가 되었고, 사나운 불꽃이 날로 치성하니 흉한 외침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위사(衛士)들은 등을 돌리고 군졸들은 이를 갈면서 맹수나 독충을 보듯이 하여 병조가 궤멸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위급한 일이 생긴다면 그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전조(銓曹)의 일에 대하여는 그가 간여할 일도 아닌데 자기의 위세(威勢)를 내세워 공공연하게 청탁했으니 청탁하는 편지가 정사(政事)를 논의하는 자리에 줄을 이었는가 하면, 온 집안과 친척이 안팎의 요직(要職)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미워하거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모두 배척을 당했습니다. 명기(名器)가 더렵혀지고 사로(仕路)가 혼탁해진 것은 모두 이에서 말미암은 것이니 이것이 그가 범한 죄 중에서 드러난 것들입니다.

이유중(李有中)의 경우는 곱사등 병이 있어 사람들이 모두 추하게 여기고 있는데 오랫동안 근시(近侍)의 자리를 더럽혔으면서도 전혀 몰러갈 줄 모릅니다. 이준(李準)은 상중(喪中)에 제멋대로 기복(起復)하여 기생을 데리고 술에 취하는 등 조금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유희서(柳熙緖)는 집에 있을 적에 패려한 짓을 저질렀고 천성 또한 탐욕스럽습니다. 일찍이 북도(北道)에 있을 적에 군영의 창고를 몰래 훔쳤으며, 경기 감사로 있을 적엔 아비를 시해한 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말 한 필 관찰사[一馬觀察使]’란 별명을 듣기까지 하였으니 말하기에도 추합니다. 윤홍(尹宖)은 적(賊)이 경성(京城)을 침범해 왔을 때 먼저 계모를 버렸고 부음(訃音)을 들은 뒤에도 창녀를 끼고 술을 마시는 등 상례(喪禮)를 전폐(專廢)했습니다. 전에 북평사(北評事)로 있을 적에는 잘 봐준다고 핑계하고 남의 노비를 차지하여 자기의 소유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호인(胡人)들과 사사로이 매매하여 모피(毛皮) 등 물품을 가득 싣고 돌아왔으므로 북방인들이 지금까지 그들 도둑놈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 네 사람은 모두 온 나라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자들로, 홍여순을 주모자로 삼아 위세를 조장(助張)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었으니, 이들이 범한 죄는 확실하여 숨길 수 없습니다. 권진(權縉)은 나이 젊은 경박한 사람으로 권문(權門)에 빌붙어 그의 사주를 받으면서 자제(子弟)의 대열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것이 홍식(洪湜)과 다를 바 없으며 남을 헐뜯고 무함하는 일을 도운 것이 역시 참혹했습니다. 빌붙어 아부한 박효생(朴孝生)의 무리는 벌할 가치조차 없으니 풍헌(風憲)의 중한 자리에 결코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신들의 말은 실로 간악함을 미워하는 공론에서 나온 것이니 어찌 감히 논박하고 공격할 마음을 두고서 하는 것이겠습니까. 홍여순은 삭탈 관작하여 문외 출송(門外黜送)시키시고, 이유중·이준·유희서·윤홍·권진·홍식 등은 모두 파직시키소서. 박효생은 체차시키소서."

하니, 답하기를,

"재신(宰臣)과 종신(從臣) 7∼8인을 일시에 논박하여 기어코 제거해 나라를 텅 비운 뒤에야 말려고 하니, 이렇게 하여 장차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는 국사(國事)의 불행일 뿐만이 아님은 물론, 조정 신하들에겐 복이 되겠는가. 따를 수 없는 일이니 다시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正言朴思齊 【座目同上。】 來啓曰: "洪汝諄猜險兇縱之狀, 及其黨締結噆螫之態, 臣等已陳其梗槪, 聖鑑亦必洞燭, 而反下此人等時無所犯之敎, 臣等竊惑焉。 汝諄首據主兵, 賣官市恩, 惟貨是徇, 鑽刺成路, 門巷如市, 虐焰日熾, 兇吼無已, 以致衛士離心, 軍卒切齒, 視之不啻若猛獸毒虺, 使本兵之地, 將至於潰裂, 而莫之爲, 脫有緩急, 患不可言。 至於銓曹之事, 非渠所預知, 而挾其威勢, 公然請囑, 尺字片紙, 聯絡於政席之間, 一家親戚, 咸布內外, 睚眦有忤, 皆被擯斥。 名器玷汚, 仕路溷濁, 職此之由, 此其所犯之大者也。 若李有中, 則籧篨之疾, 人所共醜, 而久廁近侍, 昏不知退, 李準則私自起復, 携妓酗酒, 略無顧忌, 柳熙緖, 家有悖行, 性且貪饕, 曾在北道, 偸竊營庫之儲, 及爲畿伯, 受賂弑父之賊, 至有一馬觀察使之譏, 言之醜也。 尹宖, 賊犯京城, 先棄繼母, 聞訃之後, 挾娼啖酒, 專廢喪紀, 前爲北評事時, 託以稱念, 冒占他人臧獲, 以爲己用, 親與胡人, 私相買賣, 毛皮之物, 稛載以歸, 北方之人, 至今以賊漢罵之。 凡此四人, 國人之所共棄, 而以汝諄爲淵藪, 助張威勢, 無所不至, 所犯之罪, 昭不可掩, 而權縉, 以年少浮薄之人, 托足權門, 聽其指嗾, 奔走子弟之行, 與洪湜無異, 贊成吹射之毒, 吁亦慘矣。 至於諂附朴孝生輩, 不足數誅, 而風憲重地, 決非所可據也。 臣等之言, 實出於嫉惡公共之論, 豈敢有意於駁擊乎? 請洪汝諄, 削奪官爵, 門外黜送, 李有中、李準、柳熙緖、尹宖、權縉、洪湜竝命罷職, 朴孝生, 遞差。" 答曰: "宰臣從臣七八人, 一時構辭搏擊, 必欲鋤盡空國而後已, 如是而欲將何爲哉? 非但國事之不幸, 豈朝臣之福乎? 非可從之事。 更勿煩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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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124권, 선조 33년 4월 17일 庚寅 2/6 기사 / 1600년 명 만력(萬曆) 28년

정언 박사제가 병조 판서 홍여순과 이유중·이준 등을 죄줄 것을 청하다

국역

정언 박사제(朴思齊)가 【좌목(座目)은 위와 같다. 】 와서 아뢰기를,

"홍여순(洪汝諄)의 심술궂고 음험하며 흉칙하고 방종한 정상과 당파를 만들어 남을 모함한 작태에 대해서는 신들이 이미 그 대략을 말씀드렸으니 전하께서 반드시 통촉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리어 ‘이들은 현재 범한 죄가 없다.’고 전교하시니 신들은 의혹스럽습니다. 여순은 병조 판서에 웅거하고 있으면서 벼슬을 팔고 은혜를 베풀되 오직 돈밖에 몰랐습니다. 청탁하는 사람이 줄을 서 문전 성시(門前成市)가 되었고, 사나운 불꽃이 날로 치성하니 흉한 외침이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위사(衛士)들은 등을 돌리고 군졸들은 이를 갈면서 맹수나 독충을 보듯이 하여 병조가 궤멸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위급한 일이 생긴다면 그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게 될 것입니다. 전조(銓曹)의 일에 대하여는 그가 간여할 일도 아닌데 자기의 위세(威勢)를 내세워 공공연하게 청탁했으니 청탁하는 편지가 정사(政事)를 논의하는 자리에 줄을 이었는가 하면, 온 집안과 친척이 안팎의 요직(要職)에 배치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미워하거나 뜻을 거스르는 자들은 모두 배척을 당했습니다. 명기(名器)가 더렵혀지고 사로(仕路)가 혼탁해진 것은 모두 이에서 말미암은 것이니 이것이 그가 범한 죄 중에서 드러난 것들입니다.

이유중(李有中)의 경우는 곱사등 병이 있어 사람들이 모두 추하게 여기고 있는데 오랫동안 근시(近侍)의 자리를 더럽혔으면서도 전혀 몰러갈 줄 모릅니다. 이준(李準)은 상중(喪中)에 제멋대로 기복(起復)하여 기생을 데리고 술에 취하는 등 조금도 거리낌이 없습니다. 유희서(柳熙緖)는 집에 있을 적에 패려한 짓을 저질렀고 천성 또한 탐욕스럽습니다. 일찍이 북도(北道)에 있을 적에 군영의 창고를 몰래 훔쳤으며, 경기 감사로 있을 적엔 아비를 시해한 죄인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말 한 필 관찰사[一馬觀察使]’란 별명을 듣기까지 하였으니 말하기에도 추합니다. 윤홍(尹宖)은 적(賊)이 경성(京城)을 침범해 왔을 때 먼저 계모를 버렸고 부음(訃音)을 들은 뒤에도 창녀를 끼고 술을 마시는 등 상례(喪禮)를 전폐(專廢)했습니다. 전에 북평사(北評事)로 있을 적에는 잘 봐준다고 핑계하고 남의 노비를 차지하여 자기의 소유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호인(胡人)들과 사사로이 매매하여 모피(毛皮) 등 물품을 가득 싣고 돌아왔으므로 북방인들이 지금까지 그들 도둑놈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이 네 사람은 모두 온 나라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은 자들로, 홍여순을 주모자로 삼아 위세를 조장(助張)하면서 못하는 짓이 없었으니, 이들이 범한 죄는 확실하여 숨길 수 없습니다. 권진(權縉)은 나이 젊은 경박한 사람으로 권문(權門)에 빌붙어 그의 사주를 받으면서 자제(子弟)의 대열에서 분주하게 움직인 것이 홍식(洪湜)과 다를 바 없으며 남을 헐뜯고 무함하는 일을 도운 것이 역시 참혹했습니다. 빌붙어 아부한 박효생(朴孝生)의 무리는 벌할 가치조차 없으니 풍헌(風憲)의 중한 자리에 결코 그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신들의 말은 실로 간악함을 미워하는 공론에서 나온 것이니 어찌 감히 논박하고 공격할 마음을 두고서 하는 것이겠습니까. 홍여순은 삭탈 관작하여 문외 출송(門外黜送)시키시고, 이유중·이준·유희서·윤홍·권진·홍식 등은 모두 파직시키소서. 박효생은 체차시키소서."

하니, 답하기를,

"재신(宰臣)과 종신(從臣) 7∼8인을 일시에 논박하여 기어코 제거해 나라를 텅 비운 뒤에야 말려고 하니, 이렇게 하여 장차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이는 국사(國事)의 불행일 뿐만이 아님은 물론, 조정 신하들에겐 복이 되겠는가. 따를 수 없는 일이니 다시 번거롭게 하지 말라."

하였다.

원문

○正言朴思齊 【座目同上。】 來啓曰: "洪汝諄猜險兇縱之狀, 及其黨締結噆螫之態, 臣等已陳其梗槪, 聖鑑亦必洞燭, 而反下此人等時無所犯之敎, 臣等竊惑焉。 汝諄首據主兵, 賣官市恩, 惟貨是徇, 鑽刺成路, 門巷如市, 虐焰日熾, 兇吼無已, 以致衛士離心, 軍卒切齒, 視之不啻若猛獸毒虺, 使本兵之地, 將至於潰裂, 而莫之爲, 脫有緩急, 患不可言。 至於銓曹之事, 非渠所預知, 而挾其威勢, 公然請囑, 尺字片紙, 聯絡於政席之間, 一家親戚, 咸布內外, 睚眦有忤, 皆被擯斥。 名器玷汚, 仕路溷濁, 職此之由, 此其所犯之大者也。 若李有中, 則籧篨之疾, 人所共醜, 而久廁近侍, 昏不知退, 李準則私自起復, 携妓酗酒, 略無顧忌, 柳熙緖, 家有悖行, 性且貪饕, 曾在北道, 偸竊營庫之儲, 及爲畿伯, 受賂弑父之賊, 至有一馬觀察使之譏, 言之醜也。 尹宖, 賊犯京城, 先棄繼母, 聞訃之後, 挾娼啖酒, 專廢喪紀, 前爲北評事時, 託以稱念, 冒占他人臧獲, 以爲己用, 親與胡人, 私相買賣, 毛皮之物, 稛載以歸, 北方之人, 至今以賊漢罵之。 凡此四人, 國人之所共棄, 而以汝諄爲淵藪, 助張威勢, 無所不至, 所犯之罪, 昭不可掩, 而權縉, 以年少浮薄之人, 托足權門, 聽其指嗾, 奔走子弟之行, 與洪湜無異, 贊成吹射之毒, 吁亦慘矣。 至於諂附朴孝生輩, 不足數誅, 而風憲重地, 決非所可據也。 臣等之言, 實出於嫉惡公共之論, 豈敢有意於駁擊乎? 請洪汝諄, 削奪官爵, 門外黜送, 李有中、李準、柳熙緖、尹宖、權縉、洪湜竝命罷職, 朴孝生, 遞差。" 答曰: "宰臣從臣七八人, 一時構辭搏擊, 必欲鋤盡空國而後已, 如是而欲將何爲哉? 非但國事之不幸, 豈朝臣之福乎? 非可從之事。 更勿煩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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