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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1권, 선조 30년 8월 21일 己卯 3/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사헌부가 남원 부윤 박경신의 처벌, 속오군 장관들의 처벌 등을 건의하다

국역

사헌부가 아뢰기를,

"호남에서 믿을 만하여나라를 지킬 수 있는 곳은 남원과 전주뿐입니다. 그런데 남원은 우리 나라 군민(軍民)이 모두 흩어져 도망함으로써 중국 장수로 하여금 외로운 군사를 거느리고 혼자서 지키게 하다가 함락당하였습니다. 전주는 흉적이 아직 경내에 이르지 않았으니, 부윤 박경신(朴慶新)은 지극한 정성으로 군민을 개유하여 죽음으로써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먼저 겁을 먹어 도망할 계책만 생각하여 창고를 처치하고 노약자들을 먼저 몰아내고서 심지어는 ‘적을 알고 우리를 아는 것은 적선(積善)에 속하는 하나의 일이다. 인민들로 하여금 적을 돕게 하고 재물을 남겨 주는 것은 옛날 사람들도 경계로 삼았으니, 노야(老爺)를 위해 내가 지혜로운 일을 하는 셈인데 혹시 겁쟁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품첩을 써서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소위 경신이 말한 적선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남원과 전주 두 부(府)가 모두 패망하면 호남 한 도는 이미 잃은 것이며, 호남을 일단 잃고 보면 여기서 국가의 존망이 결정되고 맙니다. 부윤은 백성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자가 이처럼 동요되면 군사와 백성이 무엇을 믿고 필사의 각오로 지키겠습니까. 그리하여 마침내는 군사와 백성들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켜 중국 관원 소속의 군량과 마초를 적치한 창고를 파괴하게 하여 중국 장수가 성을 지킬 수 없도록 하였으니, 군심(軍心)을 선동하고 성을 지키지 않고 버린 죄가 막대합니다. 율(律)대로 정죄(定罪)할 것을 명하소서.

병조가 당초에 왜병과 역전(力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널리 뽑아 별선 청용 무사(別選聽用武士)라고 칭하여 속오군(束伍軍)에 편입시켜 숙위(宿衛)하고 토적(討敵)하는 일에 대비토록 한 그 계책은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장관(將官)들이 나태하고 해이해져 정돈하고 신칙하는 데 뜻이 없을 뿐더러 시사(試射)와 상벌(賞罰) 등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고 산료(散料)나 부리는 일을 전적으로 아랫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뇌물과 청탁이 공공연하게 행해집니다. 그리하여 어떤 자는 심부름간다고 핑계하고 어떤 자는 휴가를 받았다고 하면서 몰래 하향하는 자가 부지 기수이며, 심지어는 외방 초소에서 근무하는 일을 피하려고 무슨 계책을 써서라도 본청(本廳)으로 옮기려 하다가 막상 본청으로 전속된 뒤에는 또 다시 도피하여 중간에서 한가로이 노닥거리는 식으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너무도 통분한 일입니다. 그런데 소동이 벌어진 뒤로는 아예 서로 다투어 달아나서 빈 명부만 남아 있게 되었으니, 목전에 닥친 위급한 사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겠습니까. 이는 오로지 장관(將官) 자신이 군정(軍政)을 파괴한 데서 연유한 것이니, 만약 엄중히 다스리지 않으면 군심(軍心)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각부의 부장(部將)을 나포하여 추문해서 정죄(定罪)하고 대장(大將)은 추고하여 엄중히 다스리소서. 그리고 소동이 벌어진 뒤에 도망간 본청의 무사는 진중에서 도피한 죄를 적용하여 적발하는 대로 효시(梟示)하고, 그 전후를 막론하고 하향한 자들은 일일이 모아들여 조용(調用)에 대비케 하는 한편, 소동으로 인하여 도피한 금군(禁軍)들도 모두 진중에서 도피한 죄에 의거하여 시행토록 하소서.

도성(都城)이 일단 비게 될 경우 여염의 백성들은 그만두고라도 시정(市井)도 모두 흩어질 것이고 각사의 전복(典僕) 또한 모두 도피할 것이니, 방수(防守)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중국 장수들에게 공급할 물품을 무역할 수도 없게 되고 장차 아문(衙門)의 사환들도 없어질 것입니다. 이는 매우 절박한 문제인데도 유사(有司)가 한 마디도 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이 없고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들이 듣건대 사대부(士大夫)의 가속들이 앞을 다투어 서로 피난하고 있으므로 서민들이 이를 본받아 모두 도망해 간다고 하니 이는 형세상 그렇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들 사대부의 가속이나 여항(閭巷)의 서민들은 외지로 멀리 가지 않고 돌아가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행동할 계책을 꾀하고 있으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성 안으로 불러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위세로 협박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더욱 깊이 쌓이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속히 근신(近臣)을 보내어 반복해서 개유(開諭)하고 내전이 피난가지 않는다는 뜻을 간절하게 이야기하여 그들로 하여금 감동하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명령은 백성들도 본래 바라고 있던 것이니 누가 따르지 않겠습니까. 이들 각 조항을 모두 시행할 것을 명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아뢴 대로 하라. 근신을 보내어 효유하는 일은 어려울 듯하다."

하였다.

원문

○司憲府啓曰: "湖南之所恃而爲國者, 只南原、全州, 而南原則我國軍民潰散逃出, 以致天將孤軍獨守而見陷, 全州則凶賊時未到境, 府尹朴慶新當以至誠, 開諭軍民, 以死自守, 而慶新先自恇怯, 遽懷避遁之計, 以倉庫處置, 老弱先驅, 至曰: ‘知彼知己之事, 積善之一端也。 遺賊留財, 古人所戒。 於老爺, 爲智者事, 而不至於怯之之意乎。’ 書稟帖而給之。 所謂慶新積善者, 不知何意, 南、全二府皆敗, 則湖南一道已失, 湖南已失則國家存亡, 於此決矣。 府尹, 民望也。 民望如此動搖, 則軍民何恃而必以死守哉? 遂令軍民叛亂, 砍傷把門唐官倉穀積草, 使天將不得守城, 其扇動軍心、棄城不守之罪大矣。 請命依律定罪。 兵曹當初廣抄嘗倭力戰之人, 稱以別選聽用武士, 分部束伍, 以備宿衛、討賊之用, 其計不偶, 而近日以來, 將官解怠, 無意整飭, 試射、賞罰, 置諸相忘, 散料任使, 專委下人, 賄賂公行, 請囑紛紜。 或因出使, 或稱受由, 逃避下鄕者, 不可勝數, 至於外方哨軍厭避之人, 百計圖付於本廳, 投屬之後, 遽卽還逃, 以爲中間閑遊之地, 已極痛憤, 而自騷動之後, 相率而走, 將至虛簿, 目前緩急, 何以策應? 此專由將官自壞軍政之罪, 若不嚴治, 無以警肅軍心。 請各部部將, 拿推定罪, 大將推考重治。 騷動之後, 本廳武士之逃避者, 依陣中逃避之律, 摘發梟示, 前後下鄕者, 一一收聚, 以備調用, 禁軍亦因騷動而逃避者, 幷依右律施行。 都城一空, 閭閻之民則已矣, 市井盡散, 各司典僕, 亦皆避走, 非但無以防守, 天將供給之物, 不能貿易, 衙門使喚, 亦將廢缺。 此甚切急之患, 而有司無一言及此, 尙無措處之事。 臣等竊聞士大夫家屬, 爭相避出, 小民因此效尤, 靡然奔出, 勢使然也。 士大夫家屬及閭巷小民等, 非遠去外方, 觀望時事, 以爲進退之計, 不可不及今召集城中。 但不可以威勢驅迫, 以致民怨益深。 速遣近臣, 反覆開諭, 且以內殿不爲移避之意, 懇惻備陳, 使之感悅還集, 則此所令從其所好也, 孰不從之? 請竝命施行。" 上曰: "依啓。 遣近臣曉諭事, 似難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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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실록91권, 선조 30년 8월 21일 己卯 3/5 기사 / 1597년 명 만력(萬曆) 25년

사헌부가 남원 부윤 박경신의 처벌, 속오군 장관들의 처벌 등을 건의하다

국역

사헌부가 아뢰기를,

"호남에서 믿을 만하여나라를 지킬 수 있는 곳은 남원과 전주뿐입니다. 그런데 남원은 우리 나라 군민(軍民)이 모두 흩어져 도망함으로써 중국 장수로 하여금 외로운 군사를 거느리고 혼자서 지키게 하다가 함락당하였습니다. 전주는 흉적이 아직 경내에 이르지 않았으니, 부윤 박경신(朴慶新)은 지극한 정성으로 군민을 개유하여 죽음으로써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먼저 겁을 먹어 도망할 계책만 생각하여 창고를 처치하고 노약자들을 먼저 몰아내고서 심지어는 ‘적을 알고 우리를 아는 것은 적선(積善)에 속하는 하나의 일이다. 인민들로 하여금 적을 돕게 하고 재물을 남겨 주는 것은 옛날 사람들도 경계로 삼았으니, 노야(老爺)를 위해 내가 지혜로운 일을 하는 셈인데 혹시 겁쟁이라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라고 품첩을 써서 주기까지 하였습니다.

소위 경신이 말한 적선이라는 것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남원과 전주 두 부(府)가 모두 패망하면 호남 한 도는 이미 잃은 것이며, 호남을 일단 잃고 보면 여기서 국가의 존망이 결정되고 맙니다. 부윤은 백성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는데 그런 자가 이처럼 동요되면 군사와 백성이 무엇을 믿고 필사의 각오로 지키겠습니까. 그리하여 마침내는 군사와 백성들로 하여금 반란을 일으켜 중국 관원 소속의 군량과 마초를 적치한 창고를 파괴하게 하여 중국 장수가 성을 지킬 수 없도록 하였으니, 군심(軍心)을 선동하고 성을 지키지 않고 버린 죄가 막대합니다. 율(律)대로 정죄(定罪)할 것을 명하소서.

병조가 당초에 왜병과 역전(力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을 널리 뽑아 별선 청용 무사(別選聽用武士)라고 칭하여 속오군(束伍軍)에 편입시켜 숙위(宿衛)하고 토적(討敵)하는 일에 대비토록 한 그 계책은 좋은 의도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장관(將官)들이 나태하고 해이해져 정돈하고 신칙하는 데 뜻이 없을 뿐더러 시사(試射)와 상벌(賞罰) 등에 대해서도 나 몰라라 하고 산료(散料)나 부리는 일을 전적으로 아랫사람에게 위임함으로써 뇌물과 청탁이 공공연하게 행해집니다. 그리하여 어떤 자는 심부름간다고 핑계하고 어떤 자는 휴가를 받았다고 하면서 몰래 하향하는 자가 부지 기수이며, 심지어는 외방 초소에서 근무하는 일을 피하려고 무슨 계책을 써서라도 본청(本廳)으로 옮기려 하다가 막상 본청으로 전속된 뒤에는 또 다시 도피하여 중간에서 한가로이 노닥거리는 식으로 날을 보내고 있으니 너무도 통분한 일입니다. 그런데 소동이 벌어진 뒤로는 아예 서로 다투어 달아나서 빈 명부만 남아 있게 되었으니, 목전에 닥친 위급한 사태를 어떻게 대응해 나가겠습니까. 이는 오로지 장관(將官) 자신이 군정(軍政)을 파괴한 데서 연유한 것이니, 만약 엄중히 다스리지 않으면 군심(軍心)을 바로잡을 수 없습니다. 각부의 부장(部將)을 나포하여 추문해서 정죄(定罪)하고 대장(大將)은 추고하여 엄중히 다스리소서. 그리고 소동이 벌어진 뒤에 도망간 본청의 무사는 진중에서 도피한 죄를 적용하여 적발하는 대로 효시(梟示)하고, 그 전후를 막론하고 하향한 자들은 일일이 모아들여 조용(調用)에 대비케 하는 한편, 소동으로 인하여 도피한 금군(禁軍)들도 모두 진중에서 도피한 죄에 의거하여 시행토록 하소서.

도성(都城)이 일단 비게 될 경우 여염의 백성들은 그만두고라도 시정(市井)도 모두 흩어질 것이고 각사의 전복(典僕) 또한 모두 도피할 것이니, 방수(防守)할 수 없게 될 뿐만 아니라 중국 장수들에게 공급할 물품을 무역할 수도 없게 되고 장차 아문(衙門)의 사환들도 없어질 것입니다. 이는 매우 절박한 문제인데도 유사(有司)가 한 마디도 이에 대하여 언급하는 것이 없고 아직까지 아무런 조치도 마련하지 않고 있습니다. 신들이 듣건대 사대부(士大夫)의 가속들이 앞을 다투어 서로 피난하고 있으므로 서민들이 이를 본받아 모두 도망해 간다고 하니 이는 형세상 그렇게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들 사대부의 가속이나 여항(閭巷)의 서민들은 외지로 멀리 가지 않고 돌아가는 사태를 관망하면서 행동할 계책을 꾀하고 있으니 이때를 놓치지 말고 성 안으로 불러 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 위세로 협박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원망이 더욱 깊이 쌓이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속히 근신(近臣)을 보내어 반복해서 개유(開諭)하고 내전이 피난가지 않는다는 뜻을 간절하게 이야기하여 그들로 하여금 감동하고 기뻐하는 마음으로 다시 돌아오게 해야 합니다. 이러한 명령은 백성들도 본래 바라고 있던 것이니 누가 따르지 않겠습니까. 이들 각 조항을 모두 시행할 것을 명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아뢴 대로 하라. 근신을 보내어 효유하는 일은 어려울 듯하다."

하였다.

원문

○司憲府啓曰: "湖南之所恃而爲國者, 只南原、全州, 而南原則我國軍民潰散逃出, 以致天將孤軍獨守而見陷, 全州則凶賊時未到境, 府尹朴慶新當以至誠, 開諭軍民, 以死自守, 而慶新先自恇怯, 遽懷避遁之計, 以倉庫處置, 老弱先驅, 至曰: ‘知彼知己之事, 積善之一端也。 遺賊留財, 古人所戒。 於老爺, 爲智者事, 而不至於怯之之意乎。’ 書稟帖而給之。 所謂慶新積善者, 不知何意, 南、全二府皆敗, 則湖南一道已失, 湖南已失則國家存亡, 於此決矣。 府尹, 民望也。 民望如此動搖, 則軍民何恃而必以死守哉? 遂令軍民叛亂, 砍傷把門唐官倉穀積草, 使天將不得守城, 其扇動軍心、棄城不守之罪大矣。 請命依律定罪。 兵曹當初廣抄嘗倭力戰之人, 稱以別選聽用武士, 分部束伍, 以備宿衛、討賊之用, 其計不偶, 而近日以來, 將官解怠, 無意整飭, 試射、賞罰, 置諸相忘, 散料任使, 專委下人, 賄賂公行, 請囑紛紜。 或因出使, 或稱受由, 逃避下鄕者, 不可勝數, 至於外方哨軍厭避之人, 百計圖付於本廳, 投屬之後, 遽卽還逃, 以爲中間閑遊之地, 已極痛憤, 而自騷動之後, 相率而走, 將至虛簿, 目前緩急, 何以策應? 此專由將官自壞軍政之罪, 若不嚴治, 無以警肅軍心。 請各部部將, 拿推定罪, 大將推考重治。 騷動之後, 本廳武士之逃避者, 依陣中逃避之律, 摘發梟示, 前後下鄕者, 一一收聚, 以備調用, 禁軍亦因騷動而逃避者, 幷依右律施行。 都城一空, 閭閻之民則已矣, 市井盡散, 各司典僕, 亦皆避走, 非但無以防守, 天將供給之物, 不能貿易, 衙門使喚, 亦將廢缺。 此甚切急之患, 而有司無一言及此, 尙無措處之事。 臣等竊聞士大夫家屬, 爭相避出, 小民因此效尤, 靡然奔出, 勢使然也。 士大夫家屬及閭巷小民等, 非遠去外方, 觀望時事, 以爲進退之計, 不可不及今召集城中。 但不可以威勢驅迫, 以致民怨益深。 速遣近臣, 反覆開諭, 且以內殿不爲移避之意, 懇惻備陳, 使之感悅還集, 則此所令從其所好也, 孰不從之? 請竝命施行。" 上曰: "依啓。 遣近臣曉諭事, 似難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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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조-철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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